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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편治政篇

명심보감 明心寶鑑 · 범립본(范立本) 엮음 · 1393년 (명 홍무 26) · 단락 25 · 한자 908자 · 낭독 3.6분

「명심보감」 본편 「치정편」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마음을 밝히는 보배 거울. 경전과 제자백가에서 착하게 사는 길을 뽑아 엮은 잠언집으로, 조선의 서당에서 천자문 다음에 읽었다. 팔반가 여덟 수와 손순·인관·홍기섭 같은 한국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다.

1한낱 선비라도

明道先生曰:「一介之士,苟存心於愛物,於人必有所濟。」

명도 선생이 말하였다. 「한낱 선비라도 진실로 만물을 아끼는 데 마음을 두면, 남에게 반드시 건져 주는 바가 있다.」

2네 녹은 백성의 기름이다

唐太宗禦制:「上有麾之,中有乘之,下有附之。幣帛衣之,倉廩食之,爾俸爾祿,民膏民脂。下民易虐,上蒼難欺。」

당 태종의 어제에 이른다. 「위에는 지휘하는 이가 있고, 가운데는 다스리는 이가 있고, 아래에는 따르는 이가 있다. 폐백으로 옷을 지어 입고 곳간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으니, 네 봉급과 네 녹은 백성의 기름이요 백성의 피다. 아래 백성은 학대하기 쉬우나, 위의 푸른 하늘은 속이기 어렵다.」

3청렴·신중·근면

《童蒙訓》曰:「當官之法,唯有三事:曰清,曰慎,曰勤。知此三者,則知所以持身矣。」

《동몽훈》에 말한다. 「벼슬살이의 법도는 오직 세 가지뿐이니, 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다. 이 셋을 알면 몸 가질 바를 아는 것이다.」

4성부터 내지 말라

當官者,必以暴怒為戒。事有不可,當詳處之,必無不當。若先暴怒,只能自害,豈能害人。

벼슬하는 자는 반드시 갑자기 성내는 것을 경계하라. 일에 옳지 않음이 있거든 마땅히 자세히 처리하면 반드시 맞지 않음이 없으려니와, 먼저 버럭 성부터 내면 다만 저를 해칠 뿐이니 어찌 남을 해치랴.

5임금 섬기기를 어버이같이

事君如事親,事官長如事兄。與同僚如家人,待群吏如奴僕。愛百姓如妻子,處國事如家事。然後能盡吾之心,如有毫末不至,皆吾心有所未盡也。

임금 섬기기를 어버이 섬기듯 하고, 웃어른 섬기기를 형 섬기듯 하고, 동료와는 집안 식구같이 지내고, 뭇 아전 대하기를 제 집 종같이 하고, 백성 아끼기를 처자같이 하고, 나랏일 처리하기를 집안일같이 하라. 그런 뒤에야 내 마음을 다한 것이니, 털끝만큼이라도 이르지 못함이 있으면 다 내 마음에 다하지 못한 바가 있는 것이다.

6정성으로 움직이라

或問:「薄,佐令者也。薄所欲為,令或不從,奈何?」伊川先生曰:「當以誠意動之。今令與薄不和,只是爭私意。令是邑之長,若能以事父兄之道事之,過則歸己,善則唯恐不歸於令,積此誠意,豈有不動得人?」

어떤 이가 물었다. 「부(簿)는 수령을 보좌하는 자입니다. 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수령이 혹 따르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이천 선생이 말하였다. 「마땅히 정성스러운 뜻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 수령과 부가 화합하지 못함은 다만 사사로운 뜻으로 다투기 때문이다. 수령은 고을의 어른이니, 아비와 형을 섬기는 도리로 섬겨서 허물은 저에게 돌리고 잘함은 수령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이런 정성스러운 뜻을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랴.」

7무당의 무리를 끊으라

凡異色人,皆不宜與之相接。巫祝尼媼之類,尤宜罷絕,要以清心省事為本。

무릇 색다른 사람과는 다 서로 사귀지 말아야 한다. 무당과 박수와 여승과 노파의 무리는 더욱 마땅히 끊어 버리고, 마음을 맑게 하고 일을 줄이는 것을 근본으로 삼으라.

8백성이 속정을 다 아뢰게 하라

劉安禮問臨民。明道先生曰:「使民各得輸其情。」問禦史。曰:「正己以格物。」

유안례가 백성 다스리는 길을 물으니, 명도 선생이 말하였다. 「백성이 저마다 제 속정을 다 아뢸 수 있게 하라.」 아전 부리는 길을 물으니, 말하였다. 「저를 바르게 하여 남을 바로잡으라.」

9길을 넓게 잡으라

韓魏公問明道先生。說:「立朝大概前面路子放教寬,若窄時,異日和自家無轉側處。」

한위공이 명도 선생에게 물으니, 말하였다. 「조정에 서는 큰 요령은, 앞길을 놓아 두기를 너그럽게 하라는 것이다. 좁으면 뒷날 저 자신도 몸 돌릴 곳이 없게 된다.」

10가르치지 않고 죽임은 학정

子曰:「不教而殺謂之虐,不戒視成謂之暴,慢令致期謂之賊。」

공자가 말하였다.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을 학정이라 이르고, 미리 타이르지 않고 결과만 따지는 것을 포악이라 이르고, 명령은 태만히 하고 기한만 다그치는 것을 해침이라 이른다.」

11곧은 이를 들어 쓰면

舉直錯諸枉,能使枉者直。

곧은 이를 들어 굽은 이 위에 두면, 굽은 자를 곧게 만들 수 있다.

12백성이 복종하는 길

舉直錯諸枉,則民服。舉枉錯諸直,則民不服。

곧은 이를 들어 굽은 이 위에 두면 백성이 복종하고, 굽은 이를 들어 곧은 이 위에 두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다.

