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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0단

도연초 徒然草 · 요시다 겐코(吉田兼好) · 겐코 원년~2년(1331년 무렵) 성립 · 단락 20 · 한자 4,690자 · 낭독 11.7분

「도연초」 한 권 「181~200단」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할 일 없는 대로 온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마음에 떠올랐다 스러지는 부질없는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노라면」 —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243편의 짧은 글. 겐코 법사가 세상을 등진 뒤 무상과 사람됨, 꽃과 달, 옛 법도와 요즘 세태를 오가며 적었다. 「꽃은 한창일 때만, 달은 구름 한 점 없을 때만 보는 것이랴」(137단)처럼 오래 인용되는 대목이 곳곳에 있고, 솥발을 뒤집어쓴 법사나 이즈모의 사자상 이야기처럼 웃음이 나는 토막도 섞인다. 방장기와 함께 일본 수필의 두 기둥으로 꼽힌다.

1「내려라 내려라 가루눈」이라는 노래

「降れ〳〵粉雪、たんばの粉雪といふ事、米搗き篩ひたるに似たれば粉雪といふ。たまれ粉雪といふべきを、誤りて『たんばの』とは言ふなり。垣や木の股にとうたふべし。」と或ものしり申しき。昔よりいひけることにや。鳥羽院をさなくおはしまして、雪の降るにかく仰せられけるよし、讚岐典侍が日記に書きたり。

"'내려라 내려라 가루눈, 단바의 가루눈'이라 하는 것은, 쌀을 찧어 체로 친 것 같기에 가루눈이라 한다. '쌓여라 가루눈'이라 해야 할 것을 잘못 알아 '단바의'라 하는 것이다. '울타리나 나뭇가지에' 하고 불러야 한다" 하고 어떤 아는 이가 말하였다.

옛날부터 있던 말일까. 도바인께서 어리셨을 때 눈이 내리자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사누키노스케 일기』에 쓰여 있다.

2말린 연어를 올린 일

四條大納言隆親卿、乾鮭といふものを供御に參らせられたりけるを、「かく怪しきもの參るやうあらじ。」と人の申しけるを聞きて、大納言、「鮭といふ魚まゐらぬことにてあらむにこそあれ。鮭の素干なでふことかあらむ。鮎の素干はまゐらぬかは。」と申されけり。

시조 대납언 다카치카 경이 말린 연어라는 것을 임금의 음식으로 올리셨다. "이런 괴이한 것을 올리는 법이 없다" 하고 사람들이 아뢰는 것을 들으시고, 대납언께서 "연어라는 물고기를 올리지 않는 것이라면 모르되, 연어를 말린 것이 무슨 흠이겠는가. 은어 말린 것은 올리지 않는가" 하고 아뢰셨다.

3뿔을 자르고 귀를 자르는 표시

人突く牛をば角を切り、人くふ馬をば耳を切りてそのしるしとす。しるしをつけずして人をやぶらせぬるは、主の科なり。人くふ犬をば養ひ飼ふべからず。これみな科あり、律の禁なり。

사람을 받는 소는 뿔을 자르고, 사람을 무는 말은 귀를 잘라 그 표시로 삼는다. 표시를 하지 않아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은 임자의 죄다.

사람을 무는 개는 길러서는 안 된다. 이는 다 죄가 있으니 율(律)의 금하는 바다.

4마쓰시타 젠니가 장지를 손수 바르다

相模守時頼の母は、松下禪尼とぞ申しける。守を入れ申さるゝことありけるに、煤けたるあかり障子の破ればかりを、禪尼手づから小刀して切りまはしつゝ張られければ、兄の城介義景、その日の經營して候ひけるが、「たまはりて、なにがし男に張らせ候はむ。さやうの事に心得たるものに候。」と申されければ、「その男、尼が細工によも勝り侍らじ。」とてなほ一間づゝ張られけるを、義景、「皆を張りかへ候はむは、遙かにたやすく候べし。斑に候も見苦しくや。」と、重ねて申されければ、「尼も後はさわ〳〵と張りかへむと思へども、今日ばかりはわざとかくてあるべきなり。物は破れたる所ばかりを修理して用ゐることぞと、若き人に見ならはせて、心づけむ爲なり。」と申されける、いと有り難かりけり。世を治むる道、儉約を本とす。女性なれども聖人の心に通へり。天下をたもつほどの人を子にて持たれける、誠にたゞ人にはあらざりけるとぞ。

사가미 태수 도키요리의 어머니는 마쓰시타 젠니라 하였다. 태수를 맞아들이시는 일이 있었는데, 그을린 밝은 장지의 찢어진 데만을 젠니가 손수 작은 칼로 도려내어 가며 바르셨다.

