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편安分篇
1족한 줄 알면 즐겁다
《景行錄》雲:「知足可樂,多貪則憂。」
《경행록》에 이른다. 「족한 줄 알면 즐거울 수 있고, 탐냄이 많으면 근심한다.」
2가난해도 즐겁다
知足者貧賤亦樂,不知足者富貴亦憂。
족한 줄 아는 자는 가난하고 천해도 즐겁고, 족한 줄 모르는 자는 부하고 귀해도 근심한다.
3종신토록 욕되지 않는다
知足常足,終身不辱。知止常止,終身不恥。
족한 줄 알아 늘 족하면 종신토록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아 늘 그치면 종신토록 부끄럽지 않다.
4위에 대면 모자라도
將上不足,比下有餘。
위에 대면 모자라도, 아래에 견주면 남음이 있다.
5아래에 견주면
若比向下,生無不足者。
아래로 견준다면, 사는 데 족하지 않은 것이 없다.
6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이 없다
《擊壤詩》雲:「安分身無辱,知機心自閒。雖居人世上,卻是出人間。」
《격양시》에 이른다.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이 없고, 기미를 알면 마음이 절로 한가하다. 몸은 사람 세상에 살아도, 도리어 인간 세상을 벗어난 것이라.」
7분수 지킴이 마땅하다
《神童詩》雲:「壽夭莫非命,窮通各有時。迷途空役役,安分是便宜。」
《신동시》에 이른다.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이 명 아님이 없고, 궁하고 통함에 저마다 때가 있다. 헤매는 길에서 부질없이 아등바등하니, 분수를 지킴이 곧 마땅하니라.」
8도가 아니면 얻지 않는다
子曰:「富與貴,是人之所欲也。不以其道得之,不處也。貧與賤,是人之所惡也,不以其道得之,不去也。」
공자가 말하였다. 「부와 귀는 사람이 바라는 바이나 그 도로써 얻은 것이 아니면 거기 머물지 않고, 가난과 천함은 사람이 싫어하는 바이나 그 도로써 얻은 것이 아니라도 버리지 않는다.」
9뜬구름 같은 부귀
不義而富且貴,於我如浮雲。
의롭지 않게 부하고 또 귀함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10영화를 알고 욕됨을 지키라
老子曰:「知其榮,守其辱。」
노자가 말하였다. 「그 영화를 알면서, 그 욕됨을 지키라.」
11저를 아는 자는 남을 원망 않는다
荀子曰:「自知者不怨人,知命者不怨天。怨人者窮,怨天者無志。失之己,反之人,豈不亦迂哉!」
순자가 말하였다. 「저를 아는 자는 남을 원망하지 않고, 명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남을 원망하는 자는 궁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자는 뜻이 없다. 저에게서 잃고 남에게 돌리니, 어찌 또한 어리석지 않으랴!」
12영광과 욕됨의 큰 갈림
榮辱之大分,安危利害之常體,先義而後利者榮,先利而後義者辱。榮者常通,辱者常窮。通者常制人,窮者常制於人,是榮辱之大分也。
영광과 욕됨의 큰 갈림이요 편안함과 위태로움, 이로움과 해로움의 떳떳한 몸통은 이것이다. 의를 먼저 하고 이익을 뒤로 하는 자는 영광되고, 이익을 먼저 하고 의를 뒤로 하는 자는 욕된다. 영광된 자는 늘 통하고 욕된 자는 늘 궁하며, 통한 자는 늘 남을 부리고 궁한 자는 늘 남에게 부림받으니, 이것이 영광과 욕됨의 큰 갈림이다.
13명이 거친 밥이거든
命合吃粗食,莫思重羅麵。
명이 거친 밥을 먹게 되어 있거든, 고운 체로 친 국수를 생각지 말라.
14들어옴을 헤아려 씀을 재라
量其所入,度其所出。
들어오는 것을 헤아려, 나가는 것을 재라.
