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醉遊浮碧亭記

금오신화 金鰲新話 · 김시습(金時習) · 1465~1470년 무렵 · 단락 25 · 한자 2,926자 · 낭독 11.7분

「금오신화」 취유부벽정기 「醉遊浮碧亭記」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한문 소설이고, 이 서가에 드는 첫 조선 책이다. 김시습이 세상을 등지고 경주 금오산에 숨어 살며 지었다. 다섯 편이 다 산 사람과 죽은 이, 이승과 저승이 만나는 이야기다 — 부처와 저포를 던져 아내를 얻었더니 왜구에게 죽은 넋이었고(만복사 저포기), 담을 넘어 맺은 인연이 홍건적에게 끊겼다가 넋으로 돌아오며(이생규장전), 부벽루에서 만난 여인은 기자의 딸이라 하며 위만에게 나라를 잃은 일을 말한다(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는 유학자가 염라왕과 마주 앉아 귀신과 윤회를 두고 따지고, 용궁부연록은 용왕의 잔치에 불려가 상량문을 짓는다. 다섯 편의 주인공이 하나같이 벼슬길이 막힌 선비이고, 그들을 알아주는 이는 저승에만 있다.

平壤,古朝鮮國也。周武王克商,訪箕子,陣洪範九疇之法,武王封于此地,而不臣也。其勝地,則錦繡山,鳳凰臺,綾羅島,麒麟窟,朝天石,楸南墟,皆古跡,而永明寺浮碧亭,其一也。永明寺,卽東明王九梯宮也。在郭外東北卄里,俯瞰長江,遠矚平原,一望無際,眞勝境也。畵舸商舶,晩泊于大同門外之柳磯,留則必泝流而上,縱觀于此,極歡而旋。亭之南,有鍊石層梯,左曰靑雲梯,右曰白雲梯,刻之于石,立華柱,以爲好事者玩。

평양은 옛 조선의 나라다.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를 이기고 기자(箕子)를 찾아뵈니 기자가 「홍범구주(洪範九疇)」의 법을 폈다. 무왕이 이 땅에 봉하고 신하로 삼지 않았다.

그 빼어난 곳은 금수산·봉황대·능라도·기린굴·조천석·추남허이니 다 옛 자취요, 영명사의 부벽정도 그 하나다.

영명사는 곧 동명왕의 구제궁(九梯宮)이다. 성 밖 동북쪽 이십 리에 있어 긴 강을 굽어보고 멀리 벌판을 바라보매 한눈에 끝이 없으니 참으로 빼어난 지경이다.

그림 그린 배와 장삿배가 저물녘 대동문 밖 버들 물가에 대는데, 머무는 이는 반드시 물을 거슬러 올라 여기서 마음껏 보고 즐거움을 다한 뒤에 돌아간다.

정자의 남쪽에 돌을 다듬어 만든 층계가 있는데, 왼쪽은 청운제(靑雲梯)요 오른쪽은 백운제(白雲梯)라 하여 돌에 새기고 화주(華柱)를 세워 일 좋아하는 이들이 보게 하였다.

天順初,松京有富室洪生,年少美姿容,有風度,又善屬文。値中秋望,與同伴,抱布貿絲于箕城,泊舟艤岸。城中名娼,皆出闉闍,而目成焉。城中有故友李生,設宴以慰生,酣醉回舟,夜凉無寐,忽憶張繼楓橋夜泊之詩,不勝淸興,乘小艇,載月打槳而上,期興盡而返,至則浮碧亭下也。繫纜蘆叢,躡梯而登,憑軒一望,朗吟淸嘯,時月色如海,波光如練,雁呌汀沙,鶴驚松露,凜然如登淸虛紫府也。顧視故都,烟籠粉堞,浪打孤城,有麥秀殷墟之歎,乃作詩六首曰:

천순(天順) 초에 송경에 부잣집 홍생(洪生)이 있었다. 나이 젊고 얼굴이 아름다우며 풍도가 있고 또 글을 잘 지었다.

한가위 보름을 맞아 짝들과 더불어 베를 안고 기성(箕城)에 실을 사러 가서 배를 대고 언덕에 매었다. 성안의 이름난 기생들이 다 성문 밖에 나와 눈으로 정을 통하였다.

성안에 옛 벗 이생이 있어 잔치를 베풀어 홍생을 위로하였다. 흠뻑 취하여 배로 돌아왔는데 밤이 서늘하여 잠이 오지 않았다. 홀연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 시가 생각나 맑은 흥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배를 타고 달을 싣고 노를 저어 올라가 흥이 다하면 돌아오려 하였다. 이르고 보니 부벽정 아래였다.

