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북유莊子 外篇 知北遊
1지가 무위위에게 세 번 묻다
知北遊於玄水之上,登隱弅之丘,而適遭无為謂焉。知謂无為謂曰:「予欲有問乎若:何思何慮則知道?何處何服則安道?何從何道則得道?」三問而无為謂不答也。非不答,不知答也。
지가 북쪽으로 현수 가에 노닐다가 은분의 언덕에 올라 마침 무위위를 만났다.
지가 무위위에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헤아려야 도를 알겠소. 어디에 처하고 무엇을 좇아야 도에 편안하겠소. 무엇을 따르고 어느 길로 가야 도를 얻겠소."
세 번 물었으나 무위위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답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2광굴이 말하려다 잊다
知不得問,反於白水之南,登狐闋之上,而睹狂屈焉。知以之言也問乎狂屈。狂屈曰:「唉!予知之,將語若,中欲言而忘其所欲言。」
지가 물어 얻지 못하고 백수 남쪽으로 돌아와 호결 위에 올라 광굴을 보았다. 지가 그 말로 광굴에게 물었다.
광굴이 말하였다. "아, 내가 그것을 아오. 그대에게 일러 주려 하였는데, 말하려는 참에 말하려던 바를 잊었소."
3황제가 대답하다
知不得問,反於帝宮,見黃帝而問焉。黃帝曰:「无思无慮始知道,无處无服始安道,无從无道始得道。」
지가 물어 얻지 못하고 임금의 궁으로 돌아와 황제를 뵙고 물었다.
황제가 말하였다. "생각함이 없고 헤아림이 없어야 비로소 도를 알고, 처함이 없고 좇음이 없어야 비로소 도에 편안하며, 따름이 없고 길이 없어야 비로소 도를 얻는다."
4누가 옳습니까
知問黃帝曰:「我與若知之,彼與彼不知也,其孰是邪?」
지가 황제에게 물었다. "나와 그대는 그것을 알고 저 둘은 알지 못하는데, 누가 옳습니까."
5무위위가 참으로 옳다
黃帝曰:「彼无為謂真是也,狂屈似之;我與汝終不近也。夫知者不言,言者不知,故聖人行不言之教。道不可致,德不可至。仁可為也,義可虧也,禮相偽也。故曰,『失道而後德,失德而後仁,失仁而後義,失義而後禮。禮者,道之華而亂之首也。』故曰,『為道者日損,損之又損之以至於无為,无為而无不為也。』今已為物也,欲復歸根,不亦難乎!其易也,其唯大人乎!
황제가 말하였다. "저 무위위가 참으로 옳고 광굴이 그에 가까우며, 나와 그대는 끝내 가깝지 않다.
무릇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이는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말하지 않는 가르침을 행한다. 도는 이르게 할 수 없고 덕은 다다르게 할 수 없다. 어짊은 지을 수 있고 옳음은 이지러뜨릴 수 있으며 예는 서로 거짓되게 한다.
그러므로 말한다. '도를 잃은 뒤에 덕이요, 덕을 잃은 뒤에 어짊이요, 어짊을 잃은 뒤에 옳음이요, 옳음을 잃은 뒤에 예다. 예란 도의 꽃이요 어지러움의 머리다.'
그러므로 말한다. '도를 행하는 이는 날마다 덜어 내고, 덜고 또 덜어 함이 없음에 이르니, 함이 없으면서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제 이미 사물이 되었는데 다시 뿌리로 돌아가려 하니 또한 어렵지 않은가. 그것을 쉽게 하는 이는 오직 큰 사람뿐이리라.
6천하를 통하여 한 기운일 뿐
生也死之徙,死也生之始,孰知其紀!人之生,氣之聚也;聚則為生,散則為死。若死生為徙,吾又何患!故萬物一也。是其所美者為神奇,其所惡者為臭腐。臭腐復化為神奇,神奇復化為臭腐。故曰:『通天下一氣耳。』聖人故貴一。」
삶은 죽음의 무리요 죽음은 삶의 처음이니 누가 그 벼리를 알겠는가.
사람이 사는 것은 기운이 모인 것이다. 모이면 삶이 되고 흩어지면 죽음이 된다. 죽고 사는 것이 무리라면 내가 또 무엇을 근심하겠는가. 그러므로 만물이 하나다.
