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40단
1기를 것은 말과 소 — 새와 짐승을 가두지 마라
養ひ飼ふものには馬、牛。繋ぎ苦しむるこそ痛ましけれど、なくて叶はぬ物なれば、如何はせむ。犬は守り防ぐつとめ、人にも優りたれば、必ずあるべし。されど家毎にあるものなれば、ことさらに求め飼はずともありなむ。その外の鳥獸、すべて用なきものなり。走る獸は檻にこめ、鎖をさされ、飛ぶ鳥は翼を切り、籠に入れられて、雲を戀ひ野山を思ふ愁へやむ時なし。その思ひ我が身にあたりて忍び難くば、心あらむ人これを樂しまむや。生を苦しめて目を喜ばしむるは、桀紂が心なり。王子猷が鳥を愛せし、林に樂しぶを見て逍遥の友としき。捕へ苦しめたるにあらず。凡そ珍しき鳥、怪しき獸、國に養はずとこそ文にも侍るなれ。
길러 기를 것은 말과 소다. 매어 두어 괴롭히는 것이 딱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니 어쩌겠는가.
개는 지키고 막는 일이 사람보다 나으니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집집마다 있는 것이니 굳이 구해 기르지 않아도 된다.
그 밖의 새와 짐승은 모두 쓸데없는 것이다. 달리는 짐승은 우리에 갇혀 사슬이 채워지고, 나는 새는 날개가 잘려 새장에 넣어져, 구름을 그리워하고 들과 산을 생각하는 시름이 그칠 때가 없다. 그 심정이 내 몸에 닥쳐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면, 마음 있는 사람이 이를 즐기겠는가.
살아 있는 것을 괴롭혀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걸(桀)과 주(紂)의 마음이다. 왕자유가 새를 사랑한 것은, 숲에서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거니는 벗으로 삼은 것이다. 잡아 괴롭힌 것이 아니다.
무릇 진기한 새와 괴이한 짐승을 나라에서 기르지 않는다고 글에도 있다고 한다.
2사람의 재능 — 문·무·의, 그리고 음식
人の才能は、文明らかにして、聖の教へを知れるを第一とす。次には手かく事、旨とする事はなくとも、これを習ふべし。學問に便りあらむ爲なり。次に醫術を習ふべし。身を養ひ人を助け、忠孝のつとめも、醫にあらずばあるべからず。次に弓射、馬に乘る事、六藝に出せり。必ずこれを窺ふべし。文武醫の道、まことに缺けてはあるべからず。これを學ばむをば、いたづらなる人といふべからず。次に、食は人の天なり。よく味ひをとゝのへ知れる人、大きなる徳とすべし。次に細工、よろづの要多し。この外の事ども、多能は君子のはづるところなり。詩歌にたくみに、絲竹に妙なるは、幽玄の道、君臣これを重くすとはいへども、今の世には、これをもちて世を治むること、漸く愚かなるに似たり。金はすぐれたれども、鐵の益多きに如かざるがごとし。
사람의 재능은 글에 밝아 성인의 가르침을 아는 것을 으뜸으로 삼는다.
다음으로 글씨 쓰는 일은, 주로 삼지 않더라도 익혀 두어야 한다. 학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술을 익혀야 한다. 몸을 기르고 남을 돕는 일이며, 충효의 힘씀도 의술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다음으로 활 쏘기와 말 타기는 육예에 들어 있다. 반드시 이를 살펴야 한다. 글과 무예와 의술의 길은 참으로 빠져서는 안 된다. 이를 배우는 이를 헛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음식은 사람의 하늘이다. 맛을 잘 고르고 아는 사람은 큰 덕으로 삼아야 한다.
다음으로 세공은 온갖 쓰임이 많다.
이 밖의 일들은, 재주가 많은 것은 군자가 부끄러워하는 바다. 시가에 능하고 관현에 묘한 것은 그윽한 길이라 임금과 신하가 무겁게 여긴다고 하지만, 지금 세상에는 이것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일이 점점 어리석은 데 가까워졌다. 금이 뛰어나기는 하나 쇠의 쓸모가 많은 데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3먹을 것, 입을 것, 살 곳
無益の事をなして時を移すを、愚かなる人とも、僻事する人ともいふべし。國の爲君の爲に、止む事を得ずしてなすべき事多し。その餘りの暇、いくばくならず思ふべし。人の身に止む事を得ずして營む所、第一に食ひ物、第二に著る物、第三に居る所なり。人間の大事、この三つには過ぎず。飢ゑず、寒からず、風雨に冒されずして、しづかに過すを樂しみとす。但し人皆病あり。病に冒されぬれば、その愁へ忍び難し。醫療を忘るべからず。藥を加へて、四つの事、求め得ざるを貧しとす。この四つ缺けざるを富めりとす。この四つの外を求め營むを驕とす。四つの事儉約ならば、誰の人か足らずとせむ。
쓸데없는 일을 하며 때를 보내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도, 그릇된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임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나머지 겨를이 얼마 되지 않음을 생각해야 한다.
사람의 몸에 어쩔 수 없이 마련해야 할 것은, 첫째가 먹을 것, 둘째가 입을 것, 셋째가 살 곳이다. 사람 사이의 큰일은 이 셋에 지나지 않는다.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고 비바람을 맞지 않으며 고요히 지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다만 사람은 다 병이 있다. 병에 걸리면 그 시름을 견디기 어렵다. 의료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약을 더하여 이 네 가지를 구해 얻지 못하는 것을 가난하다 한다. 이 넷이 모자라지 않는 것을 부유하다 한다. 이 넷 밖의 것을 구하고 꾸리는 것을 사치라 한다.
