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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稟篇

논형 論衡 · 왕충(王充) · 80년 무렵 · 단락 6 · 한자 1,560자 · 낭독 6.2분

「논형」 초품편 「初稟篇」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후한 사람 왕충이 스스로 밝힌 이 책의 뜻은 넉 자다 — 「疾虛妄」, 헛되고 망령된 것을 미워한다. 하늘이 사람 일에 응해 재앙을 내린다느니, 죽으면 귀신이 되어 앙갚음한다느니, 날을 가려야 탈이 없다느니 하는 그 시대의 말을 하나하나 붙들고 따진다. 따지는 결이 남다르다. 어른의 말이라 하여 그냥 두지 않는다 — 공자에게 묻고(問孔), 맹자를 찌르고(刺孟), 한비를 그르다 한다(非韓). 하늘이 꾸짖어 재앙을 내린다는 말에는, 그러면 하늘은 어찌 임금 하나를 두고 온 나라에 가뭄을 내리느냐고 되묻는다. 「虛」 자가 붙은 아홉 편(書虛·變虛·異虛·感虛·福虛·禍虛·龍虛·雷虛·道虛)이 한 줄로 서서, 옛 책에 적힌 신통한 이야기를 차례로 붙든다. 「增」 자가 붙은 세 편(語增·儒增·藝增)은 말이 어떻게 부풀려지는가를 다룬다. 길험편에는 부여의 동명이 활을 잘 쏘아 왕이 죽이려 하자 남쪽으로 달아나 엄호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남은 동명 기록 가운데 가장 이른 꼴이다.

人生性命當富貴者,初稟自然之氣,養育長大,富貴之命效矣。文王得赤雀,武王得白魚、赤烏。儒者論之,以為雀則文王受命;魚烏則武王受命;文、武受命於天,天用雀與魚烏命授之也;天用赤雀命文王,文王不受,天復用魚烏命武王也。若此者謂本無命於天,修己行善,善行聞天,天乃授以帝王之命也。故雀與魚烏,天使為王之命也。王所奉以行誅者也。如實論之,非命也。命,謂初所稟得而生也。人生受性,則受命矣。性命俱稟,同時并得,非先稟性,後乃受命也。何以明之?棄事堯為司馬,居稷官,故為后稷。曾孫公劉居邰,後徙居。後孫古公甫三子太伯、仲雍、季歷,季歷生文王昌。昌在襁褓之中,聖瑞見矣。故古公曰:「我世當有興者,其在昌乎!」於是太伯知之,乃辭之吳,文身斷髪,以讓王季。文王受命,謂此時也,天命在人本矣,太王古公見之早也。此猶為未,文王在母身之中已受命也。王者一受命,內以為性,外以為體。體者,面輔骨法,生而稟之。

사람이 나서 성품과 명이 마땅히 넉넉하고 귀할 이는 처음 절로 그러한 기운을 받아 길러져 자라면 넉넉하고 귀한 명이 나타난다. 문왕은 붉은 참새를 얻고 무왕은 흰 물고기와 붉은 까마귀를 얻었다. 유자가 이를 논하여 참새는 문왕이 명을 받은 것이요 물고기와 까마귀는 무왕이 명을 받은 것이라 한다. 문왕과 무왕이 하늘에서 명을 받았는데 하늘이 참새와 물고기와 까마귀로 명을 주었고, 하늘이 붉은 참새로 문왕에게 명하였으나 문왕이 받지 않으므로 하늘이 다시 물고기와 까마귀로 무왕에게 명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본디 하늘에 명이 없다가 제 몸을 닦고 착함을 행하여 착한 행실이 하늘에 들리면 하늘이 이에 제왕의 명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새와 물고기와 까마귀는 하늘이 왕이 되게 하는 명이요, 왕이 받들어 베는 것을 행하는 바라 한다.

실상대로 논하면 명이 아니다. 명이란 처음에 받아 얻어 나는 것을 이른다. 사람이 나서 성품을 받으면 명을 받은 것이다. 성품과 명을 함께 받아 한때에 나란히 얻는 것이지 먼저 성품을 받고 뒤에 명을 받는 것이 아니다. 무엇으로 밝히는가. 기(棄)가 요를 섬겨 사마가 되어 직의 벼슬에 있었으므로 후직이라 하였다. 증손 공류가 태에 살다가 뒤에 옮겨 살았다. 후손 고공단보의 세 아들이 태백·중옹·계력인데 계력이 문왕 창을 낳았다. 창이 포대기 안에 있을 때 성스러운 상서가 나타났다. 그러므로 고공이 말하였다. 「내 대에 마땅히 일어날 이가 있다면 창에게 있을 것이다!」 이에 태백이 알고 사양하여 오로 가서 몸에 문신하고 머리를 잘라 왕계에게 양보하였다. 문왕이 명을 받은 것은 이때를 이르니 하늘의 명이 사람의 근본에 있었고 태왕 고공이 일찍 본 것이다. 이것도 오히려 이르지 못한 것이니, 문왕은 어미 몸속에 있을 때 이미 명을 받았다. 왕이 한번 명을 받으면 안으로 성품이 되고 밖으로 몸이 된다. 몸이란 얼굴과 뼈의 법이니 나면서 받는 것이다.