13제 몸이 바르면

其身正,不令而行。其身不正,雖令不從。

제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제 몸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

14오랑캐 땅에서도 통한다

言忠信,行篤敬,雖蠻貊之邦行矣。言不忠信,行不篤敬,雖州裡行乎哉?!

말이 충성스럽고 미더우며 행실이 도탑고 공경스러우면 오랑캐의 나라에서도 통하고, 말이 충성스럽지도 미덥지도 못하고 행실이 도탑지도 공경스럽지도 못하면 제 고을에선들 통하랴!

15높은 자리의 덕

子貢曰:「位尊者,德不可薄。官大者,政不可欺。」

자공이 말하였다. 「지위가 높은 자는 덕이 얕아서는 안 되고, 벼슬이 큰 자는 정사를 속여서는 안 된다.」

16자산의 네 가지 군자 도리

子謂子產有君子之道四焉:其行己也恭,其事上也敬,其養民也惠,其使民也義。

공자가 자산을 두고, 군자의 도 네 가지가 있다 하였다. 「제 몸가짐이 공손하고, 윗사람 섬김이 공경스럽고, 백성 기름이 은혜롭고, 백성 부림이 의로웠다.」

17어짊을 묻다

子張問仁於孔子。子曰:「恭則不侮,寬則得眾,信則人任焉。敏則有功,惠則足以使人。」

자장이 공자에게 어짊을 물으니, 공자가 말하였다. 「공손하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뭇사람을 얻고, 미더우면 남이 일을 맡기고, 민첩하면 공이 있고, 은혜로우면 넉넉히 사람을 부릴 수 있다.」

18은혜롭되 허비하지 않는다

子曰:「君子惠而不費,勞而不怨,欲而不貪,泰而不驕,威而不猛。」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은혜롭되 허비하지 않고, 수고롭게 하되 원망 사지 않고, 바라되 탐하지 않고,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위엄 있되 사납지 않다.」

19임금에게 어려운 일을 권함이 공경

孟子曰:「責難於君謂之恭,陳善閉邪謂之敬,吾君不能謂之賊。」

맹자가 말하였다. 「임금에게 어려운 일을 하도록 권함을 공(恭)이라 이르고, 선을 펴서 삿됨을 막음을 경(敬)이라 이르고, 우리 임금은 할 수 없다 함을 해침(賊)이라 이른다.」

20간언으로 바로잡는다

《書》雲:「木以繩直,君以諫正。」

《서경》에 이른다. 「나무는 먹줄로 곧아지고, 임금은 간언으로 바르게 된다.」

21도끼를 맞더라도 바른말

《抱樸子》曰:「迎斧鉞而敢諫,投鼎鑊而盡言,此謂忠臣也。」

《포박자》에 말한다. 「도끼를 맞더라도 감히 간하고, 가마솥에 던져지더라도 할 말을 다하면, 이를 충신이라 이른다.」

22충신은 죽음을 겁내지 않는다

忠臣不怕死,怕死不忠臣。

충신은 죽음을 겁내지 않으니, 죽음을 겁내면 충신이 아니다.

23고동교 선생의 좌측명

顧東橋先生座側銘:「言行擬之古人則德業進,功名付之天命則心事閒。報應會及子孫則治政公,受享慮及疾病則費用儉。」

고동교 선생의 좌측명이다. 「말과 행실을 옛사람에게 견주면 덕업이 나아가고, 공명을 천명에 맡기면 마음이 한가롭다. 갚음이 자손에게 미침을 생각하면 정사가 공정해지고, 받아 누림에 병들 때를 헤아리면 씀씀이가 검소해진다.」

24일 처리는 시원하게

先儒曰:「處事不可不斬捷,存心不可不寬舒,待己不可不嚴明,與人不可不和氣。」

옛 선비가 말하였다. 「일 처리는 시원하고 빠르지 않으면 안 되고, 마음가짐은 너그럽고 넉넉하지 않으면 안 되고, 저를 대함은 엄하고 밝지 않으면 안 되고, 남을 대함은 온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25벼슬아치가 곧 살아 있는 부처

二眉曙青朱先生曰:「居位臨民現宰官者,必非無因,每見仕途上人都認自家是某官某宦,不知自家就是救世的活佛。有功者賞,有過者罰。除害安民,慈惠多方,只是一個恰好,不可太過不及。果能為人父母公祖,使地方老幼男女個個得所,化成極樂世界,家家供俸,人人頂禮,官也做了,佛也成了,何等心安,何等快捷,較之面壁修行,雲壤萬仞矣!」

이미서청 주 선생이 말하였다. 「자리에 앉아 백성을 다스리는 벼슬아치가 된 것은 반드시 까닭 없는 일이 아니다. 벼슬길의 사람들을 보면 다 저를 무슨 관원 무슨 벼슬아치로만 알지, 저 자신이 곧 세상을 구하는 살아 있는 부처인 줄은 모른다. 공 있는 자에게 상 주고 허물 있는 자에게 벌 주며, 해를 없애고 백성을 편안케 하며, 자애와 은혜를 여러 방면으로 베풀되 다만 알맞게 할 뿐이니, 지나쳐도 못 미쳐도 안 된다. 과연 백성의 부모와 어른 노릇을 하여 지방의 늙은이 아이 사내 계집이 저마다 제자리를 얻게 하고 극락세계로 화하게 한다면, 집집이 받들고 사람마다 우러러 절하리니, 벼슬도 하고 부처도 된 것이라 얼마나 마음 편하고 얼마나 후련하랴. 벽을 마주하고 수행하는 것에 견주면 하늘과 땅 차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