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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疑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11 · 한자 2,642자 · 낭독 10.6분

「한비자」 세의 「說疑」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凡治之大者,非謂其賞罰之當也。賞無功之人,罰不辜之民,非所謂明也。賞有功,罰有罪,而不失其人,方在於人者也,非能生功止過者也。是故禁姦之法,太上禁其心,其次禁其言,其次禁其事。今世皆曰「尊主安國者必以仁義智能」,而不知卑主危國者之必以仁義智能也。故有道之主,遠仁義,去智能,服之以法。是以譽廣而名威,民治而國安,知用民之法也。凡術也者,主之所執也;法也者,官之所師也。然使郎中日聞道於郎門之外,以至於境内日見法,又非其難者也。

무릇 다스림의 큰 것은 그 상과 벌이 마땅함을 이름이 아니다. 공 없는 사람에게 상 주고 죄 없는 백성을 벌함은 이른바 밝음이 아니다. 공 있는 이에게 상 주고 죄 있는 이를 벌하여 그 사람을 그르치지 않음은 바야흐로 사람에게 달린 것이니, 공을 낳고 허물을 그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간사함을 금하는 법은 가장 위가 그 마음을 금함이요, 그다음이 그 말을 금함이며, 그다음이 그 일을 금함이다. 이제 세상이 다 「임금을 높이고 나라를 편안히 함은 반드시 어짊과 의와 슬기와 능함으로 한다」 하면서, 임금을 낮추고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도 반드시 어짊과 의와 슬기와 능함으로 함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도 있는 임금은 어짊과 의를 멀리하고 슬기와 능함을 버리며 법으로 복종시킨다. 이 때문에 기림이 넓고 이름이 위엄 있으며 백성이 다스려지고 나라가 편안하니, 백성 쓰는 법을 아는 것이다. 무릇 술이란 임금이 잡을 바요 법이란 관청이 스승 삼을 바다. 그러나 낭중이 날마다 낭문 밖에서 도를 듣고 지경 안이 날마다 법을 보게 함은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다.

昔者有扈氏有失度,讙兜氏有孤男,三苗有成駒,桀有侯侈,紂有崇侯虎,晉有優施,此六人者,亡國之臣也。言是如非,言非如是,内險以賊,其外小謹,以徵其善;稱道往古,使良事沮;善禪其主,以集精微,亂之以其所好,此夫郎中左右之類者也。往世之主,有得人而身安國存者,有得人而身危國亡者。得人之名一也,而利害相千萬也,故人主左右不可不慎也。爲人主者誠明於臣之所言,則別賢不肖如黑白矣。

옛날 유호씨에게 실도가 있었고 환두씨에게 고남이 있었으며, 삼묘에 성구가 있었고 걸에게 후치가 있었으며, 주에게 숭후호가 있었고 진나라에 우시가 있었다. 이 여섯 사람은 나라를 망하게 한 신하다. 옳은 것을 그른 듯이 말하고 그른 것을 옳은 듯이 말하며, 안으로는 험하여 해치면서 밖으로는 조금 삼가 그 착함을 나타낸다. 지난 옛일을 일컬어 좋은 일을 막고, 그 임금을 잘 홀려 미세한 정을 모으며, 좋아하는 바로 어지럽히니 이는 낭중과 좌우의 무리다. 지난 세상의 임금 가운데 사람을 얻어 몸이 편안하고 나라가 남은 이가 있고, 사람을 얻어 몸이 위태롭고 나라가 망한 이가 있다. 사람을 얻었다는 이름은 하나인데 이로움과 해로움은 서로 천만이나 다르니, 그러므로 임금은 좌우를 삼가지 않을 수 없다. 임금 된 이가 참으로 신하가 말하는 바에 밝으면 어질고 못남을 가림이 검고 흰 것 같다.

