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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莊子 雜篇 讓王

장자 莊子 · 장주(莊周)와 뒷사람들 · 전국시대(기원전 4~3세기) · 서진 곽상 33편본 · 단락 56 · 한자 2,945자 · 낭독 11.8분

「장자」 잡편 「양왕」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북녘 검은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을 곤이라 한다」 — 이 한 줄로 시작해, 등이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는 새가 남녘 바다로 날아가는 데서 책이 열린다. 나비 꿈을 꾸고 깨어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가」 묻고, 소 잡는 백정이 열아홉 해 동안 칼을 갈지 않고, 아내가 죽자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한다. 달팽이 뿔 위에서 나라끼리 싸워 주검 수만이 넘어졌다는 이야기로 전쟁을 그치게 하고, 혜자의 무덤을 지나며 「나는 더불어 말할 이가 없다」 한다. 도덕경과 나란히 두면 같은 자리를 아주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린다.

1요가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려 하다

堯以天下讓許由,許由不受。又讓於子州支父,子州之父曰:「以我為天子,猶之可也。雖然,我適有幽憂之病。方且治之,未暇治天下也。」夫天下至重也,而不以害其生,又況他物乎!唯无以天下為者,可以託天下也。

요가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려 하니 허유가 받지 않았다. 또 자주지보에게 물려주려 하니 자주지보가 말하였다. "나를 천자로 삼는 것이야 오히려 괜찮소. 비록 그러하나 나에게 마침 깊은 근심의 병이 있소. 바야흐로 이를 다스리려 하니 천하를 다스릴 겨를이 없소."

무릇 천하는 지극히 무거운 것인데도 그것으로 제 삶을 해치지 않았으니, 하물며 다른 것이겠는가. 오직 천하로 무엇을 하려 하지 않는 이라야 천하를 맡길 수 있다.

2천하는 큰 그릇이나 삶과 바꾸지 않는다

舜讓天下於子州支伯,子州支伯曰:「予適有幽憂之病,方且治之,未暇治天下也。」故天下大器也,而不以易生,此有道者之所以異乎俗者也。

순이 천하를 자주지백에게 물려주려 하니 자주지백이 말하였다. "나에게 마침 깊은 근심의 병이 있소. 바야흐로 이를 다스리려 하니 천하를 다스릴 겨를이 없소."

그러므로 천하는 큰 그릇이나 삶과 바꾸지 않는다. 이것이 도 있는 이가 세속과 다른 까닭이다.

3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쉰다

舜以天下讓善卷,善卷曰:「余立於宇宙之中,冬日衣皮毛,夏日衣葛絺;春耕種,形足以勞動;秋收斂,身足以休食;日出而作,日入而息,逍遙於天地之間而心意自得。吾何以天下為哉!悲夫,子之不知余也!」遂不受。於是去而入深山,莫知其處。

순이 천하를 선권에게 물려주려 하니 선권이 말하였다. "나는 하늘과 땅 가운데 서서, 겨울이면 털가죽을 입고 여름이면 갈포를 입소. 봄이면 갈고 심으니 몸이 힘써 움직이기에 넉넉하고, 가을이면 거두니 몸이 쉬고 먹기에 넉넉하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며, 하늘과 땅 사이에 거닐어 마음이 절로 넉넉하오. 내가 천하로 무엇을 하겠소. 슬프구나, 그대가 나를 알지 못함이여."

마침내 받지 않았다. 이에 떠나 깊은 산으로 들어가니 그 있는 데를 아는 이가 없었다.

4지아비는 지고 지어미는 이고 바다로 들어가다

舜以天下讓其友石戶之農。石戶之農曰:「捲捲乎后之為人,葆力之士也!」以舜之德為未至也。於是夫負妻戴,攜子以入於海,終身不反也。

순이 천하를 그 벗 석호의 농부에게 물려주려 하였다. 석호의 농부가 말하였다. "애쓰고 애쓰는구나, 임금의 사람됨이여. 힘을 쌓는 선비로다."

순의 덕이 아직 이르지 못하였다 여긴 것이다. 이에 지아비는 지고 지어미는 이고 아들을 이끌고 바다로 들어가 한평생 돌아오지 않았다.

