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鬼下
子墨子言曰:逮自昔三代聖王既沒,天下失義,諸侯力正,是以存夫爲人君臣上下者之不惠忠也,父子弟兄之不慈孝弟長貞良也,正長之不强於聽治,賤人之不强於從事也。民之爲淫暴寇亂盜賊,以兵刃毒藥水火,退無罪人乎道路率徑,奪人車馬衣裘以自利者,並作由此始,是以天下亂。此其故何以然也?則皆以疑惑鬼神之有與無之別,不明乎鬼神之能賞賢而罰暴也。今若使天下之人借若信鬼神之能賞賢而罰暴也,則夫天下豈亂哉!
묵자가 말하였다. 「옛적 삼대의 거룩한 왕이 이미 죽은 뒤로 천하가 옳음을 잃고 제후가 힘으로 바로잡았다. 이로써 남의 임금과 신하와 위아래 된 이가 은혜롭고 참되지 않고, 아비와 아들과 아우와 형이 사랑하고 효도하고 공손하고 어른답고 곧고 좋지 않으며, 바른 어른이 정사를 들어 다스리기에 힘쓰지 않고 천한 이가 일 좇기에 힘쓰지 않게 되었다.
백성이 넘치고 사납고 도적질하고 어지럽히며, 병기와 칼과 독약과 물과 불로 길과 지름길에서 죄 없는 사람을 물리치고 남의 수레와 말과 옷과 갖옷을 빼앗아 저를 이롭게 하는 일이 아울러 일어남이 이로부터 비롯하였으니, 이로써 천하가 어지럽다.
이는 무슨 까닭으로 그러한가. 다 귀신이 있고 없음의 가름을 의심하고 헷갈려, 귀신이 능히 어진 이에게 상 주고 사나운 이를 벌함에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만일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귀신이 능히 어진 이에게 상 주고 사나운 이를 벌함을 믿게 한다면, 무릇 천하가 어찌 어지럽겠는가.」
今執無鬼者曰:「鬼神者,固無有。」旦暮以爲教誨乎天下,疑天下之衆,使天下之衆皆疑惑乎鬼神有無之別,是以天下亂。是故子墨子曰:今天下之王公大人士君子,實將欲求興天下之利,除天下之害,故當鬼神之有與無之別,以爲將不可不明察此者也。既以鬼神有無之別,以爲不可不察已,然則吾爲明察此,其說將柰何而可?子墨子曰:是與天下之所以察知有與無之道者,必以衆之耳目之實知有與亡爲儀者也。請惑聞之見之,則必以爲有;莫聞莫見,則必以爲無。若是何不嘗入一鄉一里而問之,自古以及今,生民以來者,亦有嘗見鬼神之物,聞鬼神之聲,則鬼神何謂無乎?若莫聞莫見,則鬼神可謂有乎?
이제 귀신이 없다고 잡는 이가 말한다. 「귀신이란 본디 있지 않다.」 아침저녁으로 이를 천하에 가르쳐 천하의 무리를 의심하게 하고 천하의 무리로 하여금 다 귀신이 있고 없음의 가름에 의심하고 헷갈리게 하니, 이로써 천하가 어지럽다.
그러므로 묵자가 말하였다. 「이제 천하의 왕공과 대인과 선비와 군자가 참으로 장차 천하의 이로움을 일으키고 천하의 해로움을 없애기를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귀신이 있고 없음의 가름을 밝게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귀신이 있고 없음의 가름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하였으니, 그러면 내가 이를 밝게 살피는 데 그 말이 장차 어찌하면 되는가.」
묵자가 말하였다. 「이는 천하가 있고 없음을 살펴 아는 도로써, 반드시 뭇 사람의 귀와 눈의 실지로 있고 없음을 아는 것을 잣대로 삼는 것이다. 참으로 혹 듣고 보았으면 반드시 있다 하고, 아무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였으면 반드시 없다 한다.
이와 같다면 어찌 한 고을과 한 마을에 들어가 물어보지 않는가. 예로부터 이제까지 사람이 난 뒤로 또한 일찍이 귀신의 물건을 보고 귀신의 소리를 들은 이가 있다면 귀신을 어찌 없다 하겠는가. 만일 아무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였다면 귀신을 있다 할 수 있겠는가.」
今執無鬼者言曰:夫天下之爲聞見鬼神之物者,不可勝計也。亦孰爲聞見鬼神有無之物哉?子墨子言曰:若以衆之所同見,與衆之所同聞,則若昔者杜伯是也。周宣王殺其臣杜伯而不辜,杜伯曰:「吾君殺我而不辜,若以死者爲無知,則止矣;若死而有知,不出三年,必使吾君知之。」其三年,周宣王合諸侯而田於圃田,車數百乘,從數千,人滿野。日中,杜伯乘白馬素車,朱衣冠,執朱弓,挾朱矢,追周宣王,射之車上,中心折脊,殪車中,伏弢而死。當是之時,周人從者莫不見,遠者莫不聞,著在周之《春秋》。爲君者以教其臣,爲父者以䜘其子,曰:「戒之慎之,凡殺不辜者,其得不祥,鬼神之誅,若此之憯遫也!」以若書之說觀之,則鬼神之有,豈可疑哉?
