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 마립간照知麻立干
1소지 마립간이 즉위하다
照知麻立干立,慈悲王長子。母,金氏,舒弗邯未斯欣之女;妃,善兮夫人,乃宿伊伐飡女也。照知幼有孝行,謙恭自守,人咸服之。
소지 마립간이 즉위하였으니 자비왕의 맏아들이다. 어머니는 김씨로 서불한 미사흔의 딸이요, 왕비는 선혜부인이니 내숙 이벌찬의 딸이다. 소지는 어려서부터 효행이 있고 겸손하고 공손하여 스스로를 지키므로 사람들이 모두 따랐다.
협주 1
一云毗處。
비처(毗處)라고도 한다.
2원년 — 벼슬을 한 등급씩 올리다
元年,大赦,賜百官爵一級。
원년에 크게 사면하고 모든 벼슬아치에게 벼슬 한 등급을 내렸다.
3이년 — 말갈이 북쪽 변경을 침노하다
二年,春二月,祀始祖廟。夏五月,京都旱。冬十月,民飢,出倉穀賑給之。十一月,靺鞨侵北邊。
이년 봄 이월에 시조 사당에 제사하였다. 여름 오월에 서울이 가물었다. 겨울 시월에 백성이 굶주리므로 창고의 곡식을 내어 나누어 주었다. 십일월에 말갈이 북쪽 변경을 침노하였다.
4삼년 — 백제·가야의 도움으로 이하 서쪽에서 깨뜨리다
三年,春二月,幸比列城,存撫軍士,賜征袍。三月,高句麗與靺鞨入北邊,取狐鳴等七城,又進軍於彌秩夫。我軍與百濟,加耶援兵,分道禦之。賊敗退,追擊破之泥河西,斬首千餘級。
삼년 봄 이월에 비열성에 거둥하여 군사를 위로하고 군복을 내렸다. 삼월에 고구려가 말갈과 함께 북쪽 변경에 들어와 호명 등 일곱 성을 빼앗고, 또 미질부까지 군사를 밀고 왔다. 신라 군사가 백제·가야의 도움 군사와 함께 길을 나누어 막았다. 적이 져서 물러가므로 뒤쫓아 이하 서쪽에서 깨뜨리고 일천여 급을 베었다.
5사년 — 왜인이 변경을 침노하다
四年,春二月,大風拔木。金城南門火。夏四月,久雨,命内外有司慮囚。五月,倭人侵邊。
사년 봄 이월에 큰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혔다. 금성 남문에 불이 났다. 여름 사월에 비가 오래 내리므로 안팎의 담당 관리에게 명하여 죄수를 살피게 하였다. 오월에 왜인(倭人)이 변경을 침노하였다.
6오년 — 큰물과 돌림병
五年,夏四月,大水。秋七月,大水。冬十月,幸一善界,存問遘災百姓,賜穀有差。十一月,雷,京都大疫。
오년 여름 사월에 큰물이 났다. 가을 칠월에 큰물이 났다. 겨울 시월에 일선 지경에 거둥하여 재난을 만난 백성을 위문하고 곡식을 차등 있게 내렸다. 십일월에 우레가 치고 서울에 큰 돌림병이 돌았다.
7육년 — 백제와 함께 모산성 아래서 깨뜨리다
六年,春正月,以烏含爲伊伐飡三月,土星犯月,雨雹,秋七月,高句麗侵北邊,我軍與百濟,合擊於母山城下,大破之
육년 봄 정월에 오함을 이벌찬으로 삼았다. 삼월에 토성이 달을 범하고 우박이 내렸다. 가을 칠월에 고구려가 북쪽 변경을 침노하므로, 신라 군사가 백제와 함께 모산성 아래서 쳐서 크게 깨뜨렸다.
8칠년 — 사당 지키는 집을 늘리다
七年,春二月,築仇伐城。夏四月,親祀始祖廟,增置守廟二十家。五月,百濟來聘。
칠년 봄 이월에 구벌성을 쌓았다. 여름 사월에 몸소 시조 사당에 제사하고 사당 지키는 집 스무 채를 더 두었다. 오월에 백제가 사신으로 왔다.
