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단
1할 일 없는 대로 — 그리고 이 세상에 나서 바랄 만한 것
つれ〴〵なるまゝに、日ぐらし硯に向ひて、心に移り行くよしなしごとを、そこはかとなく書きつくれば、怪しうこそ物狂ほしけれ。 いでや、この世に生れては、願はしかるべきことこそ多かめれ。帝の御位はいともかしこし。竹の園生の末葉まで、人間の種ならぬぞやんごとなき。一の人の御ありさまはさらなり、唯人も、舎人などたまはる際は、ゆゝしと見ゆ。その子、孫までは、はふれにたれど、なほなまめかし。それより下つ方は、ほどにつけつゝ、時に逢ひ、したり顔なるも、みづからはいみじと思ふらめど、いと口惜し。法師ばかり羨しからぬものはあらじ、「人には木の端のやうに思はるゝよ。」と、清少納言が書けるも、げにさることぞかし。勢猛にのゝしりたるにつけて、いみじとは見えず。増賀聖のいひけむやうに、名聞ぐるしく、佛の御教に違ふらむとぞ覺ゆる。ひたぶるの世すて人は、なか〳〵あらまほしき方もありなむ。人はかたち有樣の勝れたらむこそ、あらまほしかるべけれ。物うち言ひたる、聞きにくからず、愛敬ありて、詞多からぬこそ、飽かず對はまほしけれ。めでたしと見る人の、心劣りせらるゝ本性見えむこそ、口をしかるべけれ。人品容貌こそ生れつきたらめ、心はなどか、賢きより賢きにも、うつさば移らざらむ。かたち心ざまよき人も、才なくなりぬれば、人品くだり、顔憎さげなる人にも立ちまじりて、かけずけおさるゝこそ、本意なきわざなれ。ありたきことは、まことしき文の道、作文、和歌、管絃の道、また有職に公事のかた、人の鑑ならむこそいみじかるべけれ。手など拙からずはしりがき、聲をかしくて拍子とり、いたましうするものから、下戸ならぬこそ男はよけれ。
할 일 없는 대로 온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마음에 떠올랐다 스러지는 부질없는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미칠 듯해진다.
아, 이 세상에 나서는 바랄 만한 것이 많은 듯하다. 임금의 자리는 참으로 황송하다. 대나무 동산(황족)의 끝가지까지 사람의 씨가 아니라 하니 귀하다. 섭정 관백의 처지야 말할 것도 없고, 여느 사람도 도네리(무사)를 하사받을 만한 지체면 대단해 보인다. 그 자식과 손자까지는 영락했더라도 그래도 우아하다. 그 아래쪽은 분수에 따라 때를 만나 우쭐하는 것도, 저는 대단하다 여기겠지만 몹시 딱하다.
법사만큼 부럽지 않은 것은 없으리라. "남에게 나무토막처럼 여겨진다"고 세이 쇼나곤이 쓴 것도 참으로 그럴 만한 말이다. 기세가 사나워 큰소리치는 것을 보아도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조가 성인이 말했다는 대로, 명예에 시달려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듯싶다. 오로지 세상을 버린 이라면 오히려 바랄 만한 데가 있으리라.
사람은 생김새와 모습이 뛰어난 것이 바랄 만하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 듣기 싫지 않고, 사랑스러움이 있으면서 말수가 많지 않은 이야말로 물리지 않고 마주하고 싶다. 훌륭하다 여겼던 사람이 마음이 떨어지는 본바탕을 드러내면 애석하다.
지체와 생김새야 타고나는 것이지만, 마음이야 어찌 어진 데서 더 어진 데로 옮기려 하면 옮겨지지 않겠는가. 생김과 마음씨가 좋은 사람도 학식이 없어지면 지체가 내려가고, 밉살스러운 사람들 틈에 섞여 대수롭지 않게 눌리니 안타까운 일이다.
갖추고 싶은 것은 참된 학문의 길, 시문 짓기, 와카, 관현의 길이요, 또 유직(有職)과 조정 일에 밝아 사람의 거울이 되는 것이 훌륭하다. 글씨는 서툴지 않게 흘려 쓰고, 목소리가 좋아 박자를 맞추며, 사양하는 척하면서도 술을 못 하지 않는 것이 남자로서 좋다.