若夫許由、續牙、晉伯陽、秦顛頡、衛僑如、狐不稽、重明、董不識、卞隨、務光、伯夷、叔齊,此十二人者,皆上見利不喜,下臨難不恐,或與之天下而不取,有萃辱之名,則不樂食穀之利。夫見利不喜,上雖厚賞,無以勸之;臨難不恐,上雖嚴刑,無以威之,此之謂不令之民也。此十二人者,或伏死於窟穴,或槁死於草木,或饑餓於山谷,或沉溺於水泉。有民如此,先古聖王皆不能臣,當今之世,將安用之?

저 허유와 속아와 진(晉)나라 백양과 진(秦)나라 전힐과 위나라 교여와 호불계와 중명과 동불식과 변수와 무광과 백이와 숙제 같은 이들, 이 열두 사람은 다 위로 이로움을 보아도 기뻐하지 않고 아래로 어려움에 임하여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혹 천하를 주어도 취하지 않고, 욕된 이름이 있으면 곡식 먹는 이로움을 즐기지 않았다. 무릇 이로움을 보아도 기뻐하지 않으면 위가 비록 두터이 상 주어도 권할 길이 없고, 어려움에 임하여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위가 비록 형벌을 엄히 하여도 위엄을 세울 길이 없으니, 이를 명령하지 못하는 백성이라 한다. 이 열두 사람은 혹 굴에 엎드려 죽고 혹 풀과 나무 사이에서 말라 죽었으며, 혹 산골짜기에서 주려 죽고 혹 물에 빠져 죽었다. 이런 백성이 있으면 옛 성왕도 다 신하로 삼을 수 없었으니 오늘 세상에 장차 어디에 쓰겠는가.

若夫關龍逄、王子比干、隨季梁、陳泄冶、楚申胥、吳子胥,此六人者,皆疾爭強諫以勝其君。言聽事行,則如師徒之勢;一言而不聽,一事而不行,則陵其主以語,待之以其身,雖身死家破,要領不屬,手足異處,不難爲也。如此臣者,先古聖王皆不能忍也,當今之時,將安用之?

저 관용봉과 왕자 비간과 수나라 계량과 진나라 설야와 초나라 신서와 오나라 오자서 같은 이들, 이 여섯 사람은 다 급히 다투고 억지로 간하여 그 임금을 이기려 하였다. 말이 들리고 일이 행해지면 스승과 제자의 형세 같고, 한마디가 들리지 않고 한 가지 일이 행해지지 않으면 말로 그 임금을 능멸하고 제 몸으로 맞서, 비록 몸이 죽고 집이 깨지며 허리와 목이 이어지지 않고 손발이 다른 데 놓여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신하는 옛 성왕도 다 참을 수 없었으니 오늘날에 장차 어디에 쓰겠는가.

若夫齊田恆、宋子罕、魯季孫意如、晉僑如、衛子南勁、鄭太宰欣、楚白公、周單荼、燕子之,此九人者之爲其臣也,皆朋黨比周以事其君,隱正道而行私曲,上偪君,下亂治,援外以撓内,親下以謀上,不難爲也。如此臣者,唯聖王智主能禁之,若夫昏亂之君,能見之乎?

저 제나라 전항과 송나라 자한과 노나라 계손의여와 진나라 교여와 위나라 자남경과 정나라 태재 흔과 초나라 백공과 주나라 단도와 연나라 자지 같은 이들, 이 아홉 사람이 신하 노릇 함은 다 붕당을 지어 그 임금을 섬기며, 바른 도를 숨기고 사사로이 굽은 것을 행하여 위로 임금을 다그치고 아래로 다스림을 어지럽히며, 밖을 끌어 안을 흔들고 아래를 친히 하여 위를 꾀하기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신하는 오직 성스러운 왕과 슬기로운 임금만이 금할 수 있으니, 저 어둡고 어지러운 임금이 볼 수 있겠는가.

