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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儀

묵자 墨子 · 묵적(墨翟)과 그 문인들 · 기원전 4세기 무렵 · 단락 4 · 한자 734자 · 낭독 2.9분

「묵자」 법의 「法儀」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전국시대에 유가와 나란히 「두 큰 무리」로 꼽히던 학파의 글이다. 한 사람의 저술이 아니라 묵적과 그 문인들이 대를 이어 보탠 것이라, 같은 주장을 상·중·하 세 벌로 적어 둔 편이 많다. 문파가 갈려 저마다 옮겨 적은 자취로 본다. 열 가지 주장이 뼈대다 — 어진 이를 높이고(상현), 위와 옳음을 같이하고(상동), 아울러 사랑하고(겸애), 침을 그르다 하고(비공), 씀에 마디 짓고(절용), 장사에 마디 짓고(절장), 하늘의 뜻을 따르고(천지), 귀신을 밝히고(명귀), 음악을 그르다 하고(비악), 명을 그르다 한다(비명). 「남의 집 보기를 제 집같이 하면 누가 훔치겠는가」가 겸애편에, 복숭아 한 알을 훔치면 벌하면서 남의 나라를 치면 기린다는 「비공」의 계단이, 잣대 없이 말하면 「돌아가는 물레 위에 해 뜨고 지는 자리를 세우는 것」이라는 세 표(三表)가 비명편에 있다. 끝의 「공수」 한 편은 이야기다. 초나라가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치려 하자 묵자가 열 낮 열 밤을 걸어가 공수반과 띠와 나뭇조각으로 아홉 번 겨루어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나 정작 그 송나라 마을 문 안에서 비를 못 피한다.

子墨子曰:天下從事者,不可以無法儀。無法儀而其事能成者,無有。雖至士之爲將相者皆有法,雖至百工從事者亦皆有法。百工爲方以矩,爲圓以規,直以繩,衡以水,正以縣。無巧工不巧工,皆以此五者爲法。巧者能中之,不巧者雖不能中,放依以從事,猶逾已。故百工從事,皆有法所度。今大者治天下,其次治大國,而無法所度,此不若百工辯也。

묵자가 말하였다. 「천하에 일을 하는 이는 법과 몸가짐이 없을 수 없다. 법과 몸가짐이 없이 그 일을 이룬 이는 있지 않다. 비록 선비로서 장수와 재상이 된 이도 다 법이 있고, 비록 온갖 장인으로 일하는 이도 다 법이 있다.

온갖 장인은 곱자로 모나게 하고 그림쇠로 둥글게 하고 먹줄로 곧게 하고 물로 고르게 하고 다림추로 바르게 한다. 공교로운 장인이든 공교롭지 못한 장인이든 다 이 다섯을 법으로 삼는다. 공교로운 이는 능히 맞히고, 공교롭지 못한 이는 비록 맞히지 못해도 이를 따라 일하면 오히려 제 힘으로 하는 것보다 낫다. 그러므로 온갖 장인이 일함에 다 헤아릴 법이 있다.

이제 크게는 천하를 다스리고 그다음은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헤아릴 법이 없으니, 이는 온갖 장인이 가리는 것만도 못하다.」

然則奚以爲治法而可?當皆法其父母奚若?天下之爲父母者衆,而仁者寡,若皆法其父母,此法不仁也。法不仁,不可以爲法。當皆法其學奚若?天下之爲學者衆,而仁者寡,若皆法其學,此法不仁也。法不仁,不可以爲法。當皆法其君奚若?天下之爲君者衆,而仁者寡,若皆法其君,此法不仁也。法不仁,不可以爲法。故父母、學、君三者,莫可以爲治法。

그러면 무엇으로 다스리는 법을 삼아야 하는가.

다 제 어버이를 법 삼으면 어떠한가. 천하에 어버이 된 이는 많으나 어진 이는 적다. 다 제 어버이를 법 삼으면 이 법이 어질지 않다. 법이 어질지 않으면 법 삼을 수 없다.

다 제 배운 데를 법 삼으면 어떠한가. 천하에 배운 이는 많으나 어진 이는 적다. 다 제 배운 데를 법 삼으면 이 법이 어질지 않다. 법이 어질지 않으면 법 삼을 수 없다.

다 제 임금을 법 삼으면 어떠한가. 천하에 임금 된 이는 많으나 어진 이는 적다. 다 제 임금을 법 삼으면 이 법이 어질지 않다. 법이 어질지 않으면 법 삼을 수 없다.

그러므로 어버이와 배운 데와 임금 셋은 아무것도 다스리는 법으로 삼을 수 없다.