오라비인 조노스케 요시카게가 그날 일을 돌보고 있다가 "제가 맡아 아무개 사내에게 바르게 하겠습니다. 그런 일에 익숙한 자입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 사내가 이 늙은이의 솜씨보다 낫지는 않을 것이오" 하시고 여전히 한 칸씩 바르셨다.

요시카게가 "모두 새로 바르는 편이 훨씬 손쉽습니다. 얼룩덜룩한 것도 보기 흉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거듭 아뢰니, "이 늙은이도 나중에는 말끔히 새로 바르려 하오. 그러나 오늘만은 일부러 이렇게 두어야 하오. 물건은 해진 데만 고쳐 쓰는 것이라고 젊은 사람에게 보여 익히게 하여 일깨우려는 것이오" 하고 아뢰셨다. 몹시 드문 일이었다.

세상을 다스리는 길은 검약을 근본으로 삼는다. 여인이지만 성인의 마음에 통해 있었다. 천하를 지킬 만한 사람을 자식으로 두신 것을 보니, 참으로 여느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5야스모리 — 말을 보는 눈

城陸奧守泰盛は雙なき馬乘なりけり。馬を引き出でさせけるに、足をそろへて閾をゆらりと超ゆるを見ては、「これは勇める馬なり。」とて鞍を置きかへさせけり。また足を伸べて閾に蹴あてぬれば、「これは鈍くして過ちあるべし。」とて乘らざりけり。道を知らざらむ人、かばかり恐れなむや。

조노 무쓰노카미 야스모리는 견줄 데 없는 말잡이였다. 말을 끌어내게 하여, 발을 가지런히 하고 문지방을 사뿐히 넘는 것을 보면 "이것은 기운찬 말이다" 하고 안장을 다른 말로 옮기게 하였다.

또 발을 뻗어 문지방을 차면 "이것은 둔하여 실수가 있겠다" 하고 타지 않았다.

그 길을 모르는 사람이 이만큼 조심하겠는가.

6요시다라는 말잡이의 비결

吉田と申す馬乘の申し侍りしは、「馬毎にこはきものなり。人の力爭ふべからずと知るべし。乘るべき馬をばまづよく見て、強き所弱き所を知るべし。次に轡鞍の具に危きことやあると見て、心にかゝる事あらば、その馬を馳すべからず。この用意を忘れざるを馬乘とは申すなり、これ秘藏のことなり。」と申しき。

요시다라 하는 말잡이가 아뢴 바는 이러하다. "말마다 고집이 센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 다투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탈 말을 먼저 잘 보아 강한 데와 약한 데를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재갈과 안장의 갖춤에 위태로운 데가 있는지 보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 말을 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조심을 잊지 않는 것을 말잡이라 하는 것이니, 이것이 비장의 것이다."

7삼가는 서투름이 방자한 능함을 이긴다

萬の道の人、たとひ不堪なりといへども、堪能の非家の人にならぶ時、必ずまさることは、たゆみなく愼みて輕々しくせぬと、偏に自由なるとの等しからぬなり。藝能所作のみにあらず、大方の振舞、心づかひも、愚かにして謹めるは得の本なり、巧みにしてほしきまゝなるは失の本なり。

온갖 길의 사람이 비록 서투르다 해도, 그 길이 아닌 사람 가운데 능한 이와 견줄 때 반드시 나은 것은, 늘어짐 없이 삼가 가벼이 하지 않는 것과 오로지 제멋대로 하는 것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재예와 하는 일에서만이 아니다. 여느 몸가짐과 마음씀도, 어리석되 삼가는 것은 얻음의 근본이요, 능하되 제멋대로인 것은 잃음의 근본이다.

