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장자 › 잡편

설검莊子 雜篇 說劍

장자 莊子 · 장주(莊周)와 뒷사람들 · 전국시대(기원전 4~3세기) · 서진 곽상 33편본 · 단락 29 · 한자 972자 · 낭독 3.9분

「장자」 잡편 「설검」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북녘 검은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을 곤이라 한다」 — 이 한 줄로 시작해, 등이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는 새가 남녘 바다로 날아가는 데서 책이 열린다. 나비 꿈을 꾸고 깨어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가」 묻고, 소 잡는 백정이 열아홉 해 동안 칼을 갈지 않고, 아내가 죽자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한다. 달팽이 뿔 위에서 나라끼리 싸워 주검 수만이 넘어졌다는 이야기로 전쟁을 그치게 하고, 혜자의 무덤을 지나며 「나는 더불어 말할 이가 없다」 한다. 도덕경과 나란히 두면 같은 자리를 아주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린다.

1조나라 문왕이 칼을 좋아하다

昔趙文王喜劍,劍士夾門而客三千餘人,日夜相擊於前,死傷者歲百餘人,好之不厭。如是三年,國衰,諸侯謀之。

옛날 조나라 문왕이 칼을 좋아하여, 칼 쓰는 이들이 문을 끼고 손으로 있는 것이 삼천 남짓이었다. 밤낮으로 앞에서 서로 치니 죽고 다치는 이가 해마다 백 남짓이었는데도 좋아하기를 싫증 내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세 해가 되자 나라가 쇠하고 제후들이 이를 노렸다.

2태자 회가 이를 근심하다

太子悝患之,募左右曰:「孰能說王之意止劍士者,賜之千金。」左右曰:「莊子當能。」

태자 회가 이를 근심하여 곁의 사람들에게 널리 물었다. "누가 임금의 뜻을 달래어 칼 쓰는 이들을 그치게 할 수 있겠는가. 그에게 천금을 주겠다." 곁의 사람들이 말하였다. "장자가 마땅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태자께서 무엇으로 저를 가르치시려 천금을 주십니까

太子乃使人以千金奉莊子。莊子弗受,與使者俱,往見太子曰:「太子何以教周,賜周千金?」

태자가 이에 사람을 시켜 천금을 장자에게 바쳤다. 장자가 받지 않고 심부름꾼과 함께 가서 태자를 뵙고 말하였다. "태자께서 무엇으로 저를 가르치시려 저에게 천금을 주십니까."

4선생이 받지 않으시니 제가 무슨 말을 감히 하겠습니까

太子曰:「聞夫子明聖,謹奉千金以幣從者。夫子弗受,悝尚何敢言!」

태자가 말하였다. "선생이 밝고 거룩하다는 말을 듣고 삼가 천금을 따르는 이들에게 폐백으로 드린 것입니다. 선생이 받지 않으시니 제가 무슨 말을 감히 하겠습니까."

5위로 대왕을 달래고 아래로 태자께 맞으면

莊子曰:「聞太子所欲用周者,欲絕王之喜好也。使臣上說大王而逆王意,下不當太子,則身刑而死,周尚安所事金乎?使臣上說大王,下當太子,趙國何求而不得也!」

장자가 말하였다. "태자께서 저를 쓰려 하시는 것은 임금의 좋아하는 바를 끊으려 하심이라 들었습니다.

만일 신이 위로 대왕을 달래다가 임금의 뜻을 거스르고 아래로 태자께 맞지 않으면, 몸이 벌을 받아 죽을 것이니 제가 어찌 금을 쓰겠습니까. 만일 신이 위로 대왕을 달래고 아래로 태자께 맞는다면, 조나라에서 무엇을 구한들 얻지 못하겠습니까."

6우리 임금이 만나는 이는 오직 칼 쓰는 이뿐이오

太子曰:「然。吾王所見,唯劍士也。」

태자가 말하였다. "그렇소. 우리 임금이 만나는 이는 오직 칼 쓰는 이뿐이오."

7저는 칼을 잘 씁니다

莊子曰:「諾。周善為劍。」

장자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저는 칼을 잘 씁니다."

8선생이 유생의 옷으로 임금을 뵈면 일이 크게 어그러질 것이오

太子曰:「然吾王所見劍士,皆蓬頭突鬢垂冠,曼胡之纓,短後之衣,瞋目而語難,王乃說之。今夫子必儒服而見王,事必大逆。」

태자가 말하였다. "그러나 우리 임금이 만나는 칼 쓰는 이는 다 머리를 헝클고 살쩍을 불쑥 내밀고 관을 낮게 늘어뜨리며, 거친 갓끈에 뒤가 짧은 옷을 입고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으니, 임금이 이를 기뻐하오. 이제 선생이 굳이 유생의 옷으로 임금을 뵈면 일이 반드시 크게 어그러질 것이오."

