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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制篇

순자 荀子 · 순황(荀況) · 기원전 3세기 · 단락 26 · 한자 4,270자 · 낭독 17.1분

「순자」 왕제 「王制篇」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맹자가 성선(性善)을 말한 자리에 순자는 성악(性惡)을 놓았다. 사람의 성품은 나면서 이로움을 좋아하고 시새우고 미워하니, 그대로 두면 다투고 빼앗아 어지러워진다 — 그러므로 스승과 법으로 되게 하고 예와 옳음으로 이끈 뒤에야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착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쌓아서 되는 것이라 했다. 첫 편 「권학」이 「푸른 물감은 쪽에서 나오되 쪽보다 푸르다」로 열고, 「천론」은 하늘을 사람 일에서 떼어 내 「하늘을 크게 여겨 사모하기보다 물건으로 길러 마름질하라」고 한다. 「예론」은 예가 어디서 왔는지를 바람과 물건의 다툼에서 풀고, 「악론」은 음악을 그르다 한 묵자를 받아친다. 「정명」은 이름이 하늘이 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맺은 약속임을 밝히고, 「성상」 한 편은 노동요 가락에 다스림과 어지러움을 실은 노래다. 「임금은 배요 뭇 사람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물은 배를 엎기도 한다」가 「왕제」에 있다. 이사와 한비가 그 문하에서 나왔다.

請問為政?曰:賢能不待次而舉,罷不能不待須而廢,元惡不待教而誅,中庸不待政而化。分未定也,則有昭繆。雖王公士大夫之子孫也,不能屬於禮義,則歸之庶人。雖庶人之子孫也,積文學,正身行,能屬於禮義,則歸之卿相士大夫。故姦言,姦說,姦事,姦能,遁逃反側之民,職而教之,須而待之,勉之以慶賞,懲之以刑罰。安職則畜,不安職則棄。五疾,上收而養之,材而事之,官施而衣食之,兼覆無遺。才行反時者死無赦。夫是之謂天德,是王者之政也。

정사에 대해 여쭙니다. 말하기를, 어질고 능한 이는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들어 쓰고, 못나고 능하지 못한 이는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버리며, 으뜸가는 악은 가르치기를 기다리지 않고 베고, 어지간한 이는 정사를 기다리지 않고 절로 감화된다.

갈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면 소목(昭穆)의 차례가 있다. 비록 왕공과 사대부의 자손이라도 예와 옳음에 붙지 못하면 뭇 사람으로 돌리고, 비록 뭇 사람의 자손이라도 글과 배움을 쌓고 몸가짐을 바로 하여 능히 예와 옳음에 붙으면 경과 재상과 사대부로 돌린다.

그러므로 간사한 말과 간사한 이야기와 간사한 일과 간사한 재주와 달아나고 뒤척이는 백성은 직분을 주어 가르치고 얼마간 기다리며, 기림과 상으로 힘쓰게 하고 형벌로 뉘우치게 한다. 직분에 편안하면 기르고 직분에 편안하지 않으면 버린다.

다섯 가지 병든 이는 위에서 거두어 기르되 재주에 따라 일을 시키고 벼슬로 베풀어 입히고 먹여 아울러 덮고 빠뜨림이 없게 한다. 재주와 행실이 때를 거스르는 이는 죽여 용서하지 않는다. 무릇 이를 하늘의 덕이라 하니 이것이 왕 노릇 하는 이의 정사다.

聽政之大分:以善至者待之以禮,以不善至者待之以刑。兩者分別,則賢不肖不雜,是非不亂。賢不肖不雜,則英傑至,是非不亂,則國家治。若是,名聲日聞,天下願,令行禁止,王者之事畢矣。

정사를 듣는 큰 갈래는 이러하다. 착함으로 오는 이는 예로 대접하고 착하지 않음으로 오는 이는 형벌로 대접한다. 둘이 갈리면 어질고 못난 이가 섞이지 않고 옳고 그름이 어지럽지 않다. 어질고 못난 이가 섞이지 않으면 뛰어난 이가 이르고 옳고 그름이 어지럽지 않으면 나라가 다스려진다. 이와 같으면 이름과 소리가 날로 들리고 천하가 바라며 명이 행해지고 금함이 그치니 왕 노릇 하는 이의 일이 다한 것이다.

凡聽:威嚴猛厲,而不好假道人,則下畏恐而不親,周閉而不竭。若是,則大事殆乎弛,小事殆乎遂。和解調通,好假道人,而無所凝止之,則姦言並至,嘗試之說鋒起。若是,則聽大事煩,是又傷之也。故法而不議,則法之所不至者必廢。職而不通,則職之所不及者必隊。故法而議,職而通,無隱謀,無遺善,而百事無過,非君子莫能。故公平者,職之衡也;中和者,聽之繩也。其有法者以法行,無法者以類舉,聽之盡也。偏黨而不經,聽之辟也。故有良法而亂者,有之矣,有君子而亂者,自古及今,未嘗聞也。傳曰:「治生乎君子,亂生乎小人。」此之謂也。

무릇 들음이 위엄 있고 엄하고 사납고 매서우면서 남에게 길 빌려주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아래가 두려워하여 친하지 않고 두루 닫아 다하지 않는다. 이와 같으면 큰일은 늘어지기 쉽고 작은 일은 그르치기 쉽다.

화하게 풀고 고르게 통하여 남에게 길 빌려주기를 좋아하되 엉기어 그칠 데가 없으면 간사한 말이 아울러 이르고 떠보는 이야기가 봉우리처럼 일어난다. 이와 같으면 들음에 큰일이 번거로우니 이 또한 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이 있되 의논하지 않으면 법이 이르지 못하는 데는 반드시 폐하여지고, 직분이 있되 통하지 않으면 직분이 미치지 못하는 데는 반드시 떨어진다. 그러므로 법이 있고 의논하며 직분이 있고 통하여 숨은 꾀가 없고 빠뜨린 착함이 없어 온갖 일에 허물이 없는 것은 군자가 아니면 아무도 능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공변되고 고름은 직분의 저울이요 가운데와 화함은 들음의 먹줄이다. 법이 있는 것은 법으로 행하고 법이 없는 것은 갈래로 들어 처리하니 이것이 들음의 다함이다. 치우쳐 패거리 짓고 날실이 없으면 들음의 그릇됨이다.

