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宮赴宴錄
松都有天磨山。其山高揷而峭秀,故曰天磨山。中有龍湫,名曰瓢淵,窄而深,不知其幾丈,溢而爲瀑,可百餘丈。景槪淸麗,遊僧過客,必於此而觀覽焉。夙著異靈,載諸傳記,國家歲時,以牲牢祀之。
송도에 천마산이 있다. 그 산이 높이 꽂히고 가파르게 빼어난 까닭에 천마산이라 한다. 그 가운데 용의 못이 있어 표연(瓢淵)이라 하는데, 좁으면서 깊어 그 몇 길인지 알지 못한다. 넘쳐 폭포가 되니 백여 길쯤이다. 경치가 맑고 고와 노니는 스님과 지나는 나그네가 반드시 여기서 구경한다. 일찍이 신령함이 드러나 전기(傳記)에 실렸고, 나라에서 철마다 희생으로 제사 지낸다.
前朝有韓生者,少而能文,著於朝廷,以文士稱之。嘗於所居室,日晩宴坐,忽有靑衫▩頭郞官二人,從空而下,俯伏於庭曰:「瓢淵神龍奉邀。」生愕然變色曰:「神人路隔,安能相及?且水府汗漫,波浪相囓,安可利往?」二人曰:「有駿足在門,願勿辭也。」遂鞠躬挽袂出門,果有驄馬,金鞍玉勒,蓋黃羅帕,而有翼者也。從者皆紅巾抹額,而錦袴者十餘人。扶生上馬,幢蓋前導,妓樂後隨,二人執笏從之。其馬緣空而飛,但見足下煙雲苒惹,不見地之在下也。
전조(前朝)에 한생(韓生)이라는 이가 있어 젊어서 글을 잘하여 조정에 드러나니 글하는 선비라 일컬었다.
일찍이 사는 방에서 날이 저물어 편안히 앉았는데, 홀연 푸른 적삼에 □ 머리를 한 낭관 둘이 공중에서 내려와 뜰에 엎드려 말하였다. 「표연의 신룡께서 받들어 모시라 하십니다.」
한생이 놀라 낯빛을 바꾸고 말하였다. 「신과 사람은 길이 갈렸는데 어찌 서로 미칠 수 있겠소. 또 물의 관부는 아득하고 물결이 서로 물어뜯는데 어찌 이롭게 갈 수 있겠소.」
두 사람이 말하였다. 「준마가 문에 있으니 사양하지 마십시오.」
마침내 몸을 굽히고 소매를 당겨 문을 나서니, 과연 총이말이 있어 금 안장에 옥 굴레를 하고 누런 비단 수건을 덮었는데 날개가 있었다. 따르는 이들은 다 붉은 수건으로 이마를 동이고 비단 바지를 입은 이가 열 남짓이었다.
한생을 부축하여 말에 올리니 깃발과 일산이 앞을 인도하고 기생과 풍악이 뒤를 따랐으며, 두 사람이 홀을 잡고 좇았다. 그 말이 허공을 따라 나니 다만 발 아래 안개와 구름이 하늘거리는 것만 보이고 땅이 아래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푸른 적삼에」 다음 한 글자가 저본에 빠져 있다.〕
頃刻間,已至於宮門之外,下馬而立。守門者,皆著彭蜞鰲鱉之甲,矛戟森然,眼眶可寸許。見生皆低頭交拜,鋪牀請憩,似有預待。二人趨入報之,俄而靑童二人,拱手引入。生舒步而進,仰視宮門,榜曰含仁之門。生纔入門,神王戴切雲冠,佩劍秉簡而下,延之上階,升殿請坐,卽水晶宮白玉牀也。生屈伏固辭曰:「下土愚人,甘與草木同腐,安得干冒神威,濫承寵接?」神王曰。「久望令聞,仰屈尊儀,幸毋見訝。」遂揮手揖坐,生三讓而登。神王南向,踞七寶華牀,生西向而坐。
잠깐 사이에 이미 궁문 밖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섰다.
문 지키는 이들은 다 방게와 자라와 거북의 껍데기를 입고 창과 미늘창이 삼엄하였으며 눈자위가 한 치쯤 되었다. 한생을 보고 다 머리를 숙여 서로 절하고 평상을 펴 쉬기를 청하니 미리 기다린 듯하였다.
두 사람이 종종걸음으로 들어가 알리니 이윽고 푸른 옷 입은 아이 둘이 손을 맞잡고 이끌어 들였다. 한생이 천천히 걸어 나아가며 궁문을 우러러보니 방(榜)에 「함인지문(含仁之門)」이라 하였다.
한생이 겨우 문에 들자 신왕(神王)이 절운관(切雲冠)을 쓰고 칼을 차고 홀을 잡고 내려와 윗섬돌로 맞아, 전각에 올라 앉기를 청하니 곧 수정궁의 백옥 평상이었다.
한생이 굽혀 엎드려 굳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아래 땅의 어리석은 사람이 초목과 함께 썩기를 달게 여기는데, 어찌 신의 위엄을 범하여 함부로 총애의 대접을 받겠습니까.」
신왕이 말하였다. 「아름다운 소문을 우러른 지 오래되어 높으신 몸을 굽혀 오시게 하였으니 부디 의아히 여기지 마시오.」
마침내 손을 저어 읍하고 앉기를 청하니 한생이 세 번 사양하고 올랐다. 신왕은 남쪽을 향하여 칠보의 화려한 평상에 걸터앉고 한생은 서쪽을 향하여 앉았다.
坐未定,閽者傳言曰:「賓至。」王又出門迎接。見有三人,著紅袍,承綵輦,威儀侍從,儼若王者。王又延之殿上。生隱於牖下,欲竢其定而請謁。王勸三人,東向揖坐而告曰:「適有文士在陽界,奉邀,諸君勿相疑也。」命左右引入,生趨進禮拜,諸人皆俛首答拜。生讓坐曰:「尊神貴重,僕乃一介寒儒,敢當高座?」固辭。諸人曰:「陰陽路殊,不相統攝,而神王威重,鑑人惟明,子必人間文章鉅公,神王是命,請勿拒也。」神王曰:「坐。」三人一時就坐。生乃跼蹐而登,跪於席邊。神王曰:「安坐。」座定,行茶一巡。
자리가 아직 정해지기 전에 문지기가 말을 전하였다. 「손님이 이르셨습니다.」
왕이 또 문에 나가 맞았다. 보니 세 사람이 있어 붉은 도포를 입고 채색 가마를 탔는데 위의와 시종이 엄연히 왕과 같았다. 왕이 또 전각 위로 맞았다.