이는 그 아름답게 여기는 것을 신기하다 하고 그 싫어하는 것을 썩었다 하는 것이다. 썩은 것이 다시 바뀌어 신기한 것이 되고 신기한 것이 다시 바뀌어 썩은 것이 된다.
그러므로 말한다. '천하를 통하여 한 기운일 뿐이다.' 성인은 그러므로 하나를 귀히 여긴다."
7어찌하여 가깝지 않습니까
知謂黃帝曰:「吾問无為謂,无為謂不應我,非不我應,不知應我也。吾問狂屈,狂屈中欲告我而不我告,非不我告,中欲告而忘之也。今予問乎若,若知之,奚故不近?」
지가 황제에게 말하였다. "내가 무위위에게 물으니 무위위가 나에게 응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응할 줄을 몰랐던 것입니다. 내가 광굴에게 물으니 광굴이 나에게 일러 주려다가 일러 주지 못하였습니다. 나에게 일러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러 주려다 잊은 것입니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물으니 그대가 그것을 알거늘, 어찌하여 가깝지 않다 합니까."
8알지 못함으로 참되고 앎으로 멀어진다
黃帝曰:「彼其真是也,以其不知也;此其似之也,以其忘之也;予與若終不近也,以其知之也。」
황제가 말하였다. "저이가 참으로 옳은 것은 그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요, 이이가 그에 가까운 것은 그가 잊었기 때문이다. 나와 그대가 끝내 가깝지 않은 것은 우리가 그것을 알기 때문이다."
9광굴이 황제를 말 아는 이라 하다
狂屈聞之,以黃帝為知言。
광굴이 이를 듣고 황제를 말 아는 이라 하였다.
10천지에 큰 아름다움이 있으되 말하지 않는다
天地有大美而不言,四時有明法而不議,萬物有成理而不說。聖人者,原天地之美而達萬物之理。是故至人无為,大聖不作,觀於天地之謂也。
하늘과 땅에 큰 아름다움이 있으되 말하지 않고, 네 철에 밝은 법이 있으되 따지지 않으며, 만물에 이루어진 이치가 있으되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인이란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에 뿌리를 두고 만물의 이치에 통달한 이다. 이 때문에 지인은 함이 없고 큰 성인은 짓지 않으니, 하늘과 땅을 보았다는 말이다.
11이를 뿌리라 하니 하늘을 볼 만하다
今彼神明至精,與彼百化。物已死生方圓,莫知其根也,扁然而萬物自古以固存。六合為巨,未離其內;秋豪為小,待之成體。天下莫不沉浮,終身不故;陰陽四時運行,各得其序。惛然若亡而存,油然不形而神,萬物畜而不知。此之謂本根,可以觀於天矣。
이제 저 신령하고 밝고 지극히 정밀한 것이 저 온갖 바뀜과 함께한다. 사물이 이미 죽고 살고 모나고 둥근데 그 뿌리를 아는 이가 없다. 두루 퍼져 만물이 예로부터 본디 있어 왔다.
육합이 크다 하나 그 안을 떠나지 않고, 가을 터럭이 작다 하나 이를 기다려 몸을 이룬다. 천하가 잠기고 뜨지 않는 것이 없어 한평생 옛것 그대로가 아니며, 음과 양과 네 철이 운행하여 저마다 그 차례를 얻는다.
어슴푸레하여 없는 듯하되 있고, 넉넉하여 모습이 없되 신묘하며, 만물이 길러지되 알지 못한다. 이를 뿌리라 하니 하늘을 볼 만하다.
12피의가 설결에게 도를 이르다
齧缺問道乎被衣,被衣曰:「若正汝形,一汝視,天和將至;攝汝知,一汝度,神將來舍。德將為汝美,道將為汝居,汝瞳焉如新生之犢而无求其故!」
설결이 피의에게 도를 물으니 피의가 말하였다. "그대는 그대의 몸을 바로하고 그대의 봄을 하나로 하라. 하늘의 어울림이 이를 것이다. 그대의 앎을 거두고 그대의 헤아림을 하나로 하라. 정신이 와서 깃들일 것이다.