그러므로 좋은 법이 있으면서 어지러운 일은 있으나, 군자가 있으면서 어지러운 일은 예로부터 이제까지 일찍이 듣지 못하였다. 전하는 말에 이르기를 「다스림은 군자에게서 나고 어지러움은 소인에게서 난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分均則不偏,埶齊則不壹,眾齊則不使。有天有地,而上下有差;明王始立,而處國有制。夫兩貴之不能相事,兩賤之不能相使,是天數也。埶位齊,而欲惡同,物不能澹則必爭;爭則必亂,亂則窮矣。先王惡其亂也,故制禮義以分之,使有貧富貴賤之等,足以相兼臨者,是養天下之本也。書曰:「維齊非齊。」此之謂也。

갈래가 고르면 치우치지 않고, 형세가 가지런하면 하나가 되지 않고, 무리가 가지런하면 부리지 못한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어 위아래에 차이가 있고, 밝은 임금이 처음 서매 나라에 처함에 제도가 있다.

무릇 둘 다 귀하면 서로 섬기지 못하고 둘 다 천하면 서로 부리지 못하니 이는 하늘의 셈이다. 형세와 자리가 가지런한데 바라고 미워함이 같고 물건이 넉넉하지 못하면 반드시 다투고, 다투면 반드시 어지럽고, 어지러우면 막힌다.

앞선 임금이 그 어지러움을 미워하였으므로 예와 옳음을 지어 나누고, 가난하고 가멸고 귀하고 천한 등급이 있어 서로 아울러 임하기에 넉넉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천하를 기르는 밑동이다. 「서」에 이르기를 「가지런함은 가지런하지 않음으로 한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馬駭輿,則君子不安輿;庶人駭政,則君子不安位。馬駭輿,則莫若靜之;庶人駭政,則莫若惠之。選賢良,舉篤敬,興孝弟,收孤寡,補貧窮。如是,則庶人安政矣。庶人安政,然後君子安位。傳曰:「君者、舟也,庶人者、水也;水則載舟,水則覆舟。」此之謂也。故君人者,欲安、則莫若平政愛民矣;欲榮、則莫若隆禮敬士矣;欲立功名、則莫若尚賢使能矣。-是人君之大節也。三節者當,則其餘莫不當矣。三節者不當,則其餘雖曲當,猶將無益也。孔子曰:「大節是也,小節是也,上君也;大節是也,小節一出焉,一入焉,中君也;大節非也,小節雖是也,吾無觀其餘矣。」

말이 수레에 놀라면 군자가 수레에 편안하지 못하고, 뭇 사람이 정사에 놀라면 군자가 자리에 편안하지 못하다. 말이 수레에 놀라면 고요히 하는 것만 한 것이 없고, 뭇 사람이 정사에 놀라면 은혜롭게 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어질고 좋은 이를 가리고 도탑고 공경하는 이를 들며, 효도와 공손을 일으키고 외롭고 홀로 된 이를 거두고 가난하고 막힌 이를 도우라. 이와 같으면 뭇 사람이 정사에 편안하다. 뭇 사람이 정사에 편안한 뒤에야 군자가 자리에 편안하다.

전하는 말에 이르기를 「임금은 배요 뭇 사람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물은 배를 엎기도 한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다스리는 이가 편안하고자 하면 정사를 고르게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것만 한 것이 없고, 영광스럽고자 하면 예를 높이고 선비를 공경하는 것만 한 것이 없고, 공과 이름을 세우고자 하면 어진 이를 높이고 능한 이를 부리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이것이 임금의 큰 마디다.

세 마디가 마땅하면 그 나머지도 마땅하지 않은 것이 없고, 세 마디가 마땅하지 않으면 그 나머지가 비록 굽이굽이 마땅해도 오히려 이로움이 없다. 공자가 말하였다. 「큰 마디가 옳고 작은 마디도 옳으면 윗임금이요, 큰 마디가 옳고 작은 마디가 하나는 나가고 하나는 들면 가운데 임금이요, 큰 마디가 그르면 작은 마디가 비록 옳아도 나는 그 나머지를 보지 않겠다.」

成侯、嗣公聚斂計數之君也,未及取民也。子產取民者也,未及為政也。管仲為政者也,未及修禮也。故修禮者王,為政者彊,取民者安,聚斂者亡。故王者富民,霸者富士,僅存之國富大夫,亡國富筐篋,實府庫。筐篋已富,府庫已實,而百姓貧:夫是之謂上溢而下漏。入不可以守,出不可以戰,則傾覆滅亡可立而待也。故我聚之以亡,敵得之以彊。聚斂者,召寇、肥敵、亡國、危身之道也,故明君不蹈也。

성후와 사공은 거두어 모으고 셈이나 하는 임금이라 백성을 얻는 데 미치지 못하였고, 자산은 백성을 얻은 이나 정사를 하는 데 미치지 못하였고, 관중은 정사를 한 이나 예를 닦는 데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예를 닦는 이는 왕 노릇 하고, 정사를 하는 이는 굳세고, 백성을 얻는 이는 편안하고, 거두어 모으는 이는 없어진다.

그러므로 왕 노릇 하는 이는 백성을 가멸게 하고, 으뜸 되는 이는 선비를 가멸게 하고, 겨우 남는 나라는 대부를 가멸게 하고, 없어질 나라는 상자를 가멸게 하고 곳간을 채운다. 상자가 이미 가멸고 곳간이 이미 찼는데 백성이 가난하니, 무릇 이를 위가 넘치고 아래가 샌다 한다. 들어와서는 지킬 수 없고 나가서는 싸울 수 없으니 기울어 엎어지고 없어짐을 서서 기다릴 만하다.

그러므로 내가 모아 없어지고 적이 얻어 굳세지니, 거두어 모으는 것은 도적을 부르고 적을 살찌우고 나라를 없애고 제 몸을 위태롭게 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밟지 않는다.