若夫后稷、臯陶、伊尹、周公旦、太公望、管仲、隰朋、百里奚、蹇叔、舅犯、趙衰、范蠡、大夫種、逢同、華登,此十五人者爲其臣也,皆夙興夜寐,卑身賤躰,竦心白意;明刑辟、治官職以事其君,進善言、通道法而不敢矜其善,有成功立事而不敢伐其勞;不難破家以便國,殺身以安主,以其主爲高天泰山之尊,而以其身爲壑谷鬴洧之卑;主有明名廣譽於國,而身不難受壑谷鬴洧之卑。如此臣者,雖當昏亂之主尚可致功,況於顯明之主乎?此謂霸王之佐也。

저 후직과 고요와 이윤과 주공 단과 태공망과 관중과 습붕과 백리해와 건숙과 구범과 조쇠와 범려와 대부 종과 봉동과 화등 같은 이들, 이 열다섯 사람이 신하 노릇 함은 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며 몸을 낮추고 자신을 천히 하고 마음을 곧추세워 뜻을 깨끗이 하였다. 형벌을 밝히고 관직을 다스려 그 임금을 섬기며, 좋은 말을 올리고 도와 법을 통하게 하되 감히 그 착함을 뽐내지 않고, 공을 이루고 일을 세워도 감히 그 수고를 자랑하지 않았다. 나라를 편하게 하기 위해 집을 깨뜨리고 임금을 편안히 하기 위해 몸을 죽이기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며, 그 임금을 높은 하늘과 태산의 높음으로 삼고 제 몸을 골짜기와 웅덩이의 낮음으로 삼았다. 임금에게는 밝은 이름과 넓은 기림이 나라에 있게 하면서 제 몸은 골짜기와 웅덩이의 낮음을 받기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신하는 비록 어둡고 어지러운 임금을 만나도 오히려 공을 이룰 수 있는데 하물며 드러나고 밝은 임금이겠는가. 이를 패왕의 도움이라 한다.

若夫周滑之、鄭王孫申、陳公孫寧、儀行父、荊芋尹申亥、隨少師、越種干、吳王孫頟、晉陽成泄、齊竪刁、易牙,此十二人者之爲其臣也,皆思小利而忘法義,進則揜蔽賢良以陰闇其主,退則撓亂百官而爲禍難;皆輔其君,共其欲,苟得一說於王,雖破國殺衆,不難爲也。有臣如此,雖當聖王尚恐奪之,而況昏亂之君,其能無失乎?有臣如此者,皆身死國亡,爲天下笑。故周威公身殺,國分爲二;鄭子陽身殺,國分爲三;陳靈公身死於夏徵舒氏;荊靈王死於乾谿之上;隨亡於荊;吳并於越;知伯滅於晉陽之下;桓公身死七日不收。故曰:諂諛之臣,唯聖王知之,而亂主近之,故至身死國亡。

저 주나라 골지와 정나라 왕손신과 진(陳)나라 공손녕과 의행보와 초나라 우윤 신해와 수나라 소사와 월나라 종간과 오나라 왕손악과 진(晉)나라 양성설과 제나라 수조와 역아 같은 이들, 이 열두 사람이 신하 노릇 함은 다 작은 이익을 생각하고 법과 의를 잊어, 나아가서는 어질고 좋은 이를 가려 그 임금을 어둡게 하고 물러나서는 백관을 흔들어 어지럽혀 화와 어려움을 만들었다. 다 그 임금을 도와 그 바람을 함께하며, 구차히 왕에게 한 번 기쁨을 얻으면 비록 나라를 깨뜨리고 무리를 죽여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신하가 있으면 비록 성스러운 왕을 만나도 오히려 빼앗길까 두려운데, 하물며 어둡고 어지러운 임금이 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신하를 둔 이는 다 몸이 죽고 나라가 망하여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므로 주나라 위공은 몸이 죽고 나라가 둘로 나뉘었으며, 정나라 자양은 몸이 죽고 나라가 셋으로 나뉘었고, 진(陳)나라 영공은 하징서씨에게 죽었으며, 초나라 영왕은 건계 가에서 죽었고, 수나라는 초나라에 망하였으며, 오나라는 월나라에 아울러졌고, 지백은 진양 아래서 없어졌으며, 환공은 몸이 죽어 이레가 되도록 거두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아첨하는 신하는 오직 성스러운 왕만이 알아보고 어지러운 임금은 가까이하므로 몸이 죽고 나라가 망함에 이른다 한다.

