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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莊子 外篇 天道

장자 莊子 · 장주(莊周)와 뒷사람들 · 전국시대(기원전 4~3세기) · 서진 곽상 33편본 · 단락 39 · 한자 2,469자 · 낭독 9.9분

「장자」 외편 「천도」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북녘 검은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을 곤이라 한다」 — 이 한 줄로 시작해, 등이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는 새가 남녘 바다로 날아가는 데서 책이 열린다. 나비 꿈을 꾸고 깨어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가」 묻고, 소 잡는 백정이 열아홉 해 동안 칼을 갈지 않고, 아내가 죽자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한다. 달팽이 뿔 위에서 나라끼리 싸워 주검 수만이 넘어졌다는 이야기로 전쟁을 그치게 하고, 혜자의 무덤을 지나며 「나는 더불어 말할 이가 없다」 한다. 도덕경과 나란히 두면 같은 자리를 아주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린다.

1물이 고요하면 수염까지 비춘다

天道運而无所積,故萬物成;帝道運而无所積,故天下歸;聖道運而无所積,故海內服。明於天,通於聖,六通四辟於帝王之德者,其自為也,昧然无不靜者矣!聖人之靜也,非曰靜也善,故靜也。萬物无足以鐃心者,故靜也。水靜則明燭鬚眉,平中準,大匠取法焉。水靜猶明,而況精神!聖人之心靜乎!天地之鑑也,萬物之鏡也。夫虛靜恬淡寂漠无為者,天地之平而道德之至。故帝王聖人休焉。休則虛,虛則實,實則倫矣。虛則靜,靜則動,動則得矣。靜則无為,无為也則任事者責矣。无為則俞俞,俞俞者憂患不能處,年壽長矣。夫虛靜恬淡寂漠无為者,萬物之本也。明此以南鄉,堯之為君也;明此以北面,舜之為臣也。以此處上,帝王天子之德也;以此處下,玄聖素王之道也。以此退居而閒游江海,山林之士服;以此進為而撫世,則功大名顯而天下一也。靜而聖,動而王,无為也而尊,樸素而天下莫能與之爭美。夫明白於天地之德者,此之謂大本大宗,與天和者也。所以均調天下,與人和者也。與人和者,謂之人樂;與天和者,謂之天樂。

하늘의 도는 돌면서 쌓이는 데가 없으므로 만물이 이루어진다. 임금의 도는 돌면서 쌓이는 데가 없으므로 천하가 돌아온다. 성인의 도는 돌면서 쌓이는 데가 없으므로 온 나라가 따른다.

하늘에 밝고 성스러움에 통하며, 제왕의 덕에 여섯 갈래로 통하고 사방으로 트인 이는, 그 스스로 하는 것이 어둑하여 고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성인의 고요함은 고요함이 좋다 하여 고요한 것이 아니다. 만물이 그 마음을 흔들기에 넉넉하지 못하므로 고요한 것이다.

물이 고요하면 수염과 눈썹까지 밝게 비추고 평평함이 수준기에 맞아 큰 목수가 이를 본받는다. 물이 고요해도 이렇게 밝은데 하물며 정신이겠는가. 성인의 마음이 고요함이여. 하늘과 땅의 거울이요 만물의 거울이다.

무릇 비고 고요하고 담박하고 쓸쓸하여 함이 없는 것은 하늘과 땅의 평평함이요 도덕의 지극함이다. 그러므로 제왕과 성인이 여기에 쉰다.

쉬면 비고, 비면 차고, 차면 결이 선다. 비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움직이고, 움직이면 얻는다. 고요하면 함이 없고, 함이 없으면 일 맡은 이가 제 책임을 다한다. 함이 없으면 느긋하고, 느긋하면 근심이 머물지 못하여 나이가 길어진다.

무릇 비고 고요하고 담박하고 쓸쓸하여 함이 없는 것은 만물의 뿌리다.

이를 밝혀 남쪽을 향한 것이 요가 임금 된 까닭이요, 이를 밝혀 북쪽을 향한 것이 순이 신하 된 까닭이다. 이로써 위에 처하는 것이 제왕과 천자의 덕이요, 이로써 아래에 처하는 것이 그윽한 성인과 자리 없는 왕의 도다.

