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莊子 外篇 天運
1하늘은 도는가, 땅은 머무는가
「天其運乎?地其處乎?日月其爭於所乎?孰主張是?孰維綱是?孰居无事推而行是?意者其有機緘而不得已邪?意者其運轉而不能自止邪?雲者為雨乎?雨者為雲乎?孰隆施是?孰居无事淫樂而勸是?風起北方,一西一東,有上彷徨。孰噓吸是?孰居无事而披拂是?敢問何故?」
"하늘은 도는가. 땅은 머무는가. 해와 달은 자리를 다투는가. 누가 이를 주장하는가. 누가 이를 벼리 짓는가. 누가 일 없이 있으면서 밀어 이를 가게 하는가.
생각건대 그것에 기틀과 봉함이 있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생각건대 그것이 돌고 굴러 스스로 그칠 수 없는 것인가.
구름이 비가 되는가, 비가 구름이 되는가. 누가 이를 내려 주는가. 누가 일 없이 있으면서 즐거워하며 이를 권하는가.
바람이 북쪽에서 일어 한번은 서로 한번은 동으로 가며 위에서 서성인다. 누가 이를 내쉬고 들이쉬는가. 누가 일 없이 있으면서 이를 부치는가. 감히 그 까닭을 여쭙는다."
2무함소의 대답
巫咸祒曰:「來,吾語女。天有六極五常,帝王順之則治,逆之則凶。九洛之事,治成德備,監照下土,天下戴之,此謂上皇。」
무함소가 말하였다. "오너라, 내가 너에게 일러 주겠다. 하늘에는 여섯 끝과 다섯 한결같음이 있어 제왕이 이를 따르면 다스려지고 거스르면 흉하다. 구락의 일은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덕이 갖추어져 아래 땅을 굽어 비추어 천하가 이를 떠받드니, 이를 상황(上皇)이라 한다."
3범과 이리가 어질다
商大宰蕩問仁於莊子。莊子曰:「虎狼,仁也。」
상나라 태재 탕이 장자에게 어짊을 물었다. 장자가 말하였다. "범과 이리가 어짊이오."
4무슨 말인가
曰:「何謂也?」
말하였다. "무슨 말씀입니까."
5아비와 자식이 서로 친하니
莊子曰:「父子相親,何為不仁?」
장자가 말하였다. "아비와 자식이 서로 친하니 어찌 어질지 않겠소."
6지극한 어짊을 여쭙습니다
曰:「請問至仁。」
말하였다. "지극한 어짊을 여쭙습니다."
7지극한 어짊에는 친함이 없다
莊子曰:「至仁無親。」
장자가 말하였다. "지극한 어짊에는 친함이 없소."
8친함이 없으면 효도가 아니지 않은가
大宰曰:「蕩聞之,無親則不愛,不愛則不孝。謂至仁不孝,可乎?」
태재가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 친함이 없으면 사랑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효도하지 않는다 합니다. 지극한 어짊이 효도하지 않는다 함이 옳습니까."
9천하로 하여금 다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렵다
莊子曰:「不然,夫至仁尚矣,孝固不足以言之。此非過孝之言也,不及孝之言也。夫南行者至於郢,北面而不見冥山,是何也?則去之遠也。故曰:以敬孝易,以愛孝難;以愛孝易,以忘親難;忘親易,使親忘我難;使親忘我易,兼忘天下難;兼忘天下易,使天下兼忘我難。夫德遺堯舜而不為也,利澤施於萬世,天下莫知也,豈直大息而言仁孝乎哉!夫孝悌仁義,忠信貞廉,此皆自勉以役其德者也,不足多也。故曰,至貴,國爵并焉;至富,國財并焉;至願,名譽并焉。是以道不渝。」
장자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소. 무릇 지극한 어짊은 높은 것이라 효도로는 참으로 말하기에 넉넉하지 않소. 이는 효도를 넘어선 말이 아니라 효도에 미치지 못하는 말이오.
