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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왕 하梁惠王下

맹자 孟子 · 맹가(孟軻)와 그 문인 · 기원전 4세기~3세기 · 단락 16 · 한자 3,286자 · 낭독 13.1분

「맹자」 한 권 「양혜왕 하」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로 시작해 「백성이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에 이르는 책. 논어가 조용히 이르는 자리에서 맹자는 임금 앞에서 따지고 되묻는다. 오십 보 백 보, 호연지기,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누구나 철렁하는 사단(四端),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함, 하늘이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힌다는 말이 다 여기서 나왔다. 서재에 먼저 실린 논어와 나란히 두고 읽을 짝이다.

1백성과 함께 즐긴다면

莊暴見孟子,曰:「暴見於王,王語暴以好樂,暴未有以對也。」曰:「好樂何如?」 孟子曰:「王之好樂甚,則齊國其庶幾乎!」 他日見於王,曰:「王嘗語莊子以好樂,有諸?」 王變乎色,曰:「寡人非能好先王之樂也,直好世俗之樂耳。」 曰:「王之好樂甚,則齊其庶幾乎!今之樂,猶古之樂也。」 曰:「可得聞與?」 曰:「獨樂樂,與人樂樂,孰樂?」 曰:「不若與人。」 曰:「與少樂樂,與眾樂樂,孰樂?」 曰:「不若與眾。」 「臣請為王言樂。今王鼓樂於此,百姓聞王鐘鼓之聲,管龠之音,舉疾首蹙頞而相告曰:『吾王之好鼓樂,夫何使我至於此極也?父子不相見,兄弟妻子離散。』今王田獵於此,百姓聞王車馬之音,見羽旄之美,舉疾首蹙頞而相告曰:『吾王之好田獵,夫何使我至於此極也?父子不相見,兄弟妻子離散。』此無他,不與民同樂也。今王鼓樂於此,百姓聞王鐘鼓之聲,管龠之音,舉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吾王庶幾無疾病與,何以能鼓樂也?』今王田獵於此,百姓聞王車馬之音,見羽旄之美,舉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吾王庶幾無疾病與,何以能田獵也?』此無他,與民同樂也。今王與百姓同樂,則王矣。」

장포가 맹자를 뵙고 말했다. "제가 왕을 뵈었더니 왕께서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대답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음악을 몹시 좋아하신다면 제나라는 거의 잘될 것입니다!"

뒷날 왕을 뵙고 말했다. "왕께서 일찍이 장포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왕이 낯빛을 붉히며 말했다. "과인은 선왕의 음악을 좋아할 만한 사람이 못 되고, 그저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왕께서 음악을 몹시 좋아하신다면 제나라는 거의 잘될 것입니다. 지금의 음악도 옛 음악과 같습니다."

"들을 수 있겠습니까?"

"홀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남과 더불어 즐기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즐겁습니까?"

"남과 더불어 하는 것만 못하지요."

"적은 사람과 즐기는 것과 여럿과 더불어 즐기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즐겁습니까?"

"여럿과 더불어 하는 것만 못하지요."

"신이 왕을 위해 음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왕께서 여기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이 왕의 종과 북 소리, 피리 소리를 듣고 모두 머리를 앓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이 음악을 좋아하시는데, 어찌하여 우리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하는가? 아비와 자식이 서로 보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흩어졌다' 한다고 합시다. 지금 왕께서 여기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이 왕의 수레와 말 소리를 듣고 깃발의 아름다움을 보고 모두 머리를 앓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이 사냥을 좋아하시는데, 어찌하여 우리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하는가? 아비와 자식이 서로 보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흩어졌다' 한다고 합시다.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왕께서 여기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이 왕의 종과 북 소리, 피리 소리를 듣고 모두 기뻐하는 낯빛으로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께서 병환이 없으신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음악을 연주하시겠는가' 한다고 합시다. 지금 왕께서 여기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이 왕의 수레와 말 소리를 듣고 깃발의 아름다움을 보고 모두 기뻐하는 낯빛으로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께서 병환이 없으신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사냥을 하시겠는가' 한다고 합시다.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 즐기기 때문입니다.

지금 왕께서 백성과 함께 즐기신다면 왕 노릇 하실 것입니다."