네 가지 일을 검소하게 한다면 어느 누가 모자란다 하겠는가.
4제호 법사 — 그저 염불하며 지내다
是法法師は、淨土宗に恥ぢずと雖も、學匠をたてず、たゞ明暮念佛して、やすらかに世を過すありさま、いとあらまほし。
제호(是法) 법사는 정토종에 부끄럽지 않았으나 학장(學匠)을 내세우지 않고, 그저 밤낮으로 염불하며 편안히 세상을 지내는 모습이 몹시 바람직하다.
5당나라 개를 닮은 도사
人に後れて、四十九日の佛事に、ある聖を請じ侍りしに、説法いみじくして皆人涙を流しけり。導師かへりて後、聽聞の人ども、「いつよりも殊に今日は尊くおぼえ侍りつる。」と感じあへりし返り事に、ある者の曰く、「何とも候へ、あれほど唐の狗に似候ひなむ上は。」といひたりしに、あはれもさめてをかしかりけり。さる導師のほめやうやはあるべき。また人に酒勸むるとて、「おのれまづたべて人に強ひ奉らむとするは、劒にて人を斬らむとするに似たる事なり。二方は刃つきたるものなれば、もたぐる時、まづ我が頚を斬るゆゑに、人をばえ斬らぬなり。おのれまづ醉ひて臥しなば、人はよも召さじ。」と申しき。劒にて斬り試みたりけるにや。いとをかしかりき。
가까운 이를 여의고 마흔아흐렛날 불사에 어떤 성인을 청하였는데, 설법이 훌륭하여 모두들 눈물을 흘렸다.
도사가 돌아간 뒤 들었던 사람들이 "언제보다도 오늘은 유난히 거룩하게 여겨졌습니다" 하고 서로 감동하는데, 어떤 자가 대답하기를 "무어라 하시든, 그토록 당나라 개를 닮으셨으니 말입니다" 하였다. 애틋함도 가시고 우스웠다.
그런 도사 칭찬법이 어디 있겠는가.
또 남에게 술을 권한다며 "제가 먼저 마시고 남에게 억지로 권하려는 것은, 칼로 사람을 베려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양쪽에 날이 선 것이니 쳐들 때 먼저 제 목을 베는 까닭에 남을 베지 못하는 것입니다. 제가 먼저 취해 쓰러지면 남은 설마 드시지 않겠지요" 하였다. 칼로 베어 보기라도 했던 것일까. 몹시 우스웠다.
6노름에서 지는 판이 끝날 때
「博奕の負け極まりて、殘りなくうち入れむとせむに、逢ひては打つべからず。立ち歸りつゞけて勝つべき時の至れると知るべし。その時を知るを、よき博奕といふなり。」と、あるもの申しき。
"노름에서 지는 판이 다하여 남김없이 걸려 할 때는, 맞서 두어서는 안 된다. 돌이켜 잇달아 이길 때가 이르렀음을 알아야 한다. 그때를 아는 것을 잘하는 노름꾼이라 한다" 하고 어떤 자가 말하였다.
7고쳐서 이로울 것 없으면 고치지 마라
改めて益なきことは、改めぬをよしとするなり。
고쳐서 이로울 것이 없는 일은, 고치지 않는 것을 좋다고 하는 법이다.
8마사후사 대납언과 개의 다리
雅房大納言は、才賢く善き人にて、大將にもなさばやと思しける頃、院の近習なる人、「只今淺ましき事を見侍りつ。」と申されければ、「何事ぞ。」と問はせ給ひけるに、「雅房卿鷹に飼はむとて、生きたる犬の足を切り侍りつるを、中垣の穴より見侍りつ。」と申されけるに、うとましく、にくくおぼしめして、日ごろの御氣色もたがひ、昇進もしたまはざりけり。さばかりの人、鷹を持たれたりけるは思はずなれど、犬の足はあとなき事なり。虚言は不便なれども、かゝる事を聞かせ給ひて、にくませ給ひける君の御心は、いと尊きことなり。大かた生けるものを殺し、痛め、鬭はしめて遊び樂しまむ人は、畜生殘害の類なり。萬の鳥獸、小さき蟲までも、心をとめてありさまを見るに、子をおもひ親をなつかしくし、夫婦を伴ひ、妬み、怒り、慾おほく、身を愛し、命を惜しめる事、偏に愚癡なるゆゑに、人よりも勝りて甚だし。かれに苦しみを與へ、命を奪はむ事、いかでか痛ましからざらむ。すべて一切の有情を見て慈悲の心なからむは、人倫にあらず。
마사후사 대납언은 재주가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라 대장으로도 삼으시려 하시던 무렵, 상황을 가까이 모시는 사람이 "지금 어처구니없는 일을 보았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무슨 일이냐" 하고 물으시니 "마사후사 경이 매에게 먹이려고 살아 있는 개의 다리를 자르는 것을 담장 구멍으로 보았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언짢고 밉게 여기시어 평소의 기색도 달라지고 승진도 하지 못하셨다.
그만한 사람이 매를 지니셨다는 것도 뜻밖이지만, 개의 다리는 근거 없는 일이다. 거짓말은 딱하나, 이런 일을 들으시고 미워하신 임금의 마음은 몹시 거룩한 일이다.
대체로 살아 있는 것을 죽이고 아프게 하고 싸우게 하여 놀고 즐기는 사람은 축생을 해치는 무리다.
온갖 새와 짐승, 작은 벌레까지도 마음을 두고 그 모습을 보면, 자식을 생각하고 어버이를 그리워하며 부부가 짝을 짓고 시샘하고 성내며 욕심이 많고 제 몸을 아끼고 목숨을 아까워하는 것이, 오로지 어리석은 까닭에 사람보다도 더 심하다.