이로써 물러나 지내며 강과 바다에 한가히 노닐면 산림의 선비가 따르고, 이로써 나아가 세상을 어루만지면 공이 크고 이름이 드러나 천하가 하나가 된다.

고요하면 성인이요 움직이면 왕이며, 함이 없어도 높고 소박하여도 천하가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수 없다.

무릇 하늘과 땅의 덕에 밝은 이, 이를 큰 뿌리요 큰 마루라 하며 하늘과 어울리는 이라 한다. 천하를 고르게 하는 까닭이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사람의 즐거움이라 하고, 하늘과 어울리는 것을 하늘의 즐거움이라 한다.

2하늘의 즐거움

莊子曰:「吾師乎,吾師乎!𩐈萬物而不為戾,澤及萬世而不為仁,長於上古而不為壽,覆載天地、刻彫衆形而不為巧,此之謂天樂。故曰:知天樂者,其生也天行,其死也物化。靜而與陰同德,動而與陽同波。故知天樂者,无天怨,无人非,无物累,无鬼責。故曰:其動也天,其靜也地,一心定而王天下;其鬼不祟,其魂不疲,一心定而萬物服。言以虛靜推於天地,通於萬物,此之謂天樂。天樂者,聖人之心,以畜天下也。」

장자가 말하였다. "내 스승이여, 내 스승이여. 만물을 부수면서도 사납다 하지 않고, 은택이 만세에 미치면서도 어질다 하지 않고, 아득한 옛날보다 길면서도 오래 산다 하지 않고, 하늘과 땅을 덮고 싣고 온갖 모습을 새기면서도 재주라 하지 않으니, 이를 하늘의 즐거움이라 한다.

그러므로 말한다. 하늘의 즐거움을 아는 이는 그 삶이 하늘의 운행이요 그 죽음이 사물의 바뀜이다. 고요하면 음과 덕을 같이하고 움직이면 양과 물결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하늘의 즐거움을 아는 이는 하늘의 원망이 없고 사람의 그름이 없고 사물의 얽매임이 없고 귀신의 꾸짖음이 없다.

그러므로 말한다. 그 움직임은 하늘이요 그 고요함은 땅이다. 한마음이 정해져 천하에 왕 노릇 한다. 그 귀신이 빌미하지 않고 그 넋이 지치지 않는다. 한마음이 정해져 만물이 따른다.

비고 고요함으로 하늘과 땅에 밀고 만물에 통한다는 말이니, 이를 하늘의 즐거움이라 한다. 하늘의 즐거움이란 성인의 마음으로 천하를 기르는 것이다."

3위는 함이 없고 아래는 함이 있다

夫帝王之德,以天地為宗,以道德為主,以无為為常。无為也,則用天下而有餘;有為也,則為天下用而不足。故古之人貴夫无為也。上无為也,下亦无為也,是下與上同德。下與上同德則不臣。下有為也,上亦有為也,是上與下同道。上與下同道則不主。上必无為而用天下,下必有為為天下用。此不易之道也。故古之王天下者,知雖落天地,不自慮也;辯雖彫萬物,不自說也;能雖窮海內,不自為也。天不產而萬物化,地不長而萬物育,帝王无為而天下功。故曰:莫神於天,莫富於地,莫大於帝王。故曰:帝王之德配天地。此乘天地,馳萬物,而用人羣之道也。

무릇 제왕의 덕은 하늘과 땅을 마루로 삼고 도덕을 주인으로 삼으며 함이 없음을 한결같음으로 삼는다.

함이 없으면 천하를 쓰고도 남고, 함이 있으면 천하에 쓰이고도 모자란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저 함이 없음을 귀히 여겼다.

위가 함이 없는데 아래도 함이 없으면 이는 아래가 위와 덕을 같이하는 것이다. 아래가 위와 덕을 같이하면 신하 노릇을 하지 않는다. 아래가 함이 있는데 위도 함이 있으면 이는 위가 아래와 도를 같이하는 것이다. 위가 아래와 도를 같이하면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위는 반드시 함이 없이 천하를 쓰고 아래는 반드시 함이 있어 천하에 쓰인다. 이것이 바뀌지 않는 도다.

