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씨녀薛氏女
1설씨녀와 가실이 거울을 나누다
薛氏女,栗里民家女子也。雖寒門單族,而顔色端正,志行脩整,見者無不歆艶,而不敢犯。眞平王時,其父年老,番當防秋於正谷。女以父衰病,不忍遠別,又恨女身不得待代行,徒自愁悶。沙梁部少年嘉實,雖貧且窶,而其養志貞男子也,嘗悅美薛氏,而不敢言。聞薛氏憂父老而從軍,遂請薛氏曰:「僕雖一懦夫,而嘗以志氣自許,願以不肖之身,代嚴君之役。」薛氏甚喜,入告於父。父引見曰:「聞公欲代老人之行,不勝喜懼,思所以報之,若公不以愚陋見棄,願薦幼女子,以奉箕箒。」嘉實再拜曰:「非敢望也,是所願焉。」於是,嘉實退而請期。薛氏曰:「婚姻,人之大倫,不可以倉猝。妾旣以心許,有死無易,願君赴防。交代而歸,然後卜日成禮,未晚也。」乃取鏡分半,各執一片云:「此所以為信,後日當合之。
설씨녀는 율리 민가의 딸이다. 비록 가난한 문벌의 외로운 겨레였으나 얼굴이 단정하고 뜻과 행실이 닦여 가지런하니, 보는 이가 부러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나 감히 범하지 못하였다.
진평왕 때 그 아버지가 나이 늙었는데 번을 서서 정곡에서 가을 방비를 맡게 되었다. 딸이 아버지가 쇠하고 병들었다 하여 차마 멀리 헤어지지 못하고, 또 여자의 몸이라 대신 갈 수 없음을 한스러워하여 헛되이 스스로 시름하고 답답해하였다.
사량부의 소년 가실은 비록 가난하고 또 구차하나 그 뜻을 기른 곧은 사내였다. 일찍이 설씨를 좋아하고 아름다이 여겼으나 감히 말하지 못하였는데, 설씨가 아버지의 늙음을 걱정하여 종군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마침내 설씨에게 청하였다. "저는 비록 한 나약한 사내이나 일찍이 뜻과 기운으로 스스로 기약하였습니다. 바라건대 어질지 못한 몸으로 어르신의 부역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설씨가 몹시 기뻐하여 들어가 아버지에게 알렸다. 아버지가 이끌어 보고 말하였다. "공이 늙은이의 걸음을 대신하려 한다 들으니 기쁨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겠소. 갚을 바를 생각하니, 만약 공이 어리석고 누추하다 하여 버리지 않는다면 어린 딸을 드려 그대의 집안일을 받들게 하고자 하오."
가실이 두 번 절하고 말하였다. "감히 바라던 바는 아니나 이것이 바라는 바입니다."
이에 가실이 물러나 날을 청하였다. 설씨가 말하였다. "혼인은 사람의 큰 도리이니 갑작스레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이미 마음으로 허락하였으니 죽음이 있을지언정 바꿈이 없겠습니다. 바라건대 그대는 방비하러 가시고, 번을 갈아 돌아오신 뒤에 날을 가려 예를 이루어도 늦지 않습니다."
이에 거울을 가져다 반을 나누어 각각 한 조각씩 잡고 말하였다. "이것으로 믿음을 삼아 뒷날 마땅히 합칩시다."
2여섯 해 만에 돌아오다
」嘉實有一馬,謂薛氏曰:「此,天下良馬,後必有用。今我徒行,無人為養,請留之,以為用耳。」遂辭而行。會,國有故,不使人交代,淹六年未還。父謂女曰:「始以三年為期,今旣踰矣。可歸于他族矣。」薛氏曰:「向以安親,故强與嘉實約。嘉實信之,故從軍累年,飢寒辛若苦。況迫賊境,手不釋兵,如近虎口,恒恐見咥,而棄信食言,豈人情乎?終不敢從父之命,請無復言。」其父老且耄,以其女壯而無伉儷,欲强嫁之,潛約婚於里人,旣定日引其人。薛氏固拒,密圖遁去而未果。至廐,見嘉實所留馬,大太息流淚。於是嘉實代來,形骸枯槁,衣裳藍縷,室人不知,謂為別人。嘉實直前,以破鏡投之,薛氏得之呼泣,父反及室人失喜。遂約異日相會,與之偕老。
가실에게 말 한 필이 있어 설씨에게 말하였다. "이는 천하의 좋은 말이니 뒤에 반드시 쓸 데가 있을 것이오. 이제 내가 걸어가니 기를 사람이 없으므로 청컨대 남겨 두어 쓰게 하시오." 마침내 하직하고 갔다.
마침 나라에 일이 있어 사람을 시켜 번을 갈아 주지 않으니 여섯 해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하였다.
아버지가 딸에게 말하였다. "처음에 세 해를 기약하였는데 이제 이미 넘었다. 다른 겨레에게 시집갈 만하다."
설씨가 말하였다. "지난번에 어버이를 편안히 하려 하였으므로 억지로 가실과 약속하였습니다. 가실이 이를 믿었으므로 여러 해 종군하여 주리고 춥고 괴로워하며, 하물며 적의 지경에 다가가 손에서 병기를 놓지 못하여 범의 아가리에 가까운 듯 늘 물릴까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믿음을 버리고 한 말을 저버리는 것이 어찌 사람의 정이겠습니까. 끝내 감히 아버지의 명을 좇지 못하겠으니 다시 말씀하지 마소서."
그 아버지가 늙고 또 정신이 흐려 그 딸이 장성하였는데 짝이 없다 하여 억지로 시집보내려고, 몰래 마을 사람과 혼인을 약속하고 날을 정하여 그 사람을 이끌었다. 설씨가 굳이 막고 몰래 달아나기를 꾀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마구간에 이르러 가실이 남긴 말을 보고 크게 한숨 쉬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가실이 번을 갈아 돌아왔는데 몸이 마르고 옷이 남루하여 집안사람이 알아보지 못하고 딴 사람이라 하였다. 가실이 곧바로 앞에 나아가 깨진 거울을 던지니, 설씨가 이를 얻어 부르짖으며 울었고 아버지와 집안사람이 도리어 기쁨을 어쩌지 못하였다. 마침내 다른 날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여 그와 함께 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