聖王明君則不然,内舉不避親,外舉不避讎。是在焉,從而舉之;非在焉,從而罰之。是以賢良遂進而姦邪並退,故一舉而能服諸侯。其在記曰:堯有丹朱,而舜有商均,啓有五觀,商有太甲,武王有管、蔡。五王之所誅者,皆父兄子弟之親也,而所殺亡其身、殘破其家者何也?以其害國傷民敗法類也。觀其所舉,或在山林藪澤巖穴之間,或在囹圄緤紲纏索之中,或在割烹芻牧飯牛之事。然明主不羞其卑賤也,以其能爲可以明法,便國利民,從而舉之,身安名尊。

성스러운 왕과 밝은 임금은 그렇지 않다. 안으로 들 때 친함을 피하지 않고 밖으로 들 때 원수를 피하지 않는다. 옳음이 거기 있으면 좇아 들고 그름이 거기 있으면 좇아 벌한다. 이 때문에 어질고 좋은 이가 마침내 나아가고 간사하고 사악한 이가 아울러 물러나므로, 한 번 들어 제후를 복종시킬 수 있다. 기록에 이르기를, 요에게 단주가 있고 순에게 상균이 있으며 계에게 오관이 있고 상나라에 태갑이 있으며 무왕에게 관숙과 채숙이 있었다 한다. 다섯 왕이 벤 이는 다 아비와 형과 아들과 아우의 친함인데, 그 몸을 죽여 없애고 그 집을 헐어 깨뜨린 까닭이 무엇인가. 그들이 나라를 해치고 백성을 상하게 하며 법의 무리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 들어 쓴 이들을 보면 혹 산림과 늪과 못과 바위굴 사이에 있었고, 혹 옥에 갇혀 밧줄에 묶여 있었으며, 혹 고기를 베고 삶고 꼴을 먹이고 소를 치는 일에 있었다. 그러나 밝은 임금은 그 낮고 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니, 그 능함이 법을 밝히고 나라를 편하게 하며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다 하여 좇아 들었으므로 몸이 편안하고 이름이 높았다.

