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莊子 外篇 天地
1하나에 통하면 만사가 끝난다
天地雖大,其化均也;萬物雖多,其治一也;人卒雖衆,其主君也。君,原於德而成於天。故曰:玄古之君天下,无爲也,天德而已矣。以道觀言,而天下之君正;以道觀分,而君臣之義明;以道觀能,而天下之官治;以道汎觀,而萬物之應備。故通於天地者,德也;行於萬物者,道也;上治人者,事也;能有所藝者,技也。技兼於事,事兼於義,義兼於德,德兼於道,道兼於天。故曰:古之畜天下者,无欲而天下足,无爲而萬物化,淵靜而百姓定。《記》曰:「通於一而萬事畢,无心得而鬼神服。」
하늘과 땅이 크지만 그 바뀜은 고르고, 만물이 많지만 그 다스림은 하나이며, 사람이 많지만 그 주인은 임금이다. 임금은 덕에 뿌리를 두고 하늘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말한다. 아득한 옛날에 천하를 다스린 이는 함이 없었으니 하늘의 덕일 뿐이었다.
도로써 말을 보면 천하의 임금이 바르고, 도로써 나눔을 보면 임금과 신하의 옳음이 밝고, 도로써 능함을 보면 천하의 벼슬이 다스려지고, 도로써 두루 보면 만물의 응함이 갖추어진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에 통하는 것이 덕이요, 만물에 행해지는 것이 도요, 위에서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일이요, 재주에 능한 바가 있는 것이 기예다. 기예는 일에 겸하고, 일은 옳음에 겸하고, 옳음은 덕에 겸하고, 덕은 도에 겸하고, 도는 하늘에 겸한다.
그러므로 말한다. 옛날 천하를 기른 이는 바람이 없어 천하가 넉넉하였고, 함이 없어 만물이 바뀌었고, 못처럼 고요하여 백성이 안정되었다.
『기(記)』에 이르기를 "하나에 통하면 만사가 끝나고, 마음으로 얻음이 없으면 귀신이 굴복한다" 하였다.
2도를 아는 이 열 가지
夫子曰:「夫道,覆載萬物者也,洋洋乎大哉!君子不可以不刳心焉。无爲爲之之謂天,无爲言之之謂德,愛人利物之謂仁,不同同之之謂大,行不崖異之謂寬,有萬不同之謂富。故執德之謂紀,德成之謂立,循於道之謂備,不以物挫志之謂完。君子明於此十者,則韜乎其事心之大也,沛乎其爲萬物逝也。若然者,藏金於山,藏珠於淵;不利貨財,不近貴富;不樂壽,不哀夭;不榮通,不醜窮;不拘一世之利以爲己私分,不以王天下爲己處顯。顯則明。萬物一府,死生同狀。」
선생이 말하였다. "무릇 도는 만물을 덮고 싣는 것이니 넓고 넓어 크도다. 군자는 마음을 도려내지 않을 수 없다.
함이 없이 하는 것을 하늘이라 하고, 함이 없이 말하는 것을 덕이라 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물을 이롭게 하는 것을 어짊이라 하고, 같지 않은 것을 같게 하는 것을 큼이라 하고, 행실이 벼랑처럼 남다르지 않은 것을 너그러움이라 하고, 만 가지 같지 않음을 지닌 것을 넉넉함이라 한다.
그러므로 덕을 지키는 것을 벼리라 하고, 덕이 이루어진 것을 「섰다」 하고, 도를 좇는 것을 갖춤이라 하고, 사물로 뜻을 꺾지 않는 것을 온전함이라 한다.
군자가 이 열 가지에 밝으면 그 일을 감싸는 마음이 크고, 만물이 흘러가는 데에 도도할 것이다.
그런 이는 금을 산에 감추고 구슬을 못에 감춘다. 재물을 이롭다 하지 않고 귀함과 넉넉함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오래 삶을 즐거워하지 않고 일찍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통함을 영예로 여기지 않고 궁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한 세상의 이익을 붙들어 제 사사로운 몫으로 삼지 않고, 천하에 왕 노릇 하는 것을 제가 드러나는 자리로 삼지 않는다. 드러나면 밝아진다. 만물이 한 곳간이요 죽고 사는 것이 한 모습이다."
