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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0단

도연초 徒然草 · 요시다 겐코(吉田兼好) · 겐코 원년~2년(1331년 무렵) 성립 · 단락 20 · 한자 4,369자 · 낭독 10.9분

「도연초」 한 권 「21~40단」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할 일 없는 대로 온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마음에 떠올랐다 스러지는 부질없는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노라면」 —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243편의 짧은 글. 겐코 법사가 세상을 등진 뒤 무상과 사람됨, 꽃과 달, 옛 법도와 요즘 세태를 오가며 적었다. 「꽃은 한창일 때만, 달은 구름 한 점 없을 때만 보는 것이랴」(137단)처럼 오래 인용되는 대목이 곳곳에 있고, 솥발을 뒤집어쓴 법사나 이즈모의 사자상 이야기처럼 웃음이 나는 토막도 섞인다. 방장기와 함께 일본 수필의 두 기둥으로 꼽힌다.

1달을 보면 온갖 것이 위로된다

萬の事は、月見るにこそ慰むものなれ。ある人の、「月ばかり面白きものは有らじ。」といひしに、またひとり、「露こそあはれなれ。」と爭ひしこそをかしけれ。折にふれば何かはあはれならざらむ。月花はさらなり、風のみこそ人に心はつくめれ。岩に碎けて清く流るゝ水のけしきこそ、時をもわかずめでたけれ。「沅湘日夜東に流れ去る、愁人の爲にとゞまること少時もせず。」といへる詩を見侍りしこそあはれなりしか。嵆康も、「山澤にあそびて魚鳥を見れば心樂しぶ。」といへり。人遠く水草きよき所にさまよひ歩きたるばかり、心慰むことはあらじ。

온갖 것은 달을 볼 때에야 위로된다. 어떤 사람이 "달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으리라" 하니, 또 한 사람이 "이슬이야말로 애틋하다" 하고 다툰 것이 재미있었다. 때에 닿으면 무엇인들 애틋하지 않겠는가.

달과 꽃은 말할 것도 없고, 바람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듯하다. 바위에 부딪쳐 맑게 흐르는 물의 모습은 철을 가리지 않고 훌륭하다.

"원수와 상수는 밤낮으로 동쪽으로 흘러가며, 시름겨운 사람을 위해 잠시도 머물지 않는다"는 시를 보았을 때 애틋했다. 혜강도 "산과 못에 노닐며 물고기와 새를 보면 마음이 즐겁다" 하였다. 사람에게서 멀고 물과 풀이 맑은 곳을 거니는 것만큼 마음이 위로되는 일은 없으리라.

2무엇이든 옛 세상이 그립다

何事も古き世のみぞ慕はしき。今樣は無下に卑しくこそなり行くめれ。かの木の道の匠のつくれる美しき器も、古代の姿こそをかしと見ゆれ。文の詞などぞ、昔の反古どもはいみじき。たゞいふ詞も、口惜しうこそなりもて行くなれ。古は、「車もたげよ。」「火掲げよ。」とこそいひしを、今やうの人は、「もてあげよ。」「かきあげよ。」といふ。主殿寮の「人數だて。」といふべきを、「立明し白くせよ。」といひ、最勝講の御聽聞所なるをば、「御講の廬。」とこそいふべきを、「講廬。」といふ、口をしとぞ、古き人の仰せられし。

무슨 일이든 옛 세상만 그립다. 요즘 것은 형편없이 천해져 가는 듯하다. 저 목수가 만든 아름다운 그릇도 옛 모양이라야 좋아 보인다. 편지의 말씨 같은 것도 옛날 휴지가 훌륭하다. 그저 하는 말도 애석하게 되어 간다.

옛날에는 "수레를 들어라" "불을 켜 올려라" 하던 것을 요즘 사람은 "들어 올려라" "켜 올려라" 한다. 도노모료(主殿寮)의 "사람 수를 세워라" 해야 할 것을 "횃불을 밝게 하라" 하고, 최승강의 청문소를 "어강(御講)의 여막"이라 해야 할 것을 "강막(講廬)"이라 하니 애석하다고 옛사람이 말씀하셨다.