2화려함을 다하는 사람
いにしへの聖の御代の政をも忘れ、民の憂へ、國のそこなはるゝをも知らず、萬にきよらを盡して、いみじと思ひ、所狹きさましたる人こそ、うたて、思ふところなく見ゆれ。「衣冠より馬車に至るまで、あるに隨ひてもちひよ。美麗を求むることなかれ。」とぞ九條殿の遺誡にもはべる。順徳院の、禁中の事ども書かせ給へるにも、「おほやけの奉物はおろそかなるをもてよしとす。」とこそ侍れ。
옛 성군의 정치도 잊고 백성의 근심과 나라가 상하는 것도 모르며, 온갖 것에 화려함을 다하고서 대단하다 여기며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딱하게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의관에서 수레와 말에 이르기까지 있는 대로 쓰라. 아름다움을 구하지 말라" 하고 구조전(후지와라 모로스케)의 유훈에도 있다. 준토쿠인께서 궁중의 일들을 적어 두신 데에도 "조정의 공물은 소박한 것을 좋게 여긴다" 하셨다.
3온갖 것에 뛰어나도 연정을 모르는 남자는
よろづにいみじくとも、色好まざらむ男は、いとさう〴〵しく、玉の巵の底なき心地ぞすべき。露霜にしほたれて、所さだめず惑ひ歩き、親のいさめ、世のそしりをつゝむに、心のいとまなく、合ふさ離るさに思ひ亂れ、さるは獨り寢がちに、まどろむ夜なきこそ、をかしけれ。さりとて一向たはれたる方にはあらで、女にたやすからずおもはれむこそ、あらまほしかるべき業なれ。
온갖 것에 뛰어나도 연정을 모르는 남자는 몹시 쓸쓸하니, 옥잔에 바닥이 없는 듯한 심정이 든다.
이슬과 서리에 젖어 갈 곳도 정하지 않고 헤매 다니며, 어버이의 나무람과 세상의 비난을 감추느라 마음 편할 겨를이 없고, 만났다 헤어졌다 하며 마음이 어지럽고, 그러면서도 홀로 자는 밤이 많아 잠 못 이루는 밤이 없는 것이야말로 멋있다.
그렇다고 아주 방탕한 쪽은 아니고, 여자에게 만만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 바랄 만한 처신이다.
4뒷세상 일을 마음에 잊지 않는 이
後の世のこと心に忘れず、佛の道うとからぬ、心にくし。
뒷세상 일을 마음에 잊지 않고 부처님의 길에 멀지 않은 사람은 그윽하다.
5귀양지의 달을 죄 없이 보고 싶다
不幸に憂へに沈める人の、頭おろしなど、ふつゝかに思ひとりたるにはあらで、有るか無きかに門さしこめて、待つこともなく明し暮らしたる、さるかたにあらまほし。顯基中納言のいひけむ、「配所の月、罪なくて見む。」こと、さもおぼえぬべし。
불행에 잠긴 사람이 머리를 깎는다든가 하며 얄팍하게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문을 닫아걸고 기다릴 일도 없이 밤낮을 지내는 것이 그런대로 바랄 만하다.
아키모토 중납언이 말했다는 "귀양지의 달을 죄 없이 보고 싶다"는 말도 그럴 법하게 여겨진다.
6자식이란 없는 편이 낫다
我が身のやんごとなからむにも、まして數ならざらむにも、子といふもの無くてありなむ。前中書王、九條太政大臣、花園左大臣、皆族絶えむ事を願ひ給へり。染殿大臣も子孫おはせぬぞよく侍る。末の後れ給へるは、わろき事なりとぞ、世繼の翁の物語〈大鏡〉にはいへる。聖徳太子の御墓を、かねて築かせ給ひける時も、「こゝをきれ、かしこを斷て。子孫あらせじと思ふなり。」と侍りけるとかや。
제 몸이 지체가 높든 하물며 보잘것없든, 자식이란 없는 편이 낫다.
전 중서왕(가네아키라 친왕), 구조 태정대신, 하나조노 좌대신은 다 대가 끊어지기를 바라셨다. 소메도노 대신도 자손이 없는 것이 좋다 하셨다. 후손이 못난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오카가미》의 요쓰기 노인 이야기에도 나온다.
쇼토쿠 태자께서 미리 무덤을 쌓게 하실 때에도 "여기를 끊어라, 저기를 잘라라. 자손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하셨다고 한다.
