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순자 › 부국

富國篇

순자 荀子 · 순황(荀況) · 기원전 3세기 · 단락 19 · 한자 4,243자 · 낭독 17.0분

「순자」 부국 「富國篇」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맹자가 성선(性善)을 말한 자리에 순자는 성악(性惡)을 놓았다. 사람의 성품은 나면서 이로움을 좋아하고 시새우고 미워하니, 그대로 두면 다투고 빼앗아 어지러워진다 — 그러므로 스승과 법으로 되게 하고 예와 옳음으로 이끈 뒤에야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착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쌓아서 되는 것이라 했다. 첫 편 「권학」이 「푸른 물감은 쪽에서 나오되 쪽보다 푸르다」로 열고, 「천론」은 하늘을 사람 일에서 떼어 내 「하늘을 크게 여겨 사모하기보다 물건으로 길러 마름질하라」고 한다. 「예론」은 예가 어디서 왔는지를 바람과 물건의 다툼에서 풀고, 「악론」은 음악을 그르다 한 묵자를 받아친다. 「정명」은 이름이 하늘이 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맺은 약속임을 밝히고, 「성상」 한 편은 노동요 가락에 다스림과 어지러움을 실은 노래다. 「임금은 배요 뭇 사람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물은 배를 엎기도 한다」가 「왕제」에 있다. 이사와 한비가 그 문하에서 나왔다.

萬物同宇而異體,無宜而有用為人,數也。人倫並處,同求而異道,同欲而異知,生也。皆有可也,知愚同;所可異也,知愚分。埶同而知異,行私而無禍,縱欲而不窮,則民心奮而不可說也。如是,則知者未得治也;知者未得治,則功名未成也;功名未成,則群眾未縣也;群眾未縣,則君臣未立也。無君以制臣,無上以制下,天下害生縱欲。欲惡同物,欲多而物寡,寡則必爭矣。故百技所成,所以養一人也。而能不能兼技,人不能兼官。離居不相待則窮,群居而無分則爭;窮者患也,爭者禍也,救患除禍,則莫若明分使群矣。彊脅弱也,知懼愚也,民下違上,少陵長,不以德為政:如是,則老弱有失養之憂,而壯者有分爭之禍矣。事業所惡也,功利所好也,職業無分:如是,則人有樹事之患,而有爭功之禍矣。男女之合,夫婦之分,婚姻娉內,送逆無禮:如是,則人有失合之憂,而有爭色之禍矣。故知者為之分也。

만물이 우주를 같이하되 몸이 다르고, 마땅함은 없으되 쓰임이 있어 사람을 위하는 것이 셈이다.

사람의 갈래가 나란히 처하여 구함은 같되 길이 다르고 바람은 같되 앎이 다른 것이 삶이다. 다 옳게 여기는 바가 있음은 슬기롭고 어리석음이 같으나, 옳게 여기는 바가 다름은 슬기롭고 어리석음이 갈린다.

형세가 같은데 앎이 다르고, 사사로이 행하여도 재앙이 없고, 바람을 놓아도 막히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이 들끓어 달랠 수 없다. 이와 같으면 슬기로운 이가 다스림을 얻지 못하고, 슬기로운 이가 다스림을 얻지 못하면 공과 이름이 이루어지지 않고, 공과 이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리가 매이지 않고, 무리가 매이지 않으면 임금과 신하가 서지 않는다.

임금이 없어 신하를 마름질하지 못하고 위가 없어 아래를 마름질하지 못하면 천하의 해로움이 바람을 놓는 데서 난다. 바라고 미워하는 물건이 같은데 바람은 많고 물건은 적으니, 적으면 반드시 다툰다.

그러므로 온갖 재주가 이루는 바는 한 사람을 기르는 까닭이다. 그런데 능한 이도 재주를 아우르지 못하고 사람이 벼슬을 아우르지 못한다. 떨어져 살며 서로 기다리지 않으면 막히고, 무리 지어 살며 나눔이 없으면 다툰다. 막힘은 근심이요 다툼은 재앙이니, 근심을 건지고 재앙을 없애려면 나눔을 밝혀 무리 짓게 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굳센 이가 약한 이를 을러대고 슬기로운 이가 어리석은 이를 두렵게 하며, 백성 아래가 위를 거스르고 젊은이가 어른을 업신여겨 덕으로 정사하지 않는다면, 늙고 약한 이가 기름을 잃을 근심이 있고 씩씩한 이가 나누어 다투는 재앙이 있다.

일은 미워하는 바요 공과 이로움은 좋아하는 바인데 맡은 일에 나눔이 없다면, 사람이 일을 세울 근심이 있고 공을 다투는 재앙이 있다.

사내와 계집의 합함과 지아비와 지어미의 나눔과 혼인하고 맞아들임과 보내고 맞음에 예가 없다면, 사람이 합함을 잃을 근심이 있고 여색을 다투는 재앙이 있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이가 이를 나눈 것이다.

足國之道:節用裕民,而善臧其餘。節用以禮,裕民以政。彼裕民,故多餘。裕民則民富,民富則田肥以易,田肥以易則出實百倍。上以法取焉,而下以禮節用之,餘若丘山,不時焚燒,無所臧之。夫君子奚患乎無餘?故知節用裕民,則必有仁聖賢良之名,而且有富厚丘山之積矣。此無他故焉,生於節用裕民也。不知節用裕民則民貧,民貧則田瘠以穢,田瘠以穢則出實不半;上雖好取侵奪,猶將寡獲也。而或以無禮節用之,則必有貪利糾譑之名,而且有空虛窮乏之實矣。此無他故焉,不知節用裕民也。康誥曰:「弘覆乎天,若德裕乃身。」此之謂也。

나라를 넉넉하게 하는 도는 이러하다. 씀에 마디를 지어 백성을 넉넉하게 하고 그 남는 것을 잘 갈무리한다. 씀에 마디 짓기는 예로 하고 백성을 넉넉하게 하기는 정사로 한다.

