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방莊子 外篇 田子方
1전자방이 계공을 여러 번 일컫다
田子方侍坐於魏文侯,數稱谿工。
전자방이 위나라 문후를 모시고 앉아 계공을 여러 번 일컬었다.
2계공이 그대의 스승인가
文侯曰:「谿工,子之師邪?」
문후가 말하였다. "계공이 그대의 스승인가."
3마을 사람일 뿐입니다
子方曰:「非也,無擇之里人也;稱道數當,故无擇稱之。」
자방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무택의 마을 사람입니다. 도를 말하는 것이 여러 번 들어맞았으므로 무택이 그를 일컬었습니다."
4그러면 그대에게 스승이 없는가
文侯曰:「然則子无師邪?」
문후가 말하였다. "그러면 그대에게 스승이 없는가."
5있습니다
子方曰:「有。」
자방이 말하였다. "있습니다."
6그대의 스승이 누구인가
曰:「子之師誰邪?」
말하였다. "그대의 스승이 누구인가."
7동곽순자입니다
子方曰:「東郭順子。」
자방이 말하였다. "동곽순자입니다."
8어찌하여 일컬은 적이 없는가
文侯曰:「然則夫子何故未嘗稱之?」
문후가 말하였다. "그러면 선생은 어찌하여 그를 일컬은 적이 없는가."
9사람 모습에 하늘의 빔을 지녔습니다
子方曰:「其為人也真,人貌而天虛,緣而葆真,清而容物。物无道,正容以悟之,使人之意也消。无擇何足以稱之!」
자방이 말하였다. "그 사람됨이 참됩니다. 사람의 모습에 하늘의 빔을 지녔고, 인연을 따르되 참됨을 지키며, 맑되 사물을 담습니다. 사물에 도가 없으면 낯빛을 바로하여 깨우치니, 사람의 마음이 스러지게 합니다. 무택이 어찌 그를 일컫기에 넉넉하겠습니까."
10위나라가 참으로 내 얽매임이로다
子方出,文侯儻然終日不言,召前立臣而語之曰:「遠矣,全德之君子!始吾以聖知之言、仁義之行為至矣。吾聞子方之師,吾形解而不欲動,口鉗而不欲言。吾所學者直土梗耳,夫魏真為我累耳!」
자방이 나가자 문후가 멍하니 온종일 말하지 않다가, 앞에 선 신하를 불러 일렀다.
"멀구나, 덕이 온전한 군자여. 처음에 나는 성스러운 앎의 말과 어짊과 옳음의 행실을 지극하다 여겼다. 내가 자방의 스승을 듣고 나니 내 몸이 풀려 움직이고 싶지 않고 입이 막혀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배운 것은 다만 흙 인형일 뿐이요, 저 위나라는 참으로 내 얽매임일 뿐이로다."
11온백설자가 노나라에 묵다
溫伯雪子適齊,舍於魯。魯人有請見之者,溫伯雪子曰:「不可。吾聞中國之君子,明乎禮義而陋於知人心,吾不欲見也。」
온백설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노나라에 묵었다. 노나라 사람 가운데 그를 뵙기를 청하는 이가 있었다.
온백설자가 말하였다. "안 되오. 내가 듣기로 중국의 군자는 예와 옳음에 밝으나 사람의 마음을 아는 데는 어둡다 하니, 나는 만나고 싶지 않소."
12반드시 나를 흔들 까닭이 있으리라
至於齊,反舍於魯,是人也又請見。溫伯雪子曰:「往也蘄見我,今也又蘄見我,是必有以振我也。」
제나라에 이르렀다가 돌아오며 노나라에 묵으니 그 사람이 또 뵙기를 청하였다.
온백설자가 말하였다. "전에도 나를 뵙기를 바라더니 이제 또 나를 뵙기를 바라니, 이는 반드시 나를 흔들 까닭이 있으리라."
13손님을 보고 나서 한숨 쉬다
出而見客,入而歎。明日見客,又入而歎。其僕曰:「每見之客也,必入而歎,何耶?」
나가서 손님을 보고 들어와 한숨 쉬었다. 이튿날 손님을 보고 또 들어와 한숨 쉬었다.
