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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0단

도연초 徒然草 · 요시다 겐코(吉田兼好) · 겐코 원년~2년(1331년 무렵) 성립 · 단락 20 · 한자 6,070자 · 낭독 15.2분

「도연초」 한 권 「41~60단」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할 일 없는 대로 온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마음에 떠올랐다 스러지는 부질없는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노라면」 —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243편의 짧은 글. 겐코 법사가 세상을 등진 뒤 무상과 사람됨, 꽃과 달, 옛 법도와 요즘 세태를 오가며 적었다. 「꽃은 한창일 때만, 달은 구름 한 점 없을 때만 보는 것이랴」(137단)처럼 오래 인용되는 대목이 곳곳에 있고, 솥발을 뒤집어쓴 법사나 이즈모의 사자상 이야기처럼 웃음이 나는 토막도 섞인다. 방장기와 함께 일본 수필의 두 기둥으로 꼽힌다.

1가모의 경마 — 나뭇가지에서 조는 법사

五月五日賀茂の競馬を見侍りしに、車の前に雜人たち隔てて見えざりしかば、各おりて埒の際によりたれど、殊に人多く立ちこみて、分け入りぬべき様もなし。かゝる折に、向ひなる楝の木に、法師の登りて、木の股についゐて物見るあり。取りつきながら、いたう眠りて、堕ちぬべき時に目を覺す事度々なり。これを見る人嘲りあさみて、「世のしれものかな。かく危き枝の上にて安き心ありて眠るらむよ。」といふに、わが心にふと思ひし儘に、「我等が生死の到來唯今にもやあらむ。これを忘れて物見て日を暮す、愚かなる事は猶まさりたるものを。」といひたれば、前なる人ども、「誠に然こそ候ひけれ。尤も愚かに候。」といひて、皆後を見返りて、「こゝへいらせ給へ。」とて、所をさりて呼び入れはべりにき。かほどの理、誰かは思ひよらざらむなれども、折からの思ひかけぬ心地して、胸にあたりけるにや。人、木石にあらねば、時にとりて物に感ずる事なきにあらず。

오월 초닷새 가모의 경마를 보러 갔더니, 수레 앞에 잡인들이 막아서서 보이지 않았다. 저마다 내려 울짱 가에 다가섰으나 사람이 유난히 빽빽이 들어차 헤집고 들어갈 길이 없었다.

그때 맞은편 멀구슬나무에 법사가 올라가 나뭇가지 아귀에 걸터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붙잡고 있으면서도 몹시 졸아 떨어질 듯할 때마다 눈을 뜨는 것이 여러 번이었다.

이를 보던 사람들이 비웃고 어이없어하며 "세상의 바보로구나. 저리 위태로운 가지 위에서 마음 놓고 졸다니" 하였다. 내 마음에 문득 떠오른 대로 "우리의 생사가 닥치는 것도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그것을 잊고 구경으로 날을 보내니, 어리석기는 오히려 이쪽이 더한데" 하였더니, 앞에 있던 사람들이 "참으로 그렇습니다. 더없이 어리석습니다" 하고는 모두 뒤를 돌아보며 "이리 드시지요" 하고 자리를 비켜 불러들여 주었다.

이만한 이치를 누군들 생각해 내지 못하겠는가마는, 때가 때인지라 뜻밖의 느낌이 들어 가슴에 와 닿은 것이리라. 사람은 나무나 돌이 아니니 때를 만나면 무엇엔가 느끼는 일이 없지 않다.

2귀신의 얼굴이 되어 죽은 승도

唐橋の中將といふ人の子に、行雅僧都とて、教相の人の師する僧ありけり。氣のあがる病ありて、年のやう〳〵たくるほどに、鼻の中ふたがりて、息も出でがたかりければ、さま〴〵につくろひけれど、煩はしくなりて、目眉額なども腫れまどひて、うち覆ひければ、物も見えず、二の舞の面の樣に見えけるが、たゞ恐ろしく鬼の顔になりて、目は頂の方につき、額の程鼻になりなどして、後は、坊の内の人にも見えず籠り居て、年久しくありて、猶煩はしくなりて死ににけり。かゝる病もある事にこそありけれ。

가라하시 주장이라는 사람의 아들에 교가 승도라 하여 교상(教相)을 남에게 가르치던 승려가 있었다. 기가 위로 치미는 병이 있어 나이 차차 들 무렵 콧속이 막혀 숨도 쉬기 어려웠다.

갖가지로 손을 썼으나 도리어 심해져 눈과 눈썹과 이마까지 온통 부어올라 덮여 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니노마이(二の舞) 탈 같은 꼴이 되었다. 그저 무섭게 귀신의 얼굴이 되어 눈은 정수리 쪽으로 붙고 이마 언저리가 코가 되고 하였다.

나중에는 절 안의 사람들에게도 보이지 않고 틀어박혀 지내다가, 여러 해 뒤에 더 심해져 죽고 말았다. 이런 병도 있는 것이었다.

