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孟
公孟子謂子墨子曰:「君子共己以待,問焉則言,不問焉則止。譬若鍾然,扣則鳴,不扣則不鳴。」子墨子曰:「是言有三物焉,子乃今知其一耳也,又未知其所謂也。若大人行淫暴於國家,進而諫則謂之不遜,因左右而獻諫則謂之言議,此君子之所疑惑也。若大人爲政,將因於國家之難,譬若機之將發也然,君子之必以諫,然而大人之利。若此者,雖不扣必鳴者也。若大人舉不義之異行,雖得大巧之經,可行於軍旅之事,欲攻伐無罪之國有之也,君得之則必用之矣,以廣辟土地,著稅僞材。出必見辱,所攻者不利,而攻者亦不利,是兩不利也。若此者,雖不扣必鳴者也。且子曰:『君子共己,待問焉則言,不問焉則止。譬若鍾然,扣則鳴,不扣則不鳴。』今未有扣子而言,是子之謂不扣而鳴邪?是子之所謂非君子邪?」
공맹자가 묵자에게 말하였다. 「군자는 제 몸을 공손히 하고 기다려, 물으면 말하고 묻지 않으면 그친다. 비유하면 종과 같아 두드리면 울고 두드리지 않으면 울지 않는다.」
묵자가 말하였다. 「이 말에 세 가지가 있는데 그대는 이제 그 하나만 알 뿐이요 또 그 이르는 바를 알지 못한다.
만일 대인이 나라에서 넘치고 사나움을 행하면, 나아가 간하면 공손하지 않다 하고 좌우를 말미암아 간을 드리면 뒤에서 의논한다 하니, 이것이 군자가 의심하고 헷갈리는 바다.
만일 대인이 정사 함이 장차 나라의 어려움을 말미암아 비유하면 덫이 장차 튀려는 것 같다면, 군자가 반드시 간하여야 대인에게 이롭다. 이와 같은 것은 비록 두드리지 않아도 반드시 울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대인이 옳지 않은 이상한 행함을 들어, 비록 크게 공교로운 비법을 얻어 군사의 일에 쓸 만하고 죄 없는 나라를 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임금이 이를 얻으면 반드시 쓸 것이라 땅을 넓히고 세를 매기고 재물을 거짓 꾸민다면, 나가서는 반드시 욕을 보고 침을 당하는 쪽도 이롭지 않고 치는 쪽도 이롭지 않아 이는 둘 다 이롭지 않다. 이와 같은 것은 비록 두드리지 않아도 반드시 울어야 하는 것이다.
또 그대가 말하기를 『군자는 제 몸을 공손히 하고 물으면 말하고 묻지 않으면 그친다. 비유하면 종과 같아 두드리면 울고 두드리지 않으면 울지 않는다』 하였다. 이제 아무도 그대를 두드리지 않았는데 말하였으니, 이는 그대가 이르는 두드리지 않았는데 운 것인가. 이는 그대가 이르는 군자가 아닌 것인가.」
公孟子謂子墨子曰:「實爲善人,孰不知?譬若良玉,處而不出,有餘精。譬若美女,處而不出,人爭求之。行而自衒,人莫之取也。今子徧從人而說之,何其勞也!」子墨子曰:「今夫世亂,求美女者衆,美女雖不出,人多求之。今求善者寡,不强說人,人莫之知也。且有二生於此,善星一,行爲人筮者,與處而不出者,其糈孰多?」公孟子曰:「行爲人筮者其糈多。」子墨子曰:「仁義鈞,行說人者,其功善亦多,何故不行說人也?」
공맹자가 묵자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착한 사람이면 누가 알아주지 않겠습니까. 비유하면 좋은 옥이 있어 처하여 나가지 않아도 남는 빛이 있고, 비유하면 고운 여인이 처하여 나가지 않아도 사람이 다투어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니며 스스로 자랑하면 사람이 취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대가 두루 사람을 좇아 달래니 어찌 그리 수고롭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이제 저 세상이 어지러워 고운 여인을 구하는 이가 많으니, 고운 여인은 비록 나가지 않아도 사람이 많이 구한다. 이제 착한 이를 구하는 이가 적으니, 힘써 사람을 달래지 않으면 사람이 알지 못한다.
