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20단
1선명(宣命)을 두고 올라간 내변
ある人、任大臣の節會の内辨を勤められけるに、内記のもちたる宣命を取らずして堂上せられにけり。きはまりなき失禮なれども、たちかへり取るべきにもあらず、思ひ煩はれけるに、六位の外記康綱、衣被の女房をかたらひて、かの宣命をもたせて、しのびやかに奉らせけり。いみじかりけり。
어떤 분이 임대신(任大臣)의 절회에서 내변(内辨)을 맡으셨는데, 내기(内記)가 들고 있던 선명(宣命)을 받지 않고 당상에 올라가 버리셨다.
더없는 실례였으나 되돌아가 받을 수도 없어 난처해하시던 참에, 육위 외기 야스쓰나가 여인 하나를 구슬려 그 선명을 들려 보내어 남몰래 올리게 하였다. 훌륭한 일이었다.
2쫓아내는 의식과 늙은 위사 마타고로
尹大納言光忠入道、追儺の上卿を務められけるに、洞院右大臣殿に次第を申し請けられければ、「又五郎をのこを師とするより外の才覺候はじ。」とぞ宣ひける。かの又五郎は老いたる衞士の、よく公事に馴れたる者にてぞありける。近衞殿〈未詳〉著陣したまひける時、膝突をわすれて、外記をめされければ、火たきて候ひけるが、「まづ膝突をめさるべくや候らむ。」と、忍びやかにつぶやきける、いとをかしかりけり。
윤대납언 미쓰타다 입도가 쫓아내는 의식(追儺)의 상경을 맡으셨을 때, 도인 우대신께 차례를 여쭈었더니 "마타고로라는 자를 스승으로 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겠지요" 하고 말씀하셨다.
그 마타고로는 늙은 위사로서 공사(公事)에 잘 익은 자였다.
고노에도노께서 진(陣)에 자리하셨을 때 무릎깔개를 잊고 외기를 부르셨더니, 불을 피우고 있던 자가 "우선 무릎깔개를 부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나직이 중얼거린 것이 몹시 재미있었다.
3당나라 병 — 수수께끼로 놀린 일
大覺寺殿にて、近習の人ども、謎々をつくりて解かれけるところへ、醫師忠守〈丹波忠守〉參りたりけるに、侍從大納言公明卿、「我が朝のものとも見えぬ忠守かな。」となぞ〳〵にせられたりけるを、唐瓶子と解きて笑ひあはれければ、腹立ちてまかでにけり。
다이카쿠지도노에서 가까이 모시는 사람들이 수수께끼를 지어 풀고 있는 데로 의사 다다모리가 왔다.
시종 대납언 긴아키 경이 "우리 조정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다다모리로다" 하고 수수께끼를 냈는데, '당나라 병(唐瓶子)'이라 풀고 서로 웃었으므로, 성이 나서 물러가 버렸다.
4거친 집으로 찾아간 사람
荒れたる宿の人目なきに、女の憚る事あるころにて、つれ〴〵と籠り居たるを、ある人とぶらひ給はむとて、夕月夜のおぼつかなき程に、忍びて尋ねおはしたるに、犬のこと〴〵しく咎むれば、げす女のいでて、「いづくよりぞ。」といふに、やがて案内せさせて入りたまひぬ。心ぼそげなるありさま、いかで過すらむと、いと心ぐるし。あやしき板敷に、しばし立ち給へるを、もてしづめたるけはひの若やかなるして、「こなたへ。」といふ人あれば、たてあけ所せげなる遣戸よりぞ入りたまひぬる。内のさまはいたくすさまじからず、心にくく、灯はかなたにほのかなれど、ものの綺羅など見えて、俄にしもあらぬにほひ、いとなつかしう住みなしたり。「門よくさしてよ。雨もぞふる、御車は門の下に、御供の人は其處々々に。」といへば、「今宵ぞやすきいは寢べかめる。」とうちさゝめくも、忍びたれど、ほどなければほの聞ゆ。さてこの程の事ども、こまやかに聞え給ふに、夜ぶかき鷄も鳴きぬ。來しかた行くすゑかけて、まめやかなる御物語に、この度は鷄も花やかなる聲にうちしきれば、明け離るゝにやと聞きたまへど、夜深く急ぐべきところのさまにもあらねば、すこしたゆみ給へるに、隙白くなれば、忘れ難きことなどいひて、立ち出でたまふに、梢も庭もめづらしく青みわたりたる卯月ばかりのあけぼの、艷にをかしかりしをおぼし出でて、桂の木の大きなるがかくるゝまで、今も見おくり給ふとぞ。
거친 집에 인적도 없는데, 여자가 몸을 삼가야 할 무렵이라 무료하게 틀어박혀 있었다. 어떤 분이 문안하시려고 초저녁달이 어슴푸레할 때 남몰래 찾아가셨다.