3봄이 저물 무렵 어느 집의 젊은이

春の暮つかた、のどやかに艷なる空に、賤しからぬ家の、奧深く木立ものふりて、庭に散りしをれたる花見過しがたきを、さし入りて見れば、南面の格子を皆下して、さびしげなるに、東にむきて妻戸のよきほどに開きたる、御簾のやぶれより見れば、かたち清げなる男の、年二十ばかりにて、うちとけたれど、心にくくのどやかなる樣して、机の上に書をくりひろげて見居たり。いかなる人なりけむ、たづね聞かまほし。

봄이 저물 무렵, 고요하고 아리따운 하늘 아래, 천하지 않은 집이 안이 깊고 나무들도 예스러웠다. 뜰에 지고 시든 꽃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들어가 보니, 남쪽 격자는 모두 내려져 쓸쓸한데, 동쪽으로 난 여닫이문이 알맞게 열려 있었다.

발이 찢어진 틈으로 들여다보니, 얼굴이 말쑥한 사내가 스무 살쯤 되어, 편한 차림이면서도 그윽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책상 위에 책을 펼쳐 놓고 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었을까, 물어 알고 싶었다.

4대나무 사립문에서 나온 젊은이 — 산골의 불사

怪しの竹の編戸の内より、いと若き男の、月影に色合定かならねど、つやゝかなる狩衣に濃き指貫、いとゆゑづきたるさまにて、さゝやかなる童一人を具して、遙かなる田の中の細道を、稻葉の露にそぼち〈原文・頭注「そほぢ」〉つゝ分け行くほど、笛をえならず吹きすさびたる、あはれと聞き知るべき人もあらじと思ふに、行かむかた知らまほしくて、見送りつゝ行けば、笛を吹きやみて、山の際に總門のあるうちに入りぬ。榻にたてたる車の見ゆるも、都よりは目とまる心地して、下人に問へば、「しか〴〵の宮のおはします頃にて、御佛事などさぶらふにや。」といふ。御堂の方に法師ども參りたり。夜寒の風にさそはれくる空薫物の匂ひも、身にしむ心地す。寢殿より御堂の廊にかよふ女房の、追風用意など、人目なき山里ともいはず心づかひしたり。心のまゝにしげれる秋の野らは、おきあまる露にうづもれて、蟲の音かごとがましく、遣水の音のどやかなり。都の空よりは、雲のゆききも早き心地して、月の晴れ曇ること定めがたし。

허름한 대나무 사립문 안에서 아주 젊은 사내가 나왔다. 달빛이라 빛깔은 또렷하지 않았으나 윤이 나는 사냥옷에 짙은 사시누키를 입어 몹시 우아한 모습이었다.

조그마한 아이 하나를 데리고, 아득한 논 가운데 좁은 길을 벼 잎의 이슬에 젖어 가며 헤쳐 갔다. 피리를 더없이 아름답게 불며 가는데, 애틋하다고 알아들을 사람도 없으리라 싶어, 가는 곳을 알고 싶어 바라보며 따라갔다. 피리를 그치고 산자락의 총문 안으로 들어갔다.

받침대에 세워 둔 수레가 보이는 것도 도읍보다는 눈에 띄는 느낌이라 아랫사람에게 물으니 "아무 궁께서 와 계실 무렵이라 불사라도 있는 것이겠지요" 한다. 법당 쪽으로 법사들이 들어간다.

밤 추위의 바람에 실려 오는 공훈물(空薰物) 냄새도 몸에 스미는 듯하다. 침전에서 법당 복도로 오가는 여방들이 옷에 향을 배게 하는 매무새까지, 인적 없는 산골이라 하지 않고 마음을 쓰고 있다.

마음껏 우거진 가을 들은 넘치는 이슬에 묻히고, 벌레 소리가 무엇을 원망하는 듯하며, 도랑물 소리가 느긋하다. 도읍의 하늘보다 구름이 오가는 것도 빠른 느낌이라, 달이 개고 흐리는 것이 종잡을 수 없다.

5느티나무 승정, 그루터기 승정, 웅덩이 승정

公世の二位の兄に、良覺僧正と聞えしは極めて腹惡しき人なりけり。坊の傍に大きなる榎ありければ、人、「榎の僧正」とぞいひける。この名然るべからずとて、かの木を切られにけり。その根のありければ、「切杭の僧正」といひけり。愈腹立ちて、切杭を掘りすてたりければ、その跡大きなる堀にてありければ、「堀池の僧正」とぞいひける。

긴요(公世) 이위(二位)의 형으로 료가쿠 승정이라 하던 이는 지독히 성마른 사람이었다.

절 곁에 큰 느티나무가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느티나무 승정"이라 불렀다. 이 이름이 마땅치 않다 하여 그 나무를 베어 버렸다. 그 그루터기가 남아 있으니 "그루터기 승정"이라 하였다. 더욱 성이 나서 그루터기를 파내어 버렸더니 그 자리가 큰 웅덩이가 되어 "웅덩이 승정"이라 하였다.