덕이 그대의 아름다움이 되고 도가 그대의 집이 되리니, 그대는 갓 난 송아지처럼 어리둥절하여 그 까닭을 구하지 마라."
13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결이 잠들다
言未卒,齧缺睡寐。被衣大說,行歌而去之,曰:「形若槁骸,心若死灰,真其實知,不以故自持。媒媒晦晦,无心而不可與謀。彼何人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결이 잠들었다.
피의가 크게 기뻐하여 노래하며 떠나 말하였다. "몸은 마른 뼈 같고 마음은 식은 재 같구나. 참으로 그 참된 앎이라 옛것으로 스스로 붙들지 않는구나. 흐릿하고 어둑하여 마음이 없으니 함께 꾀할 수 없구나. 저이가 어떤 사람인가."
14도를 얻어 지닐 수 있습니까
舜問乎丞曰:「道可得而有乎?」
순이 승에게 물었다. "도를 얻어 지닐 수 있소."
15그대의 몸도 그대의 것이 아니다
曰:「汝身非汝有也,汝何得有夫道!」
말하였다. "그대의 몸도 그대의 것이 아닌데 그대가 어찌 저 도를 지니겠소."
16그러면 누가 그것을 가졌습니까
舜曰:「吾身非吾有也,孰有之哉?」
순이 말하였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면 누가 그것을 가졌소."
17천지가 맡긴 모습일 뿐
曰:「是天地之委形也;生非汝有,是天地之委和也;性命非汝有,是天地之委順也;孫子非汝有,是天地之委蛻也。故行不知所往,處不知所持,食不知所味。天地之強陽氣也,又胡可得而有邪!」
말하였다. "이는 하늘과 땅이 맡긴 모습이오. 삶도 그대의 것이 아니니 하늘과 땅이 맡긴 어울림이요, 성품과 목숨도 그대의 것이 아니니 하늘과 땅이 맡긴 따름이요, 자손도 그대의 것이 아니니 하늘과 땅이 맡긴 허물이오.
그러므로 다녀도 갈 데를 알지 못하고, 머물러도 붙들 바를 알지 못하고, 먹어도 맛을 알지 못하오. 하늘과 땅의 굳센 기운이니 또 어찌 얻어 지닐 수 있겠소."
18공자가 노담에게 지극한 도를 여쭙다
孔子問於老聃曰:「今日晏閒,敢問至道。」
공자가 노담에게 물었다. "오늘은 한가하니 감히 지극한 도를 여쭙습니다."
19재계하고 마음을 씻으라
老聃曰:「汝齊戒,疏𤅢而心,澡雪而精神,掊擊而知!夫道,窅然難言哉!將為汝言其崖略。
노담이 말하였다. "그대는 재계하여 그대의 마음을 씻어 내고, 그대의 정신을 눈으로 씻듯 맑게 하며, 그대의 앎을 쳐부수시오. 무릇 도는 아득하여 말하기 어렵소. 그대를 위해 그 벼랑의 대략을 말해 보겠소.
20밝음은 어둠에서 나고 결은 모습 없음에서 난다
夫昭昭生於冥冥,有倫生於无形,精神生於道,形本生於精,而萬物以形相生。故九竅者胎生,八竅者卵生。其來无迹,其往无崖,无門无房,四達之皇皇也。邀於此者,四肢彊,思慮恂達,耳目聰明。其用心不勞,其應物无方。天不得不高,地不得不廣,日月不得不行,萬物不得不昌,此其道與!
무릇 밝음은 어둠에서 나고 결이 있는 것은 모습 없음에서 나며, 정신은 도에서 나고 모습의 뿌리는 정기에서 난다. 만물은 모습으로 서로 낳는다.
그러므로 아홉 구멍인 것은 태로 낳고 여덟 구멍인 것은 알로 낳는다. 그 오는 것에 자취가 없고 그 가는 것에 벼랑이 없으며, 문도 없고 방도 없이 사방으로 통하여 훤하다.
이를 맞이하는 이는 팔다리가 굳세고 생각이 트이며 귀와 눈이 밝다. 그 마음 씀이 수고롭지 않고 그 사물에 응함에 방향이 없다.