무릇 남쪽으로 가는 이가 영에 이르러 북쪽을 보아도 명산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찌 된 일이오. 떠나온 것이 멀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말하오. 공경으로 효도하기는 쉬우나 사랑으로 효도하기는 어렵고, 사랑으로 효도하기는 쉬우나 어버이를 잊기는 어렵고, 어버이를 잊기는 쉬우나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렵고,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쉬우나 천하를 아울러 잊기는 어렵고, 천하를 아울러 잊기는 쉬우나 천하로 하여금 나를 아울러 잊게 하기는 어렵소.
무릇 덕은 요와 순을 버리고도 하지 않으며, 은택이 만세에 미쳐도 천하가 알지 못하오. 어찌 다만 크게 한숨 쉬며 어짊과 효도를 말하겠소.
무릇 효도와 공경과 어짊과 옳음, 충성과 미쁨과 곧음과 청렴은 다 스스로 힘써 제 덕을 부리는 것이니 많다 할 것이 못 되오.
그러므로 말하오. 지극히 귀한 것에는 나라의 벼슬도 아우르고, 지극히 넉넉한 것에는 나라의 재물도 아우르고, 지극히 바라는 것에는 이름과 기림도 아우르오. 이 때문에 도는 변하지 않소."
10북문성이 함지 음악을 묻다
北門成問於黃帝曰:「帝張咸池之樂於洞庭之野,吾始聞之懼,復聞之怠,卒聞之而惑;蕩蕩默默,乃不自得。」
북문성이 황제에게 물었다. "임금께서 함지의 음악을 동정의 들에서 베푸셨는데, 제가 처음 듣고는 두려웠고 다시 듣고는 늘어졌으며 끝내 듣고는 헷갈렸습니다. 넓고 넓어 잠잠하여 스스로 가누지 못하였습니다."
11처음에는 두려웠다
帝曰:「汝殆其然哉!吾奏之以人,徵之以天,行之以禮義,建之以大清。夫至樂者,先應之以人事,順之以天理,行之以五德,應之以自然,然後調理四時,太和萬物。四時迭起,萬物循生;一盛一衰,文武倫經;一清一濁,陰陽調和,流光其聲;蟄蟲始作,吾驚之以雷霆;其卒无尾,其始无首;一死一生,一僨一起;所常无窮,而一不可待。汝故懼也。
임금이 말하였다. "너는 아마 그러하였겠구나. 나는 사람으로 이를 연주하고 하늘로 이를 살피며, 예와 옳음으로 이를 행하고 크게 맑은 것으로 이를 세웠다.
무릇 지극한 음악은 먼저 사람의 일로 응하고 하늘의 이치로 따르며, 다섯 덕으로 행하고 저절로 그러함으로 응한 뒤에야 네 철을 고르게 하고 만물을 크게 어울리게 한다.
네 철이 갈마들어 일어나고 만물이 좇아 난다. 한번 성하고 한번 쇠하며 문과 무가 차례로 지나간다. 한번 맑고 한번 흐리며 음과 양이 고르게 어울려 그 소리가 빛처럼 흐른다.
겨울잠 자던 벌레가 비로소 움직이면 나는 우레로 이를 놀라게 한다. 그 끝에 꼬리가 없고 그 처음에 머리가 없으며, 한번 죽고 한번 나고 한번 엎어지고 한번 일어난다. 한결같은 바가 끝이 없되 하나도 기다릴 수 없다. 그러므로 너는 두려웠던 것이다.