6강도 법인이라는 이름

柳原の邊に、強盜〈原文「がうたう」〉法印と號する僧ありけり。度々強盜にあひたる故に、この名をつけにけるとぞ。

야나기와라 언저리에 '강도 법인'이라 부르는 승려가 있었다. 여러 번 강도를 만난 까닭에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7재채기마다 축원하던 늙은 비구니

ある人清水へまゐりけるに、老いたる尼の行きつれたりけるが、道すがら、「嚔嚔」といひもて行きたれば、「尼御前何事をかくは宣ふぞ。」と問ひけれども、答へもせず、猶いひ止まざりけるを、度々とはれて、うち腹だちて、「やゝ、嚔ひたる時、かく呪はねば死ぬるなりと申せば、養ひ君の、比叡の山に兒にておはしますが、たゞ今もや嚔ひ給はむと思へば、かく申すぞかし。」といひけり。あり難き志なりけむかし。

어떤 사람이 기요미즈에 참배하러 가는데, 늙은 비구니가 동행하였다. 길을 가는 내내 "쿠사메, 쿠사메" 하고 가므로 "비구니께서는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하고 물었으나 대답도 않고 그치지 않았다.

여러 번 묻자 화를 내며 "아니, 재채기를 했을 때 이렇게 축원하지 않으면 죽는다고들 하는데, 내가 기른 도련님이 히에이산에 동자로 계시니 지금이라도 재채기를 하시지 않을까 싶어 이리 말하는 것이오" 하였다.

드문 마음씀이었으리라.

8미쓰치카 경의 상 물리는 법

光親卿、院の最勝講奉行してさぶらひけるを、御前へ召されて、供御をいだされて食はせられけり。もの食ひ散らしたる衝重を、御簾の中へさし入れてまかり出でにけり。女房、「あな汚な。誰に取れとてか。」など申しあはれければ、「有職のふるまひ、やんごとなき事なり。」とかへす〴〵感ぜさせ給ひけるとぞ。

미쓰치카 경이 상황의 최승강을 맡아 모시던 때, 어전으로 부름을 받아 음식을 내려 먹게 하셨다. 먹고 어질러 놓은 상을 발 안으로 밀어 넣고 물러 나왔다.

여방들이 "어머, 더러워라. 누구더러 치우라고" 하며 수군거렸더니, 상황께서 "유직(有職)의 몸가짐이니 지극히 훌륭한 일이다" 하고 거듭 감탄하셨다고 한다.

9늙어서야 도를 닦으려 기다리지 말라

老來りて始めて道を行ぜむと待つ事勿れ。古き墳多くはこれ少年の人なり。はからざるに病をうけて、忽ちにこの世を去らむとする時にこそ、はじめて過ぎぬる方のあやまれる事は知らるれ。あやまりといふは他の事にあらず、速かにすべき事をゆるくし、ゆるくすべきことを急ぎて過ぎにしことのくやしきなり。その時悔ゆとも甲斐あらむや。人はたゞ無常の身に迫りぬる事を心にひしとかけて、つかの間も忘るまじきなり。さらばなどか此の世の濁りもうすく、佛道を勤むる心もまめやかならざらむ。昔ありける聖は、人のきたりて自他の要事をいふとき、答へていはく、「今火急の事ありて、既に朝夕にせまれり。」とて、耳をふたぎて念佛して、終に往生を遂げたりと、禪林の十因にはべり。心戒といひける聖は、餘りにこの世のかりそめなることを思ひて、靜かについゐける事だになく、常はうづくまりてのみぞありける。

늙어서야 비로소 도를 닦겠다고 기다리지 말라. 오래된 무덤은 흔히 젊은 사람의 것이다.

뜻하지 않게 병을 얻어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나려 할 때에야 비로소 지나온 길이 잘못이었음을 알게 된다. 잘못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빨리 해야 할 일을 늦추고 늦춰도 될 일을 서두르며 지내 온 것이 뉘우쳐지는 것이다. 그때 뉘우친들 보람이 있겠는가.

사람은 다만 무상이 이 몸에 다가와 있음을 마음에 꽉 걸어 두어 잠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면 어찌 이 세상의 흐림이 엷어지지 않고 불도를 닦는 마음이 참되지 않겠는가.

옛날 어떤 성인은 사람이 찾아와 이런저런 긴한 일을 말할 때 "지금 아주 급한 일이 있어 이미 아침저녁이 닥쳤소" 하고 귀를 막고 염불하여 끝내 왕생을 이루었다고 『선림의 십인(十因)』에 있다.

신카이라 하던 성인은 이 세상이 덧없음을 너무나 생각하여 조용히 앉아 있는 일조차 없이 늘 웅크리고만 있었다.