그것들에게 괴로움을 주고 목숨을 빼앗는 일이 어찌 딱하지 않겠는가.
무릇 모든 정 있는 것을 보고 자비의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9안회 — 남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뜻
顔囘は、志人に勞を施さじとなり。すべて人を苦しめ、物を虐ぐる事、賎しき民の志をも奪ふべからず。又幼き子を賺し嚇し、言ひ辱しめて興ずることあり。大人しき人は、まことならねば事にもあらず思へど、幼き心には、身にしみて恐ろしく、恥しく、あさましき思ひ、誠に切なるべし。これを惱して興ずる事、慈悲の心にあらず。大人しき人の、喜び怒り哀れび樂しぶも、皆虚妄なれども、誰か實有の相に著せざる。身を破るよりも、心を痛ましむるは、人を害ふ事なほ甚だし。病を受くる事も、多くは心より受く。外より來る病は少なし。藥を飮みて汗を求むるには、驗なき事あれども、一旦恥ぢ恐るゝことあれば、かならず汗を流すは、心のしわざなりといふことを知るべし。凌雲の額を書きて、白頭の人となりし例なきにあらず。
안회는 남에게 수고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무릇 사람을 괴롭히고 사물을 학대하는 일이란, 천한 백성의 뜻이라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또 어린아이를 속이고 겁주며 말로 욕보이고 재미있어하는 일이 있다. 어른은 참이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어린 마음에는 몸에 사무치게 무섭고 부끄럽고 어이없는 심정이 참으로 절실할 것이다. 이를 괴롭히며 재미있어하는 것은 자비의 마음이 아니다.
어른이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도 다 헛것이지만, 누군들 실제로 있는 모습에 매이지 않겠는가.
몸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사람을 해치는 일로는 오히려 더 심하다.
병을 얻는 것도 흔히 마음에서 얻는다. 밖에서 오는 병은 적다. 약을 마셔 땀을 구하는 데는 효험 없는 일이 있어도, 한번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땀을 흘리니, 마음의 짓임을 알아야 한다.
능운각(凌雲閣)의 현판을 쓰고 흰머리가 된 예가 없지 않다.
10다투지 말고 나를 뒤로 하라
物に爭はず、己を枉げて人に從ひ、我が身を後にして、人を先にするには如かず。萬のあそびにも、勝負を好む人は、勝ちて興あらむ爲なり。己が藝の勝りたる事をよろこぶ。されば負けて興なく覺ゆべきこと、また知られたり。我負けて人を歡ばしめむと思はば、さらに遊びの興なかるべし。人に本意なく思はせて、わが心を慰めむこと、徳に背けり。むつましき中に戲るゝも、人をはかり欺きて、おのれが智の勝りたることを興とす。これまた禮にあらず。さればはじめ興宴より起りて、長き恨みを結ぶ類おほし。これ皆あらそひを好む失なり。人に勝らむことを思はば、たゞ學問して、その智を人に勝らむと思ふべし。道を學ぶとならば、善に誇らず、ともがらに爭ふべからずといふ事を知るべきゆゑなり。大きなる職をも辭し、利をも捨つるは、たゞ學問の力なり。
무엇을 두고 다투지 말고, 나를 굽혀 남을 따르며, 내 몸을 뒤로 하고 남을 앞세우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온갖 놀이에서도 승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겨서 흥겨우려는 것이다. 제 재주가 나은 것을 기뻐한다. 그러니 지면 흥이 없이 여겨질 것 또한 알 만하다. 내가 져서 남을 기쁘게 하리라 여긴다면 놀이의 흥이 아주 없어질 것이다.
남에게 언짢게 여기게 하여 제 마음을 달래려는 것은 덕에 어긋난다.
가까운 사이에 희롱하는 것도 남을 재고 속여 제 지혜가 나은 것을 흥으로 삼는다. 이 또한 예가 아니다. 그러기에 처음에는 흥겨운 자리에서 시작되어 긴 원한을 맺는 일이 많다. 이는 모두 다툼을 좋아하는 허물이다.
남보다 나으려 한다면 다만 학문을 하여 그 지혜가 남보다 낫기를 바라야 한다. 도를 배운다 하면, 선을 뽐내지 않고 무리와 다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큰 벼슬을 사양하고 이익을 버리는 것도 오직 학문의 힘이다.
11제 분수를 아는 것이 지혜다
貧しきものは財をもて禮とし、老いたるものは力をもて禮とす。おのが分を知りて、及ばざる時は速かにやむを智といふべし。許さざらむは人のあやまりなり。分を知らずして強ひて勵むは、おのれがあやまりなり。貧しくして分を知らざれば盜み、力衰へて分を知らざれば病をうく。
가난한 자는 재물로 예를 삼고, 늙은 자는 힘으로 예를 삼는다.
제 분수를 알아 미치지 못할 때 곧 그만두는 것을 지혜라 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남의 잘못이다. 분수를 모르고 억지로 힘쓰는 것은 제 잘못이다.
가난하면서 분수를 모르면 훔치고, 힘이 쇠했는데 분수를 모르면 병을 얻는다.
12도바의 쓰쿠리미치
鳥羽の作り道は、鳥羽殿建てられて後の號にはあらず、昔よりの名なり。元良親王、元日の奏賀の聲はなはだ殊勝にして、大極殿より鳥羽の作り道まできこえけるよし、李部王の記に侍るとかや。
도바의 쓰쿠리미치는 도바도노를 세우신 뒤의 이름이 아니라 옛날부터의 이름이다.