12다음에는 늘어졌다
吾又奏之以陰陽之和,燭之以日月之明;其聲能短能長,能柔能剛;變化齊一,不主故常;在谷滿谷,在阬滿阬;塗卻守神,以物為量。其聲揮綽,其名高明。是故鬼神守其幽,日月星辰行其紀。吾止之於有窮,流之於无止。予欲慮之而不能知也,望之而不能見也,逐之而不能及也;儻然立於四虛之道,倚於槁梧而吟。目知窮乎所欲見,力屈乎所欲逐,吾既不及已夫!形充空虛,乃至委蛇。汝委蛇,故怠。
나는 또 음과 양의 어울림으로 이를 연주하고 해와 달의 밝음으로 이를 비추었다. 그 소리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며 부드럽기도 하고 굳세기도 하다. 변화가 한결같아 옛 한결같음을 주장하지 않는다. 골짜기에 있으면 골짜기를 채우고 구덩이에 있으면 구덩이를 채운다. 틈을 막고 정신을 지켜 사물로 헤아림을 삼는다. 그 소리가 넓고 여유로우며 그 이름이 높고 밝다.
이 때문에 귀신은 그 그윽함을 지키고 해와 달과 별은 그 벼리를 따라 운행한다. 나는 이를 다함이 있는 데에 멈추고 그침이 없는 데에 흐르게 하였다.
너는 이를 헤아리려 해도 알 수 없고, 바라보려 해도 볼 수 없고, 쫓으려 해도 미칠 수 없다. 멍하니 사방이 빈 길에 서서 마른 오동나무에 기대어 읊조릴 뿐이다. 눈은 보고자 하는 데서 다하고 힘은 쫓고자 하는 데서 굽으니, 나도 이미 미치지 못하였다. 몸이 빈 데에 가득 차 이에 구불구불 따르게 된다. 네가 구불구불 따랐으므로 늘어진 것이다.
13끝내는 헷갈렸다
吾又奏之以无怠之聲,調之以自然之命,故若混逐叢生,林樂而无形;布揮而不曳,幽昏而无聲。動於无方,居於窈冥;或謂之死,或謂之生;或謂之實,或謂之榮;行流散徙,不主常聲。世疑之,稽於聖人。聖也者,達於情而遂於命也。天機不張而五官皆備。此之謂天樂,无言而心說。故有焱氏為之頌曰:『聽之不聞其聲,視之不見其形,充滿天地,苞裹六極。』汝欲聽之而无接焉,而故惑也。
나는 또 늘어짐 없는 소리로 이를 연주하고 저절로 그러한 명으로 이를 고르게 하였다. 그러므로 뒤섞여 좇으며 떨기로 나는 듯하고, 숲의 음악처럼 모습이 없으며, 펼쳐 흔들되 끌리지 않고 그윽하고 어두워 소리가 없다.
방향 없는 데서 움직이고 아득한 데에 머문다. 어떤 이는 죽었다 하고 어떤 이는 살았다 하며, 어떤 이는 열매라 하고 어떤 이는 꽃이라 한다. 흘러 흩어지고 옮겨 다녀 한결같은 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세상이 이를 의심하여 성인에게 물었다. 성스러움이란 실상에 통하고 명을 따르는 것이다. 하늘의 기틀이 펴지지 않아도 다섯 감각이 다 갖추어진다. 이를 하늘의 즐거움이라 하니, 말 없이 마음이 기뻐한다.
그러므로 유염씨가 이를 기려 말하였다. '들으려 해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고, 보려 해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으며, 하늘과 땅에 가득 차고 여섯 끝을 감싼다.'
네가 이를 들으려 해도 닿을 데가 없으니 그러므로 헷갈린 것이다.
14헷갈리므로 어리석고 어리석으므로 도다
樂也者,始於懼,懼故祟;吾又次之以怠,怠故遁;卒之於惑,惑故愚;愚故道,道可載而與之俱也。」
음악이란 두려움에서 비롯하니 두려우므로 빌미가 된다. 나는 또 늘어짐으로 이었으니 늘어지므로 달아난다. 끝내 헷갈림에 이르렀으니 헷갈리므로 어리석다. 어리석으므로 도이니, 도는 실어 함께 갈 수 있다."
15안연이 사금에게 묻다
孔子西遊於衞,顏淵問師金曰:「以夫子之行為奚如?」
공자가 서쪽으로 위나라에 노닐 때 안연이 사금에게 물었다. "우리 선생님의 행함을 어떠하다 여기십니까."