10오초 무렵의 귀신 소동

應長のころ、伊勢の國より、女の鬼になりたるを率て上りたりといふ事ありて、その頃二十日ばかり、日ごとに京白川の人、鬼見にとて出で惑ふ。「昨日は西園寺に參りたりし、今日は院へまゐるべし。たゞ今はそこ〳〵に。」など云ひあへり。まさしく見たりといふ人もなく、虚言といふ人もなし。上下たゞ鬼の事のみいひやまず。その頃東山より、安居院の邊へまかり侍りしに、四條より上ざまの人、みな北をさして走る。「一條室町に鬼あり。」とのゝしりあへり、今出川の邊より見やれば、院の御棧敷のあたり、更に通り得べうもあらず立ちこみたり。はやく跡なき事にはあらざんめりとて、人をやりて見するに、大方あへるものなし。暮るゝまでかく立ちさわぎて、はては鬭諍おこりて、あさましきことどもありけり。そのころおしなべて、二日三日人のわづらふこと侍りしをぞ、「かの鬼の虚言は、この兆を示すなりけり。」といふ人も侍りし。

오초 무렵, 이세 지방에서 여자가 귀신이 된 것을 데리고 올라왔다는 말이 돌아, 그 무렵 스무 날쯤은 날마다 도읍과 시라카와 사람들이 귀신을 보겠다고 몰려다녔다. "어제는 사이온지에 갔더라, 오늘은 상황께로 갈 것이다, 지금은 아무 데에 있다" 하고들 말했다.

분명히 보았다는 사람도 없고 거짓말이라는 사람도 없었다. 위아래 없이 오직 귀신 이야기만 그치지 않았다.

그 무렵 히가시야마에서 안고인 근처로 가는데, 시조에서 위쪽 사람들이 모두 북쪽을 향해 달려간다. "이치조 무로마치에 귀신이 있다" 하고 외쳐 댄다. 이마데가와 언저리에서 바라보니 상황의 관람대 근처는 도무지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사람이 들어차 있었다.

아주 근거 없는 일은 아닌 듯하다 하여 사람을 보내어 보게 했으나 만난 자가 하나도 없었다. 저물도록 이렇게 들끓다가 끝내는 싸움이 일어나 어이없는 일들이 있었다.

그 무렵 두루 이삼 일씩 사람들이 앓는 일이 있었는데, "그 귀신의 거짓말은 이 조짐을 보인 것이었다" 하는 사람도 있었다.

11물레방아는 우지 사람이 만들어야

龜山殿の御池に、大井川の水をまかせられむとて、大井の土民に仰せて、水車を作らせられけり。多くの錢を賜ひて、數日に營み出してかけたりけるに、大方廻らざりければ、とかく直しけれども、終に廻らで、徒らに立てりけり。さて宇治の里人を召してこしらへさせられければ、やすらかに結ひて參らせたりけるが、思ふやうにめぐりて、水を汲み入るゝ事めでたかりけり。萬にその道を知れるものは、やんごとなきものなり。

가메야마도노의 못에 오이강 물을 끌어들이려고 오이의 백성들에게 명하여 물레방아를 만들게 하셨다. 돈을 많이 내리시어 며칠에 걸쳐 만들어 걸었으나 도무지 돌지 않았다. 이리저리 고쳤으나 끝내 돌지 않고 부질없이 서 있기만 했다.

그래서 우지의 마을 사람을 불러 만들게 하셨더니 손쉽게 엮어 올렸는데, 뜻대로 잘 돌아 물을 길어 들이는 것이 훌륭하였다.

무슨 일이든 그 길을 아는 사람은 존귀한 것이다.

12이와시미즈를 못 본 채 돌아온 법사

仁和寺に、ある法師、年よるまで石清水を拜まざりければ、心憂く覺えて、ある時思ひたちて、たゞ一人かちより詣でけり。極樂寺、高良などを拜みて、かばかりと心得て歸りにけり。さて傍の人に逢ひて、「年ごろ思ひつる事果たし侍りぬ。聞きしにも過ぎて尊くこそおはしけれ。そも參りたる人ごとに山へのぼりしは、何事かありけむ、ゆかしかりしかど、神へまゐるこそ本意なれと思ひて、山までは見ず。」とぞいひける。すこしの事にも先達はあらまほしきことなり。

닌나지에 어떤 법사가 있었는데, 나이 들도록 이와시미즈를 참배하지 못하여 안타깝게 여기다가, 어느 때 마음먹고 혼자 걸어서 참배하러 갔다. 고쿠라쿠지와 고라 따위를 참배하고, 이만한 것이려니 여기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곁의 사람을 만나 "여러 해 벼르던 일을 이루었습니다. 듣던 것보다 더 거룩하셨습니다. 그런데 참배한 사람마다 산으로 올라가던 것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궁금했지만 신께 참배하는 것이 본뜻이라 여겨 산까지는 보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조그마한 일에도 길잡이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13솥발을 뒤집어쓴 법사