8말타기와 노래를 익히다 설법을 못 배운 법사

ある者、子を法師になして、「學問して因果の理をも知り、説經などして世渡るたづきともせよ。」といひければ、教のまゝに説經師にならむ爲に、まづ馬に乘りならひけり。「輿、車もたぬ身の、導師に請ぜられむ時、馬など迎へにおこせたらむに、桃尻にて落ちなむは心憂かるべし。」と思ひけり。次に、「佛事の後、酒など勸むることあらむに、法師のむげに能なきは、檀那すさまじく思ふべし。」とて、早歌といふ事をならひけり。二つのわざやう〳〵境に入りければ、愈よくしたく覺えて嗜みける程に、説經習ふべき暇なくて年よりにけり。この法師のみにもあらず、世間の人なべてこの事あり。若きほどは諸事につけて、身をたて、大きなる道をも成し、能をもつき、學問をもせむと、行末久しくあらます事ども、心にはかけながら、世をのどかに思ひてうち怠りつゝ、まづさしあたりたる目の前の事にのみまぎれて月日をおくれば、事毎になすことなくして身は老いぬ。つひにものの上手にもならず、思ひしやうに身をも持たず、悔ゆれどもとり返さるゝ齡ならねば、走りて坂をくだる輪の如くに衰へゆく。されば一生のうち、むねとあらまほしからむことの中に、いづれか勝ると、よく思ひくらべて、第一の事を案じ定めて、その外は思ひすてて、一事を勵むべし。一日の中一時のうちにも、數多のことの來らむ中に、すこしも益のまさらむことを營みて、その外をばうち捨てて、大事をいそぐべきなり。いづかたをも捨てじと心にとりもちては、一事も成るべからず。たとへば棊をうつ人、一手もいたづらにせず、人にさきだちて、小をすて大につくが如し。それにとりて、三つの石をすてて、十の石につくことは易し。十をすてて十一につくことは、かたし。一つなりとも勝らむかたへこそつくべきを、十までなりぬれば惜しく覺えて、多くまさらぬ石には換へにくし。これをも捨てず、かれをも取らむと思ふこゝろに、かれをも得ず、これをも失ふべき道なり。京に住む人、急ぎて東山に用ありて既に行きつきたりとも、西山に行きてその益まさるべきを思ひえたらば、門よりかへりて西山へゆくべきなり。「こゝまで來著きぬれば、この事をばまづいひてむ、日をささぬことなれば、西山の事はかへりてまたこそ思ひたためと思ふ故に、一時の懈怠すなはち一生の懈怠となる。これをおそるべし。一事を必ず成さむと思はば、他の事の破るゝをも痛むべからず。人のあざけりをも恥づべからず。萬事にかへずしては一の大事成るべからず。人のあまたありける中にて、あるもの、「ますほの薄まそほの薄などいふことあり。渡邊のひじり、この事を傳へ知りたり。」と語りけるを、登蓮法師その座に侍りけるが、聞きて、雨の降りけるに、「蓑笠やある、貸したまへ。かの薄のことならひに、渡邊の聖のがり尋ねまからむ。」といひけるを、「あまりに物さわがし。雨やみてこそ。」と人のいひければ、「無下の事をも仰せらるゝものかな。人の命は雨の晴間を待つものかは、我も死に、聖もうせなば、尋ね聞きてむや。」とて、はしり出でて行きつゝ、習ひ侍りにけりと申し傳へたるこそ、ゆゝしくありがたう覺ゆれ。「敏きときは則ち功あり。」とぞ、論語といふ文にも侍るなる。この薄をいぶかしく思ひけるやうに、一大事の因縁をぞ思ふべかりける。

어떤 자가 아들을 법사로 만들며 "학문하여 인과의 이치도 알고, 설법 따위로 세상을 살아갈 밑천으로도 삼아라" 하였다.

가르친 대로 설법사가 되려고 우선 말타기부터 익혔다. "가마도 수레도 없는 몸으로 도사(導師)로 청함을 받을 때 말 따위를 마중 보내오면, 복숭아 엉덩이로 떨어지는 것은 딱한 일이겠다" 여긴 것이다.

다음으로 "불사 뒤에 술 따위를 권하는 일이 있을 때, 법사가 도무지 재주가 없으면 시주가 흥이 깨지겠지" 하여 하야우타라는 것을 익혔다.

두 가지 재주가 차차 경지에 들자 더욱 잘하고 싶어져 힘쓰는 사이에, 설법을 익힐 겨를이 없어 나이가 들고 말았다.