모토요시 친왕이 설날 하례를 아뢰는 소리가 몹시 뛰어나 대극전에서 도바의 쓰쿠리미치까지 들렸다고 『이부왕기(李部王記)』에 있다던가.
13침전의 베개 방향
夜の御殿は東御枕なり。大かた東を枕として陽氣を受くべき故に、孔子も東首し給へり。寢殿のしつらひ、或は南枕、常のことなり。白河院は北首に御寢なりけり。「北は忌むことなり。又伊勢は南なり。太神宮の御方を御跡にせさせ給ふ事いかゞ。」と人申しけり。たゞし太神宮の遥拜は辰巳に向はせたまふ、南にはあらず。
밤의 어전은 동쪽으로 베개를 둔다. 대체로 동쪽을 베개로 하여 양기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공자도 동쪽으로 머리를 두셨다. 침전의 꾸밈은 혹 남쪽 베개도 흔한 일이다.
시라카와인은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주무셨다. "북쪽은 꺼리는 일이다. 또 이세는 남쪽이다. 태신궁 쪽을 뒤로 하시는 것은 어떠한가" 하고 사람들이 말하였다.
다만 태신궁을 멀리서 뵙는 것은 동남쪽을 향하시니 남쪽은 아니다.
14거울을 두려워한 율사 — 나를 아는 일
高倉院の法華堂の三昧僧何某の律師とかやいふ者、ある時鏡を取りて顔をつくづくと見て、我が貌の醜くあさましき事を、餘りに心憂く覺えて、鏡さへうとましき心地しければ、その後長く鏡を恐れて、手にだに取らず、更に人に交はる事なし。御堂の勤め許りにあひて、籠り居たりと聞き傳へしこそ、あり難く覺えしか。かしこげなる人も人の上をのみ計りて、己をば知らざるなり。我を知らずして外を知るといふ理あるべからず。されば、己を知るを、物知れる人といふべし。貌醜けれども知らず、心の愚かなるをも知らず、藝の拙きをも知らず、身の數ならぬをも知らず、年の老いぬるをも知らず、病の冒すをも知らず、死の近き事をも知らず、行ふ道の至らざるをも知らず、身の上の非をも知らねば、まして外の譏りを知らず。たゞし貌は鏡に見ゆ、年は數へて知る。我が身の事知らぬにはあらねど、すべき方のなければ、知らぬに似たりとぞいはまし。貌を改め齡を若くせよとにはあらず。拙きを知らば、何ぞやがて退かざる。老いぬと知らば、何ぞ閑に身をやすくせざる。行ひ愚かなりと知らば、何ぞこれを思ふ事これにあらざる。すべて人に愛樂せられずして衆に交はるは恥なり。貌みにくく心おくれにして出で仕へ、無智にして大才に交はり、不堪の藝をもちて堪能の座に連なり、雪の頭を戴きて壯りなる人にならび、況んや及ばざることを望み、叶はぬことを憂へ、來らざる事を待ち、人に恐れ、人に媚ぶるは、人の與ふる恥にあらず、貪る心に引かれて、自ら身を恥しむるなり。貪ることのやまざるは、命を終ふる大事今こゝに來れりと、たしかに知らざればなり。
다카쿠라인의 법화당에 삼매승 아무개 율사라던가 하는 자가 있었다. 어느 때 거울을 들고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제 모습이 추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을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 거울조차 꺼려지는 심정이 되었다. 그 뒤로 오래도록 거울을 두려워하여 손에도 들지 않고 도무지 사람과 어울리지 않았다. 법당의 일에만 참여하고 틀어박혀 있었다고 전해 들으니 드문 일로 여겨졌다.
똑똑해 보이는 사람도 남의 일만 재고 저를 알지 못한다. 나를 모르면서 밖을 안다는 이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저를 아는 것을 사물을 아는 사람이라 해야 한다.
얼굴이 추해도 알지 못하고, 마음이 어리석은 것도 알지 못하며, 재주가 서투른 것도 알지 못하고, 몸이 수에 들지 못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 나이 든 것도 알지 못하고, 병이 든 것도 알지 못하고, 죽음이 가까운 것도 알지 못하고, 닦는 도가 이르지 못한 것도 알지 못하고, 제 몸의 그름도 알지 못하니, 하물며 밖의 헐뜯음을 알겠는가.
다만 얼굴은 거울에 보이고 나이는 헤아려 안다. 제 몸의 일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하리라.
얼굴을 고치고 나이를 젊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투름을 알거든 어찌 곧 물러나지 않는가. 늙었음을 알거든 어찌 한가히 몸을 편안히 하지 않는가. 닦음이 어리석음을 알거든 어찌 이것을 마음에 두지 않는가.
무릇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면서 무리에 섞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얼굴이 추하고 마음이 뒤떨어지면서 나가 섬기고, 무지하면서 큰 재주 있는 이들과 섞이고, 감당 못 할 재주로 능한 이들의 자리에 끼고, 눈처럼 흰머리를 이고 한창인 사람과 나란히 하며, 하물며 미치지 못할 것을 바라고 이루지 못할 일을 시름하고 오지 않을 일을 기다리며 남을 두려워하고 남에게 아첨하는 것은, 남이 주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탐하는 마음에 끌려 스스로 제 몸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다.
