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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0단

도연초 徒然草 · 요시다 겐코(吉田兼好) · 겐코 원년~2년(1331년 무렵) 성립 · 단락 20 · 한자 4,111자 · 낭독 10.3분

「도연초」 한 권 「61~80단」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할 일 없는 대로 온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마음에 떠올랐다 스러지는 부질없는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노라면」 —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243편의 짧은 글. 겐코 법사가 세상을 등진 뒤 무상과 사람됨, 꽃과 달, 옛 법도와 요즘 세태를 오가며 적었다. 「꽃은 한창일 때만, 달은 구름 한 점 없을 때만 보는 것이랴」(137단)처럼 오래 인용되는 대목이 곳곳에 있고, 솥발을 뒤집어쓴 법사나 이즈모의 사자상 이야기처럼 웃음이 나는 토막도 섞인다. 방장기와 함께 일본 수필의 두 기둥으로 꼽힌다.

1해산 때 시루를 떨어뜨리는 일

御産の時、甑落す事は、定まれることにはあらず。御胞衣滯る時の呪なり。滯らせ給はねばこの事なし。下ざまより事おこりて、させる本説なし。大原の里の甑をめすなり。ふるき寳藏の繪に、賤しき人の子産みたる所に、甑おとしたるを書きたり。

해산 때 시루를 떨어뜨리는 일은 정해진 법이 아니다. 태가 잘 나오지 않을 때의 주술이다. 막히지 않으시면 이 일은 하지 않는다.

아래에서 생긴 일이라 이렇다 할 근거가 없다. 오하라 마을의 시루를 가져다 쓴다. 오래된 보장(寶藏)의 그림에, 천한 사람이 아이 낳는 데에 시루를 떨어뜨리는 것을 그려 놓았다.

2엔세이몬인의 어린 시절 노래

延政門院幼くおはしましける時、院へ參る人に、御ことづてとて申させ給ひける御歌、 ふたつ文字牛の角文字直な文字ゆがみもじとぞ君はおぼゆる こひしく思ひまゐらせ給ふとなり。

엔세이몬인께서 어리셨을 때, 상황께 가는 사람에게 전갈이라 하여 아뢰게 하신 노래.

두 글자, 소의 뿔 글자, 곧은 글자, 굽은 글자로 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리워 사모하신다는 뜻이다.

3고시치니치 아사리가 무사를 모으는 일

後七日の阿闍梨、武者を集むる事、いつとかや盜人に逢ひにけるより、宿直人とてかくこと〴〵しくなりにけり。一とせの相は、この修中に有樣にこそ見ゆなれば、兵を用ひむこと穩かならぬ事なり。

고시치니치의 아사리가 무사를 모으는 일은, 언제였던가 도둑을 만난 뒤로 숙직꾼이라 하여 이렇게 요란해진 것이다.

한 해의 조짐은 이 수법(修法) 동안의 형편에 나타난다고 하니, 군사를 쓰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4수레의 다섯 줄

「車の五緒は必ず人によらず、ほどにつけて極むる官位に至りぬれば乘るものなり。」とぞ、ある人おほせられし。

"수레의 다섯 줄은 반드시 사람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분수에 맞게 다다를 수 있는 벼슬에 이르면 타는 것이다" 하고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5요즘 관은 옛날보다 높아졌다

「このごろの冠は、昔よりは遙かに高くなりたるなり。」とぞ、ある人おほせられし。古代の冠桶を持ちたる人は、端をつぎて今は用ふるなり。

"요즈음의 관은 옛날보다 훨씬 높아졌다" 하고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예스러운 관 통을 가진 사람은 끝을 이어 붙여 지금 쓰고 있다.

