誠信第十七
貞觀初,有上書請去佞臣者,太宗謂曰:「朕之所任,皆以為賢,卿知佞者誰耶?」對曰:「臣居草澤,不的知佞者,請陛下佯怒以試群臣,若能不畏雷霆,直言進諫,則是正人,順情阿旨,則是佞人。」太宗謂封德彜曰:「流水清濁,在其源也。君者政源,人庶猶水,君自為詐,欲臣下行直,是猶源濁而望水清,理不可得。朕常以魏武帝多詭詐,深鄙其為人,如此,豈可堪為教令?」謂上書人曰:「朕欲使大信行於天下,不欲以詐道訓俗,卿言雖善,朕所不取也。」
정관 처음에 글을 올려 아첨하는 신하를 없애기를 청한 이가 있었다. 태종이 말하였다.
「짐이 맡긴 이는 다 어질다 여긴 이들이다. 경은 아첨하는 이가 누구인지 아는가?」
대답하였다.
「신은 풀 우거진 못에 살아 아첨하는 이를 딱히 알지 못합니다. 청컨대 폐하께서 거짓 노하시어 뭇 신하를 시험해 보소서. 만약 우렛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곧은 말로 나아가 간하면 곧 바른 사람이요, 정을 좇아 뜻에 아첨하면 곧 아첨하는 사람입니다.」
태종이 봉덕이에게 말하였다.
「흐르는 물의 맑고 흐림은 그 근원에 있다. 임금은 정사의 근원이요 뭇 백성은 물과 같다. 임금이 스스로 속임을 행하면서 아랫신하가 곧게 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근원이 흐린데 물이 맑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니 이치가 얻어질 수 없다. 짐이 늘 위 무제가 속임이 많음을 두고 그 사람됨을 깊이 낮게 여겼는데, 이와 같다면 어찌 가르침과 명령이 될 만하겠는가.」
글을 올린 사람에게 말하였다.
「짐은 큰 믿음이 천하에 행해지게 하려 하고 속이는 도로 풍속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경의 말이 비록 좋으나 짐이 취할 바가 아니다.」
貞觀十年,魏徵上疏曰:
정관 십 년에 위징이 상소하였다.
臣聞為國之基,必資於德禮,君之所保,惟在於誠信。誠信立則下無二心,德禮形則遠人斯格。然則德禮誠信,國之大綱,在於君臣父子,不可斯須而廢也。故孔子曰:「君使臣以禮,臣事君以忠。」又曰:「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文子曰:「同言而信,信在言前;同令而行,誠在令外。」然則言而不信,言無信也;令而不從,令無誠也。不信之言,無誠之令,為上則敗德,為下則危身,雖在顛沛之中,君子之所不為也。
신이 듣건대 나라를 다스리는 터는 반드시 덕과 예에 힘입고 임금이 지키는 바는 오직 정성과 믿음에 있다 합니다. 정성과 믿음이 서면 곧 아래에 두 마음이 없고, 덕과 예가 드러나면 곧 먼 사람이 이에 옵니다. 그러한즉 덕과 예와 정성과 믿음은 나라의 큰 벼리라 임금과 신하, 아비와 아들 사이에서 잠시도 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공자가 말하기를 「임금은 신하를 예로 부리고 신하는 임금을 충성으로 섬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예로부터 다 죽음이 있으나 백성은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문자가 말하기를 「같은 말인데도 믿는 것은 믿음이 말 앞에 있기 때문이요, 같은 명령인데도 행해지는 것은 정성이 명령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하였습니다. 그러한즉 말하여도 믿지 않는 것은 말에 믿음이 없기 때문이요, 명령하여도 좇지 않는 것은 명령에 정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믿음 없는 말과 정성 없는 명령은 위가 되어서는 곧 덕을 무너뜨리고 아래가 되어서는 곧 몸을 위태롭게 하니, 비록 엎어지고 자빠지는 가운데 있더라도 군자가 하지 않는 바입니다.