그 종이 말하였다. "손님을 보실 때마다 반드시 들어와 한숨 쉬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14나아가고 물러남이 하나같이 그림쇠와 곱자에 맞다
曰:「吾固告子矣:『中國之民,明乎禮義而陋乎知人心。』昔之見我者,進退一成規,一成矩,從容一若龍,一若虎。其諫我也似子,其道我也似父,是以歎也。」
말하였다. "내가 참으로 너에게 일렀다. '중국의 백성은 예와 옳음에 밝으나 사람의 마음을 아는 데는 어둡다.'
아까 나를 본 이는 나아가고 물러남이 하나같이 그림쇠에 맞고 하나같이 곱자에 맞으며, 조용한 몸가짐이 하나는 용 같고 하나는 범 같았다. 나를 간하는 것이 자식 같고 나를 이끄는 것이 아비 같으니, 이 때문에 한숨 쉬는 것이다."
15보고도 말하지 않다
仲尼見之而不言。子路曰:「吾子欲見溫伯雪子久矣,見之而不言,何邪?」
중니가 그를 보고도 말하지 않았다. 자로가 말하였다. "선생님께서 온백설자를 뵙고자 하신 지 오래인데, 뵙고도 말씀하지 않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16눈으로 마주치면 도가 있으니
仲尼曰:「若夫人者,目擊而道存矣,亦不可以容聲矣!」
중니가 말하였다. "저런 사람은 눈으로 마주치면 도가 거기 있으니, 또한 소리를 담을 수 없다."
17안연이 뒤에서 눈만 크게 뜨다
顏淵問於仲尼曰:「夫子步亦步,夫子趨亦趨,夫子馳亦馳;夫子奔逸絕塵,而回瞠若乎後矣!」
안연이 중니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걸으면 저도 걷고, 선생님이 종종걸음 하면 저도 종종걸음 하고, 선생님이 달리면 저도 달립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내달아 티끌을 끊으시면 저는 뒤에서 눈만 크게 뜨고 있을 뿐입니다."
18회야, 무슨 말이냐
夫子曰:「回,何謂邪?」
선생이 말하였다. "회야, 무슨 말이냐."
19말하지 않아도 미덥고 그릇 없이도 백성이 몰려든다
曰:「夫子步,亦步也;夫子言,亦言也;夫子趨,亦趨也;夫子辯,亦辯也;夫子馳,亦馳也;夫子言道,回亦言道也;及奔逸絕塵而回瞠若乎後者,夫子不言而信,不比而周,无器而民滔乎前,而不知所以然而已矣。」
말하였다. "선생님이 걸으면 저도 걷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저도 말하고, 선생님이 종종걸음 하면 저도 종종걸음 하고, 선생님이 따지시면 저도 따지고, 선생님이 달리면 저도 달리고, 선생님이 도를 말씀하시면 저도 도를 말합니다.
그런데 내달아 티끌을 끊으실 때 제가 뒤에서 눈만 크게 뜨는 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지 않아도 미덥고 가까이하지 않아도 두루 미치며, 그릇이 없어도 백성이 앞에 몰려드는데, 그리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20슬픔은 마음이 죽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仲尼曰:「惡!可不察與!夫哀,莫大於心死,而人死亦次之。日出東方而入於西極,萬物莫不比方,有目有趾者,待是而後成功,是出則存,是入則亡。萬物亦然,有待也而死,有待也而生。吾一受其成形,而不化以待盡,效物而動,日夜无隙,而不知其所終;薰然其成形,知命不能規乎其前,丘以是日徂。
중니가 말하였다. "아, 살피지 않을 수 있겠느냐.
무릇 슬픔은 마음이 죽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사람이 죽는 것은 그다음이다.
해가 동쪽에서 나와 서쪽 끝으로 드는데 만물이 그 방향을 좇지 않는 것이 없다. 눈이 있고 발이 있는 것은 이를 기다린 뒤에야 일을 이루니, 이것이 나오면 있고 이것이 들면 없어진다. 만물도 그러하여 기다림이 있어 죽고 기다림이 있어 산다.