2문왕의 동산은 칠십 리

齊宣王問曰:「文王之囿方七十里,有諸?」 孟子對曰:「於傳有之。」 曰:「若是其大乎?」 曰:「民猶以為小也。」 曰:「寡人之囿方四十里,民猶以為大,何也?」 曰:「文王之囿方七十里,芻蕘者往焉,雉兔者往焉,與民同之。民以為小,不亦宜乎?臣始至於境,問國之大禁,然後敢入。臣聞郊關之內有囿方四十里,殺其麋鹿者如殺人之罪,則是方四十里為阱於國中。民以為大,不亦宜乎?」

제선왕이 물었다. "문왕의 동산이 사방 칠십 리였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전하는 기록에 있습니다."

"그토록 컸습니까?"

"백성은 오히려 작다고 여겼습니다."

"과인의 동산은 사방 사십 리인데 백성이 오히려 크다고 하니 어째서입니까?"

"문왕의 동산은 사방 칠십 리였으나 꼴 베고 나무하는 이가 거기 가고, 꿩과 토끼 잡는 이가 거기 가서 백성과 함께했습니다. 백성이 작다고 여긴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신이 처음 국경에 이르렀을 때 나라의 큰 금령을 물은 뒤에야 감히 들어왔습니다. 신이 듣기로 교외 관문 안에 사방 사십 리의 동산이 있는데, 그 사슴을 죽인 자를 사람 죽인 죄와 같이 다스린다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사방 사십 리의 함정을 나라 안에 만든 것입니다. 백성이 크다고 여기는 것이 또한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3큰 용기와 필부의 용기

齊宣王問曰:「交鄰國有道乎?」 孟子對曰:「有。惟仁者為能以大事小,是故湯事葛,文王事昆夷。惟智者為能以小事大,故太王事獯鬻,勾踐事吳。以大事小者,樂天者也;以小事大者,畏天者也。樂天者,保天下;畏天者,保其國。《詩》云:『畏天之威,於時保之。』」 王曰:「大哉言矣!寡人有疾,寡人好勇。」 對曰:「王請無好小勇。夫撫劍疾視曰:『彼惡敢當我哉!』此匹夫之勇,敵一人者也。王請大之!《詩》云:『王赫斯怒,爰整其旅,以遏徂莒,以篤周祜,以對於天下。』此文王之勇也。文王一怒而安天下之民。《書》曰:『天降下民,作之君,作之師,惟曰:其助上帝,寵之四方。有罪無罪,惟我在,天下曷敢有越厥志?』一人衡行於天下,武王恥之,此武王之勇也。而武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今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民惟恐王之不好勇也。」

제선왕이 물었다.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 도가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오직 어진 이라야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으니, 그래서 탕왕이 갈나라를 섬기고 문왕이 곤이를 섬겼습니다. 오직 지혜로운 이라야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으니, 그래서 태왕이 훈육을 섬기고 구천이 오나라를 섬겼습니다.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섬기는 이는 하늘을 즐기는 이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섬기는 이는 하늘을 두려워하는 이입니다. 하늘을 즐기는 이는 천하를 지키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이는 제 나라를 지킵니다. 《시》에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이에 지킨다' 하였습니다."

왕이 말했다. "크도다, 그 말씀이여! 과인에게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용기를 좋아합니다."

대답했다. "왕께서는 부디 작은 용기를 좋아하지 마십시오. 칼을 어루만지며 노려보고 '저놈이 어찌 감히 나를 당하랴' 하는 것, 이는 필부의 용기로 한 사람을 대적하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부디 그것을 크게 하십시오.

《시》에 '왕이 불끈 노하시어 이에 그 군대를 정돈하여, 침범하는 무리를 막고 주나라의 복을 두터이 하여 천하에 응하셨다' 하였으니, 이것이 문왕의 용기입니다. 문왕은 한 번 노하여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서》에 '하늘이 백성을 내리시고 그들에게 임금을 세우고 스승을 세우신 것은, 오직 상제를 도와 사방을 사랑하게 하려 함이다. 죄가 있든 없든 오직 내가 있으니, 천하에 누가 감히 그 뜻을 넘으랴' 하였습니다. 한 사람이 천하에 횡행하는 것을 무왕이 부끄러워했으니, 이것이 무왕의 용기입니다. 무왕도 한 번 노하여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이제 왕께서도 한 번 노하시어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하신다면, 백성은 오직 왕께서 용기를 좋아하지 않으실까 두려워할 것입니다."