3구중궁궐의 신령스러운 모습

衰へたる末の世とはいへど、猶九重の神さびたる有樣こそ、世づかずめでたきものなれ。露臺、朝餉、何殿、何門などは、いみじとも聞ゆべし。怪しの所にもありぬべき小蔀、小板敷、高遣戸なども、めでたくこそ聞ゆれ。「陣に夜の設けせよ。」といふこそいみじけれ。夜の御殿のをば、「掻燈疾うよ。」などいふ、まためでたし。上卿の、陣にて事行へる樣は更なり、諸司の下人どもの、したり顔になれたるもをかし。さばかり寒き終夜、此處彼處に睡り居たるこそをかしけれ。「内侍所の御鈴の音は、めでたく優なるものなり。」とぞ、徳大寺の太政大臣は仰せられける。

쇠퇴한 말세라 하지만, 그래도 구중궁궐의 신령스러운 모습은 세속을 벗어나 훌륭하다. 노대(露臺), 아사가레이(朝餉), 무슨 전(殿), 무슨 문(門) 같은 것은 참으로 대단하게 들린다.

허름한 데에도 있을 법한 작은 창, 작은 널마루, 높은 미닫이 같은 것도 훌륭하게 들린다. "진(陣)에 밤 채비를 하라" 하는 것이 대단하다. 밤 어전의 일을 두고 "등불을 어서 켜라" 하는 것도 훌륭하다.

상경(上卿)이 진에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여러 관청의 하인들이 익숙한 얼굴로 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토록 추운 밤새 여기저기서 졸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나이시도코로의 방울 소리는 훌륭하고 우아한 것이다" 하고 도쿠다이지 태정대신이 말씀하셨다.

4재궁의 노노미야 — 신사의 우아함

齋宮の野の宮におはします有樣こそ、やさしく面白き事の限りとは覺えしか。經佛など忌みて、中子、染紙などいふなるもをかし。すべて神の社こそ、捨て難くなまめかしきものなれや。ものふりたる森の景色もたゞならぬに、玉垣しわたして、榊に木綿かけたるなど、いみじからぬかは。殊にをかしきは、伊勢、賀茂、春日、平野、住吉、三輪、貴船、吉田、大原野、松尾、梅宮。

재궁(齋宮)께서 노노미야에 계시는 모습은 우아하고 흥겨운 일의 극치로 여겨졌다. 경(經)이니 불(佛)이니 하는 말을 꺼려 '나카고'니 '소메가미'니 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무릇 신사야말로 버리기 어렵고 우아한 것이다. 오래된 숲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은데, 옥 울타리를 둘러치고 비쭈기나무에 무명을 걸어 놓은 것 따위가 어찌 훌륭하지 않겠는가.

유난히 좋은 곳은 이세, 가모, 가스가, 히라노, 스미요시, 미와, 기후네, 요시다, 오하라노, 마쓰노오, 우메노미야다.

5교고쿠도노와 호조지의 폐허

飛鳥川の淵瀬常ならぬ世にしあれば、時うつり事去り、樂しび悲しび行きかひて、花やかなりし邊も、人すまぬ野らとなり、變らぬ住家は人あらたまりぬ。桃李物いはねば、誰と共にか昔を語らむ。まして見ぬ古のやんごとなかりけむ跡のみぞいとはかなき。京極殿、法成寺など見るこそ、志留まり、事變じにける樣は哀れなれ。御堂殿の作り磨かせ給ひて、莊園多く寄せられ、我が御族のみ、御門の御後見、世のかためにて、行末までとおぼしおきし時、いかならむ世にも、かばかりあせ果てむとはおぼしてむ〈けむ〉や。大門金堂など近くまでありしかど、正和のころ南門は燒けぬ。金堂はその後たふれ伏したるままにて、取りたつるわざもなし。無量壽院ばかりぞ、そのかたとて殘りたる。丈六の佛九體、いと尊くて竝びおはします。行成大納言の額、兼行が書ける扉、あざやかに見ゆるぞあはれなる。法花堂などもいまだ侍るめり。これも亦いつまでかあらむ。かばかりの名殘だになき所々は、おのづから礎ばかり殘るもあれど、さだかに知れる人もなし。されば萬に見ざらむ世までを思ひ掟てむこそ、はかなかるべけれ。

아스카강의 웅덩이와 여울이 늘 같지 않은 세상이라, 때가 옮기고 일이 지나가며 즐거움과 슬픔이 오가서, 화려하던 곳도 사람 살지 않는 들이 되고, 변치 않은 집은 사람이 바뀌었다. 복숭아와 자두는 말이 없으니 누구와 더불어 옛일을 이야기하랴. 하물며 보지 못한 옛날의 귀했을 자취는 더욱 덧없다.