亂主則不然,不知其臣之意行,而任之以國,故小之名卑地削,大之國亡身死,不明於用臣也。無數以度其臣者,必以其衆人之口斷之。衆之所譽,從而悅之;衆之所非,從而憎之。故爲人臣者破家殘賥,内搆黨與、外接巷族以爲譽,從陰約結以相固也,虚相與爵祿以相勸也。曰:「與我者將利之,不與我者將害之。」衆貪其利,劫其威:「彼誠喜,則能利己;忌怒,則能害己。」衆歸而民留之,以譽盈於國,發聞於主。主不能理其情,因以爲賢。彼又使譎詐之士,外假爲諸侯之寵使,假之以輿馬,信之以瑞節,鎮之以辭令,資之以幣帛,使諸侯淫說其主,微挾私而公議。所爲使者,異國之主也;所爲談者,左右之人也。主說其言而辯其辭,以此人者天下之賢士也。内外之於左右,其諷一而語同。大者不難卑身尊位以下之,小者高爵重祿以利之。夫姦人之爵祿重而黨與彌衆,又有姦邪之意,則姦臣愈反而說之,曰:「古之所謂聖君明王者,非長幼世及以次序也;以其搆黨與,聚巷族,偪上弑君而求其利也。」彼曰:「何知其然也?」因曰:「舜偪堯,禹偪舜,湯放桀,武王伐紂。此四王者,人臣弑其君者也,而天下譽之。察四王之情,貪得之意也;度其行,暴亂之兵也。然四王自廣措也,而天下稱大焉;自顯名也,而天下稱明焉。則威足以臨天下,利足以蓋世,天下從之。」又曰:「以今時之所聞,田成子取齊,司城子罕取宋,太宰欣取鄭,單氏取周,易牙之取衛,韓、魏、趙三子分晉,此八人者,臣之弑其君者也。」姦臣聞此,蹷然舉耳以爲是也。故内搆黨與,外攄巷族,觀時發事,一舉而取國家。且夫内以黨與劫弑其君,外以諸侯之權矯易其國,隱正道,持私曲,上禁君,下撓治者,不可勝數也。是何也?則不明於擇臣也。記曰:「周宣王以來,亡國數十,其臣弑其君而取國者衆矣。」然則難之從内起與從外作者相半也。能一盡其民力,破國殺身者,尚皆賢主也。若夫轉身易位,全衆傳國,最其病也。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다. 그 신하의 뜻과 행실을 알지 못하고 나라를 맡기므로, 작게는 이름이 낮아지고 땅이 깎이며 크게는 나라가 망하고 몸이 죽으니 신하 쓰기에 밝지 못해서다. 그 신하를 잴 수가 없는 이는 반드시 뭇사람의 입으로 결단한다. 무리가 기리는 바를 좇아 기뻐하고 무리가 그르다 하는 바를 좇아 미워한다. 그러므로 신하 된 이가 집을 깨뜨리고 재물을 축내어 안으로 붕당을 얽고 밖으로 마을 무리와 사귀어 기림을 만들며, 몰래 약속을 맺어 서로 굳히고 헛되이 서로 작위와 녹을 준다며 서로 권한다. 말하기를 「나와 함께하는 이는 이롭게 하고 나와 함께하지 않는 이는 해롭게 하겠다」 한다. 무리가 그 이로움을 탐하고 그 위엄에 겁내어 「저가 참으로 기뻐하면 나를 이롭게 할 수 있고 꺼려 노하면 나를 해칠 수 있다」 한다. 무리가 돌아가고 백성이 머무르며 기림이 나라에 가득하여 임금에게 들린다. 임금이 그 실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어 어질다 여긴다. 저가 또 속임수 있는 선비를 시켜 밖으로 제후의 사랑받는 사신인 척하게 하고, 수레와 말을 빌려 주며 부절로 미덥게 하고 말로 눌러 주며 폐백으로 밑천을 대어, 제후가 그 임금에게 넘치게 말하되 슬며시 사사로움을 끼고 공변된 의논인 척하게 한다. 사신이라 한 이는 다른 나라의 임금이라 하고, 말한 이는 좌우의 사람이다. 임금이 그 말을 기뻐하고 그 말솜씨를 좋다 하여 이 사람이 천하의 어진 선비라 여긴다. 안팎이 좌우에 대하여 그 넌지시 함이 하나요 말이 같다. 크게는 몸을 낮추고 자리를 높여 그에게 낮추기를 어려워하지 않고, 작게는 높은 작위와 무거운 녹으로 이롭게 한다. 무릇 간사한 사람의 작위와 녹이 무거워지고 붕당이 더욱 많아지며 또 간사하고 사악한 뜻이 있으면, 간사한 신하가 더욱 돌아서 말하기를 「옛날 이른바 성스러운 임금과 밝은 왕이라는 이들은 나이 차례와 대를 이음으로 된 것이 아니라, 붕당을 얽고 마을 무리를 모아 위를 다그치고 임금을 죽여 그 이로움을 구한 것이다」 한다. 저가 「무엇으로 그러함을 아는가」 하면, 이어 말하기를 「순이 요를 다그치고 우가 순을 다그쳤으며 탕이 걸을 내치고 무왕이 주를 쳤다. 이 네 왕은 신하로서 그 임금을 죽인 이들인데 천하가 기린다. 네 왕의 정을 살피면 얻기를 탐한 뜻이요, 그 행실을 재면 사납고 어지러운 군사다. 그러나 네 왕이 스스로 넓게 두었는데 천하가 크다 일컫고, 스스로 이름을 드러냈는데 천하가 밝다 일컬었다. 그러면 위엄이 천하에 임하기에 넉넉하고 이로움이 세상을 덮기에 넉넉하니 천하가 따른다」 한다. 또 말하기를 「오늘날 들리는 바로는 전성자가 제나라를 취하고 사성 자한이 송나라를 취하며, 태재 흔이 정나라를 취하고 단씨가 주나라를 취하며, 역아가 위나라를 취하고 한씨와 위씨와 조씨 세 사람이 진나라를 나누었으니, 이 여덟 사람은 신하로서 그 임금을 죽인 이들이다」 한다. 간사한 신하가 이를 듣고 벌떡 귀를 세워 옳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안으로 붕당을 얽고 밖으로 마을 무리를 펴며 때를 보아 일을 일으켜 한 번 들어 나라를 취한다. 또 무릇 안으로 붕당으로 그 임금을 겁박하고 죽이며 밖으로 제후의 권세로 그 나라를 굽혀 바꾸고, 바른 도를 숨기고 사사로이 굽은 것을 지니며 위로 임금을 금하고 아래로 다스림을 흔드는 이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는 어째서인가. 신하 고르기에 밝지 못해서다. 기록에 이르기를 「주나라 선왕 이래로 망한 나라가 수십이요 그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나라를 취한 이가 많다」 하였다. 그러면 어려움이 안에서 일어남과 밖에서 일어남이 반반이다. 한 번 그 백성의 힘을 다하여 나라를 깨뜨리고 몸을 죽인 이는 오히려 다 어진 임금이다. 저 몸을 굴리고 자리를 바꾸며 무리를 온전히 하고 나라를 넘겨줌이 가장 큰 병이다.

