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묵자 › 친사

親士

묵자 墨子 · 묵적(墨翟)과 그 문인들 · 기원전 4세기 무렵 · 단락 6 · 한자 677자 · 낭독 2.7분

「묵자」 친사 「親士」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전국시대에 유가와 나란히 「두 큰 무리」로 꼽히던 학파의 글이다. 한 사람의 저술이 아니라 묵적과 그 문인들이 대를 이어 보탠 것이라, 같은 주장을 상·중·하 세 벌로 적어 둔 편이 많다. 문파가 갈려 저마다 옮겨 적은 자취로 본다. 열 가지 주장이 뼈대다 — 어진 이를 높이고(상현), 위와 옳음을 같이하고(상동), 아울러 사랑하고(겸애), 침을 그르다 하고(비공), 씀에 마디 짓고(절용), 장사에 마디 짓고(절장), 하늘의 뜻을 따르고(천지), 귀신을 밝히고(명귀), 음악을 그르다 하고(비악), 명을 그르다 한다(비명). 「남의 집 보기를 제 집같이 하면 누가 훔치겠는가」가 겸애편에, 복숭아 한 알을 훔치면 벌하면서 남의 나라를 치면 기린다는 「비공」의 계단이, 잣대 없이 말하면 「돌아가는 물레 위에 해 뜨고 지는 자리를 세우는 것」이라는 세 표(三表)가 비명편에 있다. 끝의 「공수」 한 편은 이야기다. 초나라가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치려 하자 묵자가 열 낮 열 밤을 걸어가 공수반과 띠와 나뭇조각으로 아홉 번 겨루어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나 정작 그 송나라 마을 문 안에서 비를 못 피한다.

入國而不存其士,則亡國矣;見賢而不急,則緩其君矣。非賢無急,非士無與慮國。緩賢忘士而能以其國存者,未曾有也。

나라에 들어가 그 선비를 두지 않으면 나라를 잃고, 어진 이를 보고도 급히 하지 않으면 그 임금을 늦추는 것이다. 어진 이가 아니면 급히 할 것이 없고 선비가 아니면 더불어 나라를 헤아릴 이가 없다. 어진 이를 늦추고 선비를 잊고서 능히 그 나라를 지킨 이는 일찍이 있지 않았다.

昔者文公出走而正天下,桓公去國而霸諸侯,越王句踐遇吳王之醜,而尚攝中國之賢君。三子之能達名成功於天下也,皆於其國抑而大醜也。太上無敗,其次敗而有以成,此之謂用民。吾聞之曰:「非無安居也,我無安心也;非無足財也,我無足心也。」是故君子自難而易彼,衆人自易而難彼。君子進不敗其志,內究其情,雖襍庸民,終無怨心,彼有自信者也。

옛날 문공이 달아났다가 천하를 바로잡았고, 환공이 나라를 떠났다가 제후의 으뜸이 되었고, 월왕 구천이 오왕에게 부끄러움을 당하고도 오히려 중원의 어진 임금들을 눌렀다. 세 사람이 능히 천하에 이름을 이루고 공을 이룬 것은 다 그 나라에서 눌리고 크게 부끄러움을 당한 데서 나왔다.

가장 위는 지지 않는 것이요 그다음은 지고서 이룸이 있는 것이니, 이를 백성을 쓴다 한다.

내가 들으니 「편안히 살 데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게 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이요, 넉넉한 재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게 넉넉한 마음이 없는 것이다」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제게 어렵게 하고 남에게 쉽게 하며, 뭇 사람은 제게 쉽게 하고 남에게 어렵게 한다.

군자는 나아가되 그 뜻을 지지 않고 안으로 그 정을 캐어, 비록 어지간한 백성과 섞여도 끝내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니 저는 스스로 믿는 바가 있는 이다.

是故爲其所難者,必得其所欲焉;未聞爲其所欲,而免其所惡者也。是故偪臣傷君,諂下傷上。君必有弗弗之臣,上必有詻詻之下。分議者延延,而支苟者詻詻,焉可以長生保國。臣下重其爵位而不言,近臣則喑,遠臣則唫,怨結於民心,諂諛在側,善議障塞,則國危矣。桀紂不以其無天下之士邪?殺其身而喪天下。故曰:「歸國寶,不若獻賢而進士。」

그러므로 그 어려운 것을 하는 이는 반드시 그 바라는 바를 얻는다. 그 바라는 것만 하고서 그 미워하는 바를 면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억누르는 신하는 임금을 다치게 하고 아첨하는 아래는 위를 다치게 한다. 임금에게는 반드시 거스르는 신하가 있어야 하고 위에는 반드시 대드는 아래가 있어야 한다. 갈라 의논하는 이가 길게 이어지고 버텨 따지는 이가 대들어야 오래 살고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신하 아래가 제 벼슬자리를 무겁게 여겨 말하지 않아 가까운 신하는 벙어리가 되고 먼 신하는 입을 다물며, 원망이 백성의 마음에 맺히고 아첨하는 이가 곁에 있어 좋은 의논이 막히면 나라가 위태롭다.