내가 한번 그 이루어진 몸을 받으면 바뀌지 않고 다함을 기다리며, 사물을 본받아 움직이고 밤낮으로 틈이 없으되 그 마치는 데를 알지 못한다. 훈훈히 그 몸을 이루고 명을 알되 그 앞을 헤아릴 수 없으니, 나는 이로써 날마다 흘러간다.
21한평생 팔을 스치며 잃었으니
吾終身與汝交一臂而失之,可不哀與!女殆著乎吾所以著也。彼已盡矣,而女求之以為有,是求馬於唐肆也。吾服女也甚忘,女服吾也甚忘。雖然,女奚患焉!雖忘乎故吾,吾有不忘者存。」
내가 한평생 너와 팔을 스치면서도 이를 잃었으니 슬프지 않으냐.
너는 아마 내가 드러난 바에만 드러난 것을 보는 듯하다. 저것은 이미 다하였는데 너는 이를 있다 여겨 구하니, 이는 빈 저자에서 말을 구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마음에 둔 것도 몹시 잊었고 네가 나를 마음에 둔 것도 몹시 잊었다. 그렇더라도 너는 어찌 근심하겠느냐. 옛 나를 잊더라도 나에게 잊히지 않는 것이 남아 있다."
22공자가 머리 감는 노담을 보다
孔子見老聃,老聃新沐,方將被髮而干,慹然似非人。孔子便而待之,少焉見,曰:「丘也眩與?其信然與?向者先生形體掘若槁木,似遺物離人而立於獨也。」
공자가 노담을 뵈니 노담이 막 머리를 감고 바야흐로 머리를 풀어 말리는데, 우뚝하여 사람 같지 않았다.
공자가 물러나 기다리다가 조금 있다 뵙고 말하였다. "제 눈이 어지러운 것입니까, 참으로 그러한 것입니까. 아까 선생의 몸이 마른나무처럼 우뚝하여, 사물을 버리고 사람을 떠나 홀로 선 듯하였습니다."
23나는 사물의 처음에 마음을 노닐었소
老聃曰:「吾遊心於物之初。」
노담이 말하였다. "나는 사물의 처음에 마음을 노닐었소."
24무슨 말씀입니까
孔子曰:「何謂邪?」
공자가 말하였다. "무슨 말씀입니까."
25지극한 음과 지극한 양
曰:「心困焉而不能知,口辟焉而不能言,嘗為汝議乎其將。至陰肅肅,至陽赫赫;肅肅出乎天,赫赫發乎地;兩者交通成和而物生焉,或為之紀而莫見其形。消息滿虛,一晦一明,日改月化,日有所為,而莫見其功。生有所乎萌,死有所乎歸,始終相反乎无端,而莫知乎其所窮。非是也,且孰為之宗!」
말하였다. "마음이 막혀 알 수 없고 입이 닫혀 말할 수 없소. 한번 그대를 위해 그 큰 줄기를 말해 보겠소.
지극한 음은 싸늘하고 지극한 양은 뜨겁소. 싸늘함은 하늘에서 나오고 뜨거움은 땅에서 피어나오. 둘이 서로 통하여 어울림을 이루면 사물이 나오. 어떤 것이 그 벼리가 되었으되 그 모습을 본 이가 없소.
스러지고 자라고 차고 비며 한번 어둡고 한번 밝소. 날마다 고쳐지고 달마다 바뀌어 날마다 하는 바가 있으되 그 공을 본 이가 없소.
삶에는 싹트는 바가 있고 죽음에는 돌아가는 바가 있소. 처음과 끝이 실마리 없는 데서 서로 반대되되 그 다하는 데를 아는 이가 없소. 이것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 마루가 되겠소."
26거기에 노니는 법을 여쭙습니다
孔子曰:「請問遊是。」
공자가 말하였다. "거기에 노니는 법을 여쭙습니다."
27지극한 아름다움과 지극한 즐거움
老聃曰:「夫得是,至美至樂也。得至美而遊乎至樂,謂之至人。」
노담이 말하였다. "무릇 이를 얻으면 지극한 아름다움이요 지극한 즐거움이오.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어 지극한 즐거움에 노니는 이, 이를 지인이라 하오."