これも仁和寺の法師、童の法師にならむとする名殘とて、各遊ぶことありけるに、醉ひて興に入るあまり、傍なる足鼎をとりて頭にかづきたれば、つまるやうにするを、鼻をおしひらめて、顔をさし入れて舞ひ出でたるに、滿座興に入ること限りなし。しばし奏でて後、拔かむとするに、大かた拔かれず。酒宴ことさめて、いかゞはせむと惑ひけり。とかくすれば、首のまはり缺けて血垂り、たゞ腫れに腫れみちて、息もつまりければ、うち割らむとすれど、たやすく割れず、響きて堪へがたかりければ、叶はで、すべき樣なくて、三足なる角の上に帷子をうちかけて、手をひき杖をつかせて、京なる醫師の許率て行きけるに、道すがら人の怪しみ見る事限りなし。醫師の許にさし入りて、むかひ居たりけむ有樣、さこそ異樣なりけめ。物をいふも、くゞもり聲に響きて聞えず。かゝる事は書にも見えず、傳へたる教へもなしといへば、また仁和寺へかへりて、親しきもの、老いたる母など、枕上により居て泣き悲しめども、聞くらむとも覺えず。かゝる程に、或者のいふやう、「たとひ耳鼻こそ切れ失すとも、命ばかりはなどか生きざらむ、たゞ力をたてて引き給へ。」とて、藁の蒂をまはりにさし入れて、金を隔てて、首もちぎるばかり引きたるに、耳鼻かけうげながら、拔けにけり。からき命まうけて、久しく病み居たりけり。

이것도 닌나지의 법사인데, 동자가 법사가 되려는 마지막이라 하여 저마다 노는 일이 있었다. 취하여 흥이 지나친 나머지 곁에 있던 다리 달린 솥을 집어 머리에 뒤집어썼다. 걸려서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을 코를 눌러 납작하게 하고 얼굴을 밀어 넣어 춤을 추며 나오니, 온 자리가 흥에 겨워 끝이 없었다.

한참 놀고 나서 벗으려 하니 도무지 벗겨지지 않았다. 술자리는 흥이 깨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이리저리 하는 사이에 목 둘레가 벗겨져 피가 흐르고 그저 붓고 부어올라 숨도 막히므로, 깨뜨려 보려 했으나 쉬 깨지지 않고 울려서 견딜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어 세 발 달린 뿔 위에 홑옷을 덮어씌우고 손을 이끌고 지팡이를 짚게 하여 도읍의 의원에게 데려갔다. 길에서 사람들이 괴이하게 보는 것이 그지없었다. 의원의 집에 들어가 마주 앉았을 그 꼴은 얼마나 별났겠는가. 말을 해도 먹먹한 소리로 울려 들리지 않았다.

"이런 일은 책에도 보이지 않고 전해 오는 가르침도 없다" 하므로 다시 닌나지로 돌아왔다. 가까운 이들과 늙은 어머니 따위가 머리맡에 다가앉아 울며 슬퍼하나 듣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참에 어떤 자가 말하기를 "설령 귀와 코가 떨어져 없어지더라도 목숨만은 어찌 살지 못하겠는가. 그저 힘을 다해 잡아당기시오" 하였다. 짚 밑동을 둘레에 밀어 넣어 쇠에 닿지 않게 하고 목이 떨어져 나갈 만큼 잡아당겼더니, 귀와 코가 떨어져 뚫린 채 벗겨졌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 오래도록 앓아 누워 있었다.

14단풍 밑에 묻어 둔 도시락

御室にいみじき兒のありけるを、いかで誘ひ出して遊ばむとたくむ法師どもありて、能あるあそび法師どもなど語らひて、風流の破籠やうのもの、ねんごろに營み出でて、箱風情のものに認め入れて、雙の岡の便りよき所にうづみおきて、紅葉ちらしかけなど、思ひよらぬさまにして、御所へまゐりて、兒をそゝのかし出でにけり。うれしく思ひて、こゝかしこ遊びめぐりて、ありつる苔の筵に竝みゐて、「いたうこそ困じにたれ。あはれ紅葉を燒かむ人もがな。しるしあらむ僧たち、いのり試みられよ。」などいひしろひて、埋みつる木のもとに向きて、數珠おしすり、印こと〴〵しく結びいでなどして、いらなくふるまひて、木の葉をかきのけたれど、つや〳〵物も見えず。所の違ひたるにやとて、掘らぬ所もなく山をあされども無かりけり。埋みけるを人の見おきて、御所へ參りたる間に盜めるなりけり。法師ども言の葉なくて、聞きにくくいさかひ腹だちて歸りにけり。あまりに興あらむとすることは、必ずあいなきものなり。

오무로(닌나지)에 아주 어여쁜 동자가 있었는데, 어떻게든 꾀어내어 놀아 보려고 꾀하는 법사들이 있었다. 재주 있는 놀이 법사들을 끌어들여, 멋을 낸 도시락 같은 것을 정성껏 마련해 상자 비슷한 것에 담아, 나라비가오카의 알맞은 곳에 묻어 두고 단풍잎을 흩뿌려 덮어 아무도 생각지 못하게 해 놓고, 어소로 가서 동자를 꾀어내었다.