그러므로 옛날 천하에 왕 노릇 한 이는 앎이 하늘과 땅을 둘러싸도 스스로 헤아리지 않았고, 말재주가 만물을 새길 만해도 스스로 말하지 않았고, 능함이 온 나라를 다할 만해도 스스로 하지 않았다.

하늘이 낳지 않아도 만물이 바뀌고, 땅이 기르지 않아도 만물이 자라며, 제왕이 함이 없어도 천하에 공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말한다. 하늘보다 신묘한 것이 없고 땅보다 넉넉한 것이 없고 제왕보다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말한다. 제왕의 덕은 하늘과 땅에 짝한다. 이것이 하늘과 땅을 타고 만물을 몰아 사람 무리를 쓰는 도다.

4다섯 가지 끝가지

本在於上,末在於下;要在於主,詳在於臣。三軍五兵之運,德在末也;賞罰利害,五刑之辟,教之末也;禮法度數,形名比詳,治之末也;鐘鼓之音,羽旄之容,樂之末也;哭泣衰絰,隆殺之服,哀之末也。此五末者,須精神之運,心術之動,然後從之者也。

뿌리는 위에 있고 끝가지는 아래에 있으며, 요점은 임금에게 있고 자세함은 신하에게 있다.

삼군과 다섯 병기의 운용은 덕의 끝가지요, 상과 벌과 이로움과 해로움과 다섯 형벌의 법은 가르침의 끝가지요, 예법과 도수와 모습과 이름을 견주어 살피는 것은 다스림의 끝가지요, 종과 북의 소리와 깃과 쇠꼬리의 몸짓은 음악의 끝가지요, 곡하고 상복 입고 두터이 하고 덜하는 옷은 슬픔의 끝가지다.

이 다섯 끝가지는 정신의 운용과 마음 씀의 움직임을 기다린 뒤에야 따르는 것이다.

5높고 낮음과 앞뒤의 차례

末學者,古人有之,而非所以先也。君先而臣從,父先而子從,兄先而弟從,長先而少從,男先而女從,夫先而婦從。夫尊卑先後,天地之行也,故聖人取象焉。天尊,地卑,神明之位也;春夏先,秋冬后,四時之序也。萬物化作,萌區有狀;盛衰之殺,變化之流也。夫天地至神,而有尊卑先後之序,而況人道乎!宗廟尚親,朝廷尚尊,鄉黨尚齒,行事尚賢,大道之序也。語道而非其序者,非其道也;語道而非其道者,安取道!

끝가지의 배움은 옛사람에게도 있었으나 먼저 삼을 바가 아니었다.

임금이 앞서면 신하가 따르고, 아비가 앞서면 자식이 따르고, 형이 앞서면 아우가 따르고, 어른이 앞서면 아이가 따르고, 사내가 앞서면 여자가 따르고, 지아비가 앞서면 지어미가 따른다.

무릇 높고 낮음과 앞서고 뒤섬은 하늘과 땅의 운행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그 모습을 취하였다. 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 것은 신명의 자리요, 봄과 여름이 앞서고 가을과 겨울이 뒤인 것은 네 철의 차례다. 만물이 바뀌어 일어나 싹틀 때 저마다 꼴이 있고, 성하고 쇠하여 줄어드는 것은 변화의 흐름이다.

무릇 하늘과 땅이 지극히 신묘한데도 높고 낮음과 앞뒤의 차례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도이겠는가.

종묘에서는 친함을 높이고, 조정에서는 벼슬을 높이고, 마을에서는 나이를 높이고, 일할 때에는 어짊을 높이니 큰 도의 차례다.

도를 말하면서 그 차례가 아닌 것은 그 도가 아니다. 도를 말하면서 그 도가 아니라면 어찌 도를 취하겠는가.