4떠돌고 흘러 잊는 것을 유련황망이라 한다

齊宣王見孟子於雪宮。王曰:「賢者亦有此樂乎?」 孟子對曰:「有。人不得,則非其上矣。不得而非其上者,非也;為民上,而不與民同樂者,亦非也。樂民之樂者,民亦樂其樂;憂民之憂者,民亦憂其憂。樂以天下,憂以天下;然而不王者,未之有也。昔者齊景公問於晏子曰:『吾欲觀於轉附、朝舞,遵海而南,放於琅邪;吾何修而可以比於先王觀也?晏子對曰:『善哉問也!天子適諸侯曰巡狩。巡狩者,巡所守也。諸侯朝於天子曰述職。述職者,述所職也。無非事者。春省耕而補不足,秋省斂而助不給。夏諺曰:『吾王不游,吾何以休?吾王不豫,吾何以助?一遊一豫,為諸侯度。』今也不然:師行而糧食,饑者弗食,勞者弗息;睊睊胥讒,民乃作慝。方命虐民,飲食若流;流連荒亡,為諸侯憂。從流下而忘反,謂之流;從流上而忘反,謂之連;從獸無厭,謂之荒;樂酒無厭,謂之亡。先王無流連之樂,荒亡之行。惟君所行也。景公說,大戒於國,出捨於郊。於是始興發補不足。召大師曰:『為我作君臣相說之樂。』蓋徴招、角招是也。其詩曰:『畜君何尤?』畜君者,好君也。」

제선왕이 설궁에서 맹자를 만났다. 왕이 말했다. "어진 이도 이런 즐거움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사람이 얻지 못하면 그 윗사람을 그르다 합니다. 얻지 못한다고 그 윗사람을 그르다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백성의 윗사람이 되어 백성과 함께 즐기지 않는 것도 잘못입니다.

백성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는 이는 백성 또한 그의 즐거움을 즐거워하고, 백성의 근심을 근심하는 이는 백성 또한 그의 근심을 근심합니다. 천하로써 즐거워하고 천하로써 근심하는데도 왕 노릇 하지 못한 이는 아직 없었습니다.

옛날 제경공이 안자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전부산과 조무산을 구경하고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낭야에 이르고자 하는데, 내 무엇을 닦아야 선왕의 유람에 견줄 수 있겠소?'

안자가 대답했습니다. '좋은 물음이십니다! 천자가 제후에게 가는 것을 순수(巡狩)라 하니, 순수란 지키는 바를 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제후가 천자에게 조회하는 것을 술직(述職)이라 하니, 술직이란 맡은 바를 아뢴다는 뜻입니다. 일 아닌 것이 없습니다. 봄에는 밭갈이를 살펴 모자란 것을 채워 주고, 가을에는 거둠을 살펴 넉넉지 못한 것을 도와줍니다.

하나라 속담에 「우리 왕이 노닐지 않으시면 우리가 어찌 쉬며, 우리 왕이 즐기지 않으시면 우리가 어찌 도움을 받으랴. 한 번 노닐고 한 번 즐기심이 제후의 법도가 된다」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군사를 몰고 다니며 양식을 거두어, 주린 이가 먹지 못하고 지친 이가 쉬지 못합니다. 흘겨보며 서로 헐뜯어 백성이 마침내 사악해집니다. 왕명을 어기고 백성을 학대하며 마시고 먹기를 물 흐르듯 하니, 유(流)·연(連)·황(荒)·망(亡)이 제후의 근심이 됩니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 돌아옴을 잊는 것을 유(流)라 하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돌아옴을 잊는 것을 연(連)이라 하며, 짐승을 좇아 물릴 줄 모르는 것을 황(荒)이라 하고, 술을 즐겨 물릴 줄 모르는 것을 망(亡)이라 합니다. 선왕께는 유·연의 즐거움도 황·망의 행실도 없었습니다. 오직 임금께서 행하실 바에 달렸습니다.'