이제 귀신이 없다고 잡는 이가 말한다. 「무릇 천하에 귀신의 물건을 듣고 본 이가 이루 셀 수 없다. 또한 누가 귀신이 있고 없는 물건을 듣고 보았단 말인가.」
묵자가 말하였다. 「만일 뭇 사람이 같이 본 바와 뭇 사람이 같이 들은 바로 한다면 옛적 두백(杜伯)이 그것이다.
주 선왕이 그 신하 두백을 죄 없이 죽였다. 두백이 말하기를 『우리 임금이 나를 죄 없이 죽이니, 만일 죽은 이가 앎이 없다면 그만이거니와 만일 죽어서 앎이 있다면 세 해가 지나지 않아 반드시 우리 임금이 알게 하겠다』 하였다.
그 세 해에 주 선왕이 제후를 모아 포전(圃田)에서 사냥하는데, 수레가 몇백이요 따르는 이가 몇천이라 사람이 들에 가득하였다. 한낮에 두백이 흰 말과 흰 수레를 타고 붉은 옷과 갓을 하고 붉은 활을 잡고 붉은 화살을 끼고 주 선왕을 좇아 수레 위에서 쏘니, 심장을 맞히고 등뼈가 꺾여 수레 가운데 쓰러져 활집에 엎드려 죽었다.
이때에 주나라 사람으로 따르던 이가 보지 못한 이가 없고 먼 데 있던 이가 듣지 못한 이가 없어, 주나라의 「춘추」에 적혔다. 임금 된 이가 이로써 그 신하를 가르치고 아비 된 이가 이로써 그 아들을 깨우쳐 말하기를 『경계하고 삼가라. 무릇 죄 없는 이를 죽인 이는 그 상서롭지 못함을 얻으니, 귀신이 벌하는 것이 이처럼 참혹하고 빠르다』 하였다.
이 글의 말로 보건대 귀신이 있음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非惟若書之說爲然也,昔者鄭穆公當晝日中處乎廟,有神入門而左,鳥身,素服三絕,面狀正方。鄭穆公見之,乃恐懼,奔。神曰:「無奔,帝享女明德,使予錫女壽十年有九,使若國家蕃昌,子孫茂,毋失。」鄭穆公再拜稽首,曰:「敢問神名。」曰:「予爲句芒。」若以鄭穆公之所身見爲儀,則鬼神之有,豈可疑哉?
이 글의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적에 정 목공이 한낮에 사당에 처하였는데, 신이 문에 들어와 왼쪽으로 가는데 새의 몸에 흰옷을 세 자락 두르고 낯 모양이 반듯하고 모났다. 정 목공이 이를 보고 이에 두려워 달아났다.
신이 말하기를 「달아나지 말라. 하느님이 네 밝은 덕을 흠향하여 나로 하여금 네게 목숨 열아홉 해를 주게 하고, 네 나라가 붇고 창성하고 자손이 무성하여 잃지 않게 하리라」 하였다. 정 목공이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말하기를 「감히 신의 이름을 여쭙니다」 하니, 「나는 구망(句芒)이다」 하였다.
정 목공이 몸소 본 것을 잣대로 삼는다면 귀신이 있음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非惟若書之說爲然也,昔者燕簡公殺其臣莊子儀而不辜,莊子儀曰:「吾君王殺我而不辜,死人毋知亦已,死人有知,不出三年,必使吾君知之。」期年,燕將馳祖,燕之有祖,當齊之社稷,宋之有桑林,楚之有雲夢也,此男女之所屬而觀也。日中,燕簡公方將馳於祖塗,莊子儀荷朱杖而擊之,殪之車上。當是時,燕人從者莫不見,遠者莫不聞,著在燕之《春秋》。諸侯傳而語之曰:「凡殺不辜者,其得不祥,鬼神之誅,若此其憯遫也!」以若書之說觀之,則鬼神之有,豈可疑哉?
이 글의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적에 연 간공이 그 신하 장자의(莊子儀)를 죄 없이 죽였다. 장자의가 말하기를 「우리 임금이 나를 죄 없이 죽이니, 죽은 사람이 앎이 없다면 그만이거니와 죽은 사람이 앎이 있다면 세 해가 지나지 않아 반드시 우리 임금이 알게 하겠다」 하였다.
한 해가 지나 연나라가 장차 조(祖)에서 수레를 달리려 하였다. 연나라에 조가 있음은 제나라에 사직이 있고 송나라에 상림(桑林)이 있고 초나라에 운몽(雲夢)이 있음과 같으니, 이는 사내와 계집이 모여 구경하는 데다.
