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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43단

도연초 徒然草 · 요시다 겐코(吉田兼好) · 겐코 원년~2년(1331년 무렵) 성립 · 단락 23 · 한자 6,416자 · 낭독 16.0분

「도연초」 한 권 「221~243단」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할 일 없는 대로 온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마음에 떠올랐다 스러지는 부질없는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노라면」 —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243편의 짧은 글. 겐코 법사가 세상을 등진 뒤 무상과 사람됨, 꽃과 달, 옛 법도와 요즘 세태를 오가며 적었다. 「꽃은 한창일 때만, 달은 구름 한 점 없을 때만 보는 것이랴」(137단)처럼 오래 인용되는 대목이 곳곳에 있고, 솥발을 뒤집어쓴 법사나 이즈모의 사자상 이야기처럼 웃음이 나는 토막도 섞인다. 방장기와 함께 일본 수필의 두 기둥으로 꼽힌다.

1제삿날 방면(放免)의 치레

建治弘安のころは、祭の日の放免のつけものに、異樣なる紺の布四五端にて、馬をつくりて、尾髪には燈心をして、蜘蛛の網かきたる水干に附けて、歌の心などいひて渡りしこと、常に見及び侍りしなども、興ありてしたる心地にてこそ侍りしか。」と、老いたる道志どもの、今日もかたりはべるなり。この頃は、つけもの年をおくりて、過差ことの外になりて、萬の重きものを多くつけて、左右の袖を人にもたせて、みづからは鋒をだに持たず、息づき苦しむ有樣いと見ぐるし。

"겐지·고안 무렵에는 제삿날 방면(放免)의 치레로, 별난 감색 무명 너덧 필로 말을 만들어 꼬리와 갈기에는 등심초를 쓰고, 거미줄을 그린 수간(水干)에 매달아 노래의 뜻 따위를 붙여 지나가던 것을 늘 보아 왔는데, 흥겹게 꾸민 느낌이었습니다" 하고 늙은 도지(道志)들이 오늘도 이야기한다.

요즈음은 치레가 해를 거듭하며 지나침이 유별나져, 온갖 무거운 것을 잔뜩 매달고 좌우 소매를 남에게 들리고서 저는 창끝조차 들지 못한 채 숨 가빠 괴로워하는 꼴이 몹시 보기 흉하다.

2조간보 — 염불이라 아뢰지 않은 까닭

竹谷の乘願房、東二條院へ參られたりけるに、「亡者の追善には何事か勝利多き。」と尋ねさせ給ひければ、「光明眞言、寶篋印陀羅尼。」と申されたりけるを、弟子ども、「いかにかくは申し給ひけるぞ。念佛に勝ること候まじとは、など申し給はぬぞ。」と申しければ、「わが宗なれば、さこそ申さまほしかりつれども、まさしく稱名を追福に修して巨益あるべしと説ける經文を見及ばねば、何に見えたるぞと、重ねて問はせ給はば、いかゞ申さむとおもひて、本經のたしかなるにつきて、この眞言、陀羅尼をば申しつるなり。」とぞ申されける。

다케타니의 조간보가 히가시니조인께 가셨을 때, "죽은 이의 추선(追善)에는 무엇이 이로움이 많은가" 하고 물으시니 "광명진언과 보협인다라니입니다" 하고 아뢰셨다.

제자들이 "어찌 그렇게 아뢰셨습니까. 염불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는 왜 아뢰지 않으셨습니까" 하니, "우리 종문이니 그렇게 아뢰고 싶었으나, 칭명을 추복(追福)으로 닦아 큰 이익이 있다고 설한 경문을 본 적이 없다. 어디에 보이느냐고 거듭 물으시면 어찌 아뢰겠는가 싶어, 본디 경전의 확실한 것을 좇아 이 진언과 다라니를 아뢴 것이다" 하고 아뢰셨다.

3다즈노오토도의 어릴 적 이름

田鶴の大殿は、童名たづ君なり。「鶴を飼ひ給ひける故に。」と申すは僻事なり。

다즈노오토도는 어릴 적 이름이 다즈기미다. "학을 기르셨기 때문이다" 하는 것은 잘못이다.

4뜰을 비워 두지 마라

陰陽師有宗入道、鎌倉より上りて、尋ねまうできたりしが、まづさし入りて、「この庭の徒らに廣き事、淺ましく、あるべからぬことなり。道を知るものは、植うる事をつとむ。細道ひとつ殘して、みな畠に作りたまへ。」と諫め侍りき。誠にすこしの地をも徒らに置かむことは益なきことなり。食ふ物、藥種などうゑおくべし。

음양사 아리무네 입도가 가마쿠라에서 올라와 찾아왔는데, 우선 들어서자마자 "이 뜰이 부질없이 넓은 것은 어이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도를 아는 자는 심는 일에 힘씁니다. 좁은 길 하나만 남기고 모두 밭으로 만드십시오" 하고 나무랐다.

참으로 조금의 땅이라도 부질없이 놀리는 것은 이로울 것이 없다. 먹을 것과 약재 따위를 심어 두어야 한다.

