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묵자 › 수신

修身

묵자 墨子 · 묵적(墨翟)과 그 문인들 · 기원전 4세기 무렵 · 단락 4 · 한자 496자 · 낭독 2.0분

「묵자」 수신 「修身」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전국시대에 유가와 나란히 「두 큰 무리」로 꼽히던 학파의 글이다. 한 사람의 저술이 아니라 묵적과 그 문인들이 대를 이어 보탠 것이라, 같은 주장을 상·중·하 세 벌로 적어 둔 편이 많다. 문파가 갈려 저마다 옮겨 적은 자취로 본다. 열 가지 주장이 뼈대다 — 어진 이를 높이고(상현), 위와 옳음을 같이하고(상동), 아울러 사랑하고(겸애), 침을 그르다 하고(비공), 씀에 마디 짓고(절용), 장사에 마디 짓고(절장), 하늘의 뜻을 따르고(천지), 귀신을 밝히고(명귀), 음악을 그르다 하고(비악), 명을 그르다 한다(비명). 「남의 집 보기를 제 집같이 하면 누가 훔치겠는가」가 겸애편에, 복숭아 한 알을 훔치면 벌하면서 남의 나라를 치면 기린다는 「비공」의 계단이, 잣대 없이 말하면 「돌아가는 물레 위에 해 뜨고 지는 자리를 세우는 것」이라는 세 표(三表)가 비명편에 있다. 끝의 「공수」 한 편은 이야기다. 초나라가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치려 하자 묵자가 열 낮 열 밤을 걸어가 공수반과 띠와 나뭇조각으로 아홉 번 겨루어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나 정작 그 송나라 마을 문 안에서 비를 못 피한다.

君子戰雖有陳,而勇爲本焉;喪雖有禮,而哀爲本焉;士雖有學,而行爲本焉。是故置本不安者,無務豐末。近者不親,無務來遠。親戚不附,無務外交。事無終始,無務多業。舉物而闇,無務博聞。是故先王之治天下也,必察邇來遠。君子察邇,脩身也。脩身,見毀而反之身者也,此以怨省而行脩矣。

군자는 싸움에 비록 진(陳)이 있으나 날램을 밑동으로 삼고, 상사에 비록 예가 있으나 슬픔을 밑동으로 삼고, 선비는 비록 배움이 있으나 행함을 밑동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밑동을 놓은 것이 편안하지 않으면 끄트머리를 넉넉히 하기에 힘쓰지 말고, 가까운 이가 친하지 않으면 먼 이를 오게 하기에 힘쓰지 말고, 친척이 붙지 않으면 밖으로 사귀기에 힘쓰지 말고, 일에 끝과 처음이 없으면 업을 많이 하기에 힘쓰지 말고, 한 가지를 들어 어두우면 널리 듣기에 힘쓰지 말라.

그러므로 앞선 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반드시 가까운 것을 살피고 먼 것을 오게 하였다. 군자가 가까운 것을 살핌은 몸을 닦는 것이다. 몸을 닦는다는 것은 헐뜯음을 보면 제 몸에 돌이키는 것이니, 이로써 원망이 줄고 행실이 닦인다.

譖慝之言,無入之耳;批扞之聲,無出之口;殺傷人之孩,無存之心,雖有詆訐之民,無所依矣。故君子力事日彊,願欲日逾,設壯日盛。

헐뜯고 사특한 말을 귀에 들이지 말고, 치고 막는 소리를 입에서 내지 말고,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할 싹을 마음에 두지 말라. 비록 헐뜯고 들추는 백성이 있어도 기댈 데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에 힘씀이 날로 굳세고 바라는 뜻이 날로 넘고 베푼 씩씩함이 날로 성하다.

君子之道也,貧則見廉,富則見義,生則見愛,死則見哀。四行者,不可虛假反之身者也。藏於心者無以竭愛,動於身者無以竭恭,出於口者無以竭馴。暢之四支,接之肌膚,華髮隳顛,而猶弗舍者,其唯聖人乎!

군자의 도는 가난하면 청렴함이 드러나고 가멸면 옳음이 드러나고 살아서는 사랑이 드러나고 죽어서는 슬픔이 드러난다. 이 네 행실은 헛되이 꾸며 제 몸에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마음에 감춘 것으로는 사랑을 다함이 없고, 몸에 움직이는 것으로는 공경을 다함이 없고, 입에서 나오는 것으로는 길들임을 다함이 없다. 이것을 네 팔다리에 펴고 살갗에 대어, 흰머리가 나고 정수리가 벗어져도 오히려 놓지 않는 이는 오직 성인뿐이리라.

志不彊者智不達,言不信者行不果。據財不能以分人者,不足與友。守道不篤,徧物不博,辯是非不察者,不足與游。本不固者,末必幾。雄而不脩者,其後必惰。源濁者流不清,行不信者名必秏。名不徒生,而譽不自長,功成名遂,名譽不可虛假反之身者也。務言而緩行,雖辯必不聽;多力而伐功,雖勞必不圖。慧者心辯而不繁說,多力而不伐功,此以名譽揚天下。言無務爲多而務爲智,無務爲文而務爲察。故彼智與察在身,而情反其路者也。善無主於心者不留,行莫辯於身者不立。名不可簡而成也,譽不可巧而立也。君子以身戴行者也。思利尋焉,忘名忽焉,可以爲士於天下者,未嘗有也。

뜻이 굳세지 않은 이는 앎이 통하지 않고, 말이 미덥지 않은 이는 행함이 여물지 않는다. 재물을 쥐고 남에게 나누지 못하는 이는 더불어 벗하기에 넉넉하지 않고, 도를 지킴이 도탑지 않고 물건을 두루 앎이 넓지 않고 옳고 그름을 가림이 밝지 않은 이는 더불어 노닐기에 넉넉하지 않다.

밑동이 굳지 않은 이는 끄트머리가 반드시 위태롭고, 씩씩하되 닦지 않는 이는 그 뒤가 반드시 게으르다. 근원이 흐리면 흐름이 맑지 않고 행실이 미덥지 않으면 이름이 반드시 줄어든다.

이름은 절로 나지 않고 기림은 스스로 자라지 않는다. 공이 이루어지고 이름이 따르는 것이니, 이름과 기림은 헛되이 꾸며 제 몸에 돌이킬 수 없다.

말에 힘쓰고 행함을 늦추면 비록 말을 잘해도 반드시 듣지 않고, 힘은 많이 쓰되 제 공을 자랑하면 비록 수고로워도 반드시 헤아려 주지 않는다. 슬기로운 이는 마음으로 가리되 말을 번거로이 하지 않고 힘을 많이 쓰되 제 공을 자랑하지 않으니, 이로써 이름과 기림이 천하에 드날린다.

말은 많이 하기에 힘쓰지 말고 슬기롭기에 힘쓰며, 꾸미기에 힘쓰지 말고 살피기에 힘쓰라. 그러므로 저 슬기와 살핌이 제 몸에 있는데도 정이 그 길을 거스르는 이가 있다.

착함이 마음에 주인 노릇 하지 않는 이는 머무르지 않고, 행함이 제 몸에서 가려지지 않는 이는 서지 못한다. 이름은 손쉽게 이룰 수 없고 기림은 공교로이 세울 수 없다. 군자는 몸에 행실을 지고 다니는 이다. 이로움을 생각해 좇고 이름을 잊어 소홀히 하면서 천하에 선비 될 수 있는 이는 일찍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