한낮에 연 간공이 바야흐로 조의 길에서 달리려 하는데, 장자의가 붉은 지팡이를 메고 쳐서 수레 위에 쓰러뜨렸다. 이때에 연나라 사람으로 따르던 이가 보지 못한 이가 없고 먼 데 있던 이가 듣지 못한 이가 없어, 연나라의 「춘추」에 적혔다.
제후가 전하여 말하기를 「무릇 죄 없는 이를 죽인 이는 그 상서롭지 못함을 얻으니, 귀신이 벌하는 것이 이처럼 참혹하고 빠르다」 하였다. 이 글의 말로 보건대 귀신이 있음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非惟若書之說爲然也,昔者宋文君鮑之時,有臣曰𥙐觀辜固嘗從事於厲,祩子杖楫出,與言曰:「觀辜,是何珪璧之不滿度量,酒醴粢盛之不淨潔也,犧牲之不全肥,春秋冬夏選失時,豈女爲之與?意鮑爲之與?」觀辜曰:「鮑幼弱,在荷繈之中,鮑何與識焉?官臣觀辜特爲之。」祩子舉楫而槀之,殪之壇上。當是時,宋人從者莫不見,遠者莫不聞,著在宋之《春秋》。諸侯傳而語之曰:「諸不敬慎祭祀者,鬼神之誅,至若此其憯遫也!」以若書之說觀之,鬼神之有,豈可疑哉?
이 글의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적에 송 문군 포(鮑)의 때에 신하로 관고(觀辜)라는 이가 있어 본디 일찍이 제사 일을 맡았다. 축자(祩子)가 노를 짚고 나와 더불어 말하기를 「관고여, 이 어찌 옥이 도량에 차지 않고 술과 젯메가 깨끗하지 않고 희생이 온전하고 살지지 않으며 봄과 가을과 겨울과 여름의 가림이 때를 잃었는가. 네가 그리하였는가, 아니면 포가 그리하였는가」 하였다.
관고가 말하기를 「포는 어리고 약하여 포대기 안에 있으니 포가 어찌 알겠습니까. 벼슬한 신하 관고가 다만 그리하였습니다」 하였다. 축자가 노를 들어 그를 쳐서 제단 위에 쓰러뜨렸다.
이때에 송나라 사람으로 따르던 이가 보지 못한 이가 없고 먼 데 있던 이가 듣지 못한 이가 없어, 송나라의 「춘추」에 적혔다. 제후가 전하여 말하기를 「무릇 제사를 공경하고 삼가지 않는 이에게 귀신의 벌이 이르는 것이 이처럼 참혹하고 빠르다」 하였다. 이 글의 말로 보건대 귀신이 있음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非惟若書之說爲然也,昔者齊莊君之臣有所謂王里國、中里徼者。此二子者,訟三年而獄不斷。齊君由謙殺之,恐不辜;猶謙釋之,恐失有罪。乃使二人共一羊,盟齊之神社。二子許諾。於是泏洫,𢵣羊而漉其血,讀王里國之辭既已終矣,讀中里徼之辭未半也,羊起而觸之,折其腳,祧神之而槀之,殪之盟所。當是時,齊人從者莫不見,遠者莫不聞,著在齊之《春秋》。諸侯傳而語之曰:「諸盟矢不以其請者,鬼神之誅,至若此其憯遫也!」以若書之說觀之,鬼神之有,豈可疑哉?是故子墨子言曰:雖有深谿、博林、幽澗毋人之所,施行不可以不董,見有鬼神視之。
이 글의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적에 제나라 장군(莊君)의 신하에 이른바 왕리국(王里國)과 중리요(中里徼)라는 이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세 해를 다투었으나 옥이 끊어지지 않았다.
제나라 임금이 이들을 죽이자니 죄 없을까 두렵고, 풀어 주자니 죄 있는 이를 놓칠까 두려웠다. 이에 두 사람으로 하여금 양 한 마리를 함께 하여 제나라의 신사(神社)에서 맹세하게 하니 두 사람이 허락하였다.
이에 구덩이를 파고 양을 갈라 그 피를 흘리게 하고, 왕리국의 말을 읽기를 이미 마쳤는데 중리요의 말은 반도 읽지 않아 양이 일어나 그를 받아 그 다리를 꺾고, 신이 나아가 그를 쳐서 맹세하는 자리에 쓰러뜨렸다.