3왕덕(王德)의 사람
夫子曰:「夫道,淵乎其居也,漻乎其清也。金石不得无以鳴,故金石有聲,不考不鳴。萬物孰能定之?夫王德之人,素逝而恥通於事,立之本原而知通於神,故其德廣。其心之出,有物採之。故形非道不生,生非德不明。存形窮生,立德明道,非王德者邪?蕩蕩乎,忽然出,勃然動,而萬物從之乎!此謂王德之人。視乎冥冥,聽乎无聲。冥冥之中,獨見曉焉;无聲之中,獨聞和焉。故深之又深,而能物焉;神之又神,而能精焉。故其與萬物接也,至无而供其求,時騁而要其宿。大小、長短、脩遠。」
선생이 말하였다. "무릇 도는 그 머무름이 못처럼 깊고 그 맑음이 시원하다. 쇠와 돌도 이를 얻지 못하면 울지 못한다. 그러므로 쇠와 돌에 소리가 있어도 치지 않으면 울지 않는다. 만물을 누가 정할 수 있겠는가.
무릇 왕덕의 사람은 소박하게 나아가며 일에 통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근본에 서서 앎이 신묘함에 통하므로 그 덕이 넓다. 그 마음이 나오는 것은 사물이 그것을 캐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은 도가 아니면 나지 못하고, 삶은 덕이 아니면 밝지 못하다. 몸을 지키고 삶을 다하며 덕을 세우고 도를 밝히니 왕덕의 사람이 아니겠는가.
넓고 넓구나. 문득 나오고 불쑥 움직이는데 만물이 그를 따르는구나. 이를 왕덕의 사람이라 한다.
어두운 데를 보고 소리 없는 데를 듣는다. 어두운 가운데서 홀로 밝음을 보고, 소리 없는 가운데서 홀로 어울림을 듣는다.
그러므로 깊고 또 깊어 사물을 지을 수 있고, 신묘하고 또 신묘하여 정기를 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만물과 사귈 때 지극히 없으면서도 그 구함에 대어 주고, 때맞추어 달리면서도 그 머무를 데를 다잡는다.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멀고 아득함이 그러하다."
4황제가 잃은 검은 구슬 — 상망이 찾다
黃帝遊乎赤水之北,登乎崐崘之丘而南望,還歸,遺其玄珠。使知索之而不得,使離朱索之而不得,使喫詬索之而不得也,乃使象罔。象罔得之。黃帝曰:「異哉,象罔乃可以得之乎!」
황제가 적수 북쪽에 노닐다가 곤륜 언덕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고 돌아오다가 검은 구슬을 잃었다.
지(知)를 시켜 찾게 하였으나 얻지 못하고, 이주를 시켜 찾게 하였으나 얻지 못하고, 끽후를 시켜 찾게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다. 이에 상망을 시키니 상망이 그것을 얻었다.
황제가 말하였다. "이상하구나. 상망이야말로 그것을 얻을 수 있었구나."
5설결은 하늘의 짝이 될 수 없다
堯之師曰許由,許由之師曰齧缺,齧缺之師曰王倪,王倪之師曰被衣。堯問於許由曰:「齧缺可以配天乎?吾藉王倪以要之。」許由曰:「殆哉圾乎天下!齧缺之爲人也,聰明叡知,給數以敏,其性過人,而又乃以人受天。彼審乎禁過,而不知過之所由生。與之配天乎?彼且乘人而无天,方且本身而異形,方且尊知而火馳,方且爲緒使,方且爲物絯,方且四顧而物應,方且應衆宜,方且與物化而未始有恆,夫何足以配天乎?雖然,有族有祖,可以爲衆父,而不可以爲衆父父。治,亂之率也,北面之禍也,南面之賊也。」
요의 스승을 허유라 하고, 허유의 스승을 설결이라 하고, 설결의 스승을 왕예라 하고, 왕예의 스승을 피의라 한다.
요가 허유에게 물었다. "설결이 하늘의 짝이 될 만합니까. 내가 왕예를 빌려 그를 청하려 합니다."
허유가 말하였다. "위태롭구나, 천하가 위태롭겠다. 설결의 사람됨은 귀와 눈이 밝고 슬기로우며 민첩하고 빠르다. 그 성품이 남보다 뛰어나고 또 사람으로 하늘을 받으려 한다. 그는 허물 막는 것은 잘 살피나 허물이 생기는 까닭은 알지 못한다.
그를 하늘의 짝으로 삼겠는가. 그는 사람을 타고 하늘이 없을 것이며, 바야흐로 제 몸을 근본으로 삼아 남과 달리하려 할 것이며, 바야흐로 앎을 높여 불처럼 내달을 것이며, 바야흐로 실마리에 부려질 것이며, 바야흐로 사물에 얽매일 것이며, 바야흐로 사방을 돌아보며 사물에 응할 것이며, 바야흐로 뭇 마땅함에 응할 것이며, 바야흐로 사물과 함께 바뀌어 한결같음이 있은 적이 없을 것이다. 그가 어찌 하늘의 짝이 되기에 넉넉하겠는가.
그렇더라도 겨레가 있고 조상이 있으니 뭇 아비는 될 수 있어도 뭇 아비의 아비는 될 수 없다. 다스림은 어지러움의 우두머리요, 신하 된 이의 화요, 임금 된 이의 도적이다."