28그 방도를 듣기 바랍니다
孔子曰:「願聞其方。」
공자가 말하였다. "그 방도를 듣기 바랍니다."
29풀 먹는 짐승은 늪을 바꾸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曰:「草食之獸不疾易藪,水生之蟲不疾易水,行小變而不失其大常也,喜怒哀樂不入於胸次。夫天下也者,萬物之所一也。得其所一而同焉,則四支百體將為塵垢,而死生終始將為晝夜而莫之能滑,而況得喪禍福之所介乎!棄隸者若棄泥塗,知身貴於隸也,貴在於我而不失於變。且萬化而未始有極也,夫孰足以患心!已為道者解乎此。」
말하였다. "풀 먹는 짐승은 늪을 바꾸어도 걱정하지 않고, 물에 사는 벌레는 물을 바꾸어도 걱정하지 않소. 작은 변화를 겪되 그 큰 한결같음을 잃지 않기 때문이니,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가슴에 들어오지 않소.
무릇 천하란 만물이 하나 되는 바요. 그 하나 되는 바를 얻어 그와 같아지면, 팔다리와 온몸이 티끌이 되고 죽고 살고 끝나고 비롯함이 낮과 밤이 되어 아무것도 어지럽히지 못하오. 하물며 얻고 잃음과 화와 복이 끼어드는 것이겠소.
종을 버리기를 진흙 버리듯 하는 것은 몸이 종보다 귀함을 알기 때문이오. 귀함이 나에게 있어 바뀜에 잃지 않소. 또 만 번 바뀌어도 아직 끝이 있은 적이 없으니, 무엇이 마음을 근심하게 하기에 넉넉하겠소. 이미 도를 행하는 이는 이를 풀어 아오."
30선생님도 지극한 말을 빌려 마음을 닦으시니
孔子曰:「夫子德配天地,而猶假至言以修心,古之君子,孰能脫焉?」
공자가 말하였다. "선생의 덕이 하늘과 땅에 짝하는데도 오히려 지극한 말을 빌려 마음을 닦으시니, 옛 군자인들 누가 이를 벗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31물이 솟는 것은 함이 없이 재주가 저절로 그러하오
老聃曰:「不然。夫水之於汋也,无為而才自然矣。至人之於德也,不修而物不能離焉,若天之自高,地之自厚,日月之自明,夫何脩焉!」
노담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소. 무릇 물이 솟는 것은 함이 없이 재주가 저절로 그러한 것이오. 지인이 덕에 대하여도 닦지 않아도 사물이 떠나지 못하오. 하늘이 저절로 높고 땅이 저절로 두터우며 해와 달이 저절로 밝은 것과 같으니, 무엇을 닦겠소."
32나는 초파리였구나
孔子出,以告顏回曰:「丘之於道也,其猶醯雞與!微夫子之發吾覆也,吾不知天地之大全也。」
공자가 나와 안회에게 일러 말하였다. "내가 도에 대하여는 초파리와 같구나. 선생께서 내 덮개를 열어 주지 않으셨더라면 나는 하늘과 땅의 큰 온전함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33장자가 노나라 애공을 뵙다
莊子見魯哀公,哀公曰:「魯多儒士,少為先生方者。」
장자가 노나라 애공을 뵈니 애공이 말하였다. "노나라에 유자가 많고 선생의 방술을 하는 이는 적소."
34노나라에 유자가 적습니다
莊子曰:「魯少儒。」
장자가 말하였다. "노나라에 유자가 적습니다."
35온 노나라가 유자 옷인데
哀公曰:「舉魯國而儒服,何謂少乎?」
애공이 말하였다. "온 노나라가 유자 옷을 입었는데 어찌 적다 하오."
36그 옷을 입은 이가 반드시 그 도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莊子曰:「周聞之,儒者冠圜冠者,知天時;履句屨者,知地形;緩佩玦者,事至而斷。君子有其道者,未必為其服也;為其服者,未必知其道也。公固以為不然,何不號於國中曰:『无此道而為此服者,其罪死!』」
장자가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 유자는 둥근 관을 쓴 이는 하늘의 때를 알고, 모난 신을 신은 이는 땅의 모양을 알며, 오색 끈에 결옥을 찬 이는 일이 이르면 결단한다 합니다.