16애석하다, 그대의 선생은 궁하겠구나
師金曰:「惜乎!而夫子其窮哉!」
사금이 말하였다. "애석하다. 그대의 선생은 궁하겠구나."
17어찌하여 그렇습니까
顏淵曰:「何也?」
안연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18이미 쓴 짚강아지
師金曰:「夫芻狗之未陳也,盛以篋衍,巾以文繡,尸祝齊戒以將之。及其已陳也,行者踐其首脊,蘇者取而爨之而已;將復取而盛以篋衍,巾以文繡,遊居寢臥其下,彼不得夢,必且數眯焉。今而夫子,亦取先王已陳芻狗,聚弟子游居寢臥其下。故伐樹於宋,削迹於衞,窮於商周,是非其夢邪?圍於陳蔡之間,七日不火食,死生相與鄰,是非其眯邪?
사금이 말하였다. "무릇 짚강아지를 아직 늘어놓기 전에는 상자에 담고 수놓은 헝겊으로 덮으며, 시축이 재계하고 이를 받든다. 이미 늘어놓고 나면 지나는 이가 그 머리와 등을 밟고 나무하는 이가 가져다 불을 땔 뿐이다.
그런데 다시 가져다 상자에 담고 수놓은 헝겊으로 덮고서 그 아래에 노닐고 머물고 누워 잔다면, 저이는 꿈을 얻지 못하고 반드시 자주 가위눌릴 것이다.
지금 그대의 선생 또한 선왕이 이미 늘어놓은 짚강아지를 가져다 제자를 모아 그 아래에 노닐고 머물고 누워 잔다. 그러므로 송나라에서 나무를 베이고, 위나라에서 자취를 지우고, 상나라와 주나라에서 궁하였으니 이것이 그 꿈이 아니겠는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에워싸여 이레 동안 불로 익힌 것을 먹지 못하고 죽고 사는 것이 서로 이웃하였으니, 이것이 그 가위눌림이 아니겠는가.
19배를 뭍에서 미는 격이다
夫水行莫如用舟,而陸行莫如用車。以舟之可行於水也而求推之於陸,則沒世不行尋常。古今非水陸與?周魯非舟車與?今蘄行周於魯,是猶推舟於陸也,勞而无功,身必有殃。彼未知夫无方之傳,應物而不窮者也。
무릇 물길로 가는 데는 배만 한 것이 없고 뭍길로 가는 데는 수레만 한 것이 없다. 배가 물에서 갈 수 있다 하여 이를 뭍에서 밀려 한다면 한평생 가도 몇 자를 못 간다.
옛날과 이제가 물과 뭍이 아니겠는가. 주나라와 노나라가 배와 수레가 아니겠는가. 이제 주나라의 것을 노나라에서 행하려 하니, 이는 배를 뭍에서 미는 것과 같다. 수고롭기만 하고 보람이 없으며 몸에 반드시 재앙이 있다. 저이는 저 방향 없는 전함이 사물에 응하여 다함이 없는 것을 알지 못한다.
20두레박은 사람이 당기는 것이다
且子獨不見夫桔槔者乎?引之則俯,舍之則仰。彼,人之所引,非引人也。故俯仰而不得罪於人。故夫三皇五帝之禮義法度,不矜於同而矜於治。故譬三皇五帝之禮義法度,其猶柤梨橘柚邪!其味相反而皆可於口。
또 그대는 홀로 저 두레박을 보지 못하였는가. 당기면 굽어지고 놓으면 젖혀진다. 저것은 사람이 당기는 것이지 사람을 당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굽어지고 젖혀져도 사람에게 죄를 얻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 삼황오제의 예와 옳음과 법도는 같음을 자랑하지 않고 다스림을 자랑하였다. 그러므로 삼황오제의 예와 옳음과 법도를 견주자면 아가위와 배와 귤과 유자 같다. 그 맛이 서로 다르나 다 입에 맞는다.
