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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귀莊子 雜篇 徐無鬼

장자 莊子 · 장주(莊周)와 뒷사람들 · 전국시대(기원전 4~3세기) · 서진 곽상 33편본 · 단락 69 · 한자 3,714자 · 낭독 14.9분

「장자」 잡편 「서무귀」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북녘 검은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을 곤이라 한다」 — 이 한 줄로 시작해, 등이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는 새가 남녘 바다로 날아가는 데서 책이 열린다. 나비 꿈을 꾸고 깨어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가」 묻고, 소 잡는 백정이 열아홉 해 동안 칼을 갈지 않고, 아내가 죽자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한다. 달팽이 뿔 위에서 나라끼리 싸워 주검 수만이 넘어졌다는 이야기로 전쟁을 그치게 하고, 혜자의 무덤을 지나며 「나는 더불어 말할 이가 없다」 한다. 도덕경과 나란히 두면 같은 자리를 아주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린다.

1서무귀가 위나라 무후를 뵙다

徐無鬼因女商見魏武侯,武侯勞之曰:「先生病矣!苦於山林之勞,故乃肯見於寡人。」

서무귀가 여상을 통하여 위나라 무후를 뵈니, 무후가 그를 위로하여 말하였다. "선생이 고달프시구려. 산림의 수고로움에 시달렸으므로 이에 과인을 만나려 하셨구려."

2내가 임금을 위로하려는데

徐無鬼曰:「我則勞於君,君有何勞於我!君將盈耆欲,長好惡,則性命之情病矣;君將黜耆欲,掔好惡,則耳目病矣。我將勞君,君有何勞於我!」武侯超然不對。

서무귀가 말하였다. "제가 임금을 위로하려는 것이지 임금께서 저를 무엇으로 위로하시겠습니까.

임금께서 즐기려는 바를 채우고 좋아하고 싫어함을 늘리시면 성품과 목숨의 실상이 병들고, 임금께서 즐기려는 바를 물리치고 좋아하고 싫어함을 걷어 내시면 귀와 눈이 병듭니다. 제가 임금을 위로하려는 것이지 임금께서 저를 무엇으로 위로하시겠습니까."

무후가 멍하니 대답하지 못하였다.

3개를 보는 법과 말을 보는 법

少焉,徐無鬼曰:「嘗語君,吾相狗也。下之質執飽而止,是狸德也;中之質若視日,上之質若亡其一。吾相狗,又不若吾相馬也。吾相馬,直者中繩,曲者中鉤,方者中矩,圓者中規,是國馬也,而未若天下馬也。天下馬有成材,若卹若失,若喪其一,若是者,超軼絕塵,不知其所。」武侯大悅而笑。

조금 있다 서무귀가 말하였다. "한번 임금께 제가 개를 보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래 바탕은 배부르기를 붙들고 그치니 이는 살쾡이의 덕입니다. 가운데 바탕은 해를 바라보는 듯하고, 위 바탕은 제 하나를 잃은 듯합니다.

제가 개를 보는 것은 또 제가 말을 보는 것만 못합니다. 제가 말을 볼 때 곧은 것이 먹줄에 맞고 굽은 것이 갈고리에 맞고 모난 것이 곱자에 맞고 둥근 것이 그림쇠에 맞으면 나라의 말이나, 아직 천하의 말만은 못합니다.

천하의 말은 타고난 바탕이 있어, 근심하는 듯 잃은 듯 제 하나를 잃은 듯합니다. 이런 것은 훌쩍 뛰어넘어 티끌을 끊으니 그 가는 데를 알지 못합니다."

무후가 크게 기뻐하여 웃었다.

4어찌하여 우리 임금을 이토록 기쁘게 하셨소

徐無鬼出,女商曰:「先生獨何以說吾君乎?吾所以說吾君者,橫說之則以《詩》、《書》、《禮》、《樂》,從說則以《金板》、《六弢》,奉事而大有功者不可為數,而吾君未嘗啟齒。今先生何以說吾君,使吾君說若此乎?」

서무귀가 나오자 여상이 말하였다. "선생은 홀로 무엇으로 우리 임금을 기쁘게 하셨소.

내가 우리 임금을 기쁘게 하려 한 것은, 가로로 말하면 『시』와 『서』와 『예』와 『악』이요, 세로로 말하면 『금판』과 『육도』였소. 일을 받들어 크게 공이 있은 것을 이루 셀 수 없는데도 우리 임금은 이를 드러낸 적이 없소.

이제 선생이 무엇으로 우리 임금을 기쁘게 하여 우리 임금이 이토록 기뻐하게 하셨소."

5개와 말 보는 법을 일러 주었을 뿐이오

徐無鬼曰:「吾直告之吾相狗馬耳。」

서무귀가 말하였다. "나는 다만 내가 개와 말 보는 법을 일러 주었을 뿐이오."

6그러할 뿐이오

女商曰:「若是乎?」

여상이 말하였다. "그러할 뿐이오."

7빈 골짜기에 숨은 이는 발소리만 들어도 기뻐한다

曰:「子不聞夫越之流人乎?去國數日,見其所知而喜;去國旬月,見所嘗見於國中者喜;及期年也,見似人者而喜矣;不亦去人滋久,思人滋深乎?夫逃虛空者,藜藋柱乎鼪鼬之逕,踉位其空,聞人足音跫然而喜矣,又況乎昆弟親戚之謦欬其側者乎!久矣夫莫以真人之言謦欬吾君之側乎!」

말하였다. "그대는 저 월나라로 귀양 간 사람을 듣지 못하였소.