군자로서 그 도를 지닌 이가 반드시 그 옷을 입는 것은 아니요, 그 옷을 입은 이가 반드시 그 도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공께서 참으로 그렇지 않다 여기신다면, 어찌 나라 안에 영을 내려 '이 도가 없이 이 옷을 입는 자는 그 죄가 죽음이다' 하지 않으십니까."
37닷새 만에 유자 옷 입은 이가 하나뿐이었다
於是哀公號之五日,而魯國无敢儒服者,獨有一丈夫儒服而立乎公門。公即召而問以國事,千轉萬變而不窮。
이에 애공이 닷새 동안 영을 내리니 노나라에 감히 유자 옷을 입는 이가 없었다. 오직 한 사내가 유자 옷을 입고 공의 문 앞에 섰다. 공이 곧 불러 나랏일을 물으니 천 번 만 번 바뀌어도 막히지 않았다.
38온 노나라에 유자가 한 사람인데 많다 하겠습니까
莊子曰:「以魯國而儒者一人耳,可謂多乎?」
장자가 말하였다. "온 노나라에 유자가 한 사람뿐이니 많다 하겠습니까."
39백리해는 벼슬과 녹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百里奚爵祿不入於心,故飯牛而牛肥,使秦穆公忘其賤,與之政也。有虞氏死生不入於心,故足以動人。
백리해는 벼슬과 녹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소를 먹이니 소가 살졌고, 진나라 목공으로 하여금 그 천함을 잊고 정사를 맡기게 하였다.
유우씨는 죽고 사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사람을 움직이기에 넉넉하였다.
40옷을 벗고 두 다리를 뻗은 화공
宋元君將畫圖,衆史皆至,受揖而立;舐筆和墨,在外者半。有一史後至者,儃儃然不趨,受揖不立,因之舍。公使人視之,則解衣般礡臝。君曰:「可矣,是真畫者也。」
송나라 원군이 그림을 그리게 하려 하니 여러 화공이 다 이르러 읍하고 섰다. 붓을 빨고 먹을 개는데 밖에 있는 이가 절반이었다.
한 화공이 뒤늦게 이르렀는데 느긋하여 종종걸음 하지 않고, 읍하고도 서지 않고 그대로 처소로 갔다. 공이 사람을 시켜 보게 하니, 옷을 벗고 두 다리를 뻗은 채 벌거벗고 있었다.
임금이 말하였다. "되었다. 이 사람이 참된 화공이다."
41문왕이 장 땅에서 낚시하는 노인을 보다
文王觀於臧,見一丈夫釣,而其釣莫釣;非持其釣有釣者也,常釣也。
문왕이 장 땅을 살펴보다가 한 사내가 낚시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낚시가 낚는 것이 아니었다. 낚싯대를 쥐고 낚는 것이 아니라 늘 낚고 있을 뿐이었다.
42꿈에 본 어진 사람
文王欲舉而授之政,而恐大臣父兄之弗安也;欲終而釋之,而不忍百姓之无天也。於是旦而屬之大夫曰:「昔者寡人夢見良人,黑色而劔,乘駁馬而偏朱蹄,號曰:『寓而政於臧丈人,庶幾乎民有瘳乎!』」
문왕이 그를 들어 정사를 맡기려 하였으나 대신과 부형이 편안해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끝내 놓아 버리려 하였으나 백성에게 하늘이 없게 되는 것을 차마 못 하였다.
이에 아침에 대부들에게 일러 말하였다. "어젯밤 과인이 꿈에 어진 사람을 보았소. 검은 낯빛에 수염이 나고 얼룩말을 탔는데 한쪽 발굽이 붉었소. 외쳐 말하기를 '그대의 정사를 장 땅의 노인에게 맡기면 백성이 거의 나아지리라' 하였소."
43돌아가신 임금이십니다
諸大夫蹴然曰:「先君王也。」
여러 대부가 흠칫하여 말하였다. "돌아가신 임금이십니다."