한생이 창 아래 숨어 그들이 자리 잡기를 기다렸다가 뵙기를 청하려 하였다. 왕이 세 사람에게 권하여 동쪽을 향해 읍하고 앉게 하고 아뢰었다. 「마침 글하는 선비가 양계(陽界)에 있어 받들어 모셨으니 여러분은 서로 의심하지 마십시오.」
좌우에 명하여 이끌어 들이니 한생이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예로 절하였다. 여러 사람이 다 머리를 숙여 답례하였다.
한생이 자리를 사양하여 말하였다. 「높으신 신들은 귀중하시고 저는 곧 한낱 가난한 선비인데 감히 높은 자리를 감당하겠습니까.」 굳이 사양하였다.
여러 사람이 말하였다. 「음과 양은 길이 달라 서로 거느리지 않으나, 신왕의 위엄이 무거우시고 사람을 살피심이 오직 밝으시니 그대는 반드시 인간의 문장 큰 어른일 것이오. 신왕께서 이렇게 명하시니 물리치지 마시오.」
신왕이 말하였다. 「앉으시오.」
세 사람이 한꺼번에 자리에 나아갔다. 한생이 이에 조심스레 올라 자리 가에 꿇어앉았다. 신왕이 말하였다. 「편안히 앉으시오.」
자리가 정해지자 차를 한 순배 돌렸다.
神王告曰:「寡人止有一女,已加冠笄,將欲適人,而弊居僻陋,無迎待之館,花燭之房,今欲別構一閣,命名佳會,工匠已集,木石咸具,而所乏者,上梁文耳。側聞秀才,名著三韓,才冠百家,故特遠招,幸爲寡人製之。」言未旣,有二丫童,一捧碧玉之硯,湘竹之管,一捧氷綃一丈,跪進於前。生俛伏而起,染翰立成,雲煙相糺。
신왕이 아뢰었다.
「과인에게 오직 딸 하나가 있어 이미 관례와 계례를 마치고 장차 사람에게 시집보내려 하오. 그런데 누추한 거처가 궁벽하고 좁아 맞이하여 대접할 관사와 화촉 밝힐 방이 없소.
이제 따로 한 누각을 지어 「가회(佳會)」라 이름 지으려 하여 장인이 이미 모이고 나무와 돌이 다 갖추어졌는데, 모자란 것은 상량문(上梁文)뿐이오.
옆에서 들으니 수재의 이름이 삼한에 드러나고 재주가 백가에 으뜸이라 하므로 일부러 멀리서 부른 것이니, 부디 과인을 위해 지어 주시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쪽 진 아이 둘이 있어 하나는 푸른 옥 벼루와 상죽(湘竹) 붓대를 받들고 하나는 얼음 같은 비단 한 길을 받들어 앞에 꿇어 올렸다.
한생이 굽혀 엎드렸다가 일어나 붓을 적셔 선 자리에서 이루니 구름과 안개가 서로 얽히는 듯하였다.
其詞曰:「切以堪輿之內,龍神最靈,人物之間,配匹至重,旣有潤物之功,可無衍福之基,是以關雎好逑,所以著萬化之始,飛龍利見,亦以象靈變之迹。是用新構阿房,昭揭盛號,集蜃鼉而作力,聚寶貝以爲材,竪水晶珊瑚之柱,掛龍骨琅玗之梁,珠簾捲而山靄靑葱,玉戶開而洞雲繚繞。宜室宜家,享胡福於萬年,鼓瑟鼓琴,毓金枝於億世。用資風雲之變,永補造化之功,在天在淵,蘇下民之渴望,或潛或躍,祐上帝之仁心,騰翥快於乾坤,威德洽于遐邇,玄龜赤鯉,踊躍而助唱,木怪山魈,次第而來賀,宜作短歌,用揭雕梁。
그 글에 이르기를,
「삼가 생각건대 하늘과 땅 안에 용의 신이 가장 신령하고, 사람과 물건 사이에 짝지음이 지극히 무겁습니다. 이미 만물을 적시는 공이 있으니 어찌 복을 넓히는 터가 없겠습니까.
이러므로 「관저(關雎)」의 좋은 짝이 온갖 조화의 비롯함을 드러내고, 「나는 용을 봄이 이롭다」는 것도 또한 신령한 변화의 자취를 본뜬 것입니다.
이에 새로 아방(阿房) 같은 집을 지어 성대한 이름을 밝게 내걸고, 이무기와 악어를 모아 힘을 쓰게 하고 보배와 조개를 모아 재목으로 삼았습니다. 수정과 산호의 기둥을 세우고 용뼈와 낭우(琅玗)의 들보를 걸었습니다. 구슬발을 걷으니 산 아지랑이가 푸르고, 옥 지게문을 여니 골짜기 구름이 감돕니다.
집이 마땅하고 가문이 마땅하여 큰 복을 만년에 누리시고, 비파를 타고 거문고를 타며 금 가지를 억만 대에 기르소서.
바람과 구름의 변화를 도와 길이 조화의 공을 기우시고, 하늘에 있으나 못에 있으나 아래 백성의 목마른 바람을 풀어 주시며, 잠기거나 뛰거나 상제의 어진 마음을 도우소서. 오르고 낢이 하늘과 땅에 시원하고 위엄과 덕이 멀고 가까운 데 흡족하니, 검은 거북과 붉은 잉어가 뛰놀며 노래를 돕고 나무 요괴와 산 도깨비가 차례로 와 하례합니다.
마땅히 짧은 노래를 지어 아로새긴 들보에 걸겠습니다.
