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莊子 外篇 秋水
1가을 물이 불어 하백이 우쭐하다
秋水時至,百川灌河,涇流之大,兩涘渚崖之間,不辯牛馬。於是焉河伯欣然自喜,以天下之美為盡在己。順流而東行,至於北海,東面而視,不見水端。於是焉河伯始旋其面目,望洋向若而歎曰:「野語有之曰:『聞道百以為莫己若者』,我之謂也。且夫我嘗聞少仲尼之聞而輕伯夷之義者,始吾弗信;今我睹子之難窮也,吾非至於子之門則殆矣,吾長見笑於大方之家。」
가을 물이 때맞추어 이르러 온갖 냇물이 황하로 흘러들었다. 물길이 커져 두 물가와 모래섬 사이에서 소와 말을 가리지 못하였다.
이에 하백이 흐뭇하여 스스로 기뻐하며 천하의 아름다움이 다 제게 있다 여겼다. 물을 따라 동쪽으로 가서 북쪽 바다에 이르러 동쪽을 보니 물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하백이 비로소 그 낯빛을 돌이켜 바다를 바라보며 약에게 탄식하여 말하였다. "들에 이런 말이 있소. '도를 백 가지 듣고 저만 한 이가 없다 여긴다' 하니 나를 두고 한 말이오.
또 나는 일찍이 중니의 들음을 적다 하고 백이의 옳음을 가볍다 하는 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소. 이제 그대의 다함 없음을 보니, 내가 그대의 문에 이르지 않았더라면 위태로울 뻔하였소. 내가 길이 큰 도의 집안에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오."
2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다
北海若曰:「井蛙不可以語於海者,拘於虛也;夏蟲不可以語於冰者,篤於時也;曲士不可以語於道者,束於教也。今爾出於崖涘,觀於大海,乃知爾醜,爾將可與語大理矣。天下之水,莫大於海,萬川歸之,不知何時止而不盈;尾閭泄之,不知何時已而不虛;春秋不變,水旱不知。此其過江河之流,不可為量數。而吾未嘗以此自多者,自以比形於天地,而受氣於陰陽,吾在於天地之間,猶小石小木之在大山也,方存乎見小,又奚以自多!計四海之在天地之間也,不似礨空之在大澤乎?計中國之在海內,不似稊米之在大倉乎?號物之數謂之萬,人處一焉;人卒九州,穀食之所生,舟車之所通,人處一焉;此其比萬物也,不似豪末之在於馬體乎?五帝之所連,三王之所爭,仁人之所憂,任士之所勞,盡此矣。伯夷辭之以為名,仲尼語之以為博,此其自多也,不似爾向之自多於水乎?」
북해약이 말하였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좁은 데 매였기 때문이오.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는 것은 때에 묶였기 때문이오. 한쪽에 치우친 선비에게 도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가르침에 묶였기 때문이오.
이제 그대가 물가에서 나와 큰 바다를 보고서야 그대의 못남을 알았으니, 그대와 큰 이치를 말할 만하오.
천하의 물 가운데 바다보다 큰 것이 없소. 온갖 냇물이 돌아오는데 언제 그칠지 알 수 없으나 차지 않고, 미려가 새어 나가는데 언제 다할지 알 수 없으나 비지 않소. 봄가을에 변하지 않고 물난리와 가뭄을 알지 못하오. 이는 양자강과 황하의 흐름을 넘어 헤아려 셀 수 없소.
그런데도 나는 일찍이 이로써 스스로 많다 한 적이 없소. 스스로 하늘과 땅에 견주어 모습을 이루고 음양에서 기운을 받았다 여기니, 내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은 작은 돌과 작은 나무가 큰 산에 있는 것과 같소. 바야흐로 작음을 보는 데 있는데 또 어찌 스스로 많다 하겠소.
사해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을 헤아리면, 작은 구멍이 큰 늪에 있는 것과 같지 않겠소. 중국이 바다 안에 있는 것을 헤아리면, 돌피 낟알이 큰 곳간에 있는 것과 같지 않겠소.
사물의 수를 일컬어 만이라 하는데 사람은 그 하나에 처하오. 사람이 아홉 고을에 모여 곡식이 나고 배와 수레가 통하는 데에 사람은 그 하나에 처하오. 이것을 만물에 견주면 터럭 끝이 말의 몸에 있는 것과 같지 않겠소.