5시라뵤시(白拍子)의 근원

多久資が申しけるは、通憲入道、舞の手のうちに興ある事どもを選びて、磯の禪師といひける女に教へて、舞はせけり。白き水干に鞘卷〈原文ルビ「きうまき」〉をささせ、烏帽子をひき入れたりければ、男舞とぞいひける。禪師がむすめ靜といひける、この藝をつげり。これ白拍子の根源なり。佛神の本縁をうたふ。その後源光行、おほくの事をつくれり。後鳥羽院の御作もあり。龜菊に教へさせ給ひけるとぞ。

오노 히사스케가 아뢴 바는 이러하다. 미치노리 입도가 춤사위 가운데 흥겨운 것들을 골라, 이소노젠지라 하던 여자에게 가르쳐 춤추게 하였다. 흰 수간에 사야마키를 차게 하고 에보시를 눌러 씌웠으므로 오토코마이(男舞)라 하였다.

젠지의 딸로 시즈카라 하던 이가 이 재주를 이었다. 이것이 시라뵤시의 근원이다. 부처와 신의 내력을 노래한다.

그 뒤 미나모토노 미쓰유키가 많은 것을 지었다. 고토바인의 지으신 것도 있다. 가메기쿠에게 가르치게 하셨다고 한다.

6유키나가 입도와 『헤이케 이야기』

後鳥羽院の御時、信濃前司行長稽古の譽ありけるが、樂府の御論議の番に召されて、七徳の舞を二つ忘れたりければ、五徳の冠者と異名をつきにけるを、心憂き事にして、學問をすてて遁世したりけるを、慈鎭和尚、一藝ある者をば、下部までも召しおきて、不便にせさせ給ひければ、この信濃入道を扶持し給ひけり。この行長入道平家物語を作りて、生佛といひける盲目に教へて語らせけり。さて山門のことを殊にゆゝしく書けり。九郎判官の事は委しく知りて書き載せたり。蒲冠者の事は能く知らざりけるにや、多くの事どもを記しもらせり。武士の事弓馬のわざは、生佛東國のものにて、武士に問ひ聞きて書かせけり。かの生佛がうまれつきの聲を、今の琵琶法師は學びたるなり。

고토바인 때에 시나노 젠지 유키나가가 학문으로 이름이 있었는데, 악부(樂府)의 논의 차례에 부름을 받아 칠덕(七德)의 춤 가운데 둘을 잊었으므로 '오덕(五德)의 관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를 딱하게 여겨 학문을 버리고 세상을 등졌는데, 지친 화상이 한 가지 재주 있는 자는 아랫사람까지도 거두어 두고 아끼셨으므로 이 시나노 입도를 돌보아 주셨다.

이 유키나가 입도가 『헤이케 이야기』를 지어 쇼부쓰라 하는 소경에게 가르쳐 이야기하게 하였다.

그래서 산문(山門)의 일을 유난히 훌륭하게 썼다. 구로 판관의 일은 자세히 알아 적어 실었다. 가바노칸자의 일은 잘 알지 못했던지 많은 일들을 적어 빠뜨렸다.

무사의 일과 활 쏘고 말 타는 재주는, 쇼부쓰가 동국 사람이라 무사에게 물어 듣고 쓰게 하였다.

그 쇼부쓰가 타고난 목소리를 지금의 비파 법사들이 본뜬 것이다.

7육시예찬(六時禮讚)

六時禮讃は、法然上人の弟子安樂といひける僧、經文を集めて作りて勤めにしけり。その後太秦の善觀房といふ僧、ふしはかせを定めて聲明になせり。一念の念佛の最初なり。後嵯峨院の御代より始まれり。法事讚も同じく善觀房はじめたるなり。

육시예찬(六時禮讚)은 호넨 상인의 제자 안라쿠라 하던 승려가 경문을 모아 지어 일과로 삼은 것이다.

그 뒤 우즈마사의 젠칸보라 하는 승려가 가락을 정하여 성명(聲明)으로 만들었다. 일념(一念)의 염불의 처음이다. 고사가인의 대부터 시작되었다.

『법사찬(法事讚)』도 마찬가지로 젠칸보가 시작한 것이다.

8센본의 석가염불

千本の釋迦念佛は、文永のころ、如輪上人これを始められけり。

센본의 석가염불은 분에이 무렵 뇨린 상인이 시작하신 것이다.

9좋은 장인은 조금 무딘 칼을 쓴다

よき細工は、少し鈍き刀をつかふといふ。妙觀が刀はいたく立たず。

좋은 장인은 조금 무딘 칼을 쓴다고 한다. 묘칸의 칼은 그리 잘 들지 않았다.

10고조 내리의 여우

五條の内裏には妖物ありけり。藤大納言殿語られ侍りしは、殿上人ども、黑戸にて棊をうちけるに、御簾をかゝげて見る者あり。「誰そ。」と見向きたれば、狐、人のやうについゐてさしのぞきたるを、「あれ狐よ。」ととよまれて、まどひ逃げにけり。未練の狐化け損じけるにこそ。

고조의 내리에는 요물이 있었다.