하늘이 높지 않을 수 없고 땅이 넓지 않을 수 없으며 해와 달이 가지 않을 수 없고 만물이 성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이 그 도인가.
21넓다고 반드시 아는 것이 아니다
且夫博之不必知,辯之不必慧,聖人以斷之矣!若夫益之而不加益,損之而不加損者,聖人之所保也。淵淵乎其若海,魏魏乎其終則復始也。運量萬物而不匱。則君子之道,彼其外與!萬物皆往資焉而不匱。此其道與!
또 무릇 넓다고 반드시 아는 것이 아니요 말 잘한다고 반드시 슬기로운 것이 아니니, 성인이 이를 끊었다.
더하여도 더 더해지지 않고 덜어도 더 덜어지지 않는 것, 이것이 성인이 지키는 바다. 깊고 깊어 바다 같고 우뚝하고 우뚝하여 그 끝나면 다시 비롯한다.
만물을 옮기고 헤아리되 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군자의 도는 저 바깥의 것인가. 만물이 다 가서 밑천 삼되 다하지 않으니, 이것이 그 도인가.
22덧없는 말일 뿐인데 요와 걸의 옳고 그름을 어찌 따지랴
中國有人焉,非陰非陽,處於天地之間,直且為人,將反於宗。自本觀之,生者,喑醷物也。雖有壽夭,相去幾何?須臾之說也,奚足以為堯桀之是非!果蓏有理,人倫雖難,所以相齒。聖人遭之而不違,過之而不守。調而應之,德也;偶而應之,道也;帝之所興,王之所起也。
중국에 사람이 있으니 음도 아니고 양도 아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처하여 다만 잠시 사람이 되었다가 마루로 돌아가려 한다.
뿌리에서 보면 사는 것은 기운이 뭉친 사물이다.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이 있다 한들 서로 얼마나 떨어지겠는가. 덧없는 말일 뿐이니 어찌 요와 걸의 옳고 그름을 삼기에 넉넉하겠는가.
열매와 넝쿨 열매에 결이 있듯이 사람의 차례가 비록 어려우나 서로 잇대는 바가 있다. 성인은 이를 만나도 어기지 않고 지나가도 지키지 않는다.
고르게 하여 응하는 것이 덕이요, 짝이 되어 응하는 것이 도다. 임금이 일어난 바요 왕이 선 바다.
23흰 망아지가 틈을 지나가듯
人生天地之間,若白駒之過郤,忽然而已。注然勃然,莫不出焉;油然寥然,莫不入焉。已化而生,又化而死。生物哀之,人類悲之。解其天弢,墮其天袟,紛乎宛乎,魂魄將往,乃身從之,乃大歸乎!不形之形,形之不形,是人之所同知也,非將至之所務也,此衆人之所同論也。彼至則不論,論則不至。明見无值,辯不若默。道不可聞,聞不若塞。此之謂大得。」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것은 흰 망아지가 틈을 지나가는 것 같아 문득 그뿐이다.
쏟아지듯 불쑥 솟듯 나오지 않는 것이 없고, 넉넉히 쓸쓸히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이미 바뀌어 나고 또 바뀌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이 이를 슬퍼하고 사람 무리가 이를 애달파한다.
그 하늘의 활집을 풀고 그 하늘의 주머니를 무너뜨리면, 어지러이 구불구불 넋이 가려 하고 이에 몸이 그를 따르니 곧 크게 돌아감이다.
모습 없는 것이 모습이 되고 모습이 모습 없는 것이 되는 것은 사람이 다 함께 아는 바요, 장차 이르려는 이가 힘쓸 바가 아니다. 이는 뭇사람이 함께 논하는 바다. 저 이른 이는 논하지 않고 논하면 이르지 못한다.
밝게 보아도 만나지 못하니 따지는 것이 잠잠한 것만 못하다. 도는 들을 수 없으니 듣는 것이 막는 것만 못하다. 이를 크게 얻음이라 한다."
24동곽자가 도가 어디 있느냐 묻다
東郭子問於莊子曰:「所謂道,惡乎在?」
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이른바 도가 어디에 있소."