自王道休明,十有餘載,威加海外,萬國來庭,倉廩日積,土地日廣。然而道德未益厚,仁義未益博者,何哉?由乎待下之情,未盡於誠信,雖有善始之勤,未睹克終之美故也。昔貞觀之始,乃聞善驚嘆,暨八九年間,猶悅以從諫,自茲厥後,漸惡直言,雖或勉強有所容,非復曩時之豁如。謇諤之輩,稍避龍鱗;便佞之徒,肆其巧辯。謂同心者為擅權,謂忠讜者為誹謗。謂之為朋黨,雖忠信而可疑;謂之為至公,雖矯偽而無咎。強直者畏擅權之議,忠讜者慮誹謗之尤。正臣不得盡其言,大臣莫能與之爭。熒惑視聽,郁於大道,妨政損德,其在此乎?故孔子曰「惡利口之覆邦家者?」蓋為此也。
왕의 도가 아름답고 밝아진 지 열 해 남짓, 위엄이 바다 밖에 더해지고 만국이 뜰에 오며 곳간이 날로 쌓이고 땅이 날로 넓어졌습니다. 그런데도 도덕이 더 두터워지지 않고 어짊과 의로움이 더 넓어지지 않은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아래를 대하는 정이 정성과 믿음을 다하지 못하여, 비록 처음을 잘하는 부지런함이 있으나 끝을 잘 마치는 아름다움은 아직 보지 못한 까닭입니다.
옛날 정관 처음에는 곧 착함을 들으면 놀라 감탄하셨고, 팔구 년 사이에 이르러서도 오히려 기뻐하며 간언을 좇으셨습니다. 그 뒤로부터는 차츰 곧은 말을 미워하시어, 비록 더러 힘써 용납하는 바가 있으나 다시는 지난날의 시원함이 아닙니다. 굳세고 곧은 무리가 차츰 용의 비늘을 피하고, 편하고 아첨하는 무리가 그 교묘한 말재주를 마음껏 합니다.
마음을 같이하는 이를 두고 권세를 오로지한다 이르고, 충성되고 곧은 이를 두고 헐뜯는다 이릅니다. 무리 지었다 하면 비록 충성되고 믿음직해도 의심할 만하고, 지극히 공정하다 하면 비록 꾸미고 거짓되어도 허물이 없습니다. 굳세고 곧은 이는 권세를 오로지한다는 의논을 두려워하고 충성되고 곧은 이는 헐뜯는다는 허물을 걱정합니다. 바른 신하가 그 말을 다하지 못하고 대신이 그와 더불어 다투지 못합니다. 보고 듣는 것을 어지럽히고 큰 도에 막히니, 정사를 해치고 덕을 더는 것이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공자가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엎는 것을 미워한다」 하였으니 대개 이를 이름입니다.
且君子小人,貌同心異,君子掩人之惡,揚人之善,臨難無茍免,殺身以成仁。小人不恥不仁,不畏不義,唯利之所在,危人自安。夫茍在危人,則何所不至?今欲將求致治,必委之於君子;事有得失,或訪之於小人。其待君子也則敬而疏,遇小人也必輕而狎。狎則言無不盡,疏則情不上通。是則毀譽在於小人,刑罰加於君子,實興喪之所在,可不慎哉!此乃孫卿所謂:「使智者謀之,與愚者論之,使修潔之士行之,與汙鄙之人疑之。欲其成功,可得乎哉?」夫中智之人,豈無小惠,然才非經國,慮不及遠,雖竭力盡誠,猶未免於傾敗;況內懷奸利,承顏順旨,其為禍患,不亦深乎?夫立直木而疑影之不直,雖竭精神,勞思慮,其不得,亦已明矣。
또 군자와 소인은 모습은 같으나 마음이 다릅니다. 군자는 남의 모짊을 가리고 남의 착함을 드날리며, 어려움에 임하여 구차히 면함이 없고 몸을 죽여 어짊을 이룹니다. 소인은 어질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의롭지 못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직 이로움이 있는 데를 좇아 남을 위태롭게 하고 저를 편안히 합니다. 무릇 진실로 남을 위태롭게 하는 데 있다면 곧 무엇인들 이르지 못하겠습니까.