6큰 도를 밝히는 차례

是故古之明大道者,先明天而道德次之,道德已明而仁義次之,仁義已明而分守次之,分守已明而形名次之,形名已明而因任次之,因任已明而原省次之,原省已明而是非次之,是非已明而賞罰次之。賞罰已明而愚知處宜,貴賤履位;仁賢不肖襲情,必分其能,必由其名。以此事上,以此畜下,以此治物,以此修身,知謀不用,必歸其天。此之謂大平,治之至也。

그러므로 옛날 큰 도를 밝힌 이는 먼저 하늘을 밝히고 도덕이 그다음이었다. 도덕이 이미 밝혀지자 어짊과 옳음이 그다음이었다. 어짊과 옳음이 이미 밝혀지자 나뉨과 지킴이 그다음이었다. 나뉨과 지킴이 이미 밝혀지자 모습과 이름이 그다음이었다. 모습과 이름이 이미 밝혀지자 맡김이 그다음이었다. 맡김이 이미 밝혀지자 살펴 덜어 냄이 그다음이었다. 살펴 덜어 냄이 이미 밝혀지자 옳고 그름이 그다음이었다. 옳고 그름이 이미 밝혀지자 상과 벌이 그다음이었다.

상과 벌이 이미 밝혀지자 어리석은 이와 아는 이가 마땅한 데 처하고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제자리를 밟았다. 어질고 못난 이가 실상을 따르되 반드시 그 능함을 나누고 반드시 그 이름을 말미암았다.

이로써 위를 섬기고 이로써 아래를 기르며 이로써 사물을 다스리고 이로써 몸을 닦으니, 앎과 꾀를 쓰지 않고 반드시 그 하늘로 돌아갔다. 이를 큰 태평이라 하며 다스림의 지극함이다.

7모습과 이름을 대뜸 말하는 이

故書曰:「有形有名。」形名者,古人有之,而非所以先也。古之語大道者,五變而形名可舉,九變而賞罰可言也。驟而語形名,不知其本也;驟而語賞罰,不知其始也。倒道而言,迕道而說者,人之所治也,安能治人!驟而語形名賞罰,此有知治之具,非知治之道。可用於天下,不足以用天下,此之謂辯士,一曲之人也。禮法數度,形名比詳,古人有之。此下之所以事上,非上之所以畜下也。

그러므로 책에 이르기를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다" 하였다. 모습과 이름은 옛사람에게도 있었으나 먼저 삼을 바가 아니었다.

옛날 큰 도를 말한 이는 다섯 번 바뀐 뒤에야 모습과 이름을 들 수 있었고, 아홉 번 바뀐 뒤에야 상과 벌을 말할 수 있었다.

대뜸 모습과 이름을 말하는 것은 그 뿌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요, 대뜸 상과 벌을 말하는 것은 그 처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도를 거꾸로 말하고 도를 거슬러 이야기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려질 사람이니 어찌 남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대뜸 모습과 이름과 상과 벌을 말하는 것은 다스리는 도구를 아는 것이지 다스리는 도를 아는 것이 아니다. 천하에 쓰일 수는 있어도 천하를 쓰기에는 넉넉하지 않으니, 이를 말 잘하는 선비요 한쪽에 치우친 사람이라 한다.

예법과 도수와 모습과 이름을 견주어 살피는 것은 옛사람에게도 있었다. 이는 아래가 위를 섬기는 까닭이지 위가 아래를 기르는 까닭이 아니다.

8순이 요에게 마음 쓰는 법을 묻다

昔者舜問於堯曰:「天王之用心何如?」

옛날 순이 요에게 물었다. "천왕의 마음 쓰심이 어떠하십니까."

9요의 대답

堯曰:「吾不敖无告,不廢窮民,苦死者,嘉孺子而哀婦人,此吾所以用心已。」

요가 말하였다. "나는 하소연할 데 없는 이에게 거만하지 않고, 궁한 백성을 버리지 않으며, 죽은 이를 아파하고, 어린아이를 어여삐 여기고 여인을 가엾이 여긴다. 이것이 내가 마음 쓰는 바다."

10아름답기는 하나 크지는 않다

舜曰:「美則美矣,而未大也。」

순이 말하였다. "아름답기는 아름다우나 크지는 않습니다."

11그러면 어떠한가

堯曰:「然則何如?」

요가 말하였다. "그러면 어떠하냐."