6화 땅 국경지기의 축원
堯觀乎華,華封人曰:「嘻,聖人!請祝聖人,使聖人壽!」堯曰:「辭。」「使聖人富!」堯曰:「辭。」「使聖人多男子!」堯曰:「辭。」封人曰:「壽、富、多男子,人之所欲也。汝獨不欲,何邪?」堯曰:「多男子則多懼,富則多事,壽則多辱。是三者,非所以養德也,故辭。」封人曰:「始也我以汝爲聖人邪,今然君子也。天生萬民,必授之職。多男子而授之職,則何懼之有!富而使人分之,則何事之有!夫聖人,鶉居而鷇食,鳥行而无彰;天下有道,則與物皆昌;天下无道,則脩德就閒;千歲厭世,去而上僊;乘彼白雲,至于帝鄉;三患莫至,身常无殃,則何辱之有!」封人去之。堯隨之,曰:「請問。」封人曰:「退已!」
요가 화 땅을 살펴보는데 화 땅 국경지기가 말하였다. "아, 성인이시여. 성인께 축원하겠습니다. 성인으로 하여금 오래 사시게 하소서."
요가 말하였다. "사양하겠소."
"성인으로 하여금 넉넉하시게 하소서."
요가 말하였다. "사양하겠소."
"성인으로 하여금 아들이 많으시게 하소서."
요가 말하였다. "사양하겠소."
국경지기가 말하였다. "오래 삶과 넉넉함과 아들 많음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입니다. 그대만 홀로 바라지 않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요가 말하였다. "아들이 많으면 두려움이 많고, 넉넉하면 일이 많고, 오래 살면 욕됨이 많소. 이 셋은 덕을 기르는 바가 아니므로 사양하는 것이오."
국경지기가 말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그대를 성인이라 여겼는데 이제 보니 군자로군요.
하늘이 만백성을 낳으면 반드시 그에게 일을 줍니다. 아들이 많아도 저마다 일을 준다면 무슨 두려움이 있겠습니까. 넉넉하여도 남에게 나누어 준다면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무릇 성인은 메추라기처럼 살고 새 새끼처럼 먹으며, 새처럼 다니되 자취가 없습니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만물과 함께 성하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덕을 닦아 한가함으로 나아갑니다. 천 해를 살다 세상이 싫어지면 떠나 올라가 신선이 되고, 저 흰 구름을 타고 상제의 고장에 이릅니다. 세 가지 근심이 이르지 않고 몸에 늘 재앙이 없으니 무슨 욕됨이 있겠습니까."
국경지기가 떠났다. 요가 따라가며 말하였다. "여쭙기를 청합니다."
국경지기가 말하였다. "물러가시오."
7백성자고가 제후를 버리고 밭을 갈다
堯治天下,伯成子高立爲諸侯。堯授舜,舜授禹,伯成子高辭爲諸侯而耕。禹往見之,則耕在野。禹趨就下風,立而問焉,曰:「昔堯治天下,吾子立爲諸侯。堯授舜,舜授予,而吾子辭爲諸侯而耕,敢問其故何也?」子高曰:「昔堯治天下,不賞而民勸,不罰而民畏。今子賞罰而民且不仁,德自此衰,刑自此立,後世之亂自此始矣。夫子闔行邪?无落吾事!」俋俋乎耕而不顧。
요가 천하를 다스릴 때 백성자고가 제후로 섰다. 요가 순에게 물려주고 순이 우에게 물려주자, 백성자고가 제후를 사양하고 밭을 갈았다.
우가 가서 만나니 들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우가 바람 아래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서서 물었다. "옛날 요가 천하를 다스릴 때 그대는 제후로 섰습니다. 요가 순에게 물려주고 순이 나에게 물려주었는데, 그대는 제후를 사양하고 밭을 가니 감히 그 까닭을 여쭙습니다."
자고가 말하였다. "옛날 요가 천하를 다스릴 때는 상 주지 않아도 백성이 힘쓰고 벌하지 않아도 백성이 두려워하였소. 이제 그대가 상 주고 벌하는데도 백성이 어질지 않으니, 덕이 이로부터 쇠하고 형벌이 이로부터 서며 뒷세상의 어지러움이 이로부터 비롯할 것이오. 그대는 어찌 가지 않으시오. 내 일을 그르치지 마시오."
부지런히 밭을 갈며 돌아보지 않았다.