이제 다스림에 이르기를 구하려 하시면 반드시 군자에게 맡기셔야 하는데, 일에 얻고 잃음이 있으면 더러 소인에게 물으십니다. 군자를 대하실 때는 곧 공경하되 성글게 하시고, 소인을 만나실 때는 반드시 가벼이 여기되 익숙히 하십니다. 익숙하면 곧 말을 다하지 않음이 없고 성글면 곧 정이 위로 통하지 않습니다. 이는 곧 헐뜯음과 기림이 소인에게 있고 형벌이 군자에게 더해지는 것이니, 참으로 흥함과 없어짐이 있는 바라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는 곧 손경이 이른바 「슬기로운 이로 하여금 꾀하게 하고서 어리석은 이와 더불어 논하며, 닦고 깨끗한 선비로 하여금 행하게 하고서 더럽고 낮은 사람과 더불어 의심한다. 그 공을 이루기를 바란들 얻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무릇 중간쯤 슬기로운 사람이 어찌 작은 은혜가 없겠습니까마는, 재주가 나라를 다스릴 것이 아니고 헤아림이 먼 데 미치지 못하여, 비록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도 오히려 기울어 무너짐을 면하지 못합니다. 하물며 안으로 간사한 이로움을 품고 낯빛을 받아 뜻을 좇는 이는 그 재앙과 걱정 됨이 또한 깊지 않겠습니까. 무릇 곧은 나무를 세우고서 그 그림자가 곧지 않을까 의심한다면, 비록 정신을 다하고 생각을 수고롭게 하여도 얻지 못할 것이 또한 이미 밝습니다.
夫君能盡禮,臣得竭忠,必在於內外無私,上下相信。上不信,則無以使下,下不信,則無以事上,信之為道大矣。昔齊桓公問於管仲曰:「吾欲使酒腐於爵,肉腐於俎,得無害霸乎?」管仲曰:「此極非其善者,然亦無害於霸也。」桓公曰:「如何而害霸乎?」管仲曰:「不能知人,害霸也;知而不能任,害霸也;任而不能信,害霸也;既信而又使小人參之,害霸也。」晉中行穆伯攻鼓,經年而弗能下,餽間倫曰:「鼓之嗇夫,間倫知之。請無疲士大夫,而鼓可得。」穆伯不應,左右曰:「不折一戟,不傷一卒,而鼓可得,君奚為不取?」穆伯曰:「間倫之為人也,佞而不仁,若使間倫下之,吾可以不賞之乎?若賞之,是賞佞人也。佞人得志,是使晉國之士舍仁而為佞。雖得鼓,將何用之?」夫穆伯,列國之大夫,管仲,霸者之良佐,猶能慎於信任、遠避佞人也如此,況乎為四海之大君,應千齡之上聖,而可使巍巍至德之盛,將有所間乎?
무릇 임금이 예를 다할 수 있고 신하가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안팎에 사사로움이 없고 위아래가 서로 믿는 데 있습니다. 위가 믿지 않으면 곧 아래를 부릴 수 없고 아래가 믿지 않으면 곧 위를 섬길 수 없으니, 믿음의 도됨이 큽니다.
옛날 제 환공이 관중에게 묻기를 「내가 술이 잔에서 썩고 고기가 도마에서 썩게 하려 하는데 패업에 해로움이 없겠는가」 하니, 관중이 「이는 지극히 좋은 일은 아니나 또한 패업에 해롭지는 않습니다」 하였습니다. 환공이 「무엇이 패업에 해로운가」 하니, 관중이 말하기를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이 패업에 해롭고, 알고도 맡기지 못하는 것이 패업에 해롭고, 맡기고도 믿지 못하는 것이 패업에 해롭고, 이미 믿고서 또 소인으로 하여금 끼어들게 하는 것이 패업에 해롭습니다」 하였습니다.
진나라 중항목백이 고를 쳤는데 해가 지나도록 떨어뜨리지 못하였습니다. 궤간륜이 「고의 색부를 제가 압니다. 청컨대 사대부를 지치게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고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였습니다. 목백이 응하지 않으니 좌우가 말하기를 「창 한 자루도 꺾지 않고 군사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고를 얻을 수 있는데 임금께서는 어찌 취하지 않으십니까」 하였습니다. 목백이 말하기를 「간륜의 사람됨이 아첨하고 어질지 못하다. 만약 간륜으로 하여금 떨어뜨리게 하면 내가 그를 상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상 준다면 이는 아첨하는 사람을 상 주는 것이다. 아첨하는 사람이 뜻을 얻으면 이는 진나라 선비로 하여금 어짊을 버리고 아첨하게 하는 것이다. 비록 고를 얻은들 장차 무엇에 쓰겠는가」 하였습니다.
무릇 목백은 여러 나라의 대부요 관중은 패자의 좋은 도움인데도, 오히려 믿고 맡기는 데 삼가고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 피하기를 이와 같이 하였습니다. 하물며 사해의 큰 임금이 되시고 천 년의 위없는 성인에 응하시어, 높고 높은 지극한 덕의 성함에 틈이 있게 하시겠습니까.