나라를 떠난 지 며칠이면 제가 아는 이를 보고 기뻐하고, 나라를 떠난 지 열흘이나 한 달이면 나라 안에서 본 적 있는 이를 보고 기뻐하며, 한 해가 되면 사람 비슷한 것만 보아도 기뻐하오. 또한 사람을 떠난 지 오랠수록 사람을 생각함이 깊어지지 않겠소.

무릇 빈 골짜기로 달아난 이는 명아주와 나물이 족제비 다니는 길을 막고 있는 데에 어정어정 그 빈 데에 서 있다가, 사람의 발소리가 저벅저벅 들리면 기뻐하오. 하물며 형제와 친척이 그 곁에서 기침하는 것이겠소.

오래되었구나, 참사람의 말로 우리 임금 곁에서 기침한 이가 없은 지가."

8산림에 살며 도토리를 먹더니

徐無鬼見武侯,武侯曰:「先生居山林,食芧栗,厭葱韭,以賓寡人,久矣夫!今老邪?其欲干酒肉之味邪?其寡人亦有社稷之福邪?」

서무귀가 무후를 뵈니 무후가 말하였다. "선생이 산림에 살며 도토리와 밤을 먹고 파와 부추를 실컷 먹으며 과인을 물리친 지 오래되었구려. 이제 늙으셨소. 술과 고기 맛을 바라시오. 아니면 과인에게 또한 사직의 복이 있는 것이오."

9임금의 술과 고기를 마신 적이 없습니다

徐無鬼曰:「無鬼生於貧賤,未嘗敢飲食君之酒肉,將來勞君也。」

서무귀가 말하였다. "무귀는 가난하고 천하게 나서 임금의 술과 고기를 감히 마시고 먹은 적이 없습니다. 임금을 위로하러 온 것입니다."

10어찌 과인을 위로한다는 말이오

君曰:「何哉!奚勞寡人?」

임금이 말하였다. "무엇이오. 어찌 과인을 위로한다는 것이오."

11임금의 정신과 몸을 위로하려 합니다

曰:「勞君之神與形。」

말하였다. "임금의 정신과 몸을 위로하려 합니다."

12무슨 말이오

武侯曰:「何謂邪?」

무후가 말하였다. "무슨 말이오."

13정신은 어울림을 좋아하고 어긋남을 싫어합니다

徐無鬼曰:「天地之養也一,登高不可以為長,居下不可以為短。君獨為萬乘之主,以苦一國之民,以養耳目鼻口,夫神者不自許也。夫神者,好和而惡姦;夫姦,病也,故勞之。唯君所病之何也?」

서무귀가 말하였다. "하늘과 땅이 기르는 것은 하나입니다. 높은 데 올랐다고 길다 할 수 없고 낮은 데 있다고 짧다 할 수 없습니다.

임금께서 홀로 만승의 주인이 되어 온 나라 백성을 괴롭혀 귀와 눈과 코와 입을 기르십니다. 무릇 정신은 스스로 허락하지 않습니다.

무릇 정신은 어울림을 좋아하고 어긋남을 싫어합니다. 무릇 어긋남은 병입니다. 그러므로 위로하는 것입니다. 오직 임금께서 무엇을 병들어 하시는지요."

14백성을 아끼고 옳음을 위해 군사를 거두면 되겠소

武侯曰:「欲見先生久矣。吾欲愛民而為義偃兵,其可乎?」

무후가 말하였다. "선생을 뵙고자 한 지 오래되었소. 내가 백성을 아끼고 옳음을 위해 군사를 거두려 하는데 되겠소."

15백성을 아끼는 것이 백성을 해치는 처음이다

徐無鬼曰:「不可。愛民,害民之始也;為義偃兵,造兵之本也;君自此為之,則殆不成。凡成美,惡器也;君雖為仁義,幾且偽哉!形固造形,成固有伐,變固外戰。君亦必無盛鶴列於麗譙之間,無徙驥於錙壇之宮,無藏逆於得,無以巧勝人,無以謀勝人,無以戰勝人。夫殺人之士民,兼人之土地,以養吾私與吾神者,其戰不知孰善?勝之惡乎在?君若勿已矣!脩胷中之誠,以應天地之情而勿攖。夫民死已脫矣,君將惡乎用夫偃兵哉!」

서무귀가 말하였다. "안 됩니다. 백성을 아끼는 것이 백성을 해치는 처음이요, 옳음을 위해 군사를 거두는 것이 군사를 만드는 뿌리입니다. 임금께서 이로부터 하시면 아마 이루지 못하실 것입니다.

무릇 아름다움을 이루는 것은 나쁜 그릇입니다. 임금께서 어짊과 옳음을 하신들 거의 거짓이 될 것입니다. 모습은 본디 모습을 만들고, 이룸은 본디 자랑을 낳으며, 바뀜은 본디 밖의 싸움이 됩니다.

임금께서는 또한 반드시 아름다운 누각 사이에 학처럼 늘어선 군사를 성하게 하지 마시고, 사단의 궁에 준마를 옮기지 마시고, 얻음에 거스름을 감추지 마시고, 재주로 남을 이기려 하지 마시고, 꾀로 남을 이기려 하지 마시고, 싸움으로 남을 이기려 하지 마십시오.

무릇 남의 군사와 백성을 죽이고 남의 땅을 아울러 내 사사로움과 내 정신을 기른다면, 그 싸움에서 무엇이 좋은지 알 수 없습니다. 이김이 어디에 있습니까.

임금께서 만일 그만두지 못하시겠거든, 가슴속의 참됨을 닦아 하늘과 땅의 실상에 응하고 건드리지 마십시오. 무릇 백성이 죽음에서 이미 벗어난다면, 임금께서 어찌 저 군사를 거두는 일을 쓰시겠습니까."