吏秩百石以上,王侯以下,郎將大夫以至元士,外及刺史太守,居祿秩之吏,稟富貴之命,生而有表見於面。故許負、姑布子卿輒見其驗。仕者隨秩遷轉,遷轉之人或至公卿,命祿尊貴,位望高大。王者尊貴之率,高大之最也,生有高大之命,其時身有尊貴之奇,古公知之,見四乳之怪也。夫四乳,聖人証也。在母身中,稟天聖命,豈長大之後,修行道德,四乳乃生?以四乳論望羊,亦知為胎之時,已受之矣。劉媼息於大澤,夢與神遇,遂生高祖,此時已受命也。光武生於濟陽宮,夜半無火,內中光明。軍下卒蘇永謂公曹史充蘭曰:「此吉事也,毋多言。」此時已受命。獨謂文王、武王得赤雀、魚烏乃受命,非也。上天壹命,王者乃興,不復更命也。得富貴大命,自起王矣。何以驗之?富家之翁,資累千金。生有富骨,治生積貨,至於年老,成為富翁矣。夫王者,天下之翁也,稟命定於身中,猶鳥之別雄雌於卵殼之中也。卵殼孕而雌雄生,日月至而骨節強,強則雄自率將雌。雄非生長之後,或教使為雄,然後乃敢將雌,此氣性剛強自為之矣。夫王者,天下之雄也,其命當王。王命定於懷妊,猶富貴骨生,(有)鳥雄卵成也。非唯人鳥也,萬物皆然。草木生於實核,出土為栽蘗,稍生莖葉,成為長短巨細,皆有實核。王者,長巨之最也。朱草之莖如針,紫芝之栽如豆,成為瑞矣。王者稟氣而生,亦猶此也。

벼슬이 백 석 이상 왕후 이하로 낭장·대부에서 원사에 이르기까지, 밖으로 자사와 태수까지 녹과 벼슬에 있는 아전은 넉넉하고 귀한 명을 받아 나면서 얼굴에 겉으로 나타남이 있다. 그러므로 허부와 고포자경이 곧 그 증험을 보았다. 벼슬하는 이는 벼슬을 따라 옮기고 옮기는 사람은 더러 공경에 이르니 명과 녹이 높고 귀하고 자리와 명망이 높고 크다. 왕은 높고 귀함의 으뜸이요 높고 큼의 가장이니, 나면서 높고 큰 명이 있고 그때 몸에 높고 귀한 기이함이 있다. 고공이 그것을 안 것은 네 젖의 괴이함을 보아서다. 무릇 네 젖은 성인의 증거다. 어미 몸속에 있을 때 하늘의 성스러운 명을 받은 것이니, 어찌 자란 뒤에 도덕을 닦아 행하여 네 젖이 났겠는가. 네 젖으로 눈이 위로 본 것을 논하면 또한 태 안에 있을 때 이미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유온이 큰 못에서 쉬다가 꿈에 신과 만나 마침내 고조를 낳았으니 이때 이미 명을 받았다. 광무가 제양궁에서 났는데 밤중에 불이 없는데도 안이 밝았다. 군하졸 소영이 공조사 충란에게 「이는 길한 일이니 말을 많이 하지 마시오」 하였으니 이때 이미 명을 받았다. 유독 문왕과 무왕이 붉은 참새와 물고기와 까마귀를 얻고서야 명을 받았다 하는 것은 그르다. 하늘이 한번 명하면 왕이 이에 일어나지 다시 명하지 않는다. 넉넉하고 귀한 큰 명을 얻으면 절로 일어나 왕이 된다.