若欲令君子小人是非不雜,必懷之以德,待之以信,厲之以義,節之以禮,然後善善而惡惡,審罰而明賞。則小人絕其私佞,君子自強不息,無為之治,何遠之有?善善而不能進,惡惡而不能去,罰不及於有罪,賞不加於有功,則危亡之期,或未可保,永錫祚胤,將何望哉?
만약 군자와 소인의 옳고 그름이 섞이지 않게 하려 하시면, 반드시 덕으로 품고 믿음으로 대하며 의로움으로 다잡고 예로 마디를 지으신 뒤에 착함을 착하다 하고 모짊을 미워하며 벌을 살피고 상을 밝히셔야 합니다. 그러면 곧 소인이 그 사사로운 아첨을 끊고 군자가 스스로 굳세어 쉬지 않을 터이니, 함이 없는 다스림이 어찌 멀겠습니까.
착함을 착하다 하면서 나아가게 하지 못하고 모짊을 미워하면서 없애지 못하며, 벌이 죄 있는 이에게 미치지 않고 상이 공 있는 이에게 더해지지 않으면, 곧 위태롭고 망하는 때를 더러 지킬 수 없을 터이니, 길이 자손에게 복을 내리기를 장차 무엇으로 바라겠습니까.
太宗覽疏嘆曰:「若不遇公,何由得聞此語?」
태종이 상소를 보고 탄식하였다.
「만약 공을 만나지 못하였다면 무엇으로 이 말을 들었겠는가.」
太宗嘗謂長孫無忌等曰:「朕即位之初,有上書者非一,或言人主必須威權獨任,不得委任群下;或欲耀兵振武,懾服四夷。惟有魏徵勸朕『偃革興文,布德施惠,中國既安,遠人自服』。朕從此語,天下大寧,絕域君長,皆來朝貢,九夷重譯,相望於道。凡此等事,皆魏徵之力也。朕任用,豈不得人?」徵拜謝曰:「陛下聖德自天,留心政術。實以庸短,承受不暇,豈有益於聖明?」
태종이 일찍이 장손무기 등에게 말하였다.
「짐이 자리에 오르던 처음에 글을 올린 이가 하나가 아니었다. 더러는 임금이 반드시 위엄과 권세를 홀로 맡아야 하고 뭇 아랫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말하였고, 더러는 군사를 빛내고 무예를 떨쳐 사방 오랑캐를 두려워 복종시키려 하였다. 오직 위징만이 짐에게 『갑옷을 눕히고 글을 일으키며 덕을 펴고 은혜를 베푸소서. 중국이 이미 편안하면 먼 사람이 절로 복종합니다』 권하였다. 짐이 이 말을 좇으니 천하가 크게 편안해지고 먼 땅의 임금과 어른이 다 와서 조공하며, 아홉 오랑캐가 거듭 통역하여 길에 서로 바라본다. 무릇 이런 일들이 다 위징의 힘이다. 짐이 맡겨 쓴 것이 어찌 사람을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위징이 절하고 사례하였다.
「폐하의 성스러운 덕은 하늘에서 온 것이요 마음을 정사의 술법에 두신 것입니다. 참으로 못나고 짧은 몸으로 이어받기에도 겨를이 없으니 어찌 성스럽고 밝으심에 보탬이 있겠습니까.」
貞觀十七年,太宗謂侍臣曰:「傳稱『去食存信』,孔子曰:『民無信不立』。昔項羽既入咸陽,已制天下,向能力行仁信,誰奪耶?」房玄齡對曰:「仁、義、禮、智、信,謂之五常,廢一不可。能勤行之,甚有裨益。殷紂狎侮五常,武王奪之,項氏以無信為漢高祖所奪,誠如聖旨。」
정관 십칠 년에 태종이 곁에서 모시는 신하에게 말하였다.
「전에 일컫기를 『먹을 것을 버리고 믿음을 남긴다』 하였고, 공자가 말하기를 『백성은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 하였다. 옛날 항우가 이미 함양에 들어가 천하를 손에 넣었을 때, 만약 어짊과 믿음을 힘써 행할 수 있었다면 누가 빼앗았겠는가.」
방현령이 대답하였다.
「어짊과 의로움과 예와 슬기와 믿음을 다섯 떳떳함이라 이르니 하나라도 폐할 수 없습니다. 부지런히 행할 수 있으면 몹시 도움이 있습니다. 은나라 주왕이 다섯 떳떳함을 익숙히 업신여기다 무왕이 빼앗았고, 항씨는 믿음이 없어 한 고조에게 빼앗겼으니 참으로 성스러운 뜻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