6매와 꽃가지 — 다케카쓰의 법식

岡本關白殿、盛りなる紅梅の枝に、鳥一雙をそへて、この枝につけて參らすべき由、御鷹飼下毛野武勝に仰せられたりけるに、「花に鳥つくる術知り候はず、一枝に二つつくることも存じ候はず。」と申しければ、膳部にたづねられ、人々に問はせ給ひて、また武勝に、「さらば汝が思はむやうにつけて參らせよ。」と仰せられたりければ、花もなき梅の枝に、一つをつけてまゐらせけり。武勝が申し侍りしは、「柴の枝、梅の枝、つぼみたると散りたるにつく。五葉などにも著く。枝の長さ七尺、あるひは六尺、かへし刀五分に切る、枝のなかばに鳥をつく。著くる枝踏まする枝あり。しゞら藤の割らぬにて二所つくべし。藤のさきは、火うち羽のたけに比べて切りて、牛の角のやうに撓むべし。初雪のあした、枝を肩にかけて、中門より振舞ひてまゐる。大砌の石を傳ひて、雪に跡をつけず、雨覆ひの毛を少しかなぐり散らして、二棟の御所の高欄によせかく。祿をいださるれば、肩にかけて拜して退く。初雪といへども、沓のはなの隱れぬほどの雪にはまゐらず。雨覆ひの毛を散らすことは、鷹は弱腰を取ることなれば、御鷹の取りたるよしなるべし。」と申しき。花に鳥つけずとは、いかなる故にかありけむ。長月ばかりに、梅のつくり枝に雉をつけて、「君がためにと折る花は時しもわかぬ。」といへること、伊勢物語に見えたり。作り花は苦しからぬにや。

오카모토 관백께서 한창 핀 홍매 가지에 새 한 쌍을 곁들여 이 가지에 매어 올리라고 매잡이 시모쓰케노 다케카쓰에게 명하셨다. 그러자 "꽃에 새를 매는 법은 모릅니다. 한 가지에 둘을 매는 것도 알지 못합니다" 하고 아뢰었다.

선부(膳部)에 물으시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게 하신 뒤, 다시 다케카쓰에게 "그러면 네 생각대로 매어 올려라" 하고 명하셨더니, 꽃도 없는 매화 가지에 하나를 매어 올렸다.

다케카쓰가 아뢴 바는 이러하다. "섶 가지나 매화 가지의 봉오리 진 것과 진 것에 맵니다. 오엽송 따위에도 맵니다. 가지의 길이는 일곱 자, 혹은 여섯 자, 되돌려 다섯 푼으로 자르고 가지 한가운데에 새를 맵니다. 매는 가지와 발 딛는 가지가 있습니다. 시지라 등나무의 쪼개지 않은 것으로 두 군데를 매어야 합니다. 등나무 끝은 부싯깃 깃의 길이에 맞춰 잘라 소뿔처럼 휘어야 합니다.

첫눈 오는 아침에 가지를 어깨에 메고 중문에서 예를 갖추어 들어갑니다. 큰 섬돌의 돌을 밟고 가서 눈에 발자국을 내지 않고, 비 덮개 깃털을 조금 잡아 흩뜨려 두 채로 된 어소의 난간에 기대어 세웁니다. 상을 내리시면 어깨에 메고 절하고 물러갑니다.

첫눈이라 해도 신코 앞이 가려지지 않을 만한 눈에는 올리지 않습니다. 비 덮개 깃털을 흩뜨리는 것은 매가 허리를 채는 것이니, 어매(御鷹)가 잡은 것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꽃에 새를 매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구월 무렵에 매화 조화 가지에 꿩을 매어 "그대를 위해 꺾는 꽃은 철을 가리지 않는다" 한 것이 『이세 이야기』에 보인다. 만든 꽃은 괜찮았던 것일까.