탐하기를 그치지 않는 것은, 목숨을 마치는 큰일이 지금 여기에 와 있음을 분명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15스케스에 대납언 입도의 내기
資季大納言入道とかや聞えける人、具氏宰相中將に逢ひて〈向かって〉、「わぬしの問はれむ程の事、何事なりとも答へ申さざらむや。」といはれければ、具氏、「いかゞ侍らむ。」と申されけるを、「さらば、あらがひ給へ。」といはれて、「はか〴〵しき事は、片端もまねび知り侍らねば、尋ね申すまでもなし。何となきそゞろごとの中に、覺束なき事をこそ問ひ奉らめ。」と申されけり。「まして、こゝもとの淺きことは、何事なりともあきらめ申さむ。」といはれければ、近習の人々、女房なども、「興あるあらがひなり。おなじくは御前にて爭はるべし。負けたらむ人は供御をまうけらるべし。」と定めて、御前にて召し合せられたりけるに、具氏、「幼くより聞きならひ侍れど、その心知らぬこと侍り。馬のきつりやうきつにのをか、なかくぼれいりぐれんどうと申すことは、いかなる心にかはべらむ。承らむ。」と申されけるに、大納言入道はたとつまりて、「これは、そゞろごとなれば、云ふにも足らず。」といはれけるを、「もとより、深き道は知り侍らず。そゞろ言を尋ね奉らむと、定め申しつ。」と申されければ、大納言入道負けになりて、所課いかめしくせられたりけるとぞ。
스케스에 대납언 입도라던가 하는 분이 도모우지 재상 중장을 만나 "그대가 묻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답하지 못하겠는가" 하고 말씀하셨다.
도모우지가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아뢰니, "그러면 내기를 하시게" 하셨다. 도모우지가 "제대로 된 일은 한 조각도 익혀 알지 못하니 여쭐 것도 없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잡말 가운데 알 수 없는 것을 여쭙겠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하물며 이만한 얕은 일이야 무엇이든 밝혀 드리지요" 하시니, 가까이 모시는 사람들과 여방들도 "흥겨운 내기다. 이왕이면 어전에서 겨루시라. 진 사람이 음식을 마련해야 한다" 하고 정하여 어전에서 맞붙게 하셨다.
도모우지가 "어려서부터 듣고 익혔습니다만 그 뜻을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우마노키쓰료키쓰니노오카, 나카쿠보레이리구렌도'라 하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듣고자 합니다" 하고 아뢰니, 대납언 입도가 딱 막혀 "이것은 잡말이니 말할 것도 못 된다" 하셨다.
"본디 깊은 도는 알지 못합니다. 잡말을 여쭙겠다고 정해 아뢰었습니다" 하고 아뢰니, 대납언 입도가 지게 되어 부과된 대접을 크게 하셨다고 한다.
16소금 염(鹽) 자는 어느 변인가
醫師あつしげ、故法皇の御前に候ひて、供御の參りけるに、「今參り侍る供御のいろ〳〵を、文字も功能も尋ね下されて、そらに申しはべらば、本草に御覽じあはせられ侍れかし。一つも申し誤り侍らじ。」と申しける時しも、六條故内府まゐり給ひて、「有房ついでに物習ひ侍らむ。」とて、「まづ、しほといふ文字は、いづれの偏にか侍らむ。」と問はれたりけるに、「土偏に候。」と申したりければ、「才のほど既に現はれにたり。今はさばかりにて候へ、ゆかしきところなし。」と申されけるに、とよみになりて、罷り出でにけり。
의사 아쓰시게가 돌아가신 법황 앞에 모시고 있는데 음식이 들어왔다. "지금 들어오는 음식의 이것저것을 글자도 효능도 물어 내려 주시면 외워 아뢰겠습니다. 『본초』에 맞추어 보십시오. 하나도 잘못 아뢰지 않겠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바로 그때 로쿠조 고내부께서 오시어 "아리후사도 곁들여 배워 보겠습니다" 하시고는 "우선 소금이라는 글자는 어느 변입니까" 하고 물으셨다.
"흙 토 변입니다" 하고 아뢰니, "재주의 정도가 이미 드러났습니다. 이제 그만하시지요. 더 알고 싶은 데가 없습니다" 하셨다. 웃음이 터지니 물러가 버렸다.
17꽃은 한창일 때만 보는 것이랴