저 백성을 넉넉하게 하므로 남는 것이 많다. 백성을 넉넉하게 하면 백성이 가멸고, 백성이 가멸면 밭이 걸고 잘 다스려지고, 밭이 걸고 잘 다스려지면 소출이 백 배다. 위에서 법으로 취하고 아래에서 예로 마디 지어 쓰면 남는 것이 언덕과 산 같아 때때로 태워 버리지 않으면 갈무리할 데가 없다. 무릇 군자가 어찌 남는 것 없음을 근심하겠는가.

그러므로 씀에 마디 짓고 백성을 넉넉하게 할 줄 알면 반드시 어질고 거룩하고 어질고 좋다는 이름이 있고 또한 가멸고 두터워 언덕과 산 같은 쌓임이 있다. 이는 다른 까닭이 없다. 씀에 마디 짓고 백성을 넉넉하게 함에서 나온 것이다.

씀에 마디 짓고 백성을 넉넉하게 할 줄 모르면 백성이 가난하고, 백성이 가난하면 밭이 메마르고 거칠고, 밭이 메마르고 거칠면 소출이 반도 되지 않는다. 위에서 비록 빼앗고 침노하기를 좋아해도 오히려 얻는 것이 적을 것이다. 그러면서 혹 예 없이 마디 지어 쓰면 반드시 이로움을 탐하고 쥐어짠다는 이름이 있고 또한 비고 막히고 모자란 알맹이가 있다. 이는 다른 까닭이 없다. 씀에 마디 짓고 백성을 넉넉하게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강고」에 이르기를 「하늘처럼 널리 덮으니 덕이 네 몸을 넉넉히 하리라」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禮者,貴賤有等;長幼有差,貧富輕重皆有稱者也。故天子袾裷衣冕,諸侯玄裷衣冕,大夫裨冕,士皮弁服。德必稱位,位必稱祿,祿必稱用,由士以上則必以禮樂節之,眾庶百姓則必以法數制之。量地而立國,計利而畜民,度人力而授事,使民必勝事,事必出利,利足以生民,皆使衣食百用出入相揜,必時臧餘,謂之稱數。故自天子通於庶人,事無大小多少,由是推之。故曰:「朝無幸位,民無幸生。」此之謂也。輕田野之賦,平關市之征,省商賈之數,罕興力役,無奪農時,如是則國富矣。夫是之謂以政裕民。

예란 귀하고 천함에 등급이 있고 어른과 아이에 차이가 있으며 가난하고 가멸고 가볍고 무거움에 다 걸맞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자는 붉은 곤룡포에 면류관을 쓰고, 제후는 검은 곤룡포에 면류관을 쓰고, 대부는 비면(裨冕)을 쓰고, 선비는 가죽 고깔에 옷을 입는다.

덕이 반드시 자리에 걸맞고 자리가 반드시 녹에 걸맞고 녹이 반드시 쓰임에 걸맞아, 선비 위로는 반드시 예와 악으로 마디 짓고 뭇 백성은 반드시 법과 셈으로 마름질한다.

땅을 헤아려 나라를 세우고 이로움을 셈하여 백성을 기르고 사람의 힘을 재어 일을 주어, 백성이 반드시 일을 이기게 하고 일이 반드시 이로움을 내게 하고 이로움이 백성을 살리기에 넉넉하게 하며, 다 옷과 밥과 온갖 쓰임의 들고 남이 서로 가리게 하여 반드시 때때로 남는 것을 갈무리하니 이를 걸맞은 셈이라 한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뭇 사람에 이르기까지 일에 크고 작고 많고 적음 없이 이로 말미암아 미룬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조정에 요행의 자리가 없고 백성에 요행의 삶이 없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밭과 들의 구실을 가볍게 하고 관문과 저자의 세를 고르게 하고 장사꾼의 셈을 덜고 힘 부리는 일을 드물게 일으켜 농사 때를 빼앗지 않으면 나라가 가멸어진다. 무릇 이를 정사로 백성을 넉넉하게 함이라 한다.

人之生不能無群,群而無分則爭,爭則亂,亂則窮矣。故無分者,人之大害也;有分者,天下之本利也;而人君者,所以管分之樞要也。故美之者,是美天下之本也;安之者,是安天下之本也;貴之者,是貴天下之本也。古者先王分割而等異之也,故使或美,或惡,或厚,或薄,或佚或樂,或劬或勞,非特以為淫泰夸麗之聲,將以明仁之文,通仁之順也。故為之雕琢、刻鏤、黼黻文章,使足以辨貴賤而已,不求其觀;為之鐘鼓、管磬、琴瑟、竽笙,使足以辨吉凶、合歡、定和而已,不求其餘;為之宮室、臺榭,使足以避燥溼、養德、辨輕重而已,不求其外。詩曰:「雕琢其章,金玉其相,亹亹我王,綱紀四方。」此之謂也。

사람이 살면서 무리 짓지 않을 수 없는데 무리 지으면서 나눔이 없으면 다투고, 다투면 어지럽고, 어지러우면 막힌다. 그러므로 나눔이 없음은 사람의 큰 해로움이요 나눔이 있음은 천하의 밑동 되는 이로움이며, 임금이란 나눔을 맡는 지도리다.

그러므로 그를 아름답게 함은 천하의 밑동을 아름답게 함이요, 그를 편안히 함은 천하의 밑동을 편안히 함이요, 그를 귀하게 함은 천하의 밑동을 귀하게 함이다.

옛적에 앞선 임금이 갈라 나누고 등급 지어 달리하였으므로 혹 아름답고 혹 나쁘고 혹 두텁고 혹 엷고 혹 편안하고 즐겁고 혹 애쓰고 수고롭게 하였으니, 다만 넘치고 큰 자랑스러움과 고운 소리를 삼으려 함이 아니라 장차 어짊의 무늬를 밝히고 어짊의 따름을 통하게 하려 함이다.

