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한비자 › 충효

忠孝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6 · 한자 1,419자 · 낭독 5.7분

「한비자」 충효 「忠孝」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天下皆以孝悌忠順之道爲是也,而莫知察孝悌忠順之道而審行之,是以天下亂。皆以堯舜之道爲是而法之,是以有弑君,有曲於父。堯、舜、湯、武或反君臣之義,亂後世之教者也。堯爲人君而君其臣,舜爲人臣而臣其君,湯、武爲人臣而弑其主、刑其尸,而天下譽之,此天下所以至今不治者也。夫所謂明君者,能畜其臣者也;所謂賢臣者,能明法辟、治官職以戴其君者也。今堯自以爲明而不能以畜舜,舜自以爲賢而不能以戴堯,湯、武自以爲義而弑其君長,此明君且常與而賢臣且常取也。故至今爲人子者有取其父之家,爲人臣者有取其君之國者矣。父而讓子,君而讓臣,此非所以定位一教之道也。臣之所聞曰:「臣事君,子事父,妻事夫。三者順則天下治,三者逆則天下亂,此天下之常道也。」明王賢臣而弗易也,則人主雖不肖,臣不敢侵也。今夫上賢任智無常,逆道也,而天下常以爲治。是故田氏奪呂氏於齊,戴氏奪子氏於宋。此皆賢且智也,豈愚且不肖乎?是廢常上賢則亂,舍法任智則危。故曰:上法而不上賢。

천하가 다 효도와 공경과 충성과 순함의 도를 옳다 하면서, 효도와 공경과 충성과 순함의 도를 살펴 자세히 행할 줄 모르니 이 때문에 천하가 어지럽다. 다 요와 순의 도를 옳다 하여 본받으니 이 때문에 임금을 죽이는 일이 있고 아비에게 굽는 일이 있다. 요와 순과 탕과 무왕은 혹 임금과 신하의 의를 뒤집어 후세의 가르침을 어지럽힌 이들이다. 요는 임금이면서 그 신하를 임금으로 삼았고 순은 신하이면서 그 임금을 신하로 삼았으며, 탕과 무왕은 신하이면서 그 임금을 죽이고 그 주검을 형벌하였는데 천하가 기리니, 이것이 천하가 오늘까지 다스려지지 않는 까닭이다. 무릇 이른바 밝은 임금이란 그 신하를 기를 수 있는 이요, 이른바 어진 신하란 법을 밝히고 관직을 다스려 그 임금을 받드는 이다. 이제 요가 스스로 밝다 하면서 순을 기르지 못하였고 순이 스스로 어질다 하면서 요를 받들지 못하였으며, 탕과 무왕이 스스로 의롭다 하면서 그 임금을 죽였으니, 이는 밝은 임금이 늘 주고 어진 신하가 늘 취함이다. 그러므로 오늘까지 남의 자식 된 이가 제 아비의 집을 취하는 일이 있고 남의 신하 된 이가 제 임금의 나라를 취하는 일이 있다. 아비가 자식에게 사양하고 임금이 신하에게 사양함은 자리를 정하고 가르침을 하나로 하는 길이 아니다. 신이 들은 바에 이르기를 「신하는 임금을 섬기고 자식은 아비를 섬기며 아내는 지아비를 섬긴다. 셋이 순하면 천하가 다스려지고 셋이 거스르면 천하가 어지러우니 이는 천하의 떳떳한 도다」 하였다. 밝은 왕과 어진 신하도 이를 바꾸지 않으니, 그러면 임금이 비록 못나도 신하가 감히 침노하지 못한다. 이제 어진 이를 높이고 슬기에 맡김에 떳떳함이 없으니 도를 거스르는 것인데 천하가 늘 다스림이라 여긴다. 이 때문에 전씨가 제나라에서 여씨를 빼앗고 대씨가 송나라에서 자씨를 빼앗았다. 이들은 다 어질고 또 슬기로웠으니 어찌 어리석고 못났겠는가. 이는 떳떳함을 폐하고 어진 이를 높이면 어지럽고 법을 놓고 슬기에 맡기면 위태롭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법을 높이고 어진 이를 높이지 않는다 한다.

記曰:「舜見瞽瞍,其容造焉。孔子曰:『當是時也,危哉,天下岌岌!有道者,父固不得而子,君固不得而臣也。』」臣曰:孔子本未知孝悌忠順之道也。然則有道者,進不爲主臣,退不爲父子耶?父之所以欲有賢子者,家貧則富之,父苦則樂之;君之所以欲有賢臣者,國亂則治之,主卑則尊之。今有賢子而不爲父,則父之處家也苦;有賢臣而不爲君,則君之處位也危。然則父有賢子,君有賢臣,適足以爲害耳,豈得利焉哉?所謂忠臣,不危其君;孝子,不非其親。今舜以賢取君之國,而湯、武以義放弑其君,此皆以賢而危主者也,而天下賢之。古之烈士,進不臣君,退不爲家,是進則非其君,退則非其親者也。且夫進不臣君,退不爲家,亂世絶嗣之道也。

