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지 마립간訥祇麻立干
1눌지 마립간이 즉위하다
訥祇麻立干立,奈勿王子也。母,保反夫人,味鄒王女也;妃,實聖王之女。奈勿王三十七年,以實聖質於高句麗,及實聖還爲王,怨奈勿質己於外國,欲害其子以報怨。遣人招在高句麗時相知人,因密告:見訥祇則殺之。遂令訥祇往,逆於中路,麗人見訥祇,形神爽雅,有君子之風,遂告曰:「爾國王使我害君,今見君,不忍賊害。」乃歸。訥祇怨之,反弑王自立。
눌지 마립간(麻立干)이 즉위하였으니 내물왕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보반부인이니 미추왕의 딸이요, 왕비는 실성왕의 딸이다.
내물왕 삼십칠년에 실성을 고구려에 볼모로 보냈는데, 실성이 돌아와 왕이 되자 내물이 자기를 다른 나라에 볼모로 보낸 것을 원망하여 그 아들을 해쳐 원한을 갚고자 하였다. 사람을 보내어 고구려에 있을 때 알던 이를 불러 몰래 일렀다. "눌지를 보거든 죽이라." 그러고는 눌지를 가게 하여 도중에서 맞게 하였다.
고구려 사람이 눌지를 보니 모습과 정신이 시원하고 우아하여 군자의 풍모가 있었다. 마침내 일러 말하였다. "그대 나라 임금이 나에게 그대를 해치라 하였으나, 이제 그대를 보니 차마 해치지 못하겠다." 그러고는 돌아갔다.
눌지가 이를 원망하여 도리어 왕을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협주 2
金大問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謂諴標,准位而置,則王橛爲主,臣橛列於下,因以名之。」
김대문이 말하였다. "마립(麻立)이란 우리말로 말뚝을 이른다. 말뚝은 자리를 나타내는 표로, 자리에 맞추어 세우니 왕의 말뚝이 주가 되고 신하의 말뚝이 그 아래 벌여 선다. 이로 말미암아 이름한 것이다."
一云内禮吉怖。
내례길포(内禮吉怖)라고도 한다.
2이년 — 복호와 미사흔이 돌아오다
二年,春正月,親謁始祖廟。王弟卜好,自高句麗,與堤上、奈麻還來。秋,王弟未斯欣,自倭國逃還。
이년 봄 정월에 몸소 시조 사당에 뵈었다. 왕의 아우 복호가 고구려에서 제상(堤上)·나마와 함께 돌아왔다. 가을에 왕의 아우 미사흔이 왜국(倭國)에서 도망쳐 돌아왔다.
3삼년 — 우곡의 물이 솟다
三年,夏四月,牛谷水湧。
삼년 여름 사월에 우곡의 물이 솟았다.
4사년 — 자손을 파는 이가 있다
四年,春夏大旱。秋七月,隕霜殺穀,民飢,有賣子孫者。慮囚原罪。
사년 봄과 여름에 크게 가물었다. 가을 칠월에 서리가 내려 곡식이 죽었다. 백성이 굶주려 자손을 파는 이가 있었다. 죄수를 살펴 죄를 풀어 주었다.
5칠년 — 남당에서 노인을 봉양하다
七年,夏四月,養老於南堂,王親執食,賜穀帛有差。
칠년 여름 사월에 남당에서 노인을 봉양하는데 왕이 몸소 음식을 집어 주고 곡식과 비단을 차등 있게 내렸다.
6팔년 —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다
八年,春二月,遣使高句麗修聘。
팔년 봄 이월에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어 사귐을 닦았다.
7십삼년 — 시제를 쌓다
十三年,新築矢堤,岸長二千一百七十步。
십삼년에 시제(矢堤)를 새로 쌓았으니 둑 길이가 이천일백칠십 보였다.
8십오년 — 왜병이 명활성을 에워싸다
十五年,夏四月,倭兵來侵東邊,圍明活城,無功而退。秋七月,霜雹殺穀。
십오년 여름 사월에 왜병(倭兵)이 와서 동쪽 변경을 침노하고 명활성을 에워쌌으나 공 없이 물러갔다. 가을 칠월에 서리와 우박이 곡식을 죽였다.
9십육년 — 소나무 껍질을 먹다
十六年春,穀貴,人食松樹皮。
십육년 봄에 곡식이 귀하여 사람들이 소나무 껍질을 먹었다.
10십칠년 — 백제가 화친을 청하다
十七年,夏五月,未斯欣卒,贈舒弗邯。秋七月,百濟遣使請和,從之。
십칠년 여름 오월에 미사흔이 죽으니 서불한을 추증하였다. 가을 칠월에 백제가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청하므로 따랐다.
11십팔년 — 백제와 예물을 주고받다
十八年,春二月,百濟王送良馬二匹。秋九月,又送白鷹。冬十月,王以黄金、明珠,報聘百濟。
십팔년 봄 이월에 백제 왕이 좋은 말 두 필을 보냈다. 가을 구월에 또 흰 매를 보냈다. 겨울 시월에 왕이 황금과 밝은 구슬로 백제에 답례하였다.