7가모의 이와모토와 하시모토

賀茂の岩本、橋本は、業平、實方なり。人の常にいひ紛へ侍れば、一とせ參りたりしに、老いたる宮司の過ぎしを、呼びとゞめて尋ね侍りしに、「實方は御手洗に影のうつりける所と侍れば、橋本やなほ水の近ければと覺えはべる。吉水の和尚、 月をめで花をながめし古のやさしき人はこゝにあり原 と詠みたまひけるは、岩本の社とこそ承りおき侍れど、おのれらよりは、なか〳〵御存じなどもこそさぶらはめ。」と、いと忝しくいひたりしこそ、いみじく覺えしか。 今出川の院の近衞とて、集どもにあまた入りたる人は、若かりける時、常に百首の歌を詠みて、かの二つの社の御前に、水にて書きて手向けられけり。誠にやんごとなき譽ありて、人の口にある歌おほし。作文詩序などいみじく書く人なり。

가모의 이와모토와 하시모토는 나리히라와 사네카타이다. 사람들이 늘 뒤바꿔 말하기에, 어느 해 참배했을 때 지나가는 늙은 신관을 불러 세워 물어보았다.

"사네카타는 미타라시에 그림자가 비친 곳이라 하니, 하시모토가 아무래도 물에 가까워서 그렇겠지 싶습니다. 요시미즈 화상께서

달을 즐기고 꽃을 바라보던 옛날의 그윽한 사람은 여기 아리와라에 있네

하고 읊으신 것은 이와모토 신사라고 들어 두었습니다만, 저희보다는 도리어 잘 아시겠지요" 하고 몹시 황송하게 말한 것이 훌륭하게 여겨졌다.

이마데가와인의 고노에라 하여 여러 가집에 많이 든 사람은, 젊었을 때 늘 백수(百首)의 노래를 지어 그 두 신사 앞에서 물로 써서 바쳤다. 참으로 뛰어난 이름이 있어 사람들 입에 오르는 노래가 많다. 시문과 서문 따위도 훌륭하게 쓰는 사람이다.

8무를 먹던 사람을 지켜 준 무사 둘

筑紫に、なにがしの押領使などいふやうなる者のありけるが、土大根を萬にいみじき藥とて、朝ごとに二つづゝ燒きて食ひける事、年久しくなりぬ。ある時、館のうちに人もなかりける隙をはかりて、敵襲ひ來りて圍み攻めけるに、館の内につはもの二人出できて、命を惜しまず戰ひて、皆追ひかへしてけり。いと不思議におぼえて、「日頃こゝにものし給ふとも、見ぬ人々のかく戰ひしたまふは、いかなる人ぞ。」と問ひければ、「年來たのみて、あさな〳〵めしつる土大根らに候。」といひて失せにけり。深く信を致しぬれば、かゝる徳もありけるにこそ。

쓰쿠시에 아무개 압령사라 하는 자가 있었는데, 무를 만병에 좋은 약이라 하여 아침마다 두 개씩 구워 먹은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어느 때 관사 안에 사람이 없는 틈을 노려 적이 습격해 와 에워싸고 쳤는데, 관사 안에서 군사 둘이 나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워 모두 물리쳤다.

몹시 이상하게 여겨 "평소 여기 계셨다 해도 뵌 적 없는 분들이 이렇게 싸워 주시니, 어떤 분들입니까" 하고 물으니 "여러 해 믿고 아침마다 잡수신 무들입니다" 하고는 사라졌다.

깊이 믿음을 다하면 이런 덕도 있는 것이었다.

9쇼샤 상인이 들은 콩과 콩깍지의 말

書寫の上人は、法華讀誦の功積りて、六根淨にかなへる人なりけり。旅の假屋に立ち入られけるに、豆の殻を焚きて豆を煑ける音の、つぶ〳〵と鳴るを聞きたまひければ、「疎からぬ己等しも、うらめしく我をば煑て、辛き目を見するものかな。」といひけり。焚かるゝ豆がらのはら〳〵と鳴る音は、「わが心よりする事かは。燒かるゝはいかばかり堪へがたけれども、力なきことなり。かくな恨み給ひそ。」とぞ聞えける。