이 법사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이 두루 이런 일이 있다. 젊을 때는 온갖 일에 대해 몸을 세우고 큰 도도 이루며 재주도 익히고 학문도 하리라고 앞날 오래도록 할 일들을 마음에 걸어 두면서도, 세상을 느긋이 여겨 게을리하며 우선 눈앞에 닥친 일에만 매여 세월을 보낸다. 그리하여 일마다 이룬 것 없이 몸은 늙는다. 끝내 무엇의 명수도 되지 못하고 생각했던 대로 몸을 지니지도 못한다. 뉘우쳐도 되돌릴 나이가 아니니, 달려 언덕을 내려가는 바퀴처럼 쇠해 간다.

그러므로 한평생 가운데 주로 바랄 만한 일들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를 잘 견주어 생각하여, 으뜸가는 일을 헤아려 정하고 그 밖은 버리고서 한 가지 일에 힘써야 한다.

하루 가운데, 한 시각 가운데에도 여러 일이 닥칠 텐데, 그중 조금이라도 이로움이 나은 것을 꾸리고 그 밖은 내던져 큰일을 서둘러야 한다. 어느 쪽도 버리지 않겠다고 마음에 붙들고 있으면 한 가지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바둑 두는 사람이 한 수도 헛되이 하지 않고 남보다 앞서서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세 점을 버리고 열 점을 취하기는 쉽지만, 열을 버리고 열하나를 취하기는 어렵다. 하나라도 나은 쪽을 취해야 할 것을, 열까지 되면 아까워져 크게 낫지 않은 점과는 바꾸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도 버리지 않고 저것도 얻겠다는 마음으로는, 저것도 얻지 못하고 이것도 잃는 길이다.

도읍에 사는 사람이 급히 히가시야마에 볼일이 있어 이미 다다랐더라도, 니시야마에 가는 편이 그 이로움이 낫겠다고 깨달았다면 문에서 되돌아 니시야마로 가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 일을 먼저 말하고 가자. 날을 정한 일이 아니니 니시야마 일은 돌아가서 다시 헤아리자" 하고 여기는 까닭에, 한 시각의 게으름이 곧 한평생의 게으름이 된다. 이를 두려워해야 한다.

한 가지 일을 반드시 이루려 한다면 다른 일이 무너지는 것을 아파해서는 안 된다. 남의 비웃음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온갖 것과 바꾸지 않고서는 하나의 큰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

사람이 여럿 있는 가운데 어떤 자가 "'마스호의 억새' '마소호의 억새' 따위 하는 것이 있다. 와타나베의 성인이 이를 전해 알고 있다" 하고 이야기하였다. 도렌 법사가 그 자리에 있다가 듣고, 비가 오는데 "도롱이와 삿갓이 있거든 빌려 주시오. 그 억새의 일을 배우러 와타나베의 성인에게 찾아가겠소" 하였다.

"너무 부산스럽소. 비가 그치거든" 하고 사람들이 말하니,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시는구려. 사람의 목숨이 비 갤 사이를 기다려 주는 것이오. 나도 죽고 성인도 없어지면 찾아가 들을 수 있겠소" 하고는 달려 나가 가서 익혔다고 전해 오니, 장하고 드물게 여겨진다.

"민첩하면 곧 공이 있다" 하고 『논어』라는 글에도 있다고 한다. 이 억새를 궁금해했듯이 하나의 큰일의 인연을 생각했어야 하는 것이다.

9오늘은 그 일을 하려 했건만

今日はその事をなさむと思へど、あらぬ急ぎまづ出で來て紛れ暮し、待つ人は障りありて、頼めぬ人はきたり、頼みたる方のことはたがひて、思ひよらぬ道ばかりはかなひぬ。煩はしかりつる事はことなくて、安かるべき事はいと心苦し。日々に過ぎゆくさま、かねて思ひつるに似ず。一年のこともかくの如し。一生の間もまたしかなり。かねてのあらまし、皆違ひゆくかと思ふに、おのづから違はぬ事もあれば、いよ〳〵ものは定めがたし。不定と心得ぬるのみ、誠にて違はず。

오늘은 그 일을 하리라 생각해도 뜻하지 않은 급한 일이 먼저 생겨 거기 매여 날을 보내고, 기다리는 사람은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하고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오며, 믿었던 쪽의 일은 어긋나고 생각지도 않은 길만 이루어진다.