9팔년 — 왜인이 변경을 침범하다
八年,春正月,拜伊飡實竹爲將軍。徵一善界丁夫三千,改築三年、屈山二城。二月,以乃宿爲伊伐飡,以參國政。夏四月,倭人犯邊。秋八月,大閱於狼山之南。
팔년 봄 정월에 이찬 실죽을 장군으로 삼았다. 일선 지경의 장정 삼천을 불러 삼년성과 굴산성 두 성을 고쳐 쌓았다. 이월에 내숙을 이벌찬으로 삼아 나라 정사에 참여하게 하였다. 여름 사월에 왜인(倭人)이 변경을 침범하였다. 가을 팔월에 낭산 남쪽에서 크게 사열하였다.
10구년 — 신궁을 두고 우역을 두다
九年,春二月,置神宮於奈乙,奈乙始祖初生之處也。三月,始置四方郵驛,命所司修理官道。秋七月,葺月城。冬十月,雷。
구년 봄 이월에 나을(奈乙)에 신궁(神宮)을 두었으니, 나을은 시조가 처음 난 곳이다. 삼월에 비로소 사방에 우역(郵驛)을 두고 담당 관청에 명하여 관도를 고쳐 손질하게 하였다. 가을 칠월에 월성을 손질하였다. 겨울 시월에 우레가 쳤다.
11십년 — 눈 여섯 달린 거북
十年,春正月,王移居月城。二月,幸一善郡,存問鰥寡孤獨,賜穀有差。三月,至自一善,所歷州郡獄囚,除二死,悉原之。夏六月,東陽獻六眼龜,腹下有文字。秋七月,築刀那城。
십년 봄 정월에 왕이 월성으로 옮겨 살았다. 이월에 일선군에 거둥하여 홀아비와 과부와 고아와 자식 없는 늙은이를 위문하고 곡식을 차등 있게 내렸다. 삼월에 일선에서 돌아오며, 지나온 주와 군의 옥에 갇힌 죄수 가운데 두 가지 죽을 죄를 뺀 나머지를 모두 풀어 주었다. 여름 유월에 동양에서 눈 여섯 달린 거북을 바쳤는데 배 아래 글자가 있었다. 가을 칠월에 도나성을 쌓았다.
12십일년 — 놀고먹는 백성을 농사로 돌리다
十一年,春正月,驅游食百姓歸農。秋九月,高句麗襲北邊,至戈峴。冬十月,陷狐山城。
십일년 봄 정월에 놀고먹는 백성을 몰아 농사로 돌아가게 하였다. 가을 구월에 고구려가 북쪽 변경을 습격하여 과현에 이르렀다. 겨울 시월에 호산성을 함락하였다.
13십이년 — 서울에 저자를 열다
十二年,春二月,重築鄙羅城。三月,龍見鄒羅井。初開京師市肆,以通四方之貨。
십이년 봄 이월에 비라성을 고쳐 쌓았다. 삼월에 용이 추라 우물에 나타났다. 비로소 서울에 저자를 열어 사방의 물화를 통하게 하였다.
14십사년 — 왕이 자기를 나무라다
十四年,春夏旱,王責己,減常膳。
십사년 봄과 여름에 가물었다. 왕이 자기를 나무라며 늘 먹던 반찬을 줄였다.
15십오년 — 임해·장령 두 진을 두어 왜적에 대비하다
十五年,春三月,百濟王牟大,遣使請婚,王以伊飡伐比智女,送之。秋七月,置臨海、長嶺二鎭,以備倭賊。
십오년 봄 삼월에 백제 왕 모대(牟大)가 사신을 보내어 혼인을 청하므로, 왕이 이찬 벌비지의 딸을 보냈다. 가을 칠월에 임해와 장령 두 진을 두어 왜적(倭賊)에 대비하였다.
16십육년 — 백제가 삼천을 보내어 에움을 풀다
十六年,夏四月,大水。秋七月,將軍實竹等與高句麗,戰薩水之原,不克,退保犬牙城,高句麗兵圍之,百濟王牟大,遣兵三千,救解圍。
십육년 여름 사월에 큰물이 났다. 가을 칠월에 장군 실죽 등이 고구려와 살수 벌판에서 싸웠으나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 견아성을 지켰다. 고구려 군사가 에워싸니, 백제 왕 모대가 군사 삼천을 보내어 구원하여 에움을 풀었다.