이때에 제나라 사람으로 따르던 이가 보지 못한 이가 없고 먼 데 있던 이가 듣지 못한 이가 없어, 제나라의 「춘추」에 적혔다. 제후가 전하여 말하기를 「무릇 맹세하고 다짐하되 그 참됨으로 하지 않는 이에게 귀신의 벌이 이르는 것이 이처럼 참혹하고 빠르다」 하였다. 이 글의 말로 보건대 귀신이 있음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묵자가 말하였다. 「비록 깊은 시내와 넓은 숲과 그윽한 골짜기의 사람 없는 데라도 행함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귀신이 보고 있다.」
今執無鬼者曰:夫衆人耳目之請,豈足以斷疑哉?柰何其欲爲高士君子於天下,而有復信衆之耳目之請哉?子墨子曰:若以衆之耳目之請,以爲不足信也,不以斷疑。不識若昔者三代聖王堯舜禹湯文武者,足以爲法乎?故於此乎自中人以上皆曰:「若昔者三代聖王,足以爲法矣。」若苟昔者三代聖王足以爲法,然則姑嘗上觀聖王之事。昔者武王之攻殷誅紂也,使諸侯分其祭,曰:「使親者受內祀,疏者受外祀。」故武王必以鬼神爲有,是故攻殷誅紂,使諸侯分其祭。若鬼神無有,則武王何祭分哉?非惟武王之事爲然也,故聖王,其賞也必於祖,其僇也必於社。賞於祖者何也?告分之均也;僇於社者何也?告聽之中也。
이제 귀신이 없다고 잡는 이가 말한다. 「무릇 뭇 사람의 귀와 눈의 정이 어찌 의심을 끊기에 넉넉하겠는가. 어찌 천하에 높은 선비와 군자가 되고자 하면서 도리어 뭇 사람의 귀와 눈의 정을 믿는가.」
묵자가 말하였다. 「만일 뭇 사람의 귀와 눈의 정을 믿기에 넉넉하지 않다 하여 의심을 끊지 않는다면, 알 수 없거니와 옛적 삼대의 거룩한 왕 요·순·우·탕·문·무는 법으로 삼기에 넉넉한가.」
그러므로 여기서 어지간한 사람 위로는 다 「옛적 삼대의 거룩한 왕은 법으로 삼기에 넉넉하다」 한다.
만일 진실로 옛적 삼대의 거룩한 왕이 법으로 삼기에 넉넉하다면, 그러면 잠시 시험 삼아 위로 거룩한 왕의 일을 보자.
옛적에 무왕이 은나라를 치고 주를 벨 때 제후로 하여금 그 제사를 나누게 하며 말하기를 「친한 이는 안의 제사를 받고 성근 이는 밖의 제사를 받게 하라」 하였다. 그러므로 무왕이 반드시 귀신이 있다 여겼으니, 그래서 은나라를 치고 주를 베고 제후로 하여금 그 제사를 나누게 한 것이다. 만일 귀신이 있지 않다면 무왕이 무슨 제사를 나누었겠는가.
무왕의 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왕은 그 상 줌을 반드시 조상 사당에서 하고 그 죽임을 반드시 사직에서 하였다. 조상 사당에서 상 줌은 어째서인가. 나눔이 고름을 고하는 것이다. 사직에서 죽임은 어째서인가. 들음이 맞음을 고하는 것이다.
非惟若書之說爲然也,且惟昔者虞夏商周三代之聖王,其始建國營都,曰必擇國之正壇,置以爲宗廟;必擇木之脩茂者,立以爲菆位;必擇國之父兄慈孝貞良者,以爲祝宗;必擇六畜之腯肥倅毛,以爲犧牲;珪璧琮璜,稱財爲度;必擇五穀之芳黃,以爲酒醴粢盛,故酒醴粢盛,與歲上下也。故古聖王治天下也,故必先鬼神而後人者,此也。故曰:官府選効必先,祭器祭服畢藏於府,祝宗有司畢立於朝,犧牲不與昔聚羣。故古者聖王之爲政若此。
이 글의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또 옛적 우와 하와 상과 주 삼대의 거룩한 왕이 처음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지을 때, 반드시 나라의 바른 터를 가려 종묘를 두고, 반드시 나무 가운데 길고 무성한 것을 가려 신 자리를 세우고, 반드시 나라의 아비와 형 가운데 사랑하고 효도하고 곧고 좋은 이를 가려 축과 종을 삼고, 반드시 여섯 가축 가운데 살지고 털이 좋은 것을 가려 희생을 삼고, 옥과 홀을 재물에 걸맞게 법도로 삼고, 반드시 다섯 곡식 가운데 향기롭고 누런 것을 가려 술과 젯메를 삼았다. 그러므로 술과 젯메가 해의 좋고 나쁨과 오르내렸다.
그러므로 옛 거룩한 왕이 천하를 다스릴 때 반드시 귀신을 먼저 하고 사람을 뒤로 한 것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관부에서 가려 힘씀을 반드시 먼저 하고, 제기와 제복을 다 곳간에 감추고, 축과 종과 맡은 이가 다 조정에 서고, 희생을 지난날의 무리와 섞지 않는다 하였다. 그러므로 옛적 거룩한 왕이 정사 함이 이와 같았다.