또 여기 두 사람이 있어 별점을 똑같이 잘하는데 하나는 다니며 남에게 점쳐 주고 하나는 처하여 나가지 않는다면, 그 삯이 어느 쪽이 많겠는가.」
공맹자가 말하였다. 「다니며 남에게 점쳐 주는 이의 삯이 많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어짊과 옳음이 고른데 다니며 사람을 달래는 이의 그 공과 착함이 또한 많다. 무슨 까닭으로 다니며 사람을 달래지 않겠는가.」
公孟子義章甫、搢忽、儒服,而以見子墨子,曰:「君子服然後行乎?其行然後服乎?」子墨子曰:「行不在服。」公孟子曰:「何以知其然也?」子墨子曰:「昔者齊桓公高冠博帶,金劍木盾,以治其國,其國治。昔者晉文公大布之衣,牂羊之裘,韋以帶劍,以治其國,其國治。昔者楚莊王鮮冠組纓,綘衣博袍,以治其國,其國治。昔者越王句踐剪髮文身,以治其國,其國治。此四君者,其服不同,其行猶一也。翟以是知行之不在服也。」公孟子曰:「善。吾聞之曰『宿善者不祥』,請舍忽易章甫,復見夫子,可乎?」子墨子曰:「請因以相見也,若必將舍忽易章甫而後相見,然則行果在服也。」
공맹자가 장보관을 쓰고 홀을 꽂고 선비의 옷을 입고 묵자를 뵙고 말하였다. 「군자는 옷을 갖춘 뒤에 행합니까, 아니면 행한 뒤에 옷을 갖춥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행함은 옷에 있지 않다.」
공맹자가 말하였다. 「무엇으로 그러함을 압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옛적에 제 환공이 높은 갓과 넓은 띠에 쇠 칼과 나무 방패로 그 나라를 다스리매 그 나라가 다스려졌고, 옛적에 진 문공이 굵은 베옷과 암양 가죽 갖옷에 가죽으로 칼을 차고 그 나라를 다스리매 그 나라가 다스려졌고, 옛적에 초 장왕이 고운 갓과 실 갓끈에 붉은 옷과 넓은 도포로 그 나라를 다스리매 그 나라가 다스려졌고, 옛적에 월왕 구천이 머리를 자르고 몸에 무늬를 새기고 그 나라를 다스리매 그 나라가 다스려졌다.
이 네 임금은 그 옷이 같지 않았으나 그 행함은 오히려 하나였다. 나 적은 이로써 행함이 옷에 있지 않음을 안다.」
공맹자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제가 들으니 『착함을 묵혀 두는 이는 상서롭지 못하다』 하였습니다. 홀을 놓고 장보관을 바꾸고 다시 선생을 뵈어도 되겠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그대로 서로 보기를 청한다. 만일 반드시 장차 홀을 놓고 장보관을 바꾼 뒤에 서로 본다면, 그러면 행함이 과연 옷에 있는 것이다.」
公孟子曰:「君子必古言服,然後仁。」子墨子曰:「昔者商王紂卿士費仲爲天下之暴人,箕子、微子爲天下之聖人,此同言而或仁或不仁也。周公旦爲天下之聖人,關叔爲天下之暴人,此同服或仁或不仁。然則不在古服與古言矣。且子法周,而未法夏也,子之古非古也。」
공맹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반드시 옛말을 하고 옛 옷을 입은 뒤에야 어집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옛적에 상나라 왕 주의 경사 비중은 천하의 사나운 사람이요 기자와 미자는 천하의 성인이었으니, 이는 말이 같은데도 혹 어질고 혹 어질지 않은 것이다. 주공 단은 천하의 성인이요 관숙은 천하의 사나운 사람이었으니, 이는 옷이 같은데도 혹 어질고 혹 어질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옛 옷과 옛말에 있지 않다.
