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60단
1교렌 상인 — 도읍 사람과 동국 사람
悲田院の尭蓮上人は、俗姓は三浦のなにがしとかや、雙なき武者なり。故郷の人の來りて物がたりすとて、「吾妻人こそいひつることは頼まるれ。都の人は言受けのみよくて、實なし。」といひしを、聖、「それはさこそ思すらめども、おのれは都に久しく住みて、馴れて見侍るに、人の心劣れりとは思ひ侍らず。なべて心やはらかに情あるゆゑに、人のいふほどの事、けやけく辭びがたく、よろづえ言ひはなたず、心弱くことうけしつ。僞せむとは思はねど、乏しくかなはぬ人のみあれば、おのづから本意通らぬこと多かるべし。吾妻人は我がかたなれど、げには心の色なく、情おくれ、偏にすくよかなるものなれば、初めより否といひて止みぬ。賑ひ豐かなれば、人には頼まるゝぞかし。」とことわられ侍りしこそ、この聖、聲うちゆがみあら〳〵しくて、聖教のこまやかなる理、いと辨へずもやと思ひしに、この一言の後、心憎くなりて、多かる中に、寺をも住持せらるゝは、かく和ぎたるところありて、その益もあるにこそと覺え侍りし。
히덴인의 교렌 상인은 속성이 미우라의 아무개라던가 하는, 견줄 데 없는 무사였다.
고향 사람이 찾아와 이야기하다가 "동국 사람이야말로 한 말은 믿을 수 있다. 도읍 사람은 대답만 좋고 진실이 없다" 하였다.
상인이 "그대는 그리 여기시겠지만, 나는 도읍에 오래 살며 익어 보건대 사람의 마음이 못하다고는 여기지 않소. 두루 마음이 부드럽고 정이 있는 까닭에, 남이 청하는 만큼의 일을 딱 잘라 거절하기 어렵고 무엇이든 말로 끊지 못하여, 마음이 약해 대답하고 마는 것이오. 속이려는 것이 아니지만, 넉넉지 못해 뜻대로 안 되는 사람만 있으니 저절로 본뜻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많은 것이오. 동국 사람은 내 고향이지만 참으로 마음의 결이 없고 정이 뒤떨어져 한결같이 뻣뻣한 사람들이라, 처음부터 아니라 하고 그만두오. 넉넉하고 푸짐하니 남에게 미더운 것이지요" 하고 조리 있게 말씀하셨다.
이 상인은 목소리가 좀 비뚤고 거칠어 성스러운 가르침의 세밀한 이치는 잘 헤아리지 못하려니 여겼는데, 이 한마디 뒤로 그윽하게 여겨졌다. 많은 이들 가운데 절을 맡아 지키시는 것도 이렇게 부드러운 데가 있어 그 보람도 있는 것이려니 싶었다.
2자식이 있어야 애틋함을 안다
心なしと見ゆる者も、よき一言はいふ者なり。ある荒夷の恐ろしげなるが、傍にあひて、「御子はおはすや。」と問ひしに、「一人も持ち侍らず。」と答へしかば、「さては物のあはれは知り給はじ。情なき御心にぞものし給ふらむと、いと恐ろし。子故にこそ、萬の哀れは思ひ知らるれ。」といひたりし、さもありぬべき事なり。恩愛の道ならでは、かゝるものの心に慈悲ありなむや。孝養の心なき者も、子持ちてこそ親の志は思ひ知るなれ。世をすてたる人のよろづにするすみなるが、なべてほだし多かる人の、よろづに諂ひ、望み深きを見て、無下に思ひくたすは、僻事なり。その人の心になりて思へば、まことにかなしからむ親のため妻子のためには、恥をも忘れ、盜みをもしつべき事なり。されば盜人を縛め、僻事をのみ罪せむよりは、世の人の飢ゑず寒からぬやうに、世をば行はまほしきなり。人恆の産なき時は恆の心なし。人窮りて盜みす。世治らずして凍餒の苦しみあらば、科のもの絶ゆべからず。人を苦しめ、法を犯さしめて、それを罪なはむこと、不便のわざなり。さていかゞして人を惠むべきとならば、上の奢り費すところを止め、民を撫で、農を勸めば、下に利あらむこと疑ひあるべからず。衣食世の常なる上に、ひがごとせむ人をぞ、まことの盜人とはいふべき。
마음이 없어 보이는 자도 좋은 한마디는 하는 법이다.