도 대납언께서 이야기하시기를, 전상인들이 구로도에서 바둑을 두는데 발을 들추고 들여다보는 자가 있었다. "누구냐" 하고 돌아보니 여우가 사람처럼 꿇어앉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기 여우다" 하고 소리치자 허둥지둥 달아났다.

서투른 여우가 둔갑에 실패한 것이리라.

11백 일의 잉어 — 꾸밈 없는 것이 낫다

「『園別當入道は、雙なき庖丁者なり。ある人の許にて、いみじき鯉を出したりければ、みな人、別當入道の庖丁を見ばやと思へども、たやすくうち出でむも如何とためらひけるを、別當入道さる人にて、「この程百日の鯉を切り侍るを、今日缺き侍るべきにあらず、まげて申しうけむ。」とて切られける、いみじくつき〴〵しく興ありて、人ども思へりける。』と、ある人北山太政入道殿に語り申されたりければ、『かやうの事、おのれは世にうるさく覺ゆるなり。切りぬべき人なくば、たべ、切らむといひたらむは、猶よかりなむ。なんでふ百日の鯉を切らむぞ。』と宣ひたりし、をかしくおぼえし。」と人のかたり給ひける、いとをかし。大かたふるまひて興あるよりも、興なくて安らかなるがまさりたることなり。賓客の饗應なども、ついでをかしき樣にとりなしたるも、誠によけれども、唯その事となくてとり出でたる、いとよし。人に物を取らせたるも、ついでなくて、「これを奉らむ。」といひたる、まことの志なり。惜しむよしして乞はれむと思ひ、勝負の負けわざにことつけなどしたる、むつかし。

"'소노 별당 입도는 견줄 데 없는 칼잡이다. 어떤 사람의 집에서 훌륭한 잉어를 내놓으니 모두들 별당 입도의 칼솜씨를 보고 싶어 했으나, 선뜻 꺼내 말하기도 어떨까 하여 망설였다. 별당 입도가 그럴 만한 사람이라 "요즈음 백 일 동안 잉어를 자르고 있는데 오늘 거를 수는 없습니다. 억지로라도 청해 받겠습니다" 하고 자른 것이, 몹시 어울리고 흥겨워 사람들이 여겼다' 하고 어떤 사람이 기타야마 태정 입도전께 아뢰었다.

그러자 '그런 일을 나는 세상에 성가시게 여긴다. 자를 사람이 없거든 주시오, 자르겠소 하고 말했더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다. 무슨 백 일의 잉어를 자른단 말인가' 하고 말씀하신 것이 우습게 여겨졌다" 하고 어떤 사람이 이야기하신 것이 몹시 우습다.

대체로 꾸며서 흥겨운 것보다 흥 없이 편안한 것이 나은 법이다.

손님 대접 따위도 알맞은 계제에 흥겹게 꾸미는 것이 참으로 좋기는 하나, 그저 이렇다 할 계제 없이 내놓는 것이 몹시 좋다.

남에게 물건을 주는 것도, 계제 없이 "이것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참된 뜻이다. 아까운 척하여 청하게 만들려 하거나, 승부에 진 벌이라고 핑계 대는 따위는 거북하다.

12사람은 무지무능해야 한다

すべて人は無智無能なるべきものなり。ある人の子の、見ざまなど惡しからぬが、父の前にて人と物いふとて、史書の文をひきたりし、賢しくは聞えしかども、尊者の前にては、然らずともと覺えしなり。 またある人の許にて、琵琶法師の物語をきかむとて、琵琶を召しよせたるに、柱のひとつ落ちたりしかば、「作りてつけよ。」といふに、ある男の中に、あしからずと見ゆるが、「ふるき柄杓の柄ありや。」などいふを見れば、爪をおふしたり。琵琶など彈くにこそ。めくら法師の琵琶、その沙汰にもおよばぬことなり。道に心えたるよしにやと、かたはらいたかりき。「ひさくの柄は、ひもの木とかやいひて、よからぬものに。」とぞ、或人仰せられし。わかき人は、少しの事もよく見え、わろく見ゆるなり。

무릇 사람은 무지하고 무능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아들이 생김새 따위가 나쁘지 않은데, 아버지 앞에서 남과 이야기하며 사서(史書)의 글을 끌어 썼다. 똑똑하게는 들렸으나, 어른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될 일로 여겨졌다.

또 어떤 사람의 집에서 비파 법사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비파를 가져오게 했는데 기둥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만들어 붙여라" 하니, 어떤 사내가 그중 나쁘지 않아 보이는 자가 "낡은 국자 자루가 있소" 따위로 말한다. 보니 손톱을 길러 두었다. 비파 따위를 타는 모양이다.

소경 법사의 비파에 그런 것까지 따질 일이 아니다. 그 길에 통한 척하려는 것인가 싶어 민망하였다.

"국자 자루는 히노키라던가 하여 좋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하고 어떤 사람이 말씀하셨다.