王奪之人,霸奪之與,彊奪之地。奪之人者臣諸侯,奪之與者友諸侯,奪之地者敵諸侯。臣諸侯者王,友諸侯者霸,敵諸侯者危。

왕 노릇 하는 이는 사람을 빼앗고, 으뜸 되는 이는 함께할 이를 빼앗고, 굳센 이는 땅을 빼앗는다. 사람을 빼앗는 이는 제후를 신하 삼고, 함께할 이를 빼앗는 이는 제후를 벗 삼고, 땅을 빼앗는 이는 제후를 적으로 삼는다. 제후를 신하 삼는 이는 왕 노릇 하고, 제후를 벗 삼는 이는 으뜸이 되고, 제후를 적으로 삼는 이는 위태롭다.

用彊者:人之城守,人之出戰,而我以力勝之也,則傷人之民必甚矣;傷人之民甚,則人之民必惡我甚矣;人之民惡我甚,則日欲與我鬥。人之城守,人之出戰,而我以力勝之,則傷吾民必甚矣;傷吾民甚,則吾民之惡我必甚矣;吾民之惡我甚,則日不欲為我鬥。人之民日欲與我鬥,吾民日不欲為我鬥,是彊者之所以反弱也。地來而民去,累多而功少,雖守者益,所以守者損,是以大者之所以反削也。諸侯莫不懷交接怨,而不忘其敵,伺彊大之間,承彊大之敝,此彊大之殆時也。

굳셈을 쓰는 이는 이러하다. 남이 성을 지키고 남이 나가 싸우는데 내가 힘으로 이기면 남의 백성을 다침이 반드시 심하고, 남의 백성을 다침이 심하면 남의 백성이 나를 미워함이 반드시 심하고, 남의 백성이 나를 미워함이 심하면 날로 나와 싸우고자 한다.

남이 성을 지키고 남이 나가 싸우는데 내가 힘으로 이기면 내 백성을 다침이 반드시 심하고, 내 백성을 다침이 심하면 내 백성이 나를 미워함이 반드시 심하고, 내 백성이 나를 미워함이 심하면 날로 나를 위하여 싸우려 하지 않는다.

남의 백성이 날로 나와 싸우고자 하고 내 백성이 날로 나를 위하여 싸우려 하지 않으니, 이것이 굳센 이가 도리어 약해지는 까닭이다. 땅이 오되 백성이 떠나고 쌓임이 많되 공이 적으니, 비록 지킬 것이 늘어도 지킬 이가 줄어드는 것이라 이것이 큰 이가 도리어 깎이는 까닭이다.

제후가 사귐을 품고 원망을 잇지 않는 이가 없어 그 적을 잊지 않고 굳세고 큰 이의 틈을 엿보아 굳세고 큰 이의 해짐을 타니, 이것이 굳세고 큰 이의 위태로운 때다.

知彊大者不務彊也,慮以王命,全其力,凝其德。力全則諸侯不能弱也,德凝則諸侯不能削也,天下無王霸主,則常勝矣:是知彊道者也。

굳세고 큼을 아는 이는 굳셈에 힘쓰지 않고 왕의 명으로 헤아려 그 힘을 온전히 하고 그 덕을 엉기게 한다. 힘이 온전하면 제후가 약하게 하지 못하고 덕이 엉기면 제후가 깎지 못하니, 천하에 왕이나 으뜸 되는 임금이 없으면 늘 이긴다. 이것이 굳센 도를 아는 이다.

彼霸者則不然:辟田野,實倉廩,便備用,案謹募選閱材伎之士,然後漸慶賞以先之,嚴刑罰以糾之。存亡繼絕,衛弱禁暴,而無兼并之心,則諸侯親之矣。修友敵之道,以敬接諸侯,則諸侯說之矣。所以親之者,以不并也;并之見,則諸侯疏矣。所以說之者,以友敵也;臣之見,則諸侯離矣。故明其不并之行,信其友敵之道,天下無王霸主,則常勝矣。是知霸道者也。

저 으뜸 되는 이는 그렇지 않다. 밭과 들을 열고 곳간을 채우고 쓰임을 갖추며, 재주와 재간 있는 선비를 삼가 모아 뽑아 살핀 뒤에 기림과 상을 차츰 하여 앞세우고 형벌을 엄히 하여 바로잡는다.

없어질 나라를 있게 하고 끊어질 대를 잇고 약한 이를 지키고 사나운 이를 금하되 아울러 삼킬 마음이 없으면 제후가 친히 한다. 적과 벗하는 도를 닦아 공경으로 제후를 대하면 제후가 기뻐한다.

친히 하는 까닭은 아우르지 않기 때문이니 아우름이 보이면 제후가 멀어지고, 기뻐하는 까닭은 적과 벗하기 때문이니 신하 삼음이 보이면 제후가 떠난다. 그러므로 아우르지 않는 행실을 밝히고 적과 벗하는 도를 미덥게 하면, 천하에 왕이나 으뜸 되는 임금이 없을 때 늘 이긴다. 이것이 으뜸 되는 도를 아는 이다.

閔王毀於五國,桓公劫於魯莊,無它故焉,非其道而慮之以王也。

민왕이 다섯 나라에게 헐리고 환공이 노 장공에게 겁박당한 것은 다른 까닭이 없다. 그 도가 아닌데 왕 노릇으로 헤아렸기 때문이다.

彼王者不然:仁眇天下,義眇天下,威眇天下。仁眇天下,故天下莫不親也;義眇天下,故天下莫不貴也;威眇天下,故天下莫敢敵也。以不敵之威,輔服人之道,故不戰而勝,不攻而得,甲兵不勞而天下服,是知王道者也。知此三具者,欲王而王,欲霸而霸,欲彊而彊矣。

저 왕 노릇 하는 이는 그렇지 않다. 어짊이 천하에 아득하고 옳음이 천하에 아득하고 위엄이 천하에 아득하다. 어짊이 천하에 아득하므로 천하가 친하지 않는 이가 없고, 옳음이 천하에 아득하므로 천하가 귀히 여기지 않는 이가 없고, 위엄이 천하에 아득하므로 천하가 감히 맞서는 이가 없다.