21예법은 때에 따라 바뀐다 — 서시의 찡그림
故禮義法度者,應時而變者也。今取猨狙而衣以周公之服,彼必齕齧挽裂,盡去而後慊。觀古今之異,猶猨狙之異乎周公也。故西施病心而矉其里,其里之醜人見之而美之,歸亦捧心而矉其里。其里之富人見之,堅閉門而不出,貧人見之,挈妻子而去走。彼知矉美而不知矉之所以美。惜乎,而夫子其窮哉!」
그러므로 예와 옳음과 법도란 때에 응하여 바뀌는 것이다.
이제 원숭이를 데려다 주공의 옷을 입히면 저것은 반드시 물어뜯고 잡아 찢어 다 벗어 버린 뒤에야 시원해할 것이다. 옛날과 이제의 다름을 보면 원숭이가 주공과 다른 것과 같다.
그러므로 서시가 가슴앓이를 하여 제 마을에서 찡그렸더니, 그 마을의 못생긴 여자가 이를 보고 아름답게 여겨 돌아가 저도 가슴을 부여잡고 제 마을에서 찡그렸다. 그 마을의 넉넉한 이는 이를 보고 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이는 이를 보고 처자를 이끌고 달아났다. 저 여자는 찡그림이 아름다운 줄만 알고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알지 못하였다.
애석하다. 그대의 선생은 궁하겠구나."
22쉰한 살에 도를 듣지 못하다
孔子行年五十有一而不聞道,乃南之沛見老聃。
공자가 나이 쉰하나가 되도록 도를 듣지 못하여 이에 남쪽 패 땅으로 가서 노담을 뵈었다.
23그대도 도를 얻었는가
老聃曰:「子來乎?吾聞子,北方之賢者也!子亦得道乎?」孔子曰:「未得也。」
노담이 말하였다. "그대가 왔는가. 내가 그대를 들으니 북방의 어진 이라 하더군. 그대도 도를 얻었는가." 공자가 말하였다. "아직 얻지 못하였습니다."
24어디서 구하였는가
老子曰:「子惡乎求之哉?」
노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서 그것을 구하였는가."
25도수에서 구하였다
曰:「吾求之於度數,五年而未得也。」
말하였다. "저는 도수에서 구하기를 다섯 해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습니다."
26또 어디서 구하였는가
老子曰:「子又惡乎求之哉?」
노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또 어디서 그것을 구하였는가."
27음양에서 구하였다
曰:「吾求之於陰陽,十有二年而未得也。」
말하였다. "저는 음양에서 구하기를 열두 해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습니다."
28도는 바칠 수도 드릴 수도 없다
老子曰:「然,使道而可獻,則人莫不獻之於其君;使道而可進,則人莫不進之於其親;使道而可以告人,則人莫不告其兄弟;使道而可以與人,則人莫不與其子孫。然而不可者,无佗也,中无主而不止,外无正而不行。由中出者,不受於外,聖人不出;由外入者,無主於中,聖人不隱。名,公器也,不可多取。仁義,先王之蘧廬也,止可以一宿而不可久處,覯而多責。
노자가 말하였다. "그렇다. 도를 바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제 임금에게 바치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요, 도를 드릴 수 있다면 사람들이 제 어버이에게 드리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요, 도를 남에게 일러 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제 형제에게 일러 주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요, 도를 남에게 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제 자손에게 주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럴 수 없는 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다. 안에 주인이 없으면 머물지 않고 밖에 바름이 없으면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안에서 나오는 것이 밖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성인은 내지 않고,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안에 주인이 없으면 성인은 숨기지 않는다.
이름은 공공의 그릇이니 많이 취해서는 안 된다. 어짊과 옳음은 선왕의 여관이니 하룻밤 묵을 수는 있어도 오래 머물 수는 없다. 오래 보이면 꾸짖음이 많다.