쇼샤의 상인은 법화경을 읽은 공이 쌓여 육근(六根)이 맑아진 사람이었다. 여행길의 임시 오두막에 들어가셨을 때,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는 소리가 자글자글 나는 것을 들으시니 "남 아닌 너희들이 원망스럽게도 나를 삶아 쓰라린 꼴을 보이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타는 콩깍지가 바스락바스락 나는 소리는 "내 마음으로 하는 일이겠느냐. 타는 것은 얼마나 견디기 어렵겠는가마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 원망하지 말아라" 하고 들렸다.

10기쿠테이 대신의 비파 기둥

玄應の清暑堂の御遊に、玄上は失せにしころ、菊亭の大臣、牧馬を彈じ給ひけるに、座につきてまづ柱をさぐられたりければ、ひとつ落ちにけり。御ふところに續飯をもち給ひたるにて付けられにければ、神供の參るほどに、よく干て事故なかりけり。いかなる意趣かありけむ、物見ける衣被〈原文ルビ「きぬかつぎ」〉の、よりて放ちて、もとのやうに置きたりけるとぞ。

겐오 때 청서당(清暑堂)의 연주에서 겐조(비파)가 없어졌던 무렵, 기쿠테이 대신이 보쿠바를 타시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 먼저 기둥을 더듬어 보니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품에 밥풀을 지니고 계셔서 붙이셨더니, 신께 올리는 공물이 들어올 동안에 잘 말라 탈이 없었다.

무슨 원한이 있었던 것일까. 구경하던 여인이 다가가 떼어 내고 본래대로 놓아두었던 것이라 한다.

11이름만 듣고 그려 본 얼굴

名を聞くより、やがて面影はおしはからるゝ心地するを、見る時は、又かねて思ひつるまゝの顔したる人こそなけれ。昔物語を聞きても、この頃の人の家のそこ程にてぞありけむと覺え、人も今見る人の中に思ひよそへらるゝは、誰もかく覺ゆるにや。またいかなる折ぞ、たゞ今人のいふことも、目に見ゆるものも、わが心のうちも、かゝる事のいつぞやありしがと覺えて、いつとは思ひいでねども、まさしくありし心地のするは、我ばかりかく思ふにや。

이름을 듣기만 해도 곧 얼굴 모습이 짐작되는 느낌인데, 막상 보면 미리 생각하던 그대로의 얼굴을 한 사람은 없다.

옛이야기를 들어도 요즘 사람 집의 저 언저리쯤이었으려니 여겨지고, 사람도 지금 보는 이들 가운데 빗대어 떠올리게 되는데, 누구나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또 어떤 때인가, 바로 지금 남이 하는 말도, 눈에 보이는 것도, 내 마음속도, 이런 일이 언젠가 있었지 싶어, 언제라고 떠올리지는 못해도 분명히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드는데, 나만 이렇게 여기는 것일까.

12천해 보이는 것들

賎しげなるもの。居たるあたりに調度の多き、硯に筆の多き、持佛堂に佛の多き、前栽に石草木のおほき、家のうちに子孫のおほき、人にあひて詞のおほき、願文に作善おほく書き載せたる。おほくて見苦しからぬは、文車の文、塵塚のちり。

천해 보이는 것. 앉은 자리 언저리에 세간이 많은 것, 벼루에 붓이 많은 것, 지불당에 부처가 많은 것, 뜰에 돌과 풀과 나무가 많은 것, 집 안에 자손이 많은 것, 사람을 만나 말이 많은 것, 원문(願文)에 지은 선업을 많이 적어 넣은 것.

많아도 보기 흉하지 않은 것은 책수레의 책과 쓰레기 더미의 먼지다.