7덧없기에 아름답다 — 마흔이 되기 전에
あだし野の露消ゆる時なく、鳥部山の煙立ちさらでのみ住み果つる習ひならば、いかに物の哀れもなからむ。世は定めなきこそいみじけれ。命あるものを見るに、人ばかり久しきはなし。かげろふの夕を待ち、夏の蝉の春秋を知らぬもあるぞかし。つく〴〵と一年を暮らす程だにも、こよなうのどけしや。飽かず惜しとおもはば、千年を過すとも、一夜の夢の心地こそせめ。住みはてぬ世に、醜きすがたを待ちえて、何かはせむ。命長ければ恥おほし。長くとも四十に足らぬほどにて死なむこそ、目安かるべけれ。そのほど過ぎぬれば、かたちを愧づる心もなく、人にいでまじらはむ事を思ひ、夕の日に子孫を愛し、榮行く末を見むまでの命をあらまし、ひたすら世を貪る心のみ深く、物のあはれも知らずなり行くなむあさましき。
아다시노의 이슬이 스러질 때가 없고 도리베산의 연기가 걷힐 때 없이 언제까지나 살아남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면, 어찌 사물의 애틋함이 있겠는가. 세상은 정한 것이 없기에 아름답다.
목숨 있는 것을 보건대 사람만큼 오래 사는 것이 없다. 하루살이는 저녁을 기다리다 죽고 여름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 곰곰이 한 해를 지내는 동안만 해도 더없이 넉넉하다. 물리지 않아 아깝다 여긴다면 천 년을 지낸들 하룻밤 꿈 같으리라.
끝까지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추한 모습을 기다려 얻은들 무엇 하랴. 목숨이 길면 부끄러움이 많다. 길어도 마흔이 못 되어 죽는 것이 보기 좋다.
그 나이를 넘기면 제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없이 남들 앞에 나서기를 생각하고, 저무는 해에 자손을 사랑하며 그들이 번성해 가는 끝을 볼 때까지 살기를 바라, 오로지 세상을 탐하는 마음만 깊어져 사물의 애틋함도 모르게 되어 가니 딱하다.
8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것은 색욕만 한 것이 없다
世の人の心を惑はすこと色欲には如かず。人の心は愚かなるものかな。匂ひなどは假のものなるに、しばらく衣裳に薫物すと知りながら、えならぬ匂ひには、必ず心ときめきするものなり。久米の仙人の、物洗ふ女の脛の白きを見て、通を失ひけむは、まことに手足膚などのきよらに、肥え膏づきたらむは、外の色ならねばさもあらむかし。
세상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것은 색욕만 한 것이 없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리석은 것이로구나. 향내 같은 것은 잠시뿐인데, 얼마간 옷에 향을 배게 한 줄 알면서도 뭐라 할 수 없는 냄새에는 반드시 가슴이 뛴다.
구메의 선인이 빨래하는 여인의 정강이가 흰 것을 보고 신통을 잃었다는 것은, 참으로 손발과 살결 따위가 깨끗하고 통통하게 살진 것은 겉으로 꾸민 빛깔이 아니니 그럴 만도 하다.
9여자의 머리카락으로 꼰 밧줄
女は髪のめでたからむこそ、人のめだつべかめれ。人の程、心ばへなどは、物うち言ひたるけはひにこそ、物ごしにも知らるれ。事に觸れてうちあるさまにも、人の心を惑はし、すべて女のうちとけたる、いもねず、身を惜しとも思ひたらず、堪ふべくもあらぬ業にもよく堪へ忍ぶは、たゞ色を思ふがゆゑなり。まことに愛著の道、その根深く源遠し。六塵の樂欲多しといへども、皆厭離しつべし。その中に、たゞかの惑ひのひとつ止めがたきのみぞ、老いたるも若きも、智あるも愚かなるも、變る所なしとぞ見ゆる。されば女の髪筋を縒れる綱には、大象もよくつながれ、女のはける足駄にて造れる笛には、秋の鹿必ず寄るとぞいひ傳へ侍る。自ら戒めて、恐るべく愼むべきはこの惑ひなり。
여자는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것이 사람 눈에 띄는 법이다. 사람됨과 마음씨 같은 것은 무슨 말을 하는 기척으로도 물건 너머에서 알 수 있다.
