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亡徵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4 · 한자 1,316자 · 낭독 5.3분

「한비자」 망징 「亡徵」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凡人主之國小而家大,權輕而臣重者,可亡也。簡法禁而務謀慮,荒封内而恃交援者,可亡也。羣臣爲學,門子好辯,商賈外積,小民右仗者,可亡也。好宮室臺榭陂池,事車服器玩,好罷露百姓,煎靡貨財者,可亡也。用時日,事鬼神,信卜筮,而好祭祀者,可亡也。聽以爵不待參驗,用一人爲門户者,可亡也。官職可以重求,爵祿可以貨得者,可亡也。緩心而無成,柔茹而寡斷,好惡無決而無所定立者,可亡也。饕貪而無饜,近利而好得者,可亡也。喜淫辭而不周於法,好辯說而不求其用,濫於文麗而不顧其功者,可亡也。淺薄而易見,漏泄而無藏,不能周密而通羣臣之語者,可亡也。很剛而不和,愎諫而好勝,不顧社稷而輕爲自信者,可亡也。恃交援而簡近隣,怙强大之救而侮所迫之國者,可亡也。羈旅僑士,重帑在外,上間謀計,下與民事者,可亡也。民信其相,下不能其上,主愛信之而弗能廢者,可亡也。境内之傑不事,而求封外之士,不以功伐課試,而好以名問舉錯,羈旅起貴以陵故常者,可亡也。輕其適正,庶子稱衡,太子未定而主即世者,可亡也。大心而無悔,國亂而自多,不料境内之資而易其隣敵者,可亡也。

무릇 임금의 나라가 작은데 신하의 집이 크고 권세가 가벼운데 신하가 무거우면 망할 수 있다. 법과 금함을 소홀히 하고 꾀와 헤아림에만 힘쓰며 봉해진 안을 거칠게 두고 사귐과 도움을 믿으면 망할 수 있다. 뭇 신하가 배움을 일삼고 문벌의 자제가 변론을 좋아하며 장사꾼이 밖에 재물을 쌓고 잔백성이 사사로이 무리에 기대면 망할 수 있다. 궁실과 대와 정자와 못을 좋아하고 수레와 옷과 그릇과 노리개를 일삼으며 백성을 지치게 하고 재물을 녹여 없애기를 좋아하면 망할 수 있다. 날과 때를 가리고 귀신을 섬기며 점을 믿고 제사를 좋아하면 망할 수 있다. 작위만 보고 들어 쓰며 맞대어 살피지 않고 한 사람을 문호로 삼으면 망할 수 있다. 벼슬과 직임을 무거운 청탁으로 구할 수 있고 작위와 녹을 재물로 얻을 수 있으면 망할 수 있다. 마음이 느슨하여 이룸이 없고 무르고 물러 결단이 적으며 좋아하고 미워함에 결정이 없어 정해 세우는 바가 없으면 망할 수 있다. 탐하여 물릴 줄 모르고 이익을 가까이하여 얻기를 좋아하면 망할 수 있다. 넘치는 말을 기뻐하여 법에 두루 하지 않고 변론을 좋아하되 그 쓰임을 구하지 않으며 화려한 글에 넘쳐 그 공을 돌아보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 얕고 엷어 속이 쉬이 보이고 새어 나가 감춤이 없으며 촘촘히 하지 못하고 뭇 신하의 말을 함부로 옮기면 망할 수 있다. 사납고 굳세어 화하지 못하고 간함을 거스르며 이기기를 좋아하고 사직을 돌아보지 않고 가벼이 스스로를 믿으면 망할 수 있다. 사귐과 도움을 믿고 가까운 이웃을 소홀히 하며 강대국의 구원을 믿고 다그치는 나라를 업신여기면 망할 수 있다. 나그네와 붙어사는 선비가 재물을 밖에 무겁게 두고 위로는 꾀와 계책을 엿보며 아래로는 백성의 일에 관여하면 망할 수 있다. 백성이 그 재상을 믿고 아래가 그 위를 좋아하지 않는데 임금이 그를 사랑하고 믿어 폐하지 못하면 망할 수 있다. 지경 안의 뛰어난 이를 쓰지 않고 봉해진 밖의 선비를 구하며, 공을 세운 것으로 시험하지 않고 이름과 소문으로 들어 쓰기를 좋아하여 나그네가 갑자기 귀해져 오래된 이를 능멸하면 망할 수 있다. 적자를 가벼이 여겨 서자가 저울을 맞대고 태자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임금이 세상을 떠나면 망할 수 있다. 마음이 크되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어지러운데 스스로 대단히 여기며 지경 안의 밑천을 헤아리지 않고 이웃 적을 가벼이 여기면 망할 수 있다.