16황제가 대외를 만나러 가다 길을 잃다

黃帝將見大隗乎具茨之山,方明為御,昌㝢驂乘,張若謵朋前馬,昆閽滑稽後車;至於襄城之野,七聖皆迷,無所問塗。

황제가 구자산으로 대외를 만나러 가는데, 방명이 몰고 창우가 곁말을 타고 장약과 습붕이 말 앞에 서고 곤혼과 골계가 수레 뒤를 따랐다. 양성의 들에 이르러 일곱 성인이 다 길을 잃고 길을 물을 데가 없었다.

17말 치는 아이에게 길을 묻다

適遇牧馬童子,問塗焉,曰:「若知具茨之山乎?」曰:「然。」

마침 말 치는 아이를 만나 길을 물었다. "너는 구자산을 아느냐." "압니다."

18대외가 있는 데를 아느냐

「若知大隗之所存乎?」曰:「然。」

"너는 대외가 있는 데를 아느냐." "압니다."

19천하 다스리는 법을 여쭙습니다

黃帝曰:「異哉小童!非徒知具茨之山,又知大隗之所存。請問為天下。」

황제가 말하였다. "이상하구나, 아이야. 구자산만 아는 것이 아니라 대외가 있는 데까지 아는구나. 천하 다스리는 법을 여쭙는다."

20해의 수레를 타고 노닐라 하였습니다

小童曰:「夫為天下者,亦若此而已矣,又奚事焉!予少而自遊於六合之內,予適有瞀病,有長者教予曰:『若乘日之車而遊於襄城之野。』今予病少痊,予又且復遊於六合之外。夫為天下亦若此而已。予又奚事焉!」

아이가 말하였다.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을 뿐입니다. 또 무엇을 일삼겠습니까.

제가 어려서 스스로 육합 안에 노닐다가 마침 눈이 아득해지는 병을 얻었습니다. 어떤 어른이 저에게 일러 주기를 '너는 해의 수레를 타고 양성의 들에 노닐라' 하였습니다. 이제 제 병이 조금 나았으니 저는 또 육합 밖에 다시 노닐려 합니다.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을 뿐입니다. 제가 또 무엇을 일삼겠습니까."

21아이가 사양하다

黃帝曰:「夫為天下者,則誠非吾子之事。雖然,請問為天下。」小童辭。

황제가 말하였다.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참으로 그대의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천하 다스리는 법을 여쭙는다." 아이가 사양하였다.

22말을 해치는 놈을 없앨 뿐입니다

黃帝又問。小童曰:「夫為天下者,亦奚以異乎牧馬者哉!亦去其害馬者而已矣!」

황제가 또 물었다. 아이가 말하였다.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또한 말 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또한 말을 해치는 놈을 없앨 뿐입니다."

23두 번 절하고 하늘의 스승이라 부르다

黃帝再拜稽首,稱天師而退。

황제가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하늘의 스승이라 부르고 물러났다.

24다 사물에 갇힌 이들이다

知士無思慮之變則不樂,辯士無談說之序則不樂,察士無淩誶之事則不樂,皆囿於物者也。

아는 선비는 생각의 변화가 없으면 즐겁지 않고, 말 잘하는 선비는 이야기의 차례가 없으면 즐겁지 않고, 살피는 선비는 몰아세워 꾸짖을 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으니, 다 사물에 갇힌 이들이다.

25제 형과 성품을 내달려 만물에 잠기다

招世之士興朝,中民之士榮官,筋力之士矜難,勇敢之士奮患,兵革之士樂戰,枯槁之士宿名,法律之士廣治,禮教之士敬容,仁義之士貴際。農夫無草萊之事則不比,商賈無市井之事則不比。庶人有旦暮之業則勸,百工有器械之巧則壯。錢財不積則貪者憂,權勢不尤則夸者悲。勢物之徒樂變,遭時有所用,不能無為也。此皆順比於歲,不物於易者也。馳其形性,潜之萬物,終身不反,悲夫!

세상을 부르는 선비는 조정을 일으키고, 여느 백성의 선비는 벼슬을 영화롭게 여기고, 힘센 선비는 어려움을 자랑하고, 용감한 선비는 근심에 떨쳐 나서고, 갑옷 입은 선비는 싸움을 즐기고, 말라비틀어진 선비는 이름에 머물고, 법률의 선비는 다스림을 넓히고, 예교의 선비는 몸가짐을 공경하고, 어짊과 옳음의 선비는 사귐을 귀히 여긴다.

농부는 김매는 일이 없으면 나란하지 못하고 장사꾼은 저자의 일이 없으면 나란하지 못하다. 여느 사람은 아침저녁의 일이 있으면 힘쓰고, 온갖 장인은 그릇과 기계의 재주가 있으면 굳세어진다.

돈과 재물이 쌓이지 않으면 탐하는 이가 근심하고, 권세가 뛰어나지 않으면 자랑하는 이가 슬퍼한다. 세력과 사물의 무리는 바뀜을 즐기고, 때를 만나 쓰이는 바가 있으면 함이 없을 수 없다.

이들은 다 해를 따라 나란히 가며 사물에서 바뀌지 못하는 이들이다. 제 몸과 성품을 내달려 만물에 잠겨 한평생 돌아오지 않으니 슬프구나.

26활 쏘는 이가 겨누지 않고 맞히면

莊子曰:「射者非前期而中,謂之善射,天下皆羿也,可乎?」

장자가 말하였다. "활 쏘는 이가 미리 겨누지 않고 맞혔는데도 활을 잘 쏜다 한다면, 천하가 다 예라 하여도 되겠소."