花は盛りに、月は隈なきをのみ見るものかは。雨にむかひて月を戀ひ、たれこめて春のゆくへ知らぬも、なほあはれに情ふかし。咲きぬべきほどの梢、散りしをれたる庭などこそ見どころおほけれ。歌の詞書にも、「花見に罷りけるにはやく散り過ぎにければ。」とも、「さはることありて罷らで。」なども書けるは、「花を見て。」といへるに劣れる事かは。花の散り月の傾くを慕ふ習ひはさる事なれど、殊に頑なる人ぞ、「この枝かの枝散りにけり。今は見所なし。」などはいふめる。萬の事も始め終りこそをかしけれ。男女の情も、偏に逢ひ見るをばいふものかは。逢はでやみにし憂さをおもひ、あだなる契りをかこち、長き夜をひとり明し、遠き雲居を思ひやり、淺茅が宿に昔を忍ぶこそ、色好むとはいはめ。望月の隈なきを、千里の外まで眺めたるよりも、曉近くなりて待ちいでたるが、いと心ふかう、青みたる樣にて、深き山の杉の梢に見えたる木の間の影、うちしぐれたるむら雲がくれのほど、またなくあはれなり。椎柴白樫などの濡れたるやうなる葉の上にきらめきたるこそ、身にしみて、心あらむ友もがなと、都こひしう覺ゆれ。すべて月花をばさのみ目にて見るものかは。春は家を立ち去らでも、月の夜は閨のうちながらも思へるこそ、いと頼もしうをかしけれ。よき人は、偏にすける樣にも見えず、興ずる樣もなほざりなり。片田舎の人こそ、色濃くよろづはもて興ずれ。花のもとには、ねぢより立ちより、あからめもせずまもりて、酒飮み、連歌して、はては大きなる枝心なく折り取りぬ。泉には手足さしひたして、雪にはおりたちて跡つけなど、萬の物、よそながら見る事なし。さやうの人の祭見しさま、いとめづらかなりき。「見ごといとおそし。そのほどは棧敷不用なり。」とて、奧なる屋にて、酒飮みもの食ひ、圍棊雙六など遊びて、棧敷には人をおきたれば、「わたり候。」といふときに、おの〳〵肝つぶる〈る〉やうに爭ひ走りあがりて、落ちぬべきまで、簾張りいでて、押しあひつゝ、一事も見洩らさじとまもりて、とありかゝりと物事にいひて、渡り過ぎぬれば、「又渡らむまで。」といひて降りぬ。唯物をのみ見むとするなるべし。都の人のゆゝしげなるは、眠りていとも見ず。若く末々なるは、宮仕へに立ち居、人の後にさぶらふは、さまあしくも及びかゝらず、わりなく見むとする人もなし。何となく葵かけ渡してなまめかしきに、明けはなれぬほど、忍びて寄する車どものゆかしきを、其か彼かなどおもひよすれば、牛飼下部などの見知れるもあり。をかしくも、きら〳〵しくも、さま〴〵に行きかふ、見るもつれ〴〵ならず。暮るゝ程には、立て竝べつる車ども、所なく竝みゐつる人も、いづかたへか行きつらむ、程なく稀になりて、車どものらうがはしさも濟みぬれば、簾疊も取り拂ひ、目の前に寂しげになり行くこそ、世のためしも思ひ知られて哀れなれ。大路見たるこそ、祭見たるにてはあれ、かの棧敷の前をこゝら行きかふ人の、見知れるが數多あるにて知りぬ、世の人數もさのみは多からぬにこそ。この人皆失せなむ後、我が身死ぬべきに定まりたりとも、程なく待ちつけぬべし。大きなる器に水を入れて、細き孔をあけたらむに、滴る事少しと云ふとも、怠る間なく漏りゆかば、やがて盡きぬべし。都の中に多き人、死なざる日はあるべからず。一日に一人二人のみならむや。鳥部野、舟岡、さらぬ野山にも、送る數おほかる日はあれど、送らぬ日はなし。されば柩を鬻ぐもの、作りてうち置くほどなし。若きにもよらず、強きにもよらず、思ひかけぬは死期なり。今日まで遁れ來にけるは、ありがたき不思議なり。暫しも世をのどかに思ひなむや。まゝ子立といふものを、雙六の石にてつくりて、立て竝べたる程は、取られむ事いづれの石とも知らねども、數へ當ててひとつを取りぬれば、その外は遁れぬと見れど、また〳〵かぞふれば、かれこれ間拔き行くほどに、いづれも、遁れざるに似たり。兵の軍にいづるは、死に近きことを知りて、家をも忘れ身をも忘る。世をそむける草の庵には、しづかに水石をもてあそびて、これを他所に聞くと思へるは、いとはかなし。しづかなる山の奧、無常の敵きほひ來らざらむや。その死に臨めること、軍の陣に進めるにおなじ。
꽃은 한창일 때만, 달은 구름 한 점 없을 때만 보는 것이랴. 비를 마주하여 달을 그리워하고, 발을 드리운 채 봄이 가는 줄 모르는 것도 오히려 애틋하고 정이 깊다. 곧 피려는 우듬지, 져서 시든 뜰 따위야말로 볼 데가 많다.
노래의 사서(詞書)에도 "꽃놀이 가려 했더니 벌써 다 져 버렸기에"라거나 "일이 있어 가지 못하고" 따위로 쓴 것이, "꽃을 보고"라 한 것보다 못한 일이겠는가.
꽃이 지고 달이 기우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일이지만, 유난히 고루한 사람이 "이 가지도 저 가지도 져 버렸다. 이제는 볼 것이 없다" 따위로 말하는 듯하다.
온갖 일도 처음과 끝이야말로 재미있다. 남녀의 정도 오로지 만나 보는 것만을 말하겠는가. 만나지 못하고 끝난 안타까움을 생각하고, 덧없는 언약을 한탄하며, 긴 밤을 홀로 밝히고, 먼 하늘을 그리며, 띠 우거진 옛집에서 지난날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정을 안다 하겠다.
보름달의 티 없음을 천 리 밖까지 바라보는 것보다도, 새벽 가까이 되어 기다려 뜬 달이 몹시 깊은 정이 있어 푸르스름한 빛으로 깊은 산 삼나무 우듬지에 보이는 나뭇가지 사이의 그림자, 소나기 지나간 뒤 구름에 가려지는 무렵이 더없이 애틋하다. 메밀잣밤나무와 흰가시나무 따위의 젖은 듯한 잎 위에 반짝이는 것이야말로 몸에 사무쳐, 마음 아는 벗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도읍이 그리워진다.
무릇 달과 꽃을 그렇게 눈으로만 보는 것이랴. 봄에는 집을 나서지 않고도, 달밤에는 침소 안에 있으면서도 그리는 것이야말로 몹시 든든하고 재미있다.