번거로울 듯하던 일은 탈 없고, 쉬울 만한 일이 몹시 마음을 괴롭힌다.

날마다 지나가는 모습이 미리 생각하던 것과 같지 않다. 한 해의 일도 이와 같다. 한평생 동안도 또한 그러하다.

미리 짐작한 것이 다 어긋나 가는가 싶다가도 저절로 어긋나지 않는 일도 있으니, 더욱 무엇도 정하기 어렵다.

정해지지 않았다고 알아 두는 것만이 참되어 어긋나지 않는다.

10아내라는 것

妻といふものこそ、男の持つまじきものなれ。「いつも獨り住みにて。」など聞くこそ心憎けれ。「たれがしが婿になりぬ。」とも、又、「いかなる女をとりすゑて相住む。」など聞きつれば、無下に心劣りせらるゝわざなり。「異なることなき女を、よしと思ひ定めてこそ、添ひ居たらめ。」と、賤しくもおし測られ、よき女ならば、「この男こそらうたくして、あが佛と守りゐたらめ。たとへば、さばかりにこそ。」と覺えぬべし。まして家の内を行ひをさめたる女、いと口惜し。子など出できて、かしづき愛したる、心憂し。男なくなりて後、尼になりて年よりたる有樣、亡きあとまで淺まし。いかなる女なりとも、明暮そひ見むには、いと心づきなく憎かりなむ。女のためも、半空にこそならめ。よそながら時々通ひ住まむこそ、年月へても絶えぬなからひともならめ。あからさまに來て、泊り居などせむは、めづらしかりぬべし。

아내라는 것이야말로 사내가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늘 혼자 살고 있다" 따위로 듣는 것이 그윽하다.

"아무개의 사위가 되었다"거나, 또 "어떤 여자를 데려다 함께 산다" 따위로 들으면 여지없이 낮아 보이게 되는 일이다.

대단할 것 없는 여자를 좋다고 정해 두고 함께 있는 것이려니 하고 하찮게 짐작되고, 좋은 여자라면 "이 사내야말로 애지중지하며 내 부처인 양 지키고 있겠지. 하기야 그 정도이겠지" 하고 여겨질 것이다.

하물며 집안을 도맡아 다스리는 여자는 몹시 안타깝다. 자식 따위가 생겨 감싸고 아끼는 것은 딱하다. 사내가 죽은 뒤 비구니가 되어 나이 든 모습은 죽은 뒤까지 어이없다.

어떤 여자라도 아침저녁 붙어 지내면 몹시 마음에 들지 않고 미워질 것이다. 여자에게도 어중간한 노릇이 되리라.

따로 지내며 이따금 오가는 사이야말로 세월이 지나도 끊이지 않는 사이가 될 것이다. 잠깐 와서 묵고 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다.

11밤에는 볼품이 없다는 말

夜に入りて物のはえ無しといふ人、いと口惜し。萬の物のきら、飾り、色ふしも、夜のみこそめでたけれ。晝は事そぎ、およすげたる〈ママ〉姿にてもありなむ。夜はきらゝかに花やかなる裝束いとよし。人のけしきも、夜の火影ぞよきはよく、物いひたる聲も、暗くて聞きたる、用意ある、心憎し。匂ひも物の音も、たゞ夜ぞひときはめでたき。さして異なる事なき夜、うち更けて參れる人の、清げなる樣したる、いとよし。若きどち心とどめて見る人は、時をも分かぬものなれば、殊にうちとけぬべき折節ぞ、褻晴れなく引きつくろはまほしき。よき男の、日くれてゆするし、女も夜更くる程に、すべりつゝ、鏡とりて顔などつくろひ出づるこそをかしけれ。

밤이 되면 볼품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몹시 안타깝다. 온갖 것의 광채와 꾸밈과 빛깔은 밤에야말로 훌륭하다.

낮에는 간소하고 수수한 차림이라도 괜찮다. 밤에는 눈부시고 화사한 차림이 몹시 좋다.

사람의 기색도 밤의 불빛에 좋은 이는 좋고, 말하는 소리도 어두운 데서 듣는 것이 조심스러워 그윽하다. 향내도 악기 소리도 다만 밤에야 한결 훌륭하다.

이렇다 할 것 없는 밤에 깊어져서 온 사람이 말쑥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몹시 좋다.