경공이 기뻐하여 나라에 크게 경계를 내리고 궁을 나와 교외에 머물렀습니다. 이에 비로소 창고를 열어 모자란 것을 채워 주었습니다. 태사를 불러 '나를 위해 임금과 신하가 서로 기뻐하는 음악을 지으라' 하니, 저 치소(徴招)와 각소(角招)가 그것입니다. 그 노랫말에 '임금을 말린 것이 무슨 허물이랴' 하였으니, 임금을 말린다는 것은 임금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5재물을 좋아하되 백성과 함께

齊宣王問曰:「人皆謂我毀明堂,毀諸?已乎?」 孟子對曰:「夫明堂者,王者之堂也。王欲行王政,則勿毀之矣。」 王曰:「王政可得聞與?」 對曰:「昔者文王之治岐也,耕者九一,仕者世祿,關市譏而不征,澤梁無禁,罪人不孥。老而無妻曰鰥,老而無夫曰寡,老而無子曰獨,幼而無父曰孤。此四者,天下之窮民而無告者。文王發政施仁,必先斯四者。詩云,『哿矣富人,哀此煢獨。』」 王曰:「善哉言乎!」 曰:「王如善之,則何為不行?」 王曰:「寡人有疾,寡人好貨。」 對曰:「昔者公劉好貨,《詩》云:『乃積乃倉,乃裹餱糧,於橐於囊。思戢用光。弓矢斯張,干戈戚揚,爰方啟行。』故居者有積倉,行者有裹糧也,然後可以爰方啟行。王如好貨,與百姓同之,於王何有?」 王曰:「寡人有疾,寡人好色。」 對曰:「昔者大王好色,愛厥妃。《詩》云:『古公亶父,來朝走馬;率西水滸,至於岐下;爰及姜女,聿來胥宇。』當是時也,內無怨女,外無曠夫;王如好色,與百姓同之,於王何有?」

제선왕이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명당을 헐라 하는데, 헐까요, 그만둘까요?"

맹자가 대답했다. "무릇 명당이란 왕자의 집입니다. 왕께서 왕도의 정치를 행하고자 하신다면 헐지 마십시오."

왕이 말했다. "왕도의 정치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대답했다. "옛날 문왕이 기(岐)를 다스릴 때, 밭 가는 이에게 구분의 일을 거두고, 벼슬한 이에게 대대로 녹을 주었으며, 관문과 저자에서는 살피기만 하고 세금을 매기지 않았고, 못과 어량에 금함이 없었으며, 죄인의 처자에게 죄를 미치지 않았습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것을 홀아비(鰥)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것을 과부(寡)라 하며, 늙어서 자식이 없는 것을 외로운 이(獨)라 하고, 어려서 아비가 없는 것을 고아(孤)라 합니다. 이 넷은 천하의 궁한 백성으로 하소연할 데가 없는 이들입니다. 문왕은 정치를 펴고 어짊을 베풀되 반드시 이 넷을 먼저 하셨습니다. 《시》에 '부유한 이는 괜찮거니와 이 외롭고 쓸쓸한 이가 가엾다' 하였습니다."

왕이 말했다. "좋습니다, 그 말씀이여!"

"왕께서 좋게 여기신다면 어찌 행하지 않으십니까?"

왕이 말했다. "과인에게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재물을 좋아합니다."

대답했다. "옛날 공류도 재물을 좋아했습니다. 《시》에 '노적을 쌓고 창고에 넣으며, 마른 양식을 싸서 전대와 자루에 담네. 백성을 모아 빛내려고 활과 화살을 메고 방패와 창과 도끼를 들고, 이에 비로소 길을 떠나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남는 이에게는 쌓아 둔 창고가 있고 떠나는 이에게는 싸 놓은 양식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왕께서 재물을 좋아하시되 백성과 함께하신다면, 왕 노릇 하시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과인에게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여색을 좋아합니다."

대답했다. "옛날 태왕도 여색을 좋아하여 그 비를 사랑했습니다. 《시》에 '고공단보가 아침에 말을 달려 서쪽 물가를 따라 기산 아래 이르러, 이에 강녀와 더불어 와서 집터를 보았네' 하였습니다. 그때에는 안으로 원망하는 여자가 없고 밖으로 홀아비가 없었습니다. 왕께서 여색을 좋아하시되 백성과 함께하신다면, 왕 노릇 하시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6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딴말을 하다

孟子謂齊宣王,曰:「王之臣有托其妻子於其友而之楚游者,比其反也,則凍餒其妻子,則如之何?」 王曰:「棄之。」 曰:「士師不能治士,則如之何?」 王曰:「已之。」 曰:「四境之內不治,則如之何?」 王顧左右而言他。

맹자가 제선왕에게 말했다. "왕의 신하 가운데 그 처자를 벗에게 맡기고 초나라에 놀러 간 이가 있는데, 돌아와 보니 그 처자를 얼리고 굶겼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버리지요."