무슨 일에 닿아 무심코 하는 짓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 무릇 여자가 마음을 놓고 잠도 자지 않고 제 몸을 아깝게도 여기지 않으며, 견딜 수 없을 일도 잘 견디어 참는 것은 오직 사랑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애착의 길은 그 뿌리가 깊고 근원이 멀다. 육진(六塵)의 욕락이 많다 하나 다 싫어하여 떠날 수 있다. 그 가운데 오직 저 홀림 하나만은 그치기 어려우니, 늙은이도 젊은이도 지혜로운 이도 어리석은 이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여자의 머리카락으로 꼰 밧줄에는 큰 코끼리도 잘 매이고, 여자가 신던 나막신으로 만든 피리에는 가을 사슴이 반드시 다가온다고 전해 온다. 스스로 경계하여 두려워하고 삼가야 할 것이 이 홀림이다.
10사는 집으로 그 사람을 헤아린다
家居のつき〴〵しくあらまほしきこそ、假の宿りとは思へど、興あるものなれ。よき人の長閑に住みなしたる所は、さし入りたる月の色も、一際しみ〴〵と見ゆるぞかし。今めかしくきらゝかならねど、木立ものふりて、わざとならぬ庭の草も心ある樣に、簀子透垣のたよりをかしく、うちある調度も、むかし覺えてやすらかなるこそ、心にくしと見ゆれ。多くの工匠の、心を盡して磨きたて、唐の日本の、珍しくえならぬ調度ども竝べおき、前栽の草木まで、心のまゝならず作りなせるは、見る目も苦しく、いとわびし。さてもやは存へ住むべき、また時の間の煙ともなりなむとぞ、うち見るよりも思はるゝ。大かたは、家居にこそ事ざまは推しはからるれ。後徳大寺の大臣の、寢殿に鳶ゐさせじとて繩を張られたりけるを、西行が見て、「鳶の居たらむ何かは苦しかるべき。この殿の御心さばかりにこそ。」とて、その後は參らざりけると聞き侍るに、綾小路の宮のおはします小坂殿の棟に、いつぞや繩を引かれたりしかば、彼のためし思ひ出でられ侍りしに、「まことや、烏のむれゐて池の蛙をとりければ、御覽じ悲しませ給ひてなむ。」と人の語りしこそ、さてはいみじくこそとおぼえしか。後徳大寺にも、いかなるゆゑか侍りけむ。
사는 집이 어울리고 바람직한 것은, 잠시 머무는 거처라 여기면서도 흥이 있는 일이다.
좋은 사람이 한가로이 사는 곳은, 들이비치는 달빛도 한결 사무치게 보인다. 요즘 것답게 번쩍이지는 않아도 나무가 오래되고 일부러 꾸미지 않은 뜰의 풀도 마음이 있는 듯하며, 툇마루와 성긴 울타리의 짜임이 멋스럽고, 여기저기 놓인 세간도 옛것 같아 편안한 것이 그윽해 보인다.
많은 장인이 마음을 다해 갈고닦고, 중국 것 일본 것 진기하고 뭐라 할 수 없는 세간들을 늘어놓고, 앞뜰의 풀과 나무까지 제멋대로 되지 못하게 다듬어 놓은 것은 보기에도 괴롭고 몹시 서글프다. 그렇게 한들 언제까지 살 수 있으랴, 또 잠깐 사이에 연기가 되어 버리리라 싶은 생각이 보자마자 든다.
대체로 사는 집으로 그 사람됨을 헤아릴 수 있다.
고토쿠다이지 대신이 침전에 솔개가 앉지 못하게 줄을 치신 것을 사이교가 보고 "솔개가 앉은들 무엇이 괴로우랴. 이 어른의 마음이 겨우 그 정도로구나" 하고는 그 뒤로 찾아가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야노코지 궁께서 계시는 고사카도노 용마루에 언젠가 줄을 치신 일이 있어 그 예가 떠올랐는데, "실은 까마귀가 떼 지어 앉아 못의 개구리를 잡아먹으니 보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그러셨다" 하고 누가 말해 주니, 그렇다면 참으로 훌륭하다 싶었다. 고토쿠다이지에게도 무슨 까닭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11밤나무 들의 암자 — 귤나무만 없었더라면
神無月の頃、栗栖野といふ所を過ぎて、ある山里に尋ね入る事侍りしに、遙かなる苔の細道をふみわけて、心細く住みなしたる庵あり。木の葉にうづもるゝ筧の雫ならでは、つゆおとなふものなし。閼伽棚に、菊紅葉など折りちらしたる、さすがに住む人のあればなるべし。かくても在られけるよと、あはれに見る程に、かなたの庭に、大きなる柑子の木の、枝もたわゝになりたるが、まはりを嚴しく圍ひたりしこそ、少しことさめて、この木なからましかばと覺えしか。
시월 무렵 구루스노라는 곳을 지나 어느 산골에 찾아 들어간 일이 있었다. 아득한 이끼 낀 좁은 길을 헤치고 들어가니, 쓸쓸하게 살고 있는 암자가 있었다. 나뭇잎에 묻힌 대통에서 듣는 물방울 소리 말고는 아무 기척도 없었다.