抛梁東,紫翠岧繞撑碧空。一夜雷聲喧繞澗,蒼崖萬仞珠玲瓏。抛梁西,征轉巖廻山鳥啼。湛湛深湫知幾丈,一泓春水似玻瓈。抛梁南,十里松杉橫翠嵐。誰識神宮宏且壯,碧琉璃底影相涵。抛梁北,曉日初升潭鏡碧。素練橫空三百丈,翻疑天上銀河落。抛梁上,手捫白虹遊莽蒼。渤海扶桑千萬里,顧視人寰如一掌。抛梁下,可惜春疇飛野馬。願將一滴靈源水,四海便作甘雨灑。
들보 동쪽에 던지니 자줏빛 푸름이 아득히 솟아 푸른 하늘을 받쳤네. 하룻밤 우렛소리가 시내를 둘러 시끄럽더니 푸른 벼랑 만 길에 구슬이 영롱하네.
들보 서쪽에 던지니 길이 굽고 바위가 돌아 산새가 우네. 맑고 맑은 깊은 못이 몇 길인지 아는가 한 웅덩이 봄물이 유리 같네.
들보 남쪽에 던지니 십 리 솔과 삼나무에 푸른 아지랑이가 비꼈네. 누가 알랴, 신의 궁궐이 크고 또 웅장한 것을 푸른 유리 밑에 그림자가 서로 잠겼네.
들보 북쪽에 던지니 새벽 해가 처음 올라 못 거울이 푸르네. 흰 비단이 허공을 가로질러 삼백 길이니 도리어 하늘 위 은하가 떨어진 듯하네.
들보 위에 던지니 손으로 흰 무지개를 더듬어 아득한 데를 노니네. 발해와 부상이 천만 리인데 사람 세상을 돌아보니 한 손바닥 같네.
들보 아래에 던지니 아깝구나, 봄 두렁에 아지랑이가 나는 것이. 바라건대 한 방울 신령한 근원의 물을 가져다 사해에 곧 단비로 뿌리소서.
伏願營室之後,合巹之晨,萬福咸臻,千祥畢至,瑤宮玉殿,挾卿雲之靉靆,鳳枕鴦衾,聳歡聲之騰沸,不顯其德,以赫厥靈。」
엎드려 바라건대 집을 지은 뒤 합환주 드는 새벽에, 만 가지 복이 다 모이고 천 가지 상서가 다 이르며, 옥 궁전에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끼고 봉황 베개와 원앙 이불에 기쁨의 소리가 들끓어, 그 덕을 드러내고 그 신령함을 빛내소서.」
書畢進呈,神王大喜。乃命三神傳閱,三神皆嘖嘖歎賞。於是,神王開潤筆宴。生跪曰:「尊神畢集,不敢問諱。」神王曰:「秀才陽人,固不知矣。一祖江神,二洛河神,三碧瀾神也。余欲與秀才光伴,故相邀爾。」酒盡樂作,有蛾眉十餘輩,搖翠袖,戴瓊花,相進相退,舞而歌碧潭之曲曰:
쓰기를 마치고 올리니 신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이에 세 신에게 명하여 돌려 보게 하니 세 신이 다 혀를 차며 감탄하고 기렸다.
이에 신왕이 붓을 적신 값으로 잔치를 열었다. 한생이 꿇어앉아 말하였다. 「높으신 신들이 다 모이셨는데 감히 이름을 여쭙지 못하겠습니다.」
신왕이 말하였다. 「수재는 양계 사람이니 진실로 모를 것이오. 첫째는 조강(祖江)의 신이요, 둘째는 낙하(洛河)의 신이요, 셋째는 벽란(碧瀾)의 신이오. 내가 수재와 더불어 빛나는 자리를 함께하고자 하여 서로 부른 것이오.」
술이 다하고 풍악이 일자, 나방 눈썹 같은 여인 열 남짓이 푸른 소매를 흔들고 옥 꽃을 이고 서로 나아가고 물러나며 춤추고 「벽담(碧潭)의 노래」를 불렀다.
靑山兮蒼蒼,碧潭兮汪汪。飛澗兮泱泱,接天上之銀潢。若有人兮波中央,振環珮兮琳琅。威炎赫兮煌煌,羌氣宇兮軒昻。擇吉日兮辰良,占鳳鳴之鏘鏘。有翼兮華堂,有祥兮靈長。招文士兮製短章,歌盛化兮擧脩梁。酌桂酒兮飛羽觴,輕燕回兮踏春陽。獸口噴兮瑞香,豕服沸兮瓊漿。擊魚鼓兮郞當,吹龍笛兮趨蹌。神儼然而在牀,仰至德兮不可忘。
푸른 산이여 창창하고 푸른 못이여 넘실넘실. 나는 시내여 세차게 흘러 하늘 위 은하수에 닿았네. 사람이 있는 듯 물결 가운데 고리와 패옥을 흔드니 쟁그랑거리네. 위엄과 불꽃이 이글이글 빛나고 기상이 드높구나. 좋은 날을 가리고 좋은 때를 골라 봉황 울음의 쟁쟁함을 점치네. 날개가 있어 화려한 집이요 상서가 있어 신령이 길구나. 글하는 선비를 불러 짧은 글을 짓게 하고 성대한 교화를 노래하며 긴 들보를 드네. 계수 술을 부어 깃 술잔을 날리고 가벼운 제비가 돌아 봄볕을 밟네. 짐승 입에서 상서로운 향을 뿜고 그릇에서 옥 즙이 끓네. 물고기 북을 치니 덩실거리고 용 피리를 부니 종종걸음 치네. 신이 엄연히 평상에 계시니 지극한 덕을 우러러 잊을 수 없네.
舞竟,復有總角十餘輩,左執籥,右執翿,相旋相顧,而歌回風之曲曰:
춤이 끝나자 다시 총각 열 남짓이 왼손에 피리를 잡고 오른손에 깃 일산을 잡고, 서로 돌며 서로 돌아보고 「회풍(回風)의 노래」를 불렀다.