또 그대는 주나라를 법 삼고 하나라를 법 삼지 않으니, 그대의 옛것은 옛것이 아니다.」
公孟子謂子墨子曰:「昔者聖王之列也,上聖立爲天子,其次立爲卿大夫。今孔子博於《詩》《書》,察於禮樂,詳於萬物,若使孔子當聖王,則豈不以孔子爲天子哉?」子墨子曰:「夫知者,必尊天事鬼,愛人節用,合焉爲知矣。今子曰孔子博於《詩》《書》,察於禮樂,詳於萬物,而曰可以爲天子,是數人之齒而以爲富。」
공맹자가 묵자에게 말하였다. 「옛적 거룩한 왕이 벌여 놓을 때 가장 거룩한 이는 세워 천자를 삼고 그다음은 세워 경과 대부를 삼았습니다. 이제 공자가 「시」와 「서」에 넓고 예와 악에 밝고 만물에 자세하니, 만일 공자로 하여금 거룩한 왕을 만나게 하였다면 어찌 공자를 천자로 삼지 않았겠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무릇 슬기로운 이는 반드시 하늘을 높이고 귀신을 섬기고 사람을 사랑하고 씀에 마디 지어야 하니, 이것이 합해야 슬기롭다 한다. 이제 그대가 공자가 「시」와 「서」에 넓고 예와 악에 밝고 만물에 자세하다 하여 천자가 될 만하다 하니, 이는 남의 이를 세어 놓고 가멸다 하는 것이다.」
公孟子曰:「貧富壽夭,齰然在天,不可損益。」又曰:「君子必學。」子墨子曰:「教人學而執有命,是猶命人葆而去亓冠也。」
공맹자가 말하였다. 「가난하고 가멸음과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이 뚜렷이 하늘에 있어 덜고 더할 수 없습니다.」 또 말하였다. 「군자는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사람에게 배우기를 가르치면서 명이 있다고 잡으니, 이는 사람에게 옷을 싸라 하면서 그 갓을 벗기는 것과 같다.」
公孟子謂子墨子曰:「有義不義,無祥不祥。」子墨子曰:「古者聖王皆以鬼神爲神明,而爲禍福,執有祥不祥,是以政治而國安也。自桀紂以下,皆以鬼神爲不神明,不能爲禍福,執無祥不祥,是以政亂而國危也。故先王之書《子亦》有之曰:『亓傲也,出於子,不祥。』此言爲不善之有罰,爲善之有賞。」
공맹자가 묵자에게 말하였다. 「옳음과 옳지 않음은 있어도 상서롭고 상서롭지 못함은 없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옛적 거룩한 왕이 다 귀신을 신령하고 밝다 여겨 재앙과 복을 짓는다 하고 상서롭고 상서롭지 못함이 있다고 잡았으니, 이로써 정사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편안하였다.
걸과 주 아래로는 다 귀신을 신령하고 밝지 않다 여겨 재앙과 복을 지을 수 없다 하고 상서롭고 상서롭지 못함이 없다고 잡았으니, 이로써 정사가 어지럽고 나라가 위태로웠다.
그러므로 앞선 임금의 글 「자역(子亦)」에 있어 이르기를 『그 거만함이 그대에게서 나오면 상서롭지 못하다』 하였다. 이는 착하지 않음을 하면 벌이 있고 착함을 하면 상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
子墨子謂公孟子曰:「喪禮,君與父母、妻、後子死,三年喪服。伯父、叔父、兄弟期,族人五月,姑姊、舅甥皆有數月之喪。或以不喪之閒誦詩三百,弦詩三百,歌詩三百,舞詩三百。若用子之言,則君子何日以聽治?庶人何日以從事?」
묵자가 공맹자에게 말하였다. 「상례에 임금과 어버이와 아내와 맏아들이 죽으면 세 해 상복을 입고, 백부와 숙부와 형제는 한 해요 겨레 사람은 다섯 달이요 고모와 누이와 외숙과 생질에 다 몇 달의 상이 있다.