29참됨을 캐는 노닒
古之至人,假道於仁,託宿於義,以遊逍遙之虛,食於苟簡之田,立於不貸之圃。逍遙,无為也;苟簡,易養也;不貸,无出也。古者謂是采真之遊。
옛 지인은 어짊에 길을 빌리고 옳음에 하룻밤을 맡겨, 거니는 빈터에 노닐고 대충 간략한 밭에서 먹으며 꾸어 주지 않는 뜰에 섰다.
거닒이란 함이 없음이요, 대충 간략함이란 기르기 쉬움이요, 꾸어 주지 않음이란 내놓음이 없음이다. 옛사람은 이를 참됨을 캐는 노닒이라 하였다.
30하늘이 벌한 백성
以富為是者,不能讓祿;以顯為是者,不能讓名。親權者,不能與人柄,操之則慄,舍之則悲,而一無所鑒,以闚其所不休者,是天之戮民也。怨恩取與諫教生殺,八者,正之器也,唯循大變无所湮者為能用之。故曰,正者,正也。其心以為不然者,天門弗開矣。」
넉넉함을 옳다 여기는 이는 녹을 사양하지 못하고, 드러남을 옳다 여기는 이는 이름을 사양하지 못한다. 권세를 친히 여기는 이는 남에게 자루를 주지 못한다. 그것을 잡으면 떨고 그것을 놓으면 슬퍼하면서, 하나도 비추어 볼 데가 없어 그 쉬지 못하는 바를 엿보니, 이는 하늘이 벌한 백성이다.
원망과 은혜, 취함과 줌, 간함과 가르침, 살림과 죽임 이 여덟은 바로잡는 그릇이다. 오직 큰 변화를 좇아 막히는 바가 없는 이라야 이를 쓸 수 있다.
그러므로 말한다. 바름이란 바르게 함이다. 그 마음이 그렇지 않다 여기는 이는 하늘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31어짊과 옳음은 겨를 뿌려 눈에 넣는 것
孔子見老聃而語仁義。老聃曰:「夫播穅眯目,則天地四方易位矣;蚊虻噆膚,則通昔不寐矣。夫仁義憯然乃憤吾心,亂莫大焉。吾子使天下无失其朴,吾子亦放風而動,總德而立矣,又奚傑然若負建鼓而求亡子者邪?夫鵠不日浴而白,烏不日黔而黑。黑白之朴,不足以為辯;名譽之觀,不足以為廣。泉涸,魚相與處於陸,相呴以溼,相濡以沫,不若相忘於江湖!」
공자가 노담을 뵙고 어짊과 옳음을 말하였다.
노담이 말하였다. "무릇 겨를 뿌려 눈에 들어가면 하늘과 땅과 사방이 자리를 바꾸고, 모기와 등에가 살갗을 물면 밤새 잠들지 못한다.
무릇 어짊과 옳음이 아프게 내 마음을 어지럽히니 어지러움이 이보다 큰 것이 없다. 그대가 천하로 하여금 그 통나무를 잃지 않게 하려는가. 그대도 바람을 놓아 움직이고 덕을 모아 서면 된다. 또 어찌 애써 큰 북을 지고 달아난 자식을 찾는 것처럼 하는가.
무릇 고니는 날마다 씻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검게 물들이지 않아도 검다. 검고 흰 통나무는 가릴 것이 못 되고, 이름과 기림의 볼거리는 넓다 할 것이 못 된다.
샘이 마르면 물고기가 뭍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 습기를 뿜어 주고 서로 거품으로 적셔 주지만, 강과 호수에서 서로 잊는 것만 못하다."
32공자가 사흘을 말하지 않다
孔子見老聃歸,三日不談。弟子問曰:「夫子見老聃,亦將何規哉?」
공자가 노담을 뵙고 돌아와 사흘을 말하지 않았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노담을 뵈었는데 무엇으로 일깨우셨습니까."