5태왕 단보가 빈 땅을 떠나다

大王亶父居邠,狄人攻之;事之以皮帛而不受,事之以犬馬而不受,事之以珠玉而不受,狄人之所求者土地也。大王亶父曰:「與人之兄居而殺其弟,與人之父居而殺其子,吾不忍也。子皆勉居矣!為吾臣與為狄人臣奚以異!且吾聞之,不以所用養害所養。」因杖筴而去之。民相連而從之,遂成國於岐山之下。夫大王亶父,可謂能尊生矣。能尊生者,雖貴富不以養傷身,雖貧賤不以利累形。今世之人,居高官尊爵者,皆重失之,見利輕亡其身,豈不惑哉!

태왕 단보가 빈 땅에 사는데 오랑캐가 그를 쳤다. 가죽과 비단으로 섬겨도 받지 않고 개와 말로 섬겨도 받지 않고 구슬과 옥으로 섬겨도 받지 않으니, 오랑캐가 구하는 것은 땅이었다.

태왕 단보가 말하였다. "남의 형과 살면서 그 아우를 죽이고 남의 아비와 살면서 그 아들을 죽이는 일을 나는 차마 하지 못하겠다. 그대들은 다 힘써 여기 살아라. 내 신하가 되는 것과 오랑캐의 신하가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 내가 들으니, 기르는 데 쓰는 것으로 기르는 바를 해치지 않는다 하였다."

이에 지팡이를 짚고 그곳을 떠났다. 백성이 서로 이어 그를 좇아 마침내 기산 아래에 나라를 이루었다.

무릇 태왕 단보는 삶을 높일 줄 안 이라 하겠다. 삶을 높일 줄 아는 이는 비록 귀하고 넉넉해도 기르는 것으로 몸을 다치지 않고, 비록 가난하고 천해도 이로움으로 몸을 얽매지 않는다.

이제 세상 사람으로 높은 벼슬과 귀한 작위에 있는 이는 다 이를 잃는 것을 무겁게 여겨, 이로움을 보면 제 몸 잃기를 가벼이 하니 어찌 헷갈린 것이 아닌가.

6임금 노릇 하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 임금의 근심이 싫다

越人三世弒其君,王子搜患之,逃乎丹穴。而越國無君,求王子搜不得,從之丹穴。王子搜不肯出,越人薰之以艾。乘以王輿。王子搜援綏登車,仰天而呼曰:「君乎,君乎!獨不可以舍我乎!」王子搜非惡為君也,惡為君之患也。若王子搜者,可謂不以國傷生矣,此固越人之所欲得為君也。

월나라 사람이 세 대에 걸쳐 그 임금을 죽였다. 왕자 수가 이를 근심하여 단혈로 달아났다. 월나라에 임금이 없어 왕자 수를 찾았으나 얻지 못하다가 단혈까지 좇아갔다. 왕자 수가 나오려 하지 않으니 월나라 사람이 쑥을 태워 연기를 피우고 임금의 수레에 태웠다.

왕자 수가 손잡이 줄을 잡고 수레에 올라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다. "임금이여, 임금이여. 홀로 나를 놓아 주지 못하겠는가."

왕자 수는 임금 되기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임금 되는 근심을 싫어한 것이다. 왕자 수 같은 이는 나라 때문에 삶을 다치지 않았다 하겠으니, 이것이 본디 월나라 사람이 그를 임금으로 얻고자 한 까닭이다.

7천하를 앞에 두고 새기기를 — 잡으면 한 팔을 잃는다

韓魏相與爭侵地。子華子見昭僖侯,昭僖侯有憂色。子華子曰:「今使天下書銘於君之前,書之言曰:『左手攫之則右手廢,右手攫之則左手廢,然而攫之者必有天下。』君能攫之乎?」

한나라와 위나라가 서로 땅을 다투어 쳐들어갔다. 자화자가 소희후를 뵈니 소희후에게 근심하는 낯빛이 있었다.

자화자가 말하였다. "이제 천하가 임금 앞에 글을 새겨 놓았다 하고, 그 글에 이르기를 '왼손으로 이를 잡으면 오른손을 잃고 오른손으로 이를 잡으면 왼손을 잃는다. 그러나 이를 잡는 이는 반드시 천하를 얻는다' 하였다면, 임금께서는 이를 잡으시겠습니까."

8과인은 잡지 않겠소

昭僖侯曰:「寡人不攫也。」

소희후가 말하였다. "과인은 잡지 않겠소."

9두 팔이 천하보다 무겁고 몸이 두 팔보다 무겁다

子華子曰:「甚善!自是觀之,兩臂重於天下也,身亦重於兩臂。韓之輕於天下亦遠矣,今之所爭者,其輕於韓又遠。君固愁身傷生以憂戚不得也!」

자화자가 말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이로써 보면 두 팔이 천하보다 무겁고 몸이 또한 두 팔보다 무겁습니다.