44그러면 점을 치자
文王曰:「然則卜之。」
문왕이 말하였다. "그러면 점을 치자."
45어찌 점을 치겠습니까
諸大夫曰:「先君之命,王其无它,又何卜焉!」
여러 대부가 말하였다. "돌아가신 임금의 명이니 왕께서는 달리 하실 것이 없습니다. 또 어찌 점을 치겠습니까."
46장 노인에게 정사를 맡기다
遂迎臧丈人而授之政。典法无更,偏令无出。三年,文王觀於國,則列士壞植散羣,長官者不成德,斔斛不敢入於四竟。列士壞植散羣,則尚同也;長官者不成德,則同務也,斔斛不敢入於四竟,則諸侯无二心也。
마침내 장 땅의 노인을 맞아 정사를 맡겼다. 법과 제도를 고치지 않고 치우친 명령을 내지 않았다.
세 해 만에 문왕이 나라를 살펴보니, 여러 선비가 패거리를 허물고 무리를 흩었으며, 벼슬 맡은 이가 덕을 이루려 하지 않았고, 다른 말과 되가 감히 사방 지경에 들어오지 못하였다.
여러 선비가 패거리를 허물고 무리를 흩은 것은 위와 같아졌기 때문이요, 벼슬 맡은 이가 덕을 이루려 하지 않은 것은 일을 같이하였기 때문이요, 다른 말과 되가 감히 사방 지경에 들어오지 못한 것은 제후에게 두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47정사를 천하에 미칠 수 있겠소
文王於是焉以為大師,北面而問曰:「政可以及天下乎?」臧丈人昧然而不應,泛然而辭,朝令而夜遁,終身无聞。
문왕이 이에 그를 태사로 삼고 북면하여 물었다. "이 정사를 천하에 미칠 수 있겠소."
장 땅 노인이 멍하니 응하지 않고 데면데면 사양하더니, 아침에 명을 내리고 밤에 달아나 한평생 알려지지 않았다.
48문왕은 아직 모자란 것 아닙니까
顏淵問於仲尼曰:「文王其猶未邪?又何以夢為乎?」
안연이 중니에게 물었다. "문왕은 아직 모자란 것 아닙니까. 또 어찌 꿈을 빌렸습니까."
49잠자코 있어라, 문왕은 다한 것이다
仲尼曰:「默,汝无言!夫文王盡之也,而又何論剌焉!彼直以循斯須也。」
중니가 말하였다. "잠자코 있어라, 너는 말하지 마라. 무릇 문왕은 다한 것이다. 또 어찌 논하고 나무라겠느냐. 저이는 다만 잠깐 동안을 좇았을 뿐이다."
50열어구가 백혼무인에게 활을 쏘다
列禦寇為伯昏无人射,引之盈貫,措杯水其肘上,發之,適矢復沓,方矢復寓。當是時,猶象人也。
열어구가 백혼무인을 위해 활을 쏘는데, 시위를 가득 당기고 팔꿈치 위에 물 잔을 놓았다. 쏘면 화살이 잇달아 겹치고 다음 화살이 다시 얹혔다. 이때에는 마치 나무 인형 같았다.
51이는 쏘는 활쏘기지 쏘지 않는 활쏘기가 아니다
伯昏无人曰:「是射之射,非不射之射也。嘗與汝登高山,履危石,臨百仞之淵,若能射乎?」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이는 쏘는 활쏘기지 쏘지 않는 활쏘기가 아니다. 한번 그대와 높은 산에 올라 위태로운 바위를 밟고 백 길 못에 임하면, 그대가 쏠 수 있겠는가."
52벼랑에 서니 발꿈치까지 땀이 흐르다
於是无人遂登高山,履危石,臨百仞之淵,背逡巡,足二分垂在外,揖禦寇而進之。禦寇伏地,汗流至踵。
이에 무인이 마침내 높은 산에 올라 위태로운 바위를 밟고 백 길 못에 임하여, 등지고 뒷걸음질 쳐 발의 삼분의 이가 밖에 드리우게 하고, 어구에게 읍하여 나오게 하였다. 어구는 땅에 엎드려 땀이 발꿈치까지 흘렀다.