혹 상하지 않는 사이에 「시」 삼백을 외고 「시」 삼백을 거문고에 타고 「시」 삼백을 노래하고 「시」 삼백을 춤춘다. 만일 그대의 말을 쓰면 군자가 어느 날에 정사를 들어 다스리고 뭇 사람이 어느 날에 일을 좇겠는가.」
公孟子曰:「國亂則治之,國治則爲禮樂。國貧則從事,國富則爲禮樂。」子墨子曰:「國之治也,治之,故治也。治之廢,則國之治亦廢。國之富也,從事,故富也。從事廢,則國之富亦廢。故雖治國,勸之無饜,然後可也。今子曰『國治則爲禮樂,亂則治之』,是譬猶噎而穿井也,死而求醫也。古者三代暴王桀紂幽厲,薾爲聲樂,不顧其民,是以身爲刑僇、國爲虛戾者,皆從此道也。」
공맹자가 말하였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다스리고 나라가 다스려지면 예와 악을 하며, 나라가 가난하면 일을 좇고 나라가 가멸면 예와 악을 합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나라가 다스려짐은 다스렸으므로 다스려진 것이다. 다스림을 폐하면 나라의 다스려짐도 또한 폐한다. 나라가 가멸음은 일을 좇았으므로 가멸은 것이다. 일 좇음을 폐하면 나라의 가멸음도 또한 폐한다. 그러므로 비록 다스려진 나라라도 힘쓰기를 물림 없이 한 뒤에야 된다.
이제 그대가 『나라가 다스려지면 예와 악을 하고 어지러우면 다스린다』 하니, 이는 비유하면 목이 메어서야 우물을 파고 죽어서야 의원을 구하는 것과 같다.
옛적 삼대의 사나운 왕 걸과 주와 유왕과 여왕이 소리와 음악을 성하게 하고 그 백성을 돌아보지 않았으니, 이로써 몸이 형벌로 죽임을 당하고 나라가 빈터가 된 것이 다 이 길을 좇은 것이다.」
公孟子曰:「無鬼神。」又曰:「君子必學祭礼。」子墨子曰:「執無鬼而學祭禮,是猶無客而學客禮也,是猶無魚而爲魚𦊟也。」
공맹자가 말하였다. 「귀신이 없습니다.」 또 말하였다. 「군자는 반드시 제사의 예를 배워야 합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귀신이 없다고 잡으면서 제사의 예를 배우니, 이는 손이 없는데 손 대접하는 예를 배우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없는데 물고기 그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
公孟子謂子墨子曰:「子以三年之喪爲非,子之三日之喪亦非也。」子墨子曰:「子以三年之喪非三日之喪,是猶倮謂撅者不恭也。」
공맹자가 묵자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세 해 상을 그르다 하니 그대의 사흘 상도 또한 그릅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세 해 상으로 사흘 상을 그르다 하니, 이는 벌거벗은 이가 옷 걷은 이더러 공손하지 않다 하는 것과 같다.」
公孟子謂子墨子曰:「知有賢於人,則可謂知乎?」子墨子曰:「愚之知有以賢於人,而愚豈可謂知矣哉?」
공맹자가 묵자에게 말하였다. 「앎이 남보다 나은 데가 있으면 슬기롭다 할 수 있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어리석은 이의 앎에도 남보다 나은 데가 있거니와, 어리석은 이를 어찌 슬기롭다 하겠는가.」