한나라가 천하보다 가벼움이 또한 멀고, 이제 다투는 바는 한나라보다 가벼움이 또 멉니다. 임금께서는 굳이 몸을 시름겹게 하고 삶을 다쳐 가며 얻지 못함을 근심하십니다."

10과인을 가르친 이가 많았으나 이런 말은 들은 적이 없소

僖侯曰:「善哉!教寡人者衆矣,未嘗得聞此言也。」子華子可謂知輕重矣。

희후가 말하였다. "좋구나. 과인을 가르친 이가 많았으나 이런 말은 들은 적이 없소."

자화자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안 이라 하겠다.

11안합이 폐백을 받지 않다

魯君聞顏闔得道之人也,使人以幣先焉。顏闔守陋閭,苴布之衣而自飯牛。魯君之使者至,顏闔自對之。使者曰:「此顏闔之家與?」顏闔對曰:「此闔之家也。」使者致幣,顏闔對曰:「恐聽者謬而遺使者罪,不若審之。」使者還,反審之,復來求之,則不得已。故若顏闔者,真惡富貴也。

노나라 임금이 안합이 도를 얻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폐백을 먼저 보냈다. 안합은 누추한 마을을 지키며 거친 베옷을 입고 스스로 소를 먹이고 있었다.

노나라 임금의 심부름꾼이 이르니 안합이 몸소 맞았다. 심부름꾼이 말하였다.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까." 안합이 대답하였다. "여기가 저 합의 집입니다."

심부름꾼이 폐백을 드리니 안합이 대답하였다. "들은 이가 잘못 들어 심부름꾼에게 죄를 끼칠까 두려우니 살펴보는 편이 낫겠습니다."

심부름꾼이 돌아가 살펴보고 다시 와서 그를 찾았으나 얻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안합 같은 이는 참으로 부귀를 싫어한 이다.

12도의 참됨으로 몸을 다스리고 그 나머지로 나라를 다스린다

故曰,道之真以治身,其緒餘以為國家,其土苴以治天下。由此觀之,帝王之功,聖人之餘事也,非所以完身養生也。今世俗之君子,多危身棄生以殉物,豈不悲哉!凡聖人之動作也,必察其所以之與其所以為。今且有人於此,以隨侯之珠彈千仞之雀,世必笑之,是何也?則其所用者重而所要者輕也。夫生者,豈特隨侯之重哉!

그러므로 말한다. 도의 참됨으로 몸을 다스리고 그 남은 것으로 나라와 집안을 하며 그 찌꺼기로 천하를 다스린다.

이로써 보면 제왕의 공은 성인의 남은 일이요, 몸을 온전히 하고 삶을 기르는 바가 아니다. 이제 세속의 군자는 흔히 몸을 위태롭게 하고 삶을 버려 사물을 좇아 죽으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무릇 성인이 움직일 때에는 반드시 그 가는 바와 그 하는 바를 살핀다. 이제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수후의 구슬로 천 길 높이의 참새를 쏜다면 세상이 반드시 웃을 것이다. 이는 어찌 된 일인가. 곧 쓰는 것이 무겁고 구하는 것이 가볍기 때문이다. 무릇 삶이란 어찌 다만 수후의 구슬만큼 무거울 뿐이겠는가.

13열자가 궁하여 낯빛에 주린 기가 있다

子列子窮,容貌有飢色。客有言之於鄭子陽者,曰:「列禦寇,葢有道之士也,居君之國而窮,君无乃為不好士乎?」鄭子陽即令官遺之粟。子列子見使者,再拜而辭。

열자가 궁하여 낯빛에 주린 기가 있었다. 어떤 손이 정나라 자양에게 이를 말하였다. "열어구는 아마 도 있는 선비인데, 임금의 나라에 살면서 궁합니다. 임금께서 선비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닙니까."

정나라 자양이 곧 벼슬아치를 시켜 곡식을 보냈다. 열자가 심부름꾼을 보고 두 번 절하고 사양하였다.

