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한비자 › 식사

飾邪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8 · 한자 2,118자 · 낭독 8.5분

「한비자」 식사 「飾邪」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鑿龜數筴,兆曰「大吉」,而以攻燕者,趙也。鑿龜數筴,兆曰「大吉」,而以攻趙者,燕也。劇辛之事燕,無功而社稷危;鄒衍之事燕,無功而國道絶。趙代先得意於燕,後得意於齊,國亂節高,自以爲與秦提衡,非趙龜神而燕龜欺也。趙又嘗鑿龜數筴而北伐燕,將劫燕以逆秦,兆曰「大吉」。始攻大梁而秦出上黨矣,兵至釐而六城拔矣;至陽城,秦拔鄴矣,龐援揄兵而南,則鄣盡矣。臣故曰:趙龜雖無遠見於燕,且宜近見於秦。秦以其「大吉」,辟地有實,救燕有有名。趙以其「大吉」,地削兵辱,主不得意而死。又非秦龜神而趙龜欺也。初時者,魏數年東鄉攻盡陶、衞,數年西鄉以失其國,此非豐隆、五行、太一、王相、攝提、六神、五括、天河、殷搶、歲星數年在西也,又非天缺、弧逆、刑星、熒惑、奎台數年在東也。故曰:龜筴鬼神不足舉勝,左右背鄉不足以專戰。然而恃之,愚莫大焉。

거북을 뚫고 산가지를 세어 조짐이 「크게 길하다」 하여 연나라를 친 것은 조나라다. 거북을 뚫고 산가지를 세어 조짐이 「크게 길하다」 하여 조나라를 친 것은 연나라다. 극신이 연나라를 섬겨 공이 없이 사직이 위태로웠고, 추연이 연나라를 섬겨 공이 없이 나라의 길이 끊겼다. 조나라는 이어 먼저 연나라에서 뜻을 얻고 뒤에 제나라에서 뜻을 얻어, 나라가 어지러운데도 기개가 높아 스스로 진나라와 저울을 맞댄다 여겼으니, 조나라 거북이 신령하고 연나라 거북이 속인 것이 아니다. 조나라가 또 일찍이 거북을 뚫고 산가지를 세어 북으로 연나라를 치며 연나라를 겁박하여 진나라에 맞서려 하였는데 조짐이 「크게 길하다」 하였다. 대량을 치기 시작하자 진나라가 상당으로 나왔고, 군사가 이 땅에 이르자 여섯 성이 뽑혔다. 양성에 이르자 진나라가 업을 뽑았고 방원이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가니 요새가 다 없어졌다. 그러므로 신은 말한다. 조나라 거북이 비록 연나라에 대해 멀리 보지 못하였더라도 진나라에 대해서는 마땅히 가까이 보았어야 한다. 진나라는 그 「크게 길하다」로 땅을 열어 실지를 얻고 연나라를 구한 이름도 얻었다. 조나라는 그 「크게 길하다」로 땅이 깎이고 군사가 욕되었으며 임금이 뜻을 얻지 못한 채 죽었다. 이 또한 진나라 거북이 신령하고 조나라 거북이 속인 것이 아니다. 처음에 위나라가 몇 해 동쪽을 향해 도와 위(衞)를 다 쳤고, 몇 해 서쪽을 향하다가 그 나라를 잃었다. 이는 풍륭·오행·태일·왕상·섭제·육신·오괄·천하·은창·세성이 몇 해 서쪽에 있어서가 아니요, 또 천결·호역·형성·형혹·규대가 몇 해 동쪽에 있어서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거북과 산가지와 귀신은 이김을 들기에 넉넉하지 않고 왼쪽과 오른쪽, 등지고 향함이 싸움을 오로지하기에 넉넉하지 않다 한다. 그런데도 이를 믿으니 어리석음이 이보다 큰 것이 없다.