公孟子曰:「三年之喪,學吾之慕父母。」子墨子曰:「夫嬰兒子之知,獨慕父母而已。父母不可得也,然號而不止,此亓故何也?即愚之至也。然則儒者之知,豈有以賢於嬰兒子哉?」
공맹자가 말하였다. 「세 해 상은 내가 어버이를 사모함을 배우는 것입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무릇 갓난아이의 앎은 오직 어버이를 사모할 뿐이다. 어버이를 얻지 못하면 울며 그치지 않으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곧 어리석음이 지극한 것이다. 그러면 선비의 앎이 어찌 갓난아이보다 나은 데가 있겠는가.」
子墨子問於儒者曰:「何故爲樂?」曰:「樂以爲樂也。」子墨子曰:「子未我應也。今我問曰『何故爲室』,曰『冬避寒焉,夏避暑焉,室以爲男女之別也』,則子告我爲室之故矣。今我問曰『何故爲樂』,曰『樂以爲樂也』,是猶曰『何故爲室』,曰『室以爲室也』。」
묵자가 유가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음악을 하는가.」
말하였다. 「음악은 즐거움을 삼기 위해서입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아직 내게 답하지 않았다. 이제 내가 『무슨 까닭으로 집을 짓는가』 물으면 『겨울에 추위를 피하고 여름에 더위를 피하며 집으로 사내와 계집의 가림을 삼는다』 하니, 이는 그대가 내게 집 짓는 까닭을 일러 준 것이다.
이제 내가 『무슨 까닭으로 음악을 하는가』 물으매 『음악은 즐거움을 삼기 위해서다』 하니, 이는 『무슨 까닭으로 집을 짓는가』 하매 『집은 집을 삼기 위해서다』 하는 것과 같다.」
子墨子謂程子曰:「儒之道足以喪天下者,四政焉。儒以天爲不明,以鬼爲不神,天鬼不說,此足以喪天下。又厚葬久喪,重爲棺椁,多爲衣衾,送死若徙,三年哭泣,扶後起,杖後行,耳無聞,目無見,此足以喪天下。又弦歌鼓舞,習爲聲樂,此足以喪天下。又以命爲有,貧富壽夭、治亂安危有極矣,不可損益也。爲上者行之,必不聽治矣;爲下者行之,必不從事矣,此足以喪天下。」程子曰:「甚矣,先生之毀儒也。」子墨子曰:「儒固無此若四政者,而我言之,則是毀也。今儒固有此四政者,而我言之,則非毀也,告聞也。」程子無辭而出,子墨子曰:「逆之。」反,復坐。進復曰:「鄉者先生之言,有可聞者焉。若先生之言,則是不譽禹,不毀桀紂也。」子墨子曰:「不然,夫應孰辭稱議而爲之,敏也。厚攻則厚吾,薄攻則薄吾。應孰辭而稱議,是猶荷轅而擊蛾也。」
묵자가 정자에게 말하였다. 「유가의 도에 천하를 잃게 하기에 넉넉한 것이 네 가지 정사다.
선비는 하늘을 밝지 않다 하고 귀신을 신령하지 않다 하여 하늘과 귀신이 기뻐하지 않으니, 이것이 천하를 잃게 하기에 넉넉하다.
또 장사를 두터이 하고 상을 오래 하여 널을 겹으로 하고 옷과 이불을 많이 하며 죽은 이 보내기를 이사하듯 하고, 세 해를 곡하고 울어 부축해야 일어나고 지팡이를 짚어야 다니며 귀에 들리는 것이 없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천하를 잃게 하기에 넉넉하다.
또 거문고와 노래와 북과 춤으로 소리와 음악을 익히니, 이것이 천하를 잃게 하기에 넉넉하다.