좋은 사람은 한결같이 빠져든 듯 보이지도 않고, 흥겨워하는 모습도 대수롭지 않다. 외진 시골 사람이야말로 짙게 온갖 것을 즐긴다. 꽃 아래에 몸을 비틀며 다가서서 눈도 떼지 않고 지켜보며 술 마시고 연가를 짓다가, 끝내는 큰 가지를 함부로 꺾어 간다. 샘에는 손발을 담그고 눈에는 내려서서 자국을 내는 등, 온갖 것을 멀찍이서 보는 일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제사를 보는 모습이 몹시 별났다. "볼거리가 몹시 늦다. 그동안은 관람대가 쓸모없다" 하며 안쪽 방에서 술 마시고 밥 먹고 바둑 쌍륙 따위를 하며 놀고, 관람대에는 사람을 두었다가 "지나갑니다" 할 때 저마다 간이 떨어질 듯 다투어 달려 올라가, 떨어질 만큼 발을 밀어내고 밀치락달치락하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지켜보고 이러쿵저러쿵 무슨 일이든 말하다가, 지나가 버리면 "또 지나갈 때까지" 하며 내려간다. 그저 사물만 보려 하는 것이리라.
도읍 사람으로 점잖은 이는 졸며 그다지 보지 않는다. 젊고 아랫사람들은 시중드느라 서고 앉고, 남의 뒤에 모시는 이는 꼴사납게 매달리지 않으며, 억지로 보려 하는 사람도 없다.
어쩐지 접시꽃을 여기저기 걸어 놓아 아리따운데, 아직 훤히 밝기 전에 남몰래 대는 수레들이 궁금하여 저 사람인가 이 사람인가 짐작해 보면, 소몰이나 아랫사람 가운데 낯익은 이도 있다. 재미있게도 눈부시게도 갖가지로 오가는 것을 보노라면 무료하지 않다.
저물 무렵이 되면 늘어세웠던 수레들도, 빈틈없이 늘어앉았던 사람들도 어디로 갔는지 얼마 안 가 드물어지고, 수레들의 어수선함도 그치면 발과 자리도 걷어 치워, 눈앞이 쓸쓸해져 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의 본보기가 절로 알아져 애틋하다.
큰길을 본 것이야말로 제사를 본 것이다. 저 관람대 앞을 수없이 오가는 사람 가운데 낯익은 이가 많은 것으로 알았다. 세상 사람의 수도 그리 많지는 않은 것이다.
이 사람들이 다 죽은 뒤에 내 몸이 죽기로 정해져 있다 해도 얼마 안 가 그때가 오리라.
큰 그릇에 물을 담고 가는 구멍을 뚫으면, 떨어지는 것이 적다 해도 쉬는 사이 없이 새어 가면 곧 다하고 만다.
도읍 안에 사람이 많으니 죽지 않는 날이 있을 수 없다. 하루에 한둘뿐이겠는가. 도리베노, 후나오카, 그 밖의 들과 산에도 보내는 수가 많은 날은 있어도 보내지 않는 날은 없다. 그러기에 관을 파는 자는 만들어 두고 쟁여 둘 겨를이 없다.
젊음에도 매이지 않고 튼튼함에도 매이지 않으며 생각지 못하게 오는 것이 죽을 때다. 오늘까지 벗어나 온 것은 드문 신기함이다. 잠시라도 세상을 느긋이 여기겠는가.
마마코다테라는 것을 쌍륙 돌로 만들어 늘어세워 놓았을 때는 어느 돌이 뽑힐지 알 수 없지만, 세어 맞혀 하나를 뽑고 나면 나머지는 벗어난 듯이 보인다. 그러나 다시 또 세어 이것저것 건너뛰며 뽑아 가면 어느 것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군사가 싸움에 나가는 것은 죽음이 가까움을 알아 집도 잊고 몸도 잊는 것이다. 세상을 등진 풀 암자에서 고요히 물과 돌을 즐기며 이것을 남의 일로 듣는다 여기는 것은 몹시 덧없다. 고요한 산속엔들 무상이라는 적이 다투어 오지 않겠는가. 그 죽음에 임한 것은 싸움터로 나아간 것과 같다.
18제사 지난 뒤의 접시꽃
祭過ぎぬれば、後の葵不用なりとて、ある人の、御簾なるを皆取らせられ侍りしが、色もなくおぼえ侍りしを、よき人のし給ふことなれば、さるべきにやと思ひしかど、周防の内侍が、 かくれどもかひなき物はもろともにみすの葵の枯葉なりけり と詠めるも、母屋の御簾に葵のかゝりたる枯葉を詠めるよし、家の集に書けり。古き歌の詞書に、「枯れたる葵にさしてつかはしける。」ともはべり。枕草紙にも、「來しかた戀しきもの。かれたる葵。」と書けるこそ、いみじくなつかしう思ひよりたれ。鴨長明が四季物語にも、「玉だれに後の葵はとまりけり。」とぞ書ける。己と枯るゝだにこそあるを、名殘なくいかゞ取り捨つべき。御帳にかゝれる藥玉も、九月九日菊にとりかへらるゝといへば、菖蒲は菊の折までもあるべきにこそ。枇杷の皇太后宮かくれ給ひて後、ふるき御帳の内に、菖蒲藥玉などの枯れたるが侍りけるを見て、「をりならぬ根をなほぞかけつる。」と、辨の乳母のいへる返り事に、「あやめの草はありながら。」とも、江の侍從が詠みしぞかし。
제사가 지나면 뒤에 남은 접시꽃은 쓸모없다 하여, 어떤 분이 발에 걸린 것을 모두 걷어 내게 하셨다. 멋없게 여겨졌으나 좋은 분이 하시는 일이니 그럴 만한가 여겼다.
그런데 스오노 나이시가
걸어 두어도 보람 없는 것은 함께 늙은 발의 접시꽃 마른 잎이었네
하고 읊은 것도, 모야의 발에 걸린 접시꽃 마른 잎을 읊은 것이라고 그 집의 가집에 적혀 있다.
