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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가편治家篇

명심보감 明心寶鑑 · 범립본(范立本) 엮음 · 1393년 (명 홍무 26) · 단락 20 · 한자 806자 · 낭독 3.2분

「명심보감」 본편 「치가편」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마음을 밝히는 보배 거울. 경전과 제자백가에서 착하게 사는 길을 뽑아 엮은 잠언집으로, 조선의 서당에서 천자문 다음에 읽었다. 팔반가 여덟 수와 손순·인관·홍기섭 같은 한국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다.

1어른께 여쭈어 행하라

司馬溫公曰:「凡諸卑幼,事無大小,毋得專行,必諮稟於家長。」

사마온공이 말하였다. 「무릇 낮고 어린 이들은 일이 크건 작건 제멋대로 행하지 말고, 반드시 집안 어른께 여쭈어 행하라.」

2부지런하고 검소하면

勤儉常豐,至老不窮。

부지런하고 검소하면 늘 넉넉하여, 늙도록 궁하지 않다.

3손님 대접은 넉넉히

待客不可不豐,治家不可不儉。

손님 대접은 넉넉하지 않으면 안 되고, 집안 다스림은 검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4돈 있을 때 없는 날을 대비하라

有錢常備無錢日,安樂須防病患時。

돈이 있거든 늘 돈 없을 날을 대비하고, 편안하고 즐겁거든 모름지기 병들 때를 방비하라.

5억센 종과 응석받이

健奴無禮,嬌兒無孝。

억센 종은 무례하고, 응석받이 아이는 효도가 없다.

6며느리는 처음 왔을 때 가르치라

教婦初來,教子嬰孩。

며느리는 처음 왔을 때 가르치고, 자식은 어릴 때 가르치라.

7어리석은 이는 아내를 겁낸다

太公曰:「癡人畏婦,賢婦敬夫。」

태공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겁내고, 어진 아내는 지아비를 공경한다.」

8종에게 먼저 배고픔을 물으라

凡使奴僕,先問飢寒。

무릇 종을 부리거든, 먼저 그들의 배고픔과 추위를 물으라.

9불조심 도둑조심

時時防火發,夜夜防賊來。

때마다 불이 날까 방비하고, 밤마다 도둑이 들까 방비하라.

10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

子孝雙親樂,家和萬事成。

자식이 효도하면 두 어버이가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

11아침저녁의 이르고 늦음

《景行錄》雲:「觀朝夕之早晏,可以識人家之興替。」

《경행록》에 이른다. 「아침저녁 밥때의 이르고 늦음을 보면, 그 집안의 흥하고 쇠함을 알 수 있다.」

12혼인에 부귀를 따지지 말라

司馬溫公曰:「凡議婚姻,先須察其君與婦之性行及家法何如,勿苟慕其富貴。顛苟賢矣,今雖貧賤,安知異時不富貴乎?苟為不肖,今雖富盛,安知異時不貧賤乎?婦者,家之所由盛衰也。苟慕一時之富貴而娶之,彼挾其富貴,鮮有不輕其夫而傲其舅姑,養成驕妬之性,異日為患,庸有極乎?假使因婦財以致富,依婦勢以取貴,苟有丈夫之志氣者,能無愧乎?」

사마온공이 말하였다. 「무릇 혼인을 의논함에는 먼저 그 사위 될 이와 며느리 될 이의 성품과 행실과 집안 법도가 어떠한가를 살필 일이요, 구차히 그 부귀를 사모하지 말라. 그가 진실로 어질면 지금은 빈천해도 뒷날 부귀하지 않을 줄 어찌 알며, 그가 진실로 못났으면 지금은 부유하고 성해도 뒷날 빈천하지 않을 줄 어찌 알랴. 며느리는 집안의 성쇠가 말미암는 바다. 한때의 부귀를 사모하여 아내로 맞으면, 저는 제 부귀를 믿고 지아비를 가벼이 여기며 시부모에게 오만하지 않는 이가 드물어, 교만하고 시새우는 성품이 길러져 뒷날의 근심됨이 어찌 끝이 있으랴. 설령 아내의 재물로 부유해지고 아내의 세력에 기대어 귀해진들, 진실로 대장부의 뜻과 기개가 있는 자라면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으랴.」

13딸은 나은 집에, 며느리는 못한 집에서

安定胡先生曰:「嫁女必須勝吾家者。勝吾家者,則女之事夫,必欽必戒。娶婦必須不若吾家者。不若吾家者,則婦之事舅姑,必執婦道。」

안정 호 선생이 말하였다. 「딸을 시집보낼 때는 반드시 내 집보다 나은 집으로 하라. 내 집보다 나으면 딸이 지아비 섬김에 반드시 공경하고 반드시 조심한다. 며느리를 맞을 때는 반드시 내 집만 못한 집에서 하라. 내 집만 못하면 며느리가 시부모 섬김에 반드시 며느리의 도리를 지킨다.」

14굴레 없는 사나운 말

男大不婚,如劣馬無韁;女長不嫁,如私鹽犯首。

사내가 다 컸는데 장가들지 않으면 굴레 없는 사나운 말 같고, 계집이 다 컸는데 시집가지 않으면 사염(私鹽) 지고 잡힌 우두머리 같다.