"옥관이 그 아랫사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그만두게 하지요."

"나라 안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딴말을 했다.

7나라 사람이 다 옳다 한 뒤에야

孟子見齊宣王,曰:「所謂故國者,非謂有喬木之謂也,有世臣之謂也。王無親臣矣,昔者所進,今日不知其亡也。」 王曰:「吾何以識其不才而捨之?」 曰:「國君進賢,如不得已,將使卑逾尊,疏逾戚,可不慎與?左右皆曰賢,未可也;諸大夫皆曰賢,未可也;國人皆曰賢,然後察之;見賢焉,然後用之。左右皆曰不可,勿聽;諸大夫皆曰不可,勿聽;國人皆曰不可,然後察之;見不可焉,然後去之。左右皆曰可殺,勿聽;諸大夫皆曰可殺,勿聽;國人皆曰可殺,然後察之,見可殺焉,然後殺之。故曰,國人殺之也。如此,然後可以為民父母。」

맹자가 제선왕을 뵙고 말했다. "이른바 오래된 나라란 큰 나무가 있음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은 신하가 있음을 이르는 것입니다. 왕께는 가까운 신하가 없으십니다. 지난날 등용하신 이들이 오늘 없어진 것도 모르십니다."

왕이 말했다. "내가 무엇으로 그 재주 없음을 알아 버리겠습니까?"

"임금이 어진 이를 등용하는 것은 마지못한 듯이 해야 합니다. 장차 낮은 이로 높은 이를 넘게 하고 먼 이로 가까운 이를 넘게 하는 일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좌우가 다 어질다 해도 아직 안 되고, 여러 대부가 다 어질다 해도 아직 안 되며, 나라 사람이 다 어질다 한 뒤에 살펴보아 어짊을 본 뒤에야 씁니다.

좌우가 다 안 된다 해도 듣지 말고, 여러 대부가 다 안 된다 해도 듣지 말며, 나라 사람이 다 안 된다 한 뒤에 살펴보아 안 될 것을 본 뒤에야 물리칩니다.

좌우가 다 죽여야 한다 해도 듣지 말고, 여러 대부가 다 죽여야 한다 해도 듣지 말며, 나라 사람이 다 죽여야 한다 한 뒤에 살펴보아 죽일 만함을 본 뒤에야 죽입니다. 그래서 '나라 사람이 죽인 것이다'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 뒤에야 백성의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8한 사내 주(紂)를 베었다 들었을 뿐

齊宣王問曰:「湯放桀,武王伐紂,有諸?」 孟子對曰:「於傳有之。」 曰:「臣弒其君可乎?」 曰:「賊仁者謂之『賊』,賊義者謂之『殘』。殘賊之人謂之『一夫』。聞誅一夫紂矣,未聞弒君也。」

제선왕이 물었다. "탕왕이 걸을 내쫓고 무왕이 주를 쳤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전하는 기록에 있습니다."

"신하가 그 임금을 죽여도 됩니까?"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니, 잔적한 사람을 한 사내(一夫)라 합니다. 한 사내 주를 베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9네 배운 것을 두고 나를 따르라

孟子見齊宣王,曰:「為巨室,則必使工師求大木。工師得大木,則王喜,以為能勝其任也。匠人斫而小之,則王怒,以為不勝其任矣。夫人幼而學之,壯而欲行之,王曰:『姑捨女所學而從我』,則何如?今有璞玉於此,雖萬鎰,必使玉人雕琢之。至於治國家,則曰:『姑捨女所學而從我』,則何以異於教玉人雕琢玉哉?」

맹자가 제선왕을 뵙고 말했다. "큰 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목수 우두머리에게 큰 나무를 구하게 하십니다. 목수가 큰 나무를 얻으면 왕께서 기뻐하시며 그 소임을 감당할 만하다 여기십니다. 장인이 깎아서 작게 만들면 왕께서 노하시며 그 소임을 감당하지 못한다 여기십니다.