개가 요란하게 짖어 대니 하녀가 나와 "어디서 오셨습니까" 한다. 곧 안내를 시켜 들어가셨다.
쓸쓸해 보이는 형편에 어떻게 지내는가 싶어 몹시 안쓰럽다. 허름한 마루에 잠시 서 계신데, 차분한 기색의 젊은 목소리로 "이리로" 하는 사람이 있어, 여닫기 뻑뻑한 미닫이로 들어가셨다.
안의 모습은 그리 을씨년스럽지 않고 그윽하다. 등불은 저쪽에서 어슴푸레하나 세간의 고운 것들이 보이고, 갑작스레 피운 것 아닌 향내가 몹시 정겹게 배어 살고 있다.
"문을 잘 잠가라. 비라도 올라. 수레는 문 아래에, 모시는 분들은 저기저기에" 하니, "오늘 밤은 편히 자겠구나" 하고 수군거리는 것도, 낮추었지만 좁은 집이라 어렴풋이 들린다.
그러고서 그동안의 일들을 자상히 아뢰시는 사이에 밤 깊은 닭도 울었다. 지난 일과 앞일에 걸쳐 진심 어린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이번에는 닭이 화사한 소리로 잇달아 울어 대니 날이 밝는가 하고 들으셨다. 그러나 밤 깊이 서둘러야 할 처지도 아니어서 조금 늦추고 계셨더니, 문틈이 훤해졌다.
잊기 어려운 말씀 따위를 하고 나서시는데, 우듬지도 뜰도 산뜻하게 온통 푸르러진 사월 무렵의 새벽이 아리땁고 재미있었던 것을 떠올리시어, 계수나무 큰 것이 가려질 때까지 지금도 눈으로 배웅하신다고 한다.
5새벽달 아래 회랑의 두 사람
北の家かげに消え殘りたる雪の、いたう凍りたるに、さし寄せたる車の轅も、霜いたくきらめきて、有明の月さやかなれども、隈なくはあらぬに、人ばなれなる御堂の廊に、なみ〳〵にはあらずと見ゆる男、女と長押に尻かけて、物語するさまこそ、何事にかあらむ、盡きすまじけれ。かぶし、かたちなどいとよしと見えて、えもいはぬ匂ひの、さとかをりたるこそをかしけれ。けはひなど、はつれ〳〵聞えたるもゆかし。
북쪽 집 그늘에 녹다 남은 눈이 몹시 얼어붙고, 가까이 대어 둔 수레의 채도 서리로 반짝인다. 새벽달이 맑으나 구석까지 훤하지는 않은데, 인적 없는 법당 회랑에서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사내가 여자와 문지방에 걸터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은, 무슨 이야기인지 다함이 없을 듯하다.
머리 모양과 생김새 따위가 몹시 좋아 보이고, 말할 수 없는 향내가 확 풍기는 것이 재미있다. 기척 따위가 띄엄띄엄 들리는 것도 궁금하다.