13세상에 전해지는 말은 거의 거짓이다

世にかたり傳ふる事、誠は愛なきにや、多くは皆虚言なり。あるにも過ぎて、人はものをいひなすに、まして年月すぎ、境も隔たりぬれば、いひたき侭に語りなして、筆にも書き留めぬれば、やがて定りぬ。道々のものの上手のいみじき事など、かたくななる人の、その道知らぬは、そゞろに神の如くにいへども、道知れる人は更に信も起さず。音にきくと見る時とは、何事も變るものなり。かつ顯はるゝも顧みず、口に任せていひちらすは、やがて浮きたることと聞ゆ。又我も實しからずは思ひながら、人のいひし侭に、鼻の程をごめきて言ふは、その人の虚言にはあらず。げに〳〵しく、所々うちおぼめき、能く知らぬよしして、さりながら、つま〴〵合せて語る虚言は、恐ろしき事なり。わが爲面目あるやうに言はれぬる虚言は、人いたくあらがはず、皆人の興ずる虚言は、一人さもなかりし物といはむも詮なくて、聞き居たる程に、證人にさへなされて、いとゞ定りぬべし。とにもかくにも虚言多き世なり。唯常にある、珍しからぬ事の侭に心えたらむ、よろづ違ふべからず。下ざまの人のものがたりは、耳驚くことのみあり。よき人はあやしき事を語らず。かくはいへど、佛神の奇特、權者の傳記、さのみ信ぜざるべきにもあらず。これは世俗の虚言を懇に信じたるも、をこがましく、「よもあらじ。」などいふも詮なければ、大方は眞しくあひしらひて、偏に信ぜず、また疑ひあざけるべからず。

세상에 전해 오는 이야기는 참말이 재미없어서인지 거의 다 거짓이다. 있는 것보다 부풀려 말하는 데다, 하물며 세월이 지나고 곳도 멀어지면 하고 싶은 대로 꾸며 말하고, 붓으로까지 적어 두면 그대로 굳어 버린다.

온갖 길의 명인이 훌륭하다는 따위도, 고루한 사람이 그 길을 모르면 함부로 신인 양 말하지만, 그 길을 아는 사람은 조금도 믿지 않는다. 소문으로 듣는 것과 볼 때와는 무엇이든 다른 법이다.

곧 들통날 것도 돌아보지 않고 입에 맡겨 늘어놓는 것은 이내 뜬 이야기로 들린다. 또 제 스스로도 참말 같지 않다 여기면서 남이 한 대로 콧등을 벌름거리며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거짓말은 아니다.

그럴듯하게, 군데군데 흐리면서 잘 모르는 척하고, 그러면서도 앞뒤를 맞추어 말하는 거짓말은 무서운 일이다.

제게 낯이 서게끔 하는 거짓말은 남이 그리 반박하지 않고, 모두가 흥겨워하는 거짓말은 혼자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 봐야 소용없어 듣고만 있는 사이에 증인으로까지 세워져 더욱 굳어져 버린다.

이러나저러나 거짓말 많은 세상이다. 그저 늘 있는 별날 것 없는 일로 알고 있으면 무엇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아랫사람들의 이야기는 귀가 놀랄 일만 있다. 좋은 사람은 괴이한 일을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지만, 부처와 신의 기적이나 권화(權化)의 전기까지 그리 믿지 않을 것도 아니다. 이것은 세속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도 우습고, "설마 그럴 리가" 하는 것도 부질없으니, 대체로 참인 양 받아들이되 오로지 믿지도 말고 또 의심하여 비웃지도 말아야 한다.