8태초에는 없음이 있었다
泰初有无,无有无名。一之所起,有一而未形。物得以生,謂之德;未形者有分,且然无間,謂之命;留動而生物,物成生理,謂之形;形體保神,各有儀則,謂之性。性脩反德,德至同於初,同乃虚,虚乃大。合喙鳴;喙鳴合,與天地爲合。其合緡緡,若愚若昏,是謂玄德,同乎大順。
태초에는 없음이 있었다. 있음도 없고 이름도 없었다. 하나가 일어난 바가 있어 하나는 있으나 아직 모습이 없었다.
사물이 얻어 나는 것을 덕이라 한다. 아직 모습이 없는 것에 나뉨이 있되 그러면서 틈이 없는 것을 명이라 한다. 머물고 움직여 사물을 낳고, 사물이 이루어져 결이 생기는 것을 모습이라 한다. 몸이 정신을 지켜 저마다 법도가 있는 것을 성품이라 한다.
성품을 닦아 덕으로 돌아가고, 덕이 지극하면 처음과 같아진다. 같아지면 비고 비면 커진다.
새 부리처럼 소리를 합한다. 부리 소리가 합하면 하늘과 땅과 합한다. 그 합함이 아득하여 어리석은 듯 어두운 듯하니, 이를 그윽한 덕이라 하고 큰 순리와 같다 한다.
9저를 잊는 이가 하늘에 든다
夫子問于老聃曰:「有人治道若相放,可不可,然不然。辯者有言曰:『離堅白,若縣㝢。』若是則可謂聖人乎?」老聃曰:「是胥易技係,勞形怵心者也。執留之狗成思,猨狙之便自山林來。丘,予告若而所不能聞與而所不能言:凡有首有趾无心无耳者衆,有形者與无形无狀而皆存者盡无。其動,止也;其死,生也;其廢,起也。此又非其所以也。有治在人,忘乎物,忘乎天,其名爲忘己。忘己之人,是之謂入於天。」
선생이 노담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도를 다스리기를 서로 어긋나게 하여, 안 되는 것을 된다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 합니다. 말재주 있는 이가 말하기를 '굳음과 흼을 떼어 놓기가 처마에 매단 것처럼 뚜렷하다' 합니다. 이런 이를 성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노담이 말하였다. "이는 잗단 재주에 매이고 기예에 묶여 몸을 수고롭게 하고 마음을 졸이는 자다. 사냥개는 붙잡아 두어도 근심을 이루고, 원숭이의 재빠름은 산림에서 온 것이다.
구야, 내가 너에게 네가 들을 수 없는 바와 네가 말할 수 없는 바를 일러 주겠다. 무릇 머리가 있고 발이 있으면서 마음이 없고 귀가 없는 이는 많고, 모습이 있으면서 모습 없고 꼴 없는 것과 함께 다 있는 이는 도무지 없다.
그 움직임이 곧 멎음이요, 그 죽음이 곧 삶이요, 그 무너짐이 곧 일어남이다. 이 또한 그 까닭이 아니다.
다스림이 사람에게 있으나 사물을 잊고 하늘을 잊으니 그 이름을 저를 잊음이라 한다. 저를 잊은 사람, 이를 하늘에 든다 한다."
10계철이 웃으며 말하다
蔣閭葂見季徹,曰:「魯君謂葂也曰:『請受教。』辭不獲命。既已告矣,未知中否,請嘗薦之。吾謂魯君曰:『必服恭儉,拔出公忠之屬而无阿私,民孰敢不輯?』」季徹局局然笑曰:「若夫子之言,於帝王之德,猶螳蜋之怒臂以當車軼,則必不勝任矣!且若是,則其自爲處危,其觀臺多物,將往投迹者衆。」蔣閭葂覤覤然驚曰:「葂也汒若於夫子之所言矣!雖然,願先生之言其風也。」季徹曰:「大聖之治天下也,摇蕩民心,使之成教易俗,舉滅其賊心,而皆進其獨志,若性之自爲,而民不知其所由然。若然者,豈兄堯、舜之教民,溟涬然弟之哉?欲同乎德而心居矣!」
장려면이 계철을 만나 말하였다. "노나라 임금이 저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하기에 사양하였으나 허락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아뢰었는데 맞는지 아닌지 알지 못하겠으니 한번 여쭈어 보겠습니다. 제가 노나라 임금에게 이르기를 '반드시 공손하고 검소함을 입고, 공정하고 충성된 무리를 뽑아 세우며 치우쳐 사사로움이 없게 하십시오. 그러면 백성 가운데 누가 감히 화목하지 않겠습니까' 하였습니다."
계철이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대의 말은 제왕의 덕에 대하여 사마귀가 팔뚝을 성내어 수레바퀴를 막는 것과 같으니 반드시 감당하지 못할 것이오. 또 그렇게 하면 제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그 망루에 물건이 많아져 자취를 던지러 오는 이가 많아질 것이오."