6쇼쿠 상인의 거룩한 말다툼
高野の證空上人京へ上りけるに、細道にて馬に乘りたる女の行きあひたりけるが、口引きける男あしく引きて、聖の馬を堀へ落してけり。聖、いと腹あしく咎めて、「こは希有の狼藉かな。四部の弟子はよな、比丘よりは比丘尼は劣り、比丘尼より優婆塞は劣り、優婆塞より優婆夷は劣れり。かくの如くの優婆夷などの身にて、比丘を堀に蹴入れさする、未曾有の惡行なり。」といはれければ、口引きの男、「いかに仰せらるゝやらむ、えこそ聞き知らね。」といふに、上人なほいきまきて、「何といふぞ。非修非學の男。」とあらゝかに言ひて、きはまりなき放言しつと思ひける氣色にて、馬引きかへして遁げられにけり。たふとかりける諍論なるべし。
고야의 쇼쿠 상인이 도읍으로 올라가는데, 좁은 길에서 말 탄 여자와 마주쳤다. 고삐 잡던 사내가 잘못 끌어 상인의 말을 도랑에 빠뜨렸다.
상인이 몹시 성이 나 나무라며 "이것은 드문 난동이로다. 사부(四部)의 제자란 말이다. 비구보다 비구니가 못하고, 비구니보다 우바새가 못하며, 우바새보다 우바이가 못하다. 이런 우바이 따위의 몸으로 비구를 도랑에 차 넣게 하다니, 일찍이 없던 악행이다" 하셨다.
고삐 잡던 사내가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하니, 상인이 더욱 씩씩거리며 "무어라 하느냐, 닦지도 배우지도 못한 놈아" 하고 거칠게 말하고는, 더없는 막말을 했구나 싶은 기색으로 말을 돌려 달아나셨다.
거룩한 말다툼이었으리라.
7여자가 말을 걸었을 때의 대답
女の物いひかけたる返り事、とりあへずよき程にする男は、有りがたきものぞとて、龜山院の御時、しれたる女房ども、若き男達の參らるゝ毎に、「時鳥や聞き給へる。」と問ひて試みられけるに、某の大納言とかやは、「數ならぬ身はえ聞き候はず。」と答へられけり。堀河内大臣殿は、「岩倉にて聞きて候ひしやらむ。」とおほせられけるを、「これは難なし。數ならぬ身むつかし。」など定めあはれけり。總て男をば、女に笑はれぬ樣におほしたつべしとぞ、淨土寺の前關白殿は、幼くて安喜門院のよく教へまゐらせさせ給ひける故に、御詞などのよきぞと人の仰せられけるとかや。山階左大臣殿は、「怪しの下女の見奉るも、いと恥しく心づかひせらるゝ。」とこそ仰せられけれ。女のなき世なりせば、衣紋も冠もいかにもあれ、ひきつくろふ人も侍らじ。かく人に恥ぢらるゝ女、いかばかりいみじきものぞと思ふに、女の性は皆ひがめり。人我の相ふかく、貪欲甚だしく、物の理を知らず、たゞ迷ひの方に心も早くうつり、詞も巧みに、苦しからぬ事をも問ふ時はいはず、用意あるかと見れば、又あさましき事まで問はずがたりにいひ出す。深くたばかり飾れる事は、男の智慧にも優りたるかと思へば、その事あとより顯はるゝを知らず。質朴ならずして拙きものは女なり。その心に隨ひてよく思はれむことは、心うかるべし。されば何かは女の恥かしからむ。もし賢女あらば、それも物うとく、すさまじかりなむ。たゞ迷ひをあるじとしてかれに隨ふ時、やさしくもおもしろくも覺ゆべきことなり。
여자가 말을 걸어왔을 때 곧바로 알맞게 대답하는 사내는 드문 것이라 하여, 가메야마인 시절에 짓궂은 여방들이 젊은 사내들이 올 때마다 "두견새를 들으셨습니까" 하고 물어 시험하였다.
아무개 대납언이라던가는 "수에 들지 못하는 몸이라 듣지 못했습니다" 하고 답하셨다. 호리카와 내대신께서는 "이와쿠라에서 들은 듯합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쪽은 흠이 없다. 수에 들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은 거북하다" 하고들 평하였다.
대체로 사내는 여자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길러야 한다고, 조도지의 전 관백께서는 어려서 안기몬인께서 잘 가르쳐 드리신 까닭에 말씀 따위가 훌륭하시다고 사람들이 말씀하셨다던가.