國小而不處卑,力少而不畏强,無禮而侮大隣,貪愎而拙交者,可亡也。太子已置,而娶於强敵以爲后妻,則太子危,如是則羣臣易慮;羣臣易慮者,可亡也。怯懾而弱守,蚤見而心柔懦,知有謂可,斷而弗敢行者,可亡也。出君在外而國更置,質太子未反而君易子,如是則國擕;國擕者,可亡也。挫辱大臣而狎其身,刑戮小民而逆其使,懷怒思恥而專習則賊生;賊生者,可亡也。大臣兩重,父兄衆強,内黨外援以爭事勢者,可亡也。婢妾之言聽,愛玩之智用,外内悲惋而數行不法者,可亡也。簡侮大臣,無禮父兄,勞苦百姓,殺戮不辜者,可亡也。好以智矯法,時以行雜公,法禁變易,號令數下者,可亡也。無地固,城郭惡,無畜積,財物寡,無守戰之備而輕攻伐者,可亡也。穜類不壽,主數即世,嬰兒爲君,大臣專制,樹羈旅以爲黨,數割地以待交者,可亡也。太子尊顯,徒屬衆強,多大國之交,而威勢蚤具者,可亡也。變褊而心急,輕疾而易動發,心愪忿而不訾前後者,可亡也。主多怒而好用兵,簡本教而輕戰攻者,可亡也。貴臣相妬,大臣隆盛,外藉敵國,内困百姓,以攻怨讎,而人主弗誅者,可亡也。君不肖而側室賢,太子輕而庶子伉,官吏弱而人民桀,如此則國躁;國躁者,可亡也。

나라가 작은데 낮은 자리에 처하지 않고 힘이 적은데 강한 이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예가 없어 큰 이웃을 업신여기고 탐하고 고집스러워 사귐에 서투르면 망할 수 있다. 태자를 이미 세웠는데 강한 적국에서 아내를 얻어 후비로 삼으면 태자가 위태롭고, 이러하면 뭇 신하가 마음을 바꾸니 뭇 신하가 마음을 바꾸면 망할 수 있다. 겁내고 두려워하여 지킴이 약하고 일찍 보고도 마음이 무르며 옳다 할 줄 알면서 결단하고도 감히 행하지 못하면 망할 수 있다. 임금이 밖에 나가 있는데 나라에서 다시 세우고 볼모로 간 태자가 돌아오기 전에 임금이 아들을 바꾸면 나라가 갈라지니 나라가 갈라지면 망할 수 있다. 대신을 꺾고 욕보이며 그 몸을 함부로 대하고 잔백성을 형벌하여 죽이며 그 부림을 거스르면, 노함을 품고 부끄러움을 생각하며 익힌 것을 오로지하여 도적이 생기니 도적이 생기면 망할 수 있다. 대신 둘이 다 무겁고 아비와 형이 많고 강하여 안으로 무리 짓고 밖으로 도움을 얻어 일과 형세를 다투면 망할 수 있다. 계집종과 첩의 말이 들리고 사랑하고 노리는 이의 슬기가 쓰이며 안팎이 슬퍼하고 한스러워하는데 자주 법 아닌 일을 행하면 망할 수 있다. 대신을 가벼이 여겨 업신여기고 아비와 형에게 무례하며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죄 없는 이를 죽이면 망할 수 있다. 슬기로 법을 굽히기를 좋아하고 때로 사사로운 행실을 공변된 일에 섞으며 법과 금함이 바뀌고 호령이 자주 내리면 망할 수 있다. 땅이 굳지 않고 성곽이 나쁘며 쌓아 둔 것이 없고 재물이 적으며 지키고 싸울 채비가 없는데 가벼이 치면 망할 수 있다. 씨가 오래 살지 못하여 임금이 자주 세상을 떠나고 어린아이가 임금이 되어 대신이 오로지 제어하며, 나그네를 심어 무리로 삼고 자주 땅을 베어 주며 사귐을 기다리면 망할 수 있다. 태자가 높고 드러나며 딸린 무리가 많고 강하고 큰 나라와 사귐이 많아 위엄과 형세가 일찍 갖추어지면 망할 수 있다. 성질이 치우치고 마음이 급하며 가볍고 빨라 쉬이 움직여 일을 벌이고 마음이 성내어 앞뒤를 헤아리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 임금이 노함이 많고 군사 쓰기를 좋아하며 근본이 되는 가르침을 소홀히 하고 싸워 치기를 가벼이 하면 망할 수 있다. 귀한 신하가 서로 시샘하고 대신이 높고 성하여 밖으로 적국을 빌리고 안으로 백성을 곤하게 하여 원수를 치는데 임금이 베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 임금이 못났는데 곁방 자식이 어질고 태자가 가벼운데 서자가 맞서며 아전이 약한데 백성이 사나우면 나라가 들끓으니 나라가 들끓으면 망할 수 있다.