젊은 사람은 조그마한 일로도 좋게 보이기도 하고 나쁘게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13허물을 없애려면

萬の科あらじと思はば、何事にも誠ありて、人を分かず恭しく、言葉すくなからむには如かじ。男女老少みなさる人こそよけれども、殊に若くかたちよき人の、言うるはしきは、忘れがたく思ひつかるゝものなり。よろづのとがは、馴れたるさまに上手めき、所得たるけしきして、人をないがしろにするにあり。

온갖 허물이 없기를 바란다면, 무슨 일에나 진실하여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손히 하며 말을 적게 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남녀노소 다 그런 사람이 좋지만, 특히 젊고 생김새 좋은 사람이 말이 반듯한 것은 잊기 어렵게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온갖 허물은, 익숙한 티를 내어 명수인 양하고 제 자리를 얻은 기색으로 남을 업신여기는 데 있다.

14물음에 곧이곧대로 답하지 않는 일

人の物を問ひたるに、知らずしもあらじ。有りのまゝにいはむはをこがましとにや、心まどはすやうに返り事したる、よからぬ事なり。知りたる事も、猶さだかにと思ひてや問ふらむ。又まことに知らぬ人もなどか無からむ。うらゝかに言ひ聞かせたらむは、おとなしく聞えなまし。人はいまだ聞き及ばぬことを、わが知りたる儘に、「さてもその人の事の淺ましき。」などばかり言ひやりたれば、いかなる事のあるにかと推し返し問ひにやるこそ、こゝろづきなけれ。世にふりぬる事をも、おのづから聞きもらす事もあれば、覺束なからぬやうに告げやりたらむ、惡しかるべきことかは。かやうの事は、ものなれぬ人のあることなり。

남이 무엇을 물었을 때 모를 리도 없을 텐데,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우습다 여겨서인지 마음을 헷갈리게 하듯 대답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알고 있는 일이라도 좀 더 분명히 하려고 묻는 것이리라. 또 참으로 모르는 사람이 어찌 없겠는가. 시원스레 일러 주면 어른답게 들릴 것이다.

사람은 아직 듣지 못한 일을 두고, 제가 아는 대로 "그런데 그 사람 일이 참 어이없더군" 따위로만 말해 보내니, 무슨 일이 있는가 하여 되물어 보내게 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상에 이미 오래된 일도 저절로 듣지 못하고 넘기는 일이 있으니, 미심쩍지 않도록 알려 주는 것이 나쁠 까닭이 있겠는가.

이런 일은 세상 물정에 서투른 사람이 하는 짓이다.

15임자 없는 집 — 마음에는 임자가 있는가

主ある家には、すゞろなる人、心の儘に入り來る事なし。主なき所には道行人みだりに立ち入り、狐梟やうの者も、人氣にせかれねば、所得顔に入り住み、木精などいふけしからぬ形もあらはるゝものなり。また鏡には、色形なき故に、よろづの影きたりてうつる。鏡に色形あらましかば、うつらざらまし。虚空よくものを容る。われらが心に、念々のほしきまゝにきたり浮ぶも、心といふものの無きにやあらむ。心にぬしあらましかば、胸のうちに若干のことは入りきたらざらまし。

임자가 있는 집에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마음대로 들어오는 일이 없다.

임자 없는 곳에는 길 가는 사람이 함부로 들어서고, 여우나 올빼미 같은 것도 사람 기척에 막히지 않으니 제 세상인 양 들어와 살며, 나무 정령 따위 괴이한 형상도 나타나는 것이다.

또 거울에는 빛깔과 모양이 없는 까닭에 온갖 그림자가 와서 비친다. 거울에 빛깔과 모양이 있었다면 비치지 않았으리라.

빈 하늘은 무엇이든 잘 담는다.

우리 마음에 생각들이 제멋대로 와서 떠오르는 것도, 마음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일까. 마음에 임자가 있었다면 가슴속에 그 많은 것이 들어오지 않았으리라.

16이즈모의 사자와 박견

丹波に出雲といふ所あり。大社を遷して、めでたく造れり。志太の某とかやしる所なれば、秋の頃、聖海上人、その外も人數多誘ひて、「いざたまへ、出雲拜みに。かいもちひ召させむ。」とて、具しもていきたるに、おの〳〵拜みて、ゆゝしく信起したり。御前なる獅子狛犬、そむきて後ざまに立ちたりければ、上人いみじく感じて、「あなめでたや。この獅子の立ちやういと珍し。深き故あらむ。」と涙ぐみて、「いかに殿ばら、殊勝の事は御覽じとがめずや。無下なり。」といへば、おの〳〵あやしみて、「まことに他に異なりけり、都のつとにかたらむ。」などいふに、上人なほゆかしがりて、おとなしく物知りぬべき顔したる神官をよびて、「この御社の獅子の立てられやう、定めてならひあることにはべらむ。ちと承らばや。」といはれければ、「そのことに候。さがなき童どもの仕りける、奇怪に候ことなり。」とて、さし寄りてすゑ直して往にければ、上人の感涙いたづらになりにけり。

단바에 이즈모라는 곳이 있다. 큰 신사를 옮겨 훌륭하게 지었다.

시다의 아무개라던가가 다스리는 곳이라, 가을 무렵 쇼카이 상인이 그 밖에도 사람을 여럿 청하여 "자, 가십시다, 이즈모를 뵈러. 떡을 대접하겠소" 하고 데리고 갔다.