53지인은 위로 푸른 하늘을 엿보고 아래로 황천에 잠긴다
伯昏无人曰:「夫至人者,上闚青天,下潛黃泉,揮斥八極,神氣不變。今汝怵然有恂目之志,爾於中也殆矣夫!」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무릇 지인은 위로 푸른 하늘을 엿보고 아래로 황천에 잠기며 팔극을 휘두르되 정신과 기운이 변하지 않는다. 이제 그대는 흠칫하여 눈이 아찔한 뜻이 있으니, 그대가 맞히는 데도 위태롭겠구나."
54손숙오가 세 번 영윤이 되고도 기뻐하지 않다
肩吾問於孫叔敖曰:「子三為令尹而不榮華,三去之而无憂色。吾始也疑子,今視子之鼻間栩栩然,子之用心獨柰何?」
견오가 손숙오에게 물었다. "그대는 세 번 영윤이 되고도 영화롭게 여기지 않고, 세 번 그만두고도 근심하는 낯빛이 없었소. 내가 처음에는 그대를 의심하였는데 이제 그대의 콧등을 보니 화기롭소. 그대의 마음 씀이 홀로 어떠하오."
55얻고 잃음이 나에게 있지 않다 여길 뿐
孫叔敖曰:「吾何以過人哉!吾以其來不可卻也,其去不可止也,吾以為得失之非我也,而无憂色而已矣。我何以過人哉!且不知其在彼乎?其在我乎?其在彼邪?亡乎我;在我邪?亡乎彼。方將躊躇,方將四顧,何暇至乎人貴人賤哉!」
손숙오가 말하였다. "내가 무엇으로 남보다 낫겠소. 나는 그것이 오는 것을 물리칠 수 없고 그것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여겼소. 나는 얻고 잃음이 나에게 있지 않다 여겨 근심하는 낯빛이 없었을 뿐이오. 내가 무엇으로 남보다 낫겠소.
또 그것이 저기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 알지 못하오. 저기 있다면 나에게 없는 것이요, 나에게 있다면 저기 없는 것이오. 바야흐로 머뭇거리고 바야흐로 사방을 돌아보는데, 어느 겨를에 사람의 귀함과 천함에 이르겠소."
56옛 참사람은 죽고 사는 것에도 변함이 없었다
仲尼聞之曰:「古之真人,知者不得說,美人不得濫,盜人不得劫,伏戲黃帝不得友。死生亦大矣,而无變乎己,況爵祿乎!若然者,其神經乎大山而無介,入乎淵泉而不濡,處卑細而不憊,充滿天地,既以與人,己愈有。」
중니가 이를 듣고 말하였다. "옛 참사람은 아는 이도 달랠 수 없고, 아름다운 이도 넘보지 못하고, 도둑도 겁박하지 못하고, 복희와 황제도 벗하지 못하였다.
죽고 사는 것이 또한 큰일인데도 제게 변함이 없으니 하물며 벼슬과 녹이겠느냐. 그런 이는 그 정신이 큰 산을 지나도 걸리지 않고, 깊은 샘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낮고 자잘한 데 처하여도 고달프지 않다. 하늘과 땅에 가득 차 이미 남에게 주고도 제게 더욱 있다."
57범나라가 망한 것이 내 있음을 잃게 하지 못한다
楚王與凡君坐,少焉,楚王左右曰凡亡者三。凡君曰:「凡之亡也,不足以喪吾存。夫『凡之亡不足以喪吾存』,則楚之存不足以存存。由是觀之,則凡未始亡而楚未始存也。」
초나라 왕이 범나라 임금과 앉았는데 조금 있다 초나라 왕의 좌우에서 범나라가 망한 일을 세 번 말하였다.
범나라 임금이 말하였다. "범나라가 망한 것이 내 있음을 잃게 하기에 넉넉하지 않소. 무릇 '범나라가 망한 것이 내 있음을 잃게 하기에 넉넉하지 않다'면, 초나라가 있는 것도 있음을 있게 하기에 넉넉하지 않소. 이로 보건대 범나라는 아직 망한 적이 없고 초나라는 아직 있은 적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