그러므로 새기고 쪼고 무늬 놓고 수놓기를 하되 귀하고 천함을 가리기에 넉넉하게 할 뿐 그 보임을 구하지 않고, 종과 북과 관과 경쇠와 거문고와 비파와 우와 생황을 두되 길하고 흉함을 가리고 기쁨을 합하고 화함을 정하기에 넉넉하게 할 뿐 그 나머지를 구하지 않고, 집과 대와 정자를 짓되 마르고 젖음을 피하고 덕을 기르고 가볍고 무거움을 가리기에 넉넉하게 할 뿐 그 밖을 구하지 않는다. 「시」에 이르기를 「그 무늬를 새기고 쪼으니 쇠와 옥이 그 바탕이라. 부지런한 우리 임금이 사방을 벼리 짓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若夫重色而衣之,重味而食之,重財物而制之,合天下而君之,非特以為淫泰也,固以為主天下,治萬變,材萬物,養萬民,兼制天下者,為莫若仁人之善也夫。故其知慮足以治之,其仁厚足以安之,其德音足以化之,得之則治,失之則亂。百姓誠賴其知也,故相率而為之勞苦以務佚之,以養其知也;誠美其厚也,故為之出死斷亡以覆救之,以養其厚也;誠美其德也,故為之雕琢、刻鏤、黼黻、文章以藩飾之,以養其德也。故仁人在上,百姓貴之如帝,親之如父母,為之出死斷亡而愉者,無它故焉,其所是焉誠美,其所得焉誠大,其所利焉誠多。詩曰:「我任我輦,我車我牛,我行既集,蓋云歸哉!」此之謂也。

저 빛깔을 겹쳐 입고 맛을 겹쳐 먹고 재물을 겹쳐 마름질하고 천하를 합하여 임금 노릇 하는 것은, 다만 넘치고 크려 함이 아니라 본디 천하를 맡아 만 가지 달라짐을 다스리고 만물을 재물로 하고 만 백성을 기르며 천하를 아울러 마름질하는 데 어진 사람의 착함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앎과 헤아림이 다스리기에 넉넉하고 그 어짊과 두터움이 편안히 하기에 넉넉하고 그 덕의 소리가 감화시키기에 넉넉하니, 이를 얻으면 다스려지고 이를 잃으면 어지럽다.

백성이 참으로 그 앎에 힘입으므로 서로 이끌어 그를 위하여 수고로이 애써 그를 편안하게 하기에 힘써 그 앎을 기른다. 참으로 그 두터움을 아름답게 여기므로 그를 위하여 죽음을 내고 없어짐을 끊어 덮어 건져 그 두터움을 기른다. 참으로 그 덕을 아름답게 여기므로 그를 위하여 새기고 쪼고 무늬 놓고 수놓아 울타리 지어 꾸며 그 덕을 기른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이 위에 있으면 백성이 그를 귀히 여기기를 하느님같이 하고 그를 친히 하기를 어버이같이 하여 그를 위하여 죽음을 내고 없어짐을 끊으면서도 즐거워하니 다른 까닭이 없다. 그가 옳다 하는 바가 참으로 아름답고, 그가 얻은 바가 참으로 크고, 그가 이롭게 하는 바가 참으로 많기 때문이다. 「시」에 이르기를 「내가 지고 내가 끌고 내 수레와 내 소로 내 감이 이미 모였으니 아마 돌아가리로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故曰:君子以德,小人以力;力者,德之役也。百姓之力,待之而後功;百姓之群,待之而後和;百姓之財,待之而後聚;百姓之埶,待之而後安;百姓之壽,待之而後長;父子不得不親,兄弟不得不順,男女不得不歡。少者以長,老者以養。故曰:「天地生之,聖人成之。」此之謂也。

그러므로 이르기를, 군자는 덕으로 하고 소인은 힘으로 하니 힘이란 덕의 종이다 한다.

백성의 힘은 그를 기다린 뒤에 공이 되고, 백성의 무리는 그를 기다린 뒤에 화하고, 백성의 재물은 그를 기다린 뒤에 모이고, 백성의 형세는 그를 기다린 뒤에 편안하고, 백성의 목숨은 그를 기다린 뒤에 길다. 아비와 아들이 친하지 않을 수 없고 형과 아우가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사내와 계집이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이는 이로써 자라고 늙은이는 이로써 길러진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하늘과 땅이 낳고 성인이 이룬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今之世而不然:厚刀布之斂,以奪之財;重田野之賦,以奪之食;苛關市之征,以難其事。不然而已矣:有掎絜伺詐,權謀傾覆,以相顛倒,以靡敝之。百姓曉然皆知其汙漫暴亂,而將大危亡也。是以臣或弒其君,下或殺其上,粥其城,倍其節,而不死其事者,無他故焉,人主自取之。詩曰:「無言不讎,無德不報。」此之謂也。

이제 세상은 그렇지 않다. 돈의 거둠을 두터이 하여 그 재물을 빼앗고, 밭과 들의 구실을 무겁게 하여 그 밥을 빼앗고, 관문과 저자의 세를 매섭게 하여 그 일을 어렵게 한다. 그러할 뿐이 아니다. 붙들고 얽고 엿보고 속이며 권세와 꾀로 기울어 엎어 서로 뒤집어 헐고 해지게 한다.

백성이 환히 다 그 더럽고 질펀하고 사납고 어지러움을 알아 장차 크게 위태롭고 없어질 줄 안다. 그래서 신하가 혹 그 임금을 죽이고 아래가 혹 그 위를 죽이며, 그 성을 팔고 그 절개를 저버려 그 일에 죽지 않으니 다른 까닭이 없다. 임금이 스스로 취한 것이다. 「시」에 이르기를 「말은 갚아지지 않는 것이 없고 덕은 갚아지지 않는 것이 없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兼足天下之道在明分:掩地表畝,刺屮殖穀,多糞肥田,是農夫眾庶之事也。守時力民,進事長功,和齊百姓,使人不偷,是將率之事也。高者不旱,下者不水,寒暑和節,而五穀以時孰,是天之事也。若夫兼而覆之,兼而愛之,兼而制之,歲雖凶敗水旱,使百姓無凍餧之患,則是聖君賢相之事也。

천하를 아울러 넉넉하게 하는 도는 나눔을 밝히는 데 있다.

땅을 덮고 이랑을 내고 풀을 베고 곡식을 심고 거름을 많이 하여 밭을 걸게 하는 것은 농부와 뭇 사람의 일이다.

