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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泣血蒼生方背剌

제왕운기 帝王韻紀 · 이승휴(李承休) · 1287년 (고려 충렬왕 13) · 단락 32 · 한자 448자 · 낭독 1.8분

「제왕운기」 상권 「당나라」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반고에서 금나라까지, 단군에서 고려까지 — 동서 두 역사를 노래로 엮은 서사시. 「요동에 따로 한 천지가 있다」며 한국의 역사를 중국과 나란히 세우고, 단군을 한반도 모든 나라의 시조로 노래한 첫 역사책의 하나다. 저자가 손수 단 협주 197개가 함께 실려 있다.

1피눈물의 백성이 등을 돌리다

泣血蒼生方背剌.

피눈물 흘리던 백성이 바야흐로 등을 돌리니,

2열여덟 살 규염의 권유

皇天便啓李唐心, 年少虯髥 催擧義.

하늘이 곧 이씨 당나라의 마음을 열어 주니, 나이 어린 규염(虯髥)의 사내가 의거를 재촉했다.

협주 1

謂太宗皇帝. 時年十八, 勸文唐公擧義. 名世民.

태종 황제를 이른다. 그때 나이 열여덟로, 아버지 당공에게 의거를 권했다. 이름은 세민이다.

3공제가 선양하다

遂入長安立恭帝, 恭帝禪向唐公委.

드디어 장안에 들어 공제를 세우니, 공제는 당공에게 자리를 넘겨 맡겼다.

4당공이 도록을 받다

○唐公 膺圖民知歸, 釋甲投戈操耒耜.

당공이 도록(圖籙)을 받자 백성이 돌아갈 데를 아니, 갑옷을 벗고 창을 던지고 쟁기와 보습을 잡았다.

협주 1

名淵, 字叔德, 廣之十六世孫. 受禪卽皇帝位, 土德. 以隋末年戊寅爲元, 都長安. 至末哀帝, 凡二十帝幷女主一, 合二百八十九年. 傳之朱梁. 史臣曰, “廣之盡忠於漢, 而百戰不侯者, 非義勇之積不能動天也. 蓋天將大啓其後, 而寢其小恩者乎? 凡忠義之家, 無以無效無念.”

이름은 연(淵), 자는 숙덕이니 이광(李廣)의 16세손이다. 선양을 받아 황제 자리에 오르니 토덕이다. 수나라 말년 무인년을 원년으로 삼고 장안에 도읍했다. 끝의 애제까지 무릇 스무 황제에 여주(女主) 하나를 아우르니, 합하여 이백팔십구 년이다. 주씨 양나라에 전하였다. 사신이 말하기를 「이광이 한나라에 충성을 다하고도 백 번 싸워 제후에 봉해지지 못한 것은, 의로운 용맹의 쌓임이 하늘을 움직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대개 하늘이 장차 그 후손을 크게 열어 주려고 작은 은혜를 잠재워 둔 것 아니겠는가. 무릇 충의의 집안은 보람이 없다 하여 잊지 말 일이다」 하였다.

5꼬리 치며 몰려오다

乘時吠主許多輩, 不敢保聚來搖尾.

때를 타 제 주인 향해 짖던 하많은 무리들이, 무리를 지키지 못하고 와서 꼬리를 흔들었다.

협주 1

謂李密·竇立德·李軌·劉武周·沙門高曇成·蕭銑·高開道·王世充·梁思道·劉黑闥等也.

이밀·두건덕·이궤·유무주·사문 고담성·소선·고개도·왕세충·양사도·유흑달 등을 이른다.

6밤낮으로 선비를 구하다

大宗雖己致昇平, 宵衣晘食常求士.

태종은 이미 승평을 이루고도, 날 새기 전에 옷 입고 해 저물어 밥 먹으며 늘 선비를 구했다.

7방현령·두여회와 위징

房杜日月魏徵鑑, 佐明四海光天視.

방현령과 두여회는 해와 달이요 위징은 거울이라, 밝음을 도와 사해가 하늘의 살핌에 빛났다.

8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다

居安思危朝夕憂, 九有晏然無一事.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여 아침저녁 근심하니, 온 천하가 평온하여 한 가지 일도 없었다.

9형벌이 놓이고 백성이 편안하다

刑措民安上古同, 至今有口皆稱美.

형벌이 놓여 쓰이지 않고 백성이 편안함은 상고와 같으니, 지금까지 입 있는 자마다 다 아름답다 일컫는다.

10측천무후

高宗皇后中宗母, 之謂卽天 剛且毅.

고종의 황후요 중종의 어머니, 측천(則天)이라 이르니 굳세고 또 모질었다.

협주 1

姓武, 名曌. 元年甲申, 在位二十一年.

성은 무(武)요 이름은 조(曌)다. 원년은 갑신년, 자리에 있은 것이 이십일 년이다.

11나라 이름을 주로 갈다

廢子而立改號周, 聖唐基業幾乎墜.

아들을 폐하고 스스로 즉위해 나라 이름을 주(周)로 고치니, 성스러운 당나라의 기업이 거의 무너질 뻔했다.

12아들에게 자리를 돌리다

多哉末年改往修, 復立其子還天位.

장하다, 말년에 지난 일을 고치어, 다시 그 아들을 세워 하늘의 자리를 돌렸다.

13영특한 현종

從玆仙李遠條且, 玄宗稟性尤英偉.