15군자는 궁해도 굳다
子曰:「君子固窮,小人窮斯濫矣。」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궁해도 굳게 버티나, 소인은 궁하면 곧 넘친다.」
16아껴 먹고 아껴 쓰라
省吃省用省求人。
아껴 먹고 아껴 쓰면, 남에게 구할 일이 준다.
17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으면
汪信民常言:「人常咬得菜根,則百事可為。」
왕신민이 늘 말하였다. 「사람이 늘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으면 백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18처한 그대로 행한다
《中庸》雲:「素富貴,行乎富貴;素貧賤,行乎貧賤;素夷狄,行乎夷狄;素患難,行乎患難。」
《중용》에 이른다.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대로 행하고, 오랑캐 땅에 처해서는 오랑캐 땅대로 행하고,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대로 행한다.」
19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子曰:「不在其位,不謀其政。」
공자가 말하였다.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꾀하지 않는다.」
20나만 못한 이도 많다
先儒曰:「休怨我不如人,不如我者尚眾。休誇我能勝人,勝如我者更多。」
옛 선비가 말하였다. 「내가 남만 못하다 원망하지 말라, 나만 못한 이가 오히려 많다. 내가 남을 이긴다 자랑하지 말라, 나보다 나은 이가 더 많다.」
21남이 나를 이겨도 해가 없다
人勝我無害,彼無蓄怨之心。我勝人非福,恐有不測之禍。
남이 나를 이김은 해가 없으니 저편에 원한 쌓을 마음이 없고, 내가 남을 이김은 복이 아니니 헤아리지 못할 화가 있을까 두렵다.
22지나친 복 구함은 화를 부른다
過度求福適以速禍,安分遠禍將自得福。
지나치게 복을 구함은 도리어 화를 재촉하고, 분수를 지켜 화를 멀리하면 장차 절로 복을 얻는다.
23나만 못한 이와 견주어 보라
人只把不如我者較量,則自知足。
사람이 다만 나만 못한 이와 견주어 헤아리면, 절로 족한 줄 알게 된다.
24문을 닫아도 공덕이 대천에 미친다
二眉曙青朱先生曰:「天下富貴貧賤俱有個真實受用。閉戶心無所營,何事掃除開門?活水青山,見在繁華,凡得天地之正氣者,俱能悅吾之目,盈吾之耳,適吾之口,克吾之腹。動容周旋,莫不為我開設;隨緣取用,何曾有意收放。異乎人者,視聽言動;同乎人者,眼耳口鼻。其心可富,天下貧者終不患貧;此心可壽,天下夭者終不患夭。只管不出戶庭,功德遍及大千。至若妻子田宅,日前安乎本分,身後聽其自然。」
이미서청 주 선생이 말하였다. 「천하의 부귀와 빈천에는 다 저마다 참된 누림이 있다. 문을 닫고 마음에 꾀하는 바가 없으면 무슨 일로 쓸고 닦아 문을 열랴. 흐르는 물과 푸른 산, 눈앞의 번화함까지, 무릇 천지의 바른 기운을 얻은 것이면 다 내 눈을 기쁘게 하고 내 귀를 채우고 내 입에 맞고 내 배를 채울 수 있다. 몸가짐과 움직임이 나를 위해 차려지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인연 따라 가져다 쓸 뿐 언제 마음먹고 거두고 놓은 적이 있으랴.
남과 다른 것은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임이요, 남과 같은 것은 눈·귀·입·코다. 이 마음이 부유할 수 있으면 천하의 가난한 자라도 끝내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이 마음이 오래 살 수 있으면 천하의 일찍 죽는 자라도 끝내 일찍 죽음을 근심하지 않는다. 다만 뜰 문을 나서지 않아도 공덕이 대천세계에 두루 미친다. 처자와 밭과 집 같은 것은, 눈앞에서는 본분에 편안하고 몸 뒤에는 자연에 맡길 일이다.」
25결락
△△△△△△△△△△
(열 글자가 결락되어 △로 표시되어 있다.)