어떤 거친 동국 사람이 무섭게 생겼는데, 곁에 있다가 "자제분이 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하나도 두지 못했습니다" 하고 답하니 "그러면 사물의 애틋함은 아시지 못하겠군요. 정 없는 마음을 지니셨겠구나 싶어 몹시 무섭습니다. 자식이 있어야 온갖 애틋함을 알게 됩니다" 하였다. 그럴 만한 일이다.
은애의 길이 아니고서야 이런 자의 마음에 자비가 있겠는가. 효도의 마음이 없는 자도 자식을 두고서야 어버이의 뜻을 알게 된다.
세상을 버린 사람이 무엇에나 거리낌 없다 하여, 얽매임 많은 사람이 온갖 데 아첨하고 바람이 깊은 것을 보고 함부로 업신여기는 것은 그릇된 일이다.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 생각하면, 참으로 애처로울 어버이를 위해 처자를 위해서는 부끄러움도 잊고 도둑질도 할 만한 일이다.
그러니 도둑을 묶고 그릇된 일만 벌하려는 것보다, 세상 사람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도록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은 일정한 살림이 없을 때 일정한 마음이 없다. 사람은 궁하면 도둑질한다. 세상이 다스려지지 않아 얼고 굶주리는 괴로움이 있으면 죄인이 끊길 수 없다. 사람을 괴롭히고 법을 어기게 해 놓고 그것을 벌하는 것은 딱한 짓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람을 은혜롭게 할 것인가 하면, 위에서 사치하고 낭비하는 바를 그치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농사를 권하면, 아래에 이로움이 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입고 먹는 것이 여느 사람만 한데도 그릇된 짓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도둑이라 해야 한다.
3임종의 모습을 꾸며 말하는 일
人の終焉の有樣のいみじかりし事など、人の語るを聞くに、たゞ、「靜かにして亂れず。」といはば心にくかるべきを、愚かなる人は、怪しく異なる相を語りつけ、いひし言も擧止も、おのれが好む方に譽めなすこそ、その人の日ごろの本意にもあらずやと覺ゆれ。この大事は、權化の人も定むべからず、博學の士もはかるべからず、おのれ違ふ所なくば、人の見聞くにはよるべからず。
사람의 임종 모습이 훌륭했다는 따위를 남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그저 "고요하여 흐트러지지 않았다" 하면 그윽할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괴이하고 별난 모습을 지어 붙이고, 한 말이며 몸가짐을 제가 좋아하는 쪽으로 기려 놓는다. 그 사람의 평소 본뜻과도 다르지 않은가 싶다.
이 큰일은 권화(權化)의 사람도 정할 수 없고 널리 배운 선비도 헤아릴 수 없다. 제 스스로 어긋난 데가 없다면 남이 보고 듣는 데 매일 것이 아니다.
4도가노오 상인이 들은 아자(阿字)
栂尾の上人道を過ぎたまひけるに、河にて馬洗ふ男、「あし〳〵。」といひければ、上人たちとまりて、「あなたふとや。宿執開發の人かな。阿字々々と唱ふるぞや。いかなる人の御馬ぞ。あまりにたふとく覺ゆるは。」と尋ね給ひければ、「府生殿の御馬に候。」と答へけり。「こはめでたきことかな。阿字本不生にこそあなれ。うれしき結縁をもしつるかな。」とて、感涙を拭はれけるとぞ。
도가노오 상인이 길을 지나시는데, 강에서 말을 씻던 사내가 "아시, 아시(발, 발)" 하였다.
상인이 멈추어 서서 "아, 거룩하여라. 묵은 인연이 열린 사람이로다. 아자, 아자(阿字)라 외는구나. 어느 분의 말이냐. 너무나 거룩하게 여겨지니" 하고 물으셨다. "부생(府生) 어른의 말입니다" 하고 답하였다.
"이 어찌 훌륭한 일인가. 아자본불생(阿字本不生)이로구나. 반가운 인연을 맺었도다" 하시며 감격의 눈물을 닦으셨다고 한다.