장려면이 흠칫 놀라 말하였다. "저는 선생의 말씀에 아득합니다. 그렇더라도 선생께서 그 큰 줄기를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계철이 말하였다. "큰 성인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백성의 마음을 흔들어, 가르침을 이루고 풍속을 바꾸게 하며, 해치는 마음을 다 없애고 저마다 제 뜻으로 나아가게 하오. 마치 성품이 스스로 그리하는 듯하여 백성이 그리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오.
그런 이가 어찌 요와 순이 백성을 가르친 것을 형으로 삼아 아득히 아우 노릇 하겠소. 덕과 같아져 마음이 머무르기를 바랄 뿐이오."
11두레박틀을 마다한 밭일하는 노인
子貢南遊於楚,反於晋,過漢陰,見一丈人方將爲圃畦,鑿隧而入井,抱甕而出灌,搰搰然用力甚多而見功寡。子貢曰:「有械於此,一日浸百畦,用力甚寡而見功多,夫子不欲乎?」爲圃者仰而視之,曰:「奈何?」曰:「鑿木爲機,後重前輕,挈水若抽,數如泆湯,其名爲槔。」爲圃者忿然作色而笑曰:「吾聞之吾師,有機械者必有機事,有機事者必有機心。機心存於胷中則純白不備,純白不備則神生不定。神生不定者,道之所不載也。吾非不知,羞而不爲也。」子貢瞞然慙,俯而不對。有間,爲圃者曰:「子奚爲者邪?」曰:「孔丘之徒也。」爲圃者曰:「子非夫博學以擬聖,於于以蓋衆,獨弦哀歌以賣名聲於天下者乎?汝方將忘汝神氣,墮汝形骸,而庶幾乎!而身之不能治,而何暇治天下乎?子往矣,无乏吾事!」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에 노닐다가 진나라로 돌아오며 한수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바야흐로 밭두둑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굴을 파고 우물에 들어가 항아리를 안고 나와 물을 대는데, 끙끙거리며 힘은 몹시 많이 쓰되 보람은 적었다.
자공이 말하였다. "여기 기계가 있으면 하루에 백 두둑을 적시고 힘은 몹시 적게 쓰되 보람은 많습니다. 노인장은 바라지 않으십니까."
밭 가는 이가 우러러보며 말하였다. "어떻게 하는 것이오."
"나무를 깎아 틀을 만드는데 뒤가 무겁고 앞이 가벼워, 물을 긷는 것이 뽑아 올리는 듯하고 빠르기가 끓어 넘치는 듯합니다. 그 이름을 두레박틀이라 합니다."
밭 가는 이가 발끈 낯빛을 붉혔다가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내 스승에게 들으니, 기계가 있는 이는 반드시 기계로 하는 일이 있고, 기계로 하는 일이 있는 이는 반드시 기계의 마음이 있다 하였소. 기계의 마음이 가슴속에 있으면 순수하고 흰 것이 갖추어지지 않고, 순수하고 흰 것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정신과 삶이 안정되지 않소. 정신과 삶이 안정되지 않는 이는 도가 싣지 않는 바요. 내가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이오."
자공이 멍하니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 밭 가는 이가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 하는 사람이오."
"공구의 제자입니다."
밭 가는 이가 말하였다. "그대는 널리 배워 성인을 흉내 내고, 허풍으로 뭇사람을 덮으며, 홀로 거문고를 타고 슬픈 노래를 불러 천하에 이름을 파는 자가 아니오. 그대는 바야흐로 그대의 정신과 기운을 잊고 그대의 몸을 무너뜨려야 거의 될 것이오. 그대 몸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느 겨를에 천하를 다스리겠소. 그대는 가시오. 내 일을 그르치지 마시오."
12자공이 낯빛을 잃다 — 온전한 덕의 사람
子貢卑陬失色,頊頊然不自得,行三十里而後愈。其弟子曰:「向之人何爲者邪?夫子何故見之變容失色,終日不自反邪?」曰:「始吾以爲天下一人耳,不知復有夫人也。吾聞之夫子,事求可、功求成、用力少、見功多者,聖人之道。今徒不然,執道者德全,德全者形全,形全者神全。神全者,聖人之道也。託生與民並行,而不知其所之,汒乎淳備哉!功利機巧,必忘夫人之心。若夫人者,非其志不之,非其心不爲,雖以天下譽之,得其所謂,謷然不顧;以天下非之,失其所謂,儻然不受,天下之非譽无益損焉,是謂全德之人哉!我之謂風波之民。」反於魯,以告孔子。孔子曰:「彼假脩渾沌氏之術者也。識其一,不知其二;治其內,而不治其外。夫明白入素,无爲復朴,體性抱神,以遊世俗之間者,汝將固驚邪?且渾沌氏之術,予與汝何足以識之哉!」
자공이 풀이 죽어 낯빛을 잃고 넋 나간 듯 스스로 가누지 못하다가 삼십 리를 간 뒤에야 나아졌다.