古者先王盡力於親民,加事於明法。彼法明,則忠臣勸;罰必,則邪臣止。忠勸邪止而地廣主尊者,秦是也;羣臣朋黨比周以隱正道行私曲而地削主卑者,山東是也。亂弱者亡,人之性也;治强者王,古之道也。越王勾踐恃大朋之龜與吳戰而不勝,身臣入宦于吳;反國弃龜,明法親民以報吳,則夫差爲擒。故恃鬼神者慢於法,恃諸侯者危其國。曹恃齊而不聽宋,齊攻荊而宋滅曹。邢恃吳而不聽齊,越伐吳而齊滅邢。許恃荊而不聽魏,荊攻宋而魏滅許。鄭恃魏而不聽韓,魏攻荊而韓滅鄭。今者韓國小而恃大國,主慢而聽秦、魏,恃齊、荊爲用,而小國愈亡。故恃人不足以廣壤,而韓不見也。荊爲攻魏而加兵許、鄢,齊攻任、扈而削魏,不足以存鄭,而韓弗知也。此皆不明其法禁以治其國,恃外以滅其社稷者也。

옛날 선왕은 백성을 친히 하는 데 힘을 다하고 법을 밝히는 데 일을 더하였다. 저 법이 밝으면 충성된 신하가 권해지고 벌이 반드시 행해지면 사악한 신하가 그친다. 충성이 권해지고 사악함이 그쳐 땅이 넓어지고 임금이 높아진 것은 진나라가 그러하고, 뭇 신하가 붕당을 지어 바른 도를 숨기고 사사로이 굽은 것을 행하여 땅이 깎이고 임금이 낮아진 것은 산동의 나라들이 그러하다. 어지럽고 약한 이가 망함은 사람의 성품이요, 다스려지고 강한 이가 왕 노릇 함은 옛 도다. 월왕 구천이 큰 붕새 무늬 거북을 믿고 오나라와 싸웠으나 이기지 못하여 몸소 신하가 되어 오나라에 들어가 부림을 받았다. 나라에 돌아와 거북을 버리고 법을 밝히며 백성을 친히 하여 오나라에 갚으니 부차가 사로잡혔다. 그러므로 귀신을 믿는 이는 법에 게으르고 제후를 믿는 이는 그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조나라가 제나라를 믿고 송나라의 말을 듣지 않으니, 제나라가 초나라를 칠 때 송나라가 조나라를 없앴다. 형나라가 오나라를 믿고 제나라의 말을 듣지 않으니, 월나라가 오나라를 칠 때 제나라가 형나라를 없앴다. 허나라가 초나라를 믿고 위나라의 말을 듣지 않으니, 초나라가 송나라를 칠 때 위나라가 허나라를 없앴다. 정나라가 위나라를 믿고 한나라의 말을 듣지 않으니, 위나라가 초나라를 칠 때 한나라가 정나라를 없앴다. 이제 한나라는 나라가 작으면서 큰 나라를 믿고 임금이 게을러 진나라와 위나라의 말을 들으며 제나라와 초나라를 믿어 쓰이니, 작은 나라가 더욱 망한다. 그러므로 남을 믿는 것은 땅을 넓히기에 넉넉하지 않은데 한나라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초나라가 위나라를 치려고 허와 언에 군사를 더하고 제나라가 임과 호를 쳐 위나라를 깎았어도 정나라를 남기기에 넉넉하지 않았는데 한나라는 이를 알지 못한다. 이는 다 그 법과 금함을 밝혀 그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밖을 믿어 그 사직을 없앤 자들이다.