갈대 떨기에 닻줄을 매고 층계를 밟아 올라 난간에 기대어 한 번 바라보며 낭랑히 읊고 맑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때 달빛이 바다 같고 물결 빛이 흰 비단 같으며, 기러기가 물가 모래에서 울고 학이 솔 이슬에 놀라니, 서늘하여 맑고 빈 자줏빛 신선 마을에 오른 듯하였다.

옛 도읍을 돌아보니 연기가 흰 성가퀴를 감싸고 물결이 외로운 성을 치니, 「보리 이삭이 은나라 옛터에 자란다」는 탄식이 있었다. 이에 시 여섯 수를 지었다.

不堪吟上浿江亭,嗚咽江流腸斷聲。故國已銷龍虎氣,荒城猶帶鳳凰形。汀沙月白迷歸雁,庭草烟收點露螢。風景蕭條人事換,寒山寺裏聽鐘鳴。

견디지 못하고 패강(浿江) 정자에 올라 읊으니 목메어 흐르는 강물이 애 끊는 소리로다. 옛 나라는 이미 용과 범의 기운이 스러졌고 거친 성은 아직 봉황의 모습을 띠었네. 물가 모래에 달이 희어 돌아가는 기러기가 길을 잃고 뜰 풀에 연기가 걷혀 이슬 반딧불이 점점이 도네. 풍경은 쓸쓸하고 사람의 일은 바뀌었는데 한산사(寒山寺) 안에서 종소리를 듣네.

帝宮秋草冷凄凄,回磴雲遮徑轉迷。妓館故基荒薺合,女墻殘月夜烏啼。風流勝事成塵土,寂寞空城蔓蒺藜。唯有江波依舊咽,滔滔流向海門西。

임금의 궁궐에 가을 풀이 차고 쓸쓸한데 돌아드는 돌층계를 구름이 가려 길이 더욱 아득하네. 기생집 옛터에는 거친 냉이가 우거지고 성가퀴에 남은 달에 밤 까마귀가 우네. 풍류롭던 좋은 일은 티끌과 흙이 되었고 쓸쓸한 빈 성에는 남가새가 덩굴졌네. 오직 강 물결만이 예같이 목메어 도도히 흘러 바다 문 서쪽으로 향하네.

浿江之水碧於藍,千古興亡恨不堪。金井水枯垂薜荔,石壇苔蝕擁檉楠。異鄕風月詩千首,故國情懷酒半酣。月白依軒眠不得,夜深香桂落毿毿。

패강의 물이 쪽빛보다 푸른데 천고의 흥하고 망함을 한하여 견디지 못하네. 금 우물은 물이 말라 담쟁이가 드리웠고 돌 제단은 이끼가 먹어 위성류와 녹나무가 안았네. 다른 고을의 바람과 달에 시가 천 수요 옛 나라의 정회에 술이 반쯤 무르익었네. 달이 희어 난간에 기대어 잠들지 못하니 밤 깊어 향기로운 계수가 하늘하늘 지네.

中秋月色正嬋娟,一望孤城一悵然。箕子廟庭喬木老,檀君祠壁女蘿緣。英雄寂寞今何在,草樹依稀問幾年。唯有昔時端正月,淸光流彩照衣邊。

한가위 달빛이 참으로 고운데 외로운 성을 한 번 바라보니 한결 서글프네. 기자 사당 뜰에는 높은 나무가 늙었고 단군 사당 벽에는 새삼덩굴이 얽혔네. 영웅은 쓸쓸히 이제 어디 있는가 풀과 나무는 어렴풋한데 몇 해나 되었는가 묻네. 오직 옛날의 그 단정한 달만이 맑은 빛을 흘려 옷자락을 비추네.

月出東山烏鵲飛,夜深寒露襲人衣。千年文物衣冠盡,萬古山河城郭非。聖帝朝天今不返,閑談落世竟誰依。金轝麟馬無行迹,輦路草荒僧獨歸。

달이 동산에 오르니 까막까치가 날고 밤이 깊어 찬 이슬이 사람의 옷에 스미네. 천 년의 문물과 의관이 다하였고 만고의 산과 강에 성곽이 그 옛것이 아니네. 거룩한 임금이 하늘에 조회하러 가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 한가한 이야기가 세상에 떨어진들 마침내 누구에게 기대랴. 금 수레와 기린 말은 자취가 없고 어가 다니던 길에 풀이 거칠어 중만이 홀로 돌아가네.

庭草秋寒玉露凋,靑雲橋對白雲橋。隋家士卒隨鳴瀨,帝子精靈化怨蜩。馳道烟埋香輦絶,行宮松偃暮鐘搖。登高作賦誰同賞,月白風淸興未消。

뜰 풀이 가을 추위에 옥 이슬로 시들고 청운교가 백운교를 마주하였네. 수나라 군사는 우는 여울을 따라갔고 임금 아들의 넋은 원망하는 매미가 되었네. 치도(馳道)에 연기가 묻혀 향기로운 어가가 끊기고 행궁의 솔이 누워 저녁 종이 흔들리네. 높은 데 올라 부를 지은들 누구와 함께 감상하랴 달이 희고 바람이 맑아 흥이 스러지지 않네.