때를 지켜 백성을 힘쓰게 하고 일을 나아가게 하고 공을 기르며 백성을 화하고 가지런히 하여 사람이 구차하지 않게 하는 것은 거느리는 이의 일이다.

높은 데가 가물지 않고 낮은 데가 물지지 않고 춥고 더움이 화하여 마디에 맞아 다섯 곡식이 때맞춰 익는 것은 하늘의 일이다.

저 아울러 덮고 아울러 사랑하고 아울러 마름질하여, 해가 비록 흉하여 물지고 가물어도 백성에게 얼고 주릴 근심이 없게 하는 것은 거룩한 임금과 어진 재상의 일이다.

墨子之言昭昭然為天下憂不足。夫不足非天下之公患也,特墨子之私憂過計也。今是土之生五穀也,人善治之,則畝數盆,一歲而再獲之。然後瓜桃棗李一本數以盆鼓;然後葷菜百疏以澤量;然後六畜禽獸一而剸車;黿、鼉、魚、鱉、鰍、鱣以時別,一而成群;然後飛鳥、鳧、雁若煙海;然後昆蟲萬物生其間,可以相食養者,不可勝數也。夫天地之生萬物也,固有餘,足以食人矣;麻葛繭絲、鳥獸之羽毛齒革也,固有餘,足以衣人矣。夫有餘不足,非天下之公患也,特墨子之私憂過計也。

묵자의 말은 밝고 밝게 천하를 위하여 넉넉하지 못함을 근심한다. 무릇 넉넉하지 못함은 천하의 공변된 근심이 아니라 다만 묵자의 사사로운 근심이요 지나친 셈이다.

이제 이 흙이 다섯 곡식을 내는데 사람이 잘 다스리면 이랑마다 몇 동이씩 나고 한 해에 두 번 거둔다. 그러고는 오이와 복숭아와 대추와 오얏이 한 그루에 몇 동이와 몇 말씩 나고, 그러고는 향채와 온갖 푸성귀가 못으로 잴 만하고, 그러고는 여섯 가축과 새와 짐승이 하나에 수레를 오로지 채우고, 자라와 악어와 물고기와 미꾸라지와 철갑상어가 때에 따라 갈리어 하나가 무리를 이루고, 그러고는 나는 새와 물오리와 기러기가 안개 낀 바다 같고, 그러고는 벌레와 만물이 그 사이에 나서 서로 먹고 기를 수 있는 것이 이루 셀 수 없다.

무릇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음에 본디 남음이 있어 사람을 먹이기에 넉넉하고, 삼과 칡과 고치실과 새와 짐승의 깃과 털과 이빨과 가죽이 본디 남음이 있어 사람을 입히기에 넉넉하다. 무릇 남고 모자람은 천하의 공변된 근심이 아니라 다만 묵자의 사사로운 근심이요 지나친 셈이다.

天下之公患,亂傷之也。胡不嘗試相與求亂之者誰也?我以墨子之「非樂」也,則使天下亂;墨子之「節用」也,則使天下貧,非將墮之也,說不免焉。墨子大有天下,小有一國,將蹙然衣粗食惡,憂戚而非樂。若是則瘠,瘠則不足欲;不足欲則賞不行。墨子大有天下,小有一國,將少人徒,省官職,上功勞苦,與百姓均事業,齊功勞。若是則不威;不威則罰不行。賞不行,則賢者不可得而進也;罰不行,則不肖者不可得而退也。賢者不可得而進也,不肖者不可得而退也,則能不能不可得而官也。若是,則萬物失宜,事變失應,上失天時,下失地利,中失人和,天下敖然,若燒若焦,墨子雖為之衣褐帶索,嚽菽飲水,惡能足之乎?既以伐其本,竭其原,而焦天下矣。

천하의 공변된 근심은 어지러움이 이를 해치는 것이다. 어찌 시험 삼아 함께 어지럽히는 이가 누구인지 구해 보지 않는가.

나는 묵자의 「음악을 그르다 함」이 천하를 어지럽게 하고 묵자의 「씀에 마디 지음」이 천하를 가난하게 한다고 본다.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면할 수 없는 것이다.

묵자가 크게는 천하를 가지고 작게는 한 나라를 가지면, 오그라들어 거친 옷을 입고 나쁜 것을 먹으며 근심하고 슬퍼하여 음악을 그르다 할 것이다. 이와 같으면 메마르고, 메마르면 바람에 넉넉하지 못하고, 바람에 넉넉하지 못하면 상이 행해지지 않는다.

묵자가 크게는 천하를 가지고 작게는 한 나라를 가지면, 사람 무리를 적게 하고 벼슬을 덜며 공과 수고로움을 높이고 백성과 일을 고르게 하고 공과 수고를 가지런히 할 것이다. 이와 같으면 위엄이 없고, 위엄이 없으면 벌이 행해지지 않는다.

상이 행해지지 않으면 어진 이를 얻어 나아가게 할 수 없고, 벌이 행해지지 않으면 못난 이를 얻어 물러가게 할 수 없다. 어진 이를 얻어 나아가게 할 수 없고 못난 이를 얻어 물러가게 할 수 없으면 능하고 능하지 못한 이에게 벼슬을 줄 수 없다.

이와 같으면 만물이 마땅함을 잃고 일의 달라짐이 응함을 잃으며, 위로 하늘 때를 잃고 아래로 땅 이로움을 잃고 가운데로 사람 화함을 잃어 천하가 들끓어 타는 듯 그을리는 듯할 것이다. 묵자가 비록 그를 위하여 털옷을 입고 새끼줄을 띠고 콩을 씹고 물을 마신들 어찌 능히 넉넉하게 하겠는가. 이미 그 밑동을 치고 그 근원을 다하여 천하를 그을렸기 때문이다.

