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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왕次大王

삼국사기 三國史記 · 김부식(金富軾) 등 · 1145년 (고려 인종 23) · 단락 9 · 한자 534자 · 낭독 2.1분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차대왕」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역사서. 신라·고구려·백제 본기와 지·표·열전으로 이루어졌다. 김부식이 곳곳에 「論曰」로 자기 평을 달아 두어, 편찬자가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나무랐는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1차대왕이 즉위하다

次大王,諱遂成,大祖大王同母弟也。勇壯有威嚴,小仁慈。受大祖大王推讓,卽位,時年七十六。

차대왕은 이름이 수성(遂成)이요 태조대왕의 같은 어머니 아우다. 용맹하고 씩씩하며 위엄이 있었으나 어질고 자애로움은 적었다. 태조대왕이 밀어 사양함을 받아 즉위하니 그때 나이 일흔여섯이었다.

2이년 — 고복장을 베다

二年,春二月,拜貫那沛者彌儒為左輔。三月,誅右輔高福章。福章臨死嘆曰:「痛哉,寃乎!我當時為先朝近臣,其可見賊亂之人,默然不言哉?恨先君不用吾言,以至於此。今君甫陟大位,宜新政敎以示百姓,而以不義殺一忠臣。吾與其主生於無道之時,不如死之速也。」乃卽刑。遠近聞之,莫不憤惜。秋七月,左輔穆度婁稱疾退老,以桓那于台菸支留為左輔,加爵為大主簿。冬十月,沸流那陽神為中畏大夫,加爵為于台,皆王之故舊。十一月,地震。

이년 봄 이월에 관나 패자 미유를 좌보로 삼았다.

삼월에 우보 고복장을 베었다. 복장이 죽음에 임하여 탄식하였다. "아프다, 원통하다. 내가 그때 앞 조정의 가까운 신하로서, 어찌 도둑질하고 어지럽히는 사람을 보고 잠자코 말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앞 임금이 내 말을 쓰지 않아 이에 이른 것이 한스럽다. 이제 임금이 겨우 큰 자리에 올랐으니 마땅히 정사와 가르침을 새로이 하여 백성에게 보여야 하거늘, 의롭지 못하게 한 충신을 죽인다. 내가 그 임금과 함께 도가 없는 때에 사느니 빨리 죽는 것만 못하다." 이에 곧 형을 받았다. 멀고 가까운 이가 듣고 분해하고 애석해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가을 칠월에 좌보 목도루가 병을 일컫고 늙었다 하여 물러나므로 환나 우태 어지류를 좌보로 삼고 벼슬을 더하여 대주부로 삼았다. 겨울 시월에 비류나 양신을 중외대부로 삼고 벼슬을 더하여 우태로 삼았으니 모두 왕의 옛 벗이다. 십일월에 땅이 흔들렸다.

3삼년 — 태조왕의 아들들이 죽다

三年,夏四月,王使人,殺太祖大王元子莫勤,其弟莫德恐禍連及,自縊。

삼년 여름 사월에 왕이 사람을 시켜 태조대왕의 맏아들 막근을 죽이니, 그 아우 막덕이 화가 이어 미칠까 두려워 스스로 목을 매었다.

4사론 — 큰 자리를 가벼이 넘겼다

論曰:「昔宋宣公不立其子與夷,而立其弟穆公,小不忍,亂大謀,以致累世之亂,故《春秋》『大居正』。今大祖王不知義,輕大位以授不仁之弟,禍及一忠臣、二愛子,可勝歎耶。」

김부식이 논한다.

옛날에 송나라 선공이 그 아들 여이를 세우지 않고 그 아우 목공을 세워, 작은 것을 참지 못하여 큰 꾀를 어지럽혀 여러 대의 난을 부르게 되었다. 그러므로 『춘추』에서 '바름에 처함을 크게 여긴다' 하였다. 이제 태조왕이 의로움을 알지 못하고 큰 자리를 가벼이 하여 어질지 못한 아우에게 주어, 화가 한 충신과 두 사랑하는 아들에게 미쳤으니 어찌 탄식을 이기겠는가.

5삼년 — 흰 여우를 두고 무당을 죽이다

秋七月,王田于平儒原,白狐隨而鳴。王射之不中。問於師巫,曰:「狐者,妖獸非吉祥,况白其色,尤可怪也。然天不能諄諄其言,故示以妖怪者,欲令人君恐懼修省以自新也。君若修德,則可以轉禍為福。王曰:「凶則為凶,吉則為吉,爾旣以為妖,又以為福,何其誣耶?」遂殺之。

가을 칠월에 왕이 평유원에서 사냥하는데 흰 여우가 따라오며 울었다. 왕이 쏘았으나 맞히지 못하였다. 무당에게 물으니 말하였다.

"여우는 요망한 짐승이라 길한 조짐이 아닙니다. 하물며 그 빛이 흰 것은 더욱 괴이합니다. 그러나 하늘이 그 말을 타이르듯 할 수 없으므로 요괴로 보이는 것은, 임금으로 하여금 두려워하고 살펴 스스로 새로워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임금께서 만약 덕을 닦으시면 화를 돌이켜 복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흉하면 흉한 것이고 길하면 길한 것이지, 네가 이미 요망하다 하고 또 복이라 하니 어찌 그리 속이는가." 마침내 죽였다.

6사년 — 다섯 별이 동쪽에 모이다

四年,夏四月丁卯晦,日有食之。五月,五星聚於東方。日者畏王之怒,誣告王曰:「是君之德也,國之福也。」王喜。冬十二月,無氷。

사년 여름 사월 그믐 정묘에 일식이 있었다.

오월에 다섯 별이 동쪽에 모였다. 일관이 왕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여 왕을 속여 아뢰었다. "이는 임금의 덕이요 나라의 복입니다." 왕이 기뻐하였다.

겨울 십이월에 얼음이 얼지 않았다.

7팔년 — 객성이 달을 범하다

八年,夏六月,隕霜。冬十二月,雷,地震。晦,客星犯月。

팔년 여름 유월에 서리가 내렸다. 겨울 십이월에 우레가 치고 땅이 흔들렸다. 그믐에 객성이 달을 범하였다.

8십삼년 — 살별이 북두에 나타나다

十三年,春二月,星孛于北斗。夏五月甲戌晦,日有食之。

십삼년 봄 이월에 살별이 북두에 나타났다. 여름 오월 그믐 갑술에 일식이 있었다.

9이십년 — 명림답부가 왕을 시해하다

二十年,春正月晦,日有食之。三月,大祖大王薨於別宮,年百十九歲。冬十月,椽那皀衣明臨荅夫,因民不忍,弑王。號為次大王。

이십년 봄 정월 그믐에 일식이 있었다. 삼월에 태조대왕이 별궁에서 죽으니 나이 백열아홉이었다. 겨울 시월에 연나 조의 명림답부가 백성이 견디지 못함을 인하여 왕을 시해하였다. 차대왕(次大王)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