若有人兮山之阿,披薛荔兮帶女蘿。日將暮兮淸波,生細紋兮如羅。風瓢瓢兮鬢鬖*사,雲冉冉兮衣婆娑。周旋兮委蛇,巧笑兮相過。損余褋兮鳴渦,解余環兮寒沙。露浥兮庭莎,煙暝兮嶔峨。望遠峰之嵾嵯,若江上之靑螺。疏擊兮銅鑼,醉舞兮傞傞。有酒兮如泥,有肉兮如坡。賓旣醉兮顔酡,製新曲兮酣歌。或相扶兮相拖,或相拍兮相呵。擊玉壺兮飮無何,淸興闌兮哀情多。
사람이 있는 듯 산 모퉁이에 담쟁이를 걸치고 새삼덩굴을 띠었네. 해가 저물려 하니 맑은 물결에 가는 무늬가 나 비단 같네. 바람이 나부껴 살쩍이 헝클어지고 구름이 하늘하늘 옷이 너울거리네. 빙빙 돌아 구불구불 고운 웃음으로 서로 지나네. 내 홑옷을 우는 여울에 버리고 내 고리를 찬 모래에 풀어 놓네. 이슬이 뜰 사초를 적시고 안개가 험한 산을 어둡게 하네. 먼 봉우리의 들쭉날쭉함을 바라보니 강 위의 푸른 소라 같네. 성기게 구리 징을 치고 취하여 비틀비틀 춤추네. 술이 있어 진창 같고 고기가 있어 언덕 같네. 손이 이미 취하여 낯이 붉으니 새 가락을 지어 흥겹게 노래하네. 혹 서로 붙들고 서로 끌며 혹 서로 손뼉 치고 서로 꾸짖네. 옥 병을 두드리며 마시기를 어이하랴 맑은 흥이 다하니 슬픈 정이 많네.
〔「살쩍이 헝클어지고」의 끝 글자를 저본이 한자 대신 소리 「사」로 적어 두었다.〕
舞竟,神王喜抃,洗爵捧觥,致於生前,自吹玉龍之笛,歌水龍吟一闋,以盡歡娛之情。其詞曰:
춤이 끝나자 신왕이 기뻐 손뼉을 치고 잔을 씻어 술잔을 받들어 한생 앞에 이르게 하고, 스스로 옥룡의 피리를 불며 「수룡음(水龍吟)」 한 가락을 불러 즐거움의 정을 다하였다. 그 글에 이르기를,
管絃聲裏傳觴,瑞麟口噴靑龍腦。橫吹片玉一聲,天上碧雲如掃。響激波濤,曲翻風月,景閑人老。悵光陰似箭,風流若夢,歡娛又生煩惱。西嶺綵嵐初散,喜東峰氷盤凝灝。擧杯爲問,靑天明月,幾看醜好?酒滿金罍,人頹玉峀,誰人推倒?爲佳賓,脫盡十載雲泥臺鬱,快登蒼昊。
관현 소리 속에 잔을 돌리니 상서로운 기린 입에서 푸른 용뇌향을 뿜네. 조각 옥을 비껴 부니 한 소리에 하늘 위 푸른 구름이 쓸린 듯하네. 울림이 물결을 치고 가락이 바람과 달을 뒤집으니 경치는 한가한데 사람은 늙네. 서글퍼라, 세월이 화살 같고 풍류가 꿈 같아 즐거움이 또 번뇌를 낳네. 서쪽 고개의 채색 아지랑이가 처음 흩어지고 기뻐라, 동쪽 봉우리에 얼음 소반이 맑게 엉겼네. 잔을 들어 묻노니 푸른 하늘의 밝은 달아 미움과 고움을 몇 번이나 보았느냐. 술이 금 동이에 가득하고 사람이 옥 봉우리처럼 무너지니 누가 밀어 넘어뜨렸는가. 아름다운 손을 위하여 열 해의 구름과 진흙 같던 답답함을 다 벗고 시원히 푸른 하늘에 오르리라.
歌竟,顧謂左右曰:「此間伎戱,不類人間,爾等爲嘉賓呈之。」有一人,自稱郭介士,擧足橫行。進而告曰:「僕巖中隱士,沙穴幽人,八月風淸,輸芒東海之濱,九天雲散,含光南井之傍,中黃外圓,被堅執銳。常支解以入鼎,縱摩頂而利人。滋味風流,可解壯士之顔,形摸郭索,終貽婦人之笑。趙倫雖惡於水中,錢昆常思於外郡,死入畢吏部之手,神依韓晉公之筆。且逢場而作戱,宜弄脚以周旋。」卽於席前,負甲執戈,噴沫瞪視,回瞳搖肢,蹣跚趨蹌,進前退後,作八風之舞,其類數十,折旋俯伏,一時中節,乃作歌曰。
노래가 끝나자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이 사이의 놀이는 사람 세상과 같지 않으니 너희는 아름다운 손을 위하여 보여 드려라.」
한 사람이 있어 스스로 곽개사(郭介士)라 일컫고 발을 들어 옆으로 걸었다. 나아가 아뢰었다.
「저는 바위 속의 숨은 선비요 모래 구멍의 그윽한 사람입니다. 팔월 바람이 맑으면 동쪽 바닷가에 까끄라기를 나르고, 아홉 하늘에 구름이 흩어지면 남쪽 우물 곁에서 빛을 머금습니다. 속은 누렇고 겉은 둥글며 굳은 것을 입고 날카로운 것을 잡았습니다.
늘 몸이 갈라져 솥에 들어가고, 정수리를 갈아서라도 사람을 이롭게 합니다. 맛과 풍류가 장사의 낯을 펴게 할 만하고, 생김새가 어기적거려 마침내 아낙의 웃음을 남깁니다.
조륜(趙倫)은 비록 물속에서 미워하였으나 전곤(錢昆)은 늘 바깥 고을을 생각하였습니다. 죽어서는 필이부(畢吏部)의 손에 들었고 정신은 한진공(韓晉公)의 붓에 기대었습니다.
또 마당을 만났으니 놀이를 지어야 하겠기에 마땅히 다리를 놀려 두루 돌겠습니다.」
곧 자리 앞에서 껍데기를 지고 창을 잡고 거품을 뿜고 눈을 부릅뜨며, 눈동자를 굴리고 팔다리를 흔들어 비칠비칠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나며 「팔풍(八風)의 춤」을 추었다. 그 무리 수십이 꺾어 돌고 굽어 엎드리며 한꺼번에 가락에 맞추었다. 이에 노래를 지었다.