故先王聖人為之不然:知夫為人主上者,不美不飾之不足以一民也,不富不厚之不足以管下也,不威不強之不足以禁暴勝悍也,故必將撞大鐘,擊鳴鼓,吹笙竽,彈琴瑟,以塞其耳;必將錭琢刻鏤,黼黻文章,以塞其目;必將芻豢稻粱,五味芬芳,以塞其口。然後眾人徒,備官職,漸慶賞,嚴刑罰,以戒其心。使天下生民之屬,皆知己之所願欲之舉在是于也,故其賞行;皆知己之所畏恐之舉在是于也,故其罰威。賞行罰威,則賢者可得而進也,不肖者可得而退也,能不能可得而官也。若是則萬物得宜,事變得應,上得天時,下得地利,中得人和,則財貨渾渾如泉源,汸汸如河海,暴暴如丘山,不時焚燒,無所臧之。夫天下何患乎不足也?故儒術誠行,則天下大而富,使而功,撞鐘擊鼓而和。詩曰:「鐘鼓喤喤,管磬瑲瑲,降福穰穰,降福簡簡,威儀反反。既醉既飽,福祿來反。」此之謂也。故墨術誠行,則天下尚儉而彌貧,非鬥而日爭,勞苦頓萃,而愈無功,愀然憂戚非樂,而日不和。詩曰:「天方薦瘥,喪亂弘多,民言無嘉,憯莫懲嗟。」此之謂也。

그러므로 앞선 임금과 성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 남의 임금 되고 위가 된 이는 아름답지 않고 꾸미지 않으면 백성을 하나로 할 수 없고, 가멸지 않고 두텁지 않으면 아래를 맡을 수 없고, 위엄 있지 않고 굳세지 않으면 사나움을 금하고 사나운 이를 이길 수 없는 줄 알았다.

그러므로 반드시 큰 종을 치고 울리는 북을 두드리고 생황과 우를 불고 거문고와 비파를 타서 그 귀를 채우고, 반드시 새기고 쪼고 무늬 놓고 수놓아 그 눈을 채우고, 반드시 꼴 먹인 짐승과 쌀과 기장과 다섯 가지 맛과 향기로움으로 그 입을 채운다. 그런 뒤에 사람 무리를 많게 하고 벼슬을 갖추고 기림과 상을 차츰 하고 형벌을 엄히 하여 그 마음을 경계한다.

천하에 사는 백성의 무리로 하여금 다 제가 바라는 바가 여기에 있음을 알게 하므로 그 상이 행해지고, 다 제가 두려워하는 바가 여기에 있음을 알게 하므로 그 벌이 위엄 있다. 상이 행해지고 벌이 위엄 있으면 어진 이를 얻어 나아가게 할 수 있고 못난 이를 얻어 물러가게 할 수 있고 능하고 능하지 못한 이에게 벼슬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으면 만물이 마땅함을 얻고 일의 달라짐이 응함을 얻으며, 위로 하늘 때를 얻고 아래로 땅 이로움을 얻고 가운데로 사람 화함을 얻으니, 재화가 샘의 근원처럼 넘실거리고 강과 바다처럼 콸콸 흐르고 언덕과 산처럼 우뚝하여 때때로 태워 버리지 않으면 갈무리할 데가 없다. 무릇 천하가 어찌 넉넉하지 못함을 근심하겠는가.

그러므로 선비의 재주가 참으로 행해지면 천하가 크면서 가멸고 부리면서 공이 있고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며 화한다. 「시」에 이르기를 「종과 북이 쟁쟁하고 관과 경쇠가 창창하니 복을 내림이 넉넉하고 복을 내림이 크도다. 몸가짐이 거듭 바르니 이미 취하고 이미 배불러 복과 녹이 돌아오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그러므로 묵자의 재주가 참으로 행해지면 천하가 검소함을 높이면서 더욱 가난하고, 싸움을 그르다 하면서 날로 다투고, 수고로이 애쓰고 고달프면서 더욱 공이 없고, 시름겨워 근심하며 음악을 그르다 하면서 날로 화하지 못한다. 「시」에 이르기를 「하늘이 바야흐로 앓음을 내려 죽고 어지러움이 크게 많네. 백성의 말에 아름다움이 없는데 슬프게도 아무도 뉘우쳐 탄식하지 않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垂事養民,拊循之,唲嘔之,冬日則為之饘粥,夏日則為之瓜麮,以偷取少頃之譽焉,是偷道也。可以少頃得姦民之譽,然而非長久之道也;事必不就,功必不立,是姦治者也。傮然要時務民,進事長功,輕非譽而恬失民,事進矣,而百姓疾之,是又偷偏者也。徙壞墮落,必反無功。故垂事養譽,不可;以遂功而忘民,亦不可。皆姦道也。

일을 늘어뜨리고 백성을 기른다 하여 어루만지고 어르며, 겨울에는 죽을 쑤어 주고 여름에는 오이와 미숫가루를 주어 구차히 잠시의 기림을 취하니 이는 구차한 길이다. 잠시 간사한 백성의 기림은 얻을 수 있으나 길고 오랜 길이 아니다. 일은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고 공은 반드시 서지 않으니 이는 간사한 다스림이다.

몰아쳐 때를 요긴히 하고 백성을 힘쓰게 하여 일을 나아가게 하고 공을 기르되, 그르다는 말과 기림을 가벼이 여기고 백성 잃음을 태연히 하면 일은 나아가나 백성이 미워하니 이 또한 구차하고 치우친 것이다. 옮기면 무너지고 떨어져 반드시 도리어 공이 없다.

그러므로 일을 늘어뜨리고 기림을 기르는 것도 안 되고, 공을 이루려고 백성을 잊는 것도 안 된다. 다 간사한 길이다.

故古人為之不然:使民夏不宛喝,冬不凍寒,急不傷力,緩不後時,事成功立,上下俱富;而百姓皆愛其上,人歸之如流水,親之歡如父母,為之出死斷亡而愉者,無它故焉,忠信、調和、均辨之至也。故國君長民者,欲趨時遂功,則和調累解,速乎急疾;忠信均辨,說乎慶賞矣;必先脩正其在我者,然後徐責其在人者,威乎刑罰。三德者誠乎上,則下應之如景嚮,雖欲無明達,得乎哉!書曰:「乃大明服,惟民其力懋,和而有疾。」此之謂也。

그러므로 옛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백성으로 하여금 여름에 더위 먹지 않고 겨울에 얼어 춥지 않게 하며, 급해도 힘을 다치지 않고 느슨해도 때에 뒤지지 않게 하여, 일이 이루어지고 공이 서서 위아래가 함께 가멸었다.

