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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왕景哀王

삼국사기 三國史記 · 김부식(金富軾) 등 · 1145년 (고려 인종 23) · 단락 5 · 한자 502자 · 낭독 2.0분

「삼국사기」 신라본기 「경애왕」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역사서. 신라·고구려·백제 본기와 지·표·열전으로 이루어졌다. 김부식이 곳곳에 「論曰」로 자기 평을 달아 두어, 편찬자가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나무랐는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1경애왕이 즉위하다

景哀王立,諱魏膺,景明王同母弟也。

경애왕이 즉위하였으니 이름은 위응(魏膺)이요 경명왕의 같은 어머니 아우다.

2원년 — 신궁에 제사하다

元年,九月,遣使聘於太祖。冬十月,親祀神宮,大赦。

원년 구월에 사신을 보내어 태조에게 예방하였다. 겨울 시월에 몸소 신궁에 제사하고 크게 사면하였다.

3이년 — 견훤이 진호를 볼모로 보내다

二年,冬十月,高鬱府將軍能文,投於太祖。勞諭還之,以其城迫近新羅王都故也。十一月,後百濟主甄萱,以姪眞虎,質於高麗。王聞之,使謂太祖曰:「甄萱反覆多詐,不可和親。」太祖然之。

이년 겨울 시월에 고울부 장군 능문이 태조에게 투항하였다. 위로하고 타일러 돌려보냈으니, 그 성이 신라 왕도에 바싹 가깝기 때문이었다.

십일월에 후백제의 임금 견훤이 조카 진호를 고려에 볼모로 보냈다. 왕이 듣고 사람을 시켜 태조에게 말하였다. "견훤은 이랬다저랬다 하고 속임이 많으니 화친할 수 없습니다." 태조가 그 말을 옳게 여겼다.

4삼년 — 진호가 갑자기 죽다

三年,夏四月,眞虎暴死。萱謂高麗人故殺,怒擧兵,進軍於熊津。太祖命諸城,堅壁不出。王遣使曰:「甄萱違盟擧兵,天必不祐。若大王奮一鼓之威,甄萱必自破矣。」太祖謂使者曰:「吾非畏萱,俟惡盈而自僵耳。」

삼년 여름 사월에 진호가 갑자기 죽었다. 훤이 고려 사람이 일부러 죽였다 하여 노하여 군사를 일으켜 웅진으로 밀고 나아갔다. 태조가 여러 성에 명하여 성벽을 굳게 하고 나가지 말게 하였다.

왕이 사신을 보내어 말하였다. "견훤이 맹세를 어기고 군사를 일으켰으니 하늘이 반드시 돕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대왕께서 한 번 북 치는 위엄을 떨치신다면 견훤은 반드시 스스로 깨어질 것입니다." 태조가 사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훤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악이 가득 차서 스스로 넘어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5사년 — 포석정에서 놀다가 견훤에게 죽다

四年,春正月,太祖親征百濟。王出兵助之。二月,遣兵部侍郞張芬等,入後唐朝貢。唐授張芬檢校工部尙書;副使兵部郞中朴術洪,兼御史中丞;判官倉部員外郞李忠式,兼侍御史。三月,皇龍寺塔搖動北傾。太祖親破近品城。唐明宗以權知康州事王逢規爲懷化大將軍。夏四月,知康州事王逢規,遣使林彦,入後唐朝貢。明宗召對中興殿,賜物。康州所管突山等四鄕,歸於太祖。秋九月,甄萱侵我軍於高鬱府。王請救於太祖,命將出勁兵一萬往救。甄萱以救兵未至,以冬十一月,掩入王京。王與妃嬪宗戚,遊鮑石亭宴娛,不覺賊兵至,倉猝不知所爲。王與妃奔入後宮。宗戚及公卿大夫士女,四散奔走逃竄。其爲賊所虜者,無貴賤皆駭汗匍匐,乞爲奴僕而不免。萱又縱其兵,剽掠公私財物略盡,入處宮闕,乃命左右索王。王與妃妾數人在後宮,拘致軍中。逼令王自盡,强淫王妃,縱其下,亂其妃妾。乃立王之族弟,權知國事,是爲敬順王。

사년 봄 정월에 태조가 몸소 백제를 치므로 왕이 군사를 내어 도왔다.

이월에 병부시랑 장분 등을 보내어 후당에 들어가 조공하였다. 당나라가 장분에게 검교공부상서를, 부사 병부낭중 박술홍에게 어사중승을 겸하게 하고, 판관 창부원외랑 이충식에게 시어사를 겸하게 하였다.

삼월에 황룡사 탑이 흔들려 북쪽으로 기울었다. 태조가 몸소 근품성을 깨뜨렸다. 당나라 명종이 권지강주사 왕봉규를 회화대장군으로 삼았다.

여름 사월에 지강주사 왕봉규가 사신 임언을 보내어 후당에 들어가 조공하니, 명종이 중흥전에 불러 마주하고 물건을 내렸다. 강주가 거느린 돌산 등 네 고을이 태조에게 돌아갔다.

가을 구월에 견훤이 고울부에서 신라 군사를 침노하였다. 왕이 태조에게 구원을 청하니 태조가 장수에게 명하여 굳센 군사 일만을 내어 가서 구하게 하였다.

견훤이 구원병이 이르기 전에 겨울 십일월로 왕경에 몰래 들어왔다. 왕이 왕비와 빈과 종척들과 함께 포석정에 놀며 잔치하고 즐기느라 도둑의 군사가 이른 것을 깨닫지 못하여, 갑작스러운 일에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였다. 왕이 왕비와 함께 후궁으로 달아나 들어가고, 종척과 공경 대부와 남녀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 숨었다. 도둑에게 사로잡힌 이들은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모두 놀라 땀을 흘리며 기어, 종이 되기를 빌었으나 벗어나지 못하였다.

훤이 또 그 군사를 풀어 공사의 재물을 노략하여 거의 다 가져가고, 궁궐에 들어가 처하며 이에 좌우에게 명하여 왕을 찾게 하였다. 왕이 왕비와 첩 몇 사람과 함께 후궁에 있었는데 잡아 군중에 데려왔다. 왕을 다그쳐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고, 왕비를 억지로 욕보이며 그 아랫사람을 풀어 그 비와 첩들을 어지럽혔다. 이에 왕의 겨레붙이 아우를 세워 나랏일을 임시로 맡게 하니 이가 경순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