기쁘게 여겨 여기저기 놀며 돌아다니다가 그 이끼 자리에 나란히 앉아, "몹시 지쳤구나. 아, 단풍을 태울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영험 있는 스님들, 빌어나 보시구려" 하고 서로 말을 주고받고는, 묻어 둔 나무 밑을 향해 염주를 비비고 손도장을 짐짓 거창하게 맺으며 요란스레 굴다가 나뭇잎을 헤쳤는데, 도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를 잘못 잡았나 하여 파지 않은 데 없이 산을 뒤졌으나 없었다. 묻는 것을 누가 보아 두었다가 어소에 가 있는 사이에 훔쳐 간 것이었다.

법사들은 할 말이 없어져 듣기 민망하게 다투고 성을 내며 돌아갔다.

너무 흥을 내려 하는 일은 반드시 재미없어지는 법이다.

15집은 여름을 위주로 지어라

家のつくりやうは夏をむねとすべし。冬はいかなる所にも住まる。暑き頃わろき住居は堪へがたきことなり。深き水は涼しげなし、淺くて流れたる、遙かに涼し。細かなるものを見るに、遣戸は蔀の間よりもあかし。天井の高きは、冬寒く、燈くらし。造作は用なき所をつくりたる、見るもおもしろく、よろづの用にも立ちてよし。」とぞ、人のさだめあひ侍りし。

집을 짓는 법은 여름을 위주로 해야 한다. 겨울은 어떤 곳에서도 살 수 있다. 더울 무렵 나쁜 집은 견디기 어렵다.

깊은 물은 시원해 보이지 않고, 얕게 흐르는 물이 훨씬 시원하다. 자잘한 것을 볼 때는 미닫이가 덧문 사이보다 밝다. 천장이 높으면 겨울에 춥고 등불이 어둡다.

"집 짓기는 쓸데없는 곳을 지어 두어야 보기에도 재미있고 온갖 쓰임에도 좋다" 하고 사람들이 서로 정하듯 말하였다.

16오래 만에 만난 사람이 제 이야기만 늘어놓을 때

久しく隔たりて逢ひたる人の、わが方にありつる事、數々に殘りなく語り續くるこそあいなけれ。へだてなく馴れぬる人も、ほどへて見るは恥しからぬかは。次ざまの人は、あからさまに立ち出でても、興ありつることとて、息もつぎあへず語り興ずるぞかし。よき人の物がたりするは、人あまたあれど、一人に向きていふを、自ら人も聽くにこそあれ。よからぬ人は、誰ともなく數多の中にうち出でて、見る事のやうに語りなせば、皆同じく笑ひのゝしる、いとらうがはし。をかしき事をいひてもいたく興ぜぬと、興なき事をいひてもよく笑ふにぞ、品のほどはかられぬべき。人の見ざまのよしあし、才ある人はその事など定めあへるに、おのが身にひきかけていひ出でたる、いとわびし。

오래 떨어져 있다가 만난 사람이, 제 쪽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남김없이 늘어놓는 것은 흥이 없다.

스스럼없이 지내던 사람도 얼마 지나 만나면 어찌 조심스럽지 않겠는가. 격이 낮은 사람은 잠깐 나갔다 와서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하고 숨도 돌리지 않고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이 이야기할 때는 사람이 여럿 있어도 한 사람을 향해 말하고 저절로 다른 이들도 듣게 되는 법이다. 좋지 않은 사람은 누구랄 것 없이 여럿 가운데 불쑥 내놓고 눈앞에 보이는 일인 양 꾸며 말하니, 모두 똑같이 웃고 떠들어 몹시 어수선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크게 흥겨워하지 않는 것과,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잘 웃는 것으로 사람의 품을 헤아릴 수 있다.

남의 생김새의 좋고 나쁨이나 학식 있는 사람이 무슨 일을 두고 논할 때, 제 몸에 끌어다 붙여 말을 꺼내는 것은 몹시 딱하다.

17노래 이야기에 노래가 시원찮으면

人のかたり出でたる歌物語の、歌のわろきこそ本意なけれ。すこしその道知らむ人は、いみじと思ひては語らじ。すべていとも知らぬ道の物がたりしたる、かたはらいたく聞きにくし。

남이 꺼내는 노래 이야기에 정작 노래가 시원찮은 것은 아쉽다. 조금이라도 그 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훌륭하다 여기고 이야기하지는 않으리라.

무릇 조금도 알지 못하는 길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옆에서 민망하고 듣기 거북하다.