교고쿠도노와 호조지 따위를 보면, 세우신 뜻은 남아 있는데 모습이 변해 버린 것이 애틋하다. 미도도노(후지와라 미치나가)께서 지어 다듬으시고 장원을 많이 붙이시어, 오직 우리 집안만이 임금의 후견이요 세상의 기둥으로 앞날까지 가리라 여기셨을 때, 어느 세상엔들 이토록 스러지리라 생각하셨겠는가.

대문과 금당 따위가 얼마 전까지 있었으나 쇼와 무렵에 남문은 불탔다. 금당은 그 뒤 무너져 쓰러진 채 다시 세우는 일도 없다. 무량수원만이 그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한 길 여섯 자 불상 아홉 분이 몹시 거룩하게 나란히 계신다. 유키나리 대납언의 현판과 가네유키가 쓴 문짝이 또렷이 보이는 것이 애틋하다. 법화당 같은 것도 아직 있는 듯하다. 이것도 또 언제까지 있으랴.

이만한 자취조차 없는 곳들은 저절로 주춧돌만 남은 데도 있으나 확실히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온갖 것에서 제가 보지 못할 세상까지 헤아려 정해 두려는 것은 덧없는 일이다.

6변해 가는 사람의 마음

風も吹きあへず移ろふ人の心の花に、馴れにし年月をおもへば、あはれと聞きし言の葉ごとに忘れぬものから、我が世の外になり行くならひこそ、亡き人の別れよりも勝りて悲しきものなれ。されば白き絲の染まむ事を悲しび、道の衢のわかれむ事を歎く人もありけむかし。堀河院の百首の歌の中に、 むかし見し妹が垣根は荒れにけり茅花まじりの菫のみして さびしきけしき、さること侍りけむ。

바람도 채 불기 전에 변해 가는 사람 마음의 꽃에, 정들었던 세월을 생각하면, 애틋하게 들었던 말마디마다 잊히지 않으면서도 내 세상 밖의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야말로, 죽은 사람과의 이별보다 더 슬프다.

그래서 흰 실이 물들 것을 슬퍼하고 갈림길에서 나뉠 것을 한탄한 사람도 있었으리라. 호리카와인의 백수(百首) 노래 가운데,

옛날에 보던 그이의 울타리는 거칠어졌네 / 띠꽃 섞인 제비꽃만 남아서

쓸쓸한 경치라, 그런 일도 있었으리라.

7양위의 의식 — 뜰에 꽃만 쌓인다

御國ゆづりの節會行はれて、劒、璽、内侍所わたし奉らるゝほどこそ、かぎりなう心ぼそけれ。新院のおりゐさせ給ひての春、よませ給ひけるとかや。 殿守の伴のみやつこよそにしてはらはぬ庭に花ぞ散りしく 今の世のことしげきにまぎれて、院にはまゐる人もなきぞ寂しげなる。かゝるをりにぞ人の心もあらはれぬべき。

양위의 절회가 치러져 검과 옥새와 나이시도코로를 넘겨 드리는 때야말로 더없이 마음 쓸쓸하다.

새 상황께서 물러나신 이듬해 봄에 읊으셨다던가.

뜰지기며 딸린 아랫사람들 남의 일인 양하여 / 쓸지 않는 뜰에 꽃만 흩어져 쌓이네

지금 세상의 일 많은 데 묻혀 상황께는 찾아뵙는 사람도 없으니 쓸쓸하다. 이런 때에야말로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는 법이다.

8국상의 해

諒闇の年ばかり哀れなる事はあらじ。倚廬の御所のさまなど、板敷をさげ、葦の御簾をかけて、布の帽額あら〳〵しく、御調度ども疎かに、みな人の裝束、太刀、平緒まで、異樣なるぞゆゝしき。

국상(諒闇)의 해만큼 애틋한 일은 없으리라. 여막의 어소 모습이며, 널마루를 낮추고 갈대 발을 걸고 베로 만든 휘장 테두리가 거칠거칠하며, 세간들도 소박하고, 사람들의 차림과 태도와 칼과 띠까지 여느 때와 다른 것이 엄숙하다.