기록에 이르기를 「순이 고수를 뵐 때 그 모습이 어려웠다. 공자가 말하기를 『이때에 위태롭구나, 천하가 아슬아슬하였다! 도 있는 이는 아비가 본디 자식으로 삼을 수 없고 임금이 본디 신하로 삼을 수 없다』 하였다」 한다. 신은 말한다. 공자는 본디 효도와 공경과 충성과 순함의 도를 알지 못하였다. 그러면 도 있는 이는 나아가 임금의 신하가 되지 않고 물러나 아비의 자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아비가 어진 자식을 두고자 하는 까닭은 집이 가난하면 부유하게 하고 아비가 괴로우면 즐겁게 하려 함이요, 임금이 어진 신하를 두고자 하는 까닭은 나라가 어지러우면 다스리고 임금이 낮으면 높이려 함이다. 이제 어진 자식이 있어도 아비를 위하지 않으면 아비가 집에 처함이 괴롭고, 어진 신하가 있어도 임금을 위하지 않으면 임금이 자리에 처함이 위태롭다. 그러면 아비에게 어진 자식이 있고 임금에게 어진 신하가 있음이 마침 해가 되기에 넉넉할 뿐이니 어찌 이로움을 얻겠는가. 이른바 충성된 신하는 그 임금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 효자는 그 어버이를 그르다 하지 않는다. 이제 순은 어짊으로 임금의 나라를 취하였고 탕과 무왕은 의로 그 임금을 내치고 죽였으니, 이는 다 어짊으로 임금을 위태롭게 한 이들인데 천하가 어질다 한다. 옛 열사는 나아가 임금에게 신하 노릇 하지 않고 물러나 집을 위하지 않았으니, 이는 나아가 그 임금을 그르다 하고 물러나 그 어버이를 그르다 함이다. 또 무릇 나아가 임금에게 신하 노릇 하지 않고 물러나 집을 위하지 않음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대를 끊는 길이다.

是故賢堯、舜、湯、武而是烈士,天下之亂術也。瞽瞍爲舜父而舜放之,象爲舜弟而殺之。放父殺弟,不可謂仁;妻帝二女而取天下,不可謂義。仁義無有,不可謂明。《詩》云:「普天之下,莫非王土;率土之濵,莫非王臣。」信若《詩》之言也,是舜出則臣其君,入則臣其父,妾其母,妻其主女也。故烈士内不爲家,亂世絶嗣,而外矯於君,朽骨爛肉,施於土地,流於川谷,不避蹈水火。使天下從而效之,是天下徧死而願夭也。此皆釋世而不治是也。世之所爲烈士者,離衆獨行,取異於人,爲恬淡之學而理恍惚之言。臣以爲恬淡,無用之教也;恍惚,無法之言也。言出於無法,教出於無用者,天下謂之察。臣以爲人生必事君養親,事君養親不可以恬淡;治人必以言論忠信法術,言論忠信法術不可以恍惚。恍惚之言,恬淡之學,天下之惑術也。孝子之事父也,非競取父之家也;忠臣之事君也,非競取君之國也。

이 때문에 요와 순과 탕과 무왕을 어질다 하고 열사를 옳다 함은 천하를 어지럽히는 술이다. 고수는 순의 아비인데 순이 내쳤고 상은 순의 아우인데 죽였다. 아비를 내치고 아우를 죽임은 어질다 이를 수 없고, 제왕의 두 딸을 아내로 삼아 천하를 취함은 의롭다 이를 수 없다. 어짊과 의가 있지 않으니 밝다 이를 수 없다. 「시」에 이르기를 「넓은 하늘 아래 왕의 땅 아닌 데가 없고 온 땅 물가에 왕의 신하 아닌 이가 없다」 하였다. 참으로 「시」의 말과 같다면 이는 순이 나가서는 그 임금을 신하로 삼고 들어와서는 그 아비를 신하로 삼으며 그 어미를 첩으로 삼고 그 임금의 딸을 아내로 삼은 것이다. 그러므로 열사가 안으로 집을 위하지 않아 세상을 어지럽히고 대를 끊으며, 밖으로 임금에게 뻗대어 뼈가 썩고 살이 문드러져 땅에 뿌려지고 내와 골짜기에 흘러도 물과 불 밟기를 피하지 않는다. 천하로 하여금 좇아 본받게 하면 이는 천하가 두루 죽고 일찍 죽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다 세상을 놓아두고 다스리지 않음을 옳다 함이다. 세상이 열사라 하는 이들은 무리를 떠나 홀로 행하고 남과 다름을 취하며, 담담한 배움을 하고 어슴푸레한 말을 다스린다. 신은 담담함이 쓸모없는 가르침이요 어슴푸레함이 법 없는 말이라 여긴다. 말이 법 없음에서 나오고 가르침이 쓸모없음에서 나오는 것을 천하가 살핌이라 한다. 신은 사람의 삶이 반드시 임금을 섬기고 어버이를 봉양하는 것이니 임금을 섬기고 어버이를 봉양함은 담담함으로 할 수 없고, 사람을 다스림은 반드시 말과 논함과 충성과 믿음과 법과 술로 하는 것이니 말과 논함과 충성과 믿음과 법과 술은 어슴푸레함으로 할 수 없다고 여긴다. 어슴푸레한 말과 담담한 배움은 천하를 홀리는 술이다. 효자가 아비를 섬김은 아비의 집을 다투어 취함이 아니요, 충성된 신하가 임금을 섬김은 임금의 나라를 다투어 취함이 아니다.