12하늘의 덕

舜曰:「天德而出寧,日月照而四時行,若晝夜之有經,雲行而雨施矣!」

순이 말하였다. "하늘의 덕으로 편안함이 나오고, 해와 달이 비추고 네 철이 운행하며, 낮과 밤에 법도가 있는 것 같고, 구름이 가고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13그대는 하늘과 맞고 나는 사람과 맞다

堯曰:「膠膠擾擾乎!子,天之合也;我,人之合也。」

요가 말하였다. "내가 어수선하고 어지러웠구나. 너는 하늘과 맞고 나는 사람과 맞다."

14옛날 천하에 왕 노릇 한 이는 무엇을 하였는가

夫天地者,古之所大也,而黃帝堯舜之所共美也。故古之王天下者,奚為哉?天地而已矣。

무릇 하늘과 땅은 옛사람이 크다 한 바요 황제와 요와 순이 함께 아름답다 한 바다. 그러므로 옛날 천하에 왕 노릇 한 이가 무엇을 하였겠는가. 하늘과 땅을 따랐을 뿐이다.

15공자가 주나라에 책을 갈무리하려 하다

孔子西藏書於周室,子路謀曰:「由聞周之徵藏史有老聃者,免而歸居,夫子欲藏書,則試往因焉。」

공자가 서쪽으로 주나라 왕실에 책을 갈무리하려 하니, 자로가 꾀하여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 주나라의 책 맡은 사관에 노담이라는 이가 있는데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가 살고 있다 합니다. 선생님이 책을 갈무리하려 하시면 가서 그에게 부탁해 보십시오."

16좋다

孔子曰:「善。」

공자가 말하였다. "좋다."

17열두 경을 펴 놓고 말하다

往見老聃,而老聃不許,於是繙十二經以說。

가서 노담을 만났으나 노담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열두 경을 펴 놓고 말하였다.

18요점을 듣고 싶다

老聃中其說,曰:「大謾,願聞其要。」

노담이 그 말을 가로막으며 말하였다. "너무 장황하다. 그 요점을 듣고 싶다."

19요점은 어짊과 옳음에 있다

孔子曰:「要在仁義。」

공자가 말하였다. "요점은 어짊과 옳음에 있습니다."

20어짊과 옳음이 사람의 성품인가

老聃曰:「請問:仁義,人之性邪?」

노담이 말하였다. "묻겠다. 어짊과 옳음이 사람의 성품인가."

21참사람의 성품이다

孔子曰:「然,君子不仁則不成,不義則不生。仁義,真人之性也,又將奚為矣?」

공자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군자가 어질지 않으면 이루지 못하고 옳지 않으면 살지 못합니다. 어짊과 옳음은 참으로 사람의 성품이니 또 무엇을 하겠습니까."

22무엇을 어짊과 옳음이라 하는가

老聃曰:「請問:何謂仁義?」

노담이 말하였다. "묻겠다. 무엇을 어짊과 옳음이라 하는가."

23두루 사랑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것

孔子曰:「中心物愷,兼愛无私,此仁義之情也。」

공자가 말하였다. "마음속으로 사물을 즐거워하고 두루 사랑하여 사사로움이 없는 것, 이것이 어짊과 옳음의 실상입니다."

24북을 치며 달아난 자식을 찾는 격이다

老聃曰:「意,幾乎後言!夫兼愛,不亦迂乎!无私焉,乃私也。夫子若欲使天下无失其牧乎?則天地固有常矣,日月固有明矣,星辰固有列矣,禽獸固有羣矣,樹木固有立矣。夫子亦放德而行,遁道而趨,已至矣!又何偈偈乎揭仁義,若擊鼓而求亡子焉?意,夫子亂人之性也。」

노담이 말하였다. "아, 뒤엣말이 위태롭구나. 무릇 두루 사랑한다는 것이 또한 에두른 것이 아닌가. 사사로움이 없다는 것이 곧 사사로움이다.

그대는 천하로 하여금 그 기름을 잃지 않게 하려는가. 그렇다면 하늘과 땅에 본디 한결같음이 있고, 해와 달에 본디 밝음이 있고, 별들에 본디 벌여 섬이 있고, 새와 짐승에 본디 무리가 있고, 나무에는 본디 서는 자리가 있다.