무릇 사람이 어려서 배우고 자라서 그것을 행하려 하는데, 왕께서 '잠시 네 배운 것을 두고 나를 따르라' 하신다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여기 다듬지 않은 옥이 있다면, 비록 만 일(鎰)의 값이 나가더라도 반드시 옥공에게 쪼고 갈게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리는 데 이르러서는 '잠시 네 배운 것을 두고 나를 따르라' 하시니, 옥공에게 옥 다듬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10연나라 백성이 기뻐한다면

齊人伐燕,勝之。宣王問曰:「或謂寡人勿取,或謂寡人取之。以萬乘之國伐萬乘之國,五旬而舉之,人力不至於此。不取必有天殃。取之何如?」 孟子對曰:「取之而燕民悅,則取之。古之人有行之者,武王是也。取之而燕民不悅,則勿取,古之人有行之者,文王是也。以萬乘之國伐萬乘之國,簞食壺漿以迎王師,豈有他哉?避水火也。如水益深,如火益熱,亦運而已矣。」

제나라 사람이 연나라를 쳐서 이겼다. 선왕이 물었다. "어떤 이는 과인에게 취하지 말라 하고 어떤 이는 취하라 합니다. 만승의 나라로 만승의 나라를 쳐서 오십 일 만에 함락시켰으니 사람의 힘으로는 여기에 이르지 못합니다. 취하지 않으면 반드시 하늘의 재앙이 있을 것입니다. 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취하여 연나라 백성이 기뻐하거든 취하십시오. 옛사람 가운데 그렇게 한 이가 있으니 무왕이 그분입니다. 취하여 연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않거든 취하지 마십시오. 옛사람 가운데 그렇게 한 이가 있으니 문왕이 그분입니다.

만승의 나라로 만승의 나라를 치는데 대바구니에 밥을 담고 병에 마실 것을 담아 왕의 군사를 맞이하는 것이 어찌 다른 까닭이겠습니까? 물과 불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만약 물이 더 깊어지고 불이 더 뜨거워진다면 또한 옮겨 갈 뿐입니다."

11임금을 세워 주고 물러나십시오

齊人伐燕,取之。諸侯將謀救燕。宣王曰:「諸侯多謀伐寡人者,何以待之?」 孟子對曰:「臣聞七十里為政於天下者,湯是也。未聞以千里畏人者也。書曰:『湯一征,自葛始。」天下信之,東面而征,西夷怨;南面而征,北狄怨曰:『奚為後我?』民望之,若大旱之望雲霓也。歸市者不止,耕者不變。誅其君而弔其民,若時雨降。民大悅。書曰:『徯我后,后來其蘇。』今燕虐其民,王往而征之,民以為將拯己於水火之中也,簞食壺漿以迎王師。若殺其兄父,係累其子弟,毀其宗廟,遷其重器,如之何其可也?天下固畏齊之強也,今又倍地而不行仁政,是動天下之兵也。王速出令,反其旄倪,止其重器,謀於燕眾,置君而後去之,則猶可及止也。」

제나라 사람이 연나라를 쳐서 취했다. 제후들이 장차 연나라를 구하려고 꾀했다. 선왕이 말했다. "제후 가운데 과인을 치려고 꾀하는 이가 많으니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신이 듣기로 칠십 리로 천하에 정치를 편 이가 있으니 탕왕이 그분입니다. 천 리를 가지고 남을 두려워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서》에 '탕왕이 첫 정벌을 갈나라에서 시작하셨다' 하니, 천하가 그를 믿어 동쪽을 향해 치면 서쪽 오랑캐가 원망하고, 남쪽을 향해 치면 북쪽 오랑캐가 원망하며 '어찌 우리를 뒤로 미루는가' 했습니다. 백성이 그를 바라기를 큰 가뭄에 구름과 무지개를 바라듯 했습니다. 저자에 가는 이가 멈추지 않고 밭 가는 이가 달라지지 않았으며, 그 임금을 베고 그 백성을 위로하니 때맞은 비가 내리는 것 같아 백성이 크게 기뻐했습니다. 《서》에 '우리 임금을 기다린다, 임금이 오시면 우리가 살아나리라' 하였습니다.

지금 연나라가 그 백성을 학대하기에 왕께서 가서 치시니, 백성이 장차 자기를 물과 불 속에서 건져 주리라 여겨 대바구니에 밥을 담고 병에 마실 것을 담아 왕의 군사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아비와 형을 죽이고 그 자제를 잡아 묶으며 그 종묘를 헐고 그 귀중한 기물을 옮긴다면 어찌 옳겠습니까?