27그렇소

惠子曰:「可。」

혜자가 말하였다. "되오."

28천하가 다 요라 해도 되겠소

莊子曰:「天下非有公是也,而各是其所是,天下皆堯也,可乎?」

장자가 말하였다. "천하에 공변된 옳음이 있지 않은데 저마다 제 옳다 하는 바를 옳다 한다면, 천하가 다 요라 하여도 되겠소."

29그렇소

惠子曰:「可。」

혜자가 말하였다. "되오."

30노거의 거문고 — 소리의 임금

莊子曰:「然則儒墨楊秉四,與夫子為五,果孰是邪?或者若魯遽者邪?其弟子曰:『我得夫子之道矣!吾能冬爨鼎而夏造冰矣。』魯遽曰:『是直以陽召陽,以陰召陰,非吾所謂道也。吾示子乎吾道。』於是為之調瑟,廢一於堂,廢一於室,鼓宮宮動,鼓角角動,音律同矣。夫或改調一弦,於五音無當也,鼓之,二十五弦皆動,未始異於聲,而音之君已。且若是者邪?」

장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유가와 묵가와 양주와 공손룡 넷에 그대까지 다섯인데, 과연 누가 옳소.

혹시 노거 같은 것이오. 그 제자가 말하기를 '내가 선생의 도를 얻었습니다. 나는 겨울에 솥을 데우고 여름에 얼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였소. 노거가 말하기를 '이는 다만 양으로 양을 부르고 음으로 음을 부르는 것이지 내가 이른바 도가 아니다. 내가 그대에게 내 도를 보이겠다' 하였소.

이에 그를 위해 거문고를 고르는데, 하나는 마루에 두고 하나는 방에 두었소. 궁을 타면 궁이 울고 각을 타면 각이 우니 음률이 같기 때문이오.

무릇 한 줄을 고쳐 골라 다섯 소리에 맞지 않게 해 놓고 타면 스물다섯 줄이 다 울었으니, 처음부터 소리가 다른 것이 아니라 소리의 임금이었기 때문이오. 또 그대도 이러한 것이오."

31저들이 나와 말로 다투는데

惠子曰:「今乎儒墨楊秉,且方與我以辯,相拂以辭,相鎮以聲,而未始吾非也,則奚若矣?」

혜자가 말하였다. "이제 유가와 묵가와 양주와 공손룡이 바야흐로 나와 말로 다투어 서로 말로 떨치고 서로 소리로 누르되, 아직 나를 그르다 한 적이 없으니 어떠하오."

32제나라 사람이 아들을 송나라에 버려 두고

莊子曰:「齊人蹢子於宋者,其命閽也不以完,其求鈃鍾也以束縛,其求唐子也而未始出域,有遺類矣!夫楚人寄而蹢閽者,夜半於無人之時而與舟人鬬,未始離於岑而足以造於怨也。」

장자가 말하였다. "제나라 사람이 아들을 송나라에 버려 두면서 문지기 노릇 시키는 데는 온전하게 하지 않으면서, 제 종과 술잔을 구할 때는 싸매어 두고, 제 잃은 아들을 찾을 때는 지경을 나서지도 않으니, 같은 무리를 버린 것이오.

무릇 초나라 사람이 남의 집에 붙어살면서 문지기를 꾸짖고, 한밤중 사람 없을 때 뱃사람과 다투니, 아직 물가를 떠나지도 않고서 원망을 만들기에 넉넉하오."

33영 땅 사람의 코끝에 바른 흙을 깎아 내다

莊子送葬,過惠子之墓,顧謂從者曰:「郢人堊慢其鼻端若蠅翼,使匠人斲之。匠石運斤成風,聽而斲之,盡堊而鼻不傷,郢人立不失容。宋元君聞之,召匠石曰:『嘗試為寡人為之。』匠石曰:『臣則嘗能斲之。雖然,臣之質死久矣。』自夫子之死也,吾無以為質矣,吾無與言之矣。」

장자가 장례를 보내다가 혜자의 무덤을 지나며 따르는 이를 돌아보고 말하였다.

"영 땅 사람이 제 코끝에 파리 날개만큼 흙을 발라 놓고 장인에게 깎게 하였다. 장석이 도끼를 휘둘러 바람을 일으키며 소리에 맡겨 깎으니, 흙이 다 깎였는데도 코가 다치지 않았고 영 땅 사람은 선 채로 낯빛을 잃지 않았다.

송나라 원군이 이를 듣고 장석을 불러 말하기를 '한번 과인을 위해 해 보라' 하였다. 장석이 말하기를 '제가 일찍이 깎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제 상대가 죽은 지 오래입니다' 하였다.

선생이 죽은 뒤로 나에게 상대가 없어졌다. 나는 더불어 말할 이가 없다."

34관중이 병들자 환공이 묻다

管仲有病,桓公問之曰:「仲父之病病矣,可不謂,云至於大病,則寡人惡乎屬國而可?」

관중이 병들자 환공이 물었다. "중보의 병이 깊으니 말하지 않을 수 없구려. 큰 병에 이르면 과인이 누구에게 나라를 맡겨야 좋겠소."

35공께서는 누구에게 맡기려 하십니까

管仲曰:「公誰欲與?」

관중이 말하였다. "공께서는 누구에게 주고자 하십니까."

36포숙아요

公曰:「鮑叔牙。」

공이 말하였다. "포숙아요."