그래서 백성이 다 그 위를 사랑하여 사람이 그에게 돌아오기를 흐르는 물같이 하고 친하여 기뻐하기를 어버이같이 하며, 그를 위하여 죽음을 내고 없어짐을 끊으면서도 즐거워하니 다른 까닭이 없다. 참됨과 미더움과 고르게 화함과 고르게 가름이 지극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라 임금으로 백성의 어른 된 이가 때를 좇아 공을 이루고자 하면 화하게 고르고 얽힘을 푸는 것이 급하고 빠르게 하는 것보다 빠르고, 참되고 미덥고 고르게 가르는 것이 기림과 상보다 기쁘고, 반드시 먼저 내게 있는 것을 닦아 바로잡은 뒤에 천천히 남에게 있는 것을 꾸짖는 것이 형벌보다 위엄 있다.

세 덕이 위에서 참되면 아래가 그림자와 메아리처럼 응하니, 비록 밝게 통하지 않으려 한들 되겠는가. 「서」에 이르기를 「이에 크게 밝아 굴복하니 오직 백성이 그 힘을 다하여 화하면서도 재빠르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故不教而誅,則刑繁而邪不勝;教而不誅,則姦民不懲;誅而不賞,則勤厲之民不勸;誅賞而不類,則下疑俗險而百姓不一。故先王明禮義以壹之,致忠信以愛之,尚賢使能以次之,爵服慶賞以申重之,時其事,輕其任,以調齊之,潢然兼覆之,養長之,如保赤子。若是,故姦邪不作,盜賊不起,而化善者勸勉矣。是何邪?則其道易,其塞固,其政令一,其防表明。故曰:上一則下一矣,上二則下二矣。辟之若屮木枝葉必類本。此之謂也。

그러므로 가르치지 않고 베면 형벌이 번거로우면서 그릇됨을 이기지 못하고, 가르치되 베지 않으면 간사한 백성이 뉘우치지 않고, 베되 상 주지 않으면 부지런히 힘쓴 백성이 권면되지 않고, 베고 상 주되 갈래에 맞지 않으면 아래가 의심하고 풍속이 험하여 백성이 하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앞선 임금이 예와 옳음을 밝혀 하나로 하고, 참됨과 미더움을 다하여 사랑하고, 어진 이를 높이고 능한 이를 부려 차례 짓고, 벼슬과 옷과 기림과 상으로 거듭 무겁게 하며, 그 일을 때맞추고 그 짐을 가볍게 하여 고르고 가지런히 하고, 넘실넘실 아울러 덮어 기르고 자라게 하기를 갓난아이 보살피듯 하였다.

이와 같으므로 간사하고 그릇됨이 일어나지 않고 도적이 일어나지 않으며 착하게 되는 이가 권면된다. 이는 어째서인가. 그 도가 쉽고 그 막음이 굳고 그 정사와 명이 하나요 그 둑과 표가 밝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위가 하나면 아래가 하나요 위가 둘이면 아래가 둘이라 한다. 비유하면 풀과 나무의 가지와 잎이 반드시 밑동을 닮는 것과 같으니 이를 이름이다.

不利而利之,不如利而後利之之利也。不愛而用之,不如愛而後用之之功也。利而後利之,不如利而不利者之利也。愛而後用之,不如愛而不用者之功也。利而不利也,愛而不用也者,取天下者也。利而後利之,愛而後用之者,保社稷者也。不利而利之,不愛而用之者,危國家者也。

이롭게 하지 않고 이로움을 얻는 것은 이롭게 한 뒤에 이로움을 얻는 이로움만 못하다. 사랑하지 않고 쓰는 것은 사랑한 뒤에 쓰는 공만 못하다. 이롭게 한 뒤에 이로움을 얻는 것은 이롭게 하되 이로움을 얻지 않는 이의 이로움만 못하다. 사랑한 뒤에 쓰는 것은 사랑하되 쓰지 않는 이의 공만 못하다.

이롭게 하되 이로움을 얻지 않고 사랑하되 쓰지 않는 이는 천하를 얻는 이요, 이롭게 한 뒤에 이로움을 얻고 사랑한 뒤에 쓰는 이는 사직을 지키는 이요, 이롭게 하지 않고 이로움을 얻고 사랑하지 않고 쓰는 이는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이다.

觀國之治亂臧否,至於疆易而端已見矣。其候繳支繚,其竟關之政盡察--是亂國已。入其境,其田疇穢,都邑露--是貪主已。觀其朝廷,則其貴者不賢;觀其官職,則其治者不能;觀其便嬖,則其信者不愨--是闇主已。凡主相臣下百吏之屬,其於貨財取與計數也,順孰盡察;其禮義節奏也,芒軔僈楛--是辱國已。其耕者樂田,其戰士安難,其百吏好法,其朝廷隆禮,其卿相調議--是治國已。觀其朝廷,則其貴者賢;觀其官職,則其治者能;觀其便嬖,則其信者愨--是明主已。凡主相臣下百吏之屬,其於貨財取與計數也,寬饒簡易;其於禮義節奏也,陵謹盡察--是榮國已。賢齊則其親者先貴,能齊則其故者先官,其臣下百吏,汙者皆化而脩,悍者皆化而愿,躁者皆化而愨--是明主之功已。

나라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움과 좋고 나쁨을 보는 데는 지경에 이르면 실마리가 이미 드러난다.

그 망보는 자리가 흩어지고 얽히고 그 지경 관문의 정사가 다 살피기만 하면 이는 어지러운 나라다. 그 지경에 들어 그 밭이 거칠고 도읍이 드러나 있으면 이는 탐하는 임금이다. 그 조정을 보아 그 귀한 이가 어질지 않고, 그 벼슬을 보아 그 다스리는 이가 능하지 않고, 그 가까이 아첨하는 이를 보아 그 미더운 이가 참되지 않으면 이는 어두운 임금이다.

무릇 임금과 재상과 신하 아래와 온갖 아전의 무리가 재화를 주고받고 셈하는 데는 따라 익숙하여 다 살피면서, 예와 옳음의 마디에는 흐리멍덩하고 게으르고 거칠면 이는 욕된 나라다.