알가붕에 국화와 단풍 따위를 꺾어 흩어 놓은 것을 보니,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싶어 애틋하게 보고 있는데, 저편 뜰에 큰 밀감나무가 가지가 휘도록 열매를 달고 있는데 둘레를 삼엄하게 둘러막아 놓았다. 그것이 조금 흥을 깨어, 이 나무가 없었더라면 싶었다.
12마음 맞는 이와 이야기하기
同じ心ならむ人と、しめやかに物語して、をかしき事も世のはかなき事も、うらなくいひ慰まむこそ嬉しかるべきに、さる人あるまじければ、つゆ違はざらむと向ひ居たらむは、ひとりある心地やせむ。互にいはむほどのことをば、げにと聞くかひあるものから、いさゝか違ふ所もあらむ人こそ、「我は然やは思ふ。」など爭ひにくみ、「さるからさぞ。」ともうち語らはば、つれ〴〵慰まめと思へど、げには少しかこつかたも、我とひとしからざらむ人は、大かたのよしなしごといはむ程こそあらめ、まめやかの心の友には遙かにへだたる所のありぬべきぞわびしきや。
마음이 같은 사람과 조용히 이야기하며, 재미있는 일도 세상의 덧없는 일도 숨김없이 말해 위로받는다면 기쁘련만,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조금도 어긋나지 않으려 마주 앉아 있다면 혼자 있는 심정이 들 것이다.
서로 하는 말을 "그렇지" 하고 들어 줄 보람이 있으면서도, 조금은 어긋나는 데도 있는 사람이라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하고 다투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며, "그러니 그렇지"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료함이 달래지련만.
그러나 사실 조금 푸념할 데가 있어도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은, 그저 그런 부질없는 말이나 할 때는 몰라도, 참된 마음의 벗으로는 아득히 동떨어진 데가 있을 것이니 서글프다.
13등불 아래 옛사람을 벗 삼다
ひとり燈火のもとに文をひろげて、見ぬ世の人を友とするこそ、こよなう慰むわざなれ。文は文選のあはれなる卷々、白氏文集、老子のことば、南華の篇。この國の博士どもの書けるものも、いにしへのは、あはれなる事多かり。
홀로 등불 아래 책을 펴서 보지 못한 세상의 사람을 벗 삼는 것이야말로 더없는 위로다.
책은 《문선》의 애틋한 여러 권, 《백씨문집》, 노자의 말, 《남화(장자)》의 편들이다. 이 나라 박사들이 쓴 것도 옛것에는 애틋한 것이 많다.
14와카는 역시 좋은 것
和歌こそなほをかしきものなれ。あやしの賤山がつの所作も、いひ出づれば面白く、恐ろしき猪も、臥猪の床といへばやさしくなりぬ。この頃の歌は、一ふしをかしく言ひかなへたりと見ゆるはあれど、古き歌どものやうに、いかにぞや、言葉の外に哀れにけしき覺ゆるはなし。貫之が、「絲による物ならなくに。」といへるは、古今集の中の歌屑とかやいひ傳へたれど、今の世の人の詠みぬべきことがらとは見えず。その世の歌には、すがたことば、この類のみ多し。この歌に限りて、かくいひ立てられたるも知りがたし。源氏物語には、「ものとはなしに。」とぞ書ける。新古今には、「のこる松さへ峯にさびしき。」といへる歌をぞいふなるは、誠に少しくだけたるすがたにもや見ゆらむ。されどこの歌も、衆議判の時、よろしきよし沙汰ありて、後にもことさらに感じおほせ下されけるよし、家長が日記には書けり。歌の道のみいにしへに變らぬなどいふ事もあれど、いさや、今もよみあへる、同じことば歌枕も、むかしの人のよめるは、更におなじものにあらず。やすくすなほにして、すがたも清げに、あはれも深く見ゆ、梁塵秘抄の郢曲のことばこそ、またあはれなる事はおほかめれ。むかしの人は、いかにいひ捨てたる言種も、皆いみじく聞ゆるにや。
와카는 역시 좋은 것이다. 보잘것없는 나무꾼과 산사람의 하는 일도 읊어 놓으면 재미있고, 무서운 멧돼지도 '누운 멧돼지의 자리'라 하면 부드러워진다.