야마시나 좌대신께서는 "허름한 하녀가 뵙는 것도 몹시 부끄러워 몸가짐을 살피게 된다" 하고 말씀하셨다.
여자가 없는 세상이라면 옷매무새도 관도 어떻든 매만질 사람이 없으리라. 이렇게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여자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싶은데, 여자의 성품은 모두 비뚤어져 있다. 나와 남을 가르는 마음이 깊고 탐욕이 심하며 사물의 이치를 모른다. 그저 미혹 쪽으로 마음이 빨리 옮겨 가고 말이 교묘하며, 거리낄 것 없는 일도 물으면 말하지 않는다. 조심성이 있는가 하면 또 어이없는 일까지 묻지도 않는데 말해 버린다. 깊이 꾸미고 속이는 일은 사내의 지혜보다 낫는가 싶다가도, 그 일이 뒤에 드러나는 것을 모른다. 소박하지 못하고 서투른 것이 여자다.
그 마음에 맞추어 잘 보이려 하는 것은 딱한 일이다. 그러니 무엇이 여자에게 부끄러울 것인가. 만일 어진 여자가 있다면 그 또한 서먹하고 흥이 없으리라.
다만 미혹을 주인으로 삼아 그에 따를 때, 우아하게도 재미있게도 여겨질 일이다.
8짧은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없다
寸陰惜しむ人なし。これよく知れるか、愚かなるか。愚かにして怠る人の爲にいはば、一錢輕しと雖も、これを累ぬれば貧しき人を富める人となす。されば商人の一錢を惜しむ心切なり。刹那覺えずといへども、これを運びてやまざれば、命を終ふる期忽ちに到る。されば道人は、遠く日月を惜しむべからず、只今の一念空しく過ぐることを惜しむべし。もし人來りて、わが命明日は必ず失はるべしと告げ知らせたらむに、今日の暮るゝ間、何事をか頼み、何事をか營まむ。我等が生ける今日の日、何ぞその時節に異ならむ。一日の中に、飮食、便利、睡眠、言語、行歩、止む事を得ずして、多くの時を失ふ。その餘りの暇、いくばくならぬうちに、無益の事をなし、無益の事をいひ、無益の事を思惟して、時を移すのみならず、日を消し月をわたりて、一生をおくる、最も愚かなり。謝靈運は法華の筆受なりしかども、心常に風雲の思ひを觀ぜしかば、惠遠白蓮の交はりをゆるさざりき。しばらくもこれなき時は死人におなじ。光陰何のためにか惜しむとならば、内に思慮なく、外に世事なくして、止まむ人は止み、修せむ人は修せよとなり。
짧은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없다. 이는 잘 알아서인가, 어리석어서인가.
어리석어 게으른 사람을 위해 말하자면, 한 푼이 가볍다 해도 이를 쌓으면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든다. 그러기에 장사꾼이 한 푼을 아끼는 마음이 절실하다.
찰나는 느껴지지 않지만 이것이 옮겨 가기를 그치지 않으면 목숨이 끝나는 때가 홀연히 이른다.
그러므로 도를 닦는 사람은 멀리 세월을 아까워할 것이 아니라, 다만 지금의 한 생각이 헛되이 지나는 것을 아까워해야 한다.
만일 사람이 와서 내 목숨이 내일 반드시 끊긴다고 알려 준다면, 오늘 저물기까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꾸리겠는가. 우리가 살아 있는 오늘 하루가 어찌 그때와 다르겠는가.
하루 가운데 먹고 마시고 뒤보고 자고 말하고 걷는 일로 어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잃는다. 그 나머지 얼마 되지 않는 겨를에 쓸데없는 일을 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여 때를 보낼 뿐 아니라, 날을 없애고 달을 넘겨 한평생을 보내니 가장 어리석다.