37안 됩니다, 남의 허물을 한평생 잊지 않습니다

曰:「不可。其為人絜廉善士也,其於不己若者不比之,又一聞人之過,終身不忘。使之治國,上且鉤乎君,下且逆乎民。其得罪於君也,將弗久矣!」

말하였다. "안 됩니다. 그 사람됨이 깨끗하고 청렴한 좋은 선비이나, 저만 못한 이와 나란히 하지 않고 또 한번 남의 허물을 들으면 한평생 잊지 않습니다.

그에게 나라를 다스리게 하면 위로는 임금을 끌어당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거스를 것입니다. 그가 임금께 죄를 얻는 것이 오래지 않을 것입니다."

38그러면 누가 좋겠소

公曰:「然則孰可?」

공이 말하였다. "그러면 누가 좋겠소."

39굳이 하라시면 습붕이 좋겠습니다

對曰:「勿已,則隰朋可。其為人也,上忘而下畔,愧不若黃帝而哀不己若者。以德分人謂之聖,以財分人謂之賢。以賢臨人,未有得人者也;以賢下人,未有不得人者也。其於國有不聞也,其於家有不見也。勿已,則隰朋可。」

대답하였다. "굳이 하라시면 습붕이 좋겠습니다.

그 사람됨은 위로 잊고 아래로 저버리며, 황제만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저만 못한 이를 가엾이 여깁니다.

덕으로 남에게 나누는 이를 성인이라 하고 재물로 남에게 나누는 이를 어진 이라 합니다. 어짊으로 남에게 임하면 사람을 얻은 이가 있은 적이 없고, 어짊으로 남에게 낮추면 사람을 얻지 못한 이가 있은 적이 없습니다.

그는 나라에 대해 듣지 않는 것이 있고 집안에 대해 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굳이 하라시면 습붕이 좋겠습니다."

40재주를 자랑한 원숭이

吳王浮於江,登乎狙之山。衆狙見之,恂然棄而走,逃於深蓁。有一狙焉,委蛇攫𢮞,見巧乎王。王射之,敏給搏捷矢。王命相者趨射之,狙執死。

오나라 왕이 강에 배를 띄우고 원숭이 산에 올랐다. 뭇 원숭이가 그를 보고 두려워 버리고 달아나 깊은 덤불로 숨었다.

그런데 원숭이 하나가 있어 느긋이 나뭇가지를 붙들고 재주를 왕에게 보였다. 왕이 쏘니 재빨리 화살을 잡아챘다. 왕이 곁의 사람들에게 명하여 다투어 쏘게 하니 원숭이가 붙들려 죽었다.

41네 낯빛으로 남에게 뽐내지 마라

王顧謂其友顏不疑曰:「之狙也,伐其巧恃其便以敖予,以至此殛也!戒之哉!嗟乎,無以汝色驕人哉!」顏不疑歸而師董梧以助其色,去樂辭顯,三年而國人稱之。

왕이 그 벗 안불의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이 원숭이는 제 재주를 자랑하고 제 재빠름을 믿어 나에게 뽐내다가 이렇게 죽음에 이르렀다. 조심하여라. 아, 네 낯빛으로 남에게 뽐내지 마라."

안불의가 돌아가 동오를 스승 삼아 제 낯빛을 다스리고, 즐거움을 버리고 드러남을 하직하니 세 해 만에 나라 사람이 그를 일컬었다.

42남백자기가 하늘을 우러러 숨을 내쉬다

南伯子綦隱几而坐,仰天而噓。顏成子入見曰:「夫子,物之尤也。形固可使若槁骸,心固可使若死灰乎?」

남백자기가 안석에 기대어 앉아 하늘을 우러러 숨을 내쉬었다. 안성자가 들어와 뵙고 말하였다. "선생님은 사물 가운데 뛰어난 분입니다. 몸을 참으로 마른 뼈처럼 만들 수 있고 마음을 참으로 식은 재처럼 만들 수 있습니까."

43내가 남을 슬퍼하는 이를 또 슬퍼한다

曰:「吾嘗居山穴之中矣。當是時也,田禾一覩我,而齊國之衆三賀之。我必先之,彼故知之;我必賣之,彼故鬻之。若我而不有之,彼惡得而知之?若我而不賣之,彼惡得而鬻之?嗟乎!我悲人之自喪者,吾又悲夫悲人者,吾又悲夫悲人之悲者,其後而日遠矣。」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산굴 안에 살았다. 그때에 전화가 한 번 나를 보니 제나라 사람들이 세 번 그를 치하하였다.

내가 반드시 앞서 드러냈으므로 그가 알았고, 내가 반드시 팔았으므로 그가 사들였다. 만일 내가 지니지 않았다면 그가 어찌 알았겠으며, 만일 내가 팔지 않았다면 그가 어찌 사들였겠는가.

아. 나는 사람이 스스로를 잃는 것을 슬퍼하고, 나는 또 남을 슬퍼하는 이를 슬퍼하고, 나는 또 남을 슬퍼하는 이를 슬퍼하는 이를 슬퍼한다. 그 뒤로 날로 멀어졌다."

44손숙오와 시남의료

仲尼之楚,楚王觴之。孫叔敖執爵而立,市南宜僚受酒而祭,曰:「古之人乎!於此言已。」

중니가 초나라에 가니 초나라 왕이 술을 대접하였다. 손숙오가 잔을 잡고 서고 시남의료가 술을 받아 제를 올리며 말하였다. "옛사람이시여. 여기서 말씀하십시오."

45저는 부리 석 자를 두기 바랍니다

曰:「丘也聞不言之言矣,未之嘗言,於此乎言之。市南宜僚弄丸而兩家之難解,孫叔敖甘寢秉羽而郢人投兵。丘願有喙三尺。」

말하였다. "저는 말하지 않는 말을 들었으나 아직 말한 적이 없으니 여기서 말하겠습니다.