무엇으로 증험하는가. 부잣집 늙은이는 재물이 천금을 쌓는다. 나면서 넉넉한 뼈가 있어 살림을 다스려 재물을 쌓아 나이 늙어 부자 늙은이가 된 것이다. 무릇 왕은 천하의 늙은이라 받은 명이 몸속에 정해져 있으니, 새가 알껍데기 속에서 암수가 갈리는 것과 같다. 알껍데기가 품어져 암수가 나고 날과 달이 이르러 뼈마디가 굳세지면 굳센 수컷이 절로 암컷을 거느린다. 수컷이 나서 자란 뒤에 누가 가르쳐 수컷이 되게 하고 그런 뒤에야 감히 암컷을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이는 기운과 성품이 굳세어 절로 하는 것이다. 무릇 왕은 천하의 수컷이라 그 명이 마땅히 왕이 될 것이다. 왕의 명은 아이 밸 때에 정해지니, 넉넉하고 귀한 뼈가 나면서 있고 새의 수컷이 알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사람과 새만이 아니라 만물이 다 그렇다. 풀과 나무는 씨와 씨앗에서 나서 땅에서 나와 싹이 되고 차츰 줄기와 잎이 나서 길고 짧고 크고 가늘게 되니 다 씨와 씨앗에 있는 것이다. 왕은 길고 큼의 으뜸이다. 붉은 주초(朱草)의 줄기는 바늘 같고 자줏빛 지초(紫芝)의 싹은 콩 같은데 자라서 상서가 된다. 왕이 기운을 받아 나는 것도 이와 같다.

或曰:「王者生稟天命,及其將王,天復命之,猶公卿以下,詔書封拜,乃敢即位。赤雀魚烏,上天封拜之命也。天道人事,有相命使之義。自然無為,天之道也。命文以赤雀,武以白魚,是有為也。管仲與鮑叔分財取多,鮑叔不與,管仲不求。內有以相知,視彼猶我,取之不疑。

어떤 이가 말한다. 「왕은 나면서 하늘의 명을 받고 장차 왕이 될 때에 하늘이 다시 명하니, 공경 이하가 조서로 봉해지고 임명되어야 감히 자리에 나아가는 것과 같다. 붉은 참새와 물고기와 까마귀는 하늘이 봉하고 임명하는 명이다. 하늘의 도와 사람의 일에는 서로 명하여 부리는 뜻이 있다.」

절로 그러하여 함이 없는 것이 하늘의 도다. 문왕에게 붉은 참새로 명하고 무왕에게 흰 물고기로 명하였다면 이는 함이 있는 것이다. 관중이 포숙과 재물을 나누며 많이 가졌는데 포숙은 주지 않았고 관중은 구하지 않았다. 안으로 서로 앎이 있어 저를 나같이 보므로 가지면서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聖人起王,猶管之取財也。朋友彼我,無有授與之義;上天自然,有命使之驗。是則天道有為,朋友自然也。當漢祖斬大蛇之時,誰使斬者?豈有天道先至,而乃敢斬之哉!勇氣奮發,性自然也,夫斬大蛇,誅秦,殺項,同一實也。周之文、武命伐殷,亦一義也。高祖不受命使之將,獨謂文、武受雀魚之命,誤矣。」難曰:《康王之誥》曰:「冒,聞於上帝,帝休,天乃大命文王。」如無命,史經何為言天乃大命文王?

성인이 일어나 왕이 되는 것은 관중이 재물을 가진 것과 같다. 벗끼리 저와 나 사이에는 주고받는 뜻이 없는데 하늘은 절로 그러하면서 명하여 부리는 증험이 있다 하니, 이는 하늘의 도에는 함이 있고 벗은 절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한 고조가 큰 뱀을 벨 때 누가 베게 하였는가. 어찌 하늘의 도가 먼저 이르고서야 감히 베었겠는가. 용맹한 기운이 떨쳐 일어난 것이니 성품이 절로 그러한 것이다. 무릇 큰 뱀을 베고 진나라를 베고 항우를 죽인 것은 한가지다. 주나라 문왕과 무왕이 명을 받아 은나라를 친 것도 한 뜻이다. 고조는 명을 받아 부림을 당한 것이 아닌데 유독 문왕과 무왕만 참새와 물고기의 명을 받았다 하니 그르다.

따져 말한다. 「강왕지고」에 이르기를 「덮어 상제에게 들리니 상제가 아름답게 여겨 하늘이 이에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 하였다. 명이 없다면 사관의 경이 어찌 하늘이 이에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 말하였는가.