사영운은 법화경의 필수(筆受)였으나 마음이 늘 풍운의 생각을 그렸으므로, 혜원이 백련의 사귐을 허락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이 마음이 없을 때는 죽은 사람과 같다. 세월을 무엇 때문에 아끼는가 하면, 안으로 헤아림이 없고 밖으로 세상일이 없어, 그칠 사람은 그치고 닦을 사람은 닦으라는 것이다.
9나무 잘 타는 사내의 경계
高名の木のぼりといひし男、人を掟てて、高き木にのぼせて梢をきらせしに、いと危く見えしほどはいふこともなくて、おるゝ時に、軒だけばかりになりて、「あやまちすな。心しておりよ。」と言葉をかけ侍りしを、「かばかりになりては、飛び降るゝ〈ママ〉ともおりなむ。如何にかくいふぞ。」と申し侍りしかば、「その事に候。目くるめき枝危きほどは、おのれがおそれ侍れば申さず。あやまちは安き所になりて、必ず仕ることに候。」といふ。あやしき下臈なれども、聖人のいましめにかなへり。鞠もかたき所を蹴出して後、やすくおもへば、必ずおつと侍るやらむ。
이름난 나무타기라 하던 사내가 사람을 시켜 높은 나무에 올려 우듬지를 자르게 하였다. 몹시 위태로워 보일 동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내려올 때 처마 높이쯤 되자 "실수하지 마라. 조심해서 내려오너라" 하고 말을 건넸다.
"이만큼 되면 뛰어내려도 내려올 텐데 어찌 그리 말하시오" 하고 여쭈니, "그 일입니다. 눈이 아찔하고 가지가 위태로울 동안에는 제가 두려워하니 말하지 않습니다. 실수는 편한 데 와서 반드시 하는 법입니다" 한다.
하찮은 아랫사람이지만 성인의 경계에 들어맞는다.
공차기도 어려운 데를 차 내고 나서 쉽다고 여기면 반드시 떨어진다고 하던가.
10쌍륙 잘 두는 사람의 법
雙六の上手といひし人に、その術を問ひ侍りしかば、「勝たむとうつべからず、負けじとうつべきなり。いづれの手か疾く負けぬべきと案じて、その手をつかはずして、一目なりとも遲く負くべき手につくべし。」といふ。道を知れるをしへ、身を修め國を保たむ道もまたしかなり。
쌍륙의 명수라 하던 사람에게 그 법을 물었더니 "이기려고 두지 말고 지지 않으려고 두어야 한다. 어느 수가 빨리 지게 되는가를 헤아려 그 수를 쓰지 말고, 한 눈이라도 늦게 지는 수를 두어야 한다" 한다.
길을 아는 가르침이니, 몸을 닦고 나라를 지키는 길 또한 그러하다.
11바둑과 쌍륙으로 날을 지새우는 일
「圍棊雙六このみてあかし暮す人は、四重五逆にもまされる惡事とぞ思ふ。」とある聖の申ししこと、耳にとゞまりて、いみじくおぼえ侍る。
"바둑과 쌍륙을 즐기며 날을 지새우는 사람은 사중죄(四重罪)와 오역죄(五逆罪)보다도 더한 악행이라 여긴다" 하고 어떤 성인이 말한 것이 귀에 남아 훌륭하게 여겨진다.
12모든 인연을 놓아 버릴 때
明日は遠國へ赴くべしと聞かむ人に、心しづかになすべからむわざをば、人いひかけてむや。俄の大事をも營み、切に歎くこともある人は、他の事を聞き入れず、人のうれへよろこびをも問はず。問はずとてなどやと恨むる人もなし。されば年もやう〳〵たけ、病にもまつはれ、況んや世をも遁れたらむ人、亦これに同じかるべし。人間の儀式、いづれの事か去り難からぬ。世俗の默し難きに從ひて、これを必ずとせば、願ひも多く、身も苦しく、心の暇もなく、一生は雜事の小節にさへられて、空しく暮れなむ。日暮れ道遠し、吾が生既に蹉跎たり、諸縁を放下すべき時なり。信をも守らじ、禮儀をも思はじ。この心を持たざらむ人は、もの狂ひともいへ、現なし、情なしとも思へ、譏るとも苦しまじ、譽むとも聞きいれじ。
내일은 먼 지방으로 떠난다는 사람에게 마음 느긋해야 할 일을 남이 청하겠는가.