14개미처럼 모여 오가며 무엇을 하는가

蟻の如くに集りて、東西にいそぎ南北に走る。貴きあり、賎しきあり、老いたるあり、若きあり、行く所あり、歸る家あり、夕にいねて朝に起く。營む所何事ぞや。生を貪り利を求めてやむ時なし。身を養ひて何事をか待つ、期するところたゞ老と死とにあり。その來る事速かにして、念々の間に留まらず。これを待つ間、何の樂しみかあらむ。惑へるものはこれを恐れず。名利に溺れて、先途の近きことを顧みねばなり。愚かなる人はまたこれをかなしぶ。常住ならむことを思ひて、變化の理を知らねばなり。

개미처럼 모여 동서로 서두르고 남북으로 달린다. 귀한 이가 있고 천한 이가 있고 늙은이가 있고 젊은이가 있다. 갈 곳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다. 저녁에 자고 아침에 일어난다.

하는 일이 무엇인가. 삶을 탐하고 이익을 구하여 그칠 때가 없다.

몸을 기르며 무엇을 기다리는가. 기약하는 바는 오직 늙음과 죽음뿐이다. 그것이 오는 것은 빨라서 생각 사이에도 멈추지 않는다. 이를 기다리는 동안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미혹된 자는 이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명리에 빠져 앞길이 가까움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또 이것을 슬퍼한다. 늘 그대로이기를 바라며 변화의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15무료함을 괴로워하는 사람

つれ〴〵わぶる人は、いかなる心ならむ。紛るゝ方なく、唯一人あるのみこそよけれ。世に從へば、心外の塵にうばはれて惑ひ易く、人に交はれば、言葉よそのききに隨ひて、さながら心にあらず。人に戲れ、物に爭ひ、一度はうらみ、一度はよろこぶ。そのこと定れることなし。分別妄りに起りて、得失やむ時なし。まどひの上に醉へり、醉の中に夢をなす。走りていそがはしく、ほれて忘れたること、人皆かくのごとし。いまだ誠の道を知らずとも、縁を離れて身を閑にし、事に與らずして心を安くせむこそ、暫く樂しぶともいひつべけれ。「生活、人事、技能、學問等の諸縁をやめよ。」とこそ、摩訶止觀にもはべれ。

무료함을 괴로워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마음 팔릴 데 없이 오직 홀로 있는 것이야말로 좋다.

세상을 따르면 마음이 바깥 티끌에 빼앗겨 미혹되기 쉽고, 사람과 어울리면 말이 남의 귀에 맞추어져 그대로 제 마음이 아니게 된다. 남과 희롱하고 무엇을 두고 다투며, 한 번은 원망하고 한 번은 기뻐한다. 그 일이 정해진 바가 없다. 분별이 함부로 일어나 얻고 잃음이 그칠 때가 없다.

미혹 위에 취하고 취한 가운데 꿈을 꾼다. 달음질치며 바쁘고 넋 잃고 잊어버리는 것은 사람이 다 이와 같다.

아직 참된 도를 알지 못하더라도, 인연을 떠나 몸을 한가롭게 하고 일에 끼어들지 않아 마음을 편히 하면, 잠시나마 즐겁다고 할 만하다.

"살림과 인사와 기예와 학문 따위 여러 인연을 그쳐라" 하고 『마하지관』에도 있다.

16세도 있는 집에 드나드는 성인 법사

世のおぼえ花やかなるあたりに、嘆きも喜びもありて、人多く往きとぶらふ中に、聖法師の交りて、いひ入れ佇みたるこそ、さらずともと見ゆれ。さるべきゆゑありとも、法師は人にうとくてありなむ。

세상의 평판이 화려한 집에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있어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가운데, 성인 법사가 섞여 말을 넣고 서성이는 것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일로 보인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더라도 법사는 사람들과 멀리 지내는 편이 낫다.

17제 일도 아닌 소문에 밝은 사람

世の中に、そのころ人のもてあつかひぐさに言ひあへること、いろふべきにはあらぬ人の、能く案内知りて、人にもかたり聞かせ、問ひ聞きたるこそうけられね。殊にかたほとりなる聖法師などぞ、世の人の上はわが如く尋ね聞き、如何でかばかりは知りけむと覺ゆるまでぞ言ひ散らすめる。

세상에서 그 무렵 사람들이 화젯거리로 삼는 일을, 끼어들 처지도 아닌 사람이 속속들이 알아 남에게 이야기해 들려주고 물어 알아 두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외진 곳의 성인 법사 따위가 세상 사람의 일을 제 일인 양 캐어 듣고, 어떻게 그만큼 알았을까 싶을 만큼 떠벌리는 듯하다.