맞설 수 없는 위엄으로 사람을 굴복시키는 도를 도우므로 싸우지 않고 이기고 치지 않고 얻으며 갑옷과 병기가 수고롭지 않아도 천하가 굴복하니 이것이 왕의 도를 아는 이다. 이 세 갖춤을 알면 왕 노릇 하고자 하면 왕 노릇 하고, 으뜸 되고자 하면 으뜸 되고, 굳세고자 하면 굳세다.

王者之人:飾動以禮義,聽斷以類,明振毫末,舉措應變而不窮,夫是之謂有原。是王者之人也。

왕 노릇 하는 이의 사람은 이러하다. 움직임을 예와 옳음으로 꾸미고 갈래로 들어 끊으며, 밝기가 터럭 끝까지 떨치고 들고 놓음이 달라짐에 응하여 막히지 않으니 무릇 이를 근원이 있다 한다. 이것이 왕 노릇 하는 이의 사람이다.

王者之制:道不過三代,法不二後王;道過三代謂之蕩,法二後王謂之不雅。衣服有制,宮室有度,人徒有數,喪祭械用皆有等宜。聲、則非雅聲者舉廢,色、則凡非舊文者舉息,械用,則凡非舊器者舉毀,夫是之謂復古,是王者之制也。

왕 노릇 하는 이의 제도는 이러하다. 도는 세 대를 지나지 않고 법은 뒷임금을 둘로 하지 않는다. 도가 세 대를 지나면 방탕하다 하고 법이 뒷임금을 둘로 하면 바르지 않다 한다.

옷에 제도가 있고 집에 도가 있고 사람 무리에 셈이 있으며, 상사와 제사와 기물과 쓰임에 다 등급과 마땅함이 있다. 소리는 바른 소리가 아닌 것을 다 폐하고, 빛깔은 무릇 옛 무늬가 아닌 것을 다 그치고, 기물과 쓰임은 무릇 옛 그릇이 아닌 것을 다 헐어 버리니 무릇 이를 옛것으로 돌아감이라 한다. 이것이 왕 노릇 하는 이의 제도다.

王者之論:無德不貴,無能不官,無功不賞,無罪不罰。朝無幸位,民無幸生。尚賢使能,而等位不遺;析愿禁悍,而刑罰不過。百姓曉然皆知夫為善於家,而取賞於朝也;為不善於幽,而蒙刑於顯也。夫是之謂定論。是王者之論也。

왕 노릇 하는 이의 논함은 이러하다. 덕이 없으면 귀하게 하지 않고, 능함이 없으면 벼슬 주지 않고, 공이 없으면 상 주지 않고, 죄가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 조정에 요행의 자리가 없고 백성에 요행의 삶이 없다. 어진 이를 높이고 능한 이를 부리되 등급과 자리를 빠뜨리지 않고, 삼가는 이를 가르고 사나운 이를 금하되 형벌이 지나치지 않는다.

백성이 환히 다 저 집에서 착함을 하면 조정에서 상을 받고 그윽한 데서 착하지 않음을 하면 드러난 데서 형벌을 입는 줄 안다. 무릇 이를 정해진 논함이라 하니 이것이 왕 노릇 하는 이의 논함이다.

王者之法:等賦、政事、財萬物,所以養萬民也。田野什一,關市幾而不征,山林澤梁,以時禁發而不稅。相地而衰政。理道之遠近而致貢。通流財物粟米,無有滯留,使相歸移也,四海之內若一家。故近者不隱其能,遠者不疾其勞,無幽閒隱僻之國,莫不趨使而安樂之。夫是之為人師。是王者之法也。

왕 노릇 하는 이의 법은 이러하다. 구실을 등급 지우고 정사를 하고 만물을 재물로 하는 것은 만 백성을 기르는 까닭이다.

밭과 들은 열에 하나요, 관문과 저자는 살피되 세를 받지 않고, 산과 숲과 못과 어살은 때에 따라 금하고 열되 세를 받지 않는다. 땅을 보아 구실을 덜고, 길의 멀고 가까움을 헤아려 바치게 한다. 재물과 곡식을 흘러 통하게 하여 막혀 머무름이 없이 서로 돌아가고 옮기게 하니 사해 안이 한 집 같다.

그러므로 가까운 이가 그 능함을 숨기지 않고 먼 이가 그 수고로움을 괴로워하지 않으며, 그윽하고 궁벽한 나라가 없어 아무도 달려와 부림받아 그것을 편안히 즐기지 않는 이가 없다. 무릇 이를 사람의 스승이 된다 하니 이것이 왕 노릇 하는 이의 법이다.

北海則有走馬吠犬焉,然而中國得而畜使之。南海則有羽翮、齒革、曾青、丹干焉,然而中國得而財之。東海則有紫紶、魚鹽焉,然而中國得而衣食之。西海則有皮革、文旄焉,然而中國得而用之。故澤人足乎木,山人足乎魚,農夫不斲削、不陶冶而足械用,工賈不耕田而足菽粟。故虎豹為猛矣,然君子剝而用之。故天之所覆,地之所載,莫不盡其美,致其用,上以飾賢良,下以養百姓而安樂之。夫是之謂大神。詩曰:「天作高山,大王荒之;彼作矣,文王康之。」此之謂也。

북쪽 바다에는 달리는 말과 짖는 개가 있는데 중원이 얻어 기르고 부린다. 남쪽 바다에는 깃과 이빨과 가죽과 증청과 단사가 있는데 중원이 얻어 재물로 삼는다. 동쪽 바다에는 자줏빛 실과 물고기와 소금이 있는데 중원이 얻어 입고 먹는다. 서쪽 바다에는 가죽과 무늬 있는 깃대가 있는데 중원이 얻어 쓴다.

그러므로 못 사람이 나무에 넉넉하고 산 사람이 물고기에 넉넉하며, 농부가 깎고 다듬지 않고 굽고 불리지 않아도 기물과 쓰임에 넉넉하고, 장인과 장사꾼이 밭 갈지 않아도 콩과 조에 넉넉하다.