14도 있는 이의 아내는 다 편안하고 즐겁다더니

使者去,子列子入,其妻望之而拊心曰:「妾聞為有道者之妻子,皆得佚樂,今有飢色。君過而遺先生食,先生不受,豈不命邪!」

심부름꾼이 가고 열자가 들어가니, 그 아내가 그를 바라보며 가슴을 치고 말하였다. "제가 들으니 도 있는 이의 아내와 자식은 다 편안하고 즐겁다 하였는데, 이제 주린 낯빛입니다. 임금이 들러 선생께 먹을 것을 보냈는데 선생이 받지 않으시니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15남의 말로 준 것이면 남의 말로 죄도 줄 것이오

子列子笑謂之曰:「君非自知我也,以人之言而遺我粟,至其罪我也又且以人之言,此吾所以不受也。」其卒,民果作難而殺子陽。

열자가 웃으며 말하였다. "임금이 스스로 나를 안 것이 아니라 남의 말로 나에게 곡식을 보냈소. 나에게 죄 줄 때에 이르러도 또한 남의 말로 할 것이오. 이것이 내가 받지 않은 까닭이오."

마침내 백성이 과연 난을 일으켜 자양을 죽였다.

16양 잡는 사람 열

楚昭王失國,屠羊說走而從於昭王。昭王反國,將賞從者,及屠羊說。屠羊說曰:「大王失國,說失屠羊;大王反國,說亦反屠羊。臣之爵祿已復矣,又何賞之有!」

초나라 소왕이 나라를 잃자 양 잡는 사람 열이 소왕을 좇아 달아났다. 소왕이 나라로 돌아와 좇은 이들에게 상을 주려 하다가 양 잡는 사람 열(說)에 이르렀다.

양 잡는 사람 열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실 때 저는 양 잡는 일을 잃었고, 대왕께서 나라로 돌아오시니 저도 양 잡는 일로 돌아왔습니다. 신의 벼슬과 녹이 이미 돌아왔는데 또 무슨 상이 있겠습니까."

17굳이 주어라

王曰:「強之。」

임금이 말하였다. "굳이 주어라."

18임금의 잘못도 제 공도 아니니 벌도 상도 감당하지 않겠습니다

屠羊說曰:「大王失國,非臣之罪,故不敢伏其誅;大王反國,非臣之功,故不敢當其賞。」

양 잡는 사람 열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신 것은 신의 죄가 아니므로 감히 그 벌을 받지 않았고, 대왕께서 나라로 돌아오신 것은 신의 공이 아니므로 감히 그 상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19그를 만나 보겠다

王曰:「見之!」

임금이 말하였다. "그를 만나 보겠다."

20법을 없애고 언약을 헐어 저를 만나시는 것은

屠羊說曰:「楚國之法,必有重賞大功而後得見,今臣之知不足以存國而勇不足以死寇。吳軍入郢,說畏難而避寇,非故隨大王也。今大王欲廢法毀約而見說,此非臣之所以聞於天下也。」

양 잡는 사람 열이 말하였다. "초나라 법에 반드시 무거운 상을 받을 큰 공이 있은 뒤에야 뵐 수 있습니다. 이제 신의 앎은 나라를 보전하기에 넉넉하지 않고 용기는 원수와 싸워 죽기에 넉넉하지 않습니다.

오나라 군사가 영에 들어왔을 때 저는 어려움이 두려워 원수를 피한 것이지 일부러 대왕을 좇은 것이 아닙니다. 이제 대왕께서 법을 없애고 언약을 헐어 저를 만나려 하시니, 이는 신이 천하에 알려지기를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21삼정의 자리로 그를 맞으라

王謂司馬子綦曰:「屠羊說居處卑賤而陳義甚高,子綦為我延之以三旌之位。」

임금이 사마 자기에게 말하였다. "양 잡는 사람 열은 사는 데가 낮고 천하나 옳음을 펴는 것이 매우 높다. 그대는 나를 위해 삼정의 자리로 그를 맞으라."

22제 양 잡는 가게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屠羊說曰:「夫三旌之位,吾知其貴於屠羊之肆也;萬鍾之祿,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然豈可以貪爵祿而使吾君有妄施之名乎!說不敢當,願復反吾屠羊之肆。」遂不受也。

양 잡는 사람 열이 말하였다. "무릇 삼정의 자리가 양 잡는 가게보다 귀한 줄을 나는 압니다. 만 종의 녹이 양 잡는 벌이보다 넉넉한 줄을 나는 압니다.

그러나 어찌 벼슬과 녹을 탐하여 우리 임금께 함부로 베풀었다는 이름을 지니게 하겠습니까. 저는 감히 감당하지 못하겠으니 다시 제 양 잡는 가게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받지 않았다.