저마다 절하며 대단히 믿음을 일으켰다. 신전 앞의 사자와 박견이 등을 지고 뒤쪽을 향해 서 있으므로, 상인이 몹시 감탄하여 "아, 훌륭하여라. 이 사자가 선 모양이 몹시 진기하다. 깊은 까닭이 있으리라" 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어떻습니까 여러분, 이 뛰어난 것을 눈여겨보지 않으십니까. 무심하십니다" 하였다.

저마다 이상히 여기며 "참으로 다른 데와 다르구나. 도읍의 이야깃거리로 삼자" 따위로 말하니, 상인이 더욱 궁금하여 어른답게 잘 알 듯한 얼굴을 한 신관을 불러 "이 신사의 사자를 세워 놓으신 모양에는 필시 내려오는 내력이 있겠지요. 잠깐 듣고 싶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그 일이라면, 짓궂은 아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괘씸한 일입니다" 하고 다가가 바로 놓고 가 버렸으므로, 상인의 감격의 눈물은 헛것이 되고 말았다.

17버들 상자에 놓는 법

やない筥にすうるものは、縦ざま横ざま、物によるべきにや。「卷物などは縦ざまにおきて、木のあはひより、紙捻り〈こより〉を通して結ひつく。硯も縦ざまにおきたる、筆ころばずよし。」と三條右大臣殿おほせられき。勘解由小路の家の能書の人々は、假にも縦ざまにおかるゝことなし、必ず横ざまにすゑられ侍りき。

버들 상자에 놓는 것은 세로로 하는가 가로로 하는가, 물건에 따를 것인가.

"두루마리 따위는 세로로 놓고 나무 사이로 종이 노끈을 꿰어 묶는다. 벼루도 세로로 놓아야 붓이 구르지 않아 좋다" 하고 산조 우대신께서 말씀하셨다.

가데노코지 집안의 글씨 잘 쓰는 분들은 잠시도 세로로 놓으시는 일이 없고 반드시 가로로 놓으셨다.

18자찬 일곱 가지

御隨身近友が自讚とて、七箇條かきとゞめたる事あり。みな馬藝させることなき事どもなり。その例をおもひて、自讚のこと七つあり。 一、人あまた連れて花見ありきしに、最勝光院の邊にて、男の馬を走らしむるを見て、「今一度馬を馳するものならば、馬倒れて落つべし、しばし見給へ。」とて立ちどまりたるに、また馬を馳す。とゞむる所にて、馬を引きたふして、乘れる人泥土の中にころび入る。その詞のあやまらざることを、人みな感ず。 一、當代いまだ坊におはしまししころ、萬里小路殿御所なりしに、堀河大納言殿伺候し給ひし御曹司へ、用ありて參りたりしに、論語の四五六の卷をくりひろげ給ひて、「たゞ今御所にて、紫の朱うばふ事を惡むといふ文を、御覽ぜられたき事ありて、御本を御覽ずれども、御覽じ出されぬなり。なほよくひき見よと仰せ事にて、求むるなり。」と仰せらるゝに、「九の卷のそこ〳〵の程に侍る。」と申したりしかば、「あなうれし。」とて、もてまゐらせ給ひき。かほどの事は、兒どもも常のことなれど、昔の人は、いさゝかの事をもいみじく自讚したるなり。後鳥羽院の御歌に、「袖と袂と一首の中にあしかりなむや。」と、定家卿に尋ね仰せられたるに、 秋の野の草のたもとか花すゝきほに出でて招く袖と見ゆらむ と侍れば、何事かさふらふべきと申されたることも、「時にあたりて本歌を覺悟す、道の冥加なり、高運なり。」など、こと〴〵しく記しおかれ侍るなり。九條相國伊通公の款状にも、ことなる事なき題目をも書きのせて、自讚せられたり。 一、常在光院の撞鐘の銘は、在兼卿の草なり。行房朝臣清書して、鑄型にうつさせむとせしに、奉行の入道かの草をとり出でて見せ侍りしに、「花の外に夕をおくれば聲百里に聞ゆ。」といふ句あり。「陽唐の韻と見ゆるに、百里あやまりか。」と申したりしを、「よくぞ見せ奉りける。おのれが高名なり。」とて、筆者の許へいひやりたるに、「あやまり侍りけり。數行となほさるべし。」と返り事はべりき。「數行。」もいかなるべきにか、もし「數歩」の意か、おぼつかなし。 一、人あまた伴ひて、三塔巡禮の事侍りしに、横川の常行堂の中、龍華院と書けるふるき額あり。「佐理・行成の間うたがひありて、いまだ決せずと申し傳へたり。」と堂僧ことごとしく申し侍りしを、「行成ならば裏書あるべし。佐理ならば裏書あるべからず。」といひたりしに、裏は塵つもり、蟲の巣にていぶせげなるを、よく掃き拭ひて、おの〳〵見侍りしに、行成位署名字年號さだかに見え侍りしかば、人みな興に入る。 一、那蘭陀寺にて、道眼ひじり談義せしに、八災といふ事を忘れて、「誰かおぼえ給ふ。」といひしを、所化みな覺えざりしに、局のうちより、「これ〳〵にや。」といひ出したれば、いみじく感じ侍りき。 一、賢助僧正に伴ひて、加持香水を見はべりしに、いまだ果てぬほどに、僧正かへりて侍りしに、陣の外まで僧都見えず。法師どもをかへして求めさするに、「おなじさまなる大衆多くて、えもとめあはず。」といひて、いと久しくて出でたりしを、「あなわびし。それもとめておはせよ。」といはれしに、かへり入りて、やがて具していでぬ。 一、二月十五日、月あかき夜、うち更けて千本の寺にまうでて、後より入りて、一人顔深くかくして聽聞し侍りしに、優なる女の、すがた匂ひ人よりことなるが、わけ入りて膝にゐかかれば、にほひなどもうつるばかりなれば、敏あしと思ひてすり退きたるに、なほ居寄りて、おなじさまなれば立ちぬ。その後、ある御所ざまのふるき女房の、そゞろごと言はれし序に、「無下に色なき人におはしけりと、見おとし奉ることなむありし。情なしと恨み奉る人なむある。」と宣ひ出したるに、「更にこそ心得はべらね。」と申して止みぬ。この事後に聞き侍りしは、かの聽聞の夜、御局のうちより、人の御覽じ知りて、さぶらふ女房をつくり立てて、出し給ひて、「便よくばことばなどかけむものぞ。そのありさま參りて申せ、興あらむ。」とてはかり給ひけるとぞ。

