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성莊子 外篇 繕性
1가려지고 어두워진 백성
繕性於俗,俗學以求復其初;滑欲於俗,思以求致其明;謂之蔽蒙之民。
성품을 세속에서 다스리며 세속의 배움으로 그 처음을 되찾으려 하고, 욕심을 세속에서 어지럽히며 생각으로 그 밝음을 이루려 하는 이, 이를 가려지고 어두워진 백성이라 한다.
2고요함으로 앎을 기른다
古之治道者,以恬養知;生而无以知為也,謂之以知養恬。知與恬交相養,而和理出其性。夫德,和也;道,理也。德无不容,仁也;道无不理,義也;義明而物親,忠也;中純實而反乎情,樂也;信行容體而順乎文,禮也。禮樂徧行,則天下亂矣。彼正而蒙己德,德則不冒。冒則物必失其性也。
옛날 도를 다스린 이는 담박함으로 앎을 길렀다. 살면서 앎으로 하는 것이 없었으니 이를 앎으로 담박함을 기른다 한다. 앎과 담박함이 서로 길러 어울림과 이치가 그 성품에서 나왔다.
무릇 덕이란 어울림이요 도란 이치다. 덕이 담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이 어짊이요, 도가 이치 아닌 것이 없는 것이 옳음이다. 옳음이 밝아 사물이 친해지는 것이 충성이요, 속이 순수하고 참되어 실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음악이요, 미쁨이 행해지고 몸가짐이 무늬에 따르는 것이 예다.
예와 음악이 두루 행해지면 천하가 어지러워진다. 저것이 바른데 제 덕을 덮으면 덕이 씌우지 않는다. 씌우면 사물이 반드시 제 성품을 잃는다.
3지극한 하나(至一)
古之人,在混芒之中,與一世而得澹漠焉。當是時也,陰陽和靜,鬼神不擾,四時得節,萬物不傷,羣生不夭,人雖有知,无所用之,此之謂至一。當是時也,莫之為而常自然。
옛사람은 뒤섞이고 아득한 가운데 있으면서 한 세상과 더불어 담박함을 얻었다.
이때에는 음과 양이 어울려 고요하고 귀신이 어지럽히지 않으며, 네 철이 절기를 얻고 만물이 다치지 않으며, 뭇 삶이 일찍 죽지 않았다. 사람에게 앎이 있어도 쓸 데가 없었으니 이를 지극한 하나라 한다.
이때에는 하는 이가 없어도 늘 저절로 그러하였다.
4덕이 아래로 쇠하다
逮德下衰,及燧人伏羲始為天下,是故順而不一。德又下衰,及神農黃帝始為天下,是故安而不順。德又下衰,及唐虞始為天下,興治化之流,𣻏淳散朴,離道以善,險德以行,然後去性而從於心。心與心識知而不足以定天下,然後附之以文,益之以博。文滅質,博溺心,然後民始惑亂,无以反其性情而復其初。
덕이 아래로 쇠하기에 이르러 수인과 복희가 비로소 천하를 다스리니, 이 때문에 따르기는 하되 하나가 되지 못하였다.
덕이 또 아래로 쇠하여 신농과 황제가 비로소 천하를 다스리니, 이 때문에 편안하기는 하되 따르지 못하였다.
덕이 또 아래로 쇠하여 요와 순이 비로소 천하를 다스리니, 다스려 감화하는 흐름을 일으켜 순수함을 흐리고 통나무를 흩으며, 도를 떠나 착함으로 가고 덕을 위태롭게 하며 행하였다. 그런 뒤에 성품을 버리고 마음을 좇았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알아도 천하를 정하기에 넉넉하지 않았다. 그런 뒤에 무늬를 붙이고 넓음을 더하였다. 무늬가 바탕을 없애고 넓음이 마음을 빠뜨리니, 그런 뒤에 백성이 비로소 헷갈리고 어지러워져 그 성품과 실상으로 돌아가 그 처음을 되찾을 길이 없어졌다.