다섯 임금이 이은 바요 세 왕이 다툰 바요 어진 이가 근심한 바요 일 맡은 선비가 애쓴 바가 다 이것뿐이오. 백이는 이를 사양하여 이름을 삼고 중니는 이를 말하여 넓음을 삼았으니, 이는 스스로 많다 한 것이오. 그대가 아까 물을 두고 스스로 많다 한 것과 같지 않겠소."
3그러면 천지를 크다 하고 터럭 끝을 작다 하면 됩니까
河伯曰:「然則吾大天地而小豪末,可乎?」
하백이 말하였다. "그러면 내가 하늘과 땅을 크다 하고 터럭 끝을 작다 하면 되겠소."
4큰 앎은 멀고 가까운 데를 본다
北海若曰:「否。夫物,量无窮,時无止,分无常,終始无故。是故大知觀於遠近,故小而不寡,大而不多:知量无窮。證曏今故,故遙而不悶,掇而不跂,知時无止;察乎盈虛,故得而不喜,失而不憂,知分之无常也;明乎坦塗,故生而不說,死而不禍,知終始之不可故也。計人之所知,不若其所不知;其生之時,不若未生之時;以其至小求窮其至大之域,是故迷亂而不能自得也。由此觀之,又何以知豪末之足以定至細之倪!又何以知天地之足以窮至大之域!」
북해약이 말하였다. "아니오. 무릇 사물은 헤아림이 끝이 없고 때가 그침이 없고 나뉨이 한결같지 않고 끝과 처음이 까닭이 없소.
이 때문에 큰 앎은 멀고 가까운 데를 보므로, 작아도 적다 하지 않고 커도 많다 하지 않으니 헤아림이 끝없음을 알기 때문이오. 이제와 옛날을 밝히 살피므로, 아득해도 답답해하지 않고 가까워도 발돋움하지 않으니 때가 그침 없음을 알기 때문이오. 차고 빔을 살피므로,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근심하지 않으니 나뉨이 한결같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오. 평탄한 길에 밝으므로, 나도 기뻐하지 않고 죽어도 화라 하지 않으니 끝과 처음이 까닭 삼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오.
사람이 아는 바를 헤아리면 그 알지 못하는 바만 못하고, 그 사는 때는 아직 나지 않은 때만 못하오. 그 지극히 작은 것으로 그 지극히 큰 지경을 다하려 하므로, 헷갈리고 어지러워 스스로 얻지 못하는 것이오.
이로 보건대 또 무엇으로 터럭 끝이 지극히 가는 것의 끝을 정하기에 넉넉한 줄 알겠으며, 또 무엇으로 하늘과 땅이 지극히 큰 지경을 다하기에 넉넉한 줄 알겠소."
5지극히 정밀한 것은 모습이 없다는 말이 참입니까
河伯曰:「世之議者皆曰:『至精无形,至大不可圍。』是信情乎?」
하백이 말하였다. "세상의 논하는 이들이 다 말하기를 '지극히 정밀한 것은 모습이 없고 지극히 큰 것은 두를 수 없다' 하는데, 이것이 참된 실상이오."
6말로 논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의 거친 것
北海若曰:「夫自細視大者不盡,自大視細者不明。夫精,小之微也;垺,大之殷也,故異便。此勢之有也。夫精粗者,期於有形者也;无形者,數之所不能分也;不可圍者,數之所不能窮也。可以言論者,物之粗也;可以意致者,物之精也;言之所不能論,意之所不能察致者,不期精粗焉。
북해약이 말하였다. "무릇 가는 데서 큰 것을 보면 다 보지 못하고, 큰 데서 가는 것을 보면 밝지 못하오.
무릇 정밀함이란 작은 것의 미세함이요, 거침이란 큰 것의 성함이니 그러므로 다름이 편하오. 이는 형세에 있는 것이오.
무릇 정밀함과 거침이란 모습 있는 것에 기약하는 것이오. 모습 없는 것은 셈으로 나눌 수 없고, 두를 수 없는 것은 셈으로 다할 수 없소.
말로 논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의 거친 것이요, 뜻으로 이를 수 있는 것은 사물의 정밀한 것이오. 말로 논할 수 없고 뜻으로 살펴 이를 수 없는 것은 정밀함과 거침에 기약하지 않소.