18새것을 퍼뜨리며 뽐내는 사람

今樣の事どもの珍しきを、いひ廣めもてなすこそ、又うけられね。世に事ふりたるまで知らぬ人は心にくし。今更の人などのある時、こゝもとに言ひつけたる言種、物の名など心得たるどち、片端言ひかはし、目見合はせ笑ひなどして、心しらぬ人に心得ず思はすること、世なれずよからぬ人の必ずあることなり。

요즘 것들 가운데 새로운 것을 퍼뜨리며 뽐내는 것도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상에 이미 낡을 때까지 모르고 있는 사람은 그윽하다.

갓 들어온 사람 따위가 있을 때, 저희끼리 붙여 쓰는 말투나 사물의 이름 따위를 아는 사이끼리 토막말로 주고받고 눈짓하며 웃어, 모르는 사람에게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못난 사람이 반드시 하는 짓이다.

19어떤 일에도 깊이 파고든 티를 내지 마라

何事も入りたたぬさましたるぞよき。よき人は知りたる事とて、さのみ知りがほにやはいふ。片田舎よりさしいでたる人こそ、萬の道に心得たるよしのさしいらへはすれ。されば世に恥しき方もあれど、自らもいみじと思へる氣色、かたくななり。よく辨へたる道には、必ず口おもく、問はぬかぎりは、言はぬこそいみじけれ。

무슨 일이든 깊이 파고든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좋은 사람은 아는 일이라고 그리 아는 체하며 말하겠는가.

외진 시골에서 나온 사람이야말로 온갖 길에 통달한 듯이 대답을 한다. 그래서 남이 부끄러워할 만한 데가 있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대단하다 여기는 기색은 고루하다.

잘 아는 길일수록 반드시 입이 무겁고, 묻지 않는 한 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훌륭하다.

20저마다 제 길 아닌 것을 좋아한다

人ごとに、我が身にうとき事をのみぞ好める。法師は兵の道をたて、夷は弓ひく術知らず、佛法知りたる氣色し、連歌し、管絃を嗜みあへり。されどおろかなる己が道より、なほ人に思ひあなづられぬべし。法師のみにもあらず、上達部、殿上人、上ざままで、おしなべて武を好む人多かり。百たび戰ひて百たび勝つとも、いまだ武勇の名を定めがたし。その故は運に乘じて敵をくだく時、勇者にあらずといふ人なし。兵盡き矢きはまりて、遂に敵に降らず、死を安くして後、はじめて名を顯はすべき道なり。生けらむほどは武に誇るべからず。人倫に遠く、禽獸に近きふるまひ、その家にあらずば、好みて益なきことなり。

사람마다 제 몸에 먼 일만을 좋아한다. 법사는 무사의 길을 내세우고, 변방 사람은 활 쏘는 법도 모르면서 불법을 아는 체하며 연가를 짓고 관현을 즐긴다. 그러나 서투른 제 본디 길보다 오히려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것이다.

법사만이 아니다. 상달부와 전상인, 위로 높은 이들까지 두루 무예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 해도 아직 무용의 이름을 정하기는 어렵다. 까닭인즉, 운을 타고 적을 무찌를 때는 용사가 아니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군사가 다하고 화살이 떨어져도 끝내 적에게 항복하지 않고, 죽음을 편히 여긴 뒤에야 비로소 이름을 드러낼 수 있는 길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무예를 자랑할 것이 못 된다.

인륜에서 멀고 짐승에 가까운 짓이니, 그 집안이 아니라면 즐겨 보아야 이로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