9죽은 이의 글씨를 찾아내다

靜かに思へば、よろづ過ぎにしかたの戀しさのみぞせむ方なき。人しづまりて後、永き夜のすさびに、何となき具足とりしたゝめ、殘し置かじと思ふ反古など破りすつる中に、なき人の、手習ひ、繪かきすさびたる見出でたるこそ、たゞその折の心地すれ。このごろある人の文だに、久しくなりて、いかなるをり、いつの年なりけむと思ふは、あはれなるぞかし。手なれし具足なども、心もなくてかはらず久しき、いとかなし。

고요히 생각하면 온갖 지나간 일의 그리움만이 어찌할 수 없다.

사람이 잠든 뒤 긴 밤의 소일거리로 이런저런 세간을 챙기고, 남기지 않으려는 휴지 따위를 찢어 버리는 가운데, 죽은 이가 글씨 연습을 하거나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을 찾아내면 바로 그때의 심정이 든다.

요즈음 살아 있는 사람의 편지라도 오래되면 어느 때 어느 해였던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애틋하다. 손에 익었던 세간 따위가 마음도 없이 변함없이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몹시 슬프다.

10사람이 죽은 뒤 — 무덤이 밭이 되기까지

人の亡き跡ばかり悲しきはなし。中陰の程、山里などに移ろひて、便りあしく狹き所にあまたあひ居て、後のわざども營みあへる、心あわたゞし。日數の早く過ぐるほどぞ、ものにも似ぬ。はての日はいと情なう、互にいふ事もなく、我かしこげに物ひきしたため、ちり〴〵に行きあかれ〈原文・頭注「あがれ」〉ぬ。もとの住家にかへりてぞ、さらに悲しきことは多かるべき。しか〴〵の事はあなかしこ、跡のため忌むなる事ぞなどいへるこそ、かばかりの中に何かはと、人の心はなほうたて覺ゆれ。年月經てもつゆ忘るゝにはあらねど、「去るものは日々に疎し。」といへる事なれば、さはいへど、その際ばかりは覺えぬにや、よしなし事いひてうちも笑ひぬ。骸はけうとき山の中にをさめて、さるべき日ばかり詣でつゝ見れば、程なく卒都婆も苔むし、木の葉ふり埋みて、夕の嵐、夜の月のみぞ、言問ふよすがなりける。思ひ出でて忍ぶ人あらむほどこそあらめ。そも又ほどなくうせて、聞き傳ふるばかりの末々は、あはれとやは思ふ。さるは跡とふわざも絶えぬれば、いづれの人と名をだに知らず、年々の春の草のみぞ、心あらむ人は哀れと見るべきを、はては嵐にむせびし松も、千年を待たで薪にくだかれ、ふるき墳はすかれて田となりぬ。その形だになくなりぬるぞ悲しき。

사람이 죽은 뒤만큼 슬픈 것은 없다. 중음(中陰) 동안 산골 같은 데로 옮겨 불편하고 좁은 곳에 여럿이 모여 뒷일들을 치르느라 마음이 바쁘다. 날수가 빨리 지나는 것은 무엇에도 견줄 수 없다.

마지막 날은 몹시 무정하여 서로 하는 말도 없이 저마다 잘난 듯이 물건을 챙겨 뿔뿔이 흩어져 간다. 본디 살던 집에 돌아와서야 새삼 슬픈 일이 많으리라. "이러이러한 일은 부디 삼가라, 죽은 이를 위해 꺼리는 일이라" 따위를 말하는 것을 보면, 이만한 처지에 무엇 하러 싶어 사람의 마음이 역시 딱하게 여겨진다.

세월이 지나도 조금도 잊는 것은 아니지만 "간 사람은 날로 멀어진다" 하는 말대로, 그렇다 해도 그때만큼은 아닌지 부질없는 말을 하며 웃기도 한다.