그러므로 범과 표범이 사납지만 군자가 벗겨 쓴다. 그러므로 하늘이 덮은 바와 땅이 실은 바가 그 아름다움을 다하고 그 쓰임을 이루지 않는 것이 없어, 위로는 어질고 좋은 이를 꾸미고 아래로는 백성을 길러 편안히 즐기게 한다. 무릇 이를 큰 신묘함이라 한다. 「시」에 이르기를 「하늘이 높은 산을 짓고 태왕이 이를 거칠게 열었네. 저이가 지으매 문왕이 이를 편안히 하였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以類行雜,以一行萬。始則終,終則始,若環之無端也,舍是而天下以衰矣。天地者,生之始也;禮義者,治之始也;君子者,禮義之始也;為之,貫之,積重之,致好之者,君子之始也。故天地生君子,君子理天地;君子者,天地之參也,萬物之摠也,民之父母也。無君子,則天地不理,禮義無統,上無君師,下無父子,夫是之謂至亂。君臣、父子、兄弟、夫婦,始則終,終則始,與天地同理,與萬世同久,夫是之謂大本。故喪祭、朝聘、師旅一也;貴賤、殺生、與奪一也;君君、臣臣、父父、子子、兄兄、弟弟一也;農農、士士、工工、商商一也。

갈래로 뒤섞인 것을 행하고 하나로 만 가지를 행한다. 처음이면 끝나고 끝나면 처음이어서 고리에 끝이 없는 것 같으니, 이를 놓으면 천하가 이로써 쇠한다.

하늘과 땅은 낳음의 처음이요, 예와 옳음은 다스림의 처음이요, 군자는 예와 옳음의 처음이요, 이를 하고 이를 꿰고 이를 쌓아 무겁게 하고 이를 지극히 좋아함은 군자의 처음이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이 군자를 낳고 군자가 하늘과 땅을 다스린다. 군자란 하늘과 땅에 셋이 되는 이요 만물을 거느리는 이요 백성의 어버이다. 군자가 없으면 하늘과 땅이 다스려지지 않고 예와 옳음에 벼리가 없어, 위로 임금과 스승이 없고 아래로 아비와 아들이 없으니 무릇 이를 지극한 어지러움이라 한다.

임금과 신하, 아비와 아들, 형과 아우, 지아비와 지어미는 처음이면 끝나고 끝나면 처음이어서 하늘·땅과 이치를 같이하고 만대와 오램을 같이하니 무릇 이를 큰 밑동이라 한다.

그러므로 상사와 제사와 조회와 빙문과 군사가 하나요, 귀함과 천함과 죽임과 살림과 줌과 빼앗음이 하나요,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비가 아비답고 아들이 아들답고 형이 형답고 아우가 아우다움이 하나요, 농부가 농부답고 선비가 선비답고 장인이 장인답고 장사꾼이 장사꾼다움이 하나다.

水火有氣而無生,草木有生而無知,禽獸有知而無義,人有氣、有生、有知,亦且有義,故最為天下貴也。力不若牛,走不若馬,而牛馬為用,何也?曰:人能群,彼不能群也。人何以能群?曰:分。分何以能行?曰:義。故義以分則和,和則一,一則多力,多力則彊,彊則勝物;故宮室可得而居也。故序四時,裁萬物,兼利天下,無它故焉,得之分義也。

물과 불은 기운이 있으나 삶이 없고, 풀과 나무는 삶이 있으나 앎이 없고, 새와 짐승은 앎이 있으나 옳음이 없고, 사람은 기운이 있고 삶이 있고 앎이 있고 또한 옳음이 있으니 그러므로 천하에 가장 귀하다.

힘은 소만 못하고 달리기는 말만 못한데 소와 말이 쓰임이 되니 어째서인가. 말하기를, 사람은 능히 무리 짓고 저들은 능히 무리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능히 무리 짓는가. 말하기를, 나눔이다. 나눔은 무엇으로 능히 행해지는가. 말하기를, 옳음이다. 그러므로 옳음으로 나누면 화하고, 화하면 하나가 되고, 하나가 되면 힘이 많고, 힘이 많으면 굳세고, 굳세면 물건을 이긴다. 그러므로 집을 얻어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네 철을 차례 짓고 만물을 마름질하여 천하를 아울러 이롭게 하니 다른 까닭이 없다. 나눔과 옳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故人生不能無群,群而無分則爭,爭則亂,亂則離,離則弱,弱則不能勝物;故宮室不可得而居也,不可少頃舍禮義之謂也。能以事親謂之孝,能以事兄謂之弟,能以事上謂之順,能以使下謂之君。

그러므로 사람이 살면서 무리 짓지 않을 수 없는데 무리 지으면서 나눔이 없으면 다투고, 다투면 어지럽고, 어지러우면 떠나고, 떠나면 약하고, 약하면 물건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집을 얻어 살 수 없으니 잠시도 예와 옳음을 놓을 수 없음을 이름이다.

능히 어버이를 섬기는 것을 효라 하고, 능히 형을 섬기는 것을 공손이라 하고, 능히 위를 섬기는 것을 따름이라 하고, 능히 아래를 부리는 것을 임금이라 한다.

君者,善群也。群道當,則萬物皆得其宜,六畜皆得其長,群生皆得其命。故養長時,則六畜育;殺生時,則草木殖;政令時,則百姓一,賢良服。

임금이란 무리를 잘 짓는 이다. 무리 짓는 도가 마땅하면 만물이 다 그 마땅함을 얻고 여섯 가축이 다 그 자람을 얻고 무리 지어 사는 것이 다 그 목숨을 얻는다. 그러므로 기르고 자라게 함이 때에 맞으면 여섯 가축이 자라고, 죽이고 살림이 때에 맞으면 풀과 나무가 붇고, 정사와 명이 때에 맞으면 백성이 하나가 되고 어질고 좋은 이가 굴복한다.

聖王之制也:草木榮華滋碩之時,則斧斤不入山林,不夭其生,不絕其長也。黿鼉魚鱉鰍鱣孕別之時,罔罟毒藥不入澤,不夭其生,不絕其長也。春耕、夏耘、秋收、冬藏,四者不失時,故五穀不絕,而百姓有餘食也。汙池淵沼川澤,謹其時禁,故魚鱉優多,而百姓有餘用也。斬伐養長不失其時,故山林不童,而百姓有餘材也。

거룩한 왕의 제도는 이러하다. 풀과 나무가 꽃피고 붇고 커지는 때에는 도끼를 산과 숲에 들이지 않으니 그 삶을 일찍 꺾지 않고 그 자람을 끊지 않는 것이다. 자라와 악어와 물고기와 미꾸라지와 철갑상어가 새끼 배고 새끼 치는 때에는 그물과 독약을 못에 들이지 않으니 그 삶을 일찍 꺾지 않고 그 자람을 끊지 않는 것이다.

