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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기高句麗紀

제왕운기 帝王韻紀 · 이승휴(李承休) · 1287년 (고려 충렬왕 13) · 단락 19 · 한자 368자 · 낭독 1.5분

「제왕운기」 하권 「고구려기」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반고에서 금나라까지, 단군에서 고려까지 — 동서 두 역사를 노래로 엮은 서사시. 「요동에 따로 한 천지가 있다」며 한국의 역사를 중국과 나란히 세우고, 단군을 한반도 모든 나라의 시조로 노래한 첫 역사책의 하나다. 저자가 손수 단 협주 197개가 함께 실려 있다.

1고구려기

高句麗紀

고구려기(高句麗紀).

2활 잘 쏘아 주몽이라

麗祖姓高 諡東明, 善射故以朱蒙名.

고구려 시조는 성이 고(高)요 시호는 동명이니, 활을 잘 쏘았으므로 주몽이라 이름했다.

협주 2

王初誕, 而擧國高之, 因以爲姓.

왕이 처음 태어나자 온 나라가 높였으므로(高), 그로써 성을 삼았다.

扶餘人, 名善射爲朱蒙.

부여 사람은 활 잘 쏘는 이를 주몽이라 이름한다.

3하늘의 손자, 하백의 생질

父解慕漱母柳花, 皇天之孫河伯甥.

아버지는 해모수요 어머니는 유화니, 하느님의 손자요 하백의 생질이다.

협주 1

本紀云, “漢神雀三年壬戌, 天帝遣太子解慕漱, 遊扶餘王古都. 乘五龍車, 從者百餘人, 皆乘白鵠云云. 臺上立君臣之禮, 獵於熊心山. 河伯三女, 出遊優浡之河, 長女柳花爲王所止云云.” 文順公東明詩云, “天孫河伯甥.”

《본기》에 이른다. 「한 신작 삼년 임술에 천제가 태자 해모수를 보내 부여왕의 옛 도읍에 노닐게 했다. 다섯 용의 수레를 타고 따르는 자 백여 인이 다 흰 고니를 탔다. 대 위에서 군신의 예를 세우고 웅심산에서 사냥했다. 하백의 세 딸이 우발수에 나와 노닐다가 맏딸 유화가 왕에게 붙들렸다.」 문순공(이규보)의 동명시에 「하늘 손자요 하백의 생질」 하였다.

4우발수 가의 유화

父還天宮不復返, 母在優浡淸江汀.

아버지는 천궁으로 돌아가 다시 오지 않고, 어머니는 우발수 맑은 강가에 있었다.

5금와왕이 별관에 맞다

扶餘國王名金蛙, 爲開別館相邀迎.

부여 국왕, 이름은 금와가, 별관을 지어 맞아들였다.

6닷 되들이 큰 알

五升大卵左脅誕, 陰雲之日生陽晶.

닷 되들이 큰 알을 왼쪽 옆구리로 낳으니, 구름 짙던 날에 햇빛 같은 정기가 났다.

7나면서 말을 하다

兒生數月能言語, 漸至壯大才豪英.

아이가 난 지 몇 달 만에 말을 하더니, 차츰 장대해지며 재주가 호걸답고 빼어났다.

8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놓다

時王太子生妬忌, 譖令牧馬驅䮐䮐, 王來欲渡蓋斯水, 魚鼈化作橋梁橫.

그때 왕의 태자가 시기하는 마음을 내어, 참소하여 말치기를 시키며 마구 부렸다. 왕자(주몽)가 와서 개사수를 건너려 하니, 물고기와 자라가 변화하여 다리를 가로놓았다.

협주 1

今大寧江也.

지금의 대령강이다.

9왕검성에 나라를 열다

漢元立昭二甲申, 開國馬韓王儉城, 天遣人來立宮闕, 山昏谷暗聞丁丁, 爲七日已雲霧捲, 金碧㟮屼磨新晴.