23원헌이 노나라에 살다

原憲居魯,環堵之室,茨以生草;蓬戶不完,桑以為樞;而甕牖二室,褐以為塞;上漏下溼,匡坐而弦。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다. 사방 한 길 되는 방에 생풀로 지붕을 이었고, 쑥대 문은 성하지 않아 뽕나무로 지도리를 삼았으며, 깨진 항아리로 창을 낸 두 방을 갈옷으로 막았다. 위에서 새고 아래는 축축한데, 바르게 앉아 거문고를 탔다.

24자공이 큰 말을 타고 찾아오다

子貢乘大馬,中紺而表素,軒車不容巷,往見原憲。原憲華冠縰履,杖藜而應門。

자공이 큰 말을 타고 속에는 감색 옷을 입고 겉에는 흰 옷을 입었는데, 높은 수레가 골목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원헌을 찾아가 만나니, 원헌이 자작나무 껍질 관을 쓰고 뒤축 없는 신을 신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맞았다.

25선생은 무슨 병이 드셨소

子貢曰:「嘻!先生何病?」

자공이 말하였다. "아. 선생은 무슨 병이 드셨소."

26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 한다

原憲應之曰:「憲聞之,无財謂之貧,學而不能行謂之病。今憲,貧也,非病也。」子貢逡巡而有愧色。

원헌이 대답하였다. "제가 들으니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이르고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 이른다 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가난한 것이지 병든 것이 아닙니다."

자공이 머뭇거리며 부끄러운 낯빛을 지었다.

27세상에 맞추어 행하고 패를 지어 벗하는 일

原憲笑曰:「夫希世而行,比周而友,學以為人,教以為己,仁義之慝,輿馬之飾,憲不忍為也。」

원헌이 웃으며 말하였다. "무릇 세상에 바라며 행하고, 패를 지어 벗하며, 배움을 남에게 보이려 하고, 가르침을 저를 위해 하며, 어짊과 옳음을 감추어 나쁜 짓을 하고, 수레와 말을 꾸미는 일을 저는 차마 하지 못합니다."

28뜻을 기르는 이는 몸을 잊는다

曾子居衞,縕袍无表,顏色腫噲,手足胼胝。三日不舉火,十年不製衣,正冠而纓絕,捉衿而肘見,納屨而踵決。曳縰而歌商頌,聲滿天地,若出金石。天子不得臣,諸侯不得友。故養志者忘形,養形者忘利,致道者忘心矣。

증자가 위나라에 살았다. 헌 솜옷에 겉감이 없고 낯빛은 부어올랐으며 손발에 굳은살이 박였다. 사흘 동안 불을 지피지 못하고 열 해 동안 옷을 짓지 못하였으며, 관을 바로 하면 끈이 끊어지고 옷깃을 잡으면 팔꿈치가 드러나고 신을 신으면 뒤축이 터졌다.

뒤축을 끌며 상나라 노래를 부르니 소리가 하늘과 땅에 가득하여 쇠와 돌에서 나오는 듯하였다. 천자도 그를 신하로 삼지 못하고 제후도 그를 벗으로 삼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뜻을 기르는 이는 몸을 잊고, 몸을 기르는 이는 이로움을 잊으며, 도에 이른 이는 마음을 잊는다.

29회야, 오너라

孔子謂顏回曰:「回,來!家貧居卑,胡不仕乎?」

공자가 안회에게 말하였다. "회야, 오너라. 집이 가난하고 사는 데가 낮은데 어찌 벼슬하지 않느냐."

30저는 벼슬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顏回對曰:「不願仕。回有郭外之田五十畝,足以給飦粥;郭內之田十畝,足以為絲麻;鼓琴足以自娛,所學夫子之道者足以自樂也。回不願仕。」

안회가 대답하였다. "벼슬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 성 밖에 밭 쉰 이랑이 있어 죽을 마련하기에 넉넉하고, 성 안에 밭 열 이랑이 있어 실과 삼을 마련하기에 넉넉합니다. 거문고를 타면 스스로 즐기기에 넉넉하고, 선생님께 배운 도는 스스로 즐거워하기에 넉넉합니다. 저는 벼슬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31넉넉함을 아는 이는 이로움으로 저를 얽매지 않는다

孔子愀然變容曰:「善哉回之意!丘聞之:『知足者不以利自累也,審自得者失之而不懼,行修於內者无位而不作。』丘誦之久矣,今於回而後見之,是丘之得也。」

공자가 낯빛을 고쳐 바꾸며 말하였다. "좋구나, 회의 뜻이여. 내가 들으니 '넉넉함을 아는 이는 이로움으로 저를 얽매지 않고, 스스로 얻음을 살핀 이는 이를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안으로 행실을 닦은 이는 자리가 없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하였다.