依江海以穴處兮,吐氣宇與虎爭。身九尺而入貢,類十種而多名。喜神王之嘉會,羌頓足而橫行。愛淵潛以獨處,驚江浦之燈光。匪酬恩而泣珠,非報仇而橫槍。嗟濠梁之巨族,笑我謂我無腸。然可比於君子,德充腹而內黃。美在中而暢四肢兮,螯流玉而凝香。羌今夕兮何夕,赴瑤池之霞觴。神矯首而載歌,賓旣醉而彷徨。黃金殿兮白玉牀,傳巨觥兮咽絲簧。弄君山三管之奇聲,飽仙府九盌之神漿。山鬼趠兮翺翔,水族跳兮騰驤。山有榛兮濕有笭,懷美人兮不能忘。
강과 바다에 기대어 구멍에 사니 기상을 토함이 범과 다투네. 몸이 아홉 자라 공물로 들어가고 무리가 열 가지라 이름이 많네. 신왕의 아름다운 모임을 기뻐하여 발을 구르며 옆으로 걷네. 못에 잠겨 홀로 있기를 사랑하고 강 포구의 등불 빛에 놀라네. 은혜를 갚느라 구슬을 우는 것도 아니요 원수를 갚느라 창을 비껴 든 것도 아니네. 아아, 호량(濠梁)의 큰 겨레여 나를 비웃어 창자가 없다 하네. 그러나 군자에 견줄 만하니 덕이 배에 차서 속이 누렇네. 아름다움이 안에 있어 사지에 뻗치니 집게발이 옥을 흘려 향을 엉기게 하네. 아아,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인가 요지(瑤池)의 노을 잔에 나아가네. 신이 머리를 들고 노래를 부르니 손이 이미 취하여 서성이네. 황금 전각이요 백옥 평상인데 큰 잔을 돌리니 실과 생황이 목메네. 군산(君山)의 세 피리의 기이한 소리를 놀리고 신선 마을의 아홉 사발 신령한 즙에 배부르네. 산 귀신이 뛰어 날고 물의 무리가 뛰어 오르네. 산에 개암이 있고 진펄에 마름이 있으니 아름다운 이를 그리워하여 잊지 못하네.
於是,左旋右折,殿後奔前,滿座皆輾轉失笑。戱畢,又有一人,自稱玄先生,曳尾延頸,吐氣凝眸,進而告曰:「僕蓍叢隱者,蓮葉遊人,洛水負文,已旌夏禹之功,淸江被網,曾著元君之策。縱刳腸以利人,恐脫殼之難堪。山節藻梲,殼爲臧公之珍,石腸玄甲,胸吐壯士之氣。盧敖踞我於海上,毛寶放我於江中。生爲嘉世之珍,死作靈道之寶。宜張口而呵呻,聊以舒千年藏六之胸懷。」卽於席前,吐氣裊裊如縷,長百餘尺,吸之則無迹,或縮頸藏肢,或引頸搖項,俄而,進蹈安徐,作九功之舞,獨進獨退,乃作歌曰。
이에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꺾으며 뒤로 물러나고 앞으로 달리니, 온 자리가 다 뒹굴며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놀이가 끝나자 또 한 사람이 있어 스스로 현선생(玄先生)이라 일컫고, 꼬리를 끌고 목을 늘이며 기운을 토하고 눈동자를 모아 나아가 아뢰었다.
「저는 시초 떨기의 숨은 이요 연잎의 노니는 사람입니다. 낙수에서 글을 지고 나와 이미 하나라 우임금의 공을 드러내었고, 맑은 강에서 그물에 걸려 일찍이 원군(元君)의 점을 이루었습니다.
비록 창자를 갈라 사람을 이롭게 하나 껍데기를 벗기는 것은 견디기 어려울까 두렵습니다. 산 모양 두공과 마름 그린 동자기둥에 껍데기가 장공(臧公)의 보배가 되었고, 돌 같은 창자와 검은 껍데기는 가슴에서 장사의 기운을 토합니다.
노오(盧敖)는 바다 위에서 나에게 걸터앉았고 모보(毛寶)는 나를 강 가운데 놓아 주었습니다. 살아서는 세상의 보배가 되고 죽어서는 신령한 도의 보배가 됩니다.
마땅히 입을 벌려 숨을 내쉬어, 애오라지 천 년 동안 여섯을 감춘 가슴속을 펴 보이겠습니다.」
곧 자리 앞에서 기운을 토하니 하늘하늘 실 같아 길이가 백여 자였고, 들이마시니 자취가 없었다. 혹 목을 움츠려 팔다리를 감추고 혹 목을 빼어 목덜미를 흔들다가, 이윽고 나아가 밟기를 편안하고 느리게 하여 「구공(九功)의 춤」을 추었다. 홀로 나아가고 홀로 물러나며 이에 노래를 지었다.