요즘의 노래는 한 구절 재미있게 잘 맞추었다 싶은 것은 있어도, 옛 노래들처럼 어쩐지 말 밖에 애틋한 정취가 느껴지는 것은 없다.
쓰라유키가 "실로 꼬는 것도 아닌데"라 한 것은 《고금집》 가운데 노래 찌꺼기라고 전해 오지만, 요즘 사람이 읊을 만한 표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시절 노래에는 모양새와 말이 이런 부류가 많다. 이 노래에만 그렇게 이름 붙인 까닭도 알 수 없다. 《겐지 이야기》에는 "~것도 아닌데"라 적혀 있다.
《신고금집》에서는 "남은 소나무마저 봉우리에 쓸쓸하다"는 노래를 그렇게들 말하는데, 참으로 조금 흐트러진 모양새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노래도 여럿이 품평할 때 좋다는 평이 있었고 뒤에도 특별히 감탄해 내리셨다고 이에나가의 일기에 적혀 있다.
노래의 길만은 옛날과 다르지 않다는 말도 있으나, 글쎄, 지금도 함께 읊는 같은 말과 우타마쿠라라도 옛사람이 읊은 것은 전혀 같은 것이 아니다. 쉽고 곧으며 모양새도 산뜻하고 정취도 깊게 보인다.
《양진비초》에 실린 노래말이야말로 또 애틋한 것이 많다. 옛사람은 어떻게 무심코 던진 말씨도 다 훌륭하게 들리는 것일까.
15어디로든 잠시 떠나 보면
いづくにもあれ、暫し旅立ちたるこそ、目さむる心地すれ。そのわたり、こゝかしこ見ありき、田舍びたる所、山里などは、いと目馴れぬことのみぞ多かる。都へたよりもとめて文やる。「その事かの事、便宜にわするな。」などいひやるこそをかしけれ。さやうの所にてこそ、萬に心づかひせらるれ。持てる調度まで、よきはよく、能ある人も、かたちよき人も、常よりはをかしとこそ見ゆれ。寺社などに忍びてこもりたるもをかし。
어디로든 잠시 떠나 보는 것이야말로 눈이 뜨이는 느낌이 든다.
그 언저리 여기저기 다녀 보면 시골스러운 곳이나 산골 마을에는 눈에 익지 않은 것만 많다. 서울로 인편을 구해 편지를 보내며 "이 일 저 일, 기회 있거든 잊지 말라" 하고 써 보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 곳에서야말로 온갖 것에 마음을 쓰게 된다. 지닌 세간까지 좋은 것은 좋게 보이고, 재주 있는 사람도 생김새 좋은 사람도 여느 때보다 멋있어 보인다.
절이나 신사 같은 데 남몰래 틀어박혀 있는 것도 좋다.
16가구라와 악기
神樂こそなまめかしく面白けれ。大かた〈原文「大かに」〉物の音には笛篳篥、常に聞きたきは琵琶和琴。
가구라(神樂)야말로 우아하고 재미있다. 대체로 악기 소리로는 피리와 필률(篳篥)이요, 늘 듣고 싶은 것은 비파와 화금(和琴)이다.
