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묵자 › 절용중

節用中

묵자 墨子 · 묵적(墨翟)과 그 문인들 · 기원전 4세기 무렵 · 단락 7 · 한자 616자 · 낭독 2.5분

「묵자」 절용중 「節用中」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전국시대에 유가와 나란히 「두 큰 무리」로 꼽히던 학파의 글이다. 한 사람의 저술이 아니라 묵적과 그 문인들이 대를 이어 보탠 것이라, 같은 주장을 상·중·하 세 벌로 적어 둔 편이 많다. 문파가 갈려 저마다 옮겨 적은 자취로 본다. 열 가지 주장이 뼈대다 — 어진 이를 높이고(상현), 위와 옳음을 같이하고(상동), 아울러 사랑하고(겸애), 침을 그르다 하고(비공), 씀에 마디 짓고(절용), 장사에 마디 짓고(절장), 하늘의 뜻을 따르고(천지), 귀신을 밝히고(명귀), 음악을 그르다 하고(비악), 명을 그르다 한다(비명). 「남의 집 보기를 제 집같이 하면 누가 훔치겠는가」가 겸애편에, 복숭아 한 알을 훔치면 벌하면서 남의 나라를 치면 기린다는 「비공」의 계단이, 잣대 없이 말하면 「돌아가는 물레 위에 해 뜨고 지는 자리를 세우는 것」이라는 세 표(三表)가 비명편에 있다. 끝의 「공수」 한 편은 이야기다. 초나라가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치려 하자 묵자가 열 낮 열 밤을 걸어가 공수반과 띠와 나뭇조각으로 아홉 번 겨루어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나 정작 그 송나라 마을 문 안에서 비를 못 피한다.

子墨子言曰:古者明王聖人所以王天下、正諸侯者,彼其愛民謹忠,利民謹厚,忠信相連,又示之以利,是以終身不饜,歿世而不卷。古者明王聖人其所以王天下、正諸侯者,此也。

묵자가 말하였다. 「옛적 밝은 왕과 성인이 천하에 왕 노릇 하고 제후를 바로잡은 까닭은, 그가 백성 사랑하기를 삼가 참되게 하고 백성 이롭게 하기를 삼가 두터이 하며 참됨과 미더움이 서로 이어지고 또 이로움을 보였으므로, 이로써 죽도록 물리지 않고 세상을 마치도록 게을리하지 않았다. 옛적 밝은 왕과 성인이 천하에 왕 노릇 하고 제후를 바로잡은 까닭이 이것이다.」

是故古者聖王制爲節用之法曰:「凡天下羣百工,輪、車、鞼、匏、陶、冶、梓、匠,使各從事其所能。」曰:「凡足以奉給民用諸,加費不加民利則止。」

그러므로 옛적 거룩한 왕이 씀에 마디 짓는 법을 지어 말하였다. 「무릇 천하의 뭇 온갖 장인, 바퀴장이와 수레장이와 가죽장이와 바가지장이와 옹기장이와 대장장이와 목수와 미장이는 저마다 그 능한 바에 좇게 하라.」 또 말하였다. 「무릇 백성의 쓰임에 받들어 대기에 넉넉한 것들은, 비용을 더하되 백성의 이로움을 더하지 않으면 그친다.」

古者聖王制爲飲食之法曰:「足以充虛繼氣,强股肱,使耳目聰明,則止。」不極五味之調、芬香之和,不致遠國珍怪異物。何以知其然?古者堯治天下,南撫交阯,北降幽都,東西至日所出入,莫不賓服,逮至其厚愛,黍稷不二,羹胾不重,飯於土塯,啜於土形,斗以酌。俛仰周旋威儀之禮,聖王弗爲。

옛적 거룩한 왕이 먹고 마시는 법을 지어 말하였다. 「빈 데를 채우고 기운을 잇고 팔다리를 굳세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기에 넉넉하면 그친다.」 다섯 맛의 고름과 향기로움의 화함을 다하지 않고 먼 나라의 진귀하고 기이한 것을 이르게 하지 않았다.

무엇으로 그러함을 아는가. 옛적에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남으로 교지를 어루만지고 북으로 유도를 내리고 동서로 해가 나고 드는 데까지 따라 굴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두터이 사랑함에 이르러서도 기장과 조를 두 가지로 하지 않고 국과 고기를 겹치지 않았으며, 흙그릇에 밥 먹고 흙사발에 마시고 국자로 떴다. 굽히고 우러르고 돌아서는 몸가짐의 예를 거룩한 왕은 하지 않았다.