시남의료가 공을 굴리자 두 집안의 어려움이 풀렸고, 손숙오가 달게 자며 깃부채를 잡자 영 땅 사람이 군사를 놓았습니다. 저는 부리 석 자를 두기 바랍니다."

46바다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을 사양하지 않는다

彼之謂不道之道,此之謂不言之辯,故德總乎道之所一。而言休乎知之所不知,至矣。道之所一者,德不能同也;知之所不能知者,辯不能舉也;名若儒墨而凶矣。故海不辭東流,大之至也;聖人幷包天地,澤及天下,而不知其誰氏。是故生無爵,死無諡,實不聚,名不立,此之謂大人。狗不以善吠為良,人不以善言為賢,而況為大乎!夫為大不足以為大,而況為德乎!夫大備矣,莫若天地;然奚求焉,而大備矣。知大備者,無求,無失,無棄,不以物易己也。反己而不窮,循古而不摩,大人之誠。

저이가 말한 것은 도 아닌 도요, 이이가 말한 것은 말 없는 가림이다. 그러므로 덕은 도가 하나인 데에 모이고, 말은 앎이 알지 못하는 데에 쉬니 지극하다.

도가 하나인 것은 덕이 같게 할 수 없고, 앎이 알 수 없는 것은 말재주가 들 수 없다. 이름이 유가와 묵가 같으면 흉하다.

그러므로 바다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을 사양하지 않으니 큼의 지극함이다. 성인은 하늘과 땅을 아울러 감싸고 은택이 천하에 미치되 그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살아서 벼슬이 없고 죽어서 시호가 없으며, 실속을 모으지 않고 이름을 세우지 않으니 이를 큰 사람이라 한다.

개는 잘 짖는다고 좋다 하지 않고 사람은 말을 잘한다고 어질다 하지 않는데, 하물며 크다 하는 것이겠는가. 무릇 크다고 하는 것이 크기에 넉넉하지 않은데 하물며 덕이라 하는 것이겠는가.

무릇 크게 갖춘 것으로는 하늘과 땅만 한 것이 없다. 그런데 무엇을 구하기에 크게 갖추었겠는가. 크게 갖춤을 아는 이는 구함이 없고 잃음이 없고 버림이 없으며, 사물로 저를 바꾸지 않는다. 제게 돌아가 다하지 않고 옛것을 좇되 닳지 않으니, 큰 사람의 참됨이다.

47자기가 여덟 아들을 놓고 관상을 보게 하다

子綦有八子,陳諸前,召九方歅曰:「為我相吾子,孰為祥?」

자기에게 여덟 아들이 있어 앞에 늘어놓고 구방인을 불러 말하였다. "나를 위해 내 아들의 관상을 보아라. 누가 상서로운가."

48곤이 상서롭습니다

九方歅曰:「梱也為祥。」

구방인이 말하였다. "곤이 상서롭습니다."

49임금과 함께 먹으며 한평생을 마치겠습니다

子綦瞿然喜曰:「奚若?」曰:「梱也將與國君同食以終其身。」

자기가 놀라 기뻐하며 말하였다. "어떠한가." 말하였다. "곤은 임금과 함께 먹으며 한평생을 마치겠습니다."

50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子綦索然出涕曰:「吾子何為以至於是極也!」

자기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였다. "내 아들이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51아드님은 상서로우나 아버지는 상서롭지 못합니다

九方歅曰:「夫與國君同食,澤及三族,而況父母乎!今夫子聞之而泣,是禦福也。子則祥矣,父則不祥。」

구방인이 말하였다. "무릇 임금과 함께 먹으면 은택이 삼족에 미치는데 하물며 부모이겠습니까. 이제 선생이 이를 듣고 우시니 이는 복을 막는 것입니다. 아드님은 상서로우나 아버지는 상서롭지 못합니다."

52괴이한 조짐에는 반드시 괴이한 행실이 있다

子綦曰:「歅,汝何足以識之。而梱祥邪?盡於酒肉,入於鼻口矣,而何足以知其所自來?吾未嘗為牧而牂生於奧,未嘗好田而鶉生於宎,若勿怪,何邪?吾所與吾子遊者,遊於天地。吾與之邀樂於天,吾與之邀食於地;吾不與之為事,不與之為謀,不與之為怪;吾與之乘天地之誠而不以物與之相攖,吾與之一委蛇而不與之為事所宜。今也然有世俗之償焉!凡有怪徵者,必有怪行,殆乎。非我與吾子之罪,幾天與之也!吾是以泣也。」

자기가 말하였다. "인아, 네가 어찌 이를 알기에 넉넉하겠느냐. 곤이 상서롭다는 것이 술과 고기에 다하여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것뿐인데, 어찌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기에 넉넉하겠느냐.

내가 일찍이 짐승을 친 적이 없는데 새끼 양이 방구석에서 나고, 사냥을 좋아한 적이 없는데 메추라기가 방 남쪽에서 났다. 그대가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이냐.

내가 내 아들과 노니는 바는 하늘과 땅에 노니는 것이다. 나는 그와 하늘에서 즐거움을 맞이하고 땅에서 먹을 것을 맞이한다. 나는 그와 일삼지 않고 꾀하지 않고 괴이한 짓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와 하늘과 땅의 참됨을 타고 사물로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 나는 그와 한가지로 구불구불 따르되 일의 마땅한 바를 하지 않는다.

이제 세속의 갚음이 있구나. 무릇 괴이한 조짐이 있는 이에게는 반드시 괴이한 행실이 있으니 위태롭다. 나와 내 아들의 죄가 아니라 거의 하늘이 준 것이다. 내가 이 때문에 우는 것이다."