한 원제 건소 이년 갑신에, 마한 땅 왕검성에 나라를 여니, 하늘이 사람을 보내 궁궐을 세우는데, 산은 어둑하고 골은 캄캄한데 쩡쩡 소리만 들리더니, 이레 만에 구름과 안개가 걷히자, 금빛 푸른빛 우뚝한 집이 새로 갠 하늘에 빛났다.

협주 2

羅之□□一年也.

신라 (건국 이십일) 년이다.

今西京也. 以高句麗縣名立國. 五代史曰, “高句麗扶餘別種也.”(큰 따옴표 삽입)

지금의 서경(평양)이다. 고구려현의 이름으로 나라를 세웠다. 《오대사》에 이르기를 「고구려는 부여의 별종이라」 하였다.

10송양이 정성을 바치다

烏伊摩離與陜父, 三臣同德聊贊成, 沸流國王松讓者, 禮以後先開國爭, 尋爲大雨所漂突, 擧國款附輸忠誠.

오이와 마리와 협보, 세 신하가 덕을 같이하여 도와 이루었다. 비류국 왕 송양이란 자가, 예를 갖추되 나라 연 앞뒤를 다투다가, 이윽고 큰비에 떠내려가게 되자, 온 나라를 들어 정성으로 귀부하였다.

11조천석의 기린 발굽

往來天上詣天政, 朝天石上驎蹄輕.

하늘 위를 오가며 하늘의 정사에 나아가니, 조천석 위에 기린 발굽이 가벼웠다.

12하늘에 올라 돌아오지 않다

在位十九年九月, 升天不復迴雲輧.

재위 19년 9월에, 하늘에 올라 구름 수레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13유리가 옥 채찍을 장사 지내다

聖子類利 來嗣位, 葬遺玉鞭成墳塋.

성스러운 아들 유리가 와서 자리를 이으니, 남기신 옥 채찍을 장사 지내 무덤을 이루었다.

협주 2

在扶餘時, 婦所孕者.

부여에 있을 때 아내가 밴 아들이다.

今龍山墓也.

지금의 용산 무덤이다.

14가지 뻗고 잎 무성하다

枝繁葉茂承承理, 時與江水爭澄淸.

가지 뻗고 잎 무성하여 잇고 이어 다스리니, 때로 강물과 더불어 맑음을 다투었다.

15개소문이 권세를 잡다

蓋蘇文者乘時進, 令色巧言爲寵卿, 姦回掌上弄國柄, 臨事方便誅良貞.

개소문이란 자가 때를 타고 나아가, 꾸민 낯빛과 교묘한 말로 총애받는 벼슬아치 되더니, 간사하게 손바닥 위에서 나라 권세를 희롱하며, 일 닥치는 대로 어질고 곧은 이를 죽였다.

16나라 터전이 기울다

擅權中外日肆虐, 民墜塗炭邦基傾.

안팎으로 권세를 오로지하며 날로 포학을 부리니, 백성은 도탄에 떨어지고 나라 터전이 기울었다.

17고장왕도 법도를 잃다

後君高藏又失度, 安能復定輿人情.

뒤의 임금 고장(高藏) 또한 법도를 잃으니, 어찌 백성의 마음을 다시 안정시킬 수 있으랴.

18이적의 행군을 누가 막으랴

唐高摠章元伐辰, 羅王奏乞王師征, 李績行軍誰敢拒.

당 고종 총장 원년 무진에, 신라 왕이 아뢰어 왕의 군사로 쳐 주기를 비니, 이적(李勣)의 행군을 뉘라서 감히 막으랴.

19칠백오 년 스물여덟 임금

先聲纔及皆奔驚, 共計二十有八主, 七百五年題大平, 爾後二百三十一, 地爲羅人之所幷.

앞선 소문이 겨우 미치자 다들 달아나 놀라니, 모두 헤아려 스물여덟 임금, 칠백오 년을 태평이라 적었다. 그 뒤 이백삼십일 년 만에, 땅이 신라 사람에게 아울러졌다.

협주 1

擒高藏, 還京.

고장을 사로잡아 서울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