藏怨而弗發,懸罪而弗誅,使羣臣陰憎而愈憂懼,而久未可知者,可亡也。出軍命將太重,邊地任守太尊,專制擅命,徑爲而無所請者,可亡也。后妻淫亂,主母畜穢,外内混通,男女無別,是謂兩主;兩主者,可亡也。后妻賤而婢妾貴,太子卑而庶子尊,相室輕而典謁重,如此則内外乖;内外乖者,可亡也。大臣甚貴,偏黨衆强,壅塞主斷而重擅國者,可亡也。私門之官用,馬府之世絀,鄉曲之善舉,官職之勞廢,貴私行而賤公功者,可亡也。公家虚而大臣實,正户貧而寄寓富,耕戰之士困,末作之民利者,可亡也。見大利而不趨,聞禍端而不備,淺薄於爭守之事,而務以仁義自飾者,可亡也。不爲人主之孝,而慕匹夫之孝,不顧社稷之利,而聽主母之令,女子用國,刑餘用事者,可亡也。辭辯而不法,心智而無術,主多能而不以法度從事者,可亡也。親臣進而故人退,不肖用事而賢良伏,無功貴而勞苦賤,如是則下怨;下怨者,可亡也。父兄大臣祿秩過功,章服侵等,宮室供養大侈,而人主弗禁,則臣心無窮;臣心無窮者,可亡也。公壻公孫與民同門,暴慠其隣者,可亡也。

원망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며 죄를 매달아 두고 베지 않아 뭇 신하로 하여금 속으로 미워하며 더욱 두려워하게 하고 오래도록 알 수 없게 하면 망할 수 있다. 군사를 내며 장수에게 준 명이 너무 무겁고 변경 땅을 맡은 이가 너무 높아 오로지 제어하고 명을 멋대로 하며 곧바로 행하고 청하는 바가 없으면 망할 수 있다. 후비가 음란하고 임금의 어미가 더러움을 기르며 안팎이 뒤섞여 통하고 남녀에 분별이 없으면 이를 두 임금이라 하니, 두 임금이면 망할 수 있다. 후비가 천하고 계집종과 첩이 귀하며 태자가 낮고 서자가 높으며 재상이 가볍고 알현을 맡은 이가 무거우면 안팎이 어긋나니, 안팎이 어긋나면 망할 수 있다. 대신이 몹시 귀하고 치우친 무리가 많고 강하여 임금의 결단을 막고 무겁게 나라를 멋대로 하면 망할 수 있다. 사삿집의 벼슬아치가 쓰이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집안이 물러나며, 향곡의 착하다는 이가 들리고 벼슬에서 애쓴 이가 폐하여져, 사사로운 행실을 귀히 여기고 공변된 공을 천히 여기면 망할 수 있다. 공변된 집이 비고 대신이 차며 본디 호적에 든 이가 가난하고 붙어사는 이가 부유하며 밭 갈고 싸우는 선비가 곤하고 끝의 일을 하는 백성이 이로우면 망할 수 있다. 큰 이익을 보고도 좇지 않고 화의 실마리를 듣고도 대비하지 않으며 다투고 지키는 일에 얕고 엷으면서 어짊과 의로 스스로 꾸미기에 힘쓰면 망할 수 있다. 임금의 효를 하지 않고 필부의 효를 사모하며 사직의 이로움을 돌아보지 않고 임금 어미의 명을 들으며 여자가 나라를 부리고 형벌 받은 나머지가 일을 맡으면 망할 수 있다. 말은 잘하나 법에 맞지 않고 마음은 슬기로우나 술이 없으며 임금이 능함은 많으나 법도로 일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 친한 신하가 나아가고 옛사람이 물러나며 못난 이가 일을 맡고 어질고 좋은 이가 엎드리며 공 없는 이가 귀하고 수고한 이가 천하면 아래가 원망하니, 아래가 원망하면 망할 수 있다. 아비와 형과 대신의 녹과 품계가 공을 넘고 옷과 표장이 등급을 침노하며 궁실과 봉양이 크게 사치한데 임금이 금하지 않으면 신하의 마음이 끝이 없으니, 신하의 마음이 끝이 없으면 망할 수 있다. 임금의 사위와 손자가 백성과 같은 문에 살면서 그 이웃에게 사납고 거만하면 망할 수 있다.

亡徵者,非曰必亡,言其可亡也。夫兩堯不能相王,兩桀不能相亡;亡、王之機,必其治亂、其强弱相踦者也。木之折也必通蠹,墻之壞也必通隙。然木雖蠹,無疾風不折;墻雖隙,無大雨不壞。萬乘之主,有能服術行法以爲亡徵之君風雨者,其兼天下不難矣!

망할 조짐이란 반드시 망한다는 말이 아니라 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릇 요가 둘이면 서로 왕 노릇 할 수 없고 걸이 둘이면 서로 망하게 할 수 없다. 망하고 왕 노릇 하는 틀은 반드시 그 다스림과 어지러움, 그 강함과 약함이 서로 기울어져 있어야 한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좀이 슬어서요 담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이 있어서다. 그러나 나무가 비록 좀먹었어도 빠른 바람이 없으면 부러지지 않고, 담이 비록 틈이 있어도 큰비가 없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만승의 임금으로 술을 익히고 법을 행하여 망할 조짐이 있는 임금에게 바람과 비가 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천하를 아우르기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