53발이 잘려 팔려 가 고기를 먹으며 마치다

無幾何而使梱之於燕,盜得之於道,全而鬻之則難,不若刖之則易。於是乎刖而鬻之於齊,適當渠公之街,然身食肉而終。

얼마 지나지 않아 곤을 연나라로 보냈는데 도둑이 길에서 그를 붙잡았다. 온전한 채로 팔면 어려우니 발을 자르면 쉽겠다 하였다. 이에 발을 잘라 제나라에 파니, 마침 거공의 거리에 있게 되어 한평생 고기를 먹으며 마쳤다.

54설결이 허유를 만나다

齧缺遇許由,曰:「子將奚之?」

설결이 허유를 만나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로 가려 하오."

55요를 피해 달아나오

曰:「將逃堯。」

말하였다. "요를 피해 달아나오."

56무슨 말이오

曰:「奚謂邪?」

말하였다. "무슨 말이오."

57요는 어진 이가 천하를 이롭게 하는 줄만 알고

曰:「夫堯,畜畜然仁,吾恐其為天下笑。後世其人與人相食與!夫民,不難聚也;愛之則親,利之則至,譽之則勸,致其所惡則散。愛利出乎仁義,捐仁義者寡,利仁義者衆。夫仁義之行,唯且無誠,且假乎禽貪者器。是以一人之斷制利天下,譬之猶一覕也。夫堯知賢人之利天下也,而不知其賊天下也,夫唯外乎賢者知之矣。」

말하였다. "무릇 요는 애써 어질려 하니, 나는 그가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소. 뒷세상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으리라.

무릇 백성은 모으기 어렵지 않소. 아껴 주면 친해지고 이롭게 하면 이르고 기려 주면 힘쓰며, 싫어하는 바에 이르면 흩어지오.

아낌과 이롭게 함은 어짊과 옳음에서 나오는데, 어짊과 옳음을 버리는 이는 적고 어짊과 옳음을 이롭게 여기는 이는 많소.

무릇 어짊과 옳음의 행함이 오직 참됨이 없고, 또 짐승처럼 탐하는 이의 그릇을 빌려 주오. 이 때문에 한 사람의 판단으로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한 번 흘긋 보는 것과 같소.

무릇 요는 어진 이가 천하를 이롭게 하는 줄만 알고 천하를 해치는 줄은 알지 못하오. 오직 어짊을 밖으로 하는 이라야 이를 아오."

58난주와 유수와 권루

有暖姝者,有濡需者,有卷婁者。

난주한 이가 있고 유수한 이가 있고 권루한 이가 있다.

59난주란 무엇인가

所謂暖姝者,學一先生之言,則暖暖姝姝而私自說也,自以為足矣,而未知未始有物也,是以謂暖姝者也。

이른바 난주한 이란, 한 선생의 말을 배우면 흐뭇하고 어여쁘게 여겨 스스로 기뻐하고, 스스로 넉넉하다 여기되 아직 사물이 있은 적이 없음을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난주한 이라 한다.

60유수란 돼지 몸의 이다

濡需者,豕蝨是也,擇疏鬣自以為廣宮大囿,奎蹏曲隈,乳間股腳,自以為安室利處,不知屠者之一旦鼓臂布草操煙火,而己與豕俱焦也。此以域進,此以域退,此其所謂濡需者也。

유수한 이란 돼지 몸의 이가 그것이다. 성긴 갈기를 골라 스스로 넓은 궁궐과 큰 동산이라 여기고, 사타구니와 굽은 구석과 젖 사이와 다리 사이를 스스로 편안한 방과 이로운 자리라 여긴다.

백정이 하루아침에 팔을 걷어붙이고 풀을 깔고 연기와 불을 다루면 저도 돼지와 함께 타 버릴 줄을 알지 못한다. 이는 자리로 나아가고 자리로 물러나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유수한 이다.

61권루란 순이다

卷婁者,舜也。羊肉不慕蟻,蟻慕羊肉,羊肉羶也。舜有羶行,百姓悅之,故三徙成都,至鄧之虛而十有萬家。堯聞舜之賢,舉之童土之地,曰冀得其來之澤。舜舉乎童土之地,年齒長矣,聰明衰矣,而不得休歸,所謂卷婁者也。

권루한 이란 순이다.

양고기는 개미를 그리워하지 않고 개미가 양고기를 그리워하니, 양고기가 누린내 나기 때문이다. 순에게 누린내 나는 행실이 있어 백성이 그를 기뻐하였다. 그러므로 세 번 옮겨 도읍을 이루었고 등의 빈터에 이르러 십만 집이 되었다.

요가 순의 어짊을 듣고 그를 거친 땅에 들어 쓰며 말하기를 그가 와서 은택을 베풀기를 바란다 하였다. 순이 거친 땅에 들어 쓰였을 때 나이가 많았고 귀와 눈이 쇠하였는데도 쉬어 돌아가지 못하였으니, 이른바 권루한 이다.

62신인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을 싫어한다

是以神人惡衆至,衆至則不比,不比則不利也。故無所甚親,無所甚疏,抱德煬和以順天下,此謂真人。於蟻棄知,於魚得計,於羊棄意。

이 때문에 신인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을 싫어한다. 몰려들면 나란하지 못하고 나란하지 못하면 이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몹시 친한 바도 없고 몹시 성긴 바도 없이, 덕을 안고 어울림을 따뜻이 하여 천하를 따르니 이를 참사람이라 한다.

개미에게서 앎을 버리고, 물고기에게서 셈을 얻고, 양에게서 뜻을 버린다.