7큰 사람의 행함
是故大人之行,不出乎害人,不多仁恩;動不為利,不賤門隸;貨財弗爭,不多辭讓;事焉不借人,不多食乎力,不賤貪污;行殊乎俗,不多辟異;為在從衆,不賤佞諂;世之爵祿不足以為勸,戮恥不足以為辱;知是非之不可為分,細大之不可為倪。聞曰:『道人不聞,至德不得,大人无己。』約分之至也。」
이 때문에 큰 사람의 행함은 남을 해치는 데로 나아가지 않되 어짊과 은혜를 많다 하지 않고, 움직임에 이익을 위하지 않되 문지기와 종을 천하다 하지 않소. 재물을 다투지 않되 사양함을 많다 하지 않고, 일에 남을 빌리지 않되 제 힘으로 먹는 것을 많다 하지 않으며 탐하고 더러운 것을 천하다 하지 않소. 행실이 세속과 다르되 치우쳐 남다른 것을 많다 하지 않고, 함이 뭇사람을 좇는 데 있되 아첨하는 이를 천하다 하지 않소.
세상의 벼슬과 녹이 권하기에 넉넉하지 않고 죽임과 부끄러움이 욕되게 하기에 넉넉하지 않소.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없고 가늘고 큼을 끝 지을 수 없음을 아오.
들으니 '도를 지닌 사람은 알려지지 않고, 지극한 덕은 얻지 않으며, 큰 사람은 저가 없다' 하였소. 나뉨을 다잡음의 지극함이오."
8무엇으로 귀함과 천함을 가릅니까
河伯曰:「若物之外,若物之內,惡至而倪貴賤?惡至而倪小大?」
하백이 말하였다. "사물의 밖이든 사물의 안이든 어디에 이르러 귀함과 천함을 가르며, 어디에 이르러 작음과 큼을 가르오."
9도로 보면 사물에 귀천이 없다
北海若曰:「以道觀之,物无貴賤;以物觀之,自貴而相賤;以俗觀之,貴賤不在己。以差觀之,因其所大而大之,則萬物莫不大;因其所小而小之,則萬物莫不小;知天地之為稊米也,知豪末之為丘山也,則差數覩矣。以功觀之,因其所有而有之,則萬物莫不有;因其所无而无之,則萬物莫不无;知東西之相反而不可以相无,則功分定矣。以趣觀之,因其所然而然之,則萬物莫不然;因其所非而非之,則萬物莫不非;知堯、桀之自然而相非,則趣操覩矣。
북해약이 말하였다. "도로 보면 사물에 귀함과 천함이 없고, 사물로 보면 저를 귀하다 하고 서로 천하다 하며, 세속으로 보면 귀함과 천함이 제게 있지 않소.
차이로 보아 그 큰 바를 따라 크다 하면 만물이 크지 않은 것이 없고, 그 작은 바를 따라 작다 하면 만물이 작지 않은 것이 없소. 하늘과 땅이 돌피 낟알이 됨을 알고 터럭 끝이 언덕과 산이 됨을 알면 차이의 셈이 보이오.
공으로 보아 그 있는 바를 따라 있다 하면 만물이 있지 않은 것이 없고, 그 없는 바를 따라 없다 하면 만물이 없지 않은 것이 없소. 동쪽과 서쪽이 서로 반대이면서도 서로 없을 수 없음을 알면 공의 나뉨이 정해지오.
뜻으로 보아 그 그러한 바를 따라 그렇다 하면 만물이 그렇지 않은 것이 없고, 그 그르다 하는 바를 따라 그르다 하면 만물이 그르지 않은 것이 없소. 요와 걸이 스스로 그렇다 하고 서로 그르다 함을 알면 뜻과 지조가 보이오.