봄에 갈고 여름에 김매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하는 네 가지가 때를 잃지 않으므로 다섯 곡식이 끊이지 않고 백성에게 남는 밥이 있다. 웅덩이와 못과 내와 늪은 그 때의 금함을 삼가므로 물고기와 자라가 넉넉히 많고 백성에게 남는 쓰임이 있다. 베고 자르고 기르고 자라게 함이 그 때를 잃지 않으므로 산과 숲이 민둥하지 않고 백성에게 남는 재목이 있다.

聖王之用也:上察於天,下錯於地,塞備天地之間,加施萬物之上,微而明,短而長,狹而廣,神明博大以至約。故曰:一與一是為人者,謂之聖人。

거룩한 왕의 씀은 이러하다. 위로 하늘에서 살피고 아래로 땅에 놓아 하늘과 땅 사이를 채워 갖추고 만물 위에 더하여 베푼다. 작으면서 밝고 짧으면서 길고 좁으면서 넓으니, 신명하고 넓고 크되 지극히 간략하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하나와 하나로 이를 사람 삼는 이를 성인이라 한다 하였다.

序官:宰爵知賓客、祭祀、響食犧牲之牢數。司徒知百宗、城郭、立器之數。司馬知師旅、甲兵、乘白之數。脩憲命,審詩商,禁淫聲,以時順脩,使夷俗邪音不敢亂雅,大師之事也。脩隄梁,通溝澮,行水潦,安水臧,以時決塞,歲雖凶敗水旱,使民有所耘艾,司空之事也。相高下,視肥墝,序五種,省農功,謹蓄藏,以時順脩,使農夫樸力而寡能,治田之事也。脩火憲,養山林藪澤草木、魚鱉、百索,以時禁發,使國家足用,而財物不屈,虞師之事也。順州里,定廛宅,養六畜,閒樹藝,勸教化,趨孝弟,以時順修,使百姓順命,安樂處鄉,鄉師之事也。論百工,審時事,辨功苦,尚完利,便備用,使雕琢文采不敢專造於家,工師之事也。相陰陽,占祲兆,鑽龜陳卦,主攘擇五卜,知其吉凶妖祥,傴巫跛擊之事也。脩採清,易道路,謹盜賊,平室律,以時順修,使賓旅安而貨財通,治市之事也。抃急禁悍,防淫除邪,戮之以五刑,使暴悍以變,姦邪不作,司寇之事也。本政教,正法則,兼聽而時稽之,度其功勞,論其慶賞,以時慎脩,使百吏免盡,而眾庶不偷,冢宰之事也。論禮樂,正身行,廣教化,美風俗,兼覆而調一之,辟公之事也。全道德,致隆高,綦文理,一天下,振毫末,使天下莫不順比從服,天王之事也。故政事亂,則冢宰之罪也;國家失俗,則辟公之過也;天下不一,諸侯俗反,則天王非其人也。

벼슬을 차례 짓는다.

재작(宰爵)은 손님과 제사와 잔치에 쓸 희생의 우리 셈을 안다. 사도는 온갖 겨레와 성곽과 그릇 세움의 셈을 안다. 사마는 군사와 갑옷과 병기와 타는 것의 셈을 안다.

법과 명을 닦고 시와 노래를 살피며 음란한 소리를 금하여 때에 따라 순히 닦아, 오랑캐 풍속과 그릇된 소리가 감히 바른 것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는 것은 태사의 일이다.

둑과 다리를 닦고 도랑을 통하고 괸 물을 흐르게 하고 물 갈무리를 편안히 하여 때에 따라 트고 막아, 해가 비록 흉하여 물지고 가물어도 백성에게 김매고 벨 데가 있게 하는 것은 사공의 일이다.

높낮이를 보고 걸고 메마름을 살피고 다섯 씨앗을 차례 지어 농사 공을 살피고 쌓아 갈무리함을 삼가 때에 따라 순히 닦아, 농부가 순박하게 힘쓰고 잔재주가 적게 하는 것은 밭 다스리는 이의 일이다.

불에 관한 법을 닦고 산과 숲과 늪과 풀과 나무와 물고기와 자라와 온갖 것을 길러 때에 따라 금하고 열어, 나라에 쓰임이 넉넉하고 재물이 다하지 않게 하는 것은 우사(虞師)의 일이다.

고을과 마을을 순히 하고 터와 집을 정하고 여섯 가축을 기르고 나무 심기를 익히며, 가르쳐 달라지게 함을 권하고 효도와 공손을 재촉하여 때에 따라 순히 닦아, 백성이 명을 따르고 마을에 편안히 즐겨 살게 하는 것은 향사(鄕師)의 일이다.

온갖 장인을 논하고 때의 일을 살피고 잘되고 거칢을 가리며 온전하고 이로움을 높이고 쓰임을 갖추기 편하게 하여, 새기고 쪼은 무늬를 감히 집에서 마음대로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공사(工師)의 일이다.

음과 양을 보고 요사한 조짐을 점치고 거북을 뚫고 괘를 벌여 다섯 가지 점을 가려 물리치기를 맡아, 그 길하고 흉함과 요사하고 상서로움을 아는 것은 무당과 박수의 일이다.

뒷간을 닦고 길을 고르게 하고 도적을 삼가고 집에 관한 율을 고르게 하여 때에 따라 순히 닦아, 손과 나그네가 편안하고 재화가 통하게 하는 것은 저자 다스리는 이의 일이다.

급한 것을 다스리고 사나운 이를 금하고 음란함을 막고 그릇됨을 없애며 다섯 형벌로 죽여, 사납고 사나운 이가 이로써 바뀌고 간사하고 그릇됨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사구의 일이다.

정사와 가르침에 밑동을 두고 법을 바로잡으며 아울러 듣고 때때로 상고하여 그 공과 수고를 헤아리고 그 기림과 상을 논하며 때에 따라 삼가 닦아, 온갖 아전이 힘을 다하고 뭇 사람이 구차하지 않게 하는 것은 총재의 일이다.