古者聖王必以鬼神爲其務,其務鬼神厚矣。又恐後世子孫不能知也,故書之竹帛,傳遺後世子孫。咸恐其腐蠹絕滅,後世子孫不得而記,故琢之盤盂、鏤之金石以重之。有恐後世子孫不能敬莙以取羊,故先王之書,聖人,一尺之帛,一篇之書,語數鬼神之有也,重有重之。此其故何?則聖王務之。今執無鬼者曰:「鬼神者,固無有。」則此反聖王之務。反聖王之務,則非所以爲君子之道也。
옛적 거룩한 왕이 반드시 귀신을 그 힘씀으로 삼았으니 그 귀신에 힘씀이 두터웠다. 또 뒷세상 자손이 능히 알지 못할까 두려워하였으므로 대나무와 비단에 적어 뒷세상 자손에게 전하여 남겼다.
다 그것이 썩고 좀먹어 끊어져 없어져 뒷세상 자손이 얻어 기억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였으므로 소반과 그릇에 쪼고 쇠와 돌에 새겨 거듭하였다. 또 뒷세상 자손이 능히 공경하고 삼가 좋음을 취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였으므로, 앞선 임금의 글과 성인이 한 자 비단과 한 편 글에도 귀신이 있음을 여러 번 말하여 거듭하고 또 거듭하였다.
이는 무슨 까닭인가. 거룩한 왕이 이에 힘썼기 때문이다. 이제 귀신이 없다고 잡는 이가 「귀신이란 본디 있지 않다」 하니, 곧 이는 거룩한 왕의 힘씀을 거스르는 것이다. 거룩한 왕의 힘씀을 거스르면 군자의 도를 삼는 바가 아니다.
今執無鬼者之言曰:先王之書,慎無一尺之帛,一篇之書,語數鬼神之有,重有重之,亦何書有之哉?子墨子曰:《周書‧大雅》有之。《大雅》曰:「文王在上,於昭於天。周雖舊邦,其命維新。有周不顯,帝命不時。文王陟降,在帝左右。穆穆文王,令聞不已。」若鬼神無有,則文王既死,彼豈能在帝之左右哉?此吾所以知《周書》之鬼也。
이제 귀신이 없다고 잡는 이의 말에 「앞선 임금의 글에 한 자 비단과 한 편 글에도 귀신이 있음을 여러 번 말하여 거듭하고 또 거듭하였다 하는데, 또한 어느 글에 그것이 있는가」 한다.
묵자가 말하였다. 「「주서」 「대아」에 있다. 「대아」에 이르기를 『문왕이 위에 계시어 아, 하늘에 밝으시네. 주나라가 비록 옛 나라이나 그 명이 새롭구나. 주나라가 드러나지 않으랴, 하느님의 명이 때맞지 않으랴. 문왕이 오르내리시어 하느님의 좌우에 계시네. 그윽하신 문왕이여, 좋은 소문이 그치지 않네』 하였다.
만일 귀신이 있지 않다면 문왕이 이미 죽었는데 저이가 어찌 능히 하느님의 좌우에 있겠는가. 이것이 내가 「주서」의 귀신을 아는 까닭이다.」
且《周書》獨鬼,而《商書》不鬼,則未足以爲法也。然則姑嘗上觀乎《商書》,曰:「嗚呼!古者有夏,方未有禍之時,百獸貞蟲,允及飛鳥,莫不比方。矧隹人面,胡敢異心?山川鬼神,亦莫敢不寧。若能共允,隹天下之合,下土之葆。」察山川鬼神之所以莫敢不寧者,以佐謀禹也。此吾所以知《商書》之鬼也。
또 「주서」만 홀로 귀신을 말하고 「상서」가 귀신을 말하지 않는다면 법 삼기에 넉넉하지 않다. 그러면 잠시 시험 삼아 위로 「상서」를 보자.
이르기를 「아, 옛적에 하나라가 바야흐로 아직 재앙이 없던 때에는 온갖 짐승과 벌레와 나는 새에 이르기까지 견주어 따르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하물며 사람의 낯을 한 이가 어찌 감히 마음을 달리하겠는가. 산과 내와 귀신도 또한 감히 편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만일 능히 함께 미더우면 오직 천하가 합하고 아랫땅이 지켜지리라」 하였다.
산과 내와 귀신이 감히 편안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까닭을 살피면 우임금을 도와 꾀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상서」의 귀신을 아는 까닭이다.
且《商書》獨鬼,而《夏書》不鬼,則未足以爲法也。然則姑嘗上觀乎《夏書》,《禹誓》曰:「大戰於甘,王乃命左右六人,下聽誓于中軍,曰:有扈氏威侮五行,怠棄三正,天用𠞰絕其命。有曰:日中,今予與有扈氏爭一日之命,且爾卿大夫庶人,予非爾田野葆士之欲也,予共行天之罰也。左不共於左,右不共於右,若不共命。御非爾馬之政,若不共命。是以賞于祖,而僇于社。」賞於祖者何也?言分命之均也;僇於社者何也?言聽獄之事也。故古聖王必以鬼神爲賞賢而罰暴,是故賞必於祖,而僇必於社。此吾所以知《夏書》之鬼也。故尚書《夏書》,其次商周之書,語數鬼神之有也,重有重之。此其故何也?則聖王務之。以若書之說觀之,則鬼神之有,豈可疑哉?於古曰:吉日丁卯,周代祝社方,歲于社考,以延年壽。若無鬼神,彼豈有所延年壽哉?