17산사에 틀어박혀
山寺にかきこもりて、佛に仕うまつるこそ、つれ〴〵もなく、心の濁りもきよまる心地すれ。
산사에 틀어박혀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무료하지도 않고 마음의 흐림도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18허유의 표주박, 손신의 볏짚
人はおのれをつゞまやかにし、驕りを退けて財を有たず、世を貪らざらむぞいみじかるべき。昔より賢き人の富めるは稀なり。唐土に許由といひつる人は、更に身に隨へる貯へもなくて、水をも手してさゝげて飮みけるを見て、なりひさごといふ物を、人の得させたりければ、ある時木の枝にかけたりければ、風に吹かれて鳴りけるを、かしがましとて捨てつ。また手にむすびてぞ水も飮みける。いかばかり心の中すゞしかりけむ。孫晨は冬の月に衾なくて、藁一束ありけるを、夕にはこれに臥し、朝にはをさめけり。もろこしの人は、これをいみじと思へばこそ、しるしとゞめて世にも傳へけめ。これらの人は語りも傳ふべからず。
사람은 제 몸을 검소하게 하고 교만을 물리쳐 재물을 지니지 않으며 세상을 탐하지 않는 것이 훌륭하다. 예로부터 어진 사람이 부유한 일은 드물다.
중국에 허유라는 사람은 몸에 지닌 것이 도무지 없어 물도 손으로 떠서 마셨다. 그것을 보고 어떤 이가 표주박이라는 것을 주었더니, 한번은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는데 바람에 불려 소리가 나기에 시끄럽다며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손으로 움켜 물을 마셨다. 얼마나 마음속이 시원했으랴.
손신은 겨울철에 이불이 없어 볏짚 한 단이 있었는데, 저녁이면 여기 눕고 아침이면 거두었다. 중국 사람은 이것을 훌륭하다 여겼기에 적어 두어 세상에 전한 것이리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전하지도 못하리라.
19철이 바뀌는 것마다 애틋하다
折節のうつり變るこそ、物毎に哀れなれ。物の哀れは秋こそまされと、人毎にいふめれど、それも然るものにて、今一きは心もうきたつものは、春の景色にこそあめれ。鳥の聲などもことの外に春めきて、のどやかなる日かげに、垣根の草萌え出づる頃より、やゝ春ふかく霞みわたりて、花もやう〳〵氣色だつほどこそあれ、をりしも雨風うちつゞきて、心あわたゞしく散りすぎぬ。青葉になりゆくまで、萬に唯心をのみぞなやます。花橘は名にこそおへれ、なほ梅のにほひにぞ、いにしへの事も立ちかへり戀しう思ひ出でらるゝ。山吹のきよげに、藤のおぼつかなき樣したる、すべて思ひすて難きことおほし。 灌佛のころ、祭のころ、若葉の梢すゞしげに繁りゆくほどこそ、世のあはれも人の戀しさもまされと、人のおほせられしこそ、實にさるものなれ。五月、あやめ葺くころ、早苗とるころ、水鷄のたゝくなど、心ぼそからぬかは。六月の頃あやしき家に、夕顔の白く見えて、蚊遣火ふすぶるもあはれなり。六月祓またをかし。七夕祭るこそなまめかしけれ。やう〳〵夜寒になるほど、鴈なきて來る頃、萩の下葉色づくほど、早稻田刈りほすなど、とり集めたることは秋のみぞおほかる。また野分の朝こそをかしけれ。いひつゞくれば、みな源氏物語、枕草紙などに事ふりにたれど、おなじ事また今更にいはじとにもあらず。おぼしき事云はぬは腹ふくるゝわざなれば、筆にまかせつゝ、あぢきなきすさびにて、かいやり捨つべきものなれば、人の見るべきにもあらず。さて冬枯の景色こそ、秋にはをさをさ劣るまじけれ。汀の草に紅葉のちりとゞまりて、霜いと白う置ける朝、遣水より煙のたつこそをかしけれ。年の暮れはてて、人ごとに急ぎあへる頃ぞ、またなくあはれなる。すさまじき物にして見る人もなき月の、寒けく澄める二十日あまりの空こそ、心ぼそきものなれ。御佛名、荷前の使たつなどぞ、あはれにやんごとなき。公事どもしげく、春のいそぎにとり重ねて、催し行はるゝ樣ぞいみじきや。追儺より四方拜につゞくこそおもしろけれ。晦日の夜いたう暗きに、松どもともして、夜半すぐるまで、人の門叩き走りありきて、何事にかあらむ、こと〴〵しくのゝしりて、足を空にまどふが、曉がたより、さすがに音なくなりぬるこそ、年のなごりも心細けれ。亡き人のくる夜とて魂まつるわざは、このごろ都には無きを、東の方には猶することにてありしこそ、あはれなりしか。かくて明けゆく空のけしき、昨日に變りたりとは見えねど、ひきかへ珍しき心地ぞする。大路のさま、松立てわたして、花やかにうれしげなるこそ、また哀れなれ。
철이 바뀌는 것이야말로 무엇이든 애틋하다.