그 밭 가는 이가 밭을 즐거워하고 그 싸우는 선비가 어려움을 편안히 여기고 그 온갖 아전이 법을 좋아하고 그 조정이 예를 높이고 그 경과 재상이 고르게 의논하면 이는 다스려진 나라다.

그 조정을 보아 그 귀한 이가 어질고, 그 벼슬을 보아 그 다스리는 이가 능하고, 그 가까이 아첨하는 이를 보아 그 미더운 이가 참되면 이는 밝은 임금이다.

무릇 임금과 재상과 신하 아래와 온갖 아전의 무리가 재화를 주고받고 셈하는 데는 너그럽고 넉넉하고 간략하고 쉬우며, 예와 옳음의 마디에는 삼가고 다 살피면 이는 영광스러운 나라다.

어짊이 가지런하면 그 친한 이를 먼저 귀하게 하고 능함이 가지런하면 그 오랜 이에게 먼저 벼슬 주며, 그 신하 아래와 온갖 아전이 더러운 이는 다 감화되어 닦이고 사나운 이는 다 감화되어 삼가고 조급한 이는 다 감화되어 참되면 이는 밝은 임금의 공이다.

觀國之強弱貧富有徵驗:上不隆禮則兵弱,上不愛民則兵弱,已諾不信則兵弱,慶賞不漸則兵弱,將率不能則兵弱。上好功則國貧,上好利則國貧,士大夫眾則國貧,工商眾則國貧,無制數度量則國貧。下貧則上貧,下富則上富。故田野縣鄙者,財之本也;垣窌倉廩者,財之末也。百姓時和,事業得敘者,貨之源也;等賦府庫者,貨之流也。故明主必謹養其和,節其流,開其源,而時斟酌焉。潢然使天下必有餘,而上不憂不足。如是,則上下俱富,交無所藏之。是知國計之極也。故禹十年水,湯七年旱,而天下無菜色者,十年之後,年穀復熟,而陳積有餘。是無它故焉,知本末源流之謂也。故田野荒而倉廩實,百姓虛而府庫滿,夫是之謂國蹶。伐其本,竭其源,而並之其末,然而主相不知惡也,則其傾覆滅亡可立而待也。以國持之,而不足以容其身,夫是之謂至貧,是愚主之極也。將以取富而喪其國,將以取利而危其身,古有萬國,今有十數焉,是無它故焉,其所以失之一也。君人者亦可以覺矣。百里之國,足以獨立矣。

나라의 굳세고 약하고 가난하고 가멸음을 보는 데는 증험이 있다.

위가 예를 높이지 않으면 군사가 약하고, 위가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군사가 약하고, 이미 허락한 것이 미덥지 않으면 군사가 약하고, 기림과 상이 차츰 하지 않으면 군사가 약하고, 거느리는 이가 능하지 않으면 군사가 약하다.

위가 공을 좋아하면 나라가 가난하고, 위가 이로움을 좋아하면 나라가 가난하고, 사대부가 많으면 나라가 가난하고, 장인과 장사꾼이 많으면 나라가 가난하고, 제도와 셈과 도량이 없으면 나라가 가난하다. 아래가 가난하면 위가 가난하고 아래가 가멸면 위가 가멸다.

그러므로 밭과 들과 고을과 시골은 재물의 밑동이요, 담과 움과 곳간은 재물의 끄트머리다. 백성이 때맞춰 화하고 일이 차례를 얻는 것은 재화의 근원이요, 등급 지은 구실과 곳간은 재화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반드시 삼가 그 화함을 기르고 그 흐름에 마디를 지으며 그 근원을 열어 때때로 헤아려 짐작한다. 넘실넘실 천하로 하여금 반드시 남게 하고 위는 넉넉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않는다. 이와 같으면 위아래가 함께 가멸어 서로 갈무리할 데가 없다. 이것이 나라의 셈을 아는 끝이다.

그러므로 우임금 때 열 해 물지고 탕임금 때 일곱 해 가물었어도 천하에 굶주린 낯빛이 없었고, 열 해 뒤에 곡식이 다시 익으매 묵은 쌓임이 남았다. 이는 다른 까닭이 없다. 밑동과 끄트머리, 근원과 흐름을 앎을 이름이다.

그러므로 밭과 들이 거친데 곳간이 차고 백성이 비었는데 곳간이 가득하면 무릇 이를 나라가 넘어짐이라 한다. 그 밑동을 치고 그 근원을 다하여 그 끄트머리에 아우르는데도 임금과 재상이 나쁜 줄 모르면 그 기울어 엎어지고 없어짐을 서서 기다릴 만하다.

나라로 지녔으되 제 몸을 담기에도 넉넉하지 않으면 무릇 이를 지극한 가난이라 하니 이는 어리석은 임금의 끝이다. 장차 가멸음을 취하려다 그 나라를 잃고 장차 이로움을 취하려다 그 몸을 위태롭게 한다. 옛날에 만 나라가 있었는데 이제 열몇이 있으니 이는 다른 까닭이 없다. 잃은 까닭이 하나다. 사람을 다스리는 이는 또한 깨달을 만하다. 백 리 나라로도 홀로 서기에 넉넉하다.

凡攻人者,非以為名,則案以為利也;不然則忿之也。仁人之用國,將脩志意,正身行,伉隆高,致忠信,期文理。布衣紃屨之士誠是,則雖在窮閻漏屋,而王公不能與之爭名;以國載之,則天下莫之能隱匿也。若是則為名者不攻也。將闢田野,實倉廩,便備用,上下一心,三軍同力,與之遠舉極戰則不可;境內之聚也保固;視可,午其軍,取其將,若撥麷。彼得之,不足以藥傷補敗。彼愛其爪牙,畏其仇敵,若是則為利者不攻也。將脩大小強弱之義,以持慎之,禮節將甚文,珪璧將甚碩,貨賂將甚厚,所以說之者,必將雅文辯慧之君子也。彼苟有人意焉,夫誰能忿之?若是,則忿之者不攻也。為名者否,為利者否,為忿者否,則國安於盤石,壽於旗翼。人皆亂,我獨治;人皆危,我獨安;人皆喪失之,我按起而治之。故仁人之用國,非特將持其有而已也,又將兼人。詩曰:「淑人君子,其儀不忒;其儀不忒,正是四國。」此之謂也。

무릇 남을 치는 이는 이름을 위함이 아니면 이로움을 위함이요, 그렇지 않으면 성이 났기 때문이다.