25있지 않은 데가 없소
莊子曰:「无所不在。」
장자가 말하였다. "있지 않은 데가 없소."
26짚어서 말해 주시오
東郭子曰:「期而後可。」
동곽자가 말하였다. "짚어서 말해 주어야 하겠소."
27땅강아지와 개미에 있소
莊子曰:「在螻蟻。」
장자가 말하였다. "땅강아지와 개미에 있소."
28어찌 그리 낮습니까
曰:「何其下邪?」
말하였다. "어찌 그리 낮소."
29돌피와 피에 있소
曰:「在稊稗。」
말하였다. "돌피와 피에 있소."
30어찌 더 낮습니까
曰:「何其愈下邪?」
말하였다. "어찌 더 낮소."
31기와와 벽돌에 있소
曰:「在瓦甓。」
말하였다. "기와와 벽돌에 있소."
32어찌 더 심합니까
曰:「何其愈甚邪?」
말하였다. "어찌 더 심하오."
33똥과 오줌에 있소
曰:「在屎溺。」
말하였다. "똥과 오줌에 있소."
34아래로 갈수록 더 뚜렷해진다
東郭子不應。莊子曰:「夫子之問也,固不及質。正獲之問於監市履狶也,每下愈況。汝唯莫必,无乎逃物。至道若是,大言亦然。周徧咸三者,異名同實,其指一也。
동곽자가 응하지 않았다.
장자가 말하였다. "선생의 물음은 본디 바탕에 미치지 못하오. 정획이 시장 감독에게 돼지 밟는 법을 물을 때,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뚜렷해지는 것과 같소.
그대는 오직 반드시 그러하다 하지 마시오. 사물을 벗어날 데가 없소. 지극한 도가 이와 같고 큰 말도 그러하오. 두루와 널리와 다라는 세 가지는 이름이 다르되 실상이 같으니 그 가리키는 바가 하나요.
35아무것도 없는 궁전에 노닐어 봅시다
嘗相與游乎无何有之宮,同合而論,无所終窮乎!嘗相與无為乎!澹而靜乎!漠而清乎!調而閒乎!寥已吾志,无往焉而不知其所至。去而來而不知其所止,吾已往來焉而不知其所終;彷徨乎馮閎,大知入焉而不知其所窮。物物者與物无際,而物有際者,所謂物際者也;不際之際,際之不際者也。謂盈虛衰殺,彼為盈虛非盈虛,彼為衰殺非衰殺,彼為本末非本末,彼為積散非積散也。」
한번 서로 함께 아무것도 없는 궁전에 노닐어 봅시다. 한데 어울려 논하여 끝나고 다함이 없게 합시다. 한번 서로 함께 함이 없어 봅시다. 담박하고 고요하며 아득하고 맑으며 고르고 한가하게 합시다.
내 뜻이 이미 쓸쓸하여 가는 데가 없되 이르는 바를 알지 못하고, 갔다 왔다 하되 멎을 데를 알지 못하며, 내가 이미 오가되 그 마치는 데를 알지 못하오. 넓고 트인 데에 서성이니 큰 앎이 들어가도 그 다하는 데를 알지 못하오.
사물을 사물 되게 하는 것은 사물과 사이가 없으나 사물에 사이가 있으니, 이른바 사물의 사이라는 것이오. 사이 없는 사이요 사이의 사이 없음이오.
차고 빔과 쇠하고 죽음을 이르되, 저것이 차고 비게 하나 차고 빔이 아니요, 저것이 쇠하고 죽게 하나 쇠하고 죽음이 아니요, 저것이 뿌리와 끝이 되게 하나 뿌리와 끝이 아니요, 저것이 쌓이고 흩어지게 하나 쌓이고 흩어짐이 아니오."
36노룡길이 죽다
妸荷甘與神農同學於老龍吉。神農隱几,闔戶晝瞑。妸荷甘日中奓戶而入,曰:「老龍死矣!」神農隱几擁杖而起,嚗然放杖而笑,曰:「天知予僻陋慢訑,故棄予而死。已矣夫子!无所發予之狂言而死矣夫!」
아하감이 신농과 함께 노룡길에게 배웠다. 신농이 안석에 기대어 문을 닫고 낮잠을 잤다.