依山澤以介處兮,愛呼吸而長生。生千歲而五聚,搖十尾而最靈。寧曳尾於泥途兮,不願藏乎廟堂。匪鍊丹而久視,非學道而靈長。遭聖明於千載,呈瑞應之昭彰。我爲水族之長兮,助連山與歸藏。負文字而有數兮,告吉凶而成策。然而多智有所危困,多能有所不及。未免剖心而灼背兮,侶魚蝦而屛迹。羌伸頸而擧踵兮,預高堂之燕席。賀飛龍之靈變,玩呑龜之筆力。酒旣進而樂作,羌歡娛兮無極。擊鼉鼓而吹鳳簫兮,舞潛虯於幽壑。集山澤之魑魅,聚江河之君長。若溫嶠之燃犀,慚禹鼎之罔象。相舞蹈於前庭,或謔笑而撫掌。日欲落兮風生,魚龍翔兮波滃泱。時不可兮驟得,心矯厲而慨慷。
산과 못에 기대어 껍데기로 사니 숨쉬기를 사랑하여 오래 사네. 천 해를 살아 다섯이 모이고 열 꼬리를 흔들어 가장 신령하네. 차라리 진창에 꼬리를 끌지언정 사당에 감추어지기를 바라지 않네. 단약을 달여 오래 사는 것도 아니요 도를 배워 신령이 긴 것도 아니네. 천 해에 성스럽고 밝은 이를 만나 상서로운 응함을 밝게 드러내네. 나는 물의 무리의 어른이라 「연산(連山)」과 「귀장(歸藏)」을 도왔네. 글자를 지고 수(數)가 있으매 길하고 흉함을 알려 점을 이루었네. 그러나 슬기가 많으면 위태롭고 곤함이 있고 능함이 많으면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네. 가슴을 쪼개고 등을 지지는 것을 면하지 못하여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여 자취를 감추었네. 아아, 목을 늘이고 발꿈치를 들어 높은 집의 잔치 자리에 끼었네. 나는 용의 신령한 변화를 하례하고 거북을 삼키는 붓 힘을 완상하네. 술이 이미 나아가고 풍악이 이니 아아, 즐거움이 끝이 없구나. 악어 북을 치고 봉황 퉁소를 부니 그윽한 골짜기에 잠긴 규룡이 춤추네. 산과 못의 도깨비를 모으고 강과 물의 어른들을 모았네. 온교(溫嶠)가 무소뿔을 태운 것 같으니 우임금 솥의 망상(罔象)에 부끄럽네. 앞뜰에서 서로 춤추며 혹 놀리고 웃으며 손뼉을 치네. 해가 지려 하니 바람이 일고 물고기와 용이 날아 물결이 넘실대네. 때는 갑자기 얻을 수 없으니 마음이 격하여 슬프고 강개하네.
曲終,夷猶恍惚,跳梁低昻,莫辨其狀,萬座嗢噱。戱畢,於是,木石魍魎,山林精怪,起而各呈所能,或嘯或歌,或舞或吹,或忭或踊,異狀同音,乃作歌曰:
가락이 끝나자 머뭇거리며 어릿어릿 뛰고 오르내려 그 모양을 가릴 수 없으니 온 자리가 껄껄 웃었다.
놀이가 끝나자 이에 나무와 돌의 도깨비와 산림의 정령들이 일어나 저마다 제 능한 것을 보였다. 혹은 휘파람 불고 혹은 노래하고, 혹은 춤추고 혹은 불고, 혹은 손뼉 치고 혹은 뛰며, 모양은 다르나 소리는 한가지로 이에 노래를 지었다.
神龍在淵,或躍于天。於千萬年,厥祚延綿。卑禮招賢,儼若神仙。玩彼新篇,珠玉相聯。琬琰以鑴,千載永傳。君子言旋,開此瓊筵。歌以採蓮,妙舞躚翩。伐鼓淵淵,和彼繁絃。一棹航船,鯨吸百川。揖讓周旋,樂且無愆。
신룡이 못에 있다가 혹 하늘에 뛰어오르네. 천만 해에 그 복이 길이 이어지리. 예를 낮추어 어진 이를 부르니 엄연히 신선 같네. 저 새 글을 완상하니 구슬과 옥이 서로 이었네. 아름다운 옥에 새겨 천 해에 길이 전하리. 군자가 돌아가려 하매 이 옥 같은 자리를 열었네. 노래로 연을 캐고 묘한 춤이 나부끼네. 북을 치니 둥둥 저 번거로운 줄과 어울리네. 노 하나로 배를 저으니 고래가 온 냇물을 마시네. 읍하고 사양하며 두루 도니 즐겁고 또 허물이 없네.
歌竟,於是。江河君長,跪而陳詩,其第一座曰:
노래가 끝나자 이에 강과 물의 어른들이 꿇어앉아 시를 폈다. 그 첫째 자리가 말하였다.
碧海朝宗勢未休,奔波汨汨負輕舟。雲初散後月沈浦,潮欲起時風滿洲。日煖龜魚閑出沒,波明鳧鴨任沈浮。年年觸石多鳴咽,此夕歡娛蕩百憂。’
푸른 바다로 모여드는 형세가 쉬지 않으니 내닫는 물결이 콸콸 가벼운 배를 지네. 구름이 처음 흩어진 뒤 달이 포구에 잠기고 조수가 일려 할 때 바람이 물가에 가득하네. 해가 따스하니 거북과 물고기가 한가히 드나들고 물결이 밝으니 오리와 물오리가 마음껏 뜨고 잠기네. 해마다 돌에 부딪쳐 목메어 우는 일이 많더니 이 저녁의 즐거움이 온갖 근심을 씻어 내네.
第二座曰:
둘째 자리가 말하였다.
五花樹影蔭重茵,籩豆笙簧次第陳。雲母帳中歌宛轉,水晶簾裏舞逡巡。神龍豈是池中物,文士由來席上珍。安得長繩繫白日,留連泥醉艶陽春。
다섯 꽃 나무 그림자가 겹자리를 덮고 제기와 생황이 차례로 벌여졌네. 운모 장막 안에 노래가 완연히 구르고 수정 발 속에 춤이 머뭇거리네. 신룡이 어찌 못 가운데 있을 물건이며 글하는 선비는 예로부터 자리 위의 보배로다. 어찌하면 긴 줄을 얻어 흰 해를 매어 두고 머물러 고운 봄볕에 흠뻑 취하랴.
第三座曰:
셋째 자리가 말하였다.
神王酩酊倚金牀,山靄霏霏已夕陽。妙舞傞傞廻錦袖,淸歌細細遶彫梁。幾年孤憤翻銀島,今日同歡擧玉觴。流盡光陰人不識,古今世事太忽忙。
신왕이 흠뻑 취하여 금 평상에 기대고 산 아지랑이가 자욱한데 이미 저녁 해로다. 묘한 춤이 너울너울 비단 소매를 돌리고 맑은 노래가 가늘게 아로새긴 들보를 감도네. 몇 해나 외로운 분함이 은 섬을 뒤집었던가 오늘은 함께 즐거워 옥 잔을 드네. 세월이 다 흘러가는 것을 사람이 알지 못하니 예와 이제의 세상일이 너무도 바쁘구나.