젊은 사람끼리 마음 두고 보는 이들은 때를 가리지 않는 법이니, 특히 마음 놓기 쉬운 자리야말로 평상시와 나들이를 가리지 않고 매만지고 싶은 법이다.

좋은 사내가 날 저물어 머리를 감고, 여자도 밤이 깊을 무렵 슬며시 빠져나가 거울을 들고 얼굴 따위를 매만지고 나오는 것이야말로 재미있다.

12신불께도 사람 없는 날, 밤에 참배하는 것이 좋다

神佛にも、人の詣でぬ日、夜まゐりたる、よし。

신불께도 사람이 참배하지 않는 날, 밤에 가는 것이 좋다.

13제 경계 아닌 것을 두고 다투지 마라

くらき人の、人をはかりて、その智を知れりと思はむ、更に當るべからず。拙き人の、棊うつことばかりに敏くたくみなるは、賢き人のこの藝におろかなるを見て、おのれが智に及ばずと定めて、萬の道のたくみ、わが道を人の知らざるを見て、おのれ勝れたりと思はむこと、大きなるあやまりなるべし。文字の法師、暗證の禪師、互にはかりて、おのれに如かずと思へる、共にあたらず。己が境界にあらざるものをば、爭ふべからず、是非すべからず。

어두운 사람이 남을 헤아려 그 지혜를 알았다고 여기는 것은 결코 맞을 수 없다.

서투른 사람이 바둑 두는 것만은 재빠르고 능하여, 어진 사람이 이 재주에 서툰 것을 보고 제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고 정해 버리는 일이 있다. 온갖 길의 장인이 제 길을 남이 모른다 하여 제가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글자만 아는 법사와 깨달음만 내세우는 선사가 서로 헤아려 저만 못하다고 여기는 것은 둘 다 맞지 않다.

제 경계가 아닌 것을 두고 다투어서는 안 되며 옳고 그름을 가려서도 안 된다.

14통달한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

達人の人を見る眼は、少しも誤る處あるべからず。たとへば、ある人の、世に虚言を構へ出して、人をはかることあらむに、素直に眞と思ひて、いふ儘にはからるゝ人あり。あまりに深く信をおこして、なほ煩はしく虚言を心得添ふる人あり。また何としも思はで、心をつけぬ人あり。又いさゝかおぼつかなく覺えて、たのむにもあらずたのまずもあらで、案じ居たる人あり。又まことしくは覺えねども、人のいふことなれば、さもあらむとて止みぬる人もあり。又さま〴〵に推し心得たるよしして、かしこげに打ちうなづき、ほゝゑみて居たれど、つや〳〵知らぬ人あり。また推し出して、あはれさるめりと思ひながら、なほ誤りもこそあれと怪しむ人あり。又異なるやうも無かりけりと、手を打ちて笑ふ人あり。また心得たれども、知れりともいはず、おぼつかなからぬは、とかくの事なく、知らぬ人と同じ樣にて過ぐる人あり。またこの虚言の本意を、初めより心得て、すこしも欺かず、構へいだしたる人とおなじ心になりて、力をあはする人あり。愚者の中のたはぶれだに、知りたる人の前にては、このさま〴〵の得たる所、詞にても顔にても、かくれなく知られぬべし。ましてあきらかならむ人の、惑へるわれらを見むこと、掌の上のものを見むがごとし。たゞしかやうのおしはかりにて、佛法までをなずらへ言ふべきにはあらず。

통달한 사람이 남을 보는 눈은 조금도 그르치는 데가 없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세상에 거짓말을 꾸며 내어 남을 속이려 할 때, 곧이곧대로 참으로 여겨 말하는 대로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너무 깊이 믿어 거기에 성가시게 거짓말을 더 보태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 또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 마음을 두지 않는 사람이 있다.

또 조금 미덥지 않게 여겨 믿지도 않고 안 믿지도 않으며 헤아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또 참말 같지는 않지만 남이 하는 말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마는 사람도 있다.

또 갖가지로 짐작해 알아들은 척하며 똑똑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짓고 있으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다. 또 미루어 짐작하여 아마 그런 듯하다 여기면서도 혹 잘못이 있을까 하여 미심쩍어하는 사람이 있다.