옛 노래의 사서에도 "마른 접시꽃에 꽂아 보냈다"는 것이 있다. 『베갯머리 서책』에도 "지난날이 그리운 것. 마른 접시꽃"이라 쓴 것이야말로 몹시 정겹게 생각이 미친 것이다. 가모노 조메이의 『사계 이야기』에도 "구슬발에 뒤의 접시꽃이 머물렀네" 하고 썼다.
절로 마르는 것조차 그러한데 어찌 자취 없이 걷어 버리겠는가.
휘장에 걸린 약옥(藥玉)도 구월 아흐렛날 국화로 바꾸신다 하니, 창포는 국화 때까지 두어야 하는 것이다.
비와의 황태후궁께서 돌아가신 뒤 낡은 휘장 안에 창포와 약옥 따위 마른 것이 있는 것을 보고 "철 아닌 뿌리를 아직도 걸어 두었네" 하고 벤노메노토가 읊은 답으로 "창포 풀은 그대로 있건만" 하고 고노지주가 읊었던 것이다.
19집에 두고 싶은 나무와 풀
家にありたき木は、松、櫻。松は五葉もよし。花は一重なるよし。八重櫻は奈良の都にのみありけるを、この頃ぞ世に多くなり侍るなる。吉野の花、左近の櫻、皆一重にてこそあれ。八重櫻は異樣のものなり。いとこちたくねぢけたり。植ゑずともありなむ。遲櫻またすさまじ。蟲のつきたるもむつかし。梅は白き、うす紅梅、一重なるが疾く咲きたるも、重なりたる紅梅の、匂ひめでたきも、みなをかし。「おそき梅は、櫻に咲きあひて、おぼえ劣り、けおされて、枝に萎みつきたる、心憂し。一重なるがまづ咲きて散りたるは、心疾くをかし。」とて、京極入道中納言は、なほ一重梅をなむ軒近く植ゑられたりける。京極の屋の南むきに、今も二本はべるめり。柳またをかし。卯月ばかりの若楓、すべて萬の花紅葉にも優りてめでたきものなり。橘、桂、何れも木は物古り、大きなる、よし。草は山吹、藤、杜若、撫子。池には蓮。秋の草は荻、薄、桔梗、萩、女郎花、藤袴、紫菀、吾木香、刈萱、龍膽、菊、黄菊も、蔦、葛、朝顔、いづれもいと高からず、さゝやかなる垣に、しげからぬよし。この外世にまれなるおの、唐めきたる名の聞きにくく、花も見なれぬなど、いとなつかしからず。大かた何も珍しくありがたきものは、よからぬ人のもて興ずるものなり。さやうの物なくてありなむ。
집에 두고 싶은 나무는 소나무와 벚나무다. 소나무는 오엽송도 좋다. 꽃은 홑겹인 것이 좋다.
겹벚꽃은 나라의 도읍에만 있던 것을 요즘은 세상에 많아졌다 한다. 요시노의 꽃도 사콘의 벚꽃도 다 홑겹이다. 겹벚꽃은 별난 것이다. 몹시 부산스럽고 뒤틀렸다. 심지 않아도 된다. 늦벚꽃도 또한 흥이 없다. 벌레 든 것도 거북하다.
매화는 흰 것과 옅은 홍매의 홑겹이 일찍 핀 것도, 겹친 홍매의 향이 훌륭한 것도 다 좋다. "늦은 매화는 벚꽃과 함께 피어 눈에 덜 띄고 기가 눌려 가지에 시들어 붙은 것이 안타깝다. 홑겹이 먼저 피어 진 것이 시원스러워 좋다" 하여, 교고쿠 입도 중납언은 역시 홑겹 매화를 처마 가까이 심으셨다. 교고쿠 저택 남쪽으로 지금도 두 그루가 있는 듯하다.
버들도 또한 좋다. 사월 무렵의 어린 단풍은 온갖 꽃과 단풍보다도 훌륭한 것이다.
귤나무와 계수나무는 어느 것이나 나무가 예스럽고 큰 것이 좋다.
풀은 황매화, 등나무, 제비붓꽃, 패랭이꽃. 못에는 연꽃. 가을 풀은 물억새, 참억새, 도라지, 싸리, 마타리, 등골나물, 개미취, 오이풀, 새풀, 용담, 국화, 노란 국화도, 담쟁이, 칡, 나팔꽃.
어느 것이나 그리 높지 않고, 자그마한 울타리에 무성하지 않은 것이 좋다.
이 밖에 세상에 드문 것, 당나라 티 나는 이름이 듣기 거북한 것, 꽃도 눈에 익지 않은 것 따위는 도무지 정겹지 않다. 대체로 무엇이든 진기하고 얻기 어려운 것은 못난 사람이 즐기는 것이다. 그런 것은 없어도 된다.
20죽은 뒤에 재물을 남기는 일
身死して財殘ることは、智者のせざるところなり。よからぬもの蓄へおきたるも拙く、よきものは、心をとめけむとはかなし。こちたく多かる、まして口惜し。我こそ得めなどいふものどもありて、あとに爭ひたる、樣惡し。後には誰にと志すものあらば、生けらむ中にぞ讓るべき。朝夕なくて協はざらむ物こそあらめ、その外は何も持たでぞあらまほしき。
몸이 죽어 재물이 남는 것은 지혜로운 이가 하지 않는 바다.
변변찮은 것을 쌓아 둔 것도 옹졸하고, 좋은 것은 마음을 두었겠구나 싶어 덧없다. 요란하게 많은 것은 더욱 안타깝다.
"내가 갖겠다" 하는 자들이 있어 뒤에 다투는 것은 꼴사납다. 뒷날 누구에게 주려는 뜻이 있다면 살아 있는 동안에 물려주어야 한다.
아침저녁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야 있겠지만, 그 밖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