5낙마할 상이라 한 시게미
御隨身秦重躬、北面の下野入道信願を、「落馬の相ある人なり。よく〳〵愼み給へ。」といひけるを、いとまことしからず思ひけるに、信願馬より落ちて死ににけり。長じぬる一言、神の如しと人おもへり。さて、「いかなる相ぞ。」と人の問ひければ、「極めて桃尻にて、沛艾の馬を好みしかば、この相をおほせ侍りき。いつかは申し誤りたる。」とぞいひける。
어수신(御隨身) 하타노 시게미가 북면의 시모쓰케 입도 신간을 두고 "낙마할 상이 있는 사람이다. 부디 조심하시라" 하였다. 도무지 참말 같지 않게 여겼는데, 신간이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뛰어난 한마디가 신과 같다고 사람들이 여겼다.
그래서 "어떤 상이었느냐" 하고 물으니 "지독한 복숭아 엉덩이인데 사나운 말을 좋아했으니, 이 상을 말한 것이오. 내가 언제 잘못 말한 적이 있소" 하였다.
6묘운 좌주가 물은 병장의 액
明雲座主、相者に逢ひ給ひて、「己若し兵仗の難やある。」と尋ねたまひければ、相人、「實にその相おはします。」と申す。「いかなる相ぞ。」と尋ね給ひければ、「傷害の恐れおはしますまじき御身にて、假にもかく思しよりて尋ね給ふ。これ既にそのあやぶみの兆なり。」と申しけり。はたして矢にあたりてうせ給ひにけり。
묘운 좌주가 관상쟁이를 만나 "나에게 혹 병장(兵仗)의 액이 있겠는가" 하고 물으시니, 관상쟁이가 "참으로 그 상이 있으십니다" 한다.
"어떤 상이냐" 하고 물으시니 "다치실 염려가 있을 만한 몸이 아니신데도 부질없이 이렇게 마음에 두시어 물으십니다. 이것이 이미 그 위태로움의 조짐입니다" 하고 아뢰었다.
과연 화살에 맞아 돌아가셨다.
7뜸자리가 많으면 신사(神事)에 부정하다는 말
灸治あまた所になりぬれば神事に穢れありといふこと、近く人のいひ出せるなり、格式等にも見えずとぞ。
뜸자리가 여러 군데가 되면 신사(神事)에 부정이 있다는 것은, 가까운 세상에 사람이 말을 꺼낸 것이지 격식 따위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8마흔 넘으면 삼리에 뜸을 떠라
四十以後の人、身に灸を加へて三里を燒かざれば上氣のことあり、必ず灸すべし。
마흔이 지난 사람은 몸에 뜸을 떠서 삼리를 태우지 않으면 기가 위로 치미는 일이 있으니, 반드시 뜸을 떠야 한다.
9녹용을 코에 대고 맡지 마라
鹿茸を鼻にあてて嗅ぐべからず、ちひさき蟲ありて、鼻より入りて腦をはむといへり。
녹용을 코에 대고 맡아서는 안 된다. 작은 벌레가 있어 코로 들어가 골을 갉아먹는다고 한다.
10서투를 때 남들 속으로 뛰어들어라
能をつかむとする人、「よくせざらむ程は、なまじひに人に知られじ、内々よく習ひ得てさし出でたらむこそ、いと心にくからめ。」と常にいふめれど、かくいふ人、一藝もならひ得ることなし。いまだ堅固かたほなるより、上手の中にまじりて、譏り笑はるゝにも恥ぢず、つれなくて過ぎてたしなむ人、天性その骨なけれども、道になづまず妄りにせずして、年を送れば、堪能の嗜まざるよりは、終に上手の位にいたり、徳たけ人に許されて、ならびなき名をうることなり。天下の物の上手といへども、はじめは不堪のきこえもあり、無下の瑕瑾もありき。されどもその人、道の掟正しく、これを重くして放埒せざれば、世の博士にて、萬人の師となること、諸道かはるべからず。
재주를 익히려는 사람이 "잘하지 못할 동안에는 어설프게 남에게 알려지지 않겠다. 남몰래 잘 익혀 얻고 나서 내놓는다면 몹시 그윽하리라" 하고 늘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한 가지 재주도 익혀 얻지 못한다.
아직 딱딱하고 서투를 때부터 잘하는 이들 속에 섞여, 헐뜯기고 비웃음을 받아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히 지내며 힘쓰는 사람은, 타고난 재질이 없어도 그 길에 주저앉지 않고 함부로 하지 않으며 해를 보내면, 재능 있으면서 힘쓰지 않는 이보다 끝내 명수의 자리에 이르러, 덕이 무르익고 남에게 인정받아 견줄 데 없는 이름을 얻게 된다.