33나는 오늘 용을 보았다
孔子曰:「吾乃今於是乎見龍!龍,合而成體,散而成章,乘雲氣而養乎陰陽。予口張而不能嗋。予又何規老聃哉?」
공자가 말하였다. "내가 이제야 여기서 용을 보았다. 용은 합하면 몸을 이루고 흩어지면 무늬를 이루며, 구름 기운을 타고 음과 양에 길러진다. 내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가 또 무엇으로 노담을 일깨우겠느냐."
34자공이 노담을 찾아가다
子貢曰:「然則人固有尸居而龍見,雷聲而淵默,發動如天地者乎?賜亦可得而觀乎?」遂以孔子聲見老聃。
자공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사람 가운데 참으로 주검처럼 있으면서 용처럼 나타나고,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면서 못처럼 잠잠하며, 하늘과 땅처럼 움직이는 이가 있습니까. 저도 뵐 수 있겠습니까." 마침내 공자의 이름을 빌려 노담을 뵈었다.
35내 나이가 저물었는데
老聃方將倨堂而應,微曰:「予年運而往矣,子將何以戒我乎?」
노담이 바야흐로 마루에 걸터앉아 응하며 나직이 말하였다. "내 나이가 저물어 갔다.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일깨우려는가."
36삼왕오제의 다스림이 다른데
子貢曰:「夫三王五帝之治天下不同,其係聲名一也。而先生獨以為非聖人,如何哉?」
자공이 말하였다. "무릇 삼왕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것이 같지 않은데 그 이름을 매단 것은 하나입니다. 그런데 선생만 홀로 성인이 아니라 하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37어찌하여 같지 않다 하는가
老聃曰:「小子少進!子何以謂不同?」
노담이 말하였다. "젊은이, 조금 나오너라. 그대는 무엇으로 같지 않다 하는가."
38요는 순에게, 순은 우에게
對曰:「堯授舜,舜授禹,禹用力而湯用兵,文王順紂而不敢逆,武王逆紂而不肯順,故曰不同。」
대답하였다. "요는 순에게 물려주고 순은 우에게 물려주었으며, 우는 힘을 쓰고 탕은 군사를 썼습니다. 문왕은 주를 따르고 감히 거스르지 않았으며 무왕은 주를 거스르고 따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같지 않다 합니다."
39삼황오제의 다스림 — 다스린다 이름하나 어지러움이 심하다
老聃曰:「小子少進,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黃帝之治天下,使民心一,民有其親死不哭而民不非也。堯之治天下,使民心親。民有為其親殺其殺而民不非也。舜之治天下,使民心競,民孕婦十月生子,子生五月而能言,不至乎孩而始誰,則人始有夭矣。禹之治天下,使民心變,人有心而兵有順,殺盜非殺,人自為種而天下耳,是以天下大駭,儒墨皆起。其作始有倫,而今乎婦女,何言哉!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名曰治之,而亂莫甚焉。三皇之知,上悖日月之明,下睽山川之精,中墮四時之施。其知憯於𧓽蠆之尾,鮮規之獸,莫得安其性命之情者,而猶自以為聖人,不可恥乎?其无恥也?」
노담이 말하였다. "젊은이, 조금 나오너라. 내가 그대에게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것을 일러 주겠다.
황제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하였다. 백성 가운데 제 어버이가 죽어도 곡하지 않는 이가 있었으나 백성이 그르다 하지 않았다.
요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백성의 마음을 친하게 하였다. 백성 가운데 제 어버이를 위해 줄일 것을 줄이는 이가 있었으나 백성이 그르다 하지 않았다.
순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백성의 마음을 다투게 하였다. 백성이 아이 밴 여인이 열 달 만에 자식을 낳고, 자식이 난 지 다섯 달 만에 말을 하며, 어린아이에 이르기도 전에 누구인지를 가리게 되니, 사람이 비로소 일찍 죽는 일이 생겼다.
우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백성의 마음을 바뀌게 하였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고 군사에 따름이 있어, 도둑을 죽이는 것은 죽임이 아니라 하고 사람이 저마다 무리를 지어 천하로 삼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천하가 크게 놀라 유가와 묵가가 다 일어났다.
