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진祿眞
1녹진이 충공을 찾아가다
祿眞,姓與字,未詳。父秀奉一吉飡。祿眞二十三歲始仕,屢經內外官,至憲德大王十年戊戌,為執事侍郞。十四年,國王無嗣子,以母弟秀宗,為儲貳,入月池宮。時,忠恭角干為上大等,坐政事堂,注擬內外官,退公感疾,召國醫診脈,曰:「病在心臟,須服龍齒湯。」遂告暇三七日,杜門不見賓客。於是,祿眞造而請見,門者拒焉。祿眞日曰:「下官非不知相公移疾謝客,須獻一言於左右,以開鬱悒之慮,故此來耳,若不見,則不敢退也。」門者再三復之,於是,引見。祿眞進曰:「伏聞寶體不調,得非早朝晚罷,蒙犯風露,以傷榮衛之和,失支體之安乎?」曰:「未至是也,但昏昏嘿嘿,精神不快耳。」祿眞曰:「然則公之病,不須藥石,不須針砭,可以至言高論,一攻而破之也,公將聞之乎?」曰:「吾子不我遐遺,惠然光臨,願聽玉音,洗我胸臆。
녹진은 성과 자가 자세하지 않다. 아버지는 일길찬 수봉이다. 녹진은 스물세 살에 처음 벼슬하여 여러 번 안팎 벼슬을 지내고, 헌덕대왕 십년 무술에 이르러 집사시랑이 되었다.
십사년에 국왕이 뒤이을 아들이 없어 같은 어머니 아우 수종을 태자로 삼아 월지궁에 들게 하였다. 그때 충공 각간이 상대등이 되어 정사당에 앉아 안팎 벼슬아치를 가려 뽑다가, 공무에서 물러나 병을 얻어 나라의 의원을 불러 맥을 짚게 하니 말하였다. "병이 심장에 있으니 모름지기 용치탕을 드셔야 합니다."
마침내 스무하루 말미를 아뢰고 문을 닫고 손님을 보지 않았다.
이에 녹진이 나아가 뵙기를 청하니 문지기가 막았다. 녹진이 말하였다. "아랫사람이 상공께서 병을 핑계로 손님을 사절하시는 줄 모르는 바 아니오. 모름지기 좌우에 한마디 올려 답답한 생각을 열어 드리고자 하여 그러므로 이렇게 왔을 뿐이니, 만약 뵙지 못하면 감히 물러가지 않겠소."
문지기가 두세 번 아뢰니 이에 이끌어 만났다.
녹진이 나아가 말하였다. "엎드려 들으니 옥체가 고르지 않으시다 하니, 일찍 조회하고 늦게 파하시며 바람과 이슬을 무릅쓰시어 영위의 화함을 상하고 팔다리의 편안함을 잃으신 것이 아닙니까."
말하였다. "그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고 다만 흐리멍덩하고 잠잠하여 정신이 쾌하지 않을 뿐이오."
녹진이 말하였다. "그러면 공의 병은 약도 침도 쓸 데가 없습니다. 지극한 말과 높은 의논으로 한 번 쳐서 깨뜨릴 수 있으니, 공은 들으시겠습니까."
말하였다. "그대가 나를 멀리 버리지 않고 은혜로이 빛나게 오셨으니, 바라건대 옥 같은 말씀을 들어 내 가슴을 씻고자 하오."