갑작스러운 큰일을 치르거나 몹시 슬픈 일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일을 귀에 담지 않고, 남의 근심과 기쁨도 묻지 않는다. 묻지 않는다 하여 어찌 그러냐고 원망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나이도 차차 들고 병에도 얽매이며, 하물며 세상을 등진 사람 또한 이와 같아야 한다.
사람 사이의 의식 가운데 어느 것인들 떨쳐 내기 쉽겠는가. 세속의 잠자코 있기 어려운 일을 따라 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면, 바라는 것도 많아지고 몸도 괴로우며 마음의 겨를도 없어, 한평생이 자질구레한 일에 가로막혀 헛되이 저물고 만다.
날은 저물고 길은 멀다. 내 삶은 이미 어긋났다. 모든 인연을 놓아 버려야 할 때다. 신의도 지키지 않겠고 예의도 생각하지 않겠다.
이 마음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미쳤다 하여도 좋고, 얼빠졌다 정 없다 여겨도 좋다. 헐뜯어도 괴로워하지 않고 기려도 귀담아듣지 않겠다.
13마흔 넘은 사람이 색을 입에 올리는 일
四十にも餘りぬる人の、色めきたる方、自ら忍びてあらむは如何はせむ、言にうち出でて、男女のこと、人の上をもいひ戲るゝこそ、似げなく見ぐるしけれ。大かた聞きにくく見ぐるしき事、老人の若き人にまじはりて興あらむと物いひ居たる、數ならぬ身にて、世のおぼえある人を隔てなきさまにいひたる、貧しきところに酒宴このみ、客人に饗應せむときらめきたる。
마흔을 넘긴 사람이 색을 밝히는 쪽을 저 홀로 숨어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말로 내어 남녀의 일이며 남의 일을 두고 희롱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고 보기 흉하다.
대체로 듣기 거북하고 보기 흉한 일이란, 늙은이가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흥겨워 보이려고 말을 늘어놓는 것, 수에 들지도 못하는 몸으로 세상의 이름 있는 사람을 스스럼없는 사이인 양 말하는 것, 가난한 살림에 술자리를 즐기고 손님을 대접하겠다며 요란 떠는 것이다.
14소몰이 사이오마루를 나무란 일
今出川のおほい殿、嵯峨へおはしけるに、有栖川のわたりに、水の流れたる所にて、齋王丸御牛を追ひたりければ、足掻の水前板までさゝとかゝりけるを、爲則御車の後に候ひけるが、「希有の童かな。斯る所にて御牛をば追ふものか。」といひたりければ、おほい殿、御氣色あしくなりて、「おのれ車やらむこと、齋王丸に勝りてえ知らじ。希有の男なり。」とて御車に頭をうちあてられにけり。この高名の齋王丸は、太秦殿の男、料の御牛飼ぞかし。この太秦殿に侍りける女房の名ども、一人は膝幸、一人は㹀槌、一人は胞腹、一人は乙牛とつけられけり。
이마데가와의 대신께서 사가로 가시는데, 아리스가와 언저리 물 흐르는 곳에서 사이오마루가 소를 몰았더니, 발질에 튄 물이 앞 널까지 좍 끼얹혔다.
다메노리가 수레 뒤에 있다가 "별난 아이로군. 이런 데서 소를 모는 법이 있느냐" 하였더니, 대신께서 언짢은 기색이 되시어 "네가 수레 모는 일을 사이오마루보다 더 알 리 없다. 별난 놈이다" 하시고 수레에 머리를 부딪게 하셨다.
이 이름난 사이오마루는 우즈마사도노의 하인으로 어용 소몰이다.
이 우즈마사도노에 있던 여방들의 이름은, 하나는 히자사치, 하나는 고테쓰치, 하나는 에바라, 하나는 오토우시라 붙여져 있었다.