生吟罷,撫掌起舞踟躕。每吟一句,歔欷數聲,雖無扣舷吹簫,唱和之樂,中情感慨,足以舞幽壑之潛蛟,泣孤舟之嫠婦也。

홍생이 읊기를 마치고 손뼉을 치며 일어나 춤추며 서성였다. 한 구를 읊을 때마다 몇 소리 흐느꼈다. 비록 뱃전을 두드리고 퉁소를 불며 주고받는 즐거움은 없었으나, 속마음의 느꺼움이 그윽한 골짜기의 잠긴 교룡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의 홀어미를 울릴 만하였다.

吟盡欲返,夜已三更矣。忽有跫音,自西而至者。生意謂寺僧聞聲,驚訝而來。坐以待之,見則一美娥也。丫鬟隨侍左右,一執玉柄拂,一執輕羅扇,威儀整齊,狀如貴家處子。生下階,而避之于墻隙,以觀其所爲。娥倚于南軒,看月微吟,風流態度,儼然有序。侍兒捧雲錦茵席以進,改容就坐,琅然言曰:「此間有哦詩者,今在何處?我非花月之妖,步蓮之姝,幸値今夕,長空萬里,天闊雲收,冰輪飛而銀河淡,桂子落而瓊樓寒,一觴一脉,暢敍幽情,如此良夜何?」

다 읊고 돌아가려 하니 밤이 이미 삼경이었다.

홀연 발소리가 서쪽에서 오는 것이 있었다. 홍생은 절의 중이 소리를 듣고 놀라 오는 것이려니 여겨 앉아서 기다렸다. 보니 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쪽 진 계집아이 둘이 좌우에 따라 모시는데 하나는 옥 자루 총채를 들고 하나는 가벼운 비단부채를 들었다. 위의가 가지런하여 모습이 귀한 집 처녀 같았다.

홍생이 섬돌을 내려가 담 틈에 피하여 그 하는 양을 보았다.

여인이 남쪽 난간에 기대어 달을 보며 가만히 읊는데 풍류로운 몸가짐이 엄연히 차례가 있었다. 시중드는 아이가 구름 비단 자리를 받들어 올리니, 낯빛을 고치고 자리에 나아가 낭랑히 말하였다.

「여기서 시를 읊던 이가 있었는데 이제 어디 계십니까. 저는 꽃과 달의 요괴도 아니요 연꽃을 밟는 여인도 아닙니다. 다행히 오늘 저녁을 만나니 긴 하늘이 만 리요 하늘이 트이고 구름이 걷혔으며, 얼음 바퀴가 날고 은하수가 맑으며 계수 열매가 지고 옥 누각이 차갑습니다. 한 잔 술과 한 줄기 정으로 그윽한 정회를 시원히 펴려는데 이 좋은 밤을 어이하겠습니까.」

生一恐一喜,踟躕不已,作小謦咳聲。侍兒尋聲而來,請曰:「主母奉邀。」生踧踖而進,且拜且跪。娥亦不之甚敬,但曰:「子亦登此。」侍兒以短屛乍掩,只半面相看,從容言曰:「子之所吟者,何語也?爲我陳之。」生一一以誦。娥笑曰:「子亦可與言詩者也。」卽命侍兒,進酒一行,殽饌不似人間,試啖堅硬莫吃,酒又苦不能啜。娥莞爾曰:「俗士,那知白玉醴紅虯脯乎?」命侍兒曰:「汝速去神護寺,乞僧飯小許來。」兒承命而往,須臾得來,卽飯也。又無下飯,又命侍兒曰:「汝去酒巖,乞饌來。」須臾,得鯉炙而來。生啗之。啗訖,娥已依生詩,以和其意,寫於桂箋,使侍兒,投于生前。其詩曰:

홍생이 한편 두렵고 한편 기뻐 서성이기를 그치지 못하다가 작게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시중드는 아이가 소리를 찾아와 청하였다. 「주인 아씨께서 받들어 모시라 하십니다.」

홍생이 조심스레 나아가 절하고 꿇어앉았다. 여인도 또한 그리 공경하지 않고 다만 말하였다. 「그대도 여기 오르시지요.」

시중드는 아이가 짧은 병풍으로 잠깐 가려 다만 반쪽 얼굴만 서로 보게 하였다. 여인이 조용히 말하였다. 「그대가 읊은 것은 무슨 말입니까. 나를 위해 펴 보십시오.」

홍생이 하나하나 외웠다. 여인이 웃으며 말하였다. 「그대도 또한 더불어 시를 말할 만한 이입니다.」

곧 시중드는 아이에게 명하여 술 한 순배를 올리게 하였다. 안주가 사람 세상의 것 같지 않아 맛보니 굳고 단단하여 먹을 수 없었고 술 또한 써서 마실 수 없었다.