또 별다를 것 없더라 하며 손뼉 치고 웃는 사람이 있다. 또 알아차렸으면서도 안다고 말하지 않고, 미심쩍지 않은 데는 이러쿵저러쿵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또 이 거짓말의 본뜻을 처음부터 알아차려 조금도 속지 않고, 꾸며 낸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어 힘을 보태는 사람이 있다.

어리석은 자들 사이의 장난조차 아는 사람 앞에서는 이 갖가지 알아차린 정도가 말로도 얼굴로도 숨김없이 드러나고 만다. 하물며 밝은 사람이 미혹된 우리를 보는 것은 손바닥 위의 물건을 보는 것과 같으리라.

다만 이런 미루어 짐작하는 것으로 불법까지 견주어 말할 것은 아니다.

15논물에 지장을 씻던 사람

ある人、久我畷を通りけるに、小袖に大口きたる人、木造の地藏を田の中の水におしひたして、ねんごろに洗ひけり。心得がたく見るほどに、狩衣の男二人三人出で來て、「こゝにおはしましけり。」とて、この人を具して往にけり。久我内大臣殿にてぞおはしける。尋常におはしましける時は、神妙にやんごとなき人にておはしけり。

어떤 사람이 고가나와테를 지나는데, 소매 좁은 옷에 오구치를 입은 사람이 나무로 만든 지장을 논물에 담가 정성껏 씻고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보고 있는데, 사냥옷 차림의 사내 두셋이 나와 "여기 계셨군요" 하고 이 사람을 데리고 갔다.

고가 내대신께서 계셨던 것이다. 여느 때 계실 때는 신묘하고 존귀한 분이셨다.

16신사 앞에서 벽제를 하는 일

東大寺の神輿、東寺の若宮より歸座のとき、源氏の公卿參られけるに、この殿大將にて、先を追はれけるを、土御門相國、「社頭にて警蹕いかゞはべるべからむ。」と申されければ、「隨身のふるまひは、兵仗の家が知る事に候。」とばかり答へ給ひけり。さて後に仰せられけるは、「この相國、北山抄を見て、西宮の説をこそ知られざりけれ。眷属の惡鬼惡神を恐るゝゆゑに、神社にて殊に先を追ふべき理あり。」とぞ仰せられける。

도다이지의 신여(神輿)가 도지의 와카미야에서 돌아가실 때, 겐지의 공경들이 모시게 되었다. 이 어른께서 대장으로 벽제를 하시니, 쓰치미카도 상국께서 "사두(社頭)에서 경필(警蹕)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아뢰었다.

"수신(隨身)의 몸가짐은 병장(兵仗)의 집안이 아는 일입니다" 하고만 답하셨다.

그러고 나서 말씀하시기를 "이 상국은 『호쿠잔쇼』만 보고 사이구의 설은 알지 못하셨구나. 권속의 악귀와 악신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신사에서는 유난히 벽제를 해야 할 이치가 있다" 하셨다.

17정액(定額)이라는 말

諸寺の僧のみにもあらず、定額の女嬬といふこと、延喜式に見えたり。すべて數さだまりたる公人の通號にこそ。

여러 절의 승려에게만이 아니라, 정액(定額)의 여유(女嬬)라는 것이 『엔기시키』에 보인다. 무릇 수가 정해진 공인(公人)의 통칭인 것이다.

18양명개와 양명목

揚名介に限らず、揚名目といふものあり。政事要畧にあり。

양명개(揚名介)만이 아니라 양명목(揚名目)이라는 것이 있다. 『정사요략』에 있다.

19당나라는 여(呂)의 나라, 우리는 율(律)의 나라

横川の行宣法印が申しはべりしは、「唐土は呂の國なり、律の音なし。和國は單律の國にて呂の音なし。」と申しき。

요카와의 교센 법인이 아뢴 바는 "당나라는 여(呂)의 나라라 율(律)의 음이 없다. 우리나라는 홑 율의 나라라 여(呂)의 음이 없다" 하는 것이었다.

20오죽과 하죽

呉竹は葉ほそく、河竹は葉ひろし。御溝にちかきは河竹、仁壽殿の方に寄りて植ゑられたるは呉竹なり。

오죽은 잎이 가늘고 하죽은 잎이 넓다. 어구(御溝)에 가까운 것이 하죽이고, 인수전 쪽에 붙여 심으신 것이 오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