題畢進呈,神王笑閱,使人授生。生受之跪讀,三復賞玩,卽於座前,題二十韻,以陳盛事,詞曰:
짓기를 마치고 올리니 신왕이 웃으며 보고 사람을 시켜 한생에게 주었다. 한생이 받아 꿇어앉아 읽고 세 번 되풀이하여 감상하고는, 곧 자리 앞에서 스무 운을 지어 성대한 일을 폈다. 그 글에 이르기를,
天磨高出漢,巖溜遠飛空。直下穿林壑,奔流作巨淙。波心涵月窟,潭底悶龍宮。變化留神迹,騰拏建大功。煙熅生細霧,駘蕩起祥風。碧落分符重,靑丘列爵崇。乘雲朝紫極,行雨駕靑驄。金闕開佳燕,瑤階奏別鴻。流霞浮茗椀,湛露滴荷紅。揖讓威儀重,周旋禮度豊。衣冠文璨爛,環珮響玲瓏。魚鼈來朝賀,江河亦會同。靈機何恍惚,玄德更淵沖。苑擊催花鼓,樽垂吸酒虹。天姝吹玉笛,王母理絲桐。百拜傳醪醴,三呼祝華嵩。煙沈霜雪果,盤映水晶葱。珍味充喉潤,恩波浹骨融。還如湌沆瀣,宛似到瀛蓬。歡罷應相別,風流一夢中。
천마산이 하늘에 높이 솟고 바위 물이 멀리 허공을 나네. 곧게 떨어져 숲과 골을 뚫고 내달아 큰 물줄기를 이루네. 물결 가운데 달 굴을 머금고 못 밑에 용궁을 감추었네. 변화가 신령한 자취를 남기고 날아 붙들어 큰 공을 세웠네. 자욱이 가는 안개가 나고 느긋이 상서로운 바람이 이네. 푸른 하늘에 부절을 나눔이 무겁고 푸른 언덕에 벼슬을 벌임이 높네. 구름을 타고 자줏빛 하늘에 조회하고 비를 몰아 푸른 총이말을 타네. 금 대궐에 아름다운 잔치를 열고 옥 섬돌에 헤어지는 기러기를 아뢰네. 흐르는 노을이 차 사발에 뜨고 맑은 이슬이 붉은 연에 떨어지네. 읍하고 사양하니 위의가 무겁고 두루 도니 예도가 넉넉하네. 옷과 갓의 무늬가 찬란하고 고리와 패옥의 울림이 영롱하네. 물고기와 자라가 와 하례하고 강과 물도 또한 함께 모이네. 신령한 기틀이 어찌 그리 아득하며 그윽한 덕이 더욱 깊고 그윽하네. 동산에서 꽃 재촉하는 북을 치고 동이에서 술 빨아들이는 무지개를 드리우네. 하늘의 여인은 옥 피리를 불고 서왕모는 오동 거문고를 고르네. 백 번 절하며 단술을 돌리고 세 번 외쳐 화산과 숭산처럼 빌어 주네. 연기에 잠긴 서리와 눈 같은 과일이요 소반에 비치는 수정 같은 파로다. 진기한 맛이 목을 채워 윤택하고 은혜의 물결이 뼈에 사무쳐 녹네. 도리어 새벽 이슬 기운을 마신 듯하고 완연히 영주와 봉래에 이른 듯하네. 즐거움이 끝나면 응당 서로 헤어지리니 풍류가 한 꿈속이로다.
詩進,滿座皆歎賞不已。神王謝曰:「當勒之金石,以爲弊居之寶。」
시를 올리니 온 자리가 다 감탄하고 기려 마지않았다. 신왕이 사례하여 말하였다. 「마땅히 금과 돌에 새겨 누추한 거처의 보배로 삼겠소.」
生拜謝,進而告曰:「龍宮勝事,已盡見之矣。且宮室之廣,疆域之壯,可周覽不?」神王曰:「可」。生受命,出戶盱衡,但見綵雲繚繞,不辨東西。神王命吹雲者掃之。有一人,於殿庭,蹙口一吹,天宇晃朗,無山石巖崖,但見世界平闊,如碁局,可數十里,瓊花琪樹,列植其中,布以金沙,繚以金墉,其廊廡庭除,皆鋪碧琉璃塼,光影相涵。
한생이 절하여 사례하고 나아가 아뢰었다. 「용궁의 빼어난 일을 이미 다 보았습니다. 또 궁실의 넓음과 강역의 장함을 두루 볼 수 있겠습니까.」
신왕이 말하였다. 「좋소.」
한생이 명을 받아 지게문을 나서 눈을 들어 바라보니 다만 채색 구름이 감돌아 동서를 가릴 수 없었다. 신왕이 구름 부는 이에게 명하여 쓸게 하였다. 한 사람이 전각 뜰에서 입을 오므려 한 번 부니 하늘이 환해졌다.
산과 돌과 바위 벼랑이 없고 다만 세계가 평평하고 넓어 바둑판 같은 것이 수십 리쯤 보였다. 옥 꽃과 옥 나무가 그 가운데 벌여 심겼고 금 모래를 깔고 금 담을 둘렀다. 그 행랑과 뜰과 섬돌은 다 푸른 유리 벽돌을 깔아 빛과 그림자가 서로 잠겼다.
神王命二人,指揮觀覽,行到一樓,名曰朝元之樓,純是玻瓈所成,飾以珠玉,錯以金碧,登之若凌虛焉。其層十級。生欲盡登,使者曰:「神王以神力自登,僕等亦不能盡覽矣。」蓋上級,與雲霄幷,非塵凡可及,生登七層而下。
신왕이 두 사람에게 명하여 가리켜 보게 하였다. 가다가 한 누각에 이르니 이름이 조원지루(朝元之樓)였다. 온통 파려(玻瓈)로 이루어졌고 구슬과 옥으로 꾸미고 금빛 푸른빛을 섞었는데 오르면 허공을 타는 듯하였다. 그 층이 열이었다.
한생이 다 오르려 하니 사자가 말하였다. 「신왕께서는 신령한 힘으로 스스로 오르시나 저희도 또한 다 보지 못합니다.」
대개 위층은 구름 하늘과 나란하여 티끌 세상이 미칠 바가 아니었다. 한생은 일곱 층에 올랐다가 내려왔다.