臣故曰:明於治之數,則國雖小,富;賞罰敬信,民雖寡,强。賞罰無度,國雖大,兵弱者,地非其地,民非其民也。無地無民,堯、舜不能以王,三代不能以强。人主又以過予,人臣又以徒取。舍法律而言先王明君之功者,上任之以國。臣故曰:是願古之功,以古之賞賞今之人也。主以是過予,而臣以此徒取矣。主過予,則臣偷幸;臣徒取,則功不尊。無功者受賞,則財匱而民望;財匱而民望,則民不盡力矣。故用賞過者失民,用刑過者民不畏。有賞不足以勸,有刑不足以禁,則國雖大,必危。

그러므로 신은 말한다. 다스리는 수에 밝으면 나라가 비록 작아도 부유하고, 상벌을 삼가고 미덥게 하면 백성이 비록 적어도 강하다. 상벌에 법도가 없으면 나라가 비록 커도 군사가 약하니, 땅이 제 땅이 아니요 백성이 제 백성이 아니다. 땅이 없고 백성이 없으면 요와 순도 왕 노릇 할 수 없고 삼대도 강해질 수 없다. 임금이 또 지나치게 주고 신하가 또 헛되이 받는다. 법률을 놓고 선왕과 밝은 임금의 공을 말하는 이에게 위에서 나라를 맡긴다. 그러므로 신은 말한다. 이는 옛 공을 바라며 옛날의 상으로 오늘 사람에게 상 주는 것이다. 임금이 이로써 지나치게 주고 신하가 이로써 헛되이 받는다. 임금이 지나치게 주면 신하가 요행을 훔치고, 신하가 헛되이 받으면 공이 높아지지 않는다. 공 없는 이가 상을 받으면 재물이 다하고 백성이 바라며, 재물이 다하고 백성이 바라면 백성이 힘을 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 씀이 지나친 이는 백성을 잃고 형벌 씀이 지나친 이는 백성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상이 있어도 권하기에 넉넉하지 않고 형벌이 있어도 금하기에 넉넉하지 않으면, 나라가 비록 커도 반드시 위태롭다.

故曰:小知不可使謀事,小忠不可使主法。荊恭王與晉厲公戰於鄢陵,荊師敗,恭王傷。酣戰,而司馬子反渴而求飲,其友竪穀陽奉巵酒而進之。子反曰:「去之,此酒也。」竪穀陽曰:「非也。」子反受而飲之。子反爲人嗜酒,甘之,不能絶之於口,醉而臥。恭王欲復戰而謀事,使人召子反,子反辭以心疾。恭王駕而往視之,入幄中,聞酒臭而還,曰:「今日之戰,寡人目親傷。所恃者司馬,司馬又如此,是亡荊國之社稷而不恤吾衆也。寡人無與復戰矣。」罷師而去之,斬子反以爲大戮。故曰:竪穀陽之進酒也,非以端惡子反也,實心以忠愛之,而適足以殺之而已矣。此行小忠而賊大忠者也。故曰:小忠,大忠之賊也。若使小忠主法,則必將赦罪以相愛,是與下安矣,然而妨害於治民者也。

그러므로 이르기를, 작은 슬기로는 일을 꾀하게 할 수 없고 작은 충성으로는 법을 맡게 할 수 없다 한다. 초나라 공왕이 진나라 여공과 언릉에서 싸워 초나라 군사가 패하고 공왕이 다쳤다. 한창 싸울 때 사마 자반이 목이 말라 마실 것을 구하니 그 벗인 시동 곡양이 잔에 술을 받들어 올렸다. 자반이 말하였다. 「치워라, 이는 술이다.」 시동 곡양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자반이 받아 마셨다. 자반의 사람됨이 술을 즐겨 달게 여기면 입에서 끊지 못하니 취하여 누웠다. 공왕이 다시 싸우려고 일을 꾀하며 사람을 시켜 자반을 부르니 자반이 가슴앓이를 핑계 삼았다. 공왕이 수레를 몰아 가 보고 장막 안에 들어갔다가 술 냄새를 맡고 돌아서며 말하였다. 「오늘 싸움에 과인이 눈을 몸소 다쳤다. 믿는 것은 사마인데 사마가 또 이러하니, 이는 초나라의 사직을 망치고 내 무리를 돌보지 않는 것이다. 과인은 더불어 다시 싸울 것이 없다.」 군사를 물려 떠나고 자반을 베어 큰 죽임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시동 곡양이 술을 올림은 자반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참으로 마음으로 충성되이 사랑한 것인데 마침 그를 죽이기에 넉넉하였을 뿐이라 한다. 이는 작은 충성을 행하여 큰 충성을 해친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도적이라 한다. 만약 작은 충성으로 법을 맡게 하면 반드시 서로 사랑하여 죄를 사면할 것이니, 이는 아래와는 편안하나 백성을 다스림에는 해로운 것이다.