주검은 으스스한 산속에 묻고 마땅한 날에만 가서 보면, 얼마 안 가 솔도파도 이끼가 끼고 낙엽이 덮여, 저녁 바람과 밤의 달만이 말을 건네는 벗이 된다.

생각해 내어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 동안은 그래도 낫다. 그마저 얼마 안 가 죽고, 전해 듣기만 하는 후손들이야 애틋하게 여기겠는가. 그리하여 무덤을 찾는 일도 끊기면 어느 사람인지 이름조차 모르게 되고, 해마다 봄풀만이 남으니 마음 있는 이라면 애틋하게 보련만.

끝내는 바람에 흐느끼던 소나무도 천 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땔감으로 쪼개지고, 옛 무덤은 갈아엎어져 밭이 된다. 그 모양조차 없어져 버리는 것이 슬프다.

11눈 온 아침에 눈 이야기를 빠뜨린 편지

雪の面白う降りたりし朝、人の許いふべき事ありて、文をやるとて、雪のことは何ともいはざりし返り事に、「この雪いかゞ見ると、一筆のたまはせぬ程の、ひが〳〵しからむ人の仰せらるゝ事、聞き入るべきかは、かへす〴〵口惜しき御心なり。」といひたりしこそ、をかしかりしか。今は亡き人なれば、かばかりの事も忘れがたし。

눈이 아름답게 내린 아침, 어떤 사람에게 할 말이 있어 편지를 보내면서 눈 이야기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더니, 그 답장에 "이 눈을 어떻게 보시느냐고 한 줄도 말씀하지 않으실 만큼 비뚤어진 분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 드릴 수 있겠습니까. 거듭거듭 애석한 마음이십니다" 하고 온 것이 재미있었다.

이제는 죽은 사람이니 이만한 일도 잊기 어렵다.

12구월 스무날의 달구경 — 문을 닫지 않은 사람

九月二十日の頃、ある人に誘はれ奉りて、明くるまで月見歩く事侍りしに、思し出づる所ありて、案内せさせて入り給ひぬ。荒れたる庭の露しげきに、わざとならぬ匂ひしめやかにうち薫りて、忍びたるけはひ、いと物あはれなり。よきほどにて出で給ひぬれど、猶ことざまの優に覺えて、物のかくれよりしばし見居たるに、妻戸を今少しおしあけて、月見るけしきなり。やがてかけ籠らましかば、口惜しからまし。あとまで見る人ありとは如何でか知らむ。かやうの事は、たゞ朝夕の心づかひによるべし。その人程なく亡せにけりと聞き侍りし。

구월 스무날 무렵, 어떤 분께 이끌려 날이 밝을 때까지 달을 보며 다닌 일이 있었다. 생각나시는 곳이 있어 안내를 시켜 들어가셨다.

거친 뜰에 이슬이 짙은데, 일부러 피운 것 아닌 향내가 은은히 풍기고 남몰래 사는 기척이 몹시 애틋했다. 알맞은 때에 나오셨으나, 그래도 그 모습이 우아하게 여겨져 물건 그늘에서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여닫이문을 조금 더 밀어 열고 달을 보는 기색이었다.

곧바로 걸어 잠갔더라면 애석했으리라. 뒤까지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이런 일은 오직 아침저녁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그 사람은 얼마 안 되어 죽었다고 들었다.

13빗살 모양 창의 테두리

今の内裏つくりいだされて、有職の人々に見せられけるに、いづくも難なしとて、すでに遷幸の日近くなりけるに、玄輝門院御覽じて、「閑院殿の櫛形の穴は、まろく縁もなくてぞありし。」と仰せられける、いみじかりけり。これは葉の入りて、木にて縁をしたりければ、誤りにて直されにけり。

지금의 내리(內裏)를 새로 지어 유직(有職)에 밝은 이들에게 보이니, 어디도 흠이 없다 하여 이미 옮기실 날이 가까워졌는데, 겐키몬인께서 보시고 "간인도노의 빗살 모양 창은 둥글고 테두리가 없었다" 하고 말씀하셨으니 훌륭하다.

이것은 잎 모양으로 파고 나무로 테두리를 둘렀던 것이라, 잘못이라 하여 고쳤다.