12십구년 — 역대 능을 손질하다
十九年,春正月,大風拔木。二月,修葺歷代園陵。夏四月,祀始祖廟。
십구년 봄 정월에 큰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혔다. 이월에 역대 능을 고쳐 손질하였다. 여름 사월에 시조 사당에 제사하였다.
13이십년 — 죄수를 살피다
二十年,夏四月,雨雹。慮囚。
이십년 여름 사월에 우박이 내렸다. 죄수를 살폈다.
14이십이년 — 소달구지 쓰는 법을 가르치다
二十二年,夏四月,牛頭郡山水暴至,漂流五十餘家。京都大風雨雹。敎民牛車之法。
이십이년 여름 사월에 우두군에 산에서 물이 갑자기 밀려와 쉰여 집이 떠내려갔다. 서울에 큰바람이 불고 우박이 내렸다. 백성에게 소달구지 쓰는 법을 가르쳤다.
15이십사년 — 왜인이 사람을 잡아가다
二十四年,倭人侵南邊,掠取生口而去。夏六月,又侵東邊。
이십사년에 왜인(倭人)이 남쪽 변경을 침노하여 사람을 잡아 갔다. 여름 유월에 또 동쪽 변경을 침노하였다.
16이십오년 — 흰 꿩을 바치다
二十五年,春二月,史勿縣進長尾白雉,王嘉之,賜縣吏穀。
이십오년 봄 이월에 사물현에서 꼬리 긴 흰 꿩을 바치므로, 왕이 기려 여겨 현의 벼슬아치에게 곡식을 내렸다.
17이십팔년 — 궁한 도둑은 뒤쫓지 말라
二十八年,夏四月,倭兵圍金城十日,糧盡乃歸。王欲出兵追之,左右曰:「兵家之說曰:『窮寇勿追。』王其舍之。」不聽,率數千餘騎,追反於獨山之東,合戰爲賊所敗,將士死者過半。王蒼黄棄馬上山,賊圍之數重。忽昏霧,不辨咫尺,賊謂有陰助,收兵退歸。
이십팔년 여름 사월에 왜병(倭兵)이 금성을 열흘 동안 에워쌌다가 양식이 떨어져 이내 돌아갔다. 왕이 군사를 내어 뒤쫓으려 하니 좌우가 말하였다. "병가의 말에 '궁한 도둑은 뒤쫓지 말라' 하였습니다. 왕께서는 그만두소서."
듣지 않고 수천여 기병을 거느리고 뒤쫓아 독산 동쪽에서 맞붙어 싸우다가 적에게 지니, 죽은 장수와 군사가 절반이 넘었다. 왕이 허둥지둥 말을 버리고 산에 오르니 적이 여러 겹으로 에워쌌다. 문득 안개가 자욱하여 지척을 가릴 수 없으므로, 적이 신령이 몰래 돕는다 여겨 군사를 거두어 물러갔다.
18삼십사년 — 고구려 변경 장수를 죽이다
三十四年,秋七月,高句麗邊將,獵於悉直之原,何瑟羅城主三直,出兵掩殺之。麗王聞之怒,使來告曰:「孤與大王,修好至歡也,今出兵殺我邊將,是何義耶?」乃興師,侵我西邊,王卑辭謝之,乃歸。
삼십사년 가을 칠월에 고구려 변경 장수가 실직 벌판에서 사냥하는데, 하슬라 성주 삼직이 군사를 내어 덮쳐 죽였다. 고구려 왕이 듣고 노하여 사신을 보내어 알렸다. "내가 대왕과 사귐을 닦아 매우 기뻐하였는데, 이제 군사를 내어 우리 변경 장수를 죽이니 이 무슨 의리인가."
이에 군사를 일으켜 신라 서쪽 변경을 침노하므로, 왕이 말을 낮추어 사과하니 이내 돌아갔다.
19삼십육년 — 상서로운 벼
三十六年,秋七月,大山郡進嘉禾。
삼십육년 가을 칠월에 대산군에서 상서로운 벼를 바쳤다.
20삼십칠년 — 이리 떼가 시림에 들다
三十七年,春夏旱。秋七月,羣狼入始林。
삼십칠년 봄과 여름에 가물었다. 가을 칠월에 이리 떼가 시림에 들었다.
21삼십팔년 — 고구려가 북쪽 변경을 침노하다
三十八年,秋七月,霜雹害穀。八月,高句麗侵北邊。
삼십팔년 가을 칠월에 서리와 우박이 곡식을 해쳤다. 팔월에 고구려가 북쪽 변경을 침노하였다.
22삼십구년 — 백제를 구하다
三十九年,冬十月,高句麗侵百濟,王遣兵救之。
삼십구년 겨울 시월에 고구려가 백제를 침노하므로 왕이 군사를 보내어 구하였다.
23사십일년 — 서리가 보리를 상하게 하다
四十一年,春二月,大風拔木。夏四月,隕霜傷麥。
사십일년 봄 이월에 큰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혔다. 여름 사월에 서리가 내려 보리를 상하게 하였다.
24사십이년 — 왕이 죽다
四十二年,春二月,地震,金城南門自毀。秋八月,王薨。
사십이년 봄 이월에 땅이 흔들려 금성 남문이 저절로 무너졌다. 가을 팔월에 왕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