또 명이 있다 하여 가난하고 가멸음과 오래 살고 일찍 죽음과 다스려지고 어지럽고 편안하고 위태로움에 끝이 있어 덜고 더할 수 없다 한다. 위가 된 이가 이를 행하면 반드시 정사를 들어 다스리지 않고, 아래가 된 이가 이를 행하면 반드시 일을 좇지 않으니, 이것이 천하를 잃게 하기에 넉넉하다.」
정자가 말하였다. 「심하십니다. 선생께서 유가를 헐뜯음이.」
묵자가 말하였다. 「선비에게 본디 이 네 정사가 없는데 내가 이를 말하면 이는 헐뜯음이다. 이제 선비에게 본디 이 네 정사가 있는데 내가 이를 말하면 이는 헐뜯음이 아니라 들은 것을 고하는 것이다.」
정자가 할 말이 없어 나갔다. 묵자가 「그를 맞으라」 하였다. 돌아와 다시 앉았다.
나아가 다시 말하였다. 「앞서 선생의 말씀에 들을 만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의 말씀 같으면 이는 우임금을 기리지 않고 걸과 주를 헐뜯지 않는 것입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무릇 익은 말로 답하고 의논에 걸맞게 하는 것이 재빠름이다. 두터이 치면 두터이 하고 엷게 치면 엷게 한다. 익은 말로 답하고 의논에 걸맞게 하니, 이는 수레채를 메고 나방을 치는 것과 같다.」
子墨子與程子辯,稱於孔子。程子曰:「非儒,何故稱於孔子也?」子墨子曰:「是亦當而不可易者也。今鳥聞熱旱之憂則高,魚聞熱旱之憂則下,當此,雖禹湯爲之謀,必不能易矣。鳥魚可謂愚矣,禹湯猶云因焉。今翟曾無稱於孔子乎?」
묵자가 정자와 따질 때 공자를 일컬었다. 정자가 말하였다. 「선비를 그르다 하면서 무슨 까닭으로 공자를 일컫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이는 또한 마땅하여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새가 뜨거운 가뭄의 근심을 알면 높이 오르고 물고기가 뜨거운 가뭄의 근심을 알면 아래로 내려가니, 이에 대해서는 비록 우임금과 탕임금이 꾀한들 반드시 바꿀 수 없다. 새와 물고기는 어리석다 할 만한데 우임금과 탕임금도 오히려 그를 말미암는다 한다. 이제 내가 어찌 공자를 일컬음이 없겠는가.」
有游於子墨子之門者,謂子墨子曰:「先生以鬼神爲明知,能爲禍福,爲善者富之,爲暴者禍之。今吾事先生久矣,而福不至。意者,先生之言有不善乎?鬼神不明乎?我何故不得福也?」子墨子曰:「雖子不得福,吾言何遽不善?而鬼神何遽不明?子亦聞乎匿徒之刑之有刑乎?」對曰:「未得之聞也。」子墨子曰:「今有人於此,什子,子能什譽之,而一自譽乎?」對曰:「不能。」「有人於此,百子,子能終身譽亓善,而子無一乎?」對曰:「不能。」子墨子曰:「匿一人者猶有罪,今子所匿者若此亓多,將有厚罪者也,何福之求?」
묵자의 문에 노니는 이가 있어 묵자에게 말하였다. 「선생께서 귀신을 밝고 슬기롭다 하시고 능히 재앙과 복을 지어 착함을 하는 이를 가멸게 하고 사나움을 하는 이에게 재앙을 준다 하십니다. 이제 제가 선생을 섬긴 지 오래인데 복이 이르지 않습니다. 생각건대 선생의 말씀에 착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귀신이 밝지 않습니까. 제가 무슨 까닭으로 복을 얻지 못합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비록 그대가 복을 얻지 못하였다 한들 내 말이 어찌 대뜸 착하지 않으며 귀신이 어찌 대뜸 밝지 않겠는가. 그대는 또한 숨긴 이를 벌하는 형벌이 있음을 들었는가.」