爲人主者,誠明於臣之所言,則雖罼弋馳騁,撞鐘舞女,國猶且存也;不明臣之所言,雖節儉勤勞,布衣惡食,國猶自亡也。趙之先君敬侯,不修德行,而好縱慾,適身體之所安,耳目之所樂,冬日罼弋,夏浮淫,爲長夜,數日不廢御觴,不能飲者以筩灌其口,進退不肅、應對不恭者斬於前。故居處飲食如此其不節也,制刑殺戮如此其無度也,然敬侯享國數十年,兵不頓於敵國,地不虧於四鄰,内無羣臣百官之亂,外無諸侯鄰國之患,明於所以任臣也。燕君子噲,邵公奭之後也,地方數千里,持戟數十萬,不安子女之樂,不聽鐘石之聲,内不堙汙池臺榭,外不罼弋田獵,又親操耒耨以修畎畝。子噲之苦身以憂民如此其甚也,雖古之所謂聖王明君者,其勤身而憂世不甚於此矣。然而子噲身死國亡,奪於子之,而天下笑之。此其何故也?不明乎所以任臣也。

임금 된 이가 참으로 신하가 말하는 바에 밝으면, 비록 그물질하고 주살질하며 말을 달리고 종을 치며 여자를 춤추게 하여도 나라가 오히려 남는다. 신하가 말하는 바에 밝지 못하면, 비록 절제하고 검소하며 부지런히 수고하고 베옷에 거친 밥을 먹어도 나라가 오히려 절로 망한다. 조나라의 앞 임금 경후는 덕행을 닦지 않고 바람 좇기를 좋아하여 몸이 편안한 바와 귀와 눈이 즐거운 바에 맞추었다. 겨울날에는 그물질하고 주살질하며 여름에는 물놀이에 빠지고 긴 밤 잔치를 벌여 며칠씩 술잔을 물리지 않았으며, 마시지 못하는 이는 대롱으로 그 입에 부었고 나아가고 물러남이 엄숙하지 않거나 응대가 공손하지 않은 이는 앞에서 베었다. 그러므로 거처와 먹고 마심이 이처럼 절제 없고 형벌과 죽임을 제어함이 이처럼 법도가 없었는데도, 경후가 나라를 누린 것이 수십 년이요 군사가 적국에 무디지 않고 땅이 사방 이웃에 이지러지지 않았으며, 안으로 뭇 신하와 백관의 어지러움이 없고 밖으로 제후와 이웃 나라의 근심이 없었으니, 신하에게 맡기는 법에 밝아서다. 연나라 임금 자쾌는 소공 석의 뒤인데 땅이 사방 수천 리요 창을 든 군사가 수십만이었다. 여자와 자식의 즐거움에 편안해하지 않고 종과 경쇠의 소리를 듣지 않았으며, 안으로 못과 대와 정자를 파고 쌓지 않고 밖으로 그물질과 사냥을 하지 않으며, 또 몸소 쟁기와 호미를 잡고 밭이랑을 닦았다. 자쾌가 몸을 괴롭히며 백성을 근심함이 이처럼 심하였으니, 비록 옛 이른바 성스러운 왕과 밝은 임금이라도 몸을 부지런히 하고 세상을 근심함이 이보다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쾌는 몸이 죽고 나라가 망하여 자지에게 빼앗기고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는 그 무슨 까닭인가. 신하에게 맡기는 법에 밝지 못해서다.