古者聖王制爲衣服之法曰:「冬服紺緅之衣輕且暖,夏服絺綌之衣輕且凊,則止諸。」加費不加於民利者,聖王弗爲。

옛적 거룩한 왕이 옷 짓는 법을 지어 말하였다. 「겨울에는 감색과 검붉은 옷을 입어 가볍고 또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가는 갈포와 굵은 갈포 옷을 입어 가볍고 또 시원하게 하면 그친다.」 비용을 더하되 백성의 이로움에 더하지 않는 것을 거룩한 왕은 하지 않았다.

古者聖人爲猛禽狡獸暴人害民,於是教民以兵行。日帶劒,爲刺則入,擊則斷,旁擊而不折,此劒之利也。甲爲衣則輕且利,動則兵且從,此甲之利也。車爲服重致遠,乘之則安,引之則利,安以不傷人,利以速至,此車之利也。古者聖王爲大川廣谷之不可濟,於是利爲舟楫,足以將之則上。雖上者三公諸侯至,舟楫不易,津人不飾,此舟之利也。

옛적에 성인이 사나운 새와 교활한 짐승과 사나운 사람이 백성을 해치므로 이에 백성에게 병기 쓰는 법을 가르쳤다.

날마다 칼을 차되 찌르면 들어가고 치면 끊어지고 옆으로 쳐도 꺾이지 않으니 이것이 칼의 이로움이다. 갑옷은 옷으로 삼으매 가볍고 또 편하며 움직이면 병기가 또 따르니 이것이 갑옷의 이로움이다. 수레는 무거운 것을 지고 멀리 이르되 타면 편안하고 끌면 편하며, 편안하여 사람을 다치지 않고 편하여 빨리 이르니 이것이 수레의 이로움이다.

옛적 거룩한 왕이 큰 내와 넓은 골짜기를 건널 수 없으므로 이에 이롭게 배와 노를 만들어 건너기에 넉넉하면 그만두었다. 비록 위로 삼공과 제후가 이르러도 배와 노를 바꾸지 않고 나루 사람이 꾸미지 않았으니 이것이 배의 이로움이다.

古者聖王制爲節葬之法曰:「衣三領,足以朽肉;棺三寸,足以朽骸。堀穴深不通於泉,流不發洩,則止。死者既葬,生者毋久喪用哀。」

옛적 거룩한 왕이 장사에 마디 짓는 법을 지어 말하였다. 「옷은 세 벌이면 살을 썩히기에 넉넉하고, 널은 세 치면 뼈를 썩히기에 넉넉하다. 구덩이를 파되 깊이가 샘에 닿지 않고 새어 나오지 않으면 그친다. 죽은 이를 이미 장사하면 산 이는 오래 상복을 입어 슬픔을 쓰지 말라.」

古者人之始生未有宮室之時,因陵丘堀穴而處焉。聖王慮之,以爲堀穴曰,冬可以辟風寒。逮夏,下潤濕,上熏烝,恐傷民之氣,於是作爲宮室而利。然則爲宮室之法將柰何哉?子墨子言曰:其旁可以圉風寒,上可以圉雪霜雨露,其中蠲潔,可以祭祀,宮墻足以爲男女之別,則止諸。加費不加民利者,聖王弗爲。

옛적에 사람이 처음 나서 아직 집이 없던 때에는 언덕에 기대어 굴을 파고 지냈다. 거룩한 왕이 이를 헤아려, 굴은 겨울에는 바람과 추위를 피할 수 있으나 여름에 이르면 아래가 눅눅하고 젖고 위가 찌는 듯하여 백성의 기운을 다칠까 두렵다 하고, 이에 집을 지어 이롭게 하였다.

그러면 집 짓는 법은 장차 어떠한가.

묵자가 말하였다. 「그 둘레는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고, 위는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을 막을 수 있고, 그 안이 깨끗하여 제사할 수 있고, 담이 사내와 계집을 가르기에 넉넉하면 그친다.」 비용을 더하되 백성의 이로움에 더하지 않는 것을 거룩한 왕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