18도심이 있으면 사는 곳은 상관없다는 말

「道心あらば住む所にしもよらじ、家にあり人に交はるとも、後世を願はむに難かるべきかは。」といふは、更に後世知らぬ人なり。げにはこの世をはかなみ、必ず生死を出でむと思はむに、何の興ありてか、朝夕君に仕へ、家を顧る營みの勇ましからむ。心は縁にひかれて移るものなれば、靜かならでは、道は行じがたし。その器昔の人に及ばず、山林に入りても、飢をたすけ、嵐を防ぐよすがなくては、あられぬわざなれば、おのづから世を貪る〈頭注脱字あり。補う。〉に似たる事も、便りに觸れば、などか無からむ、さればとて、「背けるかひなし。さばかりならば、なじかは捨てし。」なんどいはむは無下の事なり。さすがに一たび道に入りて、世をいとなむ人、たとひ望みありとも、勢ひある人の貪欲多きに似るべからず。紙の衾麻の衣、一鉢のまうけ、藜の羮、いくばくか人の費をなさむ。もとむる所はやすく、その心早く足りぬべし。形に恥づる所もあれば、さはいへど、惡にはうとく、善には近づくことのみぞ多き。人と生れたらむしるしには、いかにもして世を遁れむ事こそあらまほしけれ。偏に貪ることをつとめて、菩提に赴かざらむは、よろづの畜類にかはる所あるまじくや。

"도심(道心)만 있으면 사는 곳에 매이지 않는다. 집에 있고 사람과 어울려도 후세를 바라는 데 무엇이 어렵겠는가" 하는 것은 도무지 후세를 모르는 사람이다.

참으로 이 세상을 덧없이 여기고 반드시 생사를 벗어나려 한다면, 무슨 흥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임금을 섬기고 집안을 돌보는 일이 신나겠는가. 마음은 인연에 끌려 옮겨 가는 것이니, 고요하지 않고서는 도를 닦기 어렵다.

그 그릇이 옛사람에 미치지 못하여 산림에 들어가도 주림을 면하고 바람을 막을 방도가 없으면 지낼 수 없는 노릇이니, 저절로 세상을 탐하는 듯한 일도 형편에 닿으면 어찌 없겠는가. 그렇다고 "등진 보람이 없다. 그럴 바에야 무엇 하러 버렸는가" 하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래도 한번 도에 들어 세상을 벗어난 사람은, 설령 바라는 바가 있어도 세도 있는 이의 탐욕에 견줄 바가 아니다. 종이 이불과 삼베 옷, 바리때 하나의 마련과 명아주 국이 사람에게 얼마나 폐가 되겠는가. 구하는 바가 쉬우니 그 마음도 이내 채워질 것이다.

또 모습에 부끄러운 데가 있으니, 그렇다 해도 악에는 멀고 선에는 가까워지는 일만 많다.

사람으로 태어난 표시로는 어떻게든 세상을 벗어나는 일이야말로 바랄 만하다. 오로지 탐하기에만 힘쓰고 깨달음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온갖 짐승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는가.

19큰일을 마음먹은 사람은 그대로 버려라

大事を思ひたたむ人は、さり難き心にかゝらむ事の本意を遂げずして、さながら捨つべきなり。しばしこの事果てて、おなじくば彼の事沙汰しおきて、しか〴〵の事人の嘲りやあらむ、行末難なく認め設けて、年ごろもあれば〈ママ〉こそあれ、その事待たむ程あらじ、物さわがしからぬやうになど思はむには、え去らぬ事のみいとゞ重なりて、事の盡くる限りもなく、思ひたつ日もあるべからず。おほやう人を見るに、少し心ある際は、皆このあらましにてぞ一期は過ぐめる。近き火などに逃ぐる人は、「しばし。」とやいふ。身を助けむとすれば、恥をも顧みず、財をも捨てて遁れ去るぞかし。命は人を待つものかは。無常の來ることは、水火の攻むるよりも速かに、遁れがたきものを、その時老いたる親、いときなき子、君の恩、人の情、捨てがたしとて捨てざらむや。

큰일을 마음먹은 사람은, 떨쳐 내기 어려워 마음에 걸리는 일들을 그 본뜻을 이루지 못한 채 그대로 버려야 한다.

"잠시 이 일이 끝나면" "이왕이면 저 일도 처리해 두고" "이러이러한 일은 남의 비웃음이 있지 않을까" "뒷날 탈 없도록 마련해 두고" "여태 지내 왔으니 그 일 기다릴 동안이야 얼마 되겠는가" "어수선하지 않게 되거든" 따위로 생각하다 보면, 떨칠 수 없는 일만 자꾸 겹쳐 일이 다할 끝도 없고 마음먹을 날도 오지 않는다.

대체로 사람을 보면, 조금 생각이 있는 축은 모두 이 '언젠가는'으로 한평생을 지내는 듯하다.