그대도 덕을 놓아 행하고 도를 좇아 나아가면 이미 지극한 것이다. 또 어찌 애써 어짊과 옳음을 내걸어, 북을 치며 달아난 자식을 찾는 것처럼 하는가. 아, 그대는 사람의 성품을 어지럽히는구나."

25사성기가 노자를 나무라다

士成綺見老子而問曰:「吾聞夫子聖人也,吾固不辭遠道而來願見,百舍重趼而不敢息。今吾觀子,非聖人也,鼠壤有餘蔬,而棄妹之者,不仁也!生熟不盡於前,而積斂无崖。」

사성기가 노자를 뵙고 물었다. "제가 듣기로 선생은 성인이라 하기에, 저는 참으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뵙기를 바라며 와서 백 군데를 묵고 발이 겹으로 부르트도록 감히 쉬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가 그대를 보니 성인이 아닙니다. 쥐구멍에 남은 나물이 있는데도 누이를 버리니 어질지 않습니다. 날것과 익은 것이 앞에 다하지 않았는데도 끝없이 쌓아 거둡니다."

26노자가 잠잠히 응하지 않다

老子漠然不應。

노자가 잠잠히 응하지 않았다.

27이튿날 다시 뵙다

士成綺明日復見,曰:「昔者吾有剌於子,今吾心正卻矣,何故也?」

사성기가 이튿날 다시 뵙고 말하였다. "어제는 제가 그대를 찔렀는데 오늘은 제 마음이 바로 물러났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28나를 소라 부르면 소요 말이라 부르면 말이다

老子曰:「夫巧知神聖之人,吾自以為脫焉。昔者子呼我牛也而謂之牛,呼我馬也而謂之馬。苟有其實,人與之名而弗受,再受其殃。吾服也恆服,吾非以服有服。」

노자가 말하였다. "무릇 재주 있고 슬기롭고 신묘하고 성스러운 사람에서 나는 스스로 벗어났다 여긴다.

어제 그대가 나를 소라 불렀으면 소라 하였을 것이고 나를 말이라 불렀으면 말이라 하였을 것이다. 참으로 그 실상이 있는데 남이 이름을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거듭 그 재앙을 받는다.

내가 따르는 것은 늘 따르는 것이지, 내가 따르려 하여 따름이 있는 것이 아니다."

29몸 닦는 법을 묻다

士成綺鴈行避影,履行遂進而問:「修身若何。」

사성기가 기러기처럼 비껴 서서 그림자를 피하고, 걸어 나아가 물었다. "몸 닦는 것은 어떠합니까."

30매어 놓은 말처럼 멎어 있다

老子曰:「而容崖然,而目衝然,而顙頯然,而口闞然,而狀義然,似繫馬而止也。動而持,發也機,察而審,知巧而覩於泰,凡以為不信。邊竟有人焉,其名為竊。」

노자가 말하였다. "그대의 모습은 벼랑처럼 우뚝하고, 그대의 눈은 부릅떠 있고, 그대의 이마는 툭 튀어나왔고, 그대의 입은 딱 벌어졌고, 그대의 꼴은 뻣뻣하니, 매어 놓은 말이 멎어 있는 것 같다.

움직이려다 붙들려 있고, 나가려는 것이 쇠뇌 같고, 살피는 것이 꼼꼼하고, 앎과 재주로 뽐내는 데를 바라보니, 무릇 미쁘지 않다 하겠다. 변방에 그런 사람이 있으니 그 이름을 도둑이라 한다."

31지인의 마음에는 정해진 바가 있다

夫子曰:「夫道,於大不終,於小不遺,故萬物備。廣廣乎其无不容也,淵乎其不可測也。形德仁義,神之末也,非至人孰能定之!夫至人有世,不亦大乎!而不足以為之累。天下奮棅而不與之偕,審乎無假而不與利遷,極物之真,能守其本,故外天地,遺萬物,而神未嘗有所困也。通乎道,合乎德,通仁義,賓禮樂,至人之心有所定矣。」

선생이 말하였다. "무릇 도는 큰 데에서 끝나지 않고 작은 데에서 빠뜨리지 않으므로 만물이 갖추어진다. 넓고 넓어 담지 않는 것이 없고, 깊어서 헤아릴 수 없다.