10다투고 사양하는 예도 때가 있다
昔者堯舜讓而帝,之噲讓而絕;湯武爭而王,白公爭而滅。由此觀之,爭讓之禮,堯桀之行,貴賤有時,未可以為常也。梁麗可以衝城,而不可以窒穴,言殊器也;騏驥驊騮,一日而馳千里,捕鼠不如狸狌,言殊技也;鴟鵂夜撮蚤,察毫末,晝出瞋目而不見丘山,言殊性也。故曰,蓋師是而无非,師治而无亂乎?是未明天地之理,萬物之情者也。是猶師天而无地,師陰而无陽,其不可行明矣。然且語而不舍,非愚則誣也。帝王殊禪,三代殊繼。差其時,逆其俗者,謂之篡夫;當其時,順其俗者,謂之義之徒。默默乎河伯!女惡知貴賤之門,小大之家!」
옛날 요와 순은 사양하여 임금이 되었고 자쾌는 사양하여 끊겼소. 탕과 무는 다투어 왕이 되었고 백공은 다투어 멸하였소.
이로 보건대 다투고 사양하는 예와 요와 걸의 행실은 귀함과 천함에 때가 있어 한결같다 할 수 없소.
큰 들보는 성을 칠 수 있어도 구멍을 막을 수 없으니 그릇이 다름을 말하오. 기기와 화류는 하루에 천 리를 달려도 쥐 잡기는 살쾡이만 못하니 재주가 다름을 말하오. 올빼미는 밤에 벼룩을 잡고 터럭 끝을 살피지만 낮에 나오면 눈을 부릅떠도 언덕과 산을 보지 못하니 성품이 다름을 말하오.
그러므로 말하오. 옳음을 스승 삼고 그름을 없앨 수 있으며, 다스림을 스승 삼고 어지러움을 없앨 수 있겠소. 이는 하늘과 땅의 이치와 만물의 실상에 밝지 못한 것이오. 이는 하늘을 스승 삼고 땅을 없애며 음을 스승 삼고 양을 없애는 것과 같으니, 행할 수 없음이 분명하오. 그런데도 말하며 놓지 않으니 어리석지 않으면 속이는 것이오.
제왕은 물려줌이 다르고 삼대는 이음이 달랐소. 그 때를 어긋나게 하고 그 풍속을 거스른 이를 찬탈한 자라 하고, 그 때에 맞고 그 풍속을 따른 이를 옳은 무리라 하오.
잠잠하시오, 하백이여. 그대가 어찌 귀함과 천함의 문과 작음과 큼의 집을 알겠소."
11그러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河伯曰:「然則我何為乎?何不為乎?吾辭受趣舍,吾終奈何?」
하백이 말하였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오. 내가 사양하고 받으며 나아가고 물러남을 끝내 어찌해야 하오."
12만물이 한가지로 가지런하다
北海若曰:「以道觀之,何貴何賤,是謂反衍;无拘而志,與道大蹇。何少何多,是謂謝施;无一而行,與道參差。嚴乎若國之有君,其无私德;繇繇乎若祭之有社,其无私福;泛泛乎其若四方之无窮,其无所畛域。兼懷萬物,其孰承翼?是謂无方。萬物一齊,孰短孰長?道无終始,物有死生,不恃其成;一虛一滿,不位乎其形。年不可舉,時不可止;消息盈虛,終則有始。是所以語大義之方,論萬物之理也。物之生也,若驟若馳,无動而不變,无時而不移。何為乎,何不為乎?夫固將自化。」
북해약이 말하였다. "도로 보면 무엇이 귀하고 무엇이 천하겠소. 이를 되돌아 넘침이라 하오. 그대의 뜻을 붙들어 매지 마시오. 도와 크게 어긋나오. 무엇이 적고 무엇이 많겠소. 이를 갈마들어 베풂이라 하오. 하나로만 행하지 마시오. 도와 어긋나오.
엄하기가 나라에 임금이 있는 것 같되 사사로운 덕이 없고, 느긋하기가 제사에 사당이 있는 것 같되 사사로운 복이 없으며, 넓고 넓기가 사방이 끝없는 것 같되 경계가 없소.
만물을 아울러 품는데 누구를 감싸 주겠소. 이를 방향 없음이라 하오. 만물이 한가지로 가지런한데 무엇이 짧고 무엇이 길겠소.
도에는 끝과 처음이 없고 사물에는 죽고 삶이 있으니 그 이룸을 믿지 마시오. 한번 비고 한번 차니 그 모습에 자리 잡지 마시오. 나이는 붙들 수 없고 때는 멈출 수 없소. 스러지고 자라고 차고 비어 끝나면 처음이 있소.
이것이 큰 뜻의 방향을 말하고 만물의 이치를 논하는 까닭이오.