15보로보로 둘이 서로 찔러 죽다
宿河原といふ所にて、ぼろ〳〵おほく集りて、九品の念佛を申しけるに、外より入りくるぼろ〳〵の、「もしこの中に、いろをし坊と申すぼろやおはします。」と尋ねければ、その中より、「いろをしこゝに候。かく宣ふは誰ぞ。」と答ふれば、「しら梵字と申す者なり。おのれが師なにがしと申す人、東國にて、いろをしと申すぼろに殺されけりと承りしかば、その人に逢ひ奉りて、うらみ申さばやとおもひて、尋ね申すなり。」といふ。いろをし、「ゆゝしくも尋ねおはしたり。さる事はべりき。こゝにて對面したてまつらば、道場をけがし侍るべし。前の河原へまゐりあはむ。あなかしこ。わきざしたち、いづ方をも見つぎ給ふな。數多のわづらひにならば、佛事のさまたげに侍るべし。」といひ定めて、二人河原に出であひて、心ゆくばかりに貫きあひて、共に死にけり。ぼろ〳〵といふものは、昔はなかりけるにや。近き世に、梵論字、梵字、漢字などいひける者、そのはじめなりけるとかや。世を捨てたるに似て、我執ふかく、佛道を願ふに似て、鬭諍を事とす。放逸無慚のありさまなれども、死を輕くして少しもなづまざる方のいさぎよく覺えて、人の語りしまゝに書きつけ侍るなり。
슈쿠가와라라는 곳에서 보로보로가 많이 모여 구품의 염불을 외고 있는데, 밖에서 들어온 보로보로가 "혹 이 가운데 이로오시보라 하는 보로가 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 가운데서 "이로오시는 여기 있소. 그리 말씀하시는 이는 뉘시오" 하고 답하니, "시라본지라 하는 자요. 내 스승 아무개라 하는 분이 동국에서 이로오시라는 보로에게 죽임을 당했다 들었기에, 그분을 만나 뵙고 원망을 아뢰고자 찾는 것이오" 한다.
이로오시가 "장하게도 찾아오셨소. 그런 일이 있었소. 여기서 마주하면 도량을 더럽히게 되오. 앞 강가로 나가 만납시다. 부디, 곁의 분들은 어느 쪽도 편들지 마시오. 여럿의 시끄러움이 되면 불사에 방해가 되오" 하고 정하였다.
둘이 강가로 나가 마주하여 마음껏 서로 꿰찔러 함께 죽었다.
보로보로라는 것은 옛날에는 없었던 것일까. 가까운 세상에 본론지(梵論字), 본지(梵字), 한지(漢字) 따위라 하던 자들이 그 시초였다던가.
세상을 버린 듯하면서 아집이 깊고, 불도를 바라는 듯하면서 싸움을 일삼는다. 방자하고 부끄러움 없는 모습이지만, 죽음을 가볍게 여겨 조금도 매달리지 않는 데가 시원스레 여겨져, 남이 이야기한 대로 적어 둔다.
16이름은 있는 그대로 편하게 붙여라
寺院の號、さらぬ萬の物にも名をつくること、昔の人は少しも求めず、唯ありの侭に安くつけけるなり。この頃は、深く案じ、才覺を顯はさむとしたる樣に聞ゆる、いとむつかし。人の名も、目馴れぬ文字をつかむとする、益なき事なり。何事もめづらしき事をもとめ、異説を好むは、淺才の人の必ずあることなりとぞ。
절 이름이며 그 밖의 온갖 것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옛사람은 조금도 애써 구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편하게 붙였다.
요즈음은 깊이 궁리하여 재주를 드러내려 한 듯이 들리니 몹시 거북하다.
사람의 이름도 눈에 익지 않은 글자를 쓰려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것을 구하고 다른 설을 좋아하는 것은 재주 얕은 사람이 반드시 하는 일이라고 한다.