어수신 지카토모가 자찬이라 하여 일곱 가지를 적어 둔 것이 있다. 다 말 다루는 재주로 이렇다 할 것 없는 일들이다. 그 예를 생각하여 나도 자찬할 일이 일곱 가지 있다.

하나. 사람을 여럿 데리고 꽃구경 다닐 때, 사이쇼코인 근처에서 사내가 말을 달리게 하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말을 달리게 하면 말이 넘어져 떨어질 것이오. 잠깐 보시오" 하고 멈춰 섰더니, 또 말을 달렸다. 세우려는 데서 말을 끌어 넘어뜨려 탄 사람이 진흙 속에 굴러 들어갔다. 그 말이 어긋나지 않은 것을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였다.

하나. 지금 임금께서 아직 동궁이시던 무렵, 마데노코지도노가 어소였는데, 호리카와 대납언께서 모시던 방으로 볼일이 있어 갔더니, 『논어』의 넷째 다섯째 여섯째 권을 펴 놓으시고 "방금 어소에서 '자줏빛이 붉은빛을 빼앗는 것을 미워한다'는 글을 보시고자 하는 일이 있어 어본(御本)을 보셨으나 찾아내지 못하셨다. 좀 더 잘 찾아보라는 분부라 구하는 중이다" 하셨다. "아홉째 권 어디쯤에 있습니다" 하고 아뢰니 "아, 반갑다" 하시고 가져가 올리셨다.

이만한 일은 아이들에게도 흔한 일이지만, 옛사람은 조그마한 일도 대단히 자찬하였다. 고토바인의 노래에 "소매(袖)와 소매(袂)를 한 수 안에 쓰는 것이 나쁘겠는가" 하고 데이카 경에게 물어 말씀하셨을 때,

가을 들 풀의 소매(袂)인가 참억새가 이삭 내밀어 부르는 소매(袖)로 보이누나

하는 것이 있으니 무슨 거리낌이 있겠느냐고 아뢴 일도, "때에 맞추어 본가(本歌)를 떠올렸으니 도(道)의 가호요 높은 운이다" 따위로 거창하게 적어 두셨다.

구조 상국 고레미치 공의 관장(款状)에도 별것 아닌 제목까지 적어 실어 자찬하셨다.

하나. 조자이코인의 종에 새길 글은 아리카네 경이 초를 잡았다. 유키후사 아손이 정서하여 주형에 옮기게 하려는데, 봉행하는 입도가 그 초를 꺼내어 보여 주었다. "꽃 너머로 저녁을 보내니 소리가 백 리에 들린다"는 구가 있었다. "양당(陽唐)의 운으로 보이는데 '백 리'는 잘못이 아니겠소" 하고 아뢰었더니 "잘도 보여 드렸구나. 내 공이로다" 하고 글쓴이에게 전하니 "잘못되었습니다. '수행(數行)'으로 고쳐 주십시오" 하는 답이 왔다.

'수행'도 어떠할지, 혹 '수보(數步)'의 뜻인가, 미덥지 않다.

하나. 사람을 여럿 데리고 삼탑을 순례한 일이 있었다. 요카와의 조교도 안에 '용화원(龍華院)'이라 쓴 오래된 현판이 있었다. "사리인지 유키나리인지 의심이 있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해 옵니다" 하고 절 승려가 거창하게 아뢰기에, "유키나리라면 뒷면에 글이 있을 것이고, 사리라면 뒷면에 글이 없을 것이오" 하였다.

뒷면은 먼지가 쌓이고 벌레집이 되어 답답했는데, 잘 쓸고 닦아 저마다 보니 유키나리의 벼슬과 이름과 연호가 또렷이 보였으므로 모두 흥겨워하였다.