천하의 명수라 해도 처음에는 서투르다는 소문도 있었고 형편없는 흠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길의 법도를 바로 지키고 이를 무겁게 여겨 방자하지 않았으므로, 세상의 박사가 되어 만인의 스승이 되는 것이니, 어느 길이나 다를 바 없다.
11쉰이 되도록 늘지 않는 재주는 버려라
ある人の曰く、年五十になるまで上手に至らざらむ藝をば捨つべきなり。勵み習ふべき行末もなし。老人のことをば人もえ笑はず、衆に交はりたるも、あひなく見苦し。大方萬のしわざは止めて、暇あるこそ目安くあらまほしけれ。世俗の事にたづさはりて、生涯を暮すは下愚の人なり。ゆかしく覺えむことは學び聞くとも、その趣を知りなば、覺束なからずして止むべし。もとより望む事なくしてやまむは、第一のことなり。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나이 쉰이 되도록 명수에 이르지 못한 재주는 버려야 한다. 힘써 익힐 앞날도 없다. 늙은이의 일은 남도 비웃지 못하고, 무리에 섞이는 것도 어울리지 않아 보기 흉하다.
대체로 온갖 일을 그만두고 한가한 것이야말로 보기 좋고 바람직하다. 세속의 일에 매여 한평생을 보내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다.
알고 싶은 것은 배워 듣더라도 그 뜻을 알고 나면 미련 없이 그쳐야 한다. 애초에 바라는 바 없이 그치는 것이 으뜸이다.
12거룩해 보이는 것과 그저 늙은 것
西大寺靜然上人、腰かゞまり眉白く、誠に徳たけたる有樣にて、内裏へ參られたりけるを、西園寺内大臣殿、「あな尊との氣色や。」とて信仰の氣色ありければ、資朝卿これを見て、「年のよりたるに候。」と申されけり。後日に、尨犬の淺ましく老いさらぼひて毛はげたるをひかせて、「この氣色尊く見えて候。」とて内府へ參らせられたりけるとぞ。
사이다이지의 조넨 상인이 허리가 굽고 눈썹이 희어 참으로 덕이 무르익은 모습으로 내리에 오셨다.
사이온지 내대신께서 "아, 거룩한 모습이여" 하시며 우러르는 기색이 있으시니, 스케토모 경이 이를 보고 "나이를 잡수신 것입니다" 하고 아뢰었다.
뒷날 삽살개가 어이없이 늙어 빠져 털이 벗겨진 것을 끌고 오게 하여 "이 모습이 거룩해 보입니다" 하며 내부께 올리셨다고 한다.
13다메카네 대납언 입도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爲兼大納言入道めしとられて、武士ども打ち圍みて、六波羅へ率て行きければ、資朝卿、一條わたりにてこれを見て、「あな羨し。世にあらむおもひで、かくこそ有らまほしけれ。」とぞいはれける。
다메카네 대납언 입도가 붙잡혀 무사들에게 둘러싸여 로쿠하라로 끌려갔다.
스케토모 경이 이치조 언저리에서 이를 보고 "아, 부럽구나. 세상에 살았던 보람이란 저러해야 하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14굽고 뒤틀린 것을 사랑하는 마음
この人、東寺の門に雨宿りせられたりけるに、かたは者ども集り居たるが、手も足もねぢゆがみうち反りて、いづくも不具に異樣なるを見て、「とり〴〵に類なきくせ者なり、最も愛するに足れり。」と思ひて、まもり給ひけるほどに、やがてその興つきて、見にくくいぶせく覺えければ、「たゞすなほに珍しからぬものには如かず。」と思ひて、歸りて後、「この間植木を好みて、異樣に曲折あるを求めて目を喜ばしめつるは、かのかたは者を愛するなりけり。」と、興なく覺えければ、鉢に栽ゑられける木ども、みなほり棄てられにけり。さもありぬべきことなり。
이분이 도지의 문에서 비를 피하고 계셨는데, 병신들이 모여 있었다. 손도 발도 뒤틀리고 젖혀져 어디나 성치 않고 별난 것을 보고 "저마다 견줄 데 없는 별종이다. 참으로 사랑할 만하다" 여겨 지켜보고 계셨다.