14갑향이라는 조개

甲香は、ほら貝の樣なるが、小さくて、口の程の細長にして出でたる貝の蓋なり。武藏の國金澤といふ浦にありしを、所の者は「へなたり。」と申し侍るとぞいひし。

갑향(甲香)은 소라 같으면서 작고 주둥이 언저리가 가늘고 길게 나온 조개의 뚜껑이다. 무사시 지방 가나자와라는 포구에 있던 것을 그곳 사람은 "헤나타리"라 한다고 들었다.

15글씨 못 쓰는 이가 거리낌 없이 쓰는 것

手の惡き人の、憚らず文かきちらすはよし。見苦しとて人に書かするはうるさし。

글씨가 서툰 사람이 거리낌 없이 편지를 마구 쓰는 것은 좋다. 보기 흉하다 하여 남에게 쓰게 하는 것은 성가시다.

16오래 소식 끊긴 뒤에 온 부탁

久しく訪れぬ頃、いかばかり恨むらむと、我が怠り思ひ知られて、言葉なき心地するに、女のかたより、「仕丁やある、一人。」なんどいひおこせたるこそ、ありがたくうれしけれ。「さる心ざましたる人ぞよき。」と、人の申し侍りし、さもあるべきことなり。

오래 소식을 전하지 않은 무렵,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싶어 내 게으름을 스스로 알고 할 말이 없는 심정인데, 여자 쪽에서 "부릴 사람이 있으면 하나 보내 주세요" 따위로 전해 온 것은 드물게 반가운 일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이 좋다" 하고 누가 말한 것도 그럴 만한 일이다.

17허물없던 사람이 조심하는 기색을 보일 때

朝夕へだてなく馴れたる人の、ともある時に、我に心をおき、ひきつくろへる樣に見ゆるこそ、今更かくやはなどいふ人もありぬべけれど、猶げに〳〵しくよき人かなとぞ覺ゆる。疎き人のうちとけたる事などいひたる、またよしと思ひつきぬべし。

아침저녁으로 허물없이 지내던 사람이, 어떤 때에 나에게 조심스러워하며 매무새를 가다듬는 듯이 보이는 것을, "이제 와서 새삼스레"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참으로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구나 싶다.

서먹하던 사람이 마음을 놓고 무슨 말을 하는 것도 또한 좋다고 여겨진다.

18명리에 부려져 — 만사가 다 그르다

名利に使はれて靜かなる暇なく、一生を苦しむるこそ愚かなれ。財多ければ身を守るにまどし。害を買ひ煩ひを招く媒なり。身の後には金をして北斗を支ふとも、人の爲にぞ煩はるべき。愚かなる人の目を喜ばしむる樂しび、又あぢきなし。大きなる車、肥えたる馬、金玉の飾りも、心あらむ人はうたて愚かなりとぞ見るべき。金は山にすて、玉は淵になぐべし。利に惑ふは、すぐれて愚かなる人なり。埋もれぬ名をながき世に殘さむこそあらまほしかるべけれ。位高くやんごとなきをしも、勝れたる人とやはいふべき。愚かに拙き人も、家に生れ時にあへば、高き位にのぼり、驕りを極むるもあり。いみじかりし賢人聖人、みづから卑しき位にをり、時に遇はずして止みぬる、また多し。偏に高き官位を望むも、次におろかなり。智惠と心とこそ、世に勝れたる譽も殘さまほしきを、つら〳〵思へば、譽を愛するは人の聞きを喜ぶなり。譽むる人、毀る人、共に世に留まらず、傳へ聞かむ人また〳〵速かに去るべし。誰をか恥ぢ、誰にか知られむことを願はむ。譽はまた毀のもとなり。身の後の名殘りて更に益なし。これを願ふも次に愚かなり。たゞし強ひて智をもとめ、賢をねがふ人の爲にいはば、智惠出でては僞あり、才能は煩惱の増長せるなり。傳へて聞き、學びて知るは、まことの智にあらず。いかなるをか智といふべき。可不可は一條なり。いかなるをか善といふ。まことの人は、智もなく徳もなく、功もなく名もなし。誰か知り誰か傳へむ。これ徳をかくし愚を守るにあらず、もとより賢愚得失のさかひに居らざればなり。まよひの心をもちて名利の要を求むるに、かくの如し。萬事はみな非なり。いふに足らず、願ふに足らず。

명예와 이익에 부려져 고요한 겨를도 없이 한평생을 괴롭히는 것이야말로 어리석다.