所謂大命者,非天乃命文王也,聖人動作,天命之意也,與天合同,若天使之矣。《書》方激勸康叔,勉使為善,故言文王行道,上聞於天,天乃大命之也。《詩》曰:「乃眷西顧,此惟予度。」與此同義。天無頭面,眷顧如何?人有顧睨,以人效天,事易見,故曰眷顧。天乃大命文王,眷顧之義,實天之命也。何以驗之?夫大人與天地合其德,與日月合其明,與四時合其序,與鬼神合其吉凶,先天而天之違,後天而奉天時。如必須天有命,乃以從事,安得先天而後天乎?以其不待天命,直以心發,故有先天後天之勤。言合天時,故有不違奉天之文。

이른바 크게 명하였다는 것은 하늘이 문왕에게 명한 것이 아니라 성인의 움직임이 하늘의 명의 뜻이어서 하늘과 합하여 같으니 하늘이 시킨 것 같다는 것이다. 「서」는 바야흐로 강숙을 격려하고 권하여 착함을 힘쓰게 하려 하였으므로, 문왕이 도를 행하여 위로 하늘에 들리니 하늘이 이에 크게 명하였다 말한 것이다. 「시」에 이르기를 「이에 서쪽을 돌아보시니 이것이 나의 헤아림이다」 하였는데 이와 뜻이 같다. 하늘은 머리와 얼굴이 없는데 돌아봄이 어떠하겠는가. 사람에게 돌아보고 흘겨봄이 있으니 사람으로 하늘을 본떠 일이 쉬이 보이므로 돌아본다 한 것이다. 하늘이 이에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 함은 돌아봄의 뜻이니, 하늘의 명이란 것이 실은 이런 것이다.

무엇으로 증험하는가. 무릇 대인은 하늘과 땅과 그 덕을 합하고 해와 달과 그 밝음을 합하고 네 철과 그 차례를 합하고 귀신과 그 길흉을 합하여, 하늘보다 앞서도 하늘이 어기지 않고 하늘보다 뒤서면 하늘의 때를 받든다. 반드시 하늘의 명이 있기를 기다려 일을 좇는다면 어찌 하늘보다 앞서고 뒤설 수 있겠는가. 하늘의 명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마음에서 일어나므로 하늘보다 앞서고 뒤서는 부지런함이 있다. 하늘의 때에 합한다 말하였으므로 어기지 않고 하늘을 받든다는 글이 있는 것이다.

《論語》曰:「大哉堯之為君,唯天為大,唯堯則之。」王者則天,不違奉天之義也。推自然之性,與天合同。是則所謂大命文王也,自文王意,文王自為,非天驅赤雀,使告文王,云當為王,乃敢起也。然則文王赤雀,及武王白魚,非天之命昌熾佑也。吉人舉事,無不利者。人徒不召而至,瑞物不招而來,黯然諧合,若或使之,出門聞(告)〔吉〕,顧睨見善,自然道也。文王當興,赤雀適來;魚躍烏飛,武王偶見:非天使雀至白魚來也,吉物動飛而聖遇也。白魚入於王舟,王陽曰:「偶適也。」光祿大夫劉琨前為弘農太守,虎渡何。光武皇帝曰:「偶適自然,非或使之也。」故夫王陽之言適,光武之曰偶,可謂合於自然也。

「논어」에 이르기를 「크도다 요의 임금 노릇이여, 오직 하늘이 크거늘 오직 요가 그것을 본받았다」 하였다. 왕이 하늘을 본받는 것이 어기지 않고 하늘을 받든다는 뜻이다. 절로 그러한 성품을 미루어 하늘과 합하여 같다. 이것이 이른바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는 것이니, 문왕의 뜻에서 나와 문왕이 스스로 한 것이지, 하늘이 붉은 참새를 몰아 문왕에게 고하게 하여 마땅히 왕이 되리라 이르고서야 감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문왕의 붉은 참새와 무왕의 흰 물고기는 하늘의 명이 창성하게 도운 것이 아니다. 길한 사람이 일을 일으키면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들은 부르지 않아도 이르고 상서로운 물건은 불러들이지 않아도 오니, 조용히 맞아 합하는 것이 마치 누가 시키는 듯하여 문을 나서면 길한 것을 듣고 돌아보면 좋은 것을 본다. 절로 그러한 도다. 문왕이 마땅히 일어날 것이어서 붉은 참새가 마침 왔고, 물고기가 뛰고 까마귀가 날 때 무왕이 마침 보았다. 하늘이 참새를 이르게 하고 흰 물고기를 오게 한 것이 아니라 길한 물건이 움직여 날다가 성인과 만난 것이다. 흰 물고기가 왕의 배에 들어온 것을 왕양은 「마침 그리된 것이다」 하였다. 광록대부 유곤이 전에 홍농 태수였을 때 범이 하수를 건넜는데 광무황제가 「마침 절로 그리된 것이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하였다. 그러므로 왕양이 「마침」이라 말하고 광무가 「우연」이라 한 것은 절로 그러함에 합하였다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