또 「상서」만 홀로 귀신을 말하고 「하서」가 귀신을 말하지 않는다면 법 삼기에 넉넉하지 않다. 그러면 잠시 시험 삼아 위로 「하서」를 보자.
「우서(禹誓)」에 이르기를 「감(甘)에서 크게 싸울 때 왕이 이에 좌우 여섯 사람에게 명하여 중군에서 내려와 맹세를 듣게 하고 말하였다. 『유호씨가 다섯 행함을 업신여기고 세 바름을 게을리 버리매 하늘이 그 명을 끊었다.』 또 말하기를 『한낮이다. 이제 내가 유호씨와 하루의 명을 다투니, 또 너희 경과 대부와 뭇 사람이여, 나는 너희 밭과 들과 보배로운 흙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는 함께 하늘의 벌을 행하는 것이다. 왼쪽이 왼쪽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너는 명에 함께하지 않는 것이요, 오른쪽이 오른쪽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너는 명에 함께하지 않는 것이다. 수레 모는 이가 네 말의 다스림이 아니면 너는 명에 함께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조상 사당에서 상 주고 사직에서 죽였다」 하였다.
조상 사당에서 상 줌은 어째서인가. 명을 나눔이 고름을 말한 것이다. 사직에서 죽임은 어째서인가. 옥을 듣는 일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옛 거룩한 왕이 반드시 귀신을 어진 이에게 상 주고 사나운 이를 벌하는 것으로 삼았으니, 그러므로 상을 반드시 조상 사당에서 하고 죽임을 반드시 사직에서 하였다. 이것이 내가 「하서」의 귀신을 아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위로 「하서」와 그다음 상과 주의 글이 귀신이 있음을 여러 번 말하여 거듭하고 또 거듭하였다. 이는 무슨 까닭인가. 거룩한 왕이 이에 힘썼기 때문이다.
이 글의 말로 보건대 귀신이 있음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옛말에 이르기를 「좋은 날 정묘에 주나라가 사방의 사직에 빌고 해마다 사직에 상고하여 목숨을 늘렸다」 하였다. 만일 귀신이 없다면 저이가 어찌 목숨을 늘릴 데가 있었겠는가.
是故子墨子曰:嘗若鬼神之能賞賢如罰暴也,蓋本施之國家,施之萬民,實所以治國家、利萬民之道也。若以爲不然,是以吏治官府之不絜廉,男女之爲無別者,鬼神見之。民之爲淫暴寇亂盜賊,以兵刃毒藥水火退無罪人乎道路,奪人車馬衣裘以自利者,有鬼神見之。是以吏治官府不敢不絜廉,見善不敢不賞,見暴不敢不罪。民之爲淫暴寇亂盜賊,以兵刃毒藥水火退無罪人乎道路,奪人車馬衣裘以自利者,由此止,是以莫放。幽閒,擬乎鬼神之明;顯明,有一人畏上誅罰,是以天下治。
그러므로 묵자가 말하였다. 「일찍이 귀신이 능히 어진 이에게 상 주고 사나운 이를 벌한다 하여 대개 이를 나라에 밑동으로 베풀고 만 백성에게 베풀면, 참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만 백성을 이롭게 하는 도다.
만일 그렇지 않다 여긴다면, 이로써 아전이 관부를 다스림에 깨끗하고 청렴하지 않은 것과 사내와 계집이 가림 없이 하는 것을 귀신이 본다. 백성이 넘치고 사납고 도적질하고 어지럽히며 병기와 칼과 독약과 물과 불로 길에서 죄 없는 사람을 물리치고 남의 수레와 말과 옷과 갖옷을 빼앗아 저를 이롭게 하는 것을 귀신이 본다.