하나. 나란다지에서 도겐 성인이 강의할 때 '팔재(八災)'라는 것을 잊어 "누가 기억하시오" 하였다. 배우는 이들이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데, 방 안에서 "이러이러한 것이 아닙니까" 하고 말해 주었더니 몹시 감탄하였다.

하나. 겐조 승정을 모시고 가지향수(加持香水)를 보고 있었는데, 아직 끝나기 전에 승정이 돌아가셨다. 진(陣) 밖까지 승도가 보이지 않았다. 법사들을 돌려보내 찾게 하니 "같은 차림의 대중이 많아 도무지 찾지 못하겠습니다" 하고는 한참 만에 나왔다. "아, 딱하구나. 그대가 찾아오시오" 하시기에, 되돌아 들어가 곧 데리고 나왔다.

하나. 이월 보름 달 밝은 밤에 깊어져서 센본의 절에 가서 뒤쪽으로 들어가 혼자 얼굴을 깊이 가리고 설법을 듣고 있었다. 우아한 여인이 자태와 향내가 남달랐는데, 헤치고 들어와 무릎에 기대므로 향내까지 옮을 지경이었다. 좋지 않다 여겨 비켜 앉았더니 또 다가앉아 마찬가지이므로 일어나 버렸다.

그 뒤 어느 어소의 오래된 여방이 실없는 말씀을 하시던 참에 "참으로 멋없는 분이시구나 하고 낮추어 본 일이 있었지요. 정 없다고 원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고 말을 꺼내시기에,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아뢰고 말았다.

이 일은 나중에 들으니, 그 설법 듣던 밤에 어느 방 안에서 어떤 분이 나를 알아보시고, 모시는 여방을 꾸며 내보내시며 "틈이 좋거든 말이라도 걸어 보아라. 그 모양을 와서 아뢰어라, 재미있겠다" 하고 꾸미신 것이라 한다.

19팔월 보름과 구월 열사흘

八月十五日、九月十三日は婁宿なり。この宿、清明なる故に、月をもてあそぶに良夜とす。

팔월 보름과 구월 열사흗날은 누수(婁宿)다. 이 별자리는 맑고 밝은 까닭에 달을 즐기기에 좋은 밤으로 삼는다.

20쉽게 맞아들인 인연

しのぶの浦の蜑のみるめも所狹く、くらぶの山も守る人しげからむに、わりなく通はむ心の色こそ、淺からずあはれと思ふふし〴〵の、忘れがたき事も多からめ。親はらからゆるして、ひたぶるに迎へすゑたらむ、いとまばゆかりぬべし。世にありわぶる女の、似げなき老法師、怪しの東人なりとも、賑ははしきにつきて、「さそふ水あらば。」などいふを、なか人いづかたも心にくきさまにいひなして、知られずしらぬ人を迎へもて來らむあいなさよ。何事をかうち出づる言の葉にせむ。年月のつらさをも、分けこしは山のなどもあひかたらはむこそ、つきせぬ言の葉にてもあらめ。すべてよその人のとりまかなひたらむ、うたて心づきなき事多かるべし。よき女ならむにつけても、品くだり、みにくく、年も長けなむ男は、「かく怪しき身のために、あたら身をいたづらになさむやは。」と、人も心劣りせられ、わが身はむかひ居たらむも、影はづかしくおぼえなむ、いとこそあいなからめ。梅の花かうばしき夜の朧月にたゝずみ、御垣が原の露分け出でむありあけの空も、わが身ざまに忍ばるべくもなからむ人は、たゞ色好まざらむにはしかじ。

시노부 갯가의 해녀가 미역 따는 것도 눈에 띄기 어렵고, 구라부산도 지키는 사람이 많을 텐데, 무릅쓰고 오가는 그 마음의 빛깔이야말로 얕지 않아 애틋하게 여겨지는 대목들이 있어 잊기 어려운 일도 많을 것이다.

어버이와 형제가 허락하여 대뜸 맞아들여 앉혀 놓는 것은 몹시 겸연쩍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딱한 여자가, 어울리지 않는 늙은 법사나 허름한 동국 사람이라도 넉넉한 것에 끌려 "부르는 물이 있다면" 따위로 말하는 것을, 중매하는 이가 어느 쪽이나 그럴듯하게 꾸며 말하여,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은 사람을 맞아 데려오는 그 멋없음이란.

무엇을 두고 첫마디로 꺼낼 것인가. 세월의 쓰라림도, 헤치고 넘어온 산길의 이야기도 서로 나눌 수 있어야 다함 없는 말이 될 것이다.

무릇 남이 다 주선해 놓은 것은 언짢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많을 것이다.

좋은 여자라 해도, 지체가 낮고 못생기고 나이도 든 사내라면 "이런 볼품없는 몸을 위해 아까운 몸을 헛되이 할 것인가" 하고 남에게도 낮추어 보이고, 제 몸은 마주 앉아 있어도 그림자가 부끄럽게 여겨질 터이니 몹시 멋없을 것이다.

매화꽃 향기로운 밤의 으스름달에 서성이고, 미카키가하라의 이슬을 헤치고 나서는 새벽하늘도 제 처지에 견주어 그리워할 만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차라리 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 낫다.