내가 이를 외운 지 오래인데, 이제 회에게서 뒤에 이를 보니 이것이 나의 얻음이다."

32몸은 강과 바다에 있고 마음은 대궐 아래에 있으니

中山公子牟謂瞻子曰:「身在江海之上,心居乎魏闕之下,柰何?」

중산의 공자 모가 첨자에게 말하였다. "몸은 강과 바다 위에 있는데 마음은 위나라 대궐 아래에 있으니 어찌하겠소."

33삶을 무겁게 여기시오

瞻子曰:「重生。重生則利輕。」

첨자가 말하였다. "삶을 무겁게 여기시오. 삶을 무겁게 여기면 이로움이 가벼워집니다."

34알기는 하나 저를 이기지 못합니다

中山公子牟曰:「雖知之,未能自勝也。」

중산의 공자 모가 말하였다. "비록 이를 알지만 아직 스스로 이기지 못하오."

35이기지 못하면서 억지로 좇지 않는 것을 거듭 다침이라 한다

瞻子曰:「不能自勝則從,神无惡乎?不能自勝而強不從者,此之謂重傷。重傷之人,无壽類矣!」

첨자가 말하였다. "스스로 이기지 못하면 좇으십시오. 정신이 싫어할 것이 있겠습니까. 스스로 이기지 못하면서 억지로 좇지 않는 것을 거듭 다침이라 이릅니다. 거듭 다친 사람에게는 오래 사는 무리가 없습니다."

36위모는 만승의 공자다

魏牟,萬乘之公子也,其隱巖穴也,難為於布衣之士;雖未至乎道,可謂有其意矣。

위모는 만승의 공자다. 그가 바위굴에 숨은 것은 베옷 입은 선비가 하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비록 도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그 뜻은 있었다 하겠다.

37공자가 진과 채 사이에서 궁하다

孔子窮於陳蔡之間,七日不火食,藜羹不糝,顏色甚憊,而弦歌於室。顏回擇菜,子路子貢相與言曰:「夫子再逐於魯,削迹於衞,伐樹於宋,窮於商周,圍於陳蔡,殺夫子者无罪,藉夫子者无禁。弦歌鼓琴,未嘗絕音,君子之无恥也若此乎?」

공자가 진과 채 사이에서 궁하여 이레 동안 불로 지은 밥을 먹지 못하고 명아주국에 쌀 한 톨 넣지 못하니, 낯빛이 몹시 지쳤는데도 방에서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였다.

안회가 나물을 다듬는데 자로와 자공이 서로 말하였다. "선생님은 노나라에서 두 번 쫓겨나고 위나라에서 자취를 지웠으며, 송나라에서는 나무가 베였고 상과 주에서 궁하였으며 진과 채에서 에워싸였다. 선생님을 죽여도 죄가 없고 선생님을 짓밟아도 막을 이가 없다. 그런데 거문고 타며 노래하기를 일찍이 소리를 끊은 적이 없으니, 군자가 부끄러움 없음이 이와 같은가."

38유와 사는 잗단 사람이다, 불러오너라

顏回无以應,入告孔子。孔子推琴喟然而歎曰:「由與賜,細人也。召而來,吾語之。」

안회가 대답할 말이 없어 들어가 공자에게 아뢰었다. 공자가 거문고를 밀치고 크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유와 사는 잗단 사람이다. 불러오너라. 내가 그들에게 말하겠다."

39이만하면 궁하다 하겠습니다

子路子貢入。子路曰:「如此者可謂窮矣!」

자로와 자공이 들어왔다. 자로가 말하였다. "이만하면 궁하다 하겠습니다."

40날이 추워지고 서리와 눈이 내린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무성함을 안다

孔子曰:「是何言也!君子通於道之謂通,窮於道之謂窮。今丘抱仁義之道以遭亂世之患,其何窮之為!故內省而不窮於道,臨難而不失其德,天寒既至,霜雪既降,吾是以知松柏之茂也。陳蔡之隘,於丘其幸乎!」

공자가 말하였다. "이 무슨 말이냐. 군자는 도에 통하는 것을 통함이라 이르고 도에 궁한 것을 궁함이라 이른다. 이제 내가 어짊과 옳음의 도를 안고 어지러운 세상의 근심을 만난 것이니 그것이 무슨 궁함이겠느냐.