사물이 나는 것은 달리는 듯 내닫는 듯하여, 움직이되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때마다 옮기지 않는 것이 없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겠소. 무릇 본디 스스로 바뀔 것이오."
13그러면 도를 어찌 귀히 여깁니까
河伯曰:「然則何貴於道邪?」
하백이 말하였다. "그러면 도를 어찌 귀히 여기오."
14하늘이 안에 있고 사람이 밖에 있다
北海若曰:「知道者必達於理,達於理者必明於權,明於權者不以物害己。至德者,火弗能熱,水弗能溺,寒暑弗能害,禽獸弗能賊。非謂其薄之也,言察乎安危,寧於禍福,謹於去就,莫之能害也。故曰,天在內,人在外,德在乎天。知天人之行,本乎天,位乎得,蹢䠱而屈伸,反要而語極。」
북해약이 말하였다. "도를 아는 이는 반드시 이치에 통달하고, 이치에 통달한 이는 반드시 저울질에 밝고, 저울질에 밝은 이는 사물로 제 몸을 해치지 않소.
지극한 덕을 지닌 이는 불이 뜨겁게 하지 못하고 물이 빠뜨리지 못하며 추위와 더위가 해치지 못하고 새와 짐승이 해치지 못하오. 이는 그것들을 우습게 본다는 말이 아니라,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살피고 화와 복에 편안하며 떠나고 나아감을 삼가므로 아무것도 해치지 못한다는 말이오.
그러므로 말하오. 하늘이 안에 있고 사람이 밖에 있으며 덕은 하늘에 있소. 하늘과 사람의 행함을 알아 하늘에 뿌리를 두고 얻음에 자리하여, 머뭇거리며 굽히고 펴며 요체로 돌아가 지극함을 말하오."
15무엇을 하늘이라 하고 무엇을 사람이라 합니까
曰:「何謂天?何謂人?」
말하였다. "무엇을 하늘이라 하고 무엇을 사람이라 하오."
16소와 말의 네 발이 하늘이다
北海若曰:「牛馬四足,是謂天;落馬首,穿牛鼻,是謂人。故曰,无以人滅天,无以故滅命,无以得殉名。謹守而勿失,是謂反其真。」
북해약이 말하였다. "소와 말에게 네 발이 있는 것을 하늘이라 하고, 말 머리에 굴레를 씌우고 소 코를 뚫는 것을 사람이라 하오.
그러므로 말하오. 사람으로 하늘을 없애지 말고, 옛 버릇으로 명을 없애지 말고, 얻음 때문에 이름에 목숨을 바치지 마시오. 삼가 지켜 잃지 않는 것, 이를 그 참됨으로 돌아간다 하오."
17기가 노래기를 부러워하다
夔憐蚿,蚿憐蛇,蛇憐風,風憐目,目憐心。
기는 노래기를 부러워하고, 노래기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18외발로 뛰어다니는데 그대는 만 발을 어찌 쓰는가
夔謂蚿曰:「吾以一足趻踔而行,予无如矣。今子之使萬足,獨柰何?」
기가 노래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한 발로 껑충거리며 다니니 나만 한 것이 없다. 이제 그대는 만 개의 발을 부리니 홀로 어찌하는가."
19침 뱉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蚿曰:「不然。子不見夫唾者乎?噴則大者如珠,小者如霧,雜而下者不可勝數也。今予動吾天機,而不知其所以然。」
노래기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그대는 저 침 뱉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뿜으면 큰 것은 구슬 같고 작은 것은 안개 같아, 섞여 떨어지는 것을 이루 셀 수 없다. 이제 나는 내 하늘의 기틀을 움직일 뿐 그러한 까닭을 알지 못한다."
20발이 많은데도 발 없는 그대에 미치지 못한다
蚿謂蛇曰:「吾以衆足行,而不及子之無足,何也?」
노래기가 뱀에게 말하였다. "나는 뭇 발로 다니는데 발 없는 그대에 미치지 못하니 어찌 된 일인가."
21하늘의 기틀이 움직이는 것을 어찌 바꾸겠는가
蛇曰:「夫天機之所動,何可易邪?吾安用足哉!」
뱀이 말하였다. "무릇 하늘의 기틀이 움직이는 것을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내가 어찌 발을 쓰겠는가."