어진 사람이 나라를 씀에 장차 뜻을 닦고 몸가짐을 바로 하고 높음에 짝하고 참됨과 미더움을 다하고 무늬와 이치를 기약한다. 베옷 입고 삼신 신은 선비라도 참으로 이러하면 비록 궁벽한 마을 새는 집에 있어도 왕공이 그와 이름을 다투지 못하고, 나라로 그를 실으면 천하가 아무도 숨길 수 없다. 이와 같으면 이름을 위하는 이가 치지 않는다.

장차 밭과 들을 열고 곳간을 채우고 쓰임을 갖추어 위아래가 한마음이 되고 삼군이 힘을 같이하면, 그와 멀리 들어 끝까지 싸우는 것은 될 수 없다. 지경 안의 모임이 굳게 지켜지고, 될 만하면 그 군사를 가로막고 그 장수를 취하기를 볶은 보리 헤치듯 한다. 저이가 얻어도 다친 데를 고치고 진 것을 메울 수 없다. 저이가 제 손톱과 어금니를 아끼고 제 원수와 적을 두려워하니, 이와 같으면 이로움을 위하는 이가 치지 않는다.

장차 크고 작고 굳세고 약함의 옳음을 닦아 삼가 지니고, 예의 마디가 매우 무늬 있고 옥은 매우 크고 보내는 것은 매우 두터우며, 달래러 보내는 이가 반드시 바르고 무늬 있고 말 잘하고 슬기로운 군자일 것이다. 저이에게 진실로 사람의 뜻이 있다면 누가 성낼 수 있겠는가. 이와 같으면 성난 이가 치지 않는다.

이름을 위하는 이가 그러하지 않고 이로움을 위하는 이가 그러하지 않고 성낸 이가 그러하지 않으면, 나라가 반석보다 편안하고 기익(旗翼)보다 오래다. 남은 다 어지러운데 나만 홀로 다스려지고, 남은 다 위태로운데 나만 홀로 편안하고, 남은 다 잃는데 나는 일어나 다스린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이 나라를 씀은 다만 그 가진 것을 지키려는 것만이 아니라 또한 장차 남을 아우르려는 것이다. 「시」에 이르기를 「맑은 사람 군자여, 그 몸가짐이 어긋나지 않네. 그 몸가짐이 어긋나지 않으니 이 사방 나라를 바로잡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持國之難易:事強暴之國難,使強暴之國事我易。事之以貨寶,則貨寶單,而交不結;約信盟誓,則約定而畔無日;割國之錙銖以賂之,則割定而欲無厭。事之彌煩,其侵人愈甚,必至於資單國舉然後已。雖左堯而右舜,未有能以此道得免焉者也。譬之是猶使處女嬰寶珠,佩寶玉,負戴黃金,而遇中山之盜也,雖為之逢蒙視,詘要撓膕,君盧屋妾,由將不足以免也。故非有一人之道也,直將巧繁拜請而畏事之,則不足以持國安身。故明君不道也。必將脩禮以齊朝,正法以齊官,平政以齊民;然後節奏齊於朝,百事齊於官,眾庶齊於下。如是,則近者競親,遠方致願,上下一心,三軍同力,名聲足以暴炙之,威強足以捶笞之,拱揖指揮,而強暴之國莫不趨使,譬之是猶烏獲與焦僥搏也。故曰:事強暴之國難,使強暴之國事我易。此之謂也。

나라를 지니는 어려움과 쉬움은 이러하다. 굳세고 사나운 나라를 섬기기는 어렵고, 굳세고 사나운 나라로 하여금 나를 섬기게 하기는 쉽다.

재화와 보배로 섬기면 재화와 보배가 다하되 사귐이 맺어지지 않고, 미더움을 맺고 맹세하면 언약이 정해지되 저버릴 날이 얼마 남지 않고, 나라의 아주 작은 땅을 갈라 뇌물로 주면 가름이 정해지되 바람이 물릴 줄 모른다. 섬김이 더욱 번거로울수록 그 남을 침노함이 더욱 심하여, 반드시 밑천이 다하고 나라가 들리기에 이른 뒤에야 그친다.

비록 왼쪽에 요임금을 두고 오른쪽에 순임금을 두어도 이 길로 면할 수 있는 이는 있지 않았다. 비유하면 이는 처녀에게 보배 구슬을 두르고 보배 옥을 차고 황금을 지고 이고 가게 하여 중산의 도적을 만나는 것과 같으니, 비록 그를 위하여 곁눈질하고 허리를 굽히고 오금을 꺾어 종의 첩 노릇을 한들 오히려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공교로이 번거로이 절하고 청하며 두려워 섬기면 나라를 지니고 몸을 편안히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그 길을 가지 않는다.

반드시 장차 예를 닦아 조정을 가지런히 하고 법을 바로잡아 벼슬을 가지런히 하고 정사를 고르게 하여 백성을 가지런히 한다. 그런 뒤에 마디가 조정에서 가지런하고 온갖 일이 벼슬에서 가지런하고 뭇 사람이 아래에서 가지런하다.

이와 같으면 가까운 이가 다투어 친하고 먼 데가 바람을 보내며 위아래가 한마음이 되고 삼군이 힘을 같이하여, 이름과 소리가 그들을 쬐어 그을리기에 넉넉하고 위엄과 굳셈이 그들을 매질하기에 넉넉하니, 손 모으고 읍하여 가리키면 굳세고 사나운 나라가 달려와 부림받지 않는 이가 없다. 비유하면 이는 오획이 초요와 겨루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굳세고 사나운 나라를 섬기기는 어렵고 굳세고 사나운 나라로 하여금 나를 섬기게 하기는 쉽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