아하감이 한낮에 문을 열고 들어와 말하였다. "노룡이 죽었소."
신농이 안석에 기대어 지팡이를 짚고 일어났다가, 탁 하고 지팡이를 놓고 웃으며 말하였다. "하늘이 내가 좁고 게으르고 방자한 줄 알았으므로 나를 버리고 죽었구나. 그만이로다, 선생이여. 나에게 미친 말을 펴 주지도 않고 죽었구나."
37도를 몸으로 하는 이는 더욱 그러하다
弇堈弔聞之,曰:「夫體道者,天下之君子所繫焉。今於道,秋豪之端萬分未得處一焉,而猶知藏其狂言而死,又況夫體道者乎!視之无形,聽之无聲,於人之論者,謂之冥冥,所以論道,而非道也。」
엄강조가 이를 듣고 말하였다. "무릇 도를 몸으로 하는 이는 천하의 군자가 매이는 바다.
이제 도에 대하여 가을 터럭 끝의 만분의 일도 얻어 처하지 못하였는데도 오히려 제 미친 말을 감추고 죽을 줄을 알았거늘, 하물며 도를 몸으로 하는 이겠는가.
보아도 모습이 없고 들어도 소리가 없으니, 사람들이 논하기를 어둡고 어둡다 한다. 도를 논하는 바이나 도는 아니다."
38태청이 무궁에게 도를 아느냐 묻다
於是泰清問乎无窮曰:「子知道乎?」
이에 태청이 무궁에게 물었다. "그대는 도를 아오."
39나는 알지 못한다
无窮曰:「吾不知。」
무궁이 말하였다. "나는 알지 못하오."
40무위는 안다 하다
又問乎无為,无為曰:「吾知道。」
또 무위에게 물으니 무위가 말하였다. "나는 도를 아오."
41그 앎에 셈이 있는가
曰:「子之知道,亦有數乎?」
말하였다. "그대가 도를 아는 데 또한 셈이 있소."
42있다
曰:「有。」
말하였다. "있소."
43그 셈이 어떠한가
曰:「其數若何?」
말하였다. "그 셈이 어떠하오."
44귀하게도 천하게도 할 수 있다
无為曰:「吾知道之可以貴,可以賤,可以約,可以散,此吾所以知道之數也。」
무위가 말하였다. "내가 아는 도는 귀하게 할 수도 있고 천하게 할 수도 있으며, 묶을 수도 있고 흩을 수도 있소. 이것이 내가 도의 셈을 아는 바요."
45무궁의 모름과 무위의 앎 중 누가 옳은가
泰清以之言也問乎无始,曰:「若是,則无窮之弗知與无為之知,孰是而孰非乎?」
태청이 그 말로 무시에게 물었다. "이러하다면 무궁이 알지 못함과 무위가 앎 가운데 누가 옳고 누가 그르오."
46알지 못함이 깊고 앎이 얕다
无始曰:「不知深矣,知之淺矣;弗知內矣,知之外矣。」
무시가 말하였다. "알지 못함이 깊고 앎이 얕소. 알지 못함이 안이요 앎이 밖이오."
47알지 못함이 곧 앎인가
於是泰清中而歎曰:「弗知乃知乎!知乃不知乎!孰知不知之知?」
이에 태청이 마음속으로 탄식하여 말하였다. "알지 못함이 곧 앎인가. 앎이 곧 알지 못함인가. 누가 알지 못하는 앎을 알겠는가."
48도는 들을 수도 볼 수도 말할 수도 없다
无始曰:「道不可聞,聞而非也;道不可見,見而非也;道不可言,言而非也。知形形之不形乎!道不當名。」
무시가 말하였다. "도는 들을 수 없으니 들으면 아니요, 도는 볼 수 없으니 보면 아니요, 도는 말할 수 없으니 말하면 아니오. 모습을 모습 되게 하는 것이 모습 없음임을 아시오. 도는 이름에 마땅하지 않소."
49물음이 없는 데 물으면 물음이 막힌 것이다
无始曰:「有問道而應之者,不知道也。雖問道者,亦未聞道。道无問,問无應。无問問之,是問窮也;无應應之,是无內也。以无內待問窮,若是者,外不觀乎宇宙,內不知乎大初,是以不過乎崑崙,不遊乎太虛。」
무시가 말하였다. "도를 묻는데 이에 응하는 이는 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오. 도를 묻는 이라 하여도 또한 도를 들은 적이 없는 것이오.