그러다가 이내 그 흥이 다하여 보기 흉하고 답답하게 여겨지니, "그저 소박하고 별나지 않은 것만 한 것이 없다" 하고 여기셨다.
돌아온 뒤 "요즈음 화초를 좋아하여 별나게 굽고 뒤틀린 것을 구해 눈을 즐겁게 한 것은, 저 병신들을 사랑한 것과 같았구나" 싶어 흥이 없어졌으므로, 화분에 심으셨던 나무들을 모두 파내 버리셨다.
그럴 만한 일이다.
15때를 기다리지 말라 — 죽음은 차례를 기다리지 않는다
世に從はむ人は、まづ機嫌を知るべし。序惡しき事は、人の耳にも逆ひ、心にも違ひて、その事成らず、さやうの折節を心得べきなり。但し病をうけ、子うみ、死ぬる事のみ、機嫌をはからず、ついであしとて止む事なし。生住〈しゃうぢゅう〉異滅の移り變るまことの大事は、たけき河の漲り流るゝが如し。しばしも滯らず、直ちに行ひゆくものなり。されば眞俗につけて、かならず果し遂げむとおもはむことは、機嫌をいふべからず。とかくの用意なく、足を踏みとゞむまじきなり。春暮れて後夏になり、夏果てて秋の來るにはあらず。春はやがて夏の氣を催し、夏より既に秋は通ひ、秋は則ち寒くなり、十月は小春の天氣、草も青くなり、梅も莟みぬ。木の葉の落つるも、まづ落ちてめぐむにはあらず、下より萌しつはるに堪へずして落つるなり。迎ふる氣下に設けたる故に、待ち取る序、甚だ早し。生老病死の移り來る事、又これに過ぎたり。四季はなほ定まれる序あり。死期は序を待たず。死は前よりしも來らず、かねて後に迫れり。人みな死ある事を知りて、待つ事しかも急ならざるに、覺えずして來る。沖の干潟遥かなれども、磯より潮の滿つるが如し。
세상을 따르려는 사람은 우선 때를 알아야 한다. 차례가 나쁜 일은 남의 귀에도 거슬리고 마음에도 어긋나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때를 헤아려야 한다.
다만 병을 얻고 아이를 낳고 죽는 일만은 때를 헤아리지 않으며, 차례가 나쁘다 하여 그치는 일이 없다.
나고 머물고 달라지고 사라지며 옮겨 가는 참된 큰일은, 거센 강물이 넘쳐 흐르는 것과 같다. 잠시도 머물지 않고 곧바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참된 것이든 세속의 것이든 반드시 이루려 하는 일은 때를 말할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궁리 없이 발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봄이 저물고 나서 여름이 되고,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곧 여름의 기운을 재촉하고, 여름부터 이미 가을이 통해 있으며, 가을은 곧 추워지고, 시월은 소춘의 날씨라 풀도 푸르러지고 매화도 봉오리를 맺는다.
나뭇잎이 지는 것도 먼저 지고 나서 움트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싹터 오르는 것을 견디지 못하여 지는 것이다. 맞이하는 기운이 아래에 갖추어져 있는 까닭에 기다려 받는 차례가 몹시 빠르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옮겨 오는 것은 또 이보다 더하다. 사철은 그래도 정해진 차례가 있다. 죽을 때는 차례를 기다리지 않는다.
죽음은 앞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진작 뒤에 다가와 있다. 사람이 다 죽음이 있음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마음이 그리 급하지 않은데,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온다.
앞바다의 갯벌이 아득해도 바닷가에서부터 밀물이 차오르는 것과 같다.
16대신의 대향(大饗)을 남의 집에서 여는 일
大臣の大饗は、さるべき所をまをし受けて行ふ、常のことなり。宇治左大臣殿は、東三條殿にて行はる。内裏にてありけるを申されけるによりて、他所へ行幸ありけり。させる事のよせなけれども、女院の御所など借り申す故實なりとぞ。
대신의 대향(大饗)은 마땅한 곳을 빌려 받아 치르는 것이 흔한 일이다.
우지 좌대신께서는 히가시산조도노에서 치르셨다. 내리로 되어 있던 것을 청하셨으므로 다른 곳으로 행차하셨다.
이렇다 할 연고가 없어도 여원(女院)의 어소 따위를 빌려 청하는 것이 고실(故實)이라 한다.