재물이 많으면 제 몸을 지키는 데 서툴러진다. 해를 사고 근심을 부르는 중매다. 죽은 뒤에 황금으로 북두성을 받친다 한들 남에게 번거로움만 될 뿐이다. 어리석은 사람의 눈을 기쁘게 하는 즐거움도 또한 부질없다. 큰 수레와 살진 말과 금과 옥의 꾸밈도 마음 있는 사람은 딱하고 어리석다 볼 것이다. 황금은 산에 버리고 옥은 못에 던져야 한다. 이익에 홀리는 것은 유난히 어리석은 사람이다.

묻히지 않을 이름을 긴 세상에 남기는 것이야 바랄 만하다. 그러나 지위가 높고 귀한 것을 두고 뛰어난 사람이라 하겠는가. 어리석고 못난 사람도 좋은 집에 나서 때를 만나면 높은 자리에 올라 교만을 다하기도 한다. 훌륭하던 현인과 성인이 스스로 낮은 자리에 있다가 때를 만나지 못하고 마친 일 또한 많다. 오로지 높은 관직만 바라는 것도 그다음으로 어리석다.

지혜와 마음이야말로 세상에 뛰어난 명예를 남기고 싶은 것이나, 곰곰이 생각하면 명예를 사랑함은 남의 평판을 기뻐하는 것이다. 기리는 사람도 헐뜯는 사람도 다 세상에 남지 않고, 전해 들을 사람도 또한 곧 사라진다. 누구에게 부끄러워하고 누구에게 알려지기를 바라겠는가. 명예는 또 헐뜯음의 뿌리다. 죽은 뒤의 이름이 남은들 아무 보람이 없다. 이것을 바라는 것도 그다음으로 어리석다.

다만 굳이 지혜를 구하고 어짊을 바라는 사람을 위해 말하자면, 지혜가 나오면 거짓이 있고 재능은 번뇌가 자라난 것이다. 전해 듣고 배워서 아는 것은 참된 지혜가 아니다. 어떤 것을 지혜라 하겠는가. 옳고 그름은 한 줄기다. 어떤 것을 선이라 하겠는가.

참된 사람은 지혜도 없고 덕도 없으며 공도 없고 이름도 없다. 누가 알고 누가 전하겠는가. 이는 덕을 감추고 어리석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본디 어짊과 어리석음, 얻음과 잃음의 경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혹된 마음으로 명예와 이익의 요체를 구하면 이와 같다. 만사가 다 그르다. 말할 것도 못 되고 바랄 것도 못 된다.

19호넨 상인의 세 마디

ある人法然上人に、「念佛の時睡りに犯されて行を怠り侍る事、如何して此の障りをやめ侍らむ。」と申しければ、「目の覺めたらむ程念佛し給へ。」と答へられたりける、いと尊かりけり。又、「往生は、一定と思へば一定、不定と思へば不定なり。」といはれけり。これも尊し。また、「疑ひながらも念佛すれば往生す。」ともいはれけり。是も亦尊し。

어떤 사람이 호넨 상인에게 "염불할 때 졸음에 시달려 수행을 게을리하니, 어떻게 이 장애를 없애야 합니까" 하고 여쭈니 "눈이 뜨여 있는 동안 염불하시오" 하고 답하셨으니 몹시 거룩하다.

또 "왕생은 결정되었다 여기면 결정된 것이요, 결정되지 않았다 여기면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하셨다. 이것도 거룩하다.

또 "의심하면서라도 염불하면 왕생한다" 하셨다. 이것도 또한 거룩하다.

20밤만 먹던 여자

因幡の國に、何の入道とかやいふものの女、かたちよしと聞きて、人數多いひわたりけれども、この女たゞ栗をのみ食ひて、更に米のたぐひを食はざりければ、「かゝる異樣のもの、人に見ゆべきにあらず。」とて親ゆるさざりけり。

이나바 지방에 아무개 입도라는 이의 딸이 얼굴이 곱다는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청혼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오직 밤만 먹고 쌀 종류를 도무지 먹지 않았으므로, "이런 별난 것을 남에게 보일 수 없다" 하여 어버이가 허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