63눈으로 눈을 보고 귀로 귀를 듣는다

以目視目,以耳聽耳,以心復心。若然者,其平也繩,其變也循。古之真人,以天待人,不以人入天。古之真人,得之也生,失之也死;得之也死,失之也生。

눈으로 눈을 보고 귀로 귀를 듣고 마음으로 마음을 돌이킨다. 그러한 이는 그 고름이 먹줄 같고 그 바뀜이 좇음이다.

옛 참사람은 하늘로 사람을 대하고 사람으로 하늘에 들어가지 않았다. 옛 참사람은 얻으면 살고 잃으면 죽었으며, 얻으면 죽고 잃으면 살았다.

64약의 열매 — 때를 만나면 임금이 된다

藥也其實,堇也,桔梗也,雞𢋊也,豕零也,是時為帝者也,何可勝言!

약이 되는 그 열매로 오두와 도라지와 닭머리와 저령이 있으니, 이는 때를 만나면 임금이 되는 것이다. 어찌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65올빼미 눈과 학의 다리

句踐也以甲楯三千棲於會稽。唯種也能知亡之所以存,唯種也不知其身之所以愁。故曰,鴟目有所適,鶴脛有所節,解之也悲。

구천이 갑옷 입은 군사 삼천으로 회계에 깃들였다. 오직 문종만이 망함이 남는 까닭을 알았고, 오직 문종만이 제 몸이 시름겹게 될 까닭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말한다. 올빼미 눈에 마땅한 바가 있고 학의 다리에 마디가 있으니, 이를 풀면 슬프다.

66바람과 해가 강을 지나가도

故曰,風之過河也有損焉,日之過河也有損焉。請只風與日相與守河,而河以為未始其攖也,恃源而往者也。故水之守土也審,影之守人也審,物之守物也審。

그러므로 말한다. 바람이 강을 지나가면 덜어짐이 있고 해가 강을 지나가면 덜어짐이 있다. 다만 바람과 해가 서로 함께 강을 지킨다 하여도 강은 처음부터 건드려진 적이 없다 여기니, 근원을 믿고 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이 흙을 지키는 것이 확실하고, 그림자가 사람을 지키는 것이 확실하고, 사물이 사물을 지키는 것이 확실하다.

67눈이 밝은 데서 위태롭다

故目之於明也殆,耳之於聰也殆,心之於殉也殆。凡能其於府也殆,殆之成也不給改。禍之長也茲萃,其反也緣功,其果也待久。而人以為己寶,不亦悲乎!故有亡國戮民無已,不知問是也。

그러므로 눈이 밝은 데서 위태롭고, 귀가 잘 듣는 데서 위태롭고, 마음이 좇는 데서 위태롭다. 무릇 능함이 그 곳간에서 위태롭다. 위태로움이 이루어지면 고칠 겨를이 없다.

화가 자라나면 더욱 모이고, 그 돌아옴은 공을 말미암고, 그 열매는 오램을 기다린다. 그런데 사람이 이를 제 보배로 여기니 또한 슬프지 않은가.

그러므로 나라를 잃고 백성을 죽이는 일이 그침이 없는데, 이를 물을 줄을 알지 못한다.

68발이 밟지 않는 데를 믿어야 널리 걷는다

故足之於地也踐,雖踐,恃其所不蹍而後善博也;人之於知也少,雖少,恃其所不知而後知天之所謂也。知大一,知大陰,知大目,知大均,知大方,知大信,知大定,至矣。大一通之,大陰解之,大目視之,大均緣之,大方體之,大信稽之,大定持之。

그러므로 발이 땅에 대하여는 밟는 것이다. 밟기는 하나 그 밟지 않는 데를 믿은 뒤에야 널리 걷는다. 사람이 앎에 대하여는 적다. 적기는 하나 그 알지 못하는 바를 믿은 뒤에야 하늘이 이른 바를 안다.

큰 하나를 알고, 큰 그늘을 알고, 큰 눈을 알고, 큰 고름을 알고, 큰 모남을 알고, 큰 미쁨을 알고, 큰 안정을 알면 지극하다.

큰 하나는 통하게 하고, 큰 그늘은 풀어 주고, 큰 눈은 보게 하고, 큰 고름은 좇게 하고, 큰 모남은 몸으로 하게 하고, 큰 미쁨은 살피게 하고, 큰 안정은 붙들게 한다.

69헷갈리지 않음으로 헷갈림을 푼다

盡有天,循有照,冥有樞,始有彼。則其解之也似不解之者,其知之也似不知之也,不知而後知之。其問之也,不可以有崖,而不可以無崖。頡滑有實,古今不代,而不可以虧,則可不謂有大揚搉乎!闔不亦問是已,奚惑然為!以不惑解惑,復於不惑,是尚大不惑。

다함에 하늘이 있고, 좇음에 비춤이 있고, 어둠에 지도리가 있고, 비롯함에 저것이 있다.

그러면 그 푸는 것이 풀지 않는 듯하고 그 아는 것이 알지 못하는 듯하니, 알지 못한 뒤에야 안다.

그 묻는 것은 벼랑이 있어서도 안 되고 벼랑이 없어서도 안 된다. 미끄러운 가운데 실상이 있어 예와 이제가 바뀌지 않으며 이지러뜨릴 수 없으니, 크게 들어 헤아림이 있다 하지 않겠는가.

어찌 또한 이를 묻지 않고 어찌 헷갈리는가. 헷갈리지 않음으로 헷갈림을 풀어 헷갈리지 않음으로 돌아가면, 이것이 오히려 크게 헷갈리지 않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