여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다. 「속된 선비가 어찌 백옥의 단술과 붉은 규룡의 포를 알겠습니까.」

시중드는 아이에게 명하였다. 「너는 빨리 신호사에 가서 중의 밥을 조금 얻어 오너라.」

아이가 명을 받아 갔다가 이윽고 얻어 오니 곧 밥이었다. 또 밥에 곁들일 것이 없어 다시 시중드는 아이에게 명하였다. 「너는 주암(酒巖)에 가서 반찬을 얻어 오너라.」

이윽고 잉어구이를 얻어 왔다. 홍생이 먹었다.

먹기를 마치자 여인은 이미 홍생의 시에 의지하여 그 뜻에 화답하여 계수 종이에 써서, 시중드는 아이를 시켜 홍생 앞에 던지게 하였다. 그 시에 이르기를,

東亭今夜月明多,淸話其如感慨何。樹色依稀靑蓋展,江流瀲瀲練裙拖。光陰忽盡若飛鳥,世事屢驚如逝波。此夕情懷誰了得,數聲鐘磬出烟蘿。

동쪽 정자에 오늘 밤 달이 밝은데 맑은 이야기에 느꺼움을 어이하랴. 나무 빛은 어렴풋이 푸른 일산을 편 듯하고 강물은 넘실넘실 흰 비단 치마를 끄는 듯하네. 세월은 홀연 다하여 나는 새 같고 세상일은 자주 놀라 흐르는 물결 같네. 이 저녁의 정회를 누가 알아주랴 몇 소리 종과 경쇠가 안개 낀 넝쿨에서 나오네.

故城南望浿江分,水碧沙明呌雁群。麟駕不來龍已去,鳳吹曾斷土爲墳。睛嵐欲雨詩圓就,野寺無人酒半醺。忍看銅駝沒荊棘,千年蹤跡化浮雲。

옛 성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패강이 갈리는데 물이 푸르고 모래가 밝아 기러기 떼가 우네. 기린 수레는 오지 않고 용은 이미 갔으며 봉황 피리는 일찍이 끊기고 흙이 무덤이 되었네. 갠 아지랑이가 비 되려 하니 시가 둥글게 이루어지고 들 절에 사람이 없어 술이 반쯤 취하네. 차마 보랴, 구리 낙타가 가시덤불에 묻힌 것을 천 년의 자취가 뜬구름이 되었네.

草根咽咽泣寒螿,一上高亭思渺茫。斷雨殘雲傷往事,落花流水感時光。波添秋氣潮聲壯,樓蘸江心月色凉。此是昔年文物地,荒城疎樹惱人腸。

풀뿌리에서 목메어 찬 쓰르라미가 울고 한 번 높은 정자에 오르니 생각이 아득하네. 끊긴 비와 남은 구름에 지난 일이 서럽고 지는 꽃 흐르는 물에 세월이 느껍네. 물결이 가을 기운을 더하여 조수 소리가 우렁차고 누각이 강 가운데 잠겨 달빛이 서늘하네. 여기가 그 옛날 문물의 땅이거늘 거친 성 성긴 나무가 사람의 애를 태우네.

錦繡山前錦繡堆,江楓掩映古城隈。丁東何處秋砧苦,欸乃一聲漁艇回。老樹倚巖緣薜荔,斷碑橫草惹莓苔。凭欄無語傷前事,月色波聲摠是哀。

금수산 앞에 비단 수가 쌓였고 강가 단풍이 옛 성 모퉁이를 가리고 비치네. 동동, 어디서 가을 다듬이가 괴로운가 어여차 한 소리에 고깃배가 돌아오네. 늙은 나무는 바위에 기대어 담쟁이를 얽었고 끊긴 비석은 풀에 누워 이끼를 끌었네. 난간에 기대어 말없이 지난 일을 서러워하니 달빛도 물결 소리도 모두 슬픔이로다.

幾介疎星點玉京,銀河淸淺月分明。方知好事皆虛事,難卜他生遇此生。醽醁一樽宜取醉,風塵三尺莫嬰情。英雄萬古成塵土,世上空餘身後名。

몇 낱 성긴 별이 옥경(玉京)에 점찍고 은하가 맑고 얕아 달이 분명하네. 비로소 알겠구나, 좋은 일이 다 헛된 일임을 다음 생에 이 생을 만나기를 점치기 어렵네. 영록(醽醁) 한 동이에 마땅히 취할 것이요 풍진의 석 자 칼에 정을 걸지 말라. 영웅도 만고에 티끌과 흙이 되었으니 세상에는 부질없이 죽은 뒤의 이름만 남았네.