그러므로 안으로 살펴 도에 궁하지 않고 어려움에 다다라 그 덕을 잃지 않는다. 날이 이미 추워지고 서리와 눈이 이미 내린 뒤에야 나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무성함을 안다. 진과 채의 막힘이 나에게는 다행이로구나."

41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 줄을 몰랐습니다

孔子削然反琴而弦歌,子路扢然執干而舞。子貢曰:「吾不知天之高也,地之下也。」

공자가 조용히 거문고를 다시 잡아 타며 노래하니, 자로가 힘차게 방패를 잡고 춤추었다. 자공이 말하였다. "나는 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 줄을 몰랐다."

42옛날에 도를 얻은 이는 궁해도 즐겁고 통해도 즐거웠다

古之得道者,窮亦樂,通亦樂。所樂非窮通也,道德於此,則窮通為寒暑風雨之序矣。故許由娛於潁陽而共伯得乎共首。

옛날에 도를 얻은 이는 궁해도 즐겁고 통해도 즐거웠다. 즐거워한 바는 궁함과 통함이 아니었다. 도와 덕이 여기에 있으면 궁함과 통함은 추위와 더위, 바람과 비의 차례가 된다. 그러므로 허유는 영수 북녘에서 즐거워하였고 공백은 공수산에서 얻었다.

43순이 북인무택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다

舜以天下讓其友北人无擇,北人无擇曰:「異哉后之為人也,居於畎畝之中而遊堯之門!不若是而已,又欲以其辱行漫我。吾羞見之。」因自投清泠之淵。

순이 천하를 그 벗 북인무택에게 물려주려 하니 북인무택이 말하였다. "이상하구나, 임금의 사람됨이여. 밭이랑 가운데 살다가 요의 문에 노닐었다.

이와 같을 뿐 아니라 또 그 욕된 행실로 나를 더럽히려 하는구나. 나는 그를 보기가 부끄럽다."

이에 스스로 청령의 못에 몸을 던졌다.

44탕이 걸을 치려고 변수와 꾀하다

湯將伐桀,因卞隨而謀,卞隨曰:「非吾事也。」

탕이 걸을 치려 하여 변수에게 꾀하니 변수가 말하였다. "내 일이 아니오."

45누가 좋겠소

湯曰:「孰可?」

탕이 말하였다. "누가 좋겠소."

46나는 모르오

曰:「吾不知也。」

말하였다. "나는 모르오."

47탕이 또 무광과 꾀하다

湯又因務光而謀,務光曰:「非吾事也。」

탕이 또 무광에게 꾀하니 무광이 말하였다. "내 일이 아니오."

48누가 좋겠소

湯曰:「孰可?」

탕이 말하였다. "누가 좋겠소."

49나는 모르오

曰:「吾不知也。」

말하였다. "나는 모르오."

50이윤은 어떻소

湯曰:「伊尹何如?」

탕이 말하였다. "이윤은 어떻소."

51힘써 굳세고 때를 참는 이니 그 밖은 모르오

曰:「強力忍垢,吾不知其他也。」

말하였다. "힘써 굳세고 때 묻음을 참는 이니, 나는 그 밖은 모르오."

52나를 도둑으로 여기고 또 탐하는 이로 여긴 것이오

湯遂與伊尹謀伐桀,剋之,以讓卞隨。卞隨辭曰:「后之伐桀也謀乎我,必以我為賊也;勝桀而讓我,必以我為貪也。吾生乎亂世,而无道之人再來漫我以其辱行,吾不忍數聞也。」乃自投椆水而死。

탕이 마침내 이윤과 꾀하여 걸을 쳐서 이기고, 이를 변수에게 물려주려 하였다.

변수가 사양하며 말하였다. "임금이 걸을 칠 때 나에게 꾀하였으니 반드시 나를 도둑으로 여긴 것이요, 걸을 이기고 나에게 물려주니 반드시 나를 탐하는 이로 여긴 것이오.

나는 어지러운 세상에 났는데 도 없는 사람이 두 번이나 와서 그 욕된 행실로 나를 더럽히니, 나는 차마 자주 듣지 못하겠소."

이에 스스로 주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53아는 이가 꾀하고 굳센 이가 이루고 어진 이가 앉는 것이 옛 길이오

湯又讓務光,曰:「知者謀之,武者遂之,仁者居之,古之道也。吾子胡不立乎?」

탕이 또 무광에게 물려주려 하며 말하였다. "아는 이가 꾀하고 굳센 이가 이루고 어진 이가 앉는 것이 옛 길이오. 그대는 어찌 서지 않으시오."