천하가 본디 제나라의 강함을 두려워하는데, 이제 또 땅을 배로 늘리고도 어진 정치를 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천하의 군사를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왕께서 어서 명을 내리시어 늙은이와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귀중한 기물을 옮기는 일을 멈추시며, 연나라 사람들과 의논하여 임금을 세워 준 뒤에 물러나신다면, 아직 그치게 할 수 있습니다."

12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

鄒與魯鬨。穆公問曰:「吾有司死者三十三人,而民莫之死也。誅之,則不可勝誅;不誅,則疾視其長上之死而不救,如之何則可也?」 孟子對曰:「凶年饑歲,君之民老弱轉乎溝壑,壯者散而之四方者,幾千人矣;而君之倉廩實,府庫充,有司莫以告,是上慢而殘下也。曾子曰:『戒之戒之!出乎爾者,反乎爾者也。』夫民今而後得反之也。君無尤焉!君行仁政,斯民親其上,死其長矣。」

추나라가 노나라와 다투었다. 목공이 물었다. "내 관리 중에 죽은 이가 서른셋인데 백성은 아무도 그들을 위해 죽지 않았습니다. 죽이자니 다 죽일 수 없고, 죽이지 않자니 그 윗사람의 죽음을 미워하며 보고도 구하지 않은 것을 그냥 두게 되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흉년과 굶주린 해에 임금의 백성 가운데 늙고 약한 이가 도랑과 골짜기에 굴러 떨어지고 젊은이가 흩어져 사방으로 간 것이 몇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임금의 창고는 가득하고 곳간은 그득한데도 관리 중에 아뢴 이가 없었으니, 이는 윗사람이 게을러 아랫사람을 해친 것입니다.

증자께서 '경계하고 경계하라.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 하셨습니다. 무릇 백성이 이제야 그것을 되돌려 준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그들을 탓하지 마십시오. 임금께서 어진 정치를 행하시면 이 백성이 그 윗사람을 가까이하고 그 어른을 위해 죽을 것입니다."

13못을 파고 성을 쌓아 백성과 지키다

滕文公問曰:「滕,小國也,間於齊、楚。事齊乎?事楚乎?」 孟子對曰:「是謀非吾所能及也。無已,則有一焉:鑿斯池也,築斯城也,與民守之,效死而民弗去,則是可為也。」

등문공이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로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제나라를 섬길까요, 초나라를 섬길까요?"

맹자가 대답했다. "이 계책은 제가 미칠 바가 아닙니다. 굳이 말하라 하시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 못을 파고 이 성을 쌓아 백성과 더불어 지키되, 죽음을 무릅쓰고도 백성이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해 볼 만합니다."

14힘써 선을 행할 뿐입니다

滕文公問曰:「齊人將築薛,吾甚恐,如之何則可?」 孟子對曰:「昔者大王居邠,狄人侵之,去之岐山之下居焉。非擇而取之,不得已也。苟為善,後世子孫必有王者矣。君子創業垂統,為可繼也。若夫成功,則天也。君如彼何哉?強為善而已矣。」

등문공이 물었다. "제나라 사람이 장차 설(薛) 땅에 성을 쌓으려 하니 몹시 두렵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옛날 태왕이 빈(邠)에 사실 때 적인이 침범하자 그곳을 떠나 기산 아래로 가서 사셨습니다. 골라서 취하신 것이 아니라 마지못한 것이었습니다.

진실로 선(善)을 행하면 뒷세상 자손 가운데 반드시 왕 노릇 할 이가 있을 것입니다. 군자는 업을 열고 계통을 드리워 이어 갈 수 있게 할 뿐입니다. 저 성공으로 말하면 하늘에 달린 것입니다. 임금께서 저것을 어찌하시겠습니까? 힘써 선을 행할 뿐입니다."