夫爲人子而常譽他人之親曰「某子之親,夜寢早起,强力生財以養子孫臣妾」,是誹謗其親者也。爲人臣常譽先王之德厚而願之,是誹謗其君者也。非其親者知謂之不孝,而非其君者天下皆賢之,此所以亂也。故人臣毋稱堯、舜之賢,毋譽湯、武之伐,毋言烈士之高,盡力守法,專心於事主者爲忠臣。

무릇 남의 자식이 되어 늘 남의 어버이를 기려 「아무개의 어버이는 밤에 자고 일찍 일어나 힘써 재물을 낳아 자손과 종을 기른다」 하면 이는 제 어버이를 헐뜯는 것이다. 남의 신하가 되어 늘 선왕의 덕이 두터움을 기리고 그것을 바라면 이는 제 임금을 헐뜯는 것이다. 제 어버이를 그르다 하는 이를 효도하지 않는다 할 줄 알면서, 제 임금을 그르다 하는 이를 천하가 다 어질다 하니 이것이 어지러운 까닭이다. 그러므로 신하는 요와 순의 어짊을 일컫지 말고 탕과 무왕의 침을 기리지 말며 열사의 높음을 말하지 말고, 힘을 다해 법을 지키며 마음을 오로지하여 임금을 섬기는 이가 충성된 신하다.

古者黔首悗密惷愚,故可以虚名取也。今民儇詗智慧,欲自用,不聽上。上必且勸之以賞,然後可進;又且畏之以罰,然後不敢退。而世皆曰:「許由讓天下,賞不足以勸;盜跖犯刑赴難,罰不足以禁。」臣曰:「未有天下而無以天下爲者,許由是也;已有天下而無以天下爲者,堯、舜是也。毁廉求財,犯刑趨利,忘身之死者,盜跖是也。此二者,殆物也。治國用民之道也,不以此二者爲量。治也者,治常者也;道也者,道常者也。殆物妙言,治之害也。天下太上之士,不可以賞勸也;天下太下之士,不可以刑禁也。然爲太上士不設賞,爲太下士不設刑,則治國用民之道失矣。

옛날 백성은 어리숙하고 어리석었으므로 헛된 이름으로 취할 수 있었다. 이제 백성은 약고 슬기로워 스스로 쓰려 하고 위의 말을 듣지 않는다. 위가 반드시 상으로 권한 뒤에야 나아가게 할 수 있고, 또 벌로 두렵게 한 뒤에야 감히 물러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세상이 다 말하기를 「허유는 천하를 사양하였으니 상으로 권하기에 넉넉하지 않고, 도척은 형벌을 범하고 어려움으로 달려갔으니 벌로 금하기에 넉넉하지 않다」 한다. 신은 말한다. 천하를 갖지 않았으면서 천하로 삼을 것이 없는 이가 허유요, 이미 천하를 가지고도 천하로 삼을 것이 없는 이가 요와 순이다. 청렴을 헐어 재물을 구하고 형벌을 범하며 이익으로 달려가 제 몸의 죽음을 잊는 이가 도척이다. 이 둘은 아슬아슬한 것들이다.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쓰는 도는 이 둘로 헤아림을 삼지 않는다. 다스림이란 떳떳함을 다스림이요 도란 떳떳함을 말함이다. 아슬아슬한 것과 묘한 말은 다스림의 해로움이다. 천하의 지극히 높은 선비는 상으로 권할 수 없고 천하의 지극히 낮은 선비는 형벌로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지극히 높은 선비를 위해 상을 베풀지 않고 지극히 낮은 선비를 위해 형벌을 베풀지 않으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쓰는 도를 잃는다.

故世人多不言國法而言從橫。諸侯言從者曰「從成必霸」,而言橫者曰「橫成必王」。山東之言從橫未嘗一日而止也,然而功名不成,霸主不立者,虚言非所以成治也。王者獨行謂之王,是以三王不務離合而正,五霸不待從橫而察,治内以裁外而已矣。

그러므로 세상 사람이 흔히 나라의 법을 말하지 않고 합종과 연횡을 말한다. 제후 가운데 합종을 말하는 이는 「합종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패자가 된다」 하고, 연횡을 말하는 이는 「연횡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왕 노릇 한다」 한다. 산동에서 합종과 연횡을 말함이 일찍이 하루도 그친 적이 없으나, 공과 이름이 이루어지지 않고 패자가 서지 않음은 빈말이 다스림을 이루는 까닭이 아니어서다. 왕 노릇 하는 이는 홀로 행함을 왕이라 하니, 이 때문에 삼왕은 떨어지고 합함에 힘쓰지 않고 바르게 하였으며, 다섯 패자는 합종과 연횡을 기다리지 않고 살폈으니, 안을 다스려 밖을 마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