21보름달은 곧 이지러진다

望月の圓なる事は、暫くも住せず、やがて虧けぬ。心とゞめぬ人は、一夜の中に、さまで變る樣も見えぬにやあらむ。病のおもるも、住する隙なくして、死期すでに近し。されども、いまだ病急ならず、死に赴かざる程は、常住平生の念にならひて、生の中に多くの事を成じて後、しづかに道を修せむと思ふ程に、病をうけて死門に臨む時、所願一事も成ぜず、いふかひなくて、年月の懈怠を悔いて、この度もしたち直りて、命を全くせば、夜を日につぎて、この事かの事怠らず成じてむと、願ひをおこすらめど、やがて、重りぬれば、われにもあらずとり亂して果てぬ。この類のみこそあらめ。この事まづ人々急ぎ心におくべし。所願を成じてのち、いとまありて道にむかはむとせば、所願盡くべからず。如幻の生の中に、何事をかなさむ。すべて所願皆妄想なり。所願心にきたらば、妄心迷亂すと知りて、一事をもなすべからず。直ちに萬事を放下して道に向ふとき、さはりなく、所作なくて、心身ながくしづかなり。

보름달의 둥근 것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곧 이지러진다. 마음 두지 않는 사람은 하룻밤 사이에 그리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병이 무거워지는 것도 머무는 틈 없이 죽을 때가 이미 가깝다.

그런데도 아직 병이 급하지 않고 죽음으로 나아가지 않을 동안은, 늘 그대로 살리라는 생각에 익어,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일을 이룬 뒤에 고요히 도를 닦으리라 여긴다. 그러다 병을 얻어 죽음의 문에 임할 때, 바라던 것을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할 말 없이, 세월의 게으름을 뉘우치며 이번에 만일 일어나 목숨을 온전히 한다면 밤을 낮에 이어 이 일 저 일 게을리하지 않고 이루리라 하고 바람을 일으키겠지만, 이내 무거워지면 제정신 없이 어지러워져 끝나고 만다.

이런 부류만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우선 사람들이 서둘러 마음에 두어야 한다.

바라는 바를 이룬 뒤에 겨를이 생기거든 도를 향하겠다고 한다면 바라는 바는 다할 수 없다. 허깨비 같은 삶 가운데 무슨 일을 이루겠는가.

무릇 바라는 바는 다 망상이다. 바라는 바가 마음에 오거든 망령된 마음이 어지럽히는 것이라 알아 한 가지도 해서는 안 된다.

곧바로 만사를 놓아 버리고 도를 향할 때, 걸림 없고 할 일 없어 몸과 마음이 길이 고요하다.

22괴로움과 즐거움에 부려지는 일

とこしなへに、違順につかはるゝ事は、偏に苦樂の爲なり。樂といふは好み愛する事なり。これを求むる事止む時無し。樂欲するところ、一には名なり。名に二種あり。行跡と才藝とのほまれなり。二には色欲、三には味ひなり。萬の願ひ、この三には如かず。これ顛倒の相より起りて、若干の煩ひあり。求めざらむには如かじ。

늘 뜻에 맞고 어긋나는 것에 부려지는 것은 오로지 괴로움과 즐거움 때문이다.

즐거움이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이를 구하는 일이 그칠 때가 없다.

즐겨 바라는 바는, 첫째가 이름이다. 이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행실과 재예의 명예다. 둘째는 색욕, 셋째는 맛이다.

온갖 바람이 이 셋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뒤바뀐 모습에서 일어나 적지 않은 시달림이 있다. 구하지 않는 편이 낫다.

23여덟 살에 아버지께 여쭌 말

八つになりし年、父に問ひていはく、「佛はいかなるものにか候らむ。」といふ。父がいはく、「佛には人のなりたるなり。」と。また問ふ、「人は何として佛にはなり候やらむ。」と、父また、「佛のをしへによりてなるなり。」とこたふ。また問ふ、「教へ候ひける佛をば、何がをしへ候ひける。」と。また答ふ、「それもまた、さきの佛のをしへによりてなり給ふなり。」と。又問ふ、「その教へはじめ候ひける第一の佛は、いかなる佛にか候ひける。」といふとき、父、「空よりや降りけむ、土よりやわきけむ。」といひて笑ふ。「問ひつめられてえ答へずなり侍りつ。」と諸人にかたりて興じき。

여덟 살 되던 해에 아버지께 여쭈어 "부처는 어떤 것입니까" 하였다.

아버지가 "부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하셨다.

또 여쭈기를 "사람은 어떻게 하여 부처가 됩니까" 하니, 아버지가 또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되는 것이다" 하고 답하셨다.

또 여쭈기를 "가르치셨다는 부처는 무엇이 가르쳤습니까" 하니, 또 답하시기를 "그것도 또한 앞선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되신 것이다" 하셨다.

또 여쭈기를 "그 가르치기 시작하셨다는 첫 번째 부처는 어떤 부처였습니까" 하니,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왔을까, 땅에서 솟았을까" 하시고 웃으셨다.

"물음에 몰려 답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고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하며 재미있어하셨다.