9칼 쓰는 옷을 마련하기를 청합니다

莊子曰:「請治劍服。」治劍服三日,乃見太子。太子乃與見王,王脫白刃待之。莊子入殿門不趨,見王不拜。王曰:「子欲何以教寡人,使太子先?」

장자가 말하였다. "칼 쓰는 옷을 마련하기를 청합니다."

사흘 동안 칼 쓰는 옷을 마련하고 나서 태자를 뵈니, 태자가 이에 함께 임금을 뵈었다. 임금이 흰 칼날을 뽑아 놓고 그를 기다렸다.

장자가 대궐 문에 들어서며 종종걸음을 하지 않고 임금을 보고도 절하지 않았다. 임금이 말하였다. "그대가 무엇으로 과인을 가르치려고 태자를 앞세웠는가."

10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기에 칼로 뵈러 왔습니다

曰:「臣聞大王喜劍,故以劍見王。」

말하였다. "신은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으므로 칼로 임금을 뵈러 왔습니다."

11그대의 칼은 무엇을 막을 수 있는가

王曰:「子之劍何能禁制?」

임금이 말하였다. "그대의 칼은 무엇을 막을 수 있는가."

12열 걸음에 한 사람씩 천 리를 가도 멈추지 않습니다

曰:「臣之劍十步一人,千里不留行。」

말하였다. "신의 칼은 열 걸음에 한 사람씩 베며 천 리를 가도 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13천하에 맞설 이가 없겠구나

王大悅之,曰:「天下无敵矣!」

임금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천하에 맞설 이가 없겠구나."

14뒤에 내지르되 먼저 이릅니다

莊子曰:「夫為劍者,示之以虛,開之以利,後之以發,先之以至。願得試之。」

장자가 말하였다. "무릇 칼을 쓰는 이는 빔을 보이고 이로움으로 열어 주며, 뒤에 내지르되 먼저 이릅니다. 한번 이를 겨루어 보기를 바랍니다."

15선생은 여관에서 쉬며 분부를 기다리시오

王曰:「夫子休就舍,待命令設戲請夫子。」

임금이 말하였다. "선생은 여관에서 쉬면서 분부를 기다리시오. 겨룸을 마련하고 선생을 청하겠소."

16이레 동안 칼 쓰는 이를 겨루게 하다

王乃校劍士七日,死傷者六十餘人,得五六人,使奉劍於殿下,乃召莊子。王曰:「今日試使士敦劍。」

임금이 이에 이레 동안 칼 쓰는 이들을 겨루게 하니 죽고 다친 이가 예순 남짓이었다. 대여섯 사람을 얻어 대궐 아래에서 칼을 받들게 하고 이에 장자를 불렀다. 임금이 말하였다. "오늘 선비들에게 칼을 겨루게 해 보겠소."

17바란 지 오래입니다

莊子曰:「望之久矣。」

장자가 말하였다. "바란 지 오래입니다."

18선생이 쓰실 칼은 길이가 어떠하오

王曰:「夫子所御杖,長短何如?」

임금이 말하였다. "선생이 쓰실 칼은 길고 짧음이 어떠하오."

19신에게 세 자루 칼이 있습니다

曰:「臣之所奉皆可。然臣有三劍,唯王所用,請先言而後試。」

말하였다. "신이 받드는 것은 다 좋습니다. 그러나 신에게 세 자루 칼이 있어 오직 임금께서 쓰시는 바에 따르니, 먼저 말씀드리고 뒤에 겨루기를 청합니다."

20세 자루 칼을 듣기 바라오

王曰:「願聞三劍。」

임금이 말하였다. "세 자루 칼을 듣기 바라오."

21천자의 칼, 제후의 칼, 여느 사람의 칼

曰:「有天子劍,有諸侯劍,有庶人劍。」

말하였다. "천자의 칼이 있고 제후의 칼이 있고 여느 사람의 칼이 있습니다."

22천자의 칼은 어떠하오

王曰:「天子之劍何如?」

임금이 말하였다. "천자의 칼은 어떠하오."

23천자의 칼 — 연계와 석성을 칼끝으로 삼는다

曰:「天子之劍,以燕谿石城為鋒,齊岱為鍔,晉衞為脊,周宋為鐔,韓魏為夾;包以四夷,裹以四時;繞以渤海,帶以常山;制以五行,論以刑德;開以陰陽,持以春夏,行以秋冬。此劍,直之无前,舉之无上,案之无下,運之无旁,上決浮云,下絕地紀。此劍一用,匡諸侯,天下服矣。此天子之劍也。」

말하였다. "천자의 칼은 연계와 석성을 칼끝으로 삼고, 제나라와 대산을 칼날로 삼고, 진나라와 위(衛)나라를 등마루로 삼고, 주나라와 송나라를 칼코등이로 삼고, 한나라와 위(魏)나라를 칼자루로 삼습니다.