도에는 물음이 없고 물음에는 응함이 없소. 물음 없는 것을 물으면 이는 물음이 막힌 것이요, 응함 없는 것에 응하면 이는 안이 없는 것이오.
안이 없는 것으로 막힌 물음을 기다리니, 이러한 이는 밖으로 우주를 보지 못하고 안으로 태초를 알지 못하오. 이 때문에 곤륜을 지나지 못하고 태허에 노닐지 못하오."
50광요가 무유에게 묻다
光曜問乎无有曰:「夫子有乎?其无有乎?」
광요가 무유에게 물었다. "선생은 있소, 없소."
51온종일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光曜不得問,而孰視其狀貌,窅然空然,終日視之而不見,聽之而不聞,搏之而不得也。
광요가 물어 얻지 못하고 그 모습을 찬찬히 보니, 아득하고 텅 비어 온종일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붙들어도 얻지 못하였다.
52나는 없음은 지녔으나 없음조차 없앨 수는 없다
光曜曰:「至矣,其孰能至此乎!予能有无矣,而未能无无也。及為无有矣,何從至此哉!」
광요가 말하였다. "지극하구나. 누가 여기에 이를 수 있겠는가. 나는 없음은 지닐 수 있으나 아직 없음조차 없앨 수는 없다. 없음이 있음이 되기에 이르렀는데 무엇을 따라 여기에 이르겠는가."
53띠쇠 두드리는 여든 살 장인
大馬之捶鉤者,年八十矣,而不失豪芒。大馬曰:「子巧與?有道與?」
큰 사마의 띠쇠 두드리는 장인이 나이 여든인데도 터럭만큼도 어긋나지 않았다. 큰 사마가 말하였다. "그대는 재주가 좋은가, 도가 있는가."
54쓰지 않는 것을 빌려 그 쓰임을 오래 얻는다
曰:「臣有守也。臣之年二十而好捶鉤,於物无視也,非鉤无察也。是用之者,假不用者也以長得其用,而況乎无不用者乎!物孰不資焉!」
말하였다. "저에게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나이 스물에 띠쇠 두드리기를 좋아하여, 다른 사물은 보지 않고 띠쇠가 아니면 살피지 않았습니다.
이는 쓰는 것이 쓰지 않는 것을 빌려 그 쓰임을 오래 얻는 것입니다. 하물며 쓰지 않는 데가 없는 것이겠습니까. 어떤 사물인들 거기서 밑천을 얻지 않겠습니까."
55염구가 천지가 있기 전을 묻다
冉求問於仲尼曰:「未有天地可知邪?」
염구가 중니에게 물었다. "하늘과 땅이 있기 전을 알 수 있습니까."
56된다, 옛날이 오늘과 같다
仲尼曰:「可。古猶今也。」
중니가 말하였다. "된다. 옛날이 오늘과 같다."
57어제는 환하더니 오늘은 어둡습니다
冉求失問而退。明日復見,曰:「昔者吾問『未有天地可知乎?』夫子曰:『可。古猶今也。』昔日吾昭然,今日吾昧然。敢問何謂也?」
염구가 물음을 잃고 물러났다. 이튿날 다시 뵙고 말하였다. "어제 제가 '하늘과 땅이 있기 전을 알 수 있습니까' 하고 여쭈니 선생님이 '된다. 옛날이 오늘과 같다' 하셨습니다. 어제는 제가 환하더니 오늘은 제가 어둡습니다. 감히 여쭙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58신묘한 것이 먼저 받았기 때문이다
仲尼曰:「昔之昭然也,神者先受之;今之昧然也,且又為不神者求邪?无古无今,无始无終。未有子孫而有子孫,可乎?」
중니가 말하였다. "어제 환하였던 것은 신묘한 것이 먼저 받았기 때문이요, 오늘 어두운 것은 또 신묘하지 않은 것으로 구하기 때문이 아니냐.