夜何知其夜向闌,女墻殘月正團團。君今自是兩塵隔,遇我却賭千日歡。江上瓊樓人欲散,階前玉樹露初溥。欲知此後相逢處,桃熟蓬丘碧海乾。

밤이 어떠한가, 그 밤이 저물어 가는데 성가퀴에 남은 달이 참으로 둥그네. 그대는 이제 스스로 두 티끌로 갈렸으나 나를 만나 도리어 천 날의 즐거움을 걸었네. 강 위 옥 누각에 사람이 흩어지려 하고 섬돌 앞 옥 나무에 이슬이 처음 짙네. 이 뒤에 서로 만날 곳을 알고자 하는가 복숭아가 익고 봉래 언덕에 푸른 바다가 마르는 때라.

生得詩且喜,猶恐其返也,欲以談話留之。問曰:「不敢聞姓氏族譜。」娥噫而答曰:「弱質,殷王之裔,箕氏之女。我先祖,實封于此,禮樂典刑,悉遵湯訓,以八條敎民,文物鮮華,千有餘年。一旦天步艱難,灾患奄至,先考敗績匹夫之手,遂失宗社。衛瞞乘時,竊其寶位,而朝鮮之業墜矣。弱質顚蹶狼藉,欲守貞節,待死而已。忽有神人撫我曰:‘我亦此國之鼻祖也。享國之後,入于海島,爲仙不死者,已數千年,汝能隨我紫府玄都,逍遙娛樂乎?’余曰:‘諾。’遂提携引我,至于所居,作別館以待之,餌我以玄洲不死之藥。服之累月,忽覺身輕氣健,磔磔然,如有換骨焉。自是以後,逍遙九垓,儻佯六合,洞天福地,十洲三島,無不遊覽。一日,秋天晃朗,玉宇澄明,月色如水,仰視蟾桂,飄然有遐擧之志。遂登月窟,入廣寒淸虛之府,拜嫦娥於水晶宮裏。嫦娥以我貞靜能文,誘我曰:‘下土仙境,雖云福地,皆是風塵,豈如履靑冥驂白鸞,挹淸香於丹桂,服寒光於碧落,遨遊玉京,遊泳銀河之勝也?’卽命爲香案侍兒,周旋左右,其樂不勝可言。忽於今宵,作鄕井念,下顧蜉蝣,臨睨故鄕,物是人非,皓月掩烟塵之色,白露洗塊蘇之累,辭下淸宵,冉冉一降,拜于祖墓,又欲一玩江亭,以暢情懷。適逢文士,一喜一赧,輒依瓊琚之章,敢展駑鈍之筆,非敢能言,聊以敍情耳。」

홍생이 시를 얻고 또 기뻤으나 오히려 그가 돌아갈까 두려워 이야기로 붙들려 하였다. 물었다.

「감히 성씨와 족보를 여쭙지 못하겠습니다.」

여인이 탄식하며 답하였다.

「약한 몸은 은나라 임금의 후예요 기씨(箕氏)의 딸입니다. 우리 선조가 실로 이 땅에 봉해져 예와 악과 법과 형벌을 다 탕임금의 가르침을 따랐고, 여덟 조목으로 백성을 가르쳐 문물이 곱고 빛난 지 천여 해였습니다.

하루아침에 하늘의 걸음이 어려워지고 재앙과 근심이 문득 이르러, 돌아가신 아버님이 한 사내의 손에 패하시고 마침내 종묘사직을 잃었습니다. 위만(衛瞞)이 때를 타 그 보배로운 자리를 훔쳤으니 조선의 업이 떨어졌습니다.

약한 몸은 엎어지고 자빠져 어지러운 가운데 곧은 절개를 지키고 죽기를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홀연 신인이 있어 저를 어루만지며 말하였습니다.

『나도 또한 이 나라의 시조다. 나라를 누린 뒤에 바다 섬에 들어가 신선이 되어 죽지 않은 지 이미 수천 해다. 네가 나를 따라 자줏빛 마을 현도(玄都)에 가서 거닐며 즐길 수 있겠느냐.』

제가 말하였습니다. 『그러겠습니다.』

마침내 손을 잡고 이끌어 사는 곳에 이르러 별관을 지어 저를 맞고, 현주(玄洲)의 죽지 않는 약을 먹였습니다. 여러 달을 먹으니 홀연 몸이 가볍고 기운이 굳세어지는 것을 깨달았는데, 우두둑 소리와 함께 뼈가 바뀌는 듯하였습니다.