26허튼 생각은 정신만 상한다
濫想徒傷神,妄動反致禍。
허튼 생각은 한갓 정신을 상하게 하고, 망령된 움직임은 도리어 화를 부른다.
27가득 참은 덜림을 부른다
《書》曰:「滿招損,謙受益。」
《서경》에 말한다. 「가득 참은 덜림을 부르고, 겸손은 더함을 받는다.」
28솔개가 떨어뜨린 솜
印觀賣綿於市。有署調者以穀買之而還。有鳶攫其綿墮印觀家。印觀取歸市署調曰:「鳶墮汝綿於吾家,故還汝。」署調曰:「鳶攫綿與汝,天也。吾何為受?」印觀曰:「然還汝谷。」署調曰:「吾與汝者市二日,谷已屬汝矣。」兩人相讓,並棄於市而歸。掌市官以聞王。並賜爵。
인관(印觀)이 저자에서 솜을 팔았다. 서조(署調)라는 이가 곡식으로 사서 돌아갔는데, 솔개가 그 솜을 채어다 인관의 집에 떨어뜨렸다. 인관이 저자로 가지고 돌아가 서조에게 말하였다. 「솔개가 그대의 솜을 우리 집에 떨어뜨렸기에 그대에게 돌려주오.」 서조가 말하였다. 「솔개가 솜을 채어다 그대에게 준 것은 하늘의 일이오. 내가 어찌 받겠소?」 인관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대의 곡식을 돌려주겠소.」 서조가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준 지 장이 두 번 섰으니, 곡식은 이미 그대의 것이오.」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다가 둘 다 저자에 버리고 돌아갔다. 저자를 맡은 벼슬아치가 왕에게 아뢰니, 둘 다 벼슬을 내렸다.
29솥 안의 일곱 냥 돈
洪耆燮少貧甚,無料一日早,婢兒踴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米可數石,柴可數馱。天賜!天賜!」公驚曰:「是何金?」即書失金人推去等字,付之門楣而待。俄而姓劉者來問書意,公悉言之。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果天賜也。盍取之?」公曰:「非吾物何?」劉俯伏曰:「小的昨夜為竊鼎來,還憐家勢蕭條。今感公之廉價,良心自發,誓不更盜,願欲常侍,勿慮取之。」公即還金曰:「汝之為良則善矣。金不可取。」終不受。後公為判書,其子在龍為憲宗舅舅。劉亦見信,身家大昌。
홍기섭(洪耆燮)은 젊어서 몹시 가난하여 끼니를 잇지 못했다. 하루는 아침에 어린 계집종이 뛰어와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였다. 「이것이 솥 안에 있었습니다. 쌀이 몇 섬이요 땔나무가 몇 바리 값입니다.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 공이 놀라 「이것이 웬 돈이냐?」 하고, 곧 「돈 잃은 사람은 찾아가시오」 하는 글을 써서 문설주에 붙이고 기다렸다.
이윽고 유(劉)가라는 사람이 와서 글의 뜻을 물으니 공이 사실대로 다 말하였다. 유가가 말하였다. 「남의 솥 안에 돈을 잃을 리가 없으니 과연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 어찌 가지지 않으십니까?」 공이 말하였다. 「내 것이 아닌데 어찌 가지겠소?」 유가가 엎드려 말하였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도리어 집안 형편이 너무 쓸쓸한 것을 가엾이 여겨 이것을 두고 갔습니다. 이제 공의 청렴에 감동하여 양심이 절로 우러나니, 맹세코 다시 도둑질하지 않고 늘 곁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염려 마시고 가지십시오.」 공이 곧 돈을 돌려주며 「그대가 착하게 된 것은 좋으나 이 돈은 가질 수 없소」 하고 끝내 받지 않았다.
뒤에 공은 판서가 되고 그 아들 재룡(在龍)은 헌종의 장인이 되었으며, 유가도 신임을 얻어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