답하였다.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이제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그대보다 열 곱이면 그대는 능히 열 곱으로 그를 기리고 한 번만 스스로 기리겠는가.」
답하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그대보다 백 곱이면 그대는 능히 죽도록 그 착함을 기리고 그대는 한 번도 하지 않겠는가.」
답하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한 사람을 숨긴 이도 오히려 죄가 있는데, 이제 그대가 숨긴 것이 이처럼 많으니 장차 두터운 죄가 있을 것이다. 무슨 복을 구하는가.」
子墨子有疾,跌鼻進而問曰:「先生以鬼神爲明,能爲禍福,爲善者賞之,爲不善者罰之。今先生聖人也,何故有疾?意者,先生之言有不善乎?鬼神不明知乎?」子墨子曰:「雖使我有病,何遽不明?人之所得於病者多方,有得之寒暑,有得之勞苦,百門而閉一門焉,則盜何遽無從入哉?」
묵자가 병이 있으매 질비가 나아가 물었다. 「선생께서 귀신을 밝다 하시고 능히 재앙과 복을 지어 착함을 하는 이에게 상 주고 착하지 않음을 하는 이를 벌한다 하십니다. 이제 선생은 성인이신데 무슨 까닭으로 병이 있습니까. 생각건대 선생의 말씀에 착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귀신이 밝고 슬기롭지 않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비록 내게 병이 있다 한들 어찌 대뜸 밝지 않겠는가. 사람이 병을 얻는 데는 여러 갈래가 있어 추위와 더위에서 얻는 것도 있고 수고로움에서 얻는 것도 있다. 백 문 가운데 한 문을 닫았다 하여 도둑이 어찌 대뜸 들어올 데가 없겠는가.」
有游於子墨子之門者,身體强良,思慮徇通,欲使隨而學。子墨子曰:「姑學乎,吾將仕子。」勸於善言而學。其年,而責仕於子墨子。子墨子曰:「不仕子。子亦聞夫魯語乎?魯有昆弟五人者,亓父死,亓長子嗜酒而不葬,亓四弟曰:『子與我葬,當爲子沽酒。』勸於善言而葬。已葬而責酒於其四弟,四弟曰:『吾末予子酒矣。子葬子父,我葬吾父,豈獨吾父哉?子不葬,則人將笑子,故勸子葬也。』今子爲義,我亦爲義,豈獨我義也哉?子不學,則人將笑子,故勸子於學。」
묵자의 문에 노니는 이가 있어 몸이 굳세고 좋으며 헤아림이 두루 통하매, 그로 하여금 따라 배우게 하고자 하였다. 묵자가 말하였다. 「잠시 배우라. 내가 장차 그대를 벼슬시키겠다.」 좋은 말로 권하여 배우게 하였다.
그해가 되어 묵자에게 벼슬을 꾸짖어 물었다. 묵자가 말하였다. 「그대를 벼슬시키지 않겠다. 그대는 또한 저 노나라 말을 들었는가.
노나라에 형제 다섯이 있어 그 아비가 죽으매 그 맏아들이 술을 즐겨 장사하지 않았다. 그 네 아우가 말하기를 『그대가 우리와 장사하면 마땅히 그대에게 술을 사 주겠다』 하였다. 좋은 말로 권하여 장사하였다.
이미 장사하고 그 네 아우에게 술을 꾸짖어 물으니 네 아우가 말하기를 『우리는 그대에게 술을 주지 않겠다. 그대가 그대의 아비를 장사하고 우리가 우리 아비를 장사한 것이니 어찌 홀로 우리 아비이겠는가. 그대가 장사하지 않으면 사람이 장차 그대를 비웃을 것이므로 그대에게 장사하기를 권한 것이다』 하였다.