모습과 덕과 어짊과 옳음은 정신의 끝가지이니, 지인이 아니면 누가 그것을 정하겠는가.

무릇 지인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또한 크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것이 그에게 얽매임이 되기에는 넉넉하지 않다. 천하가 권세를 다투어도 그와 함께 가지 않고, 거짓 없음을 살펴 이익에 옮겨 가지 않는다. 사물의 참됨을 다하여 그 뿌리를 지킬 수 있으므로, 하늘과 땅을 밖으로 하고 만물을 버려도 정신이 괴로운 바가 있은 적이 없다.

도에 통하고 덕에 맞으며, 어짊과 옳음을 물리치고 예와 음악을 손님으로 대하니, 지인의 마음에는 정해진 바가 있다."

32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이는 알지 못한다

世之所貴道者,書也。書不過語,語有貴也。語之所貴者,意也,意有所隨。意之所隨者,不可以言傳也,而世因貴言傳書。世雖貴之,我猶不足貴也,為其貴非其貴也。故視而可見者,形與色也;聽而可聞者,名與聲也。悲夫,世人以形色名聲為足以得彼之情!夫形色名聲果不足以得彼之情,則知者不言,言者不知,而世豈識之哉!

세상이 도라 하여 귀히 여기는 것은 책이다. 책은 말에 지나지 않는데 말에 귀한 것이 있다. 말에서 귀한 것은 뜻인데 뜻에는 따르는 바가 있다.

뜻이 따르는 바는 말로 전할 수 없다. 그런데 세상은 말을 귀히 여겨 책을 전한다. 세상이 비록 귀히 여기나 나는 오히려 귀히 여기기에 넉넉하지 않다 하니, 그 귀히 여기는 바가 참으로 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아서 볼 수 있는 것은 모습과 빛깔이요, 들어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이름과 소리다.

슬프구나. 세상 사람이 모습과 빛깔과 이름과 소리로 저것의 실상을 얻기에 넉넉하다 여기다니. 무릇 모습과 빛깔과 이름과 소리로 과연 저것의 실상을 얻기에 넉넉하지 않다면,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이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세상이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

33윤편이 환공에게 묻다

桓公讀書於堂上,輪扁斲輪於堂下,釋椎鑿而上,問桓公曰:「敢問:公之所讀者何言邪?」

환공이 마루 위에서 책을 읽는데 윤편이 마루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 환공에게 물었다. "감히 여쭙습니다. 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34성인의 말이다

公曰:「聖人之言也。」

공이 말하였다. "성인의 말이다."

35성인이 살아 있는가

曰:「聖人在乎?」

말하였다. "성인이 살아 있습니까."

36이미 죽었다

公曰:「已死矣。」

공이 말하였다. "이미 죽었다."

37그렇다면 옛사람의 찌꺼기다

曰:「然則君之所讀者,古人之糟粕已夫!」

말하였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38말이 되면 살고 안 되면 죽는다

桓公曰:「寡人讀書,輪人安得議乎?有說則可,无說則死。」

환공이 말하였다. "내가 책을 읽는데 바퀴 깎는 자가 어찌 따지느냐. 말이 되면 괜찮거니와 말이 되지 않으면 죽으리라."

39수레바퀴 깎기 — 손에 익어 마음에 응한다

輪扁曰:「臣也以臣之事觀之。斲輪,徐則甘而不固,疾則苦而不入,不徐不疾,得之於手而應於心,口不能言,有數存焉於其間。臣不能以喻臣之子,臣之子亦不能受之於臣,是以行年七十而老斲輪。古之人與其不可傳也死矣,然則君之所讀者,古人之糟魄已夫!」

윤편이 말하였다. "저는 제 일로 보아 말씀드립니다.

바퀴를 깎을 때 천천히 하면 헐거워 단단하지 않고, 빨리 하면 뻑뻑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천천히도 빨리도 하지 않는 것은 손에 익어 마음에 응하는 것이라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 셈이 있습니다.

제가 제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 없고 제 자식도 저에게서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이 일흔이 되도록 늙어서까지 바퀴를 깎습니다.

옛사람도 그 전할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