이로부터 아홉 하늘 끝을 거닐고 여섯 방위를 노닐며, 동천복지(洞天福地)와 열 섬 세 산을 두루 보지 않은 데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가을 하늘이 환하고 옥 같은 하늘이 맑아 달빛이 물 같기에 두꺼비와 계수를 우러러보니 표연히 멀리 오르고 싶은 뜻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달나라 굴에 올라 광한(廣寒) 청허(淸虛)의 궁에 들어 수정궁 안에서 항아(嫦娥)께 절하였습니다.

항아가 제가 곧고 고요하며 글을 잘한다 하여 저를 꾀며 말하였습니다.

『아래 땅의 신선 지경이 비록 복된 땅이라 하나 다 티끌이다. 어찌 푸른 하늘을 밟고 흰 난새를 타며, 붉은 계수에서 맑은 향을 뜨고 푸른 하늘에서 찬 빛을 입으며, 옥경(玉京)에 노닐고 은하에서 헤엄치는 빼어남만 하겠느냐.』

곧 향안(香案)의 시녀로 삼아 좌우를 돌게 하니 그 즐거움을 말로 다할 수 없었습니다.

홀연 오늘 밤에 고향 생각이 나서 아래로 하루살이 같은 세상을 굽어보고 옛 고향을 곁눈질하니, 물건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밝은 달이 연기와 티끌의 빛을 가리고 흰 이슬이 흙덩이의 더러움을 씻었기에, 맑은 밤에 하직하고 하늘하늘 한 번 내려와 조상의 무덤에 절하였습니다.

또 한 번 강 정자를 구경하여 정회를 펴려 하였는데, 마침 글하는 선비를 만나 한편 기쁘고 한편 부끄러웠습니다. 문득 아름다운 구슬 같은 글에 의지하여 감히 무딘 붓을 폈으니, 감히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애오라지 정을 편 것뿐입니다.」

生再拜稽首曰:「下土愚昧,甘與草木同腐,豈意與王孫天女,敢望唱和乎?」生卽於席前,一覽而記。又俯伏曰:「愚昧宿障深厚,不能大嚼仙羞,何幸粗知字畵,稍解雲謠,眞一奇也。四美難具,請復以江亭秋夜玩月爲題,押四十韻,敎我。」佳人頷之,濡筆一揮,雲煙相軋,走書卽賦曰:

홍생이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아래 땅의 어리석은 몸이 초목과 함께 썩기를 달게 여겼는데, 어찌 왕손이신 하늘의 여인과 감히 시를 주고받기를 바랐겠습니까.」

홍생이 곧 자리 앞에서 한 번 보고 외웠다. 또 엎드려 말하였다.

「어리석은 몸이 묵은 업장이 두터워 신선의 음식을 크게 씹지 못하나, 다행히 글자를 대강 알고 구름 같은 노래를 조금 이해하니 참으로 한 가지 기이한 일입니다. 네 가지 아름다움을 다 갖추기 어려우니, 청컨대 다시 「강 정자 가을밤에 달을 완상함」을 제목으로 삼아 마흔 운을 눌러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아름다운 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붓을 적셔 한 번 휘두르니 구름과 안개가 서로 밀리듯, 붓을 달려 곧 지었다.

月白江亭夜,長空玉露流。淸光蘸河漢,灝氣被梧楸。皎潔三千界,嬋娟十二樓。纖雲無半點,輕颯拭雙眸。瀲灩隨流水,依稀送去舟。能窺蓬戶隙,偏映荻花洲。似聽霓裳奏,如看玉斧修。蚌珠胚貝闕,犀暈倒閻浮。願與知微翫,常從公遠遊。芒寒驚魏鵲,影射喘吳牛。隱隱靑山郭,團團碧海陬。共君開鑰匙,乘興上簾鉤。李子停盃日,吳生斫桂秋。素屛光粲爛,紈幄細雕鎪。寶鏡磨初掛,永輪駕不留。金波何穆穆,銀漏正悠悠。拔劍妖蟆斫,張羅▩兎罦。天衢新雨霽,石逕淡煙收。檻壓千章木,階臨萬丈湫。關河誰失路,鄕國幸逢儔。桃李相投報,罍觴可獻酬。好詩爭刻燭,美酒剩添籌。爐爆烏銀片,鐺翻蟹眼漚。龍涎飛睡鴨,瓊液滿癭甌。鳴鶴孤松驚,啼螿四壁愁。胡床殷瘦話,晉渚謝遠遊。彷彿荒城在,簫森草樹稠。靑楓搖湛湛,黃葦冷颼颼。仙鏡乾坤闊,塵閒甲子遒。故宮禾黍穗,野廟梓桑樛。芳臭遺殘碣,興亡問泛鷗。纖阿常仄滿,累塊幾蜉蝣。行殿爲僧舍,前王葬虎丘。螢燐隔幔小,鬼火傍林幽。弔古多垂淚,傷今自買憂。檀君餘木覓,箕邑只溝婁。窟有麒麟跡,原逢肅愼鍭。蘭香還紫府,織女駕蒼虯。文士停花筆,仙娥罷坎堠。曲終人欲散,風靜櫓聲柔。