옛날도 없고 오늘도 없으며 처음도 없고 끝도 없다. 아직 자손이 없는데 자손이 있다 함이 될 일이냐."
59사물을 사물 되게 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다
冉求未對。仲尼曰:「已矣,末應矣!不以生生死,不以死死生。死生有待邪?皆有所一體。有先天地生者物邪?物物者非物,物出不得先物也,猶其有物也。猶其有物也,无已。聖人之愛人也終无已者,亦乃取於是者也。」
염구가 대답하지 못하였다.
중니가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대답하지 마라. 삶으로 죽음을 살리지 않고 죽음으로 삶을 죽이지 않는다. 죽고 사는 것에 기다림이 있느냐. 다 하나 되는 몸이 있다.
하늘과 땅보다 먼저 난 것이 사물이겠느냐. 사물을 사물 되게 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다. 사물이 나오는 데는 사물보다 앞설 수 없으니, 그래도 사물이 있는 것과 같다. 그래도 사물이 있는 것과 같아 그침이 없다.
성인이 사람을 사랑함에 끝내 그침이 없는 것도 또한 이에서 취한 것이다."
60안연이 보내지도 맞이하지도 않음을 묻다
顏淵問乎仲尼曰:「回嘗聞諸夫子曰:『无有所將,无有所迎。』回敢問其遊。」
안연이 중니에게 물었다. "제가 일찍이 선생님께 들으니 '보내는 바가 없고 맞이하는 바가 없다' 하셨습니다. 제가 감히 그 노닒을 여쭙습니다."
61옛사람은 밖으로 바뀌되 안으로 바뀌지 않았다
仲尼曰:「古之人,外化而內不化,今之人,內化而外不化。與物化者,一不化者也。安化安不化,安與之相靡,必與之莫多。狶韋氏之囿,黃帝之圃,有虞氏之宮,湯武之室。君子之人,若儒墨者師,故以是非相韲也,而況今之人乎!聖人處物不傷物。不傷物者,物亦不能傷也。唯无所傷者,為能與人相將迎。山林與!皋壤與!使我欣欣然而樂與!樂未畢也,哀又繼之。哀樂之來,吾不能禦,其去弗能止。悲夫,世人直為物逆旅耳!夫知遇而不知所不遇,知能能而不能所不能。无知无能者,固人之所不免也。夫務免乎人之所不免者,豈不亦悲哉!至言去言,至為去為。齊知之所知,則淺矣。」
중니가 말하였다. "옛사람은 밖으로 바뀌되 안으로 바뀌지 않았고, 지금 사람은 안으로 바뀌되 밖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물과 함께 바뀌는 이는 한결같이 바뀌지 않는 이다. 바뀜에 편안하고 바뀌지 않음에 편안하며, 그와 서로 갈림에 편안하되 반드시 그와 더불어 많이 하지 않는다.
희위씨의 동산과 황제의 뜰과 유우씨의 궁과 탕왕과 무왕의 집이 그러하였다. 군자라는 사람으로 유가와 묵가를 스승 삼는 이들은, 그러므로 옳고 그름으로 서로 갈아 대는데 하물며 지금 사람이겠느냐.
성인은 사물에 처하되 사물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사물을 다치게 하지 않는 이는 사물도 그를 다치게 하지 못한다. 오직 다치게 하는 바가 없는 이라야 남과 서로 보내고 맞이할 수 있다.
산림이여, 언덕과 들이여. 나로 하여금 흐뭇이 즐겁게 하는구나. 즐거움이 다하기도 전에 슬픔이 또 잇는다. 슬픔과 즐거움이 오는 것을 내가 막을 수 없고 그것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슬프구나. 세상 사람은 다만 사물의 여관일 뿐이로다.
무릇 만난 것은 알아도 만나지 못한 것은 알지 못하고, 능한 것에 능한 줄은 알아도 능하지 못한 것에는 능하지 못하다. 앎이 없고 능함이 없는 것은 본디 사람이 면하지 못하는 바다. 무릇 사람이 면하지 못하는 바를 면하려 힘쓰니 또한 슬프지 않으냐.
지극한 말은 말을 버리고 지극한 함은 함을 버린다. 앎이 아는 바를 가지런히 하려 한다면 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