그 제자가 말하였다. "아까 그 사람은 무엇 하는 이입니까. 선생님은 어찌하여 그를 보고 낯빛이 변하고 온종일 스스로 돌아오지 못하십니까."
말하였다. "처음에 나는 천하에 한 사람뿐이라 여겼는데, 다시 저런 사람이 있는 줄을 알지 못하였다.
내가 선생님께 들으니, 일은 될 만한 것을 구하고 공은 이루어질 만한 것을 구하며 힘은 적게 쓰고 보람은 많이 보는 것이 성인의 도라 하였다. 이제 그렇지 않았다. 도를 지킨 이는 덕이 온전하고, 덕이 온전한 이는 몸이 온전하고, 몸이 온전한 이는 정신이 온전하다. 정신이 온전한 것이 성인의 도다.
삶을 맡겨 백성과 나란히 다니되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하니, 아득하구나 그 순수하고 갖추어짐이. 공과 이익과 기계와 재주는 반드시 저런 사람의 마음에서 잊힌다.
저런 사람은 제 뜻이 아니면 가지 않고 제 마음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천하가 다 그를 기려 이른바 옳다 하여도 도도히 돌아보지 않고, 천하가 다 그를 그르다 하여 이른바 옳음을 잃게 하여도 태연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천하의 그름과 기림이 그에게 더하고 덜함이 없으니, 이를 온전한 덕의 사람이라 한다. 나는 바람과 물결에 흔들리는 백성이라 하겠다."
노나라로 돌아와 공자에게 아뢰었다. 공자가 말하였다. "그는 혼돈씨의 술법을 빌려 닦는 이다. 그 하나는 알되 그 둘은 알지 못하고, 그 안은 다스리되 그 밖은 다스리지 못한다.
무릇 밝고 흰 데로 들어가 소박함에 이르고, 함이 없이 통나무로 돌아가며, 성품을 몸으로 삼고 정신을 안아 세속 사이에 노니는 이라면, 그대가 참으로 놀라겠는가. 또 혼돈씨의 술법을 나와 그대가 어찌 알기에 넉넉하겠는가."
13순망과 원풍 — 성인의 다스림·덕인·신인
諄芒將東之大壑,適遇苑風於東海之濱。苑風曰:「子將奚之?」曰:「將之大壑。」曰:「奚爲焉?」曰:「夫大壑之爲物也,注焉而不滿,酌焉而不竭,吾將遊焉。」苑風曰:「夫子无意于橫目之民乎?願聞聖治。」諄芒曰:「聖治乎?官施而不失其宜,拔舉而不失其能,畢見其情事而行其所爲,行言自爲而天下化;手撓頤指,四方之民莫不俱至,此之謂聖治。」「願聞德人。」曰:「德人者,居无思,行无慮,不藏是非美惡;四海之內,共利之之爲悅,共給之之爲安;怊乎若嬰兒之失其母也,儻乎若行而失其道也;財用有餘而不知其所自來,飲食取足而不知其所從,此謂德人之容。」「願聞神人。」曰:「上神乘光,與形滅亡,是謂照曠。致命盡情,天地樂而萬事銷亡,萬物復情,此之謂混冥。」
순망이 동쪽으로 큰 골짜기에 가려다가 마침 동해 물가에서 원풍을 만났다.
원풍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로 가시오."
"큰 골짜기로 가려 하오."
"무엇하러 가시오."
"무릇 큰 골짜기라는 것은 부어도 차지 않고 퍼내도 마르지 않으니, 나는 거기 노닐려 하오."
원풍이 말하였다. "선생은 가로 눈 달린 백성에게는 뜻이 없으시오. 성인의 다스림을 듣기 바라오."
순망이 말하였다. "성인의 다스림이오. 벼슬을 베풀되 그 마땅함을 잃지 않고, 뽑아 쓰되 그 능함을 잃지 않으며, 그 실상과 일을 다 보고서 할 바를 행하고, 말과 행실이 스스로 그러하여 천하가 바뀌오. 손을 흔들고 턱으로 가리켜도 사방의 백성이 다 이르지 않는 이가 없으니, 이를 성인의 다스림이라 하오."
"덕인을 듣기 바라오."
"덕인이란 머물러 생각함이 없고 다니되 헤아림이 없으며, 옳고 그름과 아름다움과 나쁨을 갈무리하지 않소. 사해 안에서 함께 이롭게 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함께 대어 주는 것을 편안함으로 삼소. 서운해하기가 어린아이가 제 어미를 잃은 듯하고, 멍하기가 길을 가다 제 길을 잃은 듯하오. 재물이 남아돌아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고, 마시고 먹는 것이 넉넉해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니, 이를 덕인의 모습이라 하오."