故曰:人臣有五姦,而主不知也。爲人臣者,有侈用財貨賂以取譽者,有務慶賞賜予以移衆者,有務朋黨徇智尊士以擅逞者,有務解免赦罪獄以事威者,有務奉下直曲、怪言、偉服、瑰稱以眩民耳目者。此五者,明君之所疑也,而聖主之所禁也。去此五者,則譟詐之人不敢北面立談,文言多、實行寡而不當法者不敢誣情以談說。是以羣臣居則修身,動則任力,非上之令不敢擅作疾言誣事,此聖王之所以牧臣下也。彼聖主明君,不適疑物以闚其臣也。見疑物而無反者,天下鮮矣。故曰:孽有擬適之子,配有擬妻之妾,廷有擬相之臣,臣有擬主之寵,此四者,國之所危也。故曰:内寵並后,外寵貳政,枝子配適,大臣擬主,亂之道也。故《周記》曰:「無尊妾而卑妻,無孽適子而尊小枝,無尊嬖臣而匹上卿,無尊大臣以擬其主也。」四擬者破,則上無意、下無怪也;四擬不破,則隕身滅國矣。

그러므로 이르기를, 신하에게 다섯 가지 간사함이 있는데 임금이 알지 못한다 한다. 신하 된 이 가운데 재물과 뇌물을 사치스럽게 써서 기림을 취하는 이가 있고, 경사와 상과 내려 줌에 힘써 무리를 옮기는 이가 있으며, 붕당에 힘쓰고 슬기로운 이를 좇고 선비를 높여 제 마음대로 하는 이가 있고, 죄와 옥사를 풀고 면하고 사면하기에 힘써 위엄을 삼는 이가 있으며, 아래를 받들고 굽은 것을 곧다 하며 괴이한 말과 이상한 옷과 기이한 일컬음으로 백성의 귀와 눈을 아찔하게 하는 이가 있다. 이 다섯은 밝은 임금이 의심하는 바요 성스러운 임금이 금하는 바다. 이 다섯을 없애면 시끄럽게 속이는 사람이 감히 북면하여 서서 말하지 못하고, 꾸민 말이 많고 실지 행실이 적어 법에 맞지 않는 이가 감히 실정을 속여 말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뭇 신하가 있으면 몸을 닦고 움직이면 힘에 맡기며, 위의 명령이 아니면 감히 멋대로 급한 말을 짓고 일을 속이지 못하니, 이것이 성스러운 왕이 신하를 기르는 까닭이다. 저 성스러운 임금과 밝은 임금은 의심스러운 것을 맞추어 그 신하를 엿보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것을 보고 뒤집지 않는 이는 천하에 드물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서자에 적자에 견주는 아들이 있고 짝에 아내에 견주는 첩이 있으며, 조정에 재상에 견주는 신하가 있고 신하에 임금에 견주는 사랑이 있으니, 이 넷은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바라 한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안의 사랑이 후비와 나란하고 밖의 사랑이 정사를 둘로 하며, 곁가지 아들이 적자와 짝하고 대신이 임금에 견줌은 어지러움의 길이라 한다. 그러므로 「주기」에 이르기를 「첩을 높이고 아내를 낮추지 말며, 적자를 서자 취급하고 작은 곁가지를 높이지 말며, 사랑하는 신하를 높여 상경과 짝하게 하지 말며, 대신을 높여 그 임금에 견주게 하지 말라」 하였다. 네 가지 견줌이 깨지면 위에 다른 뜻이 없고 아래에 괴이함이 없으며, 네 가지 견줌이 깨지지 않으면 몸이 떨어지고 나라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