이로부터 신선 오얏나무(仙李)는 가지가 멀리 뻗었으니, 현종은 타고난 성품이 더욱 영특하고 컸다.

14삼만 리의 밥 짓는 연기

石上桑文豈偶然, 煙火農桑三萬里.

돌 위의 뽕나무 글이 어찌 우연이랴, 밥 짓는 연기와 농사와 뽕밭이 삼만 리였다.

15침향정 북쪽의 봄

沈香亭北興慶南, 桃杏半開春意侈.

침향정 북쪽, 흥경궁 남쪽에, 복사꽃 살구꽃 반쯤 피어 봄뜻이 흐드러졌다.

16갈고 소리에 안녹산이 춤추다

羯鼓鞭馳百面雷, 祿山亂舞楊妃醉.

갈고(羯鼓) 채찍이 백 개 우레처럼 내달리니, 안녹산은 어지러이 춤추고 양귀비는 취했다.

17추파를 주고받다

絃催歌緊歡譁間, 偸注眼波相嫵媚.

줄은 재촉하고 노래는 빨라져 왁자한 사이에, 몰래 추파를 흘리며 서로 아양을 부렸다.

18반역상을 알고도 맡기다

胡奴反相帝曾知, 任使成奸意何自.

오랑캐 종놈의 반역상을 황제도 일찍이 알았건만, 간사함을 이루도록 맡겨 부린 뜻은 어디서 왔는가.

19어양의 북소리

漁陽鼙鼓響潼關, 六軍不發屯如蟻.

어양의 북소리가 동관을 울리는데, 육군은 나아가지 않고 개미처럼 주둔만 했다.

20태자에게 맡기다

蒼皇機務付春闈, 命爲天下都元帥.

허둥지둥 나라 기무를 동궁에 맡기고, 천하도원수로 명하였다.

21아미산 가는 길

翠華搖搖幸峨嵋, 一代君臣空掩淚.

물총새 깃 어가가 흔들흔들 아미산으로 거둥하니, 한 시대의 임금과 신하가 부질없이 눈물을 가렸다.

22숙종이 난을 다스리다

肅宗撥亂頒墨制, 房琯自西傳玉璽.

숙종이 어지러움을 다스려 묵제(墨制)를 반포하니, 방관이 서쪽으로부터 옥새를 전해 왔다.

23서울을 되찾다

因尊帝爲太上皇, 克復神京當斧扆.

이에 아버지를 높여 태상황으로 삼고, 신경(장안)을 되찾아 천자의 자리에 앉았다.

24고삐를 받들어 모셔 오다

遂自親迎奉轡廻, 純孝功名流不匱.

드디어 몸소 나아가 맞아 고삐를 받들고 모셔 오니, 순수한 효의 공명이 흘러 다함이 없다.

25지켜 이어 가다

承承繼繼能守成, 一德熙淳綏萬暈.

잇고 이어받아 능히 이룬 것을 지키니, 한결같은 덕이 밝고 순후하여 만방을 편안케 했다.

26무종이 절을 헐다

虎宗誤聽趙歸眞, 命壞寰中諸佛寺.

무종이 조귀진의 말을 잘못 들어, 천하의 모든 절을 헐라 명했다. (武宗의 武는 저본이 피휘하여 虎宗으로 적었다.)

27신명이 함께 노하다

驅逼僧尼還作民, 神明共怒將誰庇.

승려를 몰아 도로 백성으로 만드니, 신명이 함께 노한 터에 장차 누가 감싸 주랴.

28황소의 붓장난

黃巢批判廣明文, 含元殿上聊希冀.

황소가 광명(廣明) 연호의 글자를 뜯어 풀며, 함원전 위를 그런대로 넘보았다.

협주 1

僖宗年號也. 黃巢批判其文曰, ‘唐去丑口着黃, 則其下乃黃之日月也.’ 舍含元殿, 國號齊, 李克用攻敗之.

광명은 희종의 연호다. 황소가 그 글자를 뜯어 풀기를 「唐에서 丑과 口를 없애고 黃을 붙이면, 그 아래는 곧 황(黃)의 일월이라」 하였다. 함원전에 자리 잡고 나라 이름을 제(齊)라 했으나, 이극용이 쳐서 무너뜨렸다.

29환관이 또 전횡하다

閹官又復擅中宸, 帝憲王章惟日毁.

환관이 또다시 궁궐 안을 주무르니, 황제의 법과 왕의 법도가 날로 허물어졌다.

30주온에게 맡기다

因委朱溫得掃除, 封拜梁公加大尉.

주온에게 맡겨 쓸어 없애게 하고는, 양공에 봉하고 태위 벼슬을 더해 주었다.

31전충이란 이름이 불충이 되다

賜名全忠反不忠, 弑却二君抽百楑, 朝臣面上無片血, 口孰能非腹難議.

전충(全忠)이란 이름을 내렸건만 도리어 불충하여, 두 임금을 시해하고 뭇 신하를 뽑아 죽이니, 조정 신하의 낯에는 핏기 한 점 없어, 입으로야 누가 그르다 하랴만 뱃속으로는 말도 못 했다.

협주 1

天祐元年, 弑昭宗, 二年弑皇太后, 殺公卿在殆盡.

천우 원년에 소종을 시해하고, 이년에 황태후를 시해했으며, 공경을 거의 다 죽였다.

32애제인들 어찌하랴

哀帝雖賢安能爲.

애제가 아무리 어질다 한들 어찌할 수 있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