22등뼈와 옆구리를 움직여 가는데
蛇謂風曰:「予動吾脊脅而行,則有似也。今子蓬蓬然起於北海,蓬蓬然入於南海,而似无有,何也?」
뱀이 바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내 등뼈와 옆구리를 움직여 가니 그래도 닮은 데가 있다. 이제 그대는 씽씽 북쪽 바다에서 일어나 씽씽 남쪽 바다로 드는데 없는 것 같으니 어찌 된 일인가."
23작은 이김이 아니라 큰 이김이다
風曰:「然,予蓬蓬然起於北海而入於南海也,然而指我則勝我,鰌我亦勝我。雖然,夫折大木,蜚大屋者,唯我能也。故以衆小不勝為大勝也。為大勝者,唯聖人能之。」
바람이 말하였다. "그렇다. 나는 씽씽 북쪽 바다에서 일어나 남쪽 바다로 든다. 그런데 나를 손가락질하면 나를 이기고 나를 밟아도 나를 이긴다.
그렇기는 하나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날리는 것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뭇 작은 것에 이기지 못함으로써 큰 이김을 삼는다. 큰 이김을 이루는 것은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다."
24광 땅에서 에워싸여도 거문고를 놓지 않다
孔子遊於匡,宋人圍之數帀,而絃歌不惙。子路入見,曰:「何夫子之娛也?」
공자가 광 땅에 노닐 때 송나라 사람이 몇 겹으로 에워쌌으나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자로가 들어와 뵙고 말하였다. "어찌하여 선생님은 즐거우십니까."
25성인의 용기
孔子曰:「來,吾語女。我諱窮久矣,而不免,命也;求通久矣,而不得,時也。當堯舜而天下无窮人,非知得也;當桀紂而天下无通人,非知失也,時勢適然。夫水行不避蛟龍者,漁父之勇也;陸行不避兕虎者,獵夫之勇也;白刃交於前,視死若生者,烈士之勇也;知窮之有命,知通之有時,臨大難而不懼者,聖人之勇也。由處矣!吾命有所制矣。」
공자가 말하였다. "오너라, 내가 너에게 일러 주겠다. 내가 궁함을 꺼린 지 오래되었으나 면하지 못하니 명이다. 통하기를 구한 지 오래되었으나 얻지 못하니 때다.
요와 순의 때를 만나 천하에 궁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앎으로 얻은 것이 아니요, 걸과 주의 때를 만나 천하에 통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앎을 잃은 것이 아니다. 때와 형세가 마침 그러하였을 뿐이다.
무릇 물길로 가면서 이무기와 용을 피하지 않는 것은 어부의 용기요, 뭍길로 가면서 외뿔소와 범을 피하지 않는 것은 사냥꾼의 용기요, 흰 칼날이 앞에 어우러져도 죽음 보기를 삶같이 하는 것은 열사의 용기다. 궁함에 명이 있음을 알고 통함에 때가 있음을 알아 큰 어려움에 임하여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인의 용기다.
유야, 머물러라. 내 명에 정해진 바가 있다."
26양호인 줄 알았습니다
无幾何,將甲者進,辭曰:「以為陽虎也,故圍之。今非也,請辭而退。」
얼마 되지 않아 갑옷 입은 이가 나아와 사죄하며 말하였다. "양호인 줄 알고 에워쌌습니다. 이제 아니니 사죄하고 물러가겠습니다."
27공손룡이 위모에게 묻다
公孫龍問於魏牟曰:「龍少學先王之道,長而明仁義之行;合同異,離堅白;然不然,可不可;困百家之知,窮衆口之辯;吾自以為至達已。今吾聞莊子之言,汒焉異之。不知論之不及與,知之弗若與?今吾无所開吾喙,敢問其方。」
공손룡이 위모에게 물었다. "저는 어려서 선왕의 도를 배우고 자라서 어짊과 옳음의 행실에 밝았습니다. 같음과 다름을 합하고 굳음과 흼을 떼어 놓았으며,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 하고 안 되는 것을 된다 하였습니다. 백가의 앎을 곤궁하게 하고 뭇 입의 말재주를 다하게 하여, 저 스스로 지극히 통달하였다 여겼습니다.
이제 제가 장자의 말을 들으니 아득하여 이상합니다. 논함이 미치지 못해서인지 앎이 못해서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제 제가 입을 열 데가 없으니 감히 그 방도를 여쭙습니다."