2재상은 목수와 같다
」祿眞曰:「彼梓人之為室也,材大者為梁柱,小者為椽榱,偃者植者各安所施,然後,大廈成焉。古者,賢宰相之為政也,又何異焉?才巨者,置之高位,小者授之薄任。內則六官、百執事,外則方伯、連率、郡守、縣令,朝無闕位,位無非人,上下定矣,賢不肖分矣,然後,王政成焉。今則不然,徇私而滅公,為人而擇官,愛之則雖不材,擬送於雲霄,憎之則雖有能,圖陷於溝壑。取捨混其心,是非亂其志,則不獨國事溷濁,而為之者,亦勞且病矣。若其當官淸白,蒞事恪恭,杜貨賂之門,遠請託之累,黜陟只以幽明,予奪不以愛憎,如衡焉,不可枉以輕重,如繩焉,不可欺以曲直。如是,則刑政允穆,國家和平,雖曰開孫弘之閤,置曹參之酒,與朋友故舊,談笑自樂可也。
녹진이 말하였다. "저 목수가 집을 지음에 재목이 큰 것은 들보와 기둥으로 삼고 작은 것은 서까래로 삼으며, 누운 것과 선 것을 각각 마땅한 자리에 쓴 뒤에야 큰 집이 이루어집니다. 옛날 어진 재상이 정사를 함이 또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재주가 큰 이는 높은 자리에 두고 작은 이는 가벼운 소임을 줍니다. 안으로는 육관과 온갖 집사요 밖으로는 방백과 연솔과 군수와 현령이라, 조정에 빈자리가 없고 자리에 마땅찮은 사람이 없어 위아래가 정해지고 어짊과 어질지 못함이 나뉜 뒤에야 왕의 정사가 이루어집니다.
이제는 그렇지 않아 사사로움을 좇아 공변됨을 없애고 사람을 위하여 벼슬을 가립니다. 사랑하면 비록 재목이 아니라도 구름 낀 하늘로 올려 보내려 하고, 미워하면 비록 재능이 있어도 구렁에 빠뜨리기를 꾀합니다. 취하고 버림이 그 마음을 뒤섞고 옳고 그름이 그 뜻을 어지럽히니, 나랏일이 흐리고 흐려질 뿐 아니라 그것을 하는 이도 또한 수고롭고 병듭니다.
만약 벼슬에 임하여 맑고 깨끗하며 일에 임하여 삼가고 공손하며, 뇌물의 문을 막고 청탁의 얽매임을 멀리하며, 내치고 올림을 다만 밝고 어두움으로 하고 주고 빼앗음을 사랑과 미움으로 하지 않아, 저울처럼 가볍고 무거움으로 굽힐 수 없고 먹줄처럼 굽고 곧음으로 속일 수 없게 하십시오. 이와 같으면 형벌과 정사가 진실로 화목하고 나라가 화평하여, 비록 손홍의 문을 열고 조참의 술자리를 두어 벗과 옛 친구와 담소하며 스스로 즐긴다 하여도 괜찮을 것입니다.
3충공이 조회에 나아가다
又何必區區於服餌之間,徒自費日廢事為哉?」角干,於是,謝遣醫官,命駕朝王室。王曰:「謂卿剋日服藥,何以來朝?」答曰:「臣聞祿眞之言,同於藥石,豈止飲龍齒湯而已哉?」因為王一一陳之。王曰:「寡人為君,卿為相,而有人直言如此,何喜如焉?不可使儲君不知,宜往月池宮。」儲君聞之,入賀曰:「嘗聞君明則臣直,此亦國家之美事也。」後,熊川州都督憲昌反叛,王擧兵討之,祿眞從事有功,王授位大阿飡,辭不受。
또 어찌 반드시 자잘하게 약 먹는 데 매여 헛되이 날을 허비하고 일을 그만두겠습니까."
각간이 이에 의관을 사례하여 보내고 수레에 명하여 왕실에 조회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경이 날을 정하여 약을 먹는다 하였는데 어찌 조회하러 왔는가."
답하였다. "신이 녹진의 말을 들으니 좋은 약과 같았습니다. 어찌 용치탕 마시는 데 그치겠습니까." 이로 인하여 왕을 위하여 낱낱이 아뢰었다.
왕이 말하였다. "과인이 임금이 되고 경이 재상이 되었는데 이처럼 곧이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 무슨 기쁨이 이와 같겠는가. 태자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할 수 없으니 마땅히 월지궁에 가라."
태자가 이를 듣고 들어와 하례하여 말하였다. "일찍이 들으니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 하였으니, 이 또한 나라의 아름다운 일입니다."
뒤에 웅천주 도독 헌창이 배반하매 왕이 군사를 일으켜 쳤는데, 녹진이 일을 좇아 공이 있으므로 왕이 대아찬 자리를 주었으나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