17붓을 잡으면 쓰게 된다
筆をとれば物書かれ、樂器をとれば音をたてむと思ふ。杯をとれば酒を思ひ、賽をとれば攤うたむ事を思ふ。心は必ず事に觸れて來る。假にも不善のたはぶれをなすべからず。あからさまに聖教の一句を見れば、何となく前後の文も見ゆ。卒爾〈ママ〉にして多年の非を改むる事もあり。假に今この文をひろげざらましかば、この事を知らむや。これすなはち觸るゝ所の益なり。心更に起らずとも、佛前にありて數珠を取り經を取らば、怠るうちにも善業おのづから修せられ、散亂の心ながらも繩床に坐せば、おぼえずして禪定なるべし。事理もとより二つならず、外相若し背かざれば、内證かならず熟す。強ひて不信といふべからず。仰ぎてこれを尊むべし。
붓을 잡으면 무언가 쓰게 되고, 악기를 잡으면 소리를 내려 한다. 잔을 잡으면 술을 생각하고, 주사위를 잡으면 노름할 일을 생각한다.
마음은 반드시 사물에 닿아 일어난다. 잠시라도 좋지 않은 놀이를 해서는 안 된다.
얼핏 성스러운 가르침의 한 구절을 보면 어쩐지 앞뒤의 글도 눈에 들어온다. 문득 여러 해의 그름을 고치는 일도 있다. 만일 지금 이 글을 펴지 않았더라면 이 일을 알았겠는가. 이것이 곧 닿음의 이로움이다.
마음이 도무지 일어나지 않아도, 부처 앞에 있어 염주를 들고 경을 들면 게으른 가운데도 선업이 저절로 닦이고, 흐트러진 마음이라도 승상(繩床)에 앉으면 모르는 사이에 선정에 들게 된다.
일과 이치는 본디 둘이 아니니, 겉모습이 어긋나지 않으면 안의 깨달음이 반드시 익는다. 억지로 믿음 없다 할 것이 아니다. 우러러 이를 존중해야 한다.
18잔 밑을 버리는 뜻
「杯の底を捨つることはいかゞ心得たる。」とある人の尋ねさせ給ひしに、「凝當と申し侍れば、底に凝りたるを捨つるにや候らむ。」と申し侍りしかば、「さにはあらず、魚道なり。流れを殘して口のつきたる所をすゝぐなり。」とぞ仰せられし。
"잔의 밑을 버리는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가" 하고 어떤 분이 물으셨다.
"응당(凝當)이라 하니 밑에 엉긴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고 아뢰었더니, "그렇지 않다. 어도(魚道)라 한다. 흐름을 남겨 입 댄 자리를 헹구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19미나무스비라는 매듭
「みなむすびといふは、絲をむすびかさねたるが、蜷といふ貝に似たればいふ。」と或やんごとなき人、仰せられき。「にな」といふは誤りなり。
"미나무스비라는 것은 실을 겹쳐 맺은 것이 '미나'라는 조개를 닮았기에 그리 말한다" 하고 어떤 존귀한 분이 말씀하셨다. '니나'라 하는 것은 잘못이다.
20현판을 '친다'고 하는 말
「門に額かくるを、「うつ」といふはよからぬにや。勘解由小路二品禪門は、「額かくる」とのたまひき。見物の「棧敷うつ」もよからぬにや。「平張うつ」などは常の事なり。棧敷構ふるなどいふべし。「護摩たく」といふもわろし。「修する」「護摩する」などいふなり。「行法」も、「法」の字を清みていふ、わろし、濁りていふ。」と清閑寺僧正仰せられき。常にいふ事にかゝることのみ多し。
"문에 현판을 다는 것을 '친다(う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하다. 가데노코지 이품 선문께서는 '현판을 건다'고 말씀하셨다. 구경하는 '관람대를 친다'는 것도 좋지 않은 듯하다. '차일을 친다' 따위는 흔한 일이다. 관람대는 '짓는다'고 해야 한다. '호마를 태운다'는 것도 나쁘다. '수한다' '호마한다' 따위로 말한다. '행법(行法)'도 '법(法)' 자를 맑게 발음하는 것은 나쁘고 흐리게 발음한다" 하고 세이칸지 승정께서 말씀하셨다.
늘 하는 말에 이런 것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