54그 옳음이 아니면 그 녹을 받지 않는다

務光辭曰:「廢上,非義也;殺民,非仁也;人犯其難,我享其利,非廉也。吾聞之曰,非其義者,不受其祿,无道之世,不踐其土。況尊我乎!吾不忍久見也。」乃負石而自沈於廬水。

무광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윗사람을 폐하는 것은 옳음이 아니요, 백성을 죽이는 것은 어짊이 아니며, 남이 그 어려움을 무릅썼는데 내가 그 이로움을 누리는 것은 깨끗함이 아니오.

내가 들으니 '그 옳음이 아니면 그 녹을 받지 않고, 도 없는 세상에서는 그 땅을 밟지 않는다' 하였소. 하물며 나를 높이는 것이겠소. 나는 차마 오래 보지 못하겠소."

이에 돌을 지고 스스로 여수에 잠겼다.

55백이와 숙제가 서쪽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다

昔周之興,有士二人處於孤竹,曰伯夷叔齊。二人相謂曰:「吾聞西方有人,似有道者,試往觀焉。」至於岐陽,武王聞之,使叔旦往見之,與盟曰:「加富二等,就官一列。」血牲而埋之。

옛날 주나라가 일어날 때 고죽에 두 선비가 있었으니 백이와 숙제라 하였다. 두 사람이 서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서쪽에 어떤 사람이 있어 도 있는 이 같다 하니, 한번 가서 보자."

기산 남녘에 이르니 무왕이 이를 듣고 아우 단을 보내 만나게 하고, 함께 맹세하여 말하기를 "넉넉함을 두 등급 더하고 벼슬 한 줄에 앉히겠다" 하고, 희생의 피를 바르고 이를 묻었다.

56이는 내가 이르는 도가 아니다

二人相視而笑,曰:「嘻,異哉!此非吾所謂道也。昔者神農之有天下也,時祀盡敬而不祈喜;其於人也,忠信盡治而无求焉。樂與政為政,樂與治為治,不以人之壞自成也,不以人之卑自高也,不以遭時自利也。今周見殷之亂而遽為政,上謀而下行貨,阻兵而保威,割牲而盟以為信,揚行以說衆,殺伐以要利,是推亂以易暴也。吾聞古之士,遭治世不避其任,遇亂世不為苟存。今天下闇,殷德衰,其並乎周以塗吾身也,不如避之以絜吾行。」二子北至於首陽之山,遂餓而死焉。若伯夷叔齊者,其於富貴也,苟可得已,則必不賴。高節戾行,獨樂其志,不事於世。此二士之節也。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웃으며 말하였다. "아, 이상하구나. 이는 내가 이르는 도가 아니다.

옛날 신농씨가 천하를 가졌을 때 철마다 제사에 공경을 다하되 복을 빌지 않았고, 사람에 대하여는 참됨과 미쁨으로 다스림을 다하되 구하는 바가 없었다. 정사를 함께함을 즐겨 정사를 하고 다스림을 함께함을 즐겨 다스렸으며, 남의 무너짐으로 저를 이루지 않았고 남의 낮음으로 저를 높이지 않았으며 때를 만난 것으로 저를 이롭게 하지 않았다.

이제 주나라가 은나라의 어지러움을 보고 갑자기 정사를 하니, 위에서는 꾀하고 아래에서는 재물을 쓰며, 군사를 믿고 위엄을 지키며, 희생을 갈라 맹세하여 미쁨을 삼고, 행실을 드날려 뭇사람을 기쁘게 하며, 죽이고 쳐서 이로움을 구한다. 이는 어지러움을 밀어내고 사나움과 바꾸는 것이다.

내가 들으니 옛 선비는 다스려진 세상을 만나면 그 맡음을 피하지 않고,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면 구차히 살아남으려 하지 않았다 하였다. 이제 천하가 어둡고 은나라의 덕이 쇠하였으니, 주나라와 나란히 하여 내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이를 피하여 내 행실을 깨끗이 하는 편이 낫다."

두 사람이 북쪽으로 수양산에 이르러 마침내 굶어 죽었다.

백이와 숙제 같은 이는 부귀에 대하여 진실로 얻을 수 있더라도 반드시 기대지 않았을 것이다. 높은 절개와 남다른 행실로 홀로 그 뜻을 즐기고 세상에 일삼지 않았으니, 이것이 두 선비의 절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