15재물을 따지는 혼인은 오랑캐 도리

文中子曰:「婚娶而論財,夷虜之道也。」

문중자가 말하였다. 「혼인에 재물을 따짐은 오랑캐의 도리다.」

16가장의 법도

司馬溫公曰:「凡為家長,必謹守禮法,以禦群子弟及家眾,分之以職,授之以事,而責其成功。制財用之節,量入以為出,稱家之有無,以給上下之衣食及吉兇之費,皆有品節,而莫不均一。裁省冗餘費,禁止奢華,常須稍存贏餘,以備不虞。」

사마온공이 말하였다. 「무릇 가장 된 자는 반드시 예법을 삼가 지켜, 뭇 자제와 집안 식구들을 거느리되, 소임을 나누어 주고 일을 맡겨 그 이루어짐을 따진다. 재물 쓰는 절도를 세워 들어옴을 헤아려 나감을 정하고, 집의 있고 없음에 맞추어 위아래의 옷과 밥과 길흉사의 비용을 대되, 다 등급과 절도가 있게 하여 고르지 않음이 없게 하라. 군더더기 비용을 줄이고 사치와 화려함을 금하며, 늘 조금 남김을 두어 뜻밖의 일에 대비하라.」

17일을 덜어 검소를 지키라

顧東橋先生曰:「厚費以多營,不若省事以守儉。」

고동교 선생이 말하였다. 「비용을 두텁게 들여 많이 벌이는 것이, 일을 덜어 검소를 지키는 것만 못하다.」

18정갈하되 넘치지 않게

先儒:「待客當潔不當豐,不惟不能繼,亦非所以惜福。」

옛 선비가 말하였다. 「손님 대접은 마땅히 정갈하게 할 것이요 넘치게 하지 말라. 이어 가지 못할 뿐 아니라, 복을 아끼는 도리도 아니다.」

19주인은 온 집안의 본보기

二眉曙青朱先生曰:「主人為一家觀瞻。我能勤,眾何敢惰?我能公,眾何敢私?我既美衣美食,眾何可受飢寒?我既男婚女嫁,僕婢須令得所。一夫一婦,天下之正道。孤陰寡陽,人間之缺陷。無子不敢不娶,有子多妾何為?或娶妾久無出者,恐負彼青春,未免閨怨,又當及時為之覓良配而成室家。免了多少孽冤,解卻多少纏縛。至於精氣漸衰,年華漸邁者,對青鏡而自生愁嘆,尚問嬌柔悅汝乎?知得歲月有限,黃金買我不出,美色窺我不見也。」

이미서청 주 선생이 말하였다. 「주인은 온 집안이 우러러보는 본보기다. 내가 부지런한데 뭇사람이 어찌 감히 게으르며, 내가 공정한데 뭇사람이 어찌 감히 사사로우랴. 내가 좋은 옷 좋은 밥을 누리면서 뭇사람이 배고픔과 추위를 받게 할 수 있으며, 내 아들딸을 다 혼인시켰으면 종들도 모름지기 제자리를 얻게 해야 한다. 한 지아비에 한 지어미가 천하의 바른 도요, 홀로된 음과 홀로된 양은 인간 세상의 결함이다. 자식이 없으면 장가들지 않을 수 없으나, 자식이 있는데 첩을 많이 둠은 무엇 때문인가. 혹 첩을 들였는데 오래 소생이 없으면 그의 청춘을 저버릴까, 규방의 원망을 면치 못할까 걱정하여, 또한 마땅히 때에 맞추어 좋은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어 줄 일이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원업을 면하고 얼마나 많은 얽매임을 풀랴. 정기가 차츰 쇠하고 나이가 차츰 들어 가는 자는 거울을 마주해 절로 시름겨워 탄식하면서, 아직도 고운 이가 너를 기쁘게 해 주랴 묻는가. 세월이 유한하여 황금으로도 나를 사내지 못하고, 미색도 나를 돌아보지 않음을 알라.」

20일으키기 어렵고 지키기도 쉽지 않다

創業艱難,守者不易。前人用盡心力無非為兒孫計,後人深加體貼,不惟保全見在,益復廣大門庭。不肖之子,視一切如土芥,棄之惟恐不速,甚至家無立錐,遊手好閒,甘為人下而不知自恥,良可悼與!與其求人甚難,追悔不及,莫若慎之孑始,克勤克儉,早圖萬全之策。

일으키기도 어렵거니와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앞사람이 마음과 힘을 다 쓴 것은 아이들 자손을 위한 계책 아님이 없으니, 뒷사람은 깊이 헤아려 지금 있는 것을 보전할 뿐 아니라 문호를 더욱 넓혀야 한다. 못난 자식은 모든 것을 흙덩이 검불같이 보아 버리기를 오히려 늦을까 걱정하니, 심하면 집에 송곳 세울 땅도 없이 놀고먹으며 남의 아래 됨을 달게 여기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줄 모르니 참으로 슬프다! 남에게 구걸하기가 몹시 어렵고 뉘우쳐도 미치지 못하게 되기보다는, 처음부터 삼가 부지런하고 검소하여 일찍 만전의 계책을 세우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