28우물 안 개구리와 동해의 자라
公子牟隱机大息,仰天而笑曰:「子獨不聞夫埳井之鼃乎?謂東海之鱉曰:『吾樂與!出跳梁乎井幹之上,入休乎缺甃之崖;赴水則接腋持頤,蹶泥則沒足滅跗;還虷蟹與科斗,莫吾能若也。且夫擅一壑之水,而跨跱埳井之樂,此亦至矣。夫子奚不時來入觀乎?』東海之鱉左足未入,而右膝已縶矣。於是逡巡而卻,告之海曰:『夫千里之遠,不足以舉其大;千仞之高,不足以極其深。禹之時十年九潦,而水弗為加益;湯之時八年七旱,而崖不為加損。夫不為頃久推移,不以多少進退者,此亦東海之大樂也。』於是埳井之鼃聞之,適適然驚,規規然自失也。
공자모가 안석에 기대어 크게 한숨 쉬고 하늘을 우러러 웃으며 말하였다. "그대는 홀로 저 무너진 우물의 개구리를 듣지 못하였는가.
동해의 자라에게 말하기를 '나는 즐겁다. 나가면 우물 난간 위에서 뛰놀고 들어오면 깨진 벽돌 가장자리에서 쉰다. 물에 들면 겨드랑이를 받치고 턱을 괴며, 진흙을 차면 발이 잠기고 발등이 묻힌다. 장구벌레와 게와 올챙이를 돌아보아도 나만 한 것이 없다. 또 무릇 한 골짜기의 물을 홀로 차지하고 무너진 우물의 즐거움을 걸터앉았으니 이 또한 지극하다. 그대는 어찌 때때로 와서 보지 않는가' 하였다.
동해의 자라가 왼발이 채 들어가기도 전에 오른 무릎이 이미 걸렸다. 이에 머뭇거리며 물러나 그에게 바다를 일러 말하기를 '무릇 천 리의 멂으로도 그 큼을 들기에 넉넉하지 않고, 천 길의 높이로도 그 깊음을 다하기에 넉넉하지 않다. 우의 때에 열 해에 아홉 해가 물난리였으나 물이 더 불어나지 않았고, 탕의 때에 여덟 해에 일곱 해가 가물었으나 물가가 더 줄지 않았다. 무릇 잠깐이나 오램으로 옮겨 가지 않고 많고 적음으로 나아가고 물러나지 않는 것, 이것이 또한 동해의 큰 즐거움이다' 하였다.
이에 무너진 우물의 개구리가 이를 듣고 흠칫 놀라 어리둥절히 스스로 잃어버렸다.
29대롱으로 하늘을 엿보는 격이다
且夫知不知是非之竟,而猶欲觀於莊子之言,是猶使蚊負山,商蚷馳河也,必不勝任矣。且夫知不知論極妙之言,而自適一時之利者,是非埳井之鼃與?且彼方跐黃泉而登大皇,无南无北,奭然四解,淪於不測;无東无西,始於玄冥,反於大通。子乃規規然而求之以察,索之以辯,是直用管闚天,用錐指地也,不亦小乎!子往矣!且子獨不聞夫壽陵餘子之學於邯鄲與?未得國能,又失其故行矣,直匍匐而歸耳。今子不去,將忘子之故,失子之業。」
또 무릇 앎이 옳고 그름의 경계도 알지 못하면서 오히려 장자의 말을 보려 하니, 이는 모기더러 산을 지게 하고 노래기더러 황하를 달리게 하는 것과 같아 반드시 감당하지 못한다.
또 무릇 앎이 지극히 묘한 말을 논할 줄 알지 못하면서 스스로 한때의 이익에 맞추는 이는 저 무너진 우물의 개구리가 아니겠는가.
또 저이는 바야흐로 황천을 밟고 큰 하늘에 올라 남쪽도 없고 북쪽도 없이 훤히 사방으로 풀려 헤아릴 수 없는 데에 잠기며, 동쪽도 없고 서쪽도 없이 아득한 어둠에서 비롯하여 크게 통함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대는 어리둥절히 이를 살핌으로 구하고 말재주로 찾으니, 이는 다만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 송곳으로 땅을 가리키는 것이라 또한 작지 않은가. 그대는 가라.