가까이 불이 났을 때 달아나는 사람이 "잠깐만" 하고 말하겠는가. 몸을 구하려면 부끄러움도 돌아보지 않고 재물도 버리고 벗어나 달아나는 법이다.

목숨이 사람을 기다려 주겠는가. 무상이 오는 것은 물과 불이 몰아치는 것보다 빠르고 벗어나기 어려운 것을, 그때 늙은 어버이, 어린 자식, 임금의 은혜, 남의 정을 버리기 어렵다 하여 버리지 않겠는가.

20토란 대가리만 먹던 조신 승도

眞乘院に、盛親僧都とてやんごとなき智者ありけり。芋頭といふものを好みて多く食ひけり。談義の座にても、大きなる鉢にうづたかく盛りて、膝もとにおきつゝ、食ひながら書をも讀みけり。煩ふ事あるには、七日二七日など療治とて籠り居て、思ふやうによき芋頭をえらびて、ことに多く食ひて、萬の病をいやしけり。人に食はすることなし、たゞ一人のみぞ食ひける。極めて貧しかりけるに、師匠死にざまに錢二百貫と坊ひとつを讓りたりけるを、坊を百貫に賣りて、かれこれ三萬疋を芋頭の錢と定めて、京なる人に預けおきて、十貫づゝ取りよせて、芋頭を乏しからずめしけるほどに、また他用に用ふる事なくて、その錢皆になりにけり。「三百貫のものを貧しき身にまうけて、かく計らひける、誠にあり難き道心者なり。」とぞ人申しける。この僧都、ある法師を見て、しろうるりといふ名をつけたりけり。「とは何ものぞ。」と人の問ひければ、「さるものを我も知らず。もしあらましかば、この僧の顔に似てむ。」とぞいひける。この僧都、みめよく、力つよく、大食にて、能書、學匠、辯説人にすぐれて、宗の法燈なれば、寺中にも重く思はれたりけれども、世を輕く思ひたる曲者にて、よろづ自由にして、大かた人に隨ふといふ事なし。出仕して饗膳などにつく時も、皆人の前すゑわたすを待たず、我が前にすゑぬれば、やがて獨りうち食ひて、歸りたければ、ひとりついたちて行きけり。斎・非時も人にひとしく定めて食はず、我が食ひたき時、夜中にも曉にも食ひて、ねぶたければ晝もかけ籠りて、いかなる大事あれども、人のいふこと聽き入れず。目覺めぬれば、幾夜もいねず。心をすまして嘯き歩きなど、世の常ならぬさまなれども、人にいとはれず、よろづ許されけり。徳のいたれりけるにや。

신조인에 조신 승도라 하는 높은 지혜의 사람이 있었다. 토란 대가리라는 것을 좋아하여 많이 먹었다. 강의 자리에서도 큰 사발에 수북이 담아 무릎 앞에 놓고 먹으면서 책을 읽었다. 앓는 일이 있을 때는 이레니 열나흘이니 치료라 하며 틀어박혀 뜻대로 좋은 토란 대가리를 골라 유난히 많이 먹어 온갖 병을 고쳤다. 남에게 먹이는 일은 없고 오직 혼자만 먹었다.

몹시 가난했는데 스승이 죽을 때 돈 이백 관과 절 하나를 물려주었다. 절을 백 관에 팔아 이것저것 삼만 필을 토란 대가리 값으로 정해 도읍의 어떤 사람에게 맡겨 두고, 열 관씩 가져다가 토란 대가리를 모자람 없이 먹었다. 그러고는 달리 쓰는 일이 없어 그 돈이 다 없어지고 말았다.

"삼백 관의 재물을 가난한 몸에 얻고서도 이렇게 처리하였으니 참으로 드문 도심자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였다.

이 승도가 어떤 법사를 보고 '시로우루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게 무엇이냐" 하고 사람이 물으니 "그런 것은 나도 모른다. 만일 있다면 이 중의 얼굴을 닮았으리라" 하였다.

이 승도는 생김새가 좋고 힘이 세고 많이 먹으며, 글씨와 학문과 말솜씨가 남보다 뛰어나 종문의 법등이었으므로 절 안에서도 무겁게 여겨졌다. 그러나 세상을 가볍게 보는 별난 사람이라 무엇이든 제멋대로 하고 도무지 남을 따르는 일이 없었다.

출사하여 잔칫상에 앉을 때도 모두에게 상이 돌아가기를 기다리지 않고, 제 앞에 놓이면 곧 혼자 먹고, 돌아가고 싶으면 혼자 일어나 갔다. 재(斎)와 비시(非時)도 남과 같이 정해 먹지 않고, 제가 먹고 싶을 때면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먹었으며, 졸리면 낮에도 문을 걸어 잠갔다.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남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잠이 깨면 몇 밤이고 자지 않았다. 마음을 맑히고 휘파람 불며 거니는 등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고 무엇이든 용납되었다.

덕이 지극한 데 이른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