이제 그대가 옳음을 하고 나도 또한 옳음을 하니 어찌 홀로 내 옳음이겠는가. 그대가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 장차 그대를 비웃을 것이므로 그대에게 배우기를 권한 것이다.」
有游於子墨子之門者,子墨子曰:「盍學乎?」對曰:「吾族人無學者。」子墨子曰:「不然,夫好美者,豈曰吾族人莫之好,故不好哉?夫欲富貴者,豈曰我族人莫之欲,故不欲哉?好美欲富貴者,不視人猶強爲之。夫義,天下之大器也,何以視人?必強爲之。」
묵자의 문에 노니는 이가 있어 묵자가 말하였다. 「어찌 배우지 않는가.」
답하였다. 「우리 겨레에 배우는 이가 없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무릇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이가 어찌 『우리 겨레가 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므로 좋아하지 않겠다』 하겠는가. 무릇 가멸고 귀하기를 바라는 이가 어찌 『우리 겨레가 아무도 바라지 않으므로 바라지 않겠다』 하겠는가.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가멸고 귀하기를 바라는 이는 남을 보지 않고도 오히려 힘써 한다. 무릇 옳음은 천하의 큰 그릇인데 무엇 하러 남을 보겠는가. 반드시 힘써 할 것이다.」
二三子有復於子墨子學射者。子墨子曰:「不可,夫知者必量亓力所能至,而從事焉。國士戰且扶人,猶不可及也。今子非國士也,豈能成學又成射哉?」
두어 제자 가운데 묵자에게 활쏘기를 배우겠다 아뢴 이가 있었다.
묵자가 말하였다. 「안 된다. 무릇 슬기로운 이는 반드시 제 힘이 이를 수 있는 데를 헤아려 일을 좇는다. 나라의 선비가 싸우면서 또 사람을 부축하는 것도 오히려 미치지 못한다. 이제 그대는 나라의 선비가 아니니 어찌 능히 배움을 이루고 또 활쏘기를 이루겠는가.」
二三子復於子墨子曰:「告子曰言義而行甚惡,請棄之。」子墨子曰:「不可,稱我言以毀我行,愈於亡。有人於此,翟甚不仁,尊天、事鬼、愛人甚不仁,猶愈於亡也。今告子言談甚辯,言仁義而不吾毀,告子毀,猶愈亡也!」
두어 제자가 묵자에게 아뢰었다. 「고자가 옳음을 말하되 행함이 심히 나쁘니 그를 버리기를 청합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안 된다. 내 말을 일컬으며 내 행함을 헐뜯는 것이 없느니만 낫다.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적(翟)이 심히 어질지 않고 하늘을 높이고 귀신을 섬기고 사람을 사랑함이 심히 어질지 않다』 한다 해도 오히려 없느니만 낫다.
이제 고자가 말하고 따짐이 심히 밝아 어짊과 옳음을 말하며 나를 헐뜯지 않으니, 고자의 헐뜯음도 오히려 없느니만 낫다.」
二三子復於子墨子曰:「告子勝爲仁。」子墨子曰:「未必然也,告子爲仁,譬猶跂以爲長,隱以爲廣,不可久也。」
두어 제자가 묵자에게 아뢰었다. 「고자가 어짊을 하기에 낫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고자가 어짊을 함은 비유하면 발돋움하여 키를 삼고 몸을 숨겨 넓이를 삼는 것과 같으니 오래갈 수 없다.」
告子謂子墨子曰:「我治國爲政。」子墨子曰:「政者,口言之,身必行之。今子口言之而身不行,是子之身亂也。子不能治子之身,惡能治國政?子姑亡,子之身亂之矣。」
고자가 묵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나라를 다스리고 정사를 하겠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정사란 입으로 말하면 몸이 반드시 행하는 것이다. 이제 그대가 입으로 말하되 몸이 행하지 않으니 이는 그대의 몸이 어지러운 것이다. 그대가 그대의 몸을 다스리지 못하는데 어찌 능히 나라의 정사를 다스리겠는가. 그대는 잠시 그만두라. 그대의 몸이 이미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