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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辯

묵자 墨子 · 묵적(墨翟)과 그 문인들 · 기원전 4세기 무렵 · 단락 2 · 한자 356자 · 낭독 1.4분

「묵자」 삼변 「三辯」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전국시대에 유가와 나란히 「두 큰 무리」로 꼽히던 학파의 글이다. 한 사람의 저술이 아니라 묵적과 그 문인들이 대를 이어 보탠 것이라, 같은 주장을 상·중·하 세 벌로 적어 둔 편이 많다. 문파가 갈려 저마다 옮겨 적은 자취로 본다. 열 가지 주장이 뼈대다 — 어진 이를 높이고(상현), 위와 옳음을 같이하고(상동), 아울러 사랑하고(겸애), 침을 그르다 하고(비공), 씀에 마디 짓고(절용), 장사에 마디 짓고(절장), 하늘의 뜻을 따르고(천지), 귀신을 밝히고(명귀), 음악을 그르다 하고(비악), 명을 그르다 한다(비명). 「남의 집 보기를 제 집같이 하면 누가 훔치겠는가」가 겸애편에, 복숭아 한 알을 훔치면 벌하면서 남의 나라를 치면 기린다는 「비공」의 계단이, 잣대 없이 말하면 「돌아가는 물레 위에 해 뜨고 지는 자리를 세우는 것」이라는 세 표(三表)가 비명편에 있다. 끝의 「공수」 한 편은 이야기다. 초나라가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치려 하자 묵자가 열 낮 열 밤을 걸어가 공수반과 띠와 나뭇조각으로 아홉 번 겨루어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나 정작 그 송나라 마을 문 안에서 비를 못 피한다.

程繁問於子墨子曰:「夫子曰:『聖王不爲樂。』昔諸侯倦於聽治,息於鐘鼓之樂;士大夫倦於聽治,息於竽瑟之樂;農夫春耕夏耘,秋斂冬藏,息於聆缶之樂。今夫子曰『聖王不爲樂』,此譬之猶馬駕而不稅,弓張而不弛,無乃非有血氣者之所能至邪?」子墨子曰:「昔者堯舜有《第期》者,且以爲禮,且以爲樂。湯放桀於大水,環天下自立以爲王,事成功立,無大後患,因先王之樂,又自作樂,命曰《護》,又脩《九招》。武王勝殷殺紂,環天下自立以爲王,事成功立,無大後患,因先王之樂,又自作樂,命曰《象》。周成王因先王之樂,又自作樂,命曰《騶虞》。周成王之治天下也,不若武王;武王之治天下也,不若成湯;成湯之治天下也,不若堯舜。故其樂逾繁者,其治逾寡。自此觀之,樂非所以治天下也。」

정번이 묵자에게 물었다. 「선생께서 『거룩한 왕은 음악을 하지 않았다』 하셨습니다. 옛날 제후는 다스림을 듣기에 지치면 종과 북의 음악에 쉬고, 사대부는 다스림을 듣기에 지치면 우와 비파의 음악에 쉬고, 농부는 봄에 갈고 여름에 김매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한 뒤 질장구의 음악에 쉬었습니다. 이제 선생께서 『거룩한 왕은 음악을 하지 않았다』 하시니, 이는 비유하면 말에 멍에를 메우고 풀지 않고 활을 당기고 늦추지 않는 것과 같으니, 아마 피와 기운 있는 이가 이를 수 있는 바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옛적 요임금과 순임금에게 「제기(第期)」가 있어 예로도 삼고 음악으로도 삼았다. 탕임금이 걸을 큰 물가로 내치고 천하를 돌아 스스로 서서 왕이 되어 일이 이루어지고 공이 서서 큰 뒷근심이 없어지매, 앞선 임금의 음악을 이어받고 또 스스로 음악을 지어 「호(護)」라 이름하고 또 「구초(九招)」를 닦았다.

무왕이 은나라를 이기고 주를 죽여 천하를 돌아 스스로 서서 왕이 되어 일이 이루어지고 공이 서서 큰 뒷근심이 없어지매, 앞선 임금의 음악을 이어받고 또 스스로 음악을 지어 「상(象)」이라 이름하였다. 주 성왕은 앞선 임금의 음악을 이어받고 또 스스로 음악을 지어 「추우(騶虞)」라 이름하였다.

주 성왕이 천하를 다스림은 무왕만 못하고, 무왕이 천하를 다스림은 성탕만 못하고, 성탕이 천하를 다스림은 요임금·순임금만 못하다. 그러므로 그 음악이 번거로울수록 그 다스림이 적었다. 이로 보건대 음악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程繁曰:「子曰『聖王無樂』,此亦樂已,若之何其謂聖王無樂也?」子墨子曰:「聖王之命也多寡之。食之利也,以知飢而食之者,智也,因爲無智矣。今聖有樂而少,此亦無也。」

정번이 말하였다. 「선생께서 『거룩한 왕에게 음악이 없었다』 하시는데 이것도 음악입니다. 어찌 거룩한 왕에게 음악이 없었다 하십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거룩한 왕의 명은 그것을 덜어 적게 하는 것이다. 먹는 것의 이로움으로 말하면, 주린 줄 알고 먹는 것은 슬기롭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슬기라 할 것이 없어진다. 이제 거룩한 이에게 음악이 있으나 적으니 이 또한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