又到一閣,名曰凌虛之閣。生問曰:「此閣何用?」曰:「此神王朝天之時,整其儀仗,飾其衣冠之處。」生請曰:「願觀儀仗。」使者,引至一處,有一物,如圓鏡,燁燁有光,眩目不可諦視。生曰:「此何物也?」曰:「電母之鏡。」又有鼓,大小相稱。生欲擊之。使者止之曰:「若一擊,則百物皆震,卽雷公之鼓也。」又有一物,如橐籥。生欲搖之。使者復止之曰:「若一搖,則山石盡崩,大木斯拔,卽哨風之橐也。」又有一物,如拂箒,而水甕在邊。生欲灑之。使者又止之曰:「若一灑,洪水滂沱,懷山襄陵。」生曰:「然則何乃不置噓雲之器?」曰:「雲則神王,神力所化,非機括可做。」生又曰:「雷公電母,風伯雨師,何在?」曰:「天帝囚於幽處,使不得遊,王出則斯集矣。」其餘器具,不能盡識。
또 한 누각에 이르니 이름이 능허지각(凌虛之閣)이었다. 한생이 물었다. 「이 누각은 무엇에 씁니까.」
말하였다. 「이는 신왕께서 하늘에 조회하실 때 그 의장을 가다듬고 옷과 갓을 꾸미시는 곳입니다.」
한생이 청하였다. 「의장을 보고 싶습니다.」
사자가 이끌어 한 곳에 이르니 한 물건이 있어 둥근 거울 같고 번쩍번쩍 빛이 있어 눈이 부셔 자세히 볼 수 없었다.
한생이 말하였다. 「이것은 무슨 물건입니까.」
말하였다. 「전모(電母)의 거울입니다.」
또 북이 있어 크고 작음이 서로 걸맞았다. 한생이 치려 하니 사자가 말렸다. 「만약 한 번 치면 온갖 물건이 다 흔들립니다. 곧 뇌공(雷公)의 북입니다.」
또 한 물건이 있어 풀무 같았다. 한생이 흔들려 하니 사자가 다시 말렸다. 「만약 한 번 흔들면 산과 돌이 다 무너지고 큰 나무가 뽑힙니다. 곧 바람을 부르는 풀무입니다.」
또 한 물건이 있어 총채 같은데 곁에 물독이 있었다. 한생이 뿌리려 하니 사자가 또 말렸다. 「만약 한 번 뿌리면 큰물이 쏟아져 산을 안고 언덕을 넘습니다.」
한생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찌 구름을 부는 그릇은 두지 않았습니까.」
말하였다. 「구름은 신왕의 신령한 힘으로 되는 것이라 기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생이 또 말하였다. 「뇌공과 전모와 풍백과 우사는 어디 있습니까.」
말하였다. 「천제께서 그윽한 곳에 가두어 노닐지 못하게 하시니, 왕께서 나가시면 곧 모입니다.」
그 밖의 기구는 다 알 수 없었다.
又有長廊,連亘數里,戶牖鎖以金龍之鑰。生問:「此何處?」使者曰:「此神王,七寶之藏也。」周覽許時,不能遍見。生曰:「欲還。」使者曰:「唯。」生將還,其門戶重重,迷不知其所之,命使者而先導焉。
또 긴 행랑이 있어 몇 리를 이어졌는데 지게문과 창을 금 용의 자물쇠로 잠갔다. 한생이 물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사자가 말하였다. 「이는 신왕의 칠보 곳간입니다.」
한참을 두루 보았으나 다 볼 수 없었다. 한생이 말하였다. 「돌아가고 싶습니다.」 사자가 말하였다. 「예.」
한생이 돌아가려 하는데 그 문과 지게가 겹겹이라 갈 곳을 알지 못하여, 사자에게 명하여 먼저 인도하게 하였다.
生到本座,致謝於王曰:「厚蒙恩榮,周覽佳境。」再拜而別。於是,神王以珊瑚盤,盛明珠二顆,氷綃二匹,爲贐行之資,拜別門外。三神同時拜辭,三神乘輦直返。復命二使者,持穿山簸水之角,揮以送之。一人謂生曰:「可登吾背,閉目半餉。」生如其言。一人揮角先導,恰似登空,唯聞風水聲,移時不絶,聲止開目,但偃臥居室而已。
한생이 본디 자리에 이르러 왕에게 사례하여 말하였다. 「은혜와 영광을 두터이 입고 아름다운 지경을 두루 보았습니다.」 두 번 절하고 헤어졌다.
이에 신왕이 산호 소반에 밝은 구슬 두 알과 얼음 같은 비단 두 필을 담아 길 가는 밑천으로 삼게 하고 문 밖에서 절하여 헤어졌다. 세 신도 한꺼번에 절하고 하직하니, 세 신은 가마를 타고 곧바로 돌아갔다.
다시 두 사자에게 명하여 산을 뚫고 물을 까부르는 뿔을 가지고 휘두르며 보내게 하였다. 한 사람이 한생에게 말하였다. 「제 등에 오르시어 잠깐 눈을 감으십시오.」
한생이 그 말대로 하였다. 한 사람이 뿔을 휘둘러 앞을 인도하니 흡사 허공에 오르는 듯하였다. 오직 바람과 물소리만 들리기를 한동안 그치지 않다가, 소리가 그쳐 눈을 뜨니 다만 살던 방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生出戶視之,大星初稀,東方向明,鷄三鳴而更五點矣。急探其懷而視之,則珠綃在焉。生藏之巾箱,以爲至寶,不肯示人。其後,生不以名爲懷,入名山,不知所終。
한생이 지게문을 나가 보니 큰 별이 처음 드물어지고 동쪽이 밝아 오는데, 닭이 세 번 울고 오경 다섯 점이었다.
급히 품을 더듬어 보니 구슬과 비단이 있었다. 한생이 그것을 수건 상자에 감추어 지극한 보배로 삼고 남에게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 뒤에 한생은 이름을 마음에 두지 않고 이름난 산에 들어갔는데, 어디서 마쳤는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