15떠나든 지키든, 둘 중에 고르십시오

滕文公問曰:「滕,小國也;竭力以事大國,則不得免焉,如之何則可?」 孟子對曰:「昔者大王居邠,狄人侵之。事之以皮幣,不得免焉;事之以犬馬,不得免焉;事之以珠玉,不得免焉。乃屬其耆老而告之曰:『狄人之所欲者,吾土地也。吾聞之也:君子不以其所以養人者害人。二三子何患乎無君?我將去之。』去邠,逾梁山,邑於岐山之下居焉。邠人曰:『仁人也,不可失也。』從之者如歸市。或曰:『世守也,非身之所能為也。效死勿去。』君請擇於斯二者。」

등문공이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힘을 다해 큰 나라를 섬겨도 면하지 못하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옛날 태왕이 빈에 사실 때 적인이 침범했습니다. 가죽과 비단으로 섬겨도 면하지 못하고, 개와 말로 섬겨도 면하지 못하며, 구슬과 옥으로 섬겨도 면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그 노인들을 모아 알리셨습니다. '적인이 바라는 것은 우리 땅이다. 내 들으니 군자는 사람을 기르는 것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하였다. 그대들에게 어찌 임금 없음을 걱정하랴. 나는 장차 떠나겠다.'

빈을 떠나 양산을 넘어 기산 아래 고을을 이루어 사셨습니다. 빈 사람들이 '어진 사람이다, 놓칠 수 없다' 하며 그를 따르는 것이 저자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혹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대대로 지켜 온 땅이니 제 몸으로 마음대로 할 바가 아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떠나지 말라.'

임금께서는 이 둘 중에서 고르십시오."

16만나고 못 만남은 하늘에 달렸다

魯平公將出,嬖人臧倉者請曰:「他日君出,則必命有司所之。今乘輿已駕矣,有司未知所之,敢請。」 公曰:「將見孟子。」 曰:「何哉,君所為輕身以先於匹夫者?以為賢乎?禮義由賢者出;而孟子之後喪逾前喪。君無見焉!」 公曰:「諾。」 樂正子入見,曰:「君奚為不見孟軻也?」 曰:「或告寡人曰,『孟子之後喪逾前喪』,是以不往見也。」 曰:「何哉,君所謂逾者?前以士,後以大夫;前以三鼎,而後以五鼎與?」 曰:「否,謂棺槨衣衾之美也。」 曰:「非所謂逾也,貧富不同也。」 樂正子見孟子,曰:「克告於君,君為來見也。嬖人有臧倉者沮君,君是以不果來也。」 曰:「行或使之;止或尼之。行、止,非人所能也。吾之不遇魯侯,天也。臧氏之子,焉能使予不遇哉?」

노평공이 나가려 하는데, 총애하는 신하 장창이라는 자가 청했다. "지난날 임금께서 나가실 때는 반드시 관리에게 가실 곳을 알리셨습니다. 지금 수레에 이미 멍에를 얹었는데 관리가 가실 곳을 모르니 감히 여쭙니다."

공이 말했다. "맹자를 만나려 한다."

"어찌 된 일입니까? 임금께서 몸을 가벼이 하여 필부에게 먼저 가시다니요. 어질다고 여기셔서입니까? 예의는 어진 이에게서 나오는 법인데, 맹자는 뒤의 상(喪)이 앞의 상보다 지나쳤습니다. 임금께서는 만나지 마십시오."

공이 말했다. "그러하겠다."

악정자가 들어가 뵙고 말했다. "임금께서는 어찌하여 맹가를 만나지 않으셨습니까?"

"어떤 이가 과인에게 '맹자는 뒤의 상이 앞의 상보다 지나쳤다' 하기에 가서 만나지 않았소."

"어찌 된 일입니까? 임금께서 이르시는 '지나쳤다'는 것은, 앞은 선비의 예로 하고 뒤는 대부의 예로 했으며 앞은 세 솥으로 하고 뒤는 다섯 솥으로 했다는 것입니까?"

"아니오. 관과 곽과 옷과 이불이 아름다웠음을 말한 것이오."

"그것은 이른바 지나친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넉넉함이 같지 않았던 것입니다."

악정자가 맹자를 뵙고 말했다. "제가 임금께 아뢰어 임금께서 오시려 했는데, 총애하는 신하 장창이라는 자가 임금을 막아 임금께서 끝내 오지 못하셨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가는 것은 누가 시키는 듯하고 멈추는 것은 누가 막는 듯하나, 가고 멈추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내가 노나라 임금을 만나지 못한 것은 하늘의 뜻이다. 장씨의 아들이 어찌 나로 하여금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