예와 악을 논하고 몸가짐을 바로 하고 가르쳐 달라지게 함을 넓히고 풍속을 아름답게 하여 아울러 덮고 고르게 하나로 하는 것은 벽공(辟公)의 일이다.

도와 덕을 온전히 하고 높음을 이루고 무늬와 이치를 다하고 천하를 하나로 하여 터럭 끝까지 떨쳐, 천하가 순히 견주어 좇아 굴복하지 않는 이가 없게 하는 것은 천왕의 일이다.

그러므로 정사가 어지러우면 총재의 죄요, 나라가 풍속을 잃으면 벽공의 허물이요, 천하가 하나 되지 않고 제후가 풍속을 거스르면 천왕이 그 사람이 아닌 것이다.

具具而王,具具而霸,具具而存,具具而亡。用萬乘之國者,威彊之所以立也,名聲之所以美也,敵人之所以屈也,國之所以安危臧否也,制與在此,亡乎人。王、霸、安存、危殆、滅亡,制與在我,亡乎人。夫威彊未足以殆鄰敵也,名聲未足以縣天下也,則是國未能獨立也,豈渠得免夫累乎?天下脅於暴國,而黨為吾所不欲於是者,日與桀同事同行,無害為堯。是非功名之所就也,非存亡安危之所墮也。功名之所就,存亡安危之所墮,必將於愉殷赤心之所。誠以其國為王者之所亦王,以其國為危殆滅亡之所亦危殆滅亡。殷之日,案以中立,無有所偏,而為縱橫之事,偃然案兵無動,以觀夫暴國之相卒也。案平政教,審節奏,砥礪百姓,為是之日,而兵剸天下勁矣。案然修仁義,伉隆高,正法則,選賢良,養百姓,為是之日,而名聲剸天下之美矣。權者重之,兵者勁之,名聲者美之。夫堯舜者一天下也,不能加毫末於是矣。

갖출 것을 갖추어 왕 노릇 하고, 갖출 것을 갖추어 으뜸이 되고, 갖출 것을 갖추어 남고, 갖출 것을 갖추어 없어진다.

만승의 나라를 쓰는 이는 위엄과 굳셈이 서는 까닭이요 이름과 소리가 아름다워지는 까닭이요 적이 굽히는 까닭이요 나라가 편안하고 위태롭고 좋고 나쁜 까닭이니, 마름질이 여기 있고 남에게 있지 않다. 왕 노릇 함과 으뜸 됨과 편안히 남음과 위태로움과 없어짐은 마름질이 내게 있고 남에게 있지 않다.

무릇 위엄과 굳셈이 아직 이웃 적을 위태롭게 할 수 없고 이름과 소리가 아직 천하에 걸리지 못하면, 이는 나라가 아직 홀로 설 수 없는 것이니 어찌 그 얽매임을 면할 수 있겠는가.

천하가 사나운 나라에 겁박당하여 내가 여기서 바라지 않는 바를 패거리 지어 한다면, 날마다 걸과 일을 같이하고 행실을 같이하여도 요임금 됨에 해로울 것이 없다. 이는 공과 이름이 이루어지는 바가 아니요 남고 없어지고 편안하고 위태로움이 떨어지는 바가 아니다.

공과 이름이 이루어지는 바와 남고 없어지고 편안하고 위태로움이 떨어지는 바는 반드시 장차 즐겁고 성한 붉은 마음의 자리에 있다. 참으로 그 나라를 왕 노릇 하는 이의 자리로 삼으면 또한 왕 노릇 하고, 그 나라를 위태롭고 없어지는 자리로 삼으면 또한 위태롭고 없어진다.

성한 날에는 가운데 서서 치우치는 바 없이 세로와 가로의 일을 하고, 훌쩍 군사를 눕히고 움직이지 않아 저 사나운 나라가 서로 마치는 것을 본다. 정사와 가르침을 고르게 하고 마디를 살피고 백성을 갈고 닦으면, 이렇게 하는 날에 군사가 천하에 오로지 굳세어진다. 편안히 어짊과 옳음을 닦고 높음에 짝하고 법을 바로잡고 어질고 좋은 이를 가리고 백성을 기르면, 이렇게 하는 날에 이름과 소리가 천하에 오로지 아름다워진다.

권세를 무겁게 하고 군사를 굳세게 하고 이름과 소리를 아름답게 하니, 무릇 요임금과 순임금이 천하를 하나로 한 것도 여기에 터럭 끝만큼도 더할 수 없다.

權謀傾覆之人退,則賢良知聖之士案自進矣。刑政平,百姓和,國俗節,則兵勁城固,敵國案自詘矣。務本事,積財物,而勿忘棲遲薛越也,是使群臣百姓皆以制度行,則財物積,國家案自富矣。三者體此而天下服,暴國之君案自不能用其兵矣。何則?彼無與至也。彼其所與至者,必其民也。其民之親我,歡若父母,好我芳如芝蘭,反顧其上則若灼黥,若仇讎;彼人之情性也雖桀跖,豈有肯為其所惡,賊其所好者哉!彼以奪矣。故古之人,有以一國取天下者,非往行之也,脩政其所,天下莫不願,如是而可以誅暴禁悍矣。故周公南征而北國怨,曰:「何獨不來也!」東征而西國怨,曰:「何獨後我也!」孰能有與是鬥者與?安以其國為是者王。殷之日,安以靜兵息民,慈愛百姓,辟田野,實倉廩,便備用,安謹募選閱材伎之士,然後漸賞慶以先之,嚴刑罰以防之,擇士之知事者,使相率貫也,是以厭然畜積修飾,而物用之足也。兵革器械者,彼將日日暴露毀折之中原;我將脩飾之,拊循之,掩蓋之於府庫。貨財粟米者,彼將日日棲遲薛越之中野,我今將畜積并聚之於倉廩。材伎股肱健勇爪牙之士,彼將日日挫頓竭之於仇敵,我今將來致之,并閱之,砥礪之於朝廷。如是,則彼日積敝,我日積完;彼日積貧,我日積富;彼日積勞,我日積佚。君臣上下之間者,彼將厲厲焉日日相離疾也,我將頓頓焉日日相親愛也,以是待其敝。安以其國為是者霸。立身則從傭俗,事行則遵傭故,進退貴賤則舉傭士,之所以接下之人百姓者則庸寬惠,如是者則安存。立身則輕楛,事行則蠲疑,進退貴賤則舉佞侻,之所以接下之人百姓者則好取侵奪,如是者危殆。立身則憍暴,事行則傾覆,進退貴賤則舉幽險詐故,之所以接下之人百姓者,則好用其死力矣,而慢其功勞,好用其籍斂矣,而忘其本務,如是者滅亡。--此五等者,不可不善擇也,王、霸、安存、危殆、滅亡之具也。善擇者制人,不善擇者人制之。善擇之者王,不善擇之者亡。夫王者之與亡者,制人之與人制之也,是其為相縣也亦遠矣。