當魏之方明《立辟》、從憲令之時,有功者必賞,有罪者必誅,强匡天下,威行四隣;及法慢,妄予,而國日削矣。當趙之方明《國律》、從大軍之時,人衆兵强,辟地齊、燕;及《國律》慢,用者弱,而國日削矣。當燕之方明《奉法》、審官斷之時,東縣齊國,南盡中山之地;及《奉法》已亡,官斷不用,左右交爭,論從其下,則兵弱而地削,國制於隣敵矣。故曰:明法者强,慢法者弱。强弱如是其明矣,而世主弗爲,國亡宜矣。語曰:「家有常業,雖飢不餓;國有常法,雖危不亡。」夫舍常法而從私意,則臣下飾於智能;臣下飾於智能,則法禁不立矣。是妄意之道行,治國之道廢也。治國之道,去害法者,則不惑於智能,不矯於名譽矣。

위나라가 바야흐로 「입벽」을 밝히고 헌령을 좇던 때에는 공 있는 이가 반드시 상 받고 죄 있는 이가 반드시 베어져, 강하여 천하를 바로잡고 위엄이 사방 이웃에 행해졌다. 법이 게을러지고 망령되이 주게 되자 나라가 날로 깎였다. 조나라가 바야흐로 「국률」을 밝히고 큰 군사를 좇던 때에는 사람이 많고 군사가 강하여 제나라와 연나라에서 땅을 열었다. 「국률」이 게을러지고 쓰는 이가 약해지자 나라가 날로 깎였다. 연나라가 바야흐로 「봉법」을 밝히고 벼슬아치의 결단을 살피던 때에는 동으로 제나라를 고을로 삼고 남으로 중산의 땅을 다 얻었다. 「봉법」이 이미 없어지고 벼슬아치의 결단이 쓰이지 않으며 좌우가 서로 다투고 의논이 아래를 좇게 되자, 군사가 약하고 땅이 깎여 나라가 이웃 적에게 제어되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법을 밝히는 이는 강하고 법에 게으른 이는 약하다 한다. 강하고 약함이 이처럼 분명한데 세상 임금이 하지 않으니 나라가 망함이 마땅하다. 옛말에 이르기를 「집에 떳떳한 생업이 있으면 비록 굶주려도 주려 죽지 않고, 나라에 떳떳한 법이 있으면 비록 위태로워도 망하지 않는다」 하였다. 무릇 떳떳한 법을 놓고 사사로운 뜻을 좇으면 신하가 슬기와 능함으로 꾸미고, 신하가 슬기와 능함으로 꾸미면 법과 금함이 서지 않는다. 이는 망령된 뜻의 길이 행해지고 나라 다스리는 길이 폐하는 것이다. 나라 다스리는 길은 법을 해치는 자를 없애는 것이니, 그러면 슬기와 능함에 홀리지 않고 이름과 기림에 굽지 않는다.

昔者舜使吏決鴻水,先令有功而舜殺之;禹朝諸侯之君會稽之上,防風之君後至而禹斬之。以此觀之,先令者殺,後令者斬,則古者先貴如令矣。故鏡埶清而無事,美惡從而比焉;衡埶正而無事,輕重從而載焉。夫揺鏡則不得爲明,揺衡則不得爲正,法之謂也。故先王以道爲常,以法爲本。本治者名尊,本亂者名絶。凡智能明通,有以則行,無以則止。故智能單道,不可傳於人。而道法萬全,智能多失。夫懸衡而知平,設規而知圓,萬全之道也。明主使民飾於道之故,故佚而有功。釋規而任巧,釋法而任智,惑亂之道也。亂主使民飾於智,不知道之故,故勞而無功。釋法禁而聽請謁,羣臣賣官於上,取賞於下,是以利在私家而威在羣臣。