5세상과 도가 서로 잃다
由是觀之,世喪道矣,道喪世矣,世與道交相喪也,道之人何由興乎世,世亦何由興乎道哉!道无以興乎世,世无以興乎道,雖聖人不在山林之中,其德隱矣。
이로 보건대 세상이 도를 잃었고 도가 세상을 잃었다. 세상과 도가 서로 잃었으니 도를 지닌 사람이 무엇으로 세상에 일어나며, 세상이 또 무엇으로 도에 일어나겠는가.
도가 세상에 일어날 길이 없고 세상이 도에 일어날 길이 없으니, 성인이 산림 가운데 있지 않더라도 그 덕이 숨는다.
6숨는다는 것
隱,故不自隱。古之所謂隱士者,非伏其身而弗見也,非閉其言而不出也,非藏其知而不發也,時命大謬也。當時命而大行乎天下,則反一无迹;不當時命而大窮乎天下,則深根寧極而待;此存身之道也。
숨는 것이니 스스로 숨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 이른바 숨은 선비란 제 몸을 엎드려 보이지 않게 한 것이 아니요, 제 말을 닫아 내지 않은 것이 아니요, 제 앎을 감추어 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때와 명이 크게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때와 명을 만나 천하에 크게 행하면 하나로 돌아가 자취가 없고, 때와 명을 만나지 못해 천하에 크게 궁하면 뿌리를 깊이 하고 지극한 데 편안히 하여 기다린다. 이것이 몸을 지키는 도다.
7제 몸을 바로잡을 뿐
古之行身者,不以辯飾知,不以知窮天下,不以知窮德,危然處其所而反其性已,又何為哉!道固不小行,德固不小識。小識傷德,小行傷道。故曰,正己而已矣。樂全之謂得志。
옛날 몸을 지킨 이는 말재주로 앎을 꾸미지 않고, 앎으로 천하를 궁하게 하지 않고, 앎으로 덕을 궁하게 하지 않았다. 우뚝이 제자리에 처하여 제 성품으로 돌아갈 뿐이었으니 또 무엇을 하겠는가.
도는 본디 작게 행할 것이 아니요 덕은 본디 작게 알 것이 아니다. 작게 알면 덕을 다치고 작게 행하면 도를 다친다. 그러므로 말한다. 제 몸을 바로잡을 뿐이다. 즐거움이 온전한 것을 뜻을 얻었다 한다.
8거꾸로 놓인 백성
古之所謂得志者,非軒冕之謂也,謂其无以益其樂而已矣。今之所謂得志者,軒冕之謂也。軒冕在身,非性命也,物之儻來,寄者也。寄之,其來不可圉,其去不可止。故不為軒冕肆志,不為窮約趨俗,其樂彼與此同,故无憂而已矣。今寄去則不樂,由是觀之,雖樂,未嘗不荒也。故曰,喪己於物,失性於俗者,謂之倒置之民。
옛날에 이른바 뜻을 얻었다는 것은 높은 수레와 면류관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즐거움에 더할 것이 없음을 이를 뿐이었다.
이제 이른바 뜻을 얻었다는 것은 높은 수레와 면류관을 이른다. 높은 수레와 면류관이 몸에 있는 것은 성품과 목숨이 아니라 사물이 뜻밖에 와서 잠시 붙어 있는 것이다. 붙어 있는 것이니 그 옴을 막을 수 없고 그 감을 멈출 수 없다.
그러므로 높은 수레와 면류관 때문에 뜻을 방자히 하지 않고, 궁하고 옹색하다 하여 세속을 좇지 않는다. 그 즐거움이 저기서나 여기서나 같으므로 근심이 없을 뿐이다.
이제 붙어 있던 것이 떠나면 즐겁지 않으니, 이로 보건대 비록 즐거웠더라도 일찍이 거칠어지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말한다. 제 몸을 사물에서 잃고 성품을 세속에서 잃은 이, 이를 거꾸로 놓인 백성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