"신인을 듣기 바라오."
"위로 신묘함이 빛을 타고 몸과 함께 사라지니 이를 빈 데를 비춘다 하오. 명을 다하고 실상을 다하여 하늘과 땅이 즐겁고 만사가 스러지며 만물이 실상으로 돌아가니, 이를 뒤섞여 아득함이라 하오."
14지극한 덕의 세상에는 어진 이를 높이지 않는다
門无鬼與赤張滿稽觀於武王之師。赤張滿稽曰:「不及有虞氏乎!故離此患也。」門无鬼曰:「天下均治,而有虞氏治之邪?其亂而後治之與?」赤張滿稽曰:「天下均治之爲願,而何計以有虞氏爲?有虞氏之藥瘍也,秃而施髢,病而求醫。孝子操藥,以脩慈父,其色燋然,聖人羞之。至德之世,不尚賢,不使能,上如標枝,民如野鹿,端正而不知以爲義,相愛而不知以爲仁,實而不知以爲忠,當而不知以爲信,蠢動而相使,不以爲賜,是故行而无迹,事而无傳。」
문무귀와 적장만계가 무왕의 군대를 보았다.
적장만계가 말하였다. "유우씨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그래서 이런 근심을 만나는 것이다."
문무귀가 말하였다. "천하가 고루 다스려졌는데 유우씨가 다스린 것인가, 어지러워진 뒤에 다스린 것인가."
적장만계가 말하였다. "천하가 고루 다스려지기를 바랄 뿐인데 어찌 유우씨를 헤아리겠는가. 유우씨는 부스럼에 약을 쓴 것이니, 머리가 벗어지자 다리를 씌우고 병이 나자 의원을 찾은 격이다. 효자가 약을 지어 어진 아버지를 고치는데 그 낯빛이 타들어 가니 성인이 이를 부끄러워한다.
지극한 덕의 세상에는 어진 이를 높이지 않고 능한 이를 부리지 않았다. 위는 우듬지 가지 같고 백성은 들사슴 같았다. 단정하되 그것을 옳음이라 여길 줄 모르고, 서로 사랑하되 그것을 어짊이라 여길 줄 모르고, 참되되 그것을 충성이라 여길 줄 모르고, 마땅하되 그것을 미쁨이라 여길 줄 몰랐다. 꿈틀거리며 서로 부리되 그것을 베풂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행하여도 자취가 없고 일하여도 전함이 없었다."
15한평생 아첨하고 한평생 뭇사람이다
孝子不諛其親,忠臣不諂其君,臣子之盛也。親之所言而然,所行而善,則世俗謂之不肖子;君之所言而然,所行而善,則世俗謂之不肖臣,而未知此其必然邪?世俗之所謂然而然之,所謂善而善之,則不謂之導諛之人也。然則俗故嚴於親而尊於君邪?謂己導諛則勃然作色,謂己衆人則怫然作色,而終身導諛也,終身衆人也,合譬飾辭聚衆也,是終始本末不相坐。垂衣裳,設采色,動容貌,以媚一世,而不自謂導諛;與夫人之爲徒,通是非,而不自謂衆人,愚之至也。知其愚者,非大愚也;知其惑者,非大惑也。大惑者,終身不解;大愚者,終身不靈。三人行而一人惑,所適者猶可致也,惑者少也;二人惑則勞而不至,惑者勝也。而今也以天下惑,予雖有祈嚮,不可得也,不亦悲乎!大聲不入於里耳,《折楊》《皇華》則嗑然而笑,是故高言不止於衆人之心,至言不出,俗言勝也。以二缶鍾惑,而所適不得矣。而今也以天下惑,予雖有祈嚮,其庸可得邪!知其不可得也而强之,又一惑也,故莫若釋之而不推。不推,誰其比憂?厲之人夜半生其子,遽取火而視之,汲汲然唯恐其似己也。
효자는 제 어버이에게 아첨하지 않고 충신은 제 임금에게 아첨하지 않으니, 이것이 신하와 자식의 성함이다.
어버이가 말하는 바를 그렇다 하고 행하는 바를 착하다 하면 세속이 그를 못난 자식이라 하고, 임금이 말하는 바를 그렇다 하고 행하는 바를 착하다 하면 세속이 그를 못난 신하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반드시 그러한 줄은 알지 못한다.
세속이 이른바 그렇다 하는 것을 그렇다 하고 이른바 착하다 하는 것을 착하다 하면, 그를 아첨하는 사람이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속이 참으로 어버이보다 엄하고 임금보다 높은 것인가.