권세와 꾀로 기울어 엎는 사람이 물러나면 어질고 좋고 슬기롭고 거룩한 선비가 절로 나아온다. 형벌과 정사가 고르고 백성이 화하고 나라 풍속에 마디가 있으면 군사가 굳세고 성이 튼튼하여 적국이 절로 굽힌다. 밑동 되는 일에 힘쓰고 재물을 쌓되 흘려 버리고 흩어 버림을 잊지 않아 뭇 신하와 백성이 다 제도로 행하게 하면, 재물이 쌓여 나라가 절로 가멸어진다.

세 가지를 몸으로 삼으면 천하가 굴복하고 사나운 나라의 임금이 절로 그 군사를 쓰지 못한다. 어째서인가. 저이에게 함께 이를 이가 없기 때문이다. 저이가 함께 이를 이는 반드시 그 백성이다. 그 백성이 나를 친함이 기쁘기가 어버이 같고 나를 좋아함이 향기롭기가 지초와 난초 같으며, 돌이켜 제 위를 돌아보면 지지고 자자한 듯 원수 같다. 저 사람의 정과 성품은 비록 걸과 척이라도 어찌 그 미워하는 바를 하고 그 좋아하는 바를 해치려 하겠는가. 저이는 이미 빼앗긴 것이다.

그러므로 옛사람 가운데 한 나라로 천하를 얻은 이가 있으니, 가서 행한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서 정사를 닦으매 천하가 바라지 않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으면 사나운 이를 베고 사나운 이를 금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공이 남쪽을 치매 북쪽 나라가 원망하여 「어찌 홀로 오지 않는가」 하였고, 동쪽을 치매 서쪽 나라가 원망하여 「어찌 홀로 우리를 뒤로 하는가」 하였다. 누가 능히 이와 싸우겠는가. 편안히 그 나라를 이렇게 하는 이가 왕 노릇 한다.

성한 날에는 편안히 군사를 고요히 하고 백성을 쉬게 하며, 백성을 사랑하고 밭과 들을 열고 곳간을 채우고 쓰임을 갖추며, 재주와 재간 있는 선비를 삼가 모아 뽑아 살핀 뒤에 상과 기림을 차츰 하여 앞세우고 형벌을 엄히 하여 막으며, 선비 가운데 일을 아는 이를 가려 서로 거느려 꿰게 한다. 그래서 넉넉히 쌓아 두고 닦아 꾸며 물건과 쓰임이 넉넉하다.

병기와 기물은 저이가 날마다 벌판 가운데 드러내어 헐고 꺾을 것이나 나는 장차 닦고 꾸미고 어루만져 곳간에 덮어 둔다. 재물과 곡식은 저이가 날마다 들 가운데 흘려 버리고 흩어 버릴 것이나 나는 이제 곳간에 쌓아 모은다. 재주와 재간 있고 팔다리 튼튼하고 날래고 손톱과 어금니가 되는 선비는 저이가 날마다 원수와 적에게 꺾이고 다하게 할 것이나 나는 이제 불러 이르게 하고 아울러 살펴 조정에서 갈고 닦는다.

이와 같으면 저이는 날로 해짐을 쌓고 나는 날로 온전함을 쌓으며, 저이는 날로 가난함을 쌓고 나는 날로 가멸음을 쌓으며, 저이는 날로 수고로움을 쌓고 나는 날로 편안함을 쌓는다. 임금과 신하, 위와 아래 사이에서 저이는 날마다 매섭게 서로 떠나고 미워할 것이나 나는 날마다 도탑게 서로 친하고 사랑하여, 이로써 그 해짐을 기다린다. 편안히 그 나라를 이렇게 하는 이가 으뜸이 된다.

몸을 세움에는 어지간한 풍속을 좇고, 일을 행함에는 어지간한 옛것을 따르고, 나아가고 물러나고 귀하고 천하게 함에는 어지간한 선비를 들며, 아래 사람과 백성을 대하는 데는 어지간히 너그럽고 은혜로우면 이런 이는 편안히 남는다.

몸을 세움이 가볍고 거칠고, 일을 행함이 흐리고 의심스럽고, 나아가고 물러나고 귀하고 천하게 함에 아첨하고 재빠른 이를 들며, 아래 사람과 백성을 대하는 데 빼앗고 침노하기를 좋아하면 이런 이는 위태롭다.

몸을 세움이 교만하고 사납고, 일을 행함이 기울어 엎으며, 나아가고 물러나고 귀하고 천하게 함에 그윽하고 험하고 속이는 이를 들며, 아래 사람과 백성을 대하는 데 그 죽을힘 쓰기를 좋아하면서 그 공과 수고는 업신여기고 그 거두어들이기를 좋아하면서 그 밑동 되는 힘씀은 잊으면 이런 이는 없어진다.

이 다섯 등급은 잘 가리지 않을 수 없으니 왕 노릇 하고 으뜸 되고 편안히 남고 위태롭고 없어지는 갖춤이다. 잘 가리는 이는 남을 마름질하고 잘 가리지 못하는 이는 남에게 마름질당한다. 잘 가리는 이는 왕 노릇 하고 잘 가리지 못하는 이는 없어진다. 무릇 왕 노릇 하는 이와 없어지는 이, 남을 마름질하는 이와 남에게 마름질당하는 이는 그 서로 떨어짐이 또한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