옛날 순이 아전을 시켜 큰물을 트게 하였는데 명령보다 앞서 공을 세운 이를 순이 죽였고, 우가 회계 위에서 제후의 임금들을 조회할 때 방풍의 임금이 늦게 이르자 우가 베었다. 이로써 보면 명령보다 앞선 이는 죽고 명령보다 뒤진 이는 베였으니, 옛날에는 명령대로 함을 먼저 귀히 여긴 것이다. 그러므로 거울은 맑음을 지키고 일이 없어야 아름다움과 추함이 따라 견주어지고, 저울은 바름을 지키고 일이 없어야 가볍고 무거움이 따라 실린다. 무릇 거울을 흔들면 밝을 수 없고 저울을 흔들면 바를 수 없으니 법을 이름이다. 그러므로 선왕은 도를 떳떳함으로 삼고 법을 근본으로 삼았다. 근본이 다스려진 이는 이름이 높고 근본이 어지러운 이는 이름이 끊긴다. 무릇 슬기와 능함이 밝게 통하여도 쓸 데가 있으면 행하고 없으면 그친다. 그러므로 슬기와 능함은 홑진 길이라 남에게 전할 수 없다. 그러나 도와 법은 만에 하나도 온전하고 슬기와 능함은 잃음이 많다. 무릇 저울을 매달아 평평함을 알고 그림쇠를 베풀어 둥근 것을 앎이 만에 하나도 온전한 길이다. 밝은 임금은 백성이 도로 꾸미게 하므로 편안하면서 공이 있다. 그림쇠를 놓고 교묘함에 맡기며 법을 놓고 슬기에 맡김은 홀리고 어지러운 길이다. 어지러운 임금은 백성이 슬기로 꾸미게 하고 도를 알지 못하므로 수고롭되 공이 없다. 법과 금함을 놓고 청탁을 들으면 뭇 신하가 위에 벼슬을 팔고 아래에서 상을 취하니, 이 때문에 이익이 사삿집에 있고 위엄이 뭇 신하에게 있다.

故民無盡力事主之心,而務爲交於上。民好上交,則貨財上流而巧說者用。若是,則有功者愈少。姦臣愈進而材臣退,則主惑而不知所行,民聚而不知所道。此廢法禁、後功勞、舉名譽、聽請謁之失也。凡敗法之人,必設詐託物以來親,又好言天下之所希有,此暴君亂主之所以惑也,人臣賢佐之所以侵也。故人臣稱伊尹、管仲之功,則背法飾智有資;稱比干、子胥之忠而見殺,則疾强諫有辭。夫上稱賢明,下稱暴亂,不可以取類,若是者禁。君之立法,以爲是也,今人臣多立其私智以法爲非者,是邪以智,過法立智。如是者禁,主之道也。

그러므로 백성이 힘을 다해 임금을 섬길 마음이 없고 위와 사귀기에 힘쓴다. 백성이 위와 사귀기를 좋아하면 재물이 위로 흐르고 교묘히 말하는 자가 쓰인다. 이러하면 공 있는 이가 더욱 적어진다. 간사한 신하가 더욱 나아가고 재주 있는 신하가 물러나면, 임금은 홀려 행할 바를 모르고 백성은 모여도 이끌 바를 모른다. 이것이 법과 금함을 폐하고 공로를 뒤로 하며 이름과 기림을 들고 청탁을 듣는 잘못이다. 무릇 법을 무너뜨리는 사람은 반드시 속임을 베풀고 물건에 기대어 친함을 얻으며, 또 천하에 드문 일을 말하기를 좋아하니, 이것이 사나운 임금과 어지러운 임금이 홀리는 까닭이요 신하와 어진 도움이 침노당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신하가 이윤과 관중의 공을 일컬으면 법을 등지고 슬기를 꾸밀 밑천이 생기고, 비간과 오자서의 충성이 죽임을 당하였음을 일컬으면 억지로 간함을 미워할 구실이 생긴다. 무릇 위로는 어질고 밝음을 일컫고 아래로는 사납고 어지러움을 일컬음은 같은 무리로 취할 수 없으니, 이런 것은 금한다. 임금이 법을 세움은 그것이 옳다고 여겨서인데, 이제 신하가 흔히 제 사사로운 슬기를 세워 법을 그르다 하니, 이는 슬기로 사악하게 하고 법을 넘어 슬기를 세우는 것이다. 이런 것을 금함이 임금의 도다.