"사물의 애틋함은 가을이 더하다"고 사람마다 말하는 듯한데, 그도 그럴 법하되, 한결 더 마음이 들뜨는 것은 봄 경치인 듯하다. 새소리도 유난히 봄다워지고 한가로운 햇살에 울타리의 풀이 돋아나는 무렵부터, 차츰 봄이 깊어 안개가 자욱해지고 꽃도 차츰 피어날 낌새를 보인다 싶으면, 하필 비바람이 잇달아 마음이 조마조마한 새 흩어져 버린다. 푸른 잎이 되어 갈 때까지 온갖 것에 그저 마음만 앓는다.
귤꽃은 이름으로야 알려졌지만, 역시 매화 향기에 옛일이 되돌아와 그립게 떠오른다. 황매화가 산뜻하고 등꽃이 어렴풋한 모습을 한 것, 무릇 떨쳐 버리기 어려운 것이 많다.
"관불회 무렵, 아오이 마쓰리 무렵, 어린잎이 우듬지에 시원스레 우거져 가는 때야말로 세상의 애틋함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더한다" 하고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이 참으로 그럴 만하다.
오월 창포를 이는 무렵, 모내기하는 무렵, 뜸부기가 문을 두드리듯 우는 것 따위가 어찌 마음 쓸쓸하지 않겠는가. 유월 무렵 초라한 집에 박꽃이 하얗게 보이고 모깃불이 그을리는 것도 애틋하다. 유월 그믐의 액막이도 좋다. 칠석을 모시는 것이야말로 우아하다.
차츰 밤이 쌀쌀해질 무렵, 기러기가 울며 오는 때, 싸리 아랫잎이 물드는 때, 올벼를 베어 말리는 것 따위, 한데 모아 놓고 보면 가을에 많다. 또 태풍 다음 날 아침이 좋다.
이렇게 이어 쓰다 보면 다 《겐지 이야기》와 《마쿠라노소시》에서 이미 낡은 것들이지만, 같은 것을 새삼 말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생각한 것을 말하지 않으면 배가 부풀어 오르는 노릇이니, 붓에 맡겨 부질없는 장난으로 적을 뿐이요 찢어 버릴 것이니 남이 볼 것도 아니다.
그런데 겨울 마른 경치야말로 가을에 조금도 지지 않는다. 물가 풀에 단풍이 떨어져 머물고 서리가 몹시 희게 내린 아침, 도랑물에서 김이 오르는 것이 좋다. 한 해가 다 저물어 사람마다 바삐 서두르는 무렵이 더없이 애틋하다. 삭막한 것이라 하여 보는 이도 없는 달이 쓸쓸하고 맑게 뜬 스무날 넘은 하늘이야말로 마음 쓸쓸하다.
어불명(御佛名)이며 노사키의 사자가 떠나는 것 따위가 애틋하고 귀하다. 조정의 일들이 잦고 봄 채비까지 겹쳐 치러지는 모습이 대단하다. 추나(追儺)에서 사방배로 이어지는 것이 흥겹다.
그믐날 밤 몹시 어두운데 관솔불을 켜 들고 밤중이 지나도록 남의 문을 두드리며 뛰어다니고, 무슨 일인지 요란하게 떠들며 발이 땅에 닿지 않게 허둥대다가, 새벽녘부터 그래도 소리가 없어지는 것이야말로 한 해의 여운이 쓸쓸하다.
죽은 이가 오는 밤이라 하여 넋을 모시는 일은 요즈음 서울에는 없는데, 동쪽 지방에서는 아직 하는 일이라 하니 애틋했다.
이렇게 밝아 가는 하늘빛이 어제와 달라 보이지는 않는데, 확 바뀌어 새로운 느낌이 든다. 큰길의 모습이 소나무를 죽 세워 화사하고 기쁜 듯한 것이 또한 애틋하다.
20하늘의 미련만은 아깝다
某とかやいひし世すて人の、この世のほだしもたらぬ身に、たゞ空のなごりのみぞ惜しき。」といひしこそ、まことにさも覺えぬべけれ。
아무개라 하던 세상 버린 사람이 "이 세상에 얽매일 것이라곤 없는 몸이지만, 다만 하늘에 대한 미련만은 아깝다" 하였다는데, 참으로 그럴 법하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