이로써 아전이 관부를 다스림에 감히 깨끗하고 청렴하지 않을 수 없고, 착함을 보면 감히 상 주지 않을 수 없고, 사나움을 보면 감히 죄 주지 않을 수 없다. 백성이 넘치고 사납고 도적질하고 어지럽히며 병기와 칼과 독약과 물과 불로 길에서 죄 없는 사람을 물리치고 남의 수레와 말과 옷과 갖옷을 빼앗아 저를 이롭게 하는 것이 이로부터 그쳐 아무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윽하고 한가한 데서는 귀신의 밝음에 견주고, 드러나고 밝은 데서는 한 사람이 위의 베고 벌함을 두려워하니, 이로써 천하가 다스려진다.」
故鬼神之明,不可爲幽閒、廣澤、山林、深谷,鬼神之明必知之。鬼神之罰,不可爲富貴衆強、勇力強武、堅甲利兵,鬼神之罰必勝之。若以爲不然,昔者夏王桀貴爲天子,富有天下,上詬天侮鬼,下殃傲天下之萬民,祥上帝伐元山帝行,故於此乎天乃使湯至明罰焉。湯以車九兩,鳥陣鴈行,湯乘大賛,犯遂下衆人之𧎸遂,王乎禽推哆、大戲。故昔夏王桀貴爲天子,富有天下,有勇力之人推哆、大戲,生列兕虎,指畫殺人。人民之衆兆億,侯盈厥澤陵。然不能以此圉鬼神之誅。此吾所謂鬼神之罰,不可爲富貴衆強、勇力強武、堅甲利兵者,此也。
그러므로 귀신의 밝음은 그윽하고 한가한 데와 넓은 못과 산과 숲과 깊은 골짜기라 하여 어찌할 수 없으니 귀신의 밝음이 반드시 안다. 귀신의 벌은 가멸고 귀하고 무리 많고 굳세다 하여, 날래고 힘세고 굳세고 씩씩하다 하여, 굳은 갑옷과 날카로운 병기가 있다 하여 어찌할 수 없으니 귀신의 벌이 반드시 이긴다.
만일 그렇지 않다 여긴다면, 옛적에 하나라 왕 걸이 귀하기가 천자요 가멸기가 천하를 가졌는데 위로 하늘을 꾸짖고 귀신을 업신여기며 아래로 천하의 만 백성에게 재앙을 주고 거만하였다. 그러므로 여기서 하늘이 이에 탕임금으로 하여금 밝은 벌을 이르게 하였다.
탕임금이 수레 아홉 채로 새의 진과 기러기의 줄을 지어, 큰 수레를 타고 아래 무리의 길을 밟고 나아가 왕이 추치와 대희를 사로잡았다. 그러므로 옛적 하나라 왕 걸이 귀하기가 천자요 가멸기가 천하를 가졌고 날래고 힘센 사람 추치와 대희가 있어 산 무소와 범을 찢고 손가락질로 사람을 죽였으며, 백성의 무리가 억조라 그 못과 언덕에 가득하였다. 그런데도 이로써 귀신의 벌을 막지 못하였다.
이것이 내가 이르는 귀신의 벌은 가멸고 귀하고 무리 많고 굳세다 하여, 날래고 힘세고 굳세고 씩씩하다 하여, 굳은 갑옷과 날카로운 병기가 있다 하여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다.
且不惟此爲然。昔者殷王紂貴爲天子,富有天下,上詬天侮鬼,下殃傲天下之萬民,播棄黎老,誅賊孩子,楚毒無罪,刳剔孕婦,庶舊鰥寡,號咷無告也。故於此乎天乃使武王至明罰焉。武王以擇車百兩,虎賁之卒四百人,先庶國節窺戎,與殷人戰乎牧之野。王乎禽費中、惡來,衆畔百走。武王逐𢍃入宮,萬年梓株,折紂而繫之赤環,載之白旗,以爲天下諸侯僇。故昔者殷王紂貴爲天子,富有天下,有勇力之人費中、惡來,生捕兕虎,指寡殺人。人民之衆兆億,侯盈厥澤陵。然不能以此圉鬼神之誅。此吾所謂鬼神之罰,不可爲富貴衆强、勇力强武、堅甲利兵者,此也。且《禽艾》之道之曰:「得璣無小,滅宗無大。」則此言鬼神之所賞,無小必賞之;鬼神之所罰,無大必罰之。
또 이것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적에 은나라 왕 주가 귀하기가 천자요 가멸기가 천하를 가졌는데 위로 하늘을 꾸짖고 귀신을 업신여기며 아래로 천하의 만 백성에게 재앙을 주고 거만하였다. 늙은이를 흩어 버리고 어린아이를 죽여 해치고 죄 없는 이를 모질게 독하게 하고 아이 밴 여인을 갈랐으며, 뭇 늙은이와 홀아비와 과부가 부르짖어도 고할 데가 없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하늘이 이에 무왕으로 하여금 밝은 벌을 이르게 하였다. 무왕이 가려 뽑은 수레 백 채와 범 같은 군사 사백 사람으로, 뭇 나라를 앞세워 마디로 오랑캐를 엿보고 은나라 사람과 목야에서 싸웠다. 왕이 비중과 오래를 사로잡으매 무리가 저버리고 온통 달아났다.
무왕이 좇아 궁에 들어가 만년의 가래나무 그루에서 주의 목을 베어 붉은 고리에 매고 흰 기에 실어 천하 제후에게 죽임을 보였다.
그러므로 옛적 은나라 왕 주가 귀하기가 천자요 가멸기가 천하를 가졌고 날래고 힘센 사람 비중과 오래가 있어 산 무소와 범을 잡고 손가락질로 사람을 죽였으며, 백성의 무리가 억조라 그 못과 언덕에 가득하였다. 그런데도 이로써 귀신의 벌을 막지 못하였다.