걸과 주가 천하의 선비를 두지 못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제 몸을 죽이고 천하를 잃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나라의 보배를 바치는 것은 어진 이를 드리고 선비를 나아가게 함만 못하다」 한다.

今有五錐,此其銛,銛者必先挫。有五刀,此其錯,錯者必先靡。是以甘井近竭,招木近伐,靈龜近灼,神蛇近暴。是故比干之殪,其抗也;孟賁之殺,其勇也;西施之沈,其美也;吳起之裂,其事也。故彼人者,寡不死其所長,故曰「太盛難守」也。

이제 다섯 송곳이 있는데 그 가운데 날카로운 것이 반드시 먼저 무디어지고, 다섯 칼이 있는데 그 가운데 잘 드는 것이 반드시 먼저 닳는다. 그래서 단 우물이 먼저 마르고 높이 뻗은 나무가 먼저 베이고 신령한 거북이 먼저 지져지고 신령한 뱀이 먼저 볕에 말려진다.

그러므로 비간이 죽은 것은 그 맞선 탓이요, 맹분이 죽임을 당한 것은 그 날램 탓이요, 서시가 물에 빠뜨려진 것은 그 고움 탓이요, 오기가 찢긴 것은 그 이룬 일 탓이다. 그러므로 저 사람들은 제 잘하는 데서 죽지 않는 이가 드무니, 그래서 「너무 성하면 지키기 어렵다」 한다.

故雖有賢君,不愛無功之臣;雖有慈父,不愛無益之子。是故不勝其任而處其位,非此位之人也;不勝其爵而處其祿,非此祿之主也。良弓難張,然可以及高入深;良馬難乘,然可以任重致遠;良才難令,然可以致君見尊。是故江河不惡小谷之滿己也,故能大。聖人者,事無辭也,物無違也,故能爲天下器。是故江河之水,非一原之流也。千鎰之裘,非一狐之白也。夫惡有同方取不取同而已者乎?蓋非兼王之道也。

그러므로 비록 어진 임금이 있어도 공 없는 신하를 사랑하지 않고, 비록 자애로운 아비가 있어도 이로움 없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맡음을 이기지 못하면서 그 자리에 있으면 그 자리의 사람이 아니요, 그 벼슬을 이기지 못하면서 그 녹을 받으면 그 녹의 주인이 아니다.

좋은 활은 당기기 어려우나 높이 이르고 깊이 들어갈 수 있고, 좋은 말은 타기 어려우나 무거운 것을 지고 멀리 이를 수 있고, 좋은 재목은 부리기 어려우나 임금을 이끌어 높임을 받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과 하수는 작은 골짜기가 저를 채우는 것을 미워하지 않으니 그래서 크다. 성인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물건을 거스르지 않으니 그래서 천하의 그릇이 된다. 그러므로 강과 하수의 물은 한 근원에서 흐른 것이 아니요, 천 일(鎰)짜리 갖옷은 한 여우의 흰 털이 아니다.

무릇 어찌 저와 같은 데서만 취하고 같지 않은 데서는 취하지 않는 일이 있겠는가. 이는 아울러 왕 노릇 하는 도가 아니다.

是故天地不昭昭,大水不潦潦,大火不燎燎,王德不堯堯。者乃千人之長也。其直如矢,其平如砥,不足以覆萬物。是故谿陜者速涸,逝淺者速竭,墝埆者其地不育。王者淳澤,不出宮中,則不能流國矣。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번쩍이지 않고 큰물은 넘실대지 않고 큰불은 이글거리지 않고 왕의 덕은 우뚝하지 않다. 이러한 이라야 천 사람의 어른이 된다.

곧기가 화살 같고 고르기가 숫돌 같은 것으로는 만물을 덮기에 넉넉하지 않다. 그러므로 골짜기가 좁으면 빨리 마르고 흐름이 얕으면 빨리 다하고 자갈땅은 그 땅이 기르지 못한다. 왕 노릇 하는 이의 도타운 은택이 궁 안을 나가지 못하면 나라에 흐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