然則奚以爲治法而可?故曰:莫若法天。天之行廣而無私,其施厚而不德,其明久而不衰,故聖王法之。旣以天爲法,動作有爲,必度於天,天之所欲則爲之,天所不欲則止。然而天何欲何惡者也?天必欲人之相愛相利,而不欲人之相惡相賊也。奚以知天之欲人之相愛相利,而不欲人之相惡相賊也?以其兼而愛之、兼而利之也。奚以知天兼而愛之、兼而利之也?以其兼而有之、兼而食之也。今天下無小大國,皆天之邑也。人無幼長貴賤,皆天之臣也。此以莫不犓牛羊,豢犬豬,絜爲酒醴粢盛,以敬事天。此不爲兼而有之、兼而食之邪?天苟兼而有食之,夫奚說以不欲人之相愛相利也?故曰:「愛人利人者,天必福之。惡人賊人者,天必禍之。」曰:「殺不辜者,得不祥焉。夫奚說人爲其相殺而天與禍乎?是以天欲人相愛相利,而不欲人相惡相賊也。」

그러면 무엇으로 다스리는 법을 삼아야 하는가. 그러므로 이르기를, 하늘을 법 삼는 것만 한 것이 없다 한다.

하늘의 행함은 넓어 사사로움이 없고, 그 베풂은 두터워 덕으로 여기지 않고, 그 밝음은 오래도록 쇠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거룩한 왕이 이를 법 삼았다. 이미 하늘을 법으로 삼으면 움직이고 하는 일을 반드시 하늘에 견주어, 하늘이 바라는 것이면 하고 하늘이 바라지 않는 것이면 그친다.

그러면 하늘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미워하는가. 하늘은 반드시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기를 바라고, 사람이 서로 미워하고 서로 해치기를 바라지 않는다.

무엇으로 하늘이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기를 바라고 서로 미워하고 서로 해치기를 바라지 않음을 아는가. 하늘이 아울러 사랑하고 아울러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하늘이 아울러 사랑하고 아울러 이롭게 함을 아는가. 하늘이 아울러 가지고 아울러 먹기 때문이다.

이제 천하에 작고 큰 나라 없이 다 하늘의 고을이요, 사람에 어리고 어른이고 귀하고 천함 없이 다 하늘의 신하다. 그래서 소와 양을 먹이고 개와 돼지를 기르고 깨끗이 술과 젯메를 갖추어 하늘을 공경히 섬기지 않는 이가 없다. 이것이 아울러 가지고 아울러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늘이 진실로 아울러 가지고 먹는다면 무슨 까닭으로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르기를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이는 하늘이 반드시 복을 주고,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을 해치는 이는 하늘이 반드시 재앙을 준다」 하고, 「죄 없는 이를 죽이는 이는 상서롭지 못함을 얻는다. 무슨 까닭으로 사람이 서로 죽이면 하늘이 재앙을 준다고 말하는가. 이로써 하늘이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기를 바라고 서로 미워하고 서로 해치기를 바라지 않음을 안다」 한다.

昔之聖王禹湯文武,兼愛天下之百姓,率以尊天事鬼,其利人多,故天福之,使立爲天子,天下諸侯皆賓事之。暴王桀紂幽厲,兼惡天下之百姓,率以詬天侮鬼,其賊人多,故天禍之,使遂失其國家,身死爲僇於天下,後世子孫毀之,至今不息。故爲不善以得禍者,桀紂幽厲是也;愛人利人以得福者,禹湯文武是也。愛人利人以得福者有矣,惡人賊人以得禍者亦有矣。

옛적 거룩한 왕 우임금과 탕임금과 문왕과 무왕은 천하의 백성을 아울러 사랑하고 이끌어 하늘을 높이고 귀신을 섬겼다. 그 사람을 이롭게 함이 많았으므로 하늘이 복을 주어 그를 세워 천자가 되게 하고 천하 제후가 다 복종하여 섬겼다.

사나운 왕 걸과 주와 유왕과 여왕은 천하의 백성을 아울러 미워하고 이끌어 하늘을 꾸짖고 귀신을 업신여겼다. 그 사람을 해침이 많았으므로 하늘이 재앙을 주어 마침내 그 나라를 잃고 몸이 죽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게 하였으며, 뒷세상 자손이 헐뜯기를 이제까지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착하지 않음을 하여 재앙을 얻은 이는 걸과 주와 유왕과 여왕이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여 복을 얻은 이는 우임금과 탕임금과 문왕과 무왕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여 복을 얻은 이가 있고,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을 해쳐 재앙을 얻은 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