明主之道,必明於公私之分,明法制,去私恩。夫令必行,禁必止,人主之公義也;必行其私,信於朋友,不可爲賞勸,不可爲罰沮,人臣之私義也。私義行則亂,公義行則治,故公私有分。人臣有私心,有公義。脩身潔白而行公行正,居官無私,人臣之公義也;汙行從欲,安身利家,人臣之私心也。明主在上,則人臣去私心行公義;亂主在上,則人臣去公義行私心。故君臣異心,君以計畜臣,臣以計事君,君臣之交,計也。害身而利國,臣弗爲也;害國而利臣,君不行也。臣之情,害身無利;君之情,害國無親。君臣也者,以計合者也。至夫臨難必死,盡智竭力,爲法爲之。故先王明賞以勸之,嚴刑以威之。賞刑明,則民盡死;民盡死,則兵強主尊。刑賞不察,則民無功而求得,有罪而幸免,則兵弱主卑。故先王賢佐盡力竭智。故曰:公私不可不明,法禁不可不審,先王知之矣。

밝은 임금의 도는 반드시 공과 사의 나뉨에 밝고 법제를 밝히며 사사로운 은혜를 버린다. 무릇 명령이 반드시 행해지고 금함이 반드시 그침은 임금의 공변된 의요, 제 사사로움을 반드시 행하고 벗에게 미더워 상으로 권할 수 없고 벌로 막을 수 없음은 신하의 사사로운 의다. 사사로운 의가 행해지면 어지럽고 공변된 의가 행해지면 다스려지니, 그러므로 공과 사에 나뉨이 있다. 신하에게 사사로운 마음이 있고 공변된 의가 있다. 몸을 닦아 깨끗이 하고 공변되고 바르게 행하며 벼슬에 있어 사사로움이 없음은 신하의 공변된 의요, 행실을 더럽혀 바람을 좇고 제 몸을 편하게 하고 제 집을 이롭게 함은 신하의 사사로운 마음이다. 밝은 임금이 위에 있으면 신하가 사사로운 마음을 버리고 공변된 의를 행하며, 어지러운 임금이 위에 있으면 신하가 공변된 의를 버리고 사사로운 마음을 행한다. 그러므로 임금과 신하는 마음이 다르다. 임금은 셈으로 신하를 기르고 신하는 셈으로 임금을 섬기니, 임금과 신하의 사귐은 셈이다. 몸을 해치고 나라를 이롭게 함은 신하가 하지 않고, 나라를 해치고 신하를 이롭게 함은 임금이 행하지 않는다. 신하의 정은 몸을 해침에 이로움이 없고, 임금의 정은 나라를 해침에 친함이 없다. 임금과 신하란 셈으로 합한 사이다. 어려움에 임하여 반드시 죽고 슬기와 힘을 다함에 이르러서는 법이 그렇게 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왕은 상을 밝혀 권하고 형벌을 엄히 하여 위엄을 세웠다. 상과 형벌이 밝으면 백성이 죽음을 다하고, 백성이 죽음을 다하면 군사가 강하고 임금이 높다. 형벌과 상을 살피지 않으면 백성이 공 없이 얻기를 구하고 죄가 있어도 요행으로 면하려 하니, 군사가 약하고 임금이 낮다. 그러므로 선왕과 어진 도움이 힘과 슬기를 다하였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공과 사를 밝히지 않을 수 없고 법과 금함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하니 선왕이 이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