사방 오랑캐로 싸고 네 철로 두르며, 발해로 둘러치고 상산으로 띠를 삼습니다. 오행으로 마름하고 벌과 덕으로 따지며, 음과 양으로 열고 봄과 여름으로 잡고 가을과 겨울로 행합니다.

이 칼은 곧게 내밀면 앞이 없고 들어 올리면 위가 없으며 눌러 내리면 아래가 없고 휘두르면 곁이 없습니다. 위로는 뜬구름을 가르고 아래로는 땅의 벼리를 끊습니다.

이 칼을 한번 쓰면 제후를 바로잡고 천하가 따릅니다. 이것이 천자의 칼입니다."

24제후의 칼은 어떠하오

文王芒然自失,曰:「諸侯之劍何如?」

문왕이 아득히 저를 잃고 말하였다. "제후의 칼은 어떠하오."

25제후의 칼 — 앎과 날램이 있는 선비를 칼끝으로 삼는다

曰:「諸侯之劍,以知勇士為鋒,以清廉士為鍔,以賢良士為脊,以忠聖士為鐔,以豪桀士為夾。此劍,直之亦无前,舉之亦无上,案之亦无下,運之亦无旁;上法圓天以順三光,下法方地以順四時,中和民意,以安四鄉。此劍一用,如雷霆之震也,四封之內,無不賓服而聽從君命者矣。此諸侯之劍也。」

말하였다. "제후의 칼은 앎과 날램이 있는 선비를 칼끝으로 삼고, 맑고 깨끗한 선비를 칼날로 삼고, 어질고 좋은 선비를 등마루로 삼고, 참되고 거룩한 선비를 칼코등이로 삼고, 뛰어난 선비를 칼자루로 삼습니다.

이 칼도 곧게 내밀면 앞이 없고 들어 올리면 위가 없으며 눌러 내리면 아래가 없고 휘두르면 곁이 없습니다. 위로는 둥근 하늘을 본받아 해와 달과 별을 따르고, 아래로는 모난 땅을 본받아 네 철을 따르며, 가운데로는 백성의 뜻을 어울려 사방 마을을 편안히 합니다.

이 칼을 한번 쓰면 우레와 벼락이 울리는 듯하여, 사방 지경 안에 따르지 않고 임금의 분부를 좇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후의 칼입니다."

26여느 사람의 칼은 어떠하오

王曰:「庶人之劍何如?」

임금이 말하였다. "여느 사람의 칼은 어떠하오."

27여느 사람의 칼 — 닭싸움과 다를 것이 없다

曰:「庶人之劍,蓬頭突鬢垂冠,曼胡之纓,短後之衣,瞋目而語難。相擊於前,上斬頸領,下決肝肺。此庶人之劍,无異於鬬雞,一旦命已絕矣,无所用於國事。今大王有天子之位而好庶人之劍,臣竊為大王薄之。」

말하였다. "여느 사람의 칼은 머리를 헝클고 살쩍을 불쑥 내밀고 관을 낮게 늘어뜨리며, 거친 갓끈에 뒤가 짧은 옷을 입고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더듬습니다. 앞에서 서로 쳐서 위로는 목을 베고 아래로는 간과 허파를 가릅니다.

이 여느 사람의 칼은 닭싸움과 다를 것이 없어 하루아침에 목숨이 끊어지니 나랏일에 쓸 데가 없습니다. 이제 대왕께서 천자의 자리에 계시면서 여느 사람의 칼을 좋아하시니, 신이 남몰래 대왕을 위해 이를 하찮게 여깁니다."

28대왕께서는 편히 앉아 기운을 가라앉히십시오

王乃牽而上殿。宰人上食,王三環之。莊子曰:「大王安坐定氣,劍事已畢奏矣。」

임금이 이에 그를 이끌고 대궐에 올랐다. 요리하는 이가 밥을 올리는데 임금이 세 번 자리를 돌았다. 장자가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편히 앉아 기운을 가라앉히십시오. 칼 이야기는 이미 다 아뢰었습니다."

29문왕이 석 달 동안 궁을 나오지 않았다

於是文王不出宮三月,劍士皆服斃其處也。

이에 문왕이 석 달 동안 궁을 나오지 않으니, 칼 쓰는 이들이 다 제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