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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와 천지개벽混沌形狀如鷄子

제왕운기 帝王韻紀 · 이승휴(李承休) · 1287년 (고려 충렬왕 13) · 단락 5 · 한자 84자 · 낭독 0.3분

「제왕운기」 상권 「반고와 천지개벽」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반고에서 금나라까지, 단군에서 고려까지 — 동서 두 역사를 노래로 엮은 서사시. 「요동에 따로 한 천지가 있다」며 한국의 역사를 중국과 나란히 세우고, 단군을 한반도 모든 나라의 시조로 노래한 첫 역사책의 하나다. 저자가 손수 단 협주 197개가 함께 실려 있다.

1달걀 같은 혼돈

混沌形狀如鷄子, ○盤古生於混沌裏.

혼돈의 형상은 달걀 같았는데, 반고가 그 혼돈 속에서 났다.

협주 1

三五曆紀曰, “未有天地之時, 混沌而狀如鷄子.” 通鑑外紀曰, “天地混沌如鷄子, 盤古生其中, 萬八千歲, 陽淸爲天, 陰濁爲地地.”

《삼오력기》에 이르기를 「천지가 있기 전에는 혼돈하여 그 모습이 달걀 같았다」 하고, 《통감외기》에 이르기를 「천지가 달걀같이 혼돈한 속에서 반고가 나서 만팔천 년을 사니, 맑은 양은 하늘이 되고 흐린 음은 땅이 되었다」 한다.

2하늘과 땅이 갈리다

生後一萬八千歲, 上淸下濁分天地.

난 지 일만 팔천 년에, 위의 맑음과 아래의 흐림이 하늘과 땅으로 갈렸다.

3반고가 죽어 산과 바다가 되다

又萬八千歲之後, 攝提之歲元氣始, 頭爲五岳膏爲海, 眼爲日月盤古死.

또 만팔천 년이 지난 뒤 섭제(攝提)의 해에 원기가 비롯되니, 머리는 다섯 큰 산이 되고 기름은 바다가 되고 눈은 해와 달이 되어 반고가 죽었다.

협주 1

三五曆紀曰, “歲在攝提, 元氣肇始.”

《삼오력기》에 이르기를 「해가 섭제에 있을 때 원기가 처음 비롯되었다」 한다.

4삼황이 차례로 서다

爰有三皇次第作, ○天皇 ○地皇 ○人皇氏.

이에 삼황이 차례로 일어나니, 천황씨·지황씨·인황씨다.

협주 3

三五曆紀曰, “有神人, 一姓十二頭. 注云, ‘頭卽人也.’ 在崑崙山, 理一萬八千歲.” 云云. 天地旣位, 君臣道生, 君有五期. 注云, ‘誦五行也.’ 臣有三名, 注云, ‘公大夫也.’ 此詩, 必使其以明其事, 容或使於他字, 亦必使其意, 而未嘗妄加一字, 蓋效老杜之詩史也. 其世系·姓名·諡號·年代·都邑, 具載於詩, 則詞語重疊, 故不盡擧, 略標各下.

《삼오력기》에 이르기를 「신인이 있어 한 성(姓)에 머리가 열둘이니 — 주에 이르기를 머리란 곧 사람이다 — 곤륜산에 있으면서 일만 팔천 년을 다스렸다」 한다. 천지가 자리 잡자 임금과 신하의 도가 생기니, 임금에게 다섯 기약이 있고 — 주에 이르기를 오행을 왼다는 뜻이다 — 신하에게 세 이름이 있다 — 주에 이르기를 공(公)과 대부다. 이 시는 반드시 그 글자로 그 일을 밝히게 하였으니, 혹 다른 글자를 쓰더라도 반드시 그 뜻대로 하여 한 글자도 함부로 더한 적이 없다. 대개 노두(老杜·두보)의 시사(詩史)를 본받은 것이다. 세계와 성명과 시호와 연대와 도읍을 시에 다 실으면 말이 겹치므로 다 들지 않고, 각 글자 아래에 대략 표시한다.

一姓十一人, 興於龍門山, 代天皇, 理一萬一千歲. 定星辰, 分晝夜, 以三十日爲月, 十一月, 爲冬至.

한 성에 열한 사람이 용문산에서 일어나 천황을 이어 일만 일천 년을 다스렸다. 별자리를 정하고 밤낮을 나누며 삼십 일을 한 달로 삼고, 십일월을 동지로 삼았다.

一姓九人, 生於荊馬山, 代地皇, 理一百五十代, 合四萬五千六百年.

한 성에 아홉 사람이 형마산에서 나서 지황을 이어 일백오십 대, 합하여 사만 오천육백 년을 다스렸다.

5유소씨와 수인씨

始作巢居號○有巢, 初興火熟, 名爲○煫.

처음 나무 위 집을 지으니 유소(有巢)라 부르고, 처음 불로 익혀 먹으니 이름이 수인(燧人)이다.

협주 2

有天下百餘年, 或云百餘代.

천하를 다스린 것이 백여 년, 혹은 백여 대라고도 한다.

以火德, 有天下百餘代, 八萬年. 已上年代, 或說不同. 以五行立德, 始於此.

화덕(火德)으로 천하를 다스린 것이 백여 대 팔만 년이다. 이상의 연대는 설이 같지 않다. 오행으로 덕을 세움이 여기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