이것이 내가 이르는 귀신의 벌은 가멸고 귀하고 무리 많고 굳세다 하여, 날래고 힘세고 굳세고 씩씩하다 하여, 굳은 갑옷과 날카로운 병기가 있다 하여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금애(禽艾)」의 도가 이르기를 「작다고 하여 놓치는 일이 없고 크다고 하여 겨레를 없애지 않는 일이 없다」 하였다. 곧 이는 귀신이 상 주는 바는 작아도 반드시 상 주고 귀신이 벌하는 바는 커도 반드시 벌함을 말한 것이다.
今執無鬼者曰:意不忠親之利,而害爲孝子乎?子墨子曰:古之今之爲鬼,非他也,有天鬼,亦有山水鬼神者,亦有人死而爲鬼者。今有子先其父死,弟先其兄死者矣。意雖使然,然而天下之陳物,曰先生者先死。若是,則先死者非父則母,非兄而姒也。今絜爲酒醴粢盛,以敬慎祭祀。若使鬼神請有,是得其父母姒兄而飲食之也,豈非厚利哉?若使鬼神請亡,是乃費其所爲酒醴粢盛之財耳。自夫費之,非特注之汙壑而棄之也,內者宗族,外者鄉里,皆得如具飲食之。雖使鬼神請亡,此猶可以合驩聚衆,取親於鄉里。今執無鬼者言曰:「鬼神者,固請無有,是以不共其酒醴粢盛犧牲之財。吾非乃今愛其酒醴粢盛犧牲之財乎,其所得者巨將何哉?」此上逆聖王之書,內逆民人孝子之行。而爲上士於天下,此非所以爲上士道。是故子墨子曰:今吾爲祭祀也,非直注之汙壑而棄之也,上以交鬼之福,下以合驩聚衆,取親乎鄉里。若神有,則是得吾父母姒兄而食之也,則此豈非天下利事也哉!
이제 귀신이 없다고 잡는 이가 말한다. 「그것이 어버이의 이로움에 참되지 못하여 효자를 해치는 것이 아닌가.」
묵자가 말하였다. 「옛적과 이제의 귀신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하늘 귀신이 있고 또 산과 물의 귀신이 있고 또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된 것도 있다.
이제 아들이 그 아비보다 먼저 죽고 아우가 그 형보다 먼저 죽는 일이 있다. 비록 그렇게 되게 한다 해도 천하에 벌여 놓인 물건에 이르기를 먼저 난 이가 먼저 죽는다 하였다. 이와 같으면 먼저 죽은 이는 아비가 아니면 어미요 형이 아니면 손위 동서다.
이제 깨끗이 술과 젯메를 갖추어 공경하고 삼가 제사한다. 만일 귀신이 참으로 있다면 이는 그 아비와 어미와 손위 동서와 형을 얻어 먹이는 것이니 어찌 두터운 이로움이 아니겠는가. 만일 귀신이 참으로 없다면 이는 곧 그 술과 젯메로 삼은 재물을 쓰는 것일 뿐이다.
무릇 이를 씀은 다만 더러운 구덩이에 부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는 겨레붙이와 밖으로는 마을 사람이 다 얻어 함께 먹고 마신다. 비록 귀신이 참으로 없다 하여도 이는 오히려 기쁨을 합하고 무리를 모아 마을에서 친함을 취할 수 있다.
이제 귀신이 없다고 잡는 이가 말하기를 『귀신이란 본디 참으로 있지 않으니, 이로써 그 술과 젯메와 희생의 재물을 대지 않는다. 내가 어찌 이제 그 술과 젯메와 희생의 재물을 아껴서겠는가. 그 얻는 것이 크게 무엇이겠는가』 한다. 이는 위로 거룩한 왕의 글을 거스르고 안으로 백성과 효자의 행실을 거스른다. 그러면서 천하에 윗선비가 된다 하니 이는 윗선비의 도를 삼는 바가 아니다.」
그러므로 묵자가 말하였다. 「이제 내가 제사 함은 다만 더러운 구덩이에 부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위로는 귀신의 복을 사귀고 아래로는 기쁨을 합하고 무리를 모아 마을에서 친함을 취하는 것이다. 만일 신이 있다면 이는 내 아비와 어미와 손위 동서와 형을 얻어 먹이는 것이니, 곧 이 어찌 천하에 이로운 일이 아니겠는가.」
是故子墨子曰:今天下之王公大人士君子,中實將欲求興天下之利,除天下之害,當若鬼神之有也,將不可不尊明也,聖王之道也。
그러므로 묵자가 말하였다. 「이제 천하의 왕공과 대인과 선비와 군자가 참으로 장차 천하의 이로움을 일으키고 천하의 해로움을 없애기를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귀신이 있음을 높이고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거룩한 왕의 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