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기新羅始祖奕居世
1혁거세는 인간의 핏줄이 아니다
新羅始祖奕居世, 所出不是人間系.
신라 시조 혁거세는, 그 나온 곳이 인간의 핏줄이 아니다.
2붉은 끈 매인 알
有卵降自蒼蒼來, 其太如瓢紅縷繫.
알이 푸르고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크기가 박만 하고 붉은 끈이 매여 있었다.
3박에서 나서 성이 박씨
筒中長生因姓朴, 此豈非爲天所啓.
박통 속에서 나고 자랐기에 성을 박(朴)이라 했으니, 이 어찌 하늘이 열어 준 것 아니랴.
협주 1
羅人呼瓢爲朴.
신라 사람은 박(瓢)을 「박(朴)」이라 부른다.
4갑자년에 진한에 나라를 열다
漢宣五鳳元甲子, 開國辰韓定疆界.
한 선제 오봉 원년 갑자에, 진한 땅에 나라를 열고 강토의 경계를 정했다.
5복희 적 세상인들 이보다 나으랴
風淳俗美都局平, 聖君賢相臨相繼, 羲皇上世何以加.
풍속은 순박하고 아름다우며 도읍의 판국은 평온한데, 성스러운 임금과 어진 재상이 잇달아 다스렸으니, 복희 임금 적 상고 세상인들 무엇이 이보다 나으랴.
6문 닫지 않고 양식 없이 다니다
朝野肅穆無欺弊, 士女熙熙分路行, 行不齎糧門不閉.
조정과 민간이 엄숙하고 화목하여 속임과 폐단이 없고, 남녀가 화락하게 길을 나누어 다녔으며, 길 떠나며 양식을 지니지 않고 문을 닫지 않았다.
7꽃 아침 달 저녁의 노래
花朝月夕携手遊, 別曲歌詞隨意製.
꽃 피는 아침, 달 뜨는 저녁에 손잡고 노닐며, 별곡의 노랫말을 마음 가는 대로 지었다.
8석씨와 김씨가 갈마들다
或感鳩林或金樻, 昔氏金氏相承遞.
혹은 구림(鳩林)에서 감응하고 혹은 금궤에서 나와, 석씨와 김씨가 서로 이어 갈마들었다.
9김춘추가 여제를 평정하다
二十九代春秋王, 請兵於唐平麗濟.
29대 춘추왕(태종무열왕)이, 당나라에 군사를 청해 고구려와 백제를 평정했다.
10김유신
庾信金公是功臣, 得妙兵書精虎藝.
유신 김공이 바로 그 공신이니, 신묘한 병서를 얻어 무예에 정통했다. (武藝의 武는 저본이 피휘하여 虎藝로 적었다.)
11최치원의 문장
文章何人動中華, 淸河致遠方延譽.
문장으로는 어느 누가 중화를 움직였던가, 청하(淸河)의 최치원이 바야흐로 명예를 떨쳤다.
12원효와 의상
釋焉元曉與相師, 心與古佛相符契.
승려로는 원효와 의상 법사니, 마음이 옛 부처와 서로 부절같이 맞았다.
13설총의 이두
弘儒薛侯製吏書, 俗言鄕語通科肄.
큰 선비 설후(설총)가 이서(吏書·이두)를 지으니, 속말과 시골말로 과거 공부까지 통하게 되었다.
14성현이 뒤섞여 돕다
聖賢雜還來贊襄, 蠢蠢黔蒼皆踐禮.
성현이 뒤섞여 나와 도우니, 순박한 뭇 백성이 다 예를 밟았다.
15궁예와 견훤의 미친 짖음
瓜綿椒遠業將衰, 裔萱向主行狂吠, 群情洶洶未知歸.
오이 덩굴 뻗듯 하던 왕업이 차츰 쇠하려 하자, 궁예와 견훤이 임금을 향해 미친 짖음을 해 대니, 뭇 마음이 흉흉하여 돌아갈 바를 몰랐다.
16김부대왕의 먼 헤아림
金傅大王能遠計, 後唐末帝淸泰二, 乙未仲冬朝我陛.
김부대왕(경순왕)이 능히 멀리 헤아려, 후당 말제 청태 이년 을미년 동짓달에 우리 임금께 조회하였다.
협주 1
我大祖十八年也. 自檀君元年戊辰, 至此, 凡三千二百八十八年.
우리 태조 18년이다. 단군 원년 무진부터 여기까지 무릇 삼천이백팔십팔 년이다.
17낙랑공주와 상보 책봉
妻以長主 封尙父, 衣冠亦使朝連袂.
맏공주로 아내를 삼게 하고 상보(尙父)에 봉했으며, 의관(신라의 신하들)도 소매를 잇대어 조회하게 했다.
협주 2
樂浪公主也.
낙랑공주다.
賜羅臣, 皆以本職, 詣朝行.
신라의 신하들에게 다 본디 벼슬대로 조정 반열에 나오게 했다.
18구백구십이 년 쉰여섯 왕
九百九十二年來, 五十六王能稱制.
구백구십이 년을 내려오며, 쉰여섯 왕이 능히 나라를 다스렸다.
19남은 경사가 오늘까지
至今餘慶猶不窮, 鸞臺鳳閣流苗裔.
지금까지 남은 경사가 오히려 다하지 않아, 난대와 봉각(고려 조정)에 그 후손이 흐른다.
20기미를 알아 나라를 바치다
知幾能弱信多哉, 我嘆未足處臣無替.
기미를 알고 능히 약함을 알았으니 참으로 미덥도다, 내 감탄이 오히려 모자라니, 신하 노릇 함에 바뀜이 없었다.
21개벽 이래 이런 예가 없다
臨書點檢開闢來, 萬有千古無斯例.
글을 쓰며 개벽 이래를 점검해 보아도, 일만 일천 년에 이런 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