17십칠년 — 백제를 구하다
十七年,春正月,王親祀神宮。秋八月,高句麗圍百濟雉壤城,百濟請救。王命將軍德智,率兵以救之,高句麗衆潰。百濟王遣使來謝。
십칠년 봄 정월에 왕이 몸소 신궁에 제사하였다. 가을 팔월에 고구려가 백제 치양성을 에워싸므로 백제가 구원을 청하였다. 왕이 장군 덕지에게 명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구하게 하니 고구려 무리가 무너졌다. 백제 왕이 사신을 보내어 사례하였다.
18십팔년 — 실죽이 이하에서 깨뜨리다
十八年,春二月,加耶國送白雉,尾長五尺。三月,重修宮室。夏五月,大雨,閼川水漲,漂沒二百餘家。秋七月,高句麗來攻牛山城,將軍實竹出擊,泥河上破之。八月,幸南郊觀稼。
십팔년 봄 이월에 가야국이 흰 꿩을 보냈는데 꼬리 길이가 다섯 자였다. 삼월에 궁실을 고쳐 지었다. 여름 오월에 큰비가 내려 알천 물이 불어 이백여 집이 떠내려가고 잠겼다. 가을 칠월에 고구려가 와서 우산성을 치므로 장군 실죽이 나가 쳐서 이하 가에서 깨뜨렸다. 팔월에 남쪽 들에 거둥하여 농사를 살폈다.
19십구년 — 고구려가 우산성을 함락하다
十九年,夏四月,倭人犯邊。秋七月,旱蝗。命羣官,擧才堪牧民者各一人。八月,高句麗攻陷牛山城。
십구년 여름 사월에 왜인(倭人)이 변경을 침범하였다. 가을 칠월에 가물고 메뚜기가 들끓었다. 여러 벼슬아치에게 명하여 백성을 다스릴 만한 인재를 저마다 한 사람씩 천거하게 하였다. 팔월에 고구려가 우산성을 쳐서 함락하였다.
20이십이년 — 늙은 할미가 왕을 나무라다
二十二年,春三月,倭人攻陷長峰鎭。夏四月,暴風拔木。龍見金城井。京都黄霧四塞。秋九月,王幸捺已郡。郡人波路有女子,名曰碧花,年十六歲,眞國色也,其父衣之以錦繡,置轝冪以色絹,獻王。王以爲饋食,開見之,斂然幼女,怪而不納。及還宮,思念不已,再三微行,往其家幸之。路經古抒郡,宿於老嫗之家。因問曰:「今之人,以國王爲何如主乎?」嫗對曰:「衆以爲聖人,妾獨疑之。何者?竊聞王幸捺已之女,微服而來。夫龍爲魚服,爲漁者所制。今王以萬乘之位,不自愼重,此而爲聖,孰非聖乎?」王聞之大慙,則潛迎其女,置於別室,至生一子。冬十一月,王薨。
이십이년 봄 삼월에 왜인(倭人)이 장봉진을 쳐서 함락하였다. 여름 사월에 사나운 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혔다. 용이 금성 우물에 나타났다. 서울에 누런 안개가 사방을 막았다.
가을 구월에 왕이 날이군에 거둥하였다. 그 고을 사람 파로에게 딸이 있어 이름을 벽화(碧花)라 하였는데, 나이 열여섯에 참으로 나라 안의 미인이었다. 그 아비가 비단옷을 입히고 가마에 태워 빛깔 있는 비단으로 덮어 왕에게 바쳤다. 왕은 음식을 보낸 것이라 여겨 열어 보았더니 얌전한 어린 여자였다. 괴이하게 여겨 받아들이지 않았다.
궁에 돌아와서도 생각이 그치지 않아 두세 번 몰래 다니며 그 집에 가서 가까이하였다. 길에 고타군을 지나다가 늙은 할미의 집에 묵으면서 물었다. "요즘 사람들은 임금을 어떤 임금이라 여기는가."
할미가 답하였다. "여럿은 성인이라 여기지만 저만은 의심합니다. 어째서겠습니까. 가만히 들으니 왕이 날이의 여자를 가까이하려고 옷을 갈아입고 온다 합니다. 무릇 용이 물고기 옷을 입으면 어부에게 잡히는 법입니다. 이제 왕이 만승의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 삼가고 무겁게 하지 않으니, 이러고도 성인이라면 누가 성인이 아니겠습니까."
왕이 듣고 크게 부끄러워하여 곧 그 여자를 몰래 맞아 다른 방에 두었고, 아들 하나를 낳기에 이르렀다. 겨울 십일월에 왕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