제가 아첨한다 하면 발끈 낯빛을 붉히고, 제가 뭇사람이라 하면 발끈 낯빛을 붉힌다. 그러면서 한평생 아첨하고 한평생 뭇사람이다. 비유를 맞추고 말을 꾸며 뭇사람을 모으면서도, 처음과 끝, 뿌리와 끝이 서로 걸려들지 않는다.
옷자락을 드리우고 채색을 베풀며 낯빛을 꾸며 한 세상에 아양 떨면서도 스스로 아첨한다 하지 않고, 저 사람들과 무리가 되어 옳고 그름을 통하면서도 스스로 뭇사람이라 하지 않으니 어리석음의 지극함이다.
제 어리석음을 아는 이는 크게 어리석은 것이 아니요, 제 헷갈림을 아는 이는 크게 헷갈린 것이 아니다. 크게 헷갈린 이는 한평생 풀지 못하고, 크게 어리석은 이는 한평생 깨우치지 못한다.
세 사람이 가는데 한 사람이 헷갈리면 가려는 데에 그래도 이를 수 있으니 헷갈린 이가 적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헷갈리면 애써도 이르지 못하니 헷갈린 이가 이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온 천하가 헷갈렸으니, 내가 비록 향할 데가 있어도 얻을 수 없다. 또한 슬프지 않은가.
큰 소리는 마을 사람의 귀에 들어가지 않고, 「절양」이나 「황화」 같은 노래에는 껄껄 웃는다. 그러므로 높은 말이 뭇사람의 마음에 머물지 못하고, 지극한 말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속된 말이 이기기 때문이다.
두 개의 질그릇 종소리에 헷갈리면 가려는 데에 이르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는 온 천하가 헷갈렸으니, 내가 비록 향할 데가 있은들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얻을 수 없음을 알면서 억지로 하는 것도 또 하나의 헷갈림이다. 그러므로 놓아두고 밀지 않는 것만 못하다. 밀지 않으면 누가 그 근심을 함께하겠는가.
문둥이가 한밤중에 제 자식을 낳으면 얼른 불을 가져다 비추어 보는데, 오직 제 모습을 닮았을까 애타게 두려워한다.
16성품을 잃는 다섯 가지
百年之木,破爲犧樽,青黃而文之,其斷在溝中。比犧樽於溝中之斷,則美惡有間矣,其於失性一也。跖與曾、史,行義有間矣,然其失性均也。且夫失性有五:一曰五色亂目,使目不明;二曰五聲亂耳,使耳不聰;三曰五臭薰鼻,困惾中顙;四曰五味濁口,使口厲爽;五曰趣舍滑心,使性飛揚。此五者,皆生之害也,而楊、墨乃始離跂,自以爲得,非吾所謂得也。夫得者困,可以爲得乎?則鳩鴞之在於籠也,亦可以爲得矣。且夫趣舍聲色以柴其內,皮弁、鷸冠、搢笏、紳脩以約其外,內支盈於柴柵,外重纆繳,睆睆然在纆繳之中而自以爲得,則是罪人交臂歷指而虎豹在於囊檻,亦可以爲得矣!
백 해 된 나무를 쪼개어 술그릇을 만들고 푸르고 누렇게 무늬를 넣는데, 그 자른 나머지는 도랑에 버려진다. 술그릇을 도랑의 나뭇조각에 견주면 아름다움과 나쁨에 사이가 있으나, 성품을 잃은 것으로는 하나다.
도척과 증삼과 사추는 행실과 옳음에 사이가 있으나 성품을 잃은 것으로는 마찬가지다.
또 무릇 성품을 잃는 데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다섯 빛깔이 눈을 어지럽혀 눈이 밝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다섯 소리가 귀를 어지럽혀 귀가 밝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다섯 냄새가 코를 찔러 막혀 이마까지 답답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는 다섯 맛이 입을 흐려 입맛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취하고 버림이 마음을 어지럽혀 성품이 날뛰게 하는 것이다.
이 다섯은 다 삶을 해치는 것이다. 그런데 양주와 묵적이 비로소 발돋움하며 스스로 얻었다 여기니, 내가 이른바 얻음이 아니다.
무릇 얻은 것이 도리어 괴로움이라면 얻었다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비둘기와 올빼미가 새장에 있는 것도 얻었다 할 만하다.
또 무릇 취하고 버림과 소리와 빛깔로 그 안을 섶처럼 막고, 사슴가죽 관과 물총새 깃 관과 홀과 큰 띠로 그 밖을 묶는다. 안으로는 섶 울타리에 가득 차고 밖으로는 노끈이 겹겹인데, 노끈 가운데서 두리번거리며 스스로 얻었다 여긴다면, 이는 죄인이 팔을 엇매이고 손가락을 죄이며 범과 표범이 우리에 갇힌 것도 얻었다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