또 그대는 홀로 저 수릉의 젊은이가 한단에서 걸음을 배운 일을 듣지 못하였는가. 그 나라의 재주를 얻지도 못하고 또 제 옛 걸음마저 잃어 다만 기어서 돌아갔을 뿐이다. 이제 그대가 가지 않으면 그대의 옛것을 잊고 그대의 일을 잃을 것이다."
30공손룡이 입을 다물지 못하다
公孫龍口呿而不合,舌舉而不下,乃逸而走。
공손룡이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고 혀가 들려 내려오지 않아, 이에 달아나 버렸다.
31장자가 복수에서 낚시하다
莊子釣於濮水,楚王使大夫二人往先焉,曰:「願以境內累矣!」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하는데 초나라 왕이 대부 두 사람을 보내어 먼저 뜻을 알리게 하였다. "나라 안의 일로 번거롭게 하고자 합니다."
32진흙 속에 꼬리를 끌겠다
莊子持竿不顧,曰:「吾聞楚有神龜,死已三千歲矣,王巾笥而藏之廟堂之上。此龜者,寧其死為留骨而貴乎?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
장자가 낚싯대를 든 채 돌아보지 않고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초나라에 신령한 거북이 있어 죽은 지 이미 삼천 해인데, 왕이 헝겊에 싸서 상자에 담아 묘당 위에 갈무리해 두었다 하오.
이 거북은 차라리 죽어 뼈를 남겨 귀히 되기를 바라겠소, 차라리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기를 바라겠소."
33살아서 진흙에 꼬리를 끌겠지요
二大夫曰:「寧生而曳尾塗中。」
두 대부가 말하였다. "차라리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기를 바라겠지요."
34가시오, 나는 진흙에 꼬리를 끌겠소
莊子曰:「往矣!吾將曳尾於塗中。」
장자가 말하였다. "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 꼬리를 끌겠소."
35혜자가 사흘 밤낮을 뒤지다
惠子相梁,莊子往見之。或謂惠子曰:「莊子來,欲代子相。」於是惠子恐,搜於國中三日三夜。
혜자가 양나라의 재상이 되었는데 장자가 가서 만나려 하였다. 어떤 이가 혜자에게 말하였다. "장자가 오는 것은 그대를 대신하여 재상이 되려는 것이오." 이에 혜자가 두려워하여 나라 안을 사흘 밤낮으로 뒤졌다.
36원추와 썩은 쥐
莊子往見之,曰:「南方有鳥,其名為鵷鶵,子知之乎?夫鵷鶵,發於南海而飛於北海,非梧桐不止,非練實不食,非醴泉不飲。於是鴟得腐鼠,鵷鶵過之,仰而視之曰:『嚇!』今子欲以子之梁國而嚇我邪?」
장자가 가서 만나 말하였다. "남쪽에 새가 있으니 그 이름을 원추라 하오. 그대는 아시오.
무릇 원추는 남쪽 바다에서 떠나 북쪽 바다로 나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멀구슬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소.
이때 솔개가 썩은 쥐를 얻었는데 원추가 지나가니 우러러보며 '꽥' 하였소. 이제 그대는 그대의 양나라로 나에게 '꽥' 하려는 것이오."
37호수 다리 위에서
莊子與惠子遊於濠梁之上。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의 다리 위에 노닐었다.
38물고기가 즐겁구나
莊子曰:「鯈魚出游從容,是魚之樂也。」
장자가 말하였다. "피라미가 나와 한가로이 노니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오."
39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惠子曰:「子非魚,安知魚之樂?」
혜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오."
40그대는 내가 아닌데
莊子曰:「子非我,安知我不知魚之樂?」
장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내가 아닌데 어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줄 아오."
41나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를 모른다
惠子曰:「我非子,固不知子矣;子固非魚也,子之不知魚之樂,全矣!」
혜자가 말하였다. "나는 그대가 아니니 참으로 그대를 알지 못하오. 그대도 참으로 물고기가 아니니 그대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함이 온전하오."
42그 처음으로 돌아가자
莊子曰:「請循其本。子曰『汝安知魚樂』云者,既已知吾知之而問我,我知之濠上也。」
장자가 말하였다. "그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그대가 '그대가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하고 말한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아는 줄 알고 나에게 물은 것이오. 나는 호수 위에서 그것을 알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