17벗으로 나쁜 일곱, 좋은 셋
友とするに惡きもの七つあり。一には高くやんごとなき人、二には若き人、三には病なく身つよき人、四には酒をこのむ人、五には武く勇める人、六にはそらごとする人、七には慾ふかき人。善き友三つあり。一にはものくるゝ友、二には醫師、三には智惠ある友。
벗으로 삼기에 나쁜 것이 일곱 있다. 첫째는 높고 귀한 사람, 둘째는 젊은 사람, 셋째는 병 없고 몸이 튼튼한 사람, 넷째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 다섯째는 사납고 용맹한 사람, 여섯째는 거짓말하는 사람, 일곱째는 욕심 깊은 사람이다.
좋은 벗이 셋 있다. 첫째는 물건을 주는 벗, 둘째는 의원, 셋째는 지혜 있는 벗이다.
18잉어와 꿩 — 귀한 생선과 새
鯉のあつもの食ひたる日は、鬢そゝけずとなむ。膠にもつくるものなれば、粘りたる物にこそ。鯉ばかりこそ、御前にても切らるゝものなれば、やんごとなき魚なれ。鳥には雉さうなきものなり。雉松茸などは、御湯殿の上にかゝりたるも苦しからず。その外は心憂きことなり。中宮の御方の御湯殿の上のくろみ棚に、鴈の見えつるを、北山入道殿の御覽じて、歸らせたまひて、やがて御文にて、「かやうのもの、さながらその姿にて、御棚にゐて候ひしこと、見ならはず。さま惡しきことなり。はか〴〵しき人のさぶらはぬ故にこそ。」など申されたりけり。
잉어국을 먹은 날은 귀밑머리가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교로도 만드는 것이니 끈적한 것이리라.
잉어만은 어전에서도 칼질하는 것이니 존귀한 물고기다. 새로는 꿩이 견줄 것 없는 것이다. 꿩과 송이 따위는 어탕전(御湯殿) 위에 걸려 있어도 거리낄 것이 없다. 그 밖의 것은 딱한 일이다.
중궁 처소의 어탕전 위 검은 선반에 기러기가 보이는 것을 기타야마 입도전께서 보시고, 돌아가셔서 곧 글월로 "이런 것을 그 모습 그대로 선반에 두었던 일은 보아 온 바가 아닙니다. 꼴사나운 일입니다. 똑똑한 사람이 모시지 않는 탓이겠지요" 하고 아뢰셨다.
19가마쿠라의 가다랑어
鎌倉の海にかつをといふ魚は、かの境には雙なきものにて、この頃もてなすものなり。それも鎌倉の年寄の申し侍りしは、「この魚おのれ等若かりし世までは、はか〴〵しき人の前へ出づること侍らざりき。頭は下部も食はず、切り捨て侍りしものなり。」と申しき。かやうの物も、世の末になれば、上ざままでも入りたつわざにこそ侍れ。
가마쿠라 바다에 가다랑어라는 물고기는 그 고장에서는 견줄 것 없는 것으로, 요즘 대접받는 것이다.
그것도 가마쿠라의 노인이 말하기를 "이 물고기는 우리가 젊었을 때까지는 똑똑한 사람 앞에 나가는 일이 없었습니다. 머리는 아랫사람도 먹지 않고 잘라 버리던 것입니다" 하였다.
이런 것도 세상이 말세가 되면 위쪽까지 끼어드는 일이 되는 것이다.
20당나라 물건은 약 말고는 없어도 된다
唐の物は、藥の外はなくとも事かくまじ。書どもは、この國に多くひろまりぬれば、書きも寫してむ。もろこし船の、たやすからぬ道に、無用のものどものみ取り積みて、所狹く渡しもて來る、いと愚かなり。遠きものを寶とせずとも、また得がたき寶をたふとまずとも、書にも侍るとかや。
당나라 물건은 약 말고는 없어도 아쉬울 것이 없다. 책들은 이 나라에 많이 퍼졌으니 베껴 쓰면 된다.
당나라 배가 쉽지 않은 뱃길에 쓸데없는 것들만 잔뜩 실어 자리 좁게 건너오는 것은 몹시 어리석다.
"먼 데 것을 보배로 여기지 말라" 하고 또 "얻기 어려운 보배를 귀히 여기지 말라" 하는 말이 글에도 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