그 처음 지을 때에는 차례가 있었으나 이제는 아녀자와 같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그대에게 일러 주겠다.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것을 다스린다 이름하나 어지러움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다. 삼황의 앎은 위로 해와 달의 밝음을 어그러뜨리고 아래로 산과 내의 정기를 등지고 가운데로 네 철의 베풂을 무너뜨렸다. 그 앎이 전갈 꼬리보다 아프고, 작은 짐승까지도 제 성품과 목숨의 실상을 편안히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스스로 성인이라 여기니 부끄럽지 않은가. 그 부끄러움 없음이여."
40자공이 불안하여 섰다
子貢蹴蹴然立不安。
자공이 흠칫하여 불안하게 섰다.
41육경을 다스린 지 오래되었는데
孔子謂老聃曰:「丘治《詩》、《書》、《禮》、《樂》、《易》、《春秋》六經,自以為久矣,孰知其故矣,以奸者七十二君,論先王之道而明周召之迹,一君无所鉤用。甚矣夫!人之難說也,道之難明邪?」
공자가 노담에게 말하였다. "제가 『시』와 『서』와 『예』와 『악』과 『역』과 『춘추』 여섯 경을 다스린 지 스스로 오래되었다 여기고 그 까닭을 잘 안다 여겨, 일흔두 임금에게 나아가 선왕의 도를 논하고 주공과 소공의 자취를 밝혔으나, 한 임금도 끌어 쓰는 이가 없었습니다. 심하구나, 사람을 달래기 어려움이여. 도를 밝히기 어려움인가."
42육경은 선왕이 남긴 자취다
老子曰:「幸矣子之不遇治世之君也!夫六經,先王之陳迹也,豈其所以迹哉!今子之所言,猶迹也。夫迹,履之所出,而迹豈履哉!夫白鶂之相視,眸子不運而風化;蟲,雄鳴於上風,雌應於下風而風化;類自為雌雄,故風化。性不可易,命不可變,時不可止,道不可壅。苟得於道,无自而不可;失焉者,无自而可。」
노자가 말하였다. "다행이다, 그대가 세상을 다스리는 임금을 만나지 못한 것이. 무릇 육경은 선왕이 남긴 자취다. 어찌 그 자취를 낸 까닭이겠는가.
이제 그대가 말하는 것은 자취와 같다. 무릇 자취는 신발이 낸 것이지 자취가 어찌 신발이겠는가.
무릇 흰 물새는 서로 바라보되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아도 바람으로 새끼를 배고, 벌레는 수컷이 윗바람에서 울고 암컷이 아랫바람에서 응하여 바람으로 새끼를 밴다. 같은 무리에서 스스로 암컷과 수컷이 되므로 바람으로 새끼를 밴다.
성품은 바꿀 수 없고 명은 고칠 수 없으며 때는 멈출 수 없고 도는 막을 수 없다. 참으로 도를 얻으면 어디서든 안 될 것이 없고, 이를 잃으면 어디서든 될 것이 없다."
43석 달 만에 다시 뵙다
孔子不出三月,復見,曰:「丘得之矣。烏鵲孺,魚傅沫,細要者化,有弟而兄啼。久矣夫丘不與化為人!不與化為人,安能化人!」
공자가 석 달을 나가지 않다가 다시 뵙고 말하였다. "제가 얻었습니다. 까마귀와 까치는 알을 까고, 물고기는 거품을 붙이고, 허리 가는 벌은 바뀌게 하며, 아우가 생기면 형이 웁니다. 오래되었구나, 제가 바뀜과 더불어 사람 노릇 하지 못한 것이. 바뀜과 더불어 사람 노릇 하지 못하면 어찌 남을 바뀌게 하겠습니까."
44되었다, 구가 얻었다
老子曰:「可,丘得之矣!」
노자가 말하였다. "되었다. 구가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