달 밝은 강 정자의 밤 긴 하늘에 옥 이슬이 흐르네. 맑은 빛이 은하에 잠기고 넓은 기운이 오동과 가래를 덮네. 희고 깨끗함이 삼천 세계요 곱디고움이 열두 누각이라. 가는 구름 반 점도 없고 가벼운 바람이 두 눈을 닦네. 넘실넘실 흐르는 물을 따르고 어렴풋이 가는 배를 보내네. 쑥대 사립의 틈을 능히 엿보고 갈꽃 핀 물가를 치우쳐 비추네. 예상(霓裳) 가락을 듣는 듯하고 옥도끼로 다듬는 것을 보는 듯하네. 조개 구슬이 소라 궁궐에 배고 무소뿔 무리가 염부(閻浮)에 거꾸로 비치네. 바라건대 지미(知微)와 함께 완상하고 늘 나공원(羅公遠)을 좇아 노닐고 싶네. 차가운 빛에 위나라 까치가 놀라고 그림자가 쏘아 오나라 소가 헐떡이네. 은은한 푸른 산의 성곽이요 둥그런 푸른 바다의 모퉁이로다. 그대와 함께 자물쇠를 열고 흥을 타 발 갈고리에 오르네. 이백이 잔을 멈추던 날이요 오강(吳剛)이 계수를 찍던 가을이라. 흰 병풍은 빛이 찬란하고 비단 장막은 가늘게 아로새겼네. 보배 거울을 갈아 처음 걸었으니 길이 구르는 바퀴가 멈추지 않네. 금 물결은 어찌 그리 화목하며 은 물시계는 참으로 유유하네. 칼을 뽑아 요망한 두꺼비를 찍고 그물을 펴 □ 토끼를 덮네. 하늘 거리에 새 비가 개고 돌길에 옅은 연기가 걷히네. 난간은 천 그루 나무를 누르고 섬돌은 만 길 못에 임하였네. 관하(關河)에서 누가 길을 잃었던가 고향 나라에서 다행히 짝을 만났네. 복사와 오얏을 서로 던져 갚고 술동이와 잔을 서로 권하네. 좋은 시로 다투어 초에 금을 긋고 아름다운 술에 넉넉히 산가지를 더하네. 화로에 검은 은 조각이 타고 솥에 게 눈 같은 거품이 뒤집히네. 용연향이 조는 오리 향로에 날고 옥 같은 즙이 옹이 그릇에 가득하네. 우는 학에 외로운 솔이 놀라고 우는 쓰르라미에 네 벽이 시름겹네. 호상(胡床)에서는 은씨의 여윈 이야기요 진나라 물가에서는 사씨의 먼 노닒이라. 어렴풋이 거친 성이 있어 쓸쓸히 풀과 나무가 빽빽하네. 푸른 단풍은 흔들려 넘실대고 누런 갈대는 차갑게 우수수하네. 신선 지경은 하늘과 땅이 넓고 티끌 사이는 세월이 다그치네. 옛 궁궐에 벼와 기장 이삭이요 들 사당에 가래와 뽕이 굽었네. 꽃다움과 냄새가 남은 비석에 전하고 흥하고 망함을 뜬 갈매기에게 묻네. 섬아(纖阿)는 늘 기울었다 찼다 하고 쌓인 흙덩이는 몇이나 하루살이인가. 행궁은 절집이 되었고 앞선 임금은 범의 언덕에 묻혔네. 반딧불이 휘장 너머 작고 귀신 불이 숲 곁에 그윽하네. 옛일을 조문하며 눈물을 많이 드리우고 지금을 서러워하며 스스로 근심을 사네. 단군의 남은 것은 나무를 찾을 뿐이요 기자의 고을은 다만 구루(溝婁)로다. 굴에는 기린의 자취가 있고 언덕에서는 숙신의 화살을 만나네. 난향(蘭香)은 자줏빛 마을로 돌아가고 직녀는 푸른 규룡을 타네. 글하는 선비는 꽃 붓을 멈추고 신선의 여인은 살피는 일을 파하네. 가락이 끝나 사람이 흩어지려 하니 바람이 자고 노 젓는 소리가 부드럽네.

〔「그물을 펴」 다음 한 글자가 저본에 빠져 있다.〕

寫訖,擲筆凌空而逝,莫測所之。將歸,使侍兒傳命曰:「帝命有嚴,將驂白鸞,淸話未盡,愴我中情。」俄而,回飇捲地,吹倒生座,掠詩而去,亦不知所之。蓋不使異話,傳播人間也。

쓰기를 마치자 붓을 던지고 허공을 넘어 갔는데 간 곳을 헤아릴 수 없었다. 돌아가려 할 때 시중드는 아이를 시켜 말을 전하였다. 「임금의 명이 엄하시어 장차 흰 난새를 타야 하니, 맑은 이야기를 다하지 못하여 제 마음이 서럽습니다.」

이윽고 회오리바람이 땅을 말아 홍생의 자리를 불어 넘어뜨리고 시를 채어 갔는데 또한 간 곳을 알지 못하였다. 대개 기이한 이야기가 사람 세상에 퍼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生惺然而立,藐爾而思,似夢非夢,似眞非眞。倚闌注想,盡記其語,因念奇遇,而未盡情款。乃追懷以吟曰:

홍생이 정신이 들어 서서 아득히 생각하니 꿈 같으면서 꿈이 아니고 참 같으면서 참이 아니었다. 난간에 기대어 생각을 쏟아 그 말을 다 기억하고, 인하여 기이한 만남을 생각하되 정다운 뜻을 다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여 이에 돌이켜 그리며 읊었다.

雲雨陽臺一夢間,何年重見玉簫還。江波縱是無情物,嗚咽哀鳴下別灣。

구름과 비의 양대(陽臺)가 한 꿈 사이인데 어느 해에 옥 퉁소가 돌아오는 것을 다시 보랴. 강 물결이 비록 정 없는 물건이나 목메어 슬피 울며 이별의 물굽이로 내려가네.

吟訖四盻,山寺鐘鳴,水村鷄唱,月隱城西,明星暳暳,但聽鼠啾于庭,蟲鳴于座,悄然而悲,肅然而恐,愴乎其不可留也。返而登舟,怏怏鬱鬱,抵于故岸,同伴競問曰:「昨宵,托宿甚處?」生紿曰:「昨夜,把竿乘月,至長慶門外朝天石畔,欲釣錦鱗。會夜凉水寒,不得一鮒,何恨如之?」同伴亦不之疑也。

읊기를 마치고 사방을 돌아보니 산사의 종이 울고 물가 마을의 닭이 울며, 달이 성 서쪽에 숨고 샛별이 반짝였다. 다만 쥐가 뜰에서 찍찍대고 벌레가 자리에서 우는 소리만 들렸다. 쓸쓸하여 슬프고 숙연하여 두려워, 서글퍼 머물 수 없었다.

돌아와 배에 오르니 서운하고 답답하였다. 옛 언덕에 이르자 짝들이 다투어 물었다. 「어젯밤에는 어디서 묵었소.」

홍생이 속여 말하였다. 「어젯밤에 낚싯대를 잡고 달을 타 장경문 밖 조천석 가에 이르러 비단 비늘을 낚으려 하였소. 마침 밤이 서늘하고 물이 차서 붕어 한 마리도 얻지 못하였으니 이런 한이 어디 있겠소.」

짝들도 또한 의심하지 않았다.

其後,生念娥,得勞瘵尫羸之疾,先抵于家,精神恍惚,言語無常,展輾在床,久而不愈。生一日,夢見淡妝美人,來告曰:「主母奏于上皇,上皇惜其才,使隸河鼓幕下爲從事。上帝칙勅汝,其可避乎?」生驚覺,命家人,沐浴更衣,焚香掃地,鋪席于庭,支頥暫臥,奄然而逝,卽九月望日也。殯之數日,顔色不變,人以爲遇仙屍解云。

그 뒤에 홍생은 그 여인을 생각하다가 노채(勞瘵)로 여위는 병을 얻어, 먼저 집에 이르렀으나 정신이 아득하고 말이 떳떳하지 않았다. 평상에서 뒤척인 지 오래되어도 낫지 않았다.

홍생이 하루는 꿈에 담박하게 꾸민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는데 와서 알렸다. 「주인 아씨께서 상황(上皇)께 아뢰니 상황께서 그 재주를 아끼시어 하고(河鼓)의 막하에 붙여 종사(從事)로 삼게 하셨습니다. 상제께서 그대에게 명하셨으니 피할 수 있겠습니까.」〔「상제」 다음에 저본이 「칙(勅)」의 소리를 한글로 한 번 더 적어 두었다.〕

홍생이 놀라 깨어 집안 사람에게 명하여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향을 사르고 땅을 쓸게 하였다. 뜰에 자리를 펴고 턱을 괴고 잠시 누웠다가 문득 갔으니 곧 구월 보름날이었다.

